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논술] 5원칙으로 논술답안 작성해보자
반대의견도 감안해야 설득력
문제점 분석하는 습관 길러야

▲ 김준성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선임연구원.
입시뿐 아니라 중·고등 교육 과정에서 논술식 문제의 비중이 더 높아질 예정이다. 논술 답안을 작성하는 매우 많은 방법이 소개되었다. 그 방법들은 다섯 단계로 요약될 수 있다. (1) 제시문과 문제 이해하기, (2) 답을 제시하기 위한 아이디어 만들기, (3) 아이디어를 토대로 핵심 주장(논지) 제시하기 (4) 핵심 주장을 중심으로 글의 구조 만들기, (5) 구조에 따라서 구체적인 근거(논거) 제시하기. 다음 문제를 가지고 이 다섯 단계를 확인하자.

[제시문] 하나의 가설을 수용하는 여부는 일반적으로 그 가설과 관련된 정보에 상대하여 결정된다. 유한한 정보의 집합 {D1, D2, D3, D4, D5}가 있다고 가정하자. 여러 가설이 이 정보의 집합과 관련될 수 있지만 두 가지 가설 H1, H2가 이 정보와 관련된다고 하자. 그래프로 두 가설과 정보와의 관계를 나타낼 수 있다. H1은 D1, D4만을 통과하는 직선으로 나타난다. 반면 H2는 D1부터 D5까지의 모든 정보를 통과하는 지그재그 모양을 가진 곡선으로 나타난다.

[문제] 제시문에 소개된 두 개의 가설 H1, H2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 가설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시오.


(1) 제시문과 문제 이해하기:위 제시문의 내용은 과학뿐 아니라 일상적인 추론에서 자주 부딪히는 문제를 담고 있다. 가설 H1은 단지 두 가지 정보 D1, D4와 관련되지만 직선이란 단순한 구조를 가진다. 반면 가설 H2는 모두 정보와 관련되지만 상대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가진다. 우선 이 두 가지 가설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가설 H1은 H2에 비해 단순하지만 전달하는 정보의 양은 적다. 가설 H2는 H1에 비해 복잡하지만 전달하는 정보의 양은 많다.

(2) 답을 제시하기 위한 아이디어 만들기:이 경우에 어떤 가설을 선택할 것인지는 결정자가 어떤 기준을 선택하는지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가설 H1을 선택하는 사람은 가설의 단순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할 것이다. 반면 가설 H2를 선택하는 사람은 가설의 정보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할 것이다.

(3) 아이디어를 토대로 핵심 주장(논지) 제시하기:가설의 단순성을 뒷받침하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이 이유들 중 한 가지를 택하면 그것이 핵심 주장이다.

(4) 핵심 주장을 중심으로 글의 구조 만들기:단순한 가설이 더 신뢰할 수 있는 예측을 한다는 주장을 강화하는 근거들이 제시되어야 한다. 만약 그 근거가 세 가지이면 핵심 주장을 뒷받침하는 세 개의 하부 구조가 나올 수 있다.

(5) 구조에 따라서 구체적인 근거(논거) 제시하기:각각의 근거가 핵심 주장을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는지 정당화나 증명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구체적인 논거이다.

위 단계에서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 (4) 와 (5) 의 단계에서 나만의 일방적인 주장을 제시하면 안 된다. 반대 입장에서 제기할 수 있는 주장들을 고려해야 하고 그 주장들에 대한 응답을 제시할 때 나의 주장과 논거들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둘째, 논술에서 단계 (1) 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제시문을 파악하는 능력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엇을 읽고 듣는지 ‘왜?’ ‘어떻게?’ 등의 질문으로 분석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김준성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선임연구원
입력 : 2006.09.17 21:48 17' / 수정 : 2006.09.17 21:54 44'
주요대 확정 2008 입시안 특징
학생부ㆍ논술 비중 확대, 수시1학기 전면 폐지
학생부 중심 전형, 자연계 논술 신설
전체적 틀은 2007년도와 비슷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이 21일 발표한 2008학년도 입시안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기본틀은 2007학년도와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학생부와 논술비중을 한층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수시1학기 모집 전형은 일괄적으로 폐지했으며 대신 수시2학기 모집 전형을 좀더 다양화해 실시키로 했다.

정시모집의 경우 학교별로 논술 반영비율이 5~20%대로 상향조정됐고, 2007학년도까지 없었던 자연계 논술도 2008학년도부터 신설돼 인문ㆍ자연계 모두 논술을 치르게 됐다.

