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의 기초 3원칙 ① 문제 분석의 원칙

정재용 | 입력:2013-09-11 오전 10:00:27

[머니투데이 정재용 프로세스논술학원 논술팀장][[MT교육 에세이] 정재용의 논술 레시피]

얼마 전 각 대학의 수시 원서접수가 마감되었다. 이제 논술시험 일정이 얼마 안 남았다. 본격적으로 논술을 대비해야 한다. 오늘부터 논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몇 주간에 걸쳐 논술의 기초 원칙을 설명하고자 한다.

◆논술의 핵심: 결론의 명료성과 이유의 구체성

많은 학생들이 논술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전혀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논술 또한 시험이다. 질문에 대해 답을 하면 된다. 그런데 다른 시험과 논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왜 그것을 답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유를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가지만 신경쓰면 논술 초보자라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① 질문에 대한 답을 최대한 명료하게 정리할 것 ② 이유를 최대한 자세히 설명할 것.

◆논술의 어려움: 시간과 분량 제한

이렇게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이 의외로 어렵다. 가장 큰 어려움은 시간과 분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논술은 기본적으로 제시문도 한글, 문제도 한글이다. 제시문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여러 번 읽고 찬찬히 생각해 보면 누구든 다 잘 풀 수 있다. 그런데 시간적으로 촉박한 가운데 제시문을 빨리 읽고 생각을 정리하려니 무의미한 내용을 두서없이 나열하다 끝나는 것이다.

◆대응방안: 문제 분석을 통한 사전 답안 구상

해결책이 있다. 시험지를 받으면 가장 먼저 문제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다. 이때 해야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① 넘버링을 하며 답해야 하는 세부 질문들을 정리할 것 ② 각각의 세부 질문들에 분량을 얼마나 배분해야 할지 계획할 것. 실제 사례를 통해 연습해 보자.

"제시문 [가]를 참고하여, [나]와 [다]의 논지를 비교 대조하라." (800~1000자) (2013 서강대 기출)

먼저 세부 질문을 정리해 보자. 세부 질문 정리를 할 때에는 문제의 구절들을 세심히 따라가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최대한 촘촘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① [가]를 참고하라고 했으니 먼저 [가]의 내용을 정리해 주어야 한다. ② 그 다음 [나]와 [다]의 논지의 공통점과 ③ 차이점을 해명해야 한다. 참고로 비교는 공통점, 대조는 차이점을 의미한다. 질문에서 굳이 비교 대조라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공통점도 반드시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논지는 결론과 이유를 의미한다. 공통점, 차이점을 찾은 이유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각 제시문의 결론과 이유가 반드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분량을 배분해 보자. 분량 배분의 기본 원칙은 세부 질문 별로 1:1로 배분하되, 중요도가 높거나 많은 제시문을 활용해야 하는 세부 질문에 대해서는 추가 분량을 할애하는 것이다. 위 문제에서 답해야 하는 세부 질문은 크게 3가지이다. [가] 참고, [나][다] 공통점, 차이점. 그렇다면 300, 300, 300자씩 배분할 수 있다. 하지만 공통점과 차이점을 제시할 때는 [나]와 [다]의 논지를 근거로 제시해야 하므로 추가 분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① [가] 요약 200 ② [나][다] 공통점 400 ③ 차이점 400자씩 배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차이점을 2가지 이상 지적하는 경우 공통점 300, 차이점 500으로 약간의 조정을 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2)의 관점에서 (1)의 (가), (나)를 논평하고, (2)와 (3)의 차이에 주목하여 '상품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900±50자) (2013 고려대 기출)

세부 질문 정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① (2) 관점 정리 ② (가) 논평 ③ (나) 논평 ④ (2)와 (3) 차이 해명 ⑤ 상품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 논술. 참고로 논평은 이유를 논리적으로 밝혀 평가하라는 뜻인데, 평가는 긍정 또는 부정적 가치판단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2)의 입장에서 (가)와 (나)를 보았을 때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판단하고, 이유를 제시해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논술은 이유를 들어 논리적으로 서술하라는 의미이다.

