초등학교 논술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

1. 논술 교육의 의의
대학 입시 전형 방법의 하나로 '논술'이 채택되어 시행되면서 초등학교에서도 논술 교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것은 논술이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종합적인 사고 능력을 요구하는 고도의 정신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술 교육은 강의식, 주입식 교육으로 흘러 왔던 기존의 학교교육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 또한 작용하였다.
논술 교육이 갖는 교육적 의의는 자명하다.
첫째, 논술 능력은 바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하나의 특성이라는 점이다. 인간이 사회 속에서 독립된 개체로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세상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사고력, 그리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성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한 편의 제대로 된 논술을 써 낼 수 있는 학생은 바로 이런 능력을 모두 갖춘 학생이라고 할 수 있다. 주어진 과제 혹은 주제에 대하여 충분한 지식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해당 사태의 본질을 꿰뚫어 문제를 발견하고 그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 곧 사고력도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여 납득하게 하는 사회적 인지능력 및 표현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논술 능력은 세상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그것을 조작할 수 있는 사고력뿐 아니라, 다른 사람 곧 독자를 고려할 줄 아는 사회적 능력, 그리고 그것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인간 교육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논술 교육은 교과 분리주의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교과란 기본적으로 독립된 배경 학문에 토대를 두어 성립한 것이며 각각의 학문 영역은 서로 다른 유형의 탐구 방식 혹은 사고 방식과 지식 체계를 추구하기 때문에, 교과 역시 각 교과 나름의 고유한 탐구 방식과 지식 체계를 추구하기 때문에, 교과 역시 각 교과 나름의 고유한 탐구 방식과 지식 체계를 가르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교과의 구분은 자연히 다른 교과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교과 나름의 독특한 특성만을 추구하고, 교과 상호간의 공통성은 고려하지 않는 경향을 낳게 된다. 그러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 일반이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효육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교과를 구분한 것이지, 교육의 보편적인 가치에 우선하여 교과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기여를 하여야한다. 만약 해당 교과의 특수성만을 고집하고 사고력을 길러 주는 데 소홀하다면 교과로서의 존재 가치가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고력이라는 것이 교과의 구분처럼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우리가 일상적인 삶을 영위해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갖가지 문제 해결 상황에서는 각교과와 관련되는 사고가 분절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논술 교육은 온갖가지 지식과 사고를 총체적으로 길러 준다는 점에서 교과 구분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게 하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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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논술 능력의 특성
논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다. 사전적으로 말한다면, '어떤 사물에 대하여 의견을 논(論)하여 적는 것, 혹은 주어진 과제를 논리적인 과정을 통해 해결하고 그 결과를 언어로 적는 것'(*성낙수, 1997:5; 김대행 외, 1996:42)이라는 정도로 정의를 내릴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논술인 것과 논술 아닌 것을 변별하는 기준으로 삼기에는 미흡하다. 따라서 논술 혹은 논술 능력이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성낙수(1997:5)에서는 글쓰기로서의 논술뿐 아니라 말하기로서의 논술도 포함시키고 있다.
1) 범교과성
논술은 여러 가지 유형의 지식과 사고가 총체적으로 작용하여야만 하는 문제 해결 상황이다. 이런점에서 논술은 범교과적인 특성을 갖는다. 말을 바꾸면, 논술 능력은 어느 한 교과서에 전담하려 길러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논술이 범교과성을 갖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첫째, 논술에서 필요한 지식이 범교과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우선 논술의 대상이 특정의 한 교과에서 다루는 대상으로 제한되지 않으며,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로 하는 지식도 어느 한 교과의 범주를 뛰어 넘게 마련이다. 둘째, 논술 과정에서 작용하는 사고가 범교과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논술 한 편을 써 내기 위해서는 갖가지 사고력을 필요로 한다.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뿐 아니라 사실적 증거를 토대로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추론력과 상상력, 가능한 대안들 중에서 가장 나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사 결정 능력, 문제 해결 능력,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거나 혹은 남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발산적 사고력 혹은 창의력 등 온갖 유형의 사고가 요구된다. 셋째, 논술은 범교과적 지식과 사고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논술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은 모든 교과의 공동 책임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각 교과에서 가르치는 지식과 사고의 단순한 통합이 아니라, 총체적인 사고력으로서의 논술 능력을 길러 주기 위해서 각 교과는 교과 나름으로, 그리고 교과 공통으로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술 능력을 길러 주기 위해서는 각 교과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운영하여야 한다고 한 김춘섭(1997)참고.