수시모집에서는 학생부 중심 입시를 통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뜻에서 학생부 반영 비율을 대폭 높이거나 오로지 학생부만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전형들이 신설ㆍ확대돼 눈길을 끈다.

◇ 학생부ㆍ논술 강화 = 2007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대부분 30~40%대였던 학생부 비중이 2008학년도에는 50%대로 높아졌다.

이는 지난 5월 열린 국내 21개 국립ㆍ사립대 입학처장 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내신 중심의 입시를 통해 학교교육을 정상화해 보겠다는 취지다.

학교별로는 경희대, 고려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이 학생부 비중을 50%로 높였고 국민대와 서강대는 40%를 반영키로 했다.

수시 2학기 모집의 경우 전형별로 학생부, 수능, 논술 등이 다양한 비율로 반영되지만 역시 학생부 중심이라는 흐름에 맞추기 위해 여러 대학들이 모집 정원의 일부를 아예 학생부만으로 뽑는 전형을 신설하거나 확대했다.

서강대와 경희대가 100% 학생부 성적으로 1단계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생활 우수자 전형’을 신설했고 이화여대도 학생부 중심 전형을 신설해 전체 모집인원의 10% 이내를 선발할 계획이다.

성균관대와 숙명여대 역시 학생부 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학업우수자 전형’ 선발 인원을 전년보다 늘리기로 했다.

논술 비중이 확대된 것도 특징이다. 정시모집의 경우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2007학년도 4%에서 2008학년도 10%, 한양대가 5%에서 10%, 경희대가 3%에서 10%, 성균관대가 3%에서 5%로 늘렸고 숙명여대는 3%에서 20%로 대폭 확대했다.

40~50%대인 학생부, 수능에 비하면 논술비중 자체가 그리 큰 것은 아니지만 대학별로 적게는 2%포인트에서 많게는 17%포인트까지 확대된 셈이다.

2007학년도까지 치르지 않았던 자연계 논술도 일제히 신설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수시 2학기 모집에서도 고려대와 이화여대, 한양대가 일반전형에서 논술 50%, 서강대가 학교장 추천 및 학업우수자 전형에서 논술 60%를 반영키로 하는 등 논술비중을 높인 전형들이 눈에 띈다.

각 대학 입학처는 그러나 논술비중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2008학년도 입시안 전체를 놓고 볼 때 논술이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 이재용 입학처장은 “정시모집의 경우 논술비중 자체가 그리 크진 않기 때문에 수능과 학생부 성적 동점자를 구별하는 기준 정도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황규호 입학처장은 “어떤 전형은 학생부, 어떤 전형은 논술, 어떤 전형은 수능 등 전형 종류에 따라 여러 요소가 상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며 “학생들은 각자 자신있는 요소에 맞춰 입시전략을 짜면 된다”고 말했다.

◇ 다양한 특별전형 = 일반우수자 전형 외에 2007학년도처럼 다양한 특기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전형이 학교별로 실시된다.

이화여대는 미래과학자 전형 선발인원을 현재 70명에서 150명으로, 외국어 우수자 전형 인원을 100명에서 200명 이상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특정영역 우수자 모집인원을 두 배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서강대는 외국어 특기자들을 대상으로 외국어 논술 및 면접을 실시하는 ‘알바트로스 국제화 전형’을 , 성균관대도 외국어 특기자를 위한 ‘글로벌 리더 전형’을 신설해 100명을 선발한다.

숙명여대는 특목고 출신자 동일계 특별전형(어문계ㆍ이공계)을 신설해 모집인원의 10% 내외를 선발할 계획이다.

고려대는 정시모집에서 농어촌학생ㆍ실업계고교출신자ㆍ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을, 수시모집에서 글로벌 인재ㆍ과학영재ㆍ사회통합 전형을 실시한다.

서울=연합뉴스
입력 : 2006.09.21 21:12 23'

서울 재현고 매일 600자 논술… 교사 8명이 밀착지도
논술광풍[中] 사교육과 대결하는 학교들
■ 서울 동북고 한교실에 교사 7명 전공별로 주제풀이 ■ 서울 중동고 수준별 강좌 ■ 일산 대진고 정규수업에 논리학 ■ 서울 성남고 논술교사만 20명

‘논술 비중 확대와 통합교과논술 실시’로 요약되는 2008 대입의 직격탄이 떨어진 곳은 일선 고교 1·2학년 교실이다. ‘어느 정도의 눈높이로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 이 문제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학교 울타리 안에서 논술을 제대로 가르치겠다며 발 빠르게 대처하는 학교들이 있다.

