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9.28 11:35 수정 : 2020.09.2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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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

구정은

경향신문 선임기자

스리랑카 콜롬보 항구에서 적발된 영국발 쓰레기 컨테이너.  스리랑카 세관·AFP

스리랑카 콜롬보 항구에서 적발된 영국발 쓰레기 컨테이너.  스리랑카 세관·AFP

지난 26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 항구에서 컨테이너 21개가 영국으로 실려갔다. 영국이 보낸 쓰레기 260t이 들어 있는 컨테이너들이 반송된 것이다. 2017~2018년 콜롬보 항구에 도착한 이 컨테이너들에는 원래 재활용에 쓰일 중고 양탄자와 매트리스 등이 들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영국 업체는 생활쓰레기에 의료폐기물까지 잔뜩 집어넣어 보냈다가 세관에 적발됐다.

스리랑카 당국과 업체 측이 협상하는 2~3년 동안 컨테이너는 항구에 적치돼 있었다. 마침내 합의가 이뤄져 영국으로 돌려보내지게 됐지만 이 사건은 아시아에 버려지는 유럽 쓰레기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1989년 채택된 유엔 바젤협약은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과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돈을 주고 빈국에 유독성 쓰레기를 떠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유럽국들과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부국들은 쓰레기를 다른 나라에 떠넘기기 예사다. AFP에 따르면 스리랑카에서 적발된 영국발 쓰레기 컨테이너만 260개가 넘는다. 이번에 돌려보낸 것들 외에 나머지도 반송하려고 스리랑카 당국이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통계사이트 월드카운츠닷컴에 따르면 세계에서 해마다 쏟아져나오는 쓰레기의 양은 20억t이 넘는다. 미 외교관계협회(CFR) 5월 자료를 보면 그 중 국가 간 거래로 국경을 넘는 것이 10분의1인 2억t 정도다. 주로 임금이 싸고 환경규제가 약한 개발도상국에 부국들이 재활용 명목으로 쓰레기를 내보낸다. 주로 수출되는 것은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2018년 미국이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4000만t으로 거래 규모는 200억달러에 이르렀다. 세계 ‘쓰레기 시장’의 전체 규모는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CFR은 추정했다.

유럽연합(EU)의 쓰레기 수출.  | EU 환경청

유럽연합(EU)의 쓰레기 수출.  | EU 환경청

재활용 쓰레기 처리를 맡아온 것은 중국과 주변 아시아 국가들이었는데, 2018년 1월 중국이 더 이상 안 받겠다며 수입을 중단했다. 그러자 풍선효과처럼 주변 동남아시아로 가는 쓰레기가 더 늘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18년 동남아국가연합(ASEAN) 소속 6개국의 쓰레기 수입량은 226만t으로, 2016년의 1.7배로 증가했다.

리사이클링은 세계 환경을 지키는 데에 꼭 필요한 산업이지만, 문제는 스리랑카 사례처럼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를 불법 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비용 처리와 반송 절차가 복잡해 적발된 쓰레기들은 도착한 항구에 방치되기 일쑤였다.

결국 아시아 국가들도 “세계의 쓰레기장이 될 수는 없다”며 수입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13개국에서 보내온 불법 폐기물 4120t을 돌려보내고 자국 내 불법 재활용센터 200여곳을 없앴다. 말레이시아는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가 많고 연간 산업규모가 72억달러에 이른다. 태국은 2018년 유독물질이 많이 들어있는 전자제품 쓰레기 수입을 금지했으며 2021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도 중단하기로 했다. 베트남도 2018년 쓰레기 수입을 90% 줄였고 2025년까지 모두 금지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필리핀은 오래전부터 캐나다와 쓰레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2014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온 쓰레기 컨테이너 50개가 마닐라 항구에서 적발됐다. 필리핀 세관은 ‘환경 유해물질’ 딱지를 붙이고 하역을 거부했다. 이 사건은 필리핀에서 정치적인 이슈가 됐고 캐나다와의 외교 마찰로 이어졌다. 캐나다 정부는 “개별 기업의 문제”라며 책임을 부인했으며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2015년 폐기물관리법을 강화하라는 필리핀 측의 요구도 거부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쓰레기를 가져다가 캐나다 영해에 쏟아버리겠다”고 선언했고, 지난해에 2700t을 돌려보냈다.