한 교과와 관련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른 교과의 지식이 활용되어야 한다는 통합교과성의 개념과 어떤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각 교과가 공통으로 노력하여야 한다는 범교과성의 개념을 구분하고 있는 우한용 외(1996:111-117)도 참고할 수 있다.


2) 다층성
논술이란 글을 쓰는 행위, 곧 '글쓰기' 행위이다. 글을 쓰는 행위는 쓸 내용을 마련하고 그 내용을 조직하여 어법에 맞게 문자 언어로 표현하는 행위이다. 논술도 그것이 글을 쓰는 행위임으로 해서 이러한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치게 된다. 그런데 글쓰기 행위에는 논술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읽기, 기행문, 조사기록문, 설명문, 그리고 문학 작품을 쓰는 것 등도 글쓰기의 한 유형들이다. 따라서 논술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여타 글쓰기와는 다른 논술만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글의 유형을 나누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글을 쓰는 목적이라고 판단된다. 예컨대, 일기는 그날 있었던 일과 그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적기 위한 것이고, 기행문은 여행한 장소에 대한 소개와 배우고 느낀점을 적기 위한 것이며, 조사기록문은 조사 연구한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며, 설명문을 특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글이다.* 그렇다면 논술 글쓰기의 목적은 무엇인가? 본고는 논술 글쓰기의 목적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며 동시에 독자를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것은 다른 유형의 글쓰기와는 구별되는 논술만의 독특한 특성, 다시 말해 종차라고 할 수 있다.
논술 글쓰기의 목적이 '문제 해결'과 '설득'이라고 규정한 것의 정당성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글을 쓰는 목적은 크게 필자 내적인 목적과 외적인 목적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필자 내적인 목적이란 필자 자신을 향한 목적이고, 필자 외적인 목적이란 청자를 향한 목적 곧, 의사 소통의 목적에 해당한다. 논술의 필자 내적인 목적은 '문제 해결'이다. 논술은 거의 언제나 어떤 '문제'를 중심으로 조직된다(김화영, 1995:28). '뇌사를 인정하여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 '부모와 자녀 사이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떤 것인가?', '좋은 의도로 하는 거짓말은 윤리적으로 선한 것인가?' 등과 같이 논술의 주제는 언제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우선 주어진 과제 혹은 사태에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여야 하며 때로는 문제를 새롭게 창출하기도 해야 할 뿐 아니라 문제에 대한 자기 나름의 해결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 해결 과정이 없는 글쓰기는 논술이라 하기 어렵다. 한편, 논술의 필자외적인 목적은 '설득'이다. 주어진 문제 사태에 대하여 제시한 필자 나름의 해결이 옳다는 것을 독자에게 설득하는 것, 그래서 필자의 의견에 동의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논술이다.
논술은 다른 유형의 글쓰기와 구별하게 하는 요소는 '문제 해결과' '설득'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두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결여된다면 논술이라고 하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수학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 우리의 상식으로는 단순히 주어진 문제를 풀어 그 과정과 해답을 적어 놓은 글을 논술문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문제해결' 요소는 충족시켰지만 '설득' 요소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그것이 기존의 해결 방식보다 더 낫다는 것을 보여 준 글이라면 그것은 논술문이 될 수 있다. '문제 해결'과 '설득' 요소를 모두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자기의 주장만 늘어놓은 글 역시 논술문이 될 수 없다. 주장을 도출하는 문제 해결과정이 결여되어 있다면, 그것은 선언일 뿐 논술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논술은 글을 쓰는 '표현'행위이며, '문제 해결' 행위이고, 동시에 '설득' 행위이다. 따라서 논술이란 이러한 서로 다른 층위의 행위들이 결합된 다층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Rowan(1988)은 글의 유형을 나누는 기준을 글을 쓰는 목적으로 정하고, 일차적으로 모든 유형의 글을 '자기 표현을 위한 글(self-expressive), 설득을 위한글(persuasive), 지시적인 글(reference), 문학적인 글(literary)'의 네 가지로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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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논술 교육의 현황과 문제점
현재 초등학교 현장에서 논술 지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그것은 무엇보다 초등학교 논술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이 극히 최근에야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 당연한 귀결로 논술 교육에 대한 체계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가 수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논술 교육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이 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라, 어떤 활동이 논술 교육에 해당하고 해당하지 않는지에 대한 판별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여기서는 현장 교사들의 논술에 대한 의견을 바탕으로 그 실상을 짐작해 보는 것으로 그친다.
