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정책, 어디로 가야하는가?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로 기록되고 있다.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아제한 정책이 실행되고 있던 나라에 때 아닌 출산장려 바람이 불고 있다. 각 지자체에선 돈을 준다고 하고, 생활비에 교육비까지 대주겠다는 곳들도 많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옳타쿠나!’하며 애를 낳지는 않는다. 그러한 약속들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그것들이 아무리 실현된다해도 이 사회가 얼마나 살아가기 힘든 곳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만일 사람들이 더 많이 낳는다면 만사형통일까?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우리의 인구는 너무 많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출산율만 보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세계 2-3위권에 있다. 어쩜 지금의 문제들은 오히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곳에서 부딪히며 살아가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문제일지도 모른다.
과연 무엇 때문에 인구를 더 늘려야 할까? 왜 출산장려 정책은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걸까? 사람들이 애 낳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다음의 글들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세요.

<아이 안 낳는 사회 출산이 국가경쟁력>
아이 안 낳는 문제가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적 숙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는 49만3500명으로 1970년 통계청이 인구 통계를 낸 이후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여성 한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도 1.19명(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최저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99년부터 곤두박질쳤다. 이전 10년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1.6~1.7명)을 유지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나 자녀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경제난으로 살림이 어려워져 애 낳고 키우는 걸 부담으로 여기게 된 탓이 크다.
본지가 지난달 말 기혼 남녀 67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왜 아이를 더 낳지 않느냐'는 질문에 '교육비 부담'(48.5%)과 '육아비 부족'(19.0%) 등 경제적 이유를 든 사람이 가장 많았다. 그래서"급격한 출산율 감소를 막으려면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김두섭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런 추세라면 2017년부터 우리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승권 보건사회연구소 연구기획조정실장은 "100년 내에 인구가 현재(4800만 명)의 3분의 1인 1600만 명대로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출산의 부작용은 이미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당장 세금 내고, 군대 갈 사람이 줄어 국정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기업 현장에선 일손이 달려 나라 경제에 주름살이 깊어진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낼 젊은이가 부족해 노인 복지에도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아이들은 줄어드는데 평균 수명은 길어져 우리 사회는 급속히 늙어간다. 65세 이상 노인이 지금은 국민 열한 명당 한 명꼴(8.7%)이지만, 2100년엔 절반(45.0%) 가까이로 늘어날 전망이다. 뒤늦게 '저출산 재앙'을 깨달은 정부는 지난해 말에야 '인구고령사회 대책팀'을 만들고 대응에 나섰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7월 취임한 뒤 "출산율이 83년 대체출산율(인구를 현상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인 2.1명으로 떨어졌을 때 (출산 장려로) 방향을 전환했어야 하는데 20년 넘게 고민만 했다"고 한탄했을 정도다. 일본 정부는 69년부터 저출산 문제에 대처했어도 별 소득이 없다. 일본보다 출산율이 더 낮은데도 이제야 발 벗고 나선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중앙일보, 2004.09.14



<낳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출산장려정책 엇박자>

지난해 기준으로 가임 여성 1인당 출산율이 1.19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보이는 등 국내의 저출산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출산장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출산정책에 일관성이 없었던 데다 일부 정책의 경우 오히려 출산 의욕을 꺾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또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책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기 위해 정관수술을 받은 남성은 올해 상반기에만 4만여 명. 지난해까지도 민방위훈련소에선 ‘인구 억제 정책사업’의 일환으로 2만원만 주면 쉽게 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정관수술의 경우 처음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 반면 50여만 원이 들던 복원수술은 지난달에야 뒤늦게 보험이 적용됐다. 그나마 30만원이나 될 정도로 비싼 편이다.
여성이 임신하면 반드시 한두 번은 받게 돼 있는 초음파검사 등의 산전 진단비용은 아직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최근 쌍둥이를 낳은 조모씨(27살)는 “산전 진단 비용이 남들의 2배인 데다가 보험회사마저 조산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태아보험을 받아주지 않아 한때 유산도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성의 출산 비율이 급격히 낮아지자 2000년 출산격려금과 육아양육비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한 출산장려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예산 부족에다 출산율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지난해 말까지 세 차례나 정책을 수정하거나 백지화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정부는 저출산 상황이 심각해지자 올해 1월 저출산에 대응해 출산을 장려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이라곤 자녀 교육비에 대한 세제 혜택 수준이고 나머지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별로 시행되고 있는 출산장려정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게 고작이다.
일부 지자체는 아이 낳기를 꺼리는 신혼부부들을 위해 출산시 5만∼10만원의 축하금이나 30만원의 양육보조비 등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홍보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데다 출산을 장려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대도시는 양육보조비를 주더라도 보육원에 보낸 경우로 한정하거나 대상을 셋째 아이로 제한해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아일보(2004.09.04)



