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현장에서 나온 청동인장의 모습 [사진=문화재청 제공] |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삼척 흥전리사지 발굴 조사지역에서 통일신라시대 승단 조직에서 사용한 청동 승관인(僧官印)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2014년부터 중요 폐사지 발굴조사 사업의 하나로 삼척시청과 (재)불교문화재연구소와 함께 삼척 흥전리사지 조사를 시행 중이다. 올해 발굴 조사에서는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인장 2과가 출토됐으며, 열두 점의 대호(항아리)를 묻었던 장고(장·독 보관시설)가 확인됐다.
출토된 청동인장 2과는 모두 완전한 형태다. 이 중 하나는 청동인주함에 인장이 담긴 채 출토됐다. 보존처리 중인 청동인장은 2과 모두 정사각형(5.1㎝)으로 윗면에 끈을 매달 수 있는 손잡이가 있는 형태로 제작됐다.
2과 중 한 점의 인문(印文)이 ‘범웅관아지인’으로 판독되며, 서체는 당나라 관인(관청에서 공적으로 사용한 인장)과 유사한 구첩전(글자 획을 여러 번 구부려서 쓴 전서체)의 초기형태다. 이 인장은 통일신라시대 승단에서 사용한 승관인으로 판단된다.
흥정리사지에서 발굴한 청동인장 [사진=문화재청 제공] |
또한 이번 조사에서 강원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장고(醬庫) 터가 확인됐다.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건물지 내부에 대호 열두 점을 묻어 사찰음식 재료를 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형태의 통일신라시대 건물지는 남원 실상사를 비롯해 경주 황룡사지와 성건동 유적에서도 확인된 바 있으며 선종사찰 고원(庫院)시설의 장고였음이 밝혀졌다.
삼척 흥전리사지는 통일신라시대 영동지역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찰이다. 특히 신라시대에 왕이 임명하는 승단의 최고 통솔자인 국통이 새겨진 비조각(碑片)을 비롯해 청동정병, 금동번(깃발) 등 중요 유물이 출토되어 위세 높은 사찰이었음을 알 수 있다.
5호 건물지 내부 토기 매설시설 전경[사진=문화재청 제공] |
삼척시청은 삼척 흥전리사지의 실체와 역사적 가치를 규명하고 체계적인 보존·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발굴조사 성과를 집성한 학술대회를 2018년 2월 개최할 계획이다. 도출된 조사 성과와 의의, 정비 방안 등을 담아 2018년 사적 지정 신청도 계획 중이다.
한편, 관련 유물은 5일 오후 2시 발굴 현장(강원도 삼척 도계읍 흥전리 산92-1)에서 열리는 설명회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