상대적으로 분량 배분이 어렵다. 이 문제에는 상당히 많은 요구사항이 제시된 반면, 분량은 총 900자에 불과하다. 고득점을 위해서는 체계적 분량 배분이 매우 중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내용을 다 알고서도 분량 조절에 실패해 불합격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요구사항 간의 중요도는 일반적으로 요약 < 비교 < 적용설명 < 비판 < 견해·해결책 순이다. 말하자면 이 문제에서는 ① 요약과 ④ 비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②③ 논평과 ⑤ 견해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그런데 비교는 두 제시문을 모두 언급해 주어야 하므로 분량이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① (2) 관점 100 ② (가) 논평 150 ③ (나) 논평 150 ④ (2)(3) 차이 200 ⑤ 생각 300자 정도로 배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논점 일탈과 구조 불균형을 피해야

문제 분석에 충실하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논점 일탈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술은 백일장이 아니다. 희대에 길이 남을 명문을 작성하더라도 질문과 무관하다면 시험에선 탈락이다. 두 번째 장점은 전체 분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짜임새있는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부 질문이 여러 가지라도 배점이 전부 동일한 것은 아니다. 고득점 항목을 집중 서술한다면 득점에 유리한 답안을 완성할 수 있다.

(속편에서 계속)

※정재용 프로세스논술학원 논술팀장은 메일을 통해 칼럼 독자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bexian@naver.com


정재용프로세스논술학원 논술팀장 united97@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논술의 기초 3원칙 ② 제시문 정리의 원칙

정재용 | 입력:2013-10-02 오전 10:49:42

[머니투데이 정재용 프로세스논술학원 논술팀장][[MT교육 에세이] 정재용의 논술 레시피]

각 대학의 수시 논술고사가 한창 시행 중이다. 논술 시험에 어떻게 응시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몇 주간에 걸쳐 논술의 기초 원칙을 설명하고자 한다.

◆제시문의 정확한 이해는 합격의 필수 요건

논술은 질문에 답을 하고, 그것이 왜 답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유를 설명하는 시험이다. 그런데 논술의 질문은 제시문과 문제로 이뤄진다. 제시문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질문의 취지에 부합하는 좋은 답을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지난 주말에 시행된 2014 건국대 논술 시험의 인문사회계 문제에서는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한 제시문이 출제되었다. 그런데 [가] 제시문이 문제였다. 글의 시작은 이러하다. "언어의 부재가 곧 사고의 부재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참으로 그러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뒤에 따라올 내용이 무엇이겠는가? 일반적 상식으로는 당연히 언어와 사고는 필수적 연관성이 없다는 내용이 나올 것 같다. '그러나'라는 접속사가 역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이후에는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의식 세계에서 언어작용이 중단된다고 볼 수 없으며, 언어화되지 않은 생각은 사고가 아닌 느낌"이라며 언어와 사고의 밀접한 관계를 주장한다. '그러나 참으로 그러한지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러하다'는 식으로 의표를 찌르는 구성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첫 번째 문장에 사로잡혀서 제시문의 논지를 '언어와 사고는 관련성이 약하다'는 식으로 정반대로 이해하였다. 논쟁 구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이후 견해를 제시하는 문제에서 좋은 답을 쓸 수 있었을 리 없다.

괴상한 글을 출제한 대학측을 탓할 수도 없다. 출처가 고등학교 '국어생활'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교과서내 출제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학생의 독해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제시문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다른 대학들에서도 이런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교과서 내에서 제시문이 출제되더라도 문제는 결코 쉬워지지 않을 것이다.

◆대응방안: 결론-이유-상술의 3문장 정리법

독해 실력을 단시간 내에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기란 쉽지 않다. 사실 독해력의 상당부분은 수능 국어영역 공부를 하면서 길러진다. 그런 점에서 수능 국어는 논술의 선행과목이라고 할 수도 있다. 차이점도 있다. 수능 국어의 고득점 관건은 세부적 내용을 꼼꼼하게 파악하는 것이지만, 논술에서는 큰 틀에서 결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제시문 파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를 참고하여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결론을 파악하는 습관을 기르려면 제시문을 읽고 결론~이유~상술의 3문장으로 정리하는 연습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큰 틀에서 제시문이 궁극적으로 말하는 결론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그런 결론을 제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이유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는 문장을 덧붙여준다.

◆키워드는 동일하게, 서술은 다르게

많은 학생들이 제시문을 정리할 때 범하는 오류가 있다. 제시문의 표현을 짜깁기 식으로 옮겨적는 것이다. 그러면 분량은 채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합격하기는 힘들다. 수준높은 답안이 되려면 제시문을 요약할 때 핵심 키워드는 그대로 가져다 쓰되, 구체적인 서술은 자신의 이해를 반영하여 풀어 설명하는 식으로 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시문을 독해하면서 핵심 내용들을 간단하게 메모해 두는 게 좋다. 그리고 나중에 답안을 작성할 때에는 제시문이 아니라 메모를 보면서 문장을 만들면 자신만의 차별화된 표현으로 답안을 완성시킬 수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건국대 기출 제시문을 정리한 결과를 사례로 제시한다.