베트남 하노이 외곽의 쓰레기 하치장에서 2018년 11월 한 여성이 페트병들을 분류하고 있다.  로이터

베트남 하노이 외곽의 쓰레기 하치장에서 2018년 11월 한 여성이 페트병들을 분류하고 있다.  로이터

유럽연합(EU)은 지난해 5월 바젤협약을 강화했고 올초부터는 회원국들이 쓰레기를 내보낼 때 수입국 당국의 승인을 반드시 받도록 했다. 양측 업체들간의 밀거래를 막기 위해서다. 올 3월엔 ‘순환형 경제’ 전략에 따라 폐기물 분류를 세분화하고 역내 리사이클을 늘리도록 했다. 하지만 이 방침이 적용되는 것은 2022년부터다.

국제오염물질제거네트워크(IPEN)에 따르면 중국의 조치 뒤 EU의 쓰레기 수출은 2016년 300만t에서 지난해 190만t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특히 올해 코로나19 봉쇄로 가정 쓰레기가 크게 늘어난데다 유럽 내 쓰레기 처리비용이 비싼 탓에 수출규제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동남아시아로 가던 쓰레기들이 터키로 방향만 바꾸고 있다고 IPEN은 지적했다.

올 6월말 국제환경저널에 실린 아일랜드 골웨이대학 연구팀의 조사 결과 유럽의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서 절반 가까운 46%가 외국으로 보내진 것으로 나타났다. 쓰레기 떠넘기기도 문제지만, 이동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이 바다로 흘러나가는 것도 큰 문제다. 연구팀은 2017년 이후 유럽에서 배를 통해 수송된 폴리에틸렌 쓰레기 가운데 3만2000~18만t이 바다에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수출량의 1~7%에 이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진 셈이다. 특히 영국,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쓰레기 선박에서 흘러나간 게 많았다.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생태계 오염의 주범이다. 쓰레기 수출이 수입국 ‘땅’만이 아니라 세계의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를 이끈 조지 비숍은 “바다의 플라스틱이 늘어나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쓰레기의 이동임을 보여준다”며 대양·연안생태계 오염을 우려했다.

필리핀 마닐라의 관세청 앞에서 주민들이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반송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필리핀 마닐라의 관세청 앞에서 주민들이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반송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연구에 참여한 데이비드 스타일스는 유럽에서 외국으로 수출하는 플라스틱도 ‘재활용’으로 분류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타일스는 사이언스데일리에 “재활용 목적으로 수출된다지만 실제로 리사이클링되는 것은 31%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플라스틱의 ‘진짜 재활용’ 비율은 유럽 국가들이 발표하는 것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쓰레기 수출 오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의 플라스틱 소비량은 플라스틱 생산시설을 갖춘 세계 63개국 중 3위다. 재활용이 되지 않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70% 가량은 소각·매립하거나 국외로 내보낸다. 2018년 한국의 폐플라스틱 수출량은 6만7441톤이며 그 중 80%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5개국으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생활쓰레기를 불법으로 떠넘기는 일도 있었다. 2018년 7월 필리핀 민다나오섬으로 수출됐던 6500톤의 한국발 불법 폐기물이 적발됐다. 악취와 침출수, 유독가스 때문에 현지에서 이슈가 됐고 주민들이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 쓰레기 일부는 지난해 한국으로 되돌아왔고 나머지 중 5100t도 가져와 환경부가 소각하기로 올초 결정했다.

종이병 맥주, 무 라벨 생수…‘탈 플라스틱’ 어디까지 왔나

등록 :2020-10-03 09:04수정 :2020-10-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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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정의 마감세일]
환경규제 강화 및 소비자 관심으로
업계 ‘탈 플라스틱’ 속도
일회용 컵·빨대 없애고
술·생수는 종이에 담아
라벨 없는 음료도 ‘주목’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1955년, 미국 보도사진 잡지 <라이프>의 표지는 일가족이 웃으면서 일회용품들을 던지는 장면이 장식했다. 사진 제목은 ‘쉽게 버리는 삶’(Throwaway Living), 부제는 ‘일회용품이 집안일을 줄이다’였다. 플라스틱, 종이컵 등 일회용품 덕에 생활이 편리해졌다는 당시의 시각을 담은 표지였다.

