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가 그린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학당’ 모습. 자료사진 |
수시논술 ‘숨은 해법’
■ 도표분석의 정석 도표는 하나의 사례로 간주해야 도표분석을 어려워하는 수험생이 많다. 당연하다. 도표나 그래프는 일반 제시문과 달리 언어로 구성되지 않고 숫자나 선으로만 이루어진 자료이기 때문이다. 논술의 출제원리나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시간을 허비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우선 출제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출제자는 전체 논술 주제와 평가항목을 설정한 뒤 이에 걸맞은 제시문을 선정한다. 그 뒤 특정 제시문의 주장을 뒷받침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도표를 찾는다. 따라서 도표는 다른 제시문의 주장을 뒷받침하거나 반박하는 근거가 된다. 도표의 이러한 특성은 고등학교 교과서만 살펴봐도 이해할 수 있다. 사회탐구 교과서에는 수많은 도표와 자료가 담겨 있다. 이 자료들은 특정 주장을 증명하거나 구체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맥락에서 동원된다. 요컨대 도표는 특정한 주장을 지지하거나 반박하는 사례의 일종이다. 도표 자체를 뚫어져라 들여다봐도 날것의 숫자나 계량화된 막대, 그래프의 변동은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는다. 도표는 독립변수(x축)와 종속변수(y축)의 연관성 속에서만 그 의미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그 의미는 또한 그 도표를 만들어낸 조사자나 연구자의 의도와 관련해서만 규정될 수 있다. 따라서 최초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데이터 속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바르게 이끌어낼 수 있다. 변수들의 내용과 그 관계가 선명해서 의미를 추출하기 쉬운 경우에도 문제 전체의 의도와 무관하게 의미를 규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도표를 분석할 때는 무턱대고 도표부터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역으로 평가나 비판의 대상이 되는 제시문의 주장을 먼저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 주장과 일치하거나 반대되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도표 속에서 찾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사 논제에서 ‘도표를 분석한 후 이를 바탕으로 다른 제시문을 평가(비판)하라’고 하더라도 그 요구사항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논제를 부정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출제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불필요한 헛수고를 덜고 출제의도에 부합하는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도표분석의 실전 2013 수시 기출문제(연세대 사회계열)-두 문항 중 문제 2번만 다룸 ‘긍정적 환상’은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까? 문제 2>제시문 (라)를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1)을 평가하시오. (1000자 안팎)
■ 정석의 적용 출제의도와 관련된 중요 수치만 서술해야 제시문 (라)를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1)을 평가하시오. 논제에서는 (라)를 먼저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1)을 평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논제에 충실하라는 금언을 기억하는 학생들은 먼저 (라)를 의미화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물론 도표를 선입견 없이 객관적으로 해석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출제과정을 이해한다면 (가-1)의 핵심 주장을 규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논제에서 요구하는 ‘평가’라는 과정이 주장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과정임을 이해한다면, 평가의 대상이 되는 주장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가-1)의 주장을 핵심어 위주로 정리해 보자. (가-1)에 따르면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보다는 긍정적 환상이 행복을 가져온다. 즉, 정확하고 유효한 자기 평가보다는 자기에 대한 긍정적 편향(긍정적 평가, 낙관적 신념, 자신감)이 정신건강에 더 좋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긍정적 환상을 자주 품는 학생들이 시험에서 더 좋은 성적을 받았다.’는 마지막 문장을 통해 구체화된다. 이를 토대로 (라)의 도표를 분석해 보자. 고려해야 할 독립변수가 두 가지이기 때문에 다소 복잡하다. 즉 낙관성과 현실정의 정도는 종속변수인 시험점수(y축)에 각각 영향을 미치면서도 서로 구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가-1)이 현실성과 낙관성을 대립적인 요소로 보면서 낙관성이 현실성보다 긍정적 결과를 도출하는 데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과는 다른 점이다. 이해의 편리를 위해 도식을 활용하면 다음과 같다. (가-1)의 주장 낙관성〉현실성 낙관성→좋은 점수 (라)의 내용 낙관성+현실성→좋은 점수 이로써 (가-1)의 주장이 단면적이었다는 점을 비판하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후에는 도표를 세심하게 분석하여 비판의 근거를 차근차근 추출해야 한다. 도표를 분석할 때는 모든 수치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출제의도와 관련된 중요한 수치만을 서술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숫자들을 더하거나 빼거나 곱하거나 나누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라)의 도표에 따르면 현실성이 낙관성보다 시험점수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현실성이 높은 집단의 평균은 4.5이며 낮은 집단의 평균은 2.8이어서 그 격차가 큰 반면 낙관성의 정도가 높은 집단의 평균 3.5와 낮은 집단의 평균 3.8은 미미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낙관성과 시험점수는 오히려 반비례 관계를 보여주었다.
1947년 11월 팔레스타인 내 유대 독립국 설치 발표에 환호하는 텔아비브 시민들. 시오니즘도 미래에 대한 낙관을 기반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
■ 주제의 심층이해 다음 제시문을 읽고 위의 문제에서 언급한 낙관성과 현실 인식의 관점을 활용하여 F라는 인물의 죽음을 평가해 보자. 언젠가 나는 미래에 대한 믿음의 상실과 위험한 자포자기가 서로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아주 극적인 사례를 보았다. 우리 구역의 고참 관리인인 F는 그 전에는 꽤 유명한 작곡가이자 작사가였다. 그가 어느 날 나에게 고백했다. “의사 선생, 선생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꿈에서 어떤 목소리가 소원을 말하라는 거예요. 내가 알고 싶은 것을 말하래요. 그러면 질문에 모두 대답을 해줄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무얼 물어보았는지 아십니까? 나를 위해서 이 전쟁이 언제 끝날 것이냐고 물어보았지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소, 의사 양반? 나를 위해서 말이요. 저는 언제 우리가, 우리 수용소가 해방될 것인지, 우리의 고통이 언제 끝날 것인지 알고 싶었어요.” “언제 그런 꿈을 꾸었소?” 내가 물었다. “1945년 2월에요.” 그가 대답했다. 그때는 3월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다. “그래 꿈속의 목소리가 뭐라고 대답합디까?” 그가 내 귀에다 나직하게 속삭였다. “3월30일이래요.” F는 희망에 차 있었고 꿈속의 목소리가 하는 말이 맞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약속의 날이 임박했을 때 우리 수용소(유대인 포로 수용소)로 들어온 전쟁 뉴스를 들어 보면 그 약속한 날에 우리가 자유의 몸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였다. 3월29일, F는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고 열이 아주 높게 올랐다. 3월30일, 그의 예언자가 그에게 말해 주었던 것처럼 그에게서 전쟁과 고통이 떠나갔다. 헛소리를 하다가 그만 의식을 잃은 것이다. 3월31일에 그는 죽었다. 사망의 직접적 요인은 발진티푸스였다.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최규윤 강남비상에듀학원 인문논술강사
안덕훈 이원장 학습전략학원 논술강사
어수창 청솔교육연구정보원 인문논술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