"언어는 사고작용에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왜냐하면 말없이 생각하는 경우에도 머릿속에서는 언어의 형태로 사고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화되지 않은 생각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느낌과 사고를 혼동하는 것에 불과하다."

의미를 더욱 명료하게 하기 위해 "추상적인 느낌이 사고의 형태로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언어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와 같은 상술을 한 문장 더 붙일 수도 있겠다.

위 요약문은 결론~이유~상술~상술의 상술 순으로 구체화의 정도가 점점 더해진다. 제시문의 초점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언어'와 '사고'라는 핵심 키워드는 그대로 살리되, 구체적인 서술은 제시문과 전혀 다르다.

◆차별화된 제시문 정리의 핵심: 결론 중심과 참신한 표현

이 연습이 잘 되면 두 가지 측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첫째, 답안 분량 조절이 용이하다. 어떤 경우에는 제시문 정리를 한 문장으로 처리해야 될 때도 있고, 또다른 경우에는 세 문장을 할애할 수도 있다. 분량이 길어질수록 결론~이유~상술 순으로 덧붙여 가면 된다. 결론 파악이 잘 되는 학생은 자유자재로 글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둘째, 다른 답안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동일한 제시문 내용을 정리하더라도 구성과 표현이 다르면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쉽고 정확한 표현으로 결론을 선명히 드러낸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남은 기간동안 지망 대학의 기출 제시문들을 대상으로 결론~이유~상술의 3문장 정리법을 연습한다면 답안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재용 프로세스논술학원 논술팀장은 메일을 통해 칼럼 독자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bexian@naver.com


정재용프로세스논술학원 논술팀장 united97@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논술의 기초 3원칙 ③ 개요 작성의 원칙[머니투데이] 입력 2013.10.09 18:27 / 수정 2013.10.09 18:30
[머니투데이 정재용프로세스논술학원 논술팀장 united97@]

[[MT교육 에세이] 정재용의 논술 레시피]

각 대학의 수시 논술고사가 한창 시행 중이다. 논술 시험에 어떻게 응시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몇 주간에 걸쳐 논술의 기초 원칙을 설명하고자 한다.

◆논술 학습의 목표: 답안 차별화

논술 시험의 경쟁률은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40대1은 가볍게 넘는다. 수능 최저기준이 있는 경우에는 8대1에서 20대1 정도로 줄어들긴 하지만 여전히 높다. 경쟁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차별화된 답안을 작성해야만 합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논술 공부의 목표는 남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답안을 작성해서 채점자의 눈에 드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대응 방안: 개요 작성법

그런데 이것이 썩 쉽지 않다. 똑같은 제시문을 읽고 똑같은 요구사항에 답해야 한다. 분량 또한 제한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을 한정된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한다. 글을 작성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많은 학생들은 답안을 완성시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인데, 게다가 잘 쓰기까지 해야 한다니 죽을 맛이다. 이러한 이중고를 극복하고 수준높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개요 작성이다.

개요 작성은 본격적인 글을 작성하기 전에 그 내용을 약식으로 미리 정리해 보는 글쓰기 기법이다. 수능 국어 시험에서 개요 관련 문제가 항상 2~3문제씩 출제되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에게 비교적 친숙하다. 하지만 막상 개요를 작성해 보라면 당황스러워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여기 논술 시험에 필요한 구체적인 개요 작성 방법을 제시한다.

◆방법 1: 결론과 이유는 문장개요로, 제시문 내용은 화제개요로(형식)

개요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문장개요는 자신이 쓰고자 하는 내용을 완성된 문장의 형태로 작성하는 것이다. 주로 글의 핵심내용을 정리할 때 사용된다. 표현을 정밀하게 다듬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화제개요는 간단한 키워드 형태로 정리하는 방법이다.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대목을 빠르게 정리할 때 사용되는데, 나중에 본문 작성 단계에서 여기에 살을 붙여서 문장을 완성한다.

