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논술] <134> 교과서로 논술잡자 - '하이브리드' 시대, 인문학의 위기
인문학 위기는 왜 발생했고,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논제와 제시문


[논제1] 제시문 (가)~(다)의 공통 논지를 300자로 요약하시오.


[논제2] 제시문들을 참조하여 (라)에서 제기하고 있는 인문학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1000±100자)

(가) In the mid-nineteenth century in Ireland, a potato famine caused the death of a million people and forced hundreds of thousands of survivors to escape hunger by immigrating to North America. How did this happen? Experts have identified several factors, but they have all singled out a practice called mono-cropping* as the most damaging. The problem with mono-cropping was that only one kind of potato which supposedly produced the highest yield was planted, making it vulnerable to a blight* which can cause a total crop failure. And that is what happened: Phytophthora infestans* destroyed potato plants and Irish farmers had no means to stop it. The blight rotted potatoes in the fields as well as those in storage. With no other main food source to depend on, people starved to death.

It was dangerous to put all of one's genetic eggs in one basket, for one ran the risk of losing everything. We now look back at the tragedy and cannot help but wonder why the Irish insisted on just one kind of potato, because they could have learned from other cultures to cultivate a wide variety of potatoes: some that grew in small areas, some that needed very little water, and some that had marked disease resistance. The advantage of having many kinds of potato is, of course, genetic diversity, which offers great protection from the mass devastation that the Irish experienced.


* mono-cropping: 단일 작물 경작

* blight: 식물이 말라죽는 [고사(枯死)] 병

* Phytophthora infestans: 식물의 질병을 일으키는 곰팡이의 일종


(나) 원시적 농업 시대에 곤충은 농부들에게 별로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곤충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농업이 본격화되고 대규모 농지에 대한 작물 재배를 선호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농사를 짓게 되면 특정 곤충 개체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단일 작물 경작은 자연의 기본적 원칙이라기보다는 기술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자연은 자연계에 다양성을 선사했지만 인간은 이를 단순화하는 데 열성을 보이고 있다. 특정 영역 내의 생물에 대해 자연이 행사하는 내재적 견제와 균형 체계를 흐트러뜨리려 애쓰는 것이다. 자연의 견제로 인해 각각의 생물들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넓이의 거주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일 작물을 경작할 경우에는 다른 작물 때문에 널리 퍼져나갈 수 없게 된 해충이 급증하게 된다.


(다) 가솔린 값이 치솟으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갤런 당 4달러를 넘어서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매력은 가솔린 자동차는 엄두도 낼 수 없는 높은 연비에 있다. 하이브리드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 배터리의 결합으로 움직인다. 기존 공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잡종' 혹은 '혼혈' 자동차이다.

자동차 업계가 상징하듯 '하이브리드'는 이번 세기를 끌어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이질적인 요소를 섞어 놓은 것을 말한다. 그래서 '잡종'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져 왔는데, 이 '잡종의 힘'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입증되면서 여러 분야에서 앞 다퉈 하이브리드를 도입하고 있다. 자동차와 셀폰 같은 제품 개발은 물론 인적 자원 활용과 정책, 그리고 학문 연구 등에서도 하이브리드가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라) 인문학 위기론이 불거졌다. 전국 80여개 대학 인문대 학장들이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출판인들도 인문학과 인문 서적의 위기를 선언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은 '인문주간'에 인문학의 미래를 모색하는 학술 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실용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접어든 후 인문학은 늘 위기였다. 인문학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문학이 팔색조로 거듭나야 할 상황에 여전히 '단색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게 문제다. 다른 학문 분야와 협력해 시대의 변화에 적합한 조언을 내려주는 사회의 멘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게 인문학 위기의 핵심적 원인이다.

인문학은 사회의 기반이다. 역사가 없이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문학이 없이 인간을 어떻게 성찰하고, 철학이 없이 사유를 어떻게 조망할 수 있겠는가. 다만 원자재만으로 승부하려 하고 우수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가공품 생산에 소홀했던 일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이 숨 가쁜 디지털 시대에 호머의 작품을 암송하고 공맹사상을 논하는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인문학자들은 이번 선언들을 통해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실질적 지원은 아직 성사되지 않았지만 일단 관심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다. 눈길과 독려가 척박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젖줄이 될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지는 조심스럽게 지켜볼 일이다.