1955년 발간된 &lt;라이프&gt; 표지. 오하이오주립대 누리집 갈무리
1955년 발간된 <라이프> 표지. 오하이오주립대 누리집 갈무리

그러나 그로부터 65년이 지난 현재 ‘쉽게 버리는 삶’이 불러온 막대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기업과 소비자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3억5900만톤으로 1950년(150만톤) 대비 240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은 ‘2050년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 추정했고, 지난 7월 미국 퓨자선기구는 ‘2040년 플라스틱 쓰레기가 7억t에 이를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다행히도 세계 각국의 플라스틱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의 인식도 바뀌면서, 글로벌 식음료 기업들은 다양한 ‘탈 플라스틱’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 “테이크아웃 음료도 다회용 컵에”

스타벅스의 빨대가 필요 없는 음료 리드.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제공
스타벅스의 빨대가 필요 없는 음료 리드.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제공

글로벌 외식업체들의 대표적인 탈 플라스틱 정책은 우선 일회용 컵과 빨대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다. 지난 19일 <시엔엔>(CNN)은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가 이달 안에 북미 전역에서 빨대가 필요 없는 아이스 음료 뚜껑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2018년 선보인 ‘빨대 없는 리드(뚜껑)’와 동일한 모양으로, 이전의 뚜껑과 비교하면 소비자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9% 줄어든다고 한다.

플라스틱이 포함된 종이컵도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개발에 들어갔다. 종이컵은 물이 새지 않도록 컵 안쪽에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으로 코팅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다른 폐지처럼 재활용하기가 어렵다. <시엔엔>은 “스타벅스가 2017년 사용한 38억5천만장의 종이컵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않았다”며 “이 회사는 2022년까지 100% 재활용이 가능하고 퇴비로 쓸 수 있는 뜨거운 음료용 (종이) 컵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영국 맥도날드가 내년에 시범 시행할 테이크아웃용 다회용 컵. 맥도날드 누리집
영국 맥도날드가 내년에 시범 시행할 테이크아웃용 다회용 컵. 맥도날드 누리집

일회용품 소비량이 많은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탈 플라스틱에 나서고 있다. 맥도날드는 내년 영국 일부 매장에서 일회용 컵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컵에 음료를 담아주는 포장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고객은 해당 매장에서 음료를 구매할 때 컵 보증금을 내고, 이후 매장에 컵을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식이다. 다만 소비자가 원할 경우에 한해서만 다회용 컵에 제공하고, 일회용 컵 또한 매장에서 함께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영국의 버거킹은 지난해 9월부터 어린이 메뉴에 포함되어 있던 플라스틱 장난감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영국 햄프셔에 사는 9살, 7살 두 어린이가 “고작 몇 분 동안 가지고 노는 플라스틱 장난감이 동물을 해치고 바다를 오염시킨다”며 장난감 지급 중단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버거킹은 장난감 지급을 중단하고 매장에 장난감 반환 통을 설치, 버려진 플라스틱 장난감을 녹여서 쟁반 등으로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종이 병에 담긴 위스키, 맥주는 어떤 맛일까

종이 병에 든 조니워커 위스키. 디아지오 누리집
종이 병에 든 조니워커 위스키. 디아지오 누리집

환경보호를 위해 술병을 종이로 만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조니워커’ 위스키, ‘기네스’ 맥주 등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주류회사 디아지오는 내년 초 종이 병에 담은 조니워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지난 7월 밝혔다. 위스키는 대개 병에 담겨 있어 재활용이 비교적 쉬운 편이긴 하지만, 제조·운송 과정에서 종이보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종이 병을 비롯해 지속가능한 포장 개발을 위해 포장 업체인 펄펙스를 설립한 디아지오는 성명에서 “(조니워커가 담길) 종이 병은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재활용이 가능하다”며 “유니레버, 펩시코 등과 협업 예정”이라고 밝혔다.

종이 병에 든 칼스버그 맥주. 칼스버그 누리집
종이 병에 든 칼스버그 맥주. 칼스버그 누리집

맥주와 와인도 종이 병에 담긴다. 글로벌 맥주회사인 칼스버그는 지난해 10월 맥주 업계에서 처음으로 종이 맥주병을 선보였다. 아직은 병 안쪽에 얇은 플라스틱 필름이 붙어 있는 시제품이지만, 플라스틱이 없는 종이 병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재활용 종이컵 등을 만드는 영국의 업체 프루걸팩은 지난 6월 유리병보다 탄소 배출량을 3분의 1로 줄였다는 종이 와인병을 선보였다.