▲ 25일 오전 서울 중계동 재현고 1학년 학생들이 중국의 역사 왜곡 관련 기사를 참고로 논술을 작성하고 있다. /김보배 객원기자
재현고, 사설 학원에 도전장

25일 오전 7시20분 서울 중계동 재현고 1학년 15반. 학생 32명이 일제히 신문과 두툼한 노트를 꺼냈다. 매일 아침 정규수업 시작 전 20분간 진행되는 ‘사설(社說) 노트 수업’ 시간이다. 학생들은 노트에 스크랩된 일간지 사설을 읽고 단답형 질문에 답을 적은 뒤 ‘600자 논술’을 작성했다. 1·2학년 전교생을 상대로 한 수업은 이 학교 논술교육의 한 축이다.

다른 한 축은 교사 8명으로 구성된 ‘파워논술팀’. 이들은 올 초에 사설 학원과의 ‘경쟁’을 선언하고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논술·구술·심층면접은 이제 학원이 아니라 학교 논술팀에서 준비하십시오.’ 이 팀이 개발한 ‘5단계 논술교육 시스템’도 소개했다. 이들의 경쟁 상대는 ‘은행사거리’로 알려진 인근 학원가. 학원 밀집지역 때문에 이곳은 ‘강북 8학군’이라고 불린다.

교사들이 파워논술팀을 만들려고 할 즈음 “그냥 외부 강사를 초청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김양휘 교장이 나서 “논술을 잘 준비해 명문고로 도약해보자”며 설득했다. 김 교장은 “논술까지 학생을 사교육에 뺏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의 지도방식은 2명의 교사가 교대로 난상토론, 면담, 첨삭 지도, 논술문 완성의 단계를 밟아 가며 7~8명의 학생들을 지도하는 식이다. 학교는 1·2학년 각각 네 그룹의 학생군(群)을 모집했다.

동북고, 통합 논술수업 전도사로

서울 둔촌동 동북고의 통합논술 수업은 재현고와 다른 방식이다. 매주 금요일 논술 수업 때마다 최대 7명의 교사들이 한 교실에 ‘우르르’ 들어가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경제, 철학, 물리, 국어, 윤리 등 통합논술팀의 교사들은 한 주제를 각자 전공에 연결시켜 분야를 넘나드는 릴레이식 수업을 펼친다.

작년에 역량을 집중한 인문·사회 논술에 이어 올해는 수리과학팀에서 2학년생 65명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2008년 입시안이 발표되기 전인 작년 2학기 때부터 시작돼 이제는 완전히 정착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논술팀을 이끌고 있는 권영부 교사의 설명이다.

이제 이 학교의 논술 수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는 학교들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경문·선덕·목동·숭의여고는 물론 전남의 창평·장성고에서도 교사들이 다녀갔다. 동북고 교사들은 광주, 목포와 제주도로 직접 ‘출장 컨설팅’을 떠나기도 한다. 권 교사는 “공교육도 의지를 갖고 제대로 준비하면 논술교육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학교에서는 이미 교사들 간에 독서토론회가 조직돼 있어서 이것이 통합논술팀을 발족시키고 지속시키는 데 밑거름이 됐다.

중동고, 각자의 노하우를 심화

기존에 진행해온 논술 수업방식을 더욱 심화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한 학교들도 눈에 띈다.

서울 중동고는 조만간 수준별 논술 강좌를 실시하기로 했다. 선행 학습도가 낮은 학생은 기초반을 이수해야만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초반에서는 문장 작법(作法)에서부터 아예 다시 가르칠 계획이다.

5년 전부터 1학년 정규 수업에 논리학을 포함시켜 논술 시험에 대비해온 일산 대진고는 현재 전 교과서를 대상으로 논술과 연관된 부분을 분석, 발췌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 성남고의 경우 최근까지 20여명에 이르는 논술교사를 확보해 언제든지 강의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이다. 이 학교는 논술교사의 수준을 더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최재혁기자 jhchoi@chosun.com