제시문 분석


제시문 (가)에서는 19세기 중엽 아일랜드에서 주식으로 먹는 감자에 마름병이 생겨 전국을 강타하면서 수많은 인구가 사망하거나 해외로 이주하는 등 국가적 대재앙을 겪게 되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당장의 수확량에 급급하여 우량종 감자만을 재배한 결과 감자에 치명적인 균이 쉽게 동류의 감자를 공격하여 감자 전부를 파괴시켰다는 것이다. (가)의 원문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에서는 감자 기근이 수백만 인구의 죽음을 유발했고, 살아남은 수십만 명은 기아를 피해 북미로 이주하게끔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전문가들은 몇몇 요소들을 연구, 규명해 왔는데 그들 모두는 단일 경작이 가장 위협적이었다는 점에 있어서 일치한다. 단일 경작과 관련되는 문제는 가장 높은 생산량을 보이는 오직 한 종류의 감자만 심을 때 하나의 마름병에 취약해서 전체 경작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일이 발생했다. 초식성 기생 곰팡이가 감자를 전멸시켰고, 아일랜드 농부들은 그것을 멈출 방도가 없었다. 그 병해는 들판에 있는 감자와 저장된 것들을 모두 썩게 만들었다. 다른 먹을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아로 죽었다.

하나의 바구니에 유전적 달걀을 모두 담는 것은 위험하다. 모두 잃어버릴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아일랜드의 비극을 돌아보면 도대체 왜 아일랜드인들이 한 종류의 감자만을 고집했는지를 궁금해 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여러 종류의 감자를 경작할 수 있는 방법을 다른 문화로부터 배울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것들은 작은 영역에서, 어떤 것들은 물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고, 그리고 어떤 것들은 병해에 저항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감자들 말이다.



제시문 (나)에서는 해충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해진 이유를 대규모 농지에서 단일 작물을 재배하는 것과 관련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제시문 (다)는 최근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인기를 소개하면서 인적 자원 활용과 정책, 그리고 학문 연구 등에서도 하이브리드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고 있음을 소개하고 있다. 또 제시문 (라)에서는 인문학 위기의 원인을 지적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논제 분석


[논제1]은 제시문 (가)~(다)의 공통 논지를 300자로 요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제시문을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가 무엇인가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가)의 경우는 영어 원문을 정확히 독해하는 것이 관건인데, 아일랜드에서 전대미문의 대재앙이 발생한 이유를 밝히고, 다양성 확보의 지혜가 대재앙을 예방할 수 있는 묘책임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또 (나)의 경우는 단일 작물 경작의 위험성과 자연계의 다양성이 왜 중요한가를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의 경우는 '잡종' 혹은 '혼혈' 자동차라 불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인기를 소개하면서 하이브리드가 새로운 시대의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음을 언급해야 한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가)~(다)를 관통하는 공통 주제는 '다양성의 중요성'임을 알 수 있다.

[논제2]는 제시문들을 참조하여 (라)에서 제기하고 있는 인문학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단 제시문 (가)~(다)의 논지를 바탕으로 (라)에서 제기하고 있는 인문학 위기의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단일 종 혹은 순종만을 고집했을 때의 위험성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인문학자들도 다른 분야의 학문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랫동안 자신의 학문 영역에만 안주한 결과 학문적으로 큰 위기를 맞게 되었음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혼합 혹은 잡종의 시대에 인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간략히 언급하면서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학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설득해 나가면 논제에 부합하는 글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 관련 심화 학습


·다양성의 힘

인간은 대체로 획일성의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기본 바탕이 변화를 꺼리는 보수성향인데다 문제 해법이 복잡해지는 걸 본능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가급적 단순화하고 범주화하려 합니다. 이 같은 단일화의 압력은 조직과 사회에서 쉽게 발견됩니다. 물론 권력자와 권력계층도 이 유혹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문제는 획일적 선택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거나 거꾸로 폐해를 낳을 때 한꺼번에 터진다는 점이지요. 아일랜드의 우량종 감자처럼 지금 당장 성과가 좋다고 하여 다른 품종을 배척한 뒤 선택했다가 예기치 않은 사태라도 발생하면 이에 대처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다양성의 힘이 왜 중요한가를 잘 아시겠지요? 민주주의가 강하다는 건 바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구성원들이 이를 발휘토록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잡종적 사고와 창조성

'잡종(hybrid)'이라는 개념은 최근 유행하는 '통섭(統攝, consilience)'보다 좀 더 다양한 지식 분야 사이의 상호 작용에 적용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잡종적 사고는 다른 지식과 문화를 연결시켜 섞어보는 것을 말합니다. 수학과 철학이 왕성하게 상호 작용할 때 지적 혁명을 낳습니다. 지적 황금기였던 17, 19세기의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잡종적 사고가 얼마나 창조적 시대를 열었는가는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지요.