현행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논술 교육에 대하여 설문 조사한 것을 보면, 대부분의 교사들은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논술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 스스로 논술 지도를 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논술 교육을 시작하는 시기로는 초등학교 중 학년(3-4학년)이 알맞다고 여기는 분들이 가장 많았다. 또한 대부분의 교사가 논술과 가장 관계 깊은 교과로 국어를 들었고, 다음으로 사회, 도덕을 꼽았으며, 논술 교육을 통해 길러 줄 수 있는 사고력의 범주를 논리적·비판적 사고력으로 한정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리고 논술 지도에서 가장 크게 어려움을 느끼는 문제로는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그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었으며, 논술 교육의 방향에 대해 제언한 것을 보면, 논술 지도는 독서 지도와 병행해야 할 뿐 아니라 실생활의 경험을 중심으로 지도해야 하고, 내용과 방법에 있어 단계화·체계화하여 가르쳐야 한다고 하였다(경인초등국어교육학회, 1996:20-30).
이상의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장 선생님들은 논술 교육에 대하여 상당히 올바른 인식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대부분의 교사들이 논술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에서 논술이 갖는 교육적인 의의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리고 논술이라는 것이 어느 한 교과에서 전담하여 가르칠 수 잇는 것이 아니라 범교과성을 갖는다는 것 또한 바르게 파악하고 있으며, 나아가 논술 교육이 학교의 수업 시간에 한정해서 집중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것도 옳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논술 교육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논술 지도의 중심적인 내용을 글쓰기의 형식에 두고 잇다는 점이다. 이것은 논술 지도의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교사들의 설문에 대한 반응과 무관하지 않다. 논술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전통적인 글쓰기 지도에서 가르쳐 왔던 '처음', '가운데', '끝'이라는 논술문의 기본 구성을 가르치고, 올바른 문장 구성이나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글의 형식과 관습 측면만을 가르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그러나 논술의 핵심은 주어진 문제 사태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며, 나아가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득하는 것이다. 따라서 논술 교육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할 내용은 글의 형식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다른 사람에게 설득하려는 능력이 되어야 한다. 논술 지도가 글의 형식에 초점을 두는 것은 전통적인 형식주의적 쓰기 지도 방법과도 무관하지 않다.
둘째, 논술에서 작용하는 사고 능력의 유형 혹은 논술 지도를 통해 길러 줄 수 있는 사고력의 유형을 너무 한정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곧 논술에서 필요로 하는 사고력은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만을 요구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함으로써 당연히 논술 지도도 그러한 능력을 길러주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어 왜곡된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논술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 이외에도 여러 가지 유형의 사고가 더 필요하다, 우선 논술을 잘 하기 위해서는 창의력 사고 혹은 발산적 사고가 작용해야 한다. 일상적인 사태에 문제를 파악해 내는 능력이나 그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반드시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주어진 자료와 조건을 벗어나서 사고하는 발산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관련 요인을 모두 고려하여 그들을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논술에는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이외에 창의적 사고 혹은 발산적 사고와 종합적 사고도 필요로 한다. 또한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설득력은 논리성, 신뢰성, 감화성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설득력도 논리성 이외에 신뢰성과 감화성을 더 필요로 한다. 신뢰성은 논리적 관계뿐 아니라 얼마나 구체적이고 확인 가능한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감화성이란 독자의 마음에 다가가는 정도를 의미하는데, 이것은 그 성격상 비논리성을 갖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필자가 제안한 대로 하였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바람직한 결과를 생생하게 기술함으로써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가 하면, 다른 한 편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나쁜 결과를 선명하게 제시해 줌으로써 공포감을 유발하여 감화성을 유발하는 경우 등이다. 이것은 논리가 아니라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다.
