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은혜로 빚은 천은사의 맷돌

 

天恩寺천은사(삼척시 미로면 소재)

 

 

천은사 바위이야기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에는 천은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신라시대 창건된 절로 이승휴 선생님이 제왕운기라는 책을 만든 곳이기도 하죠. 그런데 천은사로 들어서는 길 중간에 바위 하나가 이렇게 생뚱맞게 자리하고 있는데요, 언뜻 보면 길에 그냥 방치해둔 바위처럼 보입니다많은 사람들은 이 바위의 정체를 모른 채 그냥 지나치죠. 그런데 자세히 보면 바위 윗부분에 원형 모양이 조각되어 있고요. 한참을 보아야 이 자연바위가 맷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그 옛날 자연 바위상태에서  최소한의 맷돌 기능만을 위해 만들어졌는데요, 전해오는 천은사의 유래를 알게 되면, 이 맷돌을 빚은 장인의 깊은 뜻을 짐작할 수 있답니다.

 

 

 

 

천은사의 원래 이름은 '간장사'

   이 절의 이름은 원래 간장사였죠. 그런데 '간장사'를 '천은사'로 부르게 된 유래를 알기 위해 근처에 있는준경묘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성계의 5대조 할아버지 준경묘에는 조선태조를 탄생시킨 설화가 전해져 옵니다. 옛날 이성계의 4대조 이안사는 그의 부친이 돌아가시자 묘자리를 찾던 중, 여기서 잠시 잠이 들었는데, 지나던 도승과 상자승이 이 곳에 묘를 쓰면 5대 후에 왕이 탄생하겠구나라고 했답니다. 잠결에 이 말을 들은 이안사는 놀라 깨었고, 도승에게 다시 한번 묻자 이곳에 묘를 쓰되 백우금관(白牛金冠)’을 일러주며 소 백 마리와 금관을 사용하여 장례를 치러야 된다고 일러 주었습니다.

 

 

준경묘(삼척시 미로면 활기리 소재)

 

   그래서 이안사는 이 곳에 묘를 쓰기로 결심하였는데 그러나 소 백마리와 금으로 된 관은 가난한 살림에 어림도 없어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었습니다. 고민 끝에 처가에서 흰소(白牛)를 빌려다가 잡아, 소 백()리를 대신하였고, 누런 귀리 짚으로 관을 엮어 금관 대용으로 하여,  나름 온갖 정성을 다하여  장례를 치뤘답니다. 이렇게 장례를 치르고 세월이 흘러, 5대 후손 이성계에 이르러 도승이 예언한대로  정말 조선왕조를 창업하였는데요, 준경묘를 쓰고 162년 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그 후 1899년 나라에서는 준경묘를 관리하고 제사를 지내는 절로 간장사를 지정하였는데, 이 날 부터 하늘의 은혜를 입은 절'이라는 뜻으로 천은사(天恩寺)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자연바위 맷돌로 빚은 두부

 

 

   준경묘의 제삿날이 되면 하늘의 은혜를 기리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천은사를 찾았는데요, 이때 준비한 음식이 바로 이 자연바위 맷돌로 만든 두부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맷돌로 만든 두부를 맛보는 것이 '하늘의 은혜를 얻는다'는 믿음으로 모여 들었는데, 이날이 오면 천은사 맷돌에서 흘러나온 콩물이 두타산 계곡을 흘러 삼척 오십천을 따라 정라진 동해바다까지 하얀 띠를 이루었다고 전합니다. 지금도 절 아래 마을 식당에는 그 옛날 준경묘의 제삿날에 만들었던 두부 만들기의 전통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정라초 교사 황흥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