<한국은 만원이다>

아주 친한 사람끼리 이야기하는 거리는 45㎝를 벗어나지 않는다. 보통 친한 사람의 대화 거리는 75~125㎝이고, 사회생활 상 이야기를 주고받는 거리는 210~300㎝이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미국인의 ‘친밀 거리’를 조사한 결과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친밀도에 따라 대화 거리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통계로 낸 것이다. 그는 또 자기 책상 옆90㎝ 거리에 방문자용 의자를 놓고 관찰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학생은 의자를 자꾸 더 멀리 떨어지게 놓으려 했다.
사람 사이에 다정한 대화가 그리운 시절이나, 타인과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친밀의 거리는 이미 우리의 무의식 속에 정해져 있다. 그 거리를 침해하는 것은 사회 예절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개체 간의 거리가 무리하게 좁혀질 때, 인간이나 동물은 타자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낸다.
‘집단적 괴롭힘’의 원조 격인 일본의 ‘이지메’는 종종 그들의 협소한 주거 공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역사에서 보듯 일본인의 특징은 주변 국가에 대한 공격성, 가해성으로 나타난다.
생활에서 적당한 거리와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스트레스가 원인의 하나라는 추론이다. 일본인의 주거 공간은 그들의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비좁다. 우리가 일본에서 배워서 안 될 것 중의 하나가 좁은 공간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좁은 공간은 인간성ㆍ국민성을 왜곡시킨다.
몇 해 전 브라질에 가보고 감탄한 것이 많다. 드넓은 국토와 울창한 밀림을 바라보며 삼바춤과 축구에 열광하는 브라질인의 삶에 대한 긍정과 낙관이 부러웠다. 그들은 단순 소박했고 인종적 편견이 없이 어울려 살고 있었다. 동료와 함께 우리의 인구 사정과 각박해지는 인심을 떠올리면서 “현 상태로는 미래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주고받던 기억이 새롭다.
최근 우리 출산율이 1.42명(1999년현재)으로 발표되자, 관련 부처 간 출산율 하락에 대한 우려와 긍정이 팽팽하다. 한 집 당 평균출생아가 1.42명이라는 것이다. 하락을 걱정하는 쪽은 인구 고령화와 경제 인구 감소, 노동력 부족, 노년 인구 부양비 증가 등으로 인해 국제 경쟁력에서 뒤 처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대 입장에서는 출산율 하락 때문에 노동력 저하를 우려하는 것은 기술집약적인 시대에 맞지 않으며, 선진국 중에는 인구 증가가 마이너스인 곳도 많다고 주장한다. 또한 여성의 입장에서 노동력 부족을 여성인력 활용으로 극복하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의 인구 사정은 아직 심각하다. 인구밀도는 1998년에1㎢ 당 467명이 되었고, 방글라데시 대만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이 13억 명의 대인구를 지녔지만 인구밀도는 한국보다 훨씬 낮은 131명인데, 이에 비해 국토는 남한의 96배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현재도한 자녀를 강요하고 있다. 일본도 인구밀도는 335명이고, 국토는 남한의 3.8배로 여건이 한결 낫다.
인구 정책에서는 당장의 국가 경쟁력보다 개인과 후손이 누릴 삶의 질이 더 심도 있게 고려돼야 한다. 4,767만 명이 모여 사는 우리의 국토, 특히 2,000만 명이 바글대는 수도권의 주거ㆍ교통 환경을 보면 출산율 하락이 반갑기만 하다.
주중이면 도심 교통이 막히고 주말이면 근교 길이 막혀 도무지 움직이기가 겁나는 수도권의 삶을 보며, 출산율 하락을 걱정하는 것은 넌센스 같다. 그 위에 신도시가 자꾸 세워지는데 삶의 질을 얘기하는 것은 공소하고 허황돼 보인다.
삶에 대한 개인적 성찰과 환경에 대한 자각이 모처럼 출산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 인구 근대화의 문턱에서, 우리 인구는 더 줄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낭만 때문이 아니라 후손이 더 쾌적한 공간에서 인간적 삶을 누리게 하고 싶기 때문에 그러하다.
한국일보. 2001.09.04



<노인 많아지면 세금 부담 커져>

여러 이유로 아기를 하나씩만 낳는 집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우리 반에도 그런 가정이 적지 않다. 아기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큰 문제다. 꿈나무들은 적고 노인이 많아진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노인이 많으면 젊은층은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고, 그만큼 나라의 경제력도 약화될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외동아이일수록 형제가 많은 아이보다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곧잘 짜증을 낸다. 형제 관계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인데 아무래도 경험할 기회가 적어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배우자가 일찍 죽어 혼자 살 경우 아파도 보살펴 줄 사람이 없고, 노후엔 가족이 없어 외롭게 지내야 한다.
개인이 잘 먹고 잘 사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나중에 이처럼 큰 고통을 당한다. 과거엔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어려웠어도 자식을 키우는 보람에 살았다고 한다.
의학의 발달로 수명은 늘어만 간다. 무조건 낳지 않으면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출산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다.

함수경 학생기자(경기도 지도중학교 1학년) / 중앙일보(2004.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