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불행? 무엇 때문인가요?

경제논술, 김응현, 행복, 불행

[제시문 (가)] 행복을 계산한 경제학자

제레미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실현’을 인생의 목적으로 본 철학자이자 공리주의 경제학자이다. 그는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쾌락을 늘리고 고통을 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쾌락과 고통의 양을 수치화해 ‘행복 계산법’을 고안해 냈다. 어떤 행위에 따르는 쾌락과 고통을 각각 강도, 지속성, 확실성, 원근성, 생산성, 순수성, 연장성의 7가지 기준에 맞춰 점수를 매긴 후 이를 합하면 행복의 정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계산을 통해 산출된 총쾌락에서 총고통을 뺀 것이 순쾌락이고, 순쾌락이 큰 행위를 할수록 사람들이 옳은 선택을 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주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행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을 줄여 경제적 자유방임을 이뤄야 사회 전체의 행복이 늘어난다고 믿었다. 그리고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의해 부가 늘어난다고 행복까지 늘어나는 것이 아니며 부가 보다 평등하게 분배돼야 사회 구성원 전체의 행복이 늘어난다고 믿었다.

이처럼 행복은 양적으로 측정될 수 있으며, 행복이 행위의 기준이 된다는 벤담의 행복론은 이후 돼지의 행복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행복을 측정해 보려는 좋은 시도였다. <시장의 흐름이 보이는 경제법칙 101>

[제시문 (나)] 물질적 풍요보단 마음의 평화를

국제 사회학자 단체가 세계 여러 나라의 국민들이 스스로 느끼는 행복지수를 조사한 것인데, 세계에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국민들은 나이지리아인으로 나타났다고 하는군요. 세계에서 최고의 부자나라인 미국은 겨우 16위였다고 합니다. 경제가 불안정하고 가난에 찌든 나이지리아가 행복을 느끼는 정도에서 가장 부자라는 게 놀랍지 않습니까?

참고로 미국 국민들의 1인당 GNP는 3만7천3백 달러이고, 나이지리아 국민들의 1인당 GNP는 396달러에 불과합니다. GNP, GDP와 같은 경제성장 지표가 좋게 나온다고 해서 국민의 행복도가 높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행복이란 건강, 성격, 소득 등에 따른 주관적 문제이기 때문에 정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가 행복의 보증수표는 아니라는 사실을 이 조사결과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개인의 행복이 가진 돈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데 동의합니다.

행복감의 증가속도가 점점 줄어 나중에는 제로가 되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선진국의 개인 만족도는 지난 40년 동안 개인당 평균 소득이 꾸준히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변함이 없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왜 소득과 행복은 이 법칙이 적용되는 것일까요? (A) 이를테면 같이 성공한 사람들끼리도 다른 사람이 더 성공적이라고 인식하면 성공한 사람도 불행해질 수 있습니다. 행복은 물질을 분자, 욕망을 분모로 하는 식(행복=물질/욕망)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물질이 아무리 증가하더라도 욕망의 증가속도가 더 빠르면 행복하기는커녕 욕구불만만 쌓이고 불행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행복의 제 1조건은 무엇일까요? (B) 나이지리아인들이 행복하다는 것은 서로가 믿고 서로를 아껴주기 때문에 가난하더라도 삶의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솝우화로 배우는 경제>

[제시문 (다)]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해질까?

영국의 직업 심리학자 캐럴 로스웰과 인생 상담사 피트 코언은 행복을 측정하는 공식을 이렇게 제시했다.

P + (5 × E) + (3 × H)

P = 개인적 특성(인생관, 적응력, 탄력성)

E = 생존 조건(건강, 인간관계, 재정상태)

H = 더 높은 수준의 조건(자존심, 기대, 야망)


이들은 지난 18년간 천 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80가지의 상황 속에서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다섯 개 상황을 고르게 실험한 결과, 행복을 세 가지 요소 P, E, H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공식은 ‘생존 조건’이 ‘개인적 특성’에 비해 세 배 중요함을 시사한다. 이 공식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에는 건강과 돈, 대인관계가 다른 요소들보다 훨씬 중요하게 작용함으로 알 수 있다. 위의 공식을 대입해 본 한국인들의 행복지수는 얼마나 될까?