종이 팩에 든 생수. 미쓰이농림 누리집
종이 팩에 든 생수. 미쓰이농림 누리집

일본 음료업체 미쓰이농림은 지난달 종이 팩에 담긴 생수를 출시하기도 했다. 지난 9일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를 보면, 종이 팩은 다른 냄새가 배기 쉬워 생수병으로 잘 쓰이지 않지만 해당 제품은 팩 안쪽에 알루미늄 필름을 붙여 냄새가 배는 걸 막고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니혼게이자이>는 “음료기업들은 종이 팩보다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전망”이라면서도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눈이 높아지면서 종이 팩이 소비자의 새로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 라벨 없는 음료도 각광

아사히음료의 라벨 없는 생수. 아사히음료 누리집
아사히음료의 라벨 없는 생수. 아사히음료 누리집

페트병은 그대로 사용하지만, 재활용이 쉽도록 라벨을 없애는 곳들도 있다. 플라스틱 페트병과 라벨(폴리프로필렌)은 재활용 시 따로 떼어서 분리 배출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버려지곤 했다. 2년 전 라벨을 부착하지 않은 차 음료와 생수 등을 선보였던 일본 아사히음료는 지난 2월 라벨 없는 탄산수 ‘윌킨슨 탄산’을 출시했다. 지난달 일본 일간지 <아사히> 보도를 보면, 환경보호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커지면서 올해 상반기 이 회사의 라벨 없는 음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배 늘었다고 한다.

롯데칠성음료의 무라벨 생수(왼쪽)와 서울시 무라벨 아리수. 롯데칠성 제공, 서울시 누리집
롯데칠성음료의 무라벨 생수(왼쪽)와 서울시 무라벨 아리수. 롯데칠성 제공, 서울시 누리집

국내에서도 라벨 없는 페트병이 늘어나는 추세다. 롯데칠성음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라벨 없는 페트병 생수 ‘아이시스 8.0 에코’(1.5ℓ)를 올해 초 선보였다. 제품명은 페트병에 음각으로 새기고, 상징색인 분홍색은 병뚜껑에만 적용했다. 롯데칠성은 무라벨 생수로 올해 4.3톤의 포장재 발생량 절감 효과가 있을 거라 보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 5월 단수 등 비상시에 공급하는 ‘병물 아리수’(350㎖)에 대해 라벨을 떼어낸다고 밝혔다. 올해 생산하는 50만병에 대해 40만병은 무라벨로, 10만병은 90%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한 병으로 생산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국내에서 페트병에 친환경 생분해성 소재가 사용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분리 배출 필요 없이 일반쓰레기로 버리면 되고, 땅에 묻으면 완전 퇴비화돼 일반 페트병보다 탄소 배출량을 78%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수령 500년 수원 느티나무 부러진 가지로 조형물 만든다

김인유 입력 2020.10.03. 14:27

2018년 여름 강풍 피해..보호수 가치·추억 주민에 환원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2018년 강풍에 가지가 부러진 경기 수원의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가 업사이클링을 통해 조형물로 재탄생한다.

수령 500년 수원 느티나무의 부러진 가지 [수원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업사이클링(UP-cycling)이란 버려진 제품에 친환경적 디자인을 더 해 예술성·기능성·심미성을 가진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수원시는 수원 11호 보호수인 단오어린이공원 느티나무의 부러진 가지를 활용해 벤치, 놀이시설, 포토존 등 조형물을 만든다고 3일 밝혔다.

높이가 33.4m에 이르는 이 느티나무는 2018년 6월 26일 수원에 첫 장맛비가 내렸을 때 큰 피해를 보았다.

비와 함께 불어닥친 강풍에 높이 3m 부분에 자리한 큰 가지 4개가 한꺼번에 부러지면서 무너져 내렸다.

이 느티나무는 1982년 10월 수원시 보호수로 지정된 데 이어 2017년 5월 '대한민국 보호수 100선(選)'에 선정되기도 했다.

영통구 영통동 주민들은 매년 단오에 느티나무 주변에서 '영통 청명 단오제'를 열 정도로 이 느티나무를 아끼고 있다.

시민이 소중하게 여기는 느티나무가 부러지자 수원시가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보호수 복원에 나섰다.

현재 느티나무는 일부가 살아 있어서 밑동에서 맹아(새로 돋아난 싹)와 살생 묘(씨앗에서 새로 난 묘목)를 채취해 조직배양 방식으로 후계목을 증식하고 있다.

아울러 느티나무의 추억을 지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부러진 나무를 활용해 조형물을 만들기로 했다.

비바람에 쓰러진 500년 된 느티나무 (수원=연합뉴스) 지난 2018년 6월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단오어린이공원에 있는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가 장맛비에 쓰러져 있다.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된 이 나무는 조선 정조대왕이 수원 화성을 축조할 당시 나뭇가지를 잘라 서까래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목공지도사 등 전문인력 4명이 부러진 나뭇가지 80여 개 가운데 직경 30㎝가량의 크고 작은 가지 20여개를 골라 작업할 예정이다.

두달가량 제작공정을 거치면 11월 초 느티나무가 있는 단오어린이공원에 조형물이 설치된다.

시 관계자는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느티나무의 의미를 되살리고 보호수의 가치를 시민에게 되돌려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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