“국영수 대신 論·英·數” 세살부터 과열 논술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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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배기 유림(여)이는 요즘 1주일에 한 번씩 ‘논술’을 공부하고 있다. 방문교사가 집에 찾아와 그림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말이나 그림으로 독후감을 대신한다. “논술 배우기엔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엄마 최모(33·서울 도곡동)씨는 “이제 대입에선 논술이 대세 아니냐. 책 읽는 습관도 길러줄 겸 늦게 시키는 것보단 낫다”고 말했다. 최근 논술사업을 시작한 서울 서초동의 H사는 아예 ‘통합논술 프로그램’이란 이름을 걸고 3~7세 원생을 모집하고 있다. 방문교사가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토론하는 식이다. 이 업체는 현재 ‘1000명 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학습지 회사인 C사도 1년 전부터 유아논술 교재를 제작해 전국 유아·유치원에 공급하고 있다. 유치원을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한 결과, ‘장사가 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교재가 꼭 글쓰기에 한정된 건 아니었지만, 유치원들의 요구로 교재에 ‘논술’이란 두 글자가 붙게 됐다. 업체측은 “요즘은 엄마들이 유치원에서 논술까지 해줘야 좋아한다”며 “동네 보습학원들도 유아(幼兒)논술반을 만들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2008년 대학입시부터 ‘논술’ 비중을 높이겠다고 최근 발표한 이후 ‘사교육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서울 대치동, 목동 등 대입 수학능력시험 중심으로 짜인 학원가는 ‘논술’로 무게 중심을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특히 논술이 사교육의 ‘핵’으로 급부상하면서 “대학입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찍부터 ‘논술’을 가르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져 가고 있다. 2~3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초등논술 바람이 이제 유아단계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학부모들의 ‘논술 불안감’을 이용한 업체들의 얄팍한 상술이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서울 대치동의 한 초등 논술학원 로비. 아이들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유아 논술’이 최대 화제였다.

“우리 애는 여섯 살 때 웨이팅(waiting:대기자 명단) 걸어놔서 초등학교 1학년 때 (논술학원에) 들어갔다니까요.”

“거기 2~3년 웨이팅은 기본이지. 유아반은 임산부들이 와서 신청서 적고 간다니까요.”

“36개월짜리 앉혀 놓고 레벨 테스트 시키더라고요. 애가 얼마나 집중할 수 있나 보려고.”

기존의 고등부 중심 논술학원도 유아·초등 논술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E논술학원장은 “저학년 자식을 둔 부모들은 다 자기 자식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갈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고등부보다 초등부 논술시장이 훨씬 크다”며 “초등학교 2~3학년 아이를 둔 엄마들도 ‘늦은 것 아니냐’며 대입논술을 걱정한다”고 했다.

주요 대학들이 논술을 강화한다는 발표를 한 이후 학원에는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대치동의 유명 M학원은 “발표 후 상담일지를 못 쓸 정도”라고 했다. L논술학원 박모 원장도 “5세 유아 코스에서도 학부모들이 자꾸 쓰는 걸 원해서 기존 토론과 말하기 교재에 글짓기 칸을 만들어 논술을 시키기 시작했다”고 했다.

서울 강남의 H논술학원 접수창구에서 만난 임선영(가명·35·서초동)씨.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임씨는 “요즘 (초등논술) 안 하는 애들도 있느냐”고 물었다. “예전엔 ‘국·영·수’였다면 지금은 ‘논·영·수’라고 부를 정도”라는 것. 열기가 뜨겁다 보니 논술조차 ‘선행학습’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라고 했다. 한 논술학원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 읽기교재에 중고생도 이해하기 힘든 소설가 오상원의 ‘유예’를 끼워 넣는가 하면, ‘다국적 기업의 장단점은 무엇인가’로 토론을 시키기도 한다. 이 학원 관계자는 “이렇게 해야 학부모들에게 먹힌다”고 했다.

서울 강남의 M학원은 아예 고등학교 논술과 같은 방식으로 초등 논술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미국은 우리의 영원한 친구인가’란 주제로 600자 원고지를 채워야 한다. 아이들은 이미 신미양요, 조미통상수호조약에서부터 작전통제권까지 토론을 끝낸 상태. 한 시간 동안 써 내려간 논술은 첨삭교사의 평가를 거친다. 이 학원의 5학년 프로그램에는 ‘연역추리와 귀납추리를 비교하시오’, ‘평등과 자유,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가’ 등의 토론 주제도 포함돼 있었다.

학원에서 만난 오모(13·대현초 6)양은 “고3 오빠가 대입논술을 준비하고 있다”며 “엄마가 나도 논술을 탄탄히 준비해야 한다고 해서 학원에 다닌다”고 했다.

강남 일대에선 1인당 20만~30만원짜리 소그룹 논술 과외도 생겨나고 있다. 학부모 유모(36)씨는 “대입논술에서 아무리 창의력을 평가한다고 해도 어쨌든 오래 준비한 아이들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며 “다른 애들 다 하는데 손 놓고 불안해할 부모는 없다”고 말했다.

(김남인기자 (블로그)kn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