(중략) 설문 결과를 나이순으로 살펴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난다. 10대의 행복지수가 71.43으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60대 69.20, 그리고 50대가 66.26, 40대가 65.23, 30대가 63.32, 20대가 61.94 순이었다. 30대와 20대는 각기 전체 평균보다 낮은 셈이다. 특히 20대는 10대에 비해 거의 10점이나 행복지수가 낮았다. 행복지수가 40, 50, 60대에서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C) 40대 이상의 대답을 보면, 생존의 기본 조건인 E요인에서 한결같이 높은 점수가 나왔다. E요인을 묻는 질문, 즉 “건강, 돈, 안전, 선택의 자유, 공동체 의식’ 등이 잘 충족되는 편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20대의 응답 평균은 6.15에 불과하지만 50대는 6.86이었다. 이 조사의 결과를 요약하자면 (D) 중년 이후가 되면 그만큼 삶의 여유가 생기고 스스로 내면에 다시 주목한다는 뜻이다. 반면 경제적 여유가 적은 20~30대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면이 많아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낀다. <속풀이 경제학>

[제시문 (라)] [ ]

전통적인 주류 경제학은 소득 증가는 행복을 증진시키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줄곧 강조해왔다. 소득은 개인의 예산 제약을 확대시키므로 더 많은 효용을 충족시켜 행복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때문에 경제 성장론자의 성장 우선 정책은 큰 비판없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과연 맞는가에 대한 의견이 점차 분분해지고 있다.

(중략) 정치학자 로널드 잉글하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최고점을 5로 잡았을 때 3.5이다. 반면 한국인들의 행복지수는 1점이 조금 넘는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가 넘는 나라 중에서 국민들이 제일 행복하지 못한 나라이다. 우간다는 아프리카 최빈국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1,500달러에 평균수명이 52세가 안 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과 만족감은 세계 12위 경제 규모를 가진 한국 사람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빈곤을 막 벗어난 단계에 있는 나라에서는 소득 증가에 따라 행복을 느끼지만, 1인당 소득이 1~2만 달러에 이르면 그런 비례 관계는 사라진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 소득 수준 이외의 요소를 고려하며 이전과 다른 정의를 내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각 소득 수준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의 정도는 비슷한 분포를 보인다.

물론 ‘아주 행복함’이라는 항목에 소득이 높은 사람이 소득이 적은 사람보다 많이 분포하지만 ‘행복함’이라는 항목에 있어서는 두 그룹 분포가 거의 비슷하다. 만약 소득 수준에 따라 행복의 정도가 결정된다면, 소득 수준이 높은 그룹은 ‘아주 행복함’ 항목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소득 수준이 낮은 그룹에서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음’ 항목에 가장 많은 사람이 분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두 그룹에서 행복을 느끼는 정도는 서로 비슷했다.

이 결과들은 행복이란 단순히 물질적 풍요의 절대적 수준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과 비교한 상대적 수준에 의해서 결정되며, 경제 성장의 결과로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 행복의 수준이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음을 말해 준다. <시장의 흐름이 보이는 경제법칙 101>

[예시문제]

1. 제시문 (나)의 (A)와 (B)에 들어갈 알맞은 내용을 쓰세오.

2. 제시문 (다)의 (C)와 (D)에 들어갈 알맞은 내용을 쓰세오.

3. 제시문 (라)의 제목을 쓰고, 제목으로 정한 이유를 쓰세오.

4. 제시문 (가)~(라)는 행복과 그 측정을 두고 서로 다른 견해를 나타낸 글입니다. 각 견해를 구분해 관련짓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600자 안팎으로 쓰세요.

[예시답안]

1. (A): 그것은 욕심 때문입니다. 돈은 벌게 됐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욕심 때문에 소득에 비례해 기대도 함께 높아지는 것이지요.

(B): 개인의 행복에는 소득보다 만족스러운 인간관계가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만족스러운 인간관계가 되려면 서로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2. (C): 무엇보다 40대 이후부터는 경제적 안정을 찾았기 때문이다.

(D): 사람은 돈의 많고 적음, 경제적 여유의 있고 없음에 따라 행복, 불행을 느낀다는 것이다. 삶의 기본적 조건들이 많이 충족되면서 그만큼 만족도가 높아진다.

3. 제목: 부자라고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 소득이 오를수록 더 행복할 것이라는 가정은 오류이다. / 단순히 소득만으로 행복의 정도를 가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유: 행복과 소득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삶의 욕구 수준이 낮아지면 같은 수준의 소득을 얻더라도 행복감이 더 늘어난다. 반대로 욕구의 수준이 높아지면 같은 수준의 소득에서 행복은 줄어든다. 따라서 소득이 늘어나도 욕구의 수준 역시 늘어나면 행복감은 전혀 증가하지 않는다.

4. 제시문 [가], [다]: 행복을 일정한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입장

제시문 [나], [라]: 행복은 일정한 기준으로 측정하기 곤란하다는 입장

공통점: 모두 행복과 그 측정 가능에 대한 다양한 견해

차이점: 전통 경제학에서는 행복을 객관적인 지표나 기준으로 측정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에 대한 비판과 대안으로 등장한 행복 경제학은 전통 경제학의 한계를 심리, 사회적 요인이 포함된 분석으로 보완해 보다 나은 경제학적 이론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김응현 경기 부천부흥중 교사 / info@ahaeconomy.com > 2012-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