셋째,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논술 지도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논술 지도를 시작하기에 적절한 학년으로 3-4학년을 든 교사들이 가장 많았는데, 이것 역시 정당한 것인지 점검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논술과 관련이 깊은 설득하는 글쓰기를 주로 5-6학년에 가르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발달 수준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요구하는 논술 지도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거부감을 유발함으로써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역으로 1-2학년에게는 논술을 가르칠 수 없는가 하는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것은 논술을 바라보는 관점과 관련이 있는데, 자기 나름의 관점으로 사태를 바라보고 자기 의견을 내세울 수 있을 정도로 논술을 융통성 있게 바라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활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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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논술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
논술 교육은 단편적인 지식이나 혹은 단순한 기능을 가르치는 것과는 성격이 판이하다. 오히려 평생동안 지속되는 인간 교육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논술 능력은 인간의 총체적 능력 바로 그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술 교육을 위한 특별한 왕도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만약 논술 지도를 잘 할 수 있는 기막힌 방안이 있다면, 그렇게 길러진 능력은 진정한 의미에서 논술 능력이 아닐 것이다. 논술 능력은 총체적인 능력이어서 단기간에 획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논술지도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논술은 범교과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특성에 충실한 범교과적인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교사들의 설문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논술 지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교과는 역시 국어과라고 할 수 있지만, 국어과에서만 논술 지도를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논술의 핵심은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할 때, 이에는 온갖가지 유형의 지식과 경험과 사고가 동원된다. 따라서 각 교과에서 가르치는 학습 내용들은 그 자체로 논술을 위한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에서 나아가 각 교과는 학습 사태를 잘 조직하여 제시함으로써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종합적으로 사고하며 발산적으로 사고하게 유도하여야 한다. 논술은 범교과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논술 교육의 핵심은 폭넓은 독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를 통해 지식과 경험을 넓히고, 독서 과정에서 갖가지 사고력을 신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교육과정을 통한 논술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 역시 논술이 범교과성을 갖는다는 것과 관련이 되는데, 논술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서 교과 일반과 분리하여 논술 지도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한다고 해서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논술문의 형식이라든지 일반적인 문제 해결 절차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것이 갖추어진 이후에는 논술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역시 다양한 지식과 체험, 그리고 깊은 사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교과의 학습 내용을 분석해 보면, 많은 부분이 논술 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확신할 수 있다. 초등학교 국어과의 경우도, 총 56개의 단원이 논술 능력 신장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단원으로 분석이 된다.(경인초등국어교육학회, 1966:12-19). 따라서 각 교과의 정규 교육 활동을 충실히 운영하는 가운데에서 논술 지도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글의 형식보다는 의미 구성 과정 중심의 논술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통적으로 쓰기 지도는 글의 형식에 대한 지도가 대부분이었다. 그것은 글의 내용을 생성하고 조직하는 것은 상황, 주제, 필자, 독자 등 여러 가지 요인 각각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정한 규칙이 정해져 있으므로 교사가 직접 가르치기 쉽다. 이런 연유로 해서 교사는 글의 형식적 측면만을 주로 지도하게 되는데, 문제는 교사가 형식만을 지도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쓰기에서 중요한 글의 형식이라고 여기게 된다는 데에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의미 구성 과정 곧 내용을 생성하고 조직하는 과정에 더 비중을 두어 지도해야 한다. 논술에서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라는 것은 결국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며, 독자를 설득하는 것이 된다.*
넷째, 학생들의 생활 체험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논술 주제를 제사하여야 한다. 현행 논술 지도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논술의 주제가 너무 추상적이거나 혹은 학생들의 생활 체험과 무관한 것이 많다는 점이다. 논술이란 원칙적으로 사람들 각자가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글쓰기라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논술 지도를 할 때에는 가능한 한 학생들 자신의 생활 체험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주제에 대해서 논술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논술이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삶의 실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서 개인에게 의미가 있게 된다. 그리고 실제적인 논술 주제는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들은 자기 자신에게 의미있는 대상에 대해 글을 쓰는 경우 더 흥미를 느끼며, 또한 자신의 생활 체험을 글 속에 담을 수 있으므로 질 높은 글을 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반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전략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Nickerson, R.S., 1994)
문제를 단순 명료한 하위 문제들로 분석하기
목표 혹은 도달점에서부터 역으로 생각해 오기
문제 혹은 하위 문제들을 수단-목표(means-end)관계로 분석하기
주어진 자료에서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기
쉬운 예로 유추해서 생각하기
구체적인 예로 생각해 보기와 일반화하여 생각해보기
극단적인 경우로 생각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