일단 제시문을 읽으면서 핵심 키워드, 결론, 이유를 화제개요 형식으로 간략하게 정리한다. 제시문 요약정리 부분에서는 자신이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사실만 전달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바탕으로 생각을 전개해서 문제 요구사항에 답을 하는 결론과 그 이유를 제시하는 문장을 구상할 때는 문장개요를 작성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문장들에서 자신의 핵심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전문 채점자가 답안을 읽을 때 모든 문장들을 동등한 비중으로 읽지는 않는다. 논증의 뼈대를 이루는 결론과 이유 문장을 중심으로 학생의 견해를 확인하고, 나머지 내용은 특별한 것이 없는지 정도만 살피며 빠르게 훑고 지나간다. 결론과 이유 부분이 명료하게 기술되어 있다면 다른 내용이 조금 두서 없더라도 학생의 실력을 확실하게 평가할 수 있다.

결론과 이유를 문장개요로 작성해야 하는 또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문장 작성과 수정의 과정에서 사고의 깊이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고작용에서 언어가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학설이 있지만 사고를 심화시키는 데 언어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자세히 쓸수록 생각도 자세해진다. 사고의 구체성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핵심 논증은 문장으로 작성하고 여러 번 고쳐 쓰는 게 좋다.

◆방법 2: 답안에 포함될 모든 내용을(범위)

개요 작성 시에는 답안의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에 들어갈 모든 내용을 끝까지 전부 구상해 보아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개요를 쓰는 경우에도 답안 작성 방향을 대략적으로 알겠다는 느낌이 들면 개요 쓰기를 중단하고 바로 서술에 들어간다. 이 경우 구체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답안을 작성하다 보니 중간에 생각이 꼬여서 중언부언하게 된다.

답안 쓸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개요 작성을 여유있게 못 하는 심정은 십분 이해된다. 하지만 답안을 쓰다가 망치고 중간에 바꾸게 될 경우 엄청난 시간 낭비를 초래한다. 보통 글을 쓰면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내용 정리가 잘 안 되어서이다. 오히려 개요 작성 단계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내용 구상을 잘 하는 게 전체 작성 시간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방법 3: 문장 단위로 정리하여야(분량 및 밀도)

개요 작성 단계에서는 구상한 내용을 몇 문장으로 정리할지 결정하여야 한다. 주어진 분량에 따라서 쓸 수 있는 문장 수에 제한이 있다. 보통 한 문장을 50~60자 가량이라고 한다면 300자 답안에서는 6문장, 500자 답안에서는 10문장 남짓을 쓸 수 있을 뿐이다. 내가 생각한 내용을 몇 문장에 써야 할지 계산해 본다면 얼마나 자세히 구상할지도 짐작할 수 있다. 답안에 쓸 수도 없는 내용을 너무 많이 생각함으로써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을 막게 해 준다.

◆개요 작성의 사례: 2014 동국대 모의논술

이상의 방법에 따라 개요를 작성한 실례를 살펴보자. 올해 발표된 동국대 모의 논술 문제에서는 맥루한의 미디어 4법칙이 라디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600자 가량으로 작성하라고 한다. 600자라면 10문장 정도를 작성할 수 있는데, 문제상황을 제시하는 데 2문장 정도를 할애한다면 본론에는 8문장을 쓸 수 있다. 일단 4법칙을 제시하는 데 한 법칙당 하나씩 4문장이 소요될 것이다. 결국 라디오 적용 설명은 한 법칙당 한 문장을 쓰면 될 것이다. 도입부와 법칙은 화제개요로, 설명은 문장개요로 작성한다.

▷도입: 맥루한의 미디어 법칙 4가지는 모든 매체에 적용 ---> 라디오에도 적용

▷제1법칙: 지배적 매체는 의사소통 효율성 향상, 범위 확대
---> 라디오 매체는 전파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문맹자들에게도 정보를 전달하여 정보전달 속도와 범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제2법칙: 지배적 매체는 과거 매체 관련 사회문화현상 약화
▷제3법칙: 지배적 매체는 과거 매체로 인해 쇠퇴된 사회문화현상 부흥
---> 라디오 매체가 전파되면서 발화자의 음성을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청취하고, 전화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전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활자매체에 기반한 개별적 사유문화가 쇠퇴하고, 과거 구술매체의 특성이었던 친밀성, 즉흥적 상호작용문화가 부흥했다.

▷제4법칙: 지배적 매체는 이후 보완적, 이질적 매체에 의해 대체
---> 라디오 매체는 이후 기술 발전에 따라 청각 작용에 시각 작용까지를 보완한 텔레비전 매체에 의해 지배적 위치를 대체하게 되었다.

남은 기간 동안 지망 대학의 기출 문제를 대상으로 개요 작성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답안의 명료성과 심층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재용 프로세스논술학원 논술팀장은 메일을 통해 칼럼 독자와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