경계 지역의 문화가 코스모폴리탄적이고 잡종적이며 외부로 쉴 새 없이 뻗어 나가는 특성을 지는 데 반해, 중심 문화는 정체와 부동의 특징을 지니고 있답니다. 중심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변방에서는 의심하고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지요. 혁명적으로 창조적인 이론을 주창할 수 있는 것은 주변성, 변방성에 기인합니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피카소, 마르크스, 비트겐슈타인처럼 창조적인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이런 공통점을 가졌지요. 주변과 중심, 두 세상이 접합되는 접점의 긴장이 창조성의 근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협동 연구나 학제 간(interdisciplinary) 연구가 종종 혁신적인 결과를 내놓는 것도 서로 다른 두 세상을 섞을 때 창조적 통찰력이 나온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이지요.

창조성은 보통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하나로 묶는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창조적인 이론, 사상, 발명을 섞었을 때, 아니 보통 사람들은 섞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혼합하는 데 성공했을 때 만들어지지요. 새로운 지식은 정보가 결합하고 연관을 맺음으로써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위험 사회와 잡종적 지식인의 필요성

잡종적 지식인이란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요? 그들은 먼저 네트워크 사회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네트워크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며, 기술의 힘을 이용할 줄 아는 '사이보그'입니다.

위험 사회에서는 노동운동, 시민운동, 여성운동, 환경운동 등 사회운동은 세분화·전문화 되어가고, 따라서 각각의 운동은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가형 지식인을 요구합니다. 전문가형 지식인들은 억압된 사람 편에서 정의와 평등 등의 보편적 가치를 설파하기보다는, 그때그때 문제가 되는 이슈들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해법을 제시하지요. 미셀 푸코(Michel foucault)가 제시한 '구체적 지식인(specific intellectuals)'이 바로 그러한 지식인들입니다.

경계를 뛰어 넘어 연관을 생각할 줄 아는 능력, 이러한 주체들의 유연한 네트워크, 그 위에 중첩되어 있는 이론과 실천의 연대, 그리고 이 복잡한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해주는 기술적인 결합. 이것들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잡종적 지식의 필요조건들이며 위험 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실천적 힘이 아닐까요.

·인문학 위기의 원인

인문학자들이 말하는 인문학의 위기는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 대학의 시장화와 사회의 물질주의 때문에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절하되고 있습니다. 경쟁과 효율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고, 실용·취업 중심의 교육을 지향하는 대학에서 인문학은 외면 받게 되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 역시 자신의 상품적 가치를 높이거나 재테크로 수익을 올리는 데 집중되어 있어 인문학적 가치와 소양은 사회적으로 무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 인문학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합니다. 정부는 이공계열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이들 학과에 대해서는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문학 관련 학과에 대해서는 연구 지원이 매우 부족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국내 연구개발 투자예산 가운데 인문학 관련 부문의 지원금은 556억 원으로 전체의 0.7%에 불과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해온 BK21 사업에서도 인문학 분야에 대한 지원금은 과학 기술 분야의 8분의 1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셋째, 인문학 자체가 변화하는 현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인문학이 변화하는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성찰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대중과의 소통 부재로 현실과 괴리됐다는 지적입니다. 현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인문학은 대중으로부터 결국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따끔한 자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겠지요.


출제 경향



'획일주의와 다양성' 혹은 '다문화주의'라는 화두는 논술 시험에서 자주 출제되는 단골 중의 단골이다. '세계화와 다양성', '문화적 주체성과 다양성', '가치관의 혼란과 다양성', '획일화 교육의 문제점', '현대 사회의 획일화와 인간 소외', '인문학의 위기 문제', '언어의 소멸과 문화의 획일화' 등으로 외연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논제가 출제되었다.

기출 문제를 보면 문화 다양성과 문화들 사이의 관계(2005 고려대 수시2), 바람직한 대학 교육의 방향(2009 한양대 모의평가), 인문학의 위기와 해결 방안(2007 경희대 수시1), 세계화·정보화 속에서 우리말과 글의 정체성 확보(2006 동국대 수시2), 세계화와 문화에 대한 의견(2002 한국외대 정시), 주류집단 속의 소수집단 문제(2008 이화여대 수시2) 등의 주제가 이미 출제된 바 있다.

올해 수시 모집에서도 '다양성'과 관련된 논술 주제는 그 어느 해보다 출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증가와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어야 하며 세계화 시대의 민족주의 문제, 서구 산업 단일 문명의 한계, 문화 패권주의와 진정한 세계화의 의미 등의 주제도 주목해야 한다.

예시 답안

[문제1]

제시문 (가)에서는 감자의 단종재배 때문에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국가적 대재앙 문제를 다루고 있다. 아일랜드의 사례는 우리에게 다양성을 무시한 획일적 선택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 제시문 (나)에서도 단일 작물만을 경작하게 되면 해충이 급증하여 농업에 큰 폐해를 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농법은 결국 자연계의 균형 체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인간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시문 (다)에서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 배터리의 결합으로 움직이는 연료 절감형 자동차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최근의 유가 상승에 따라 그 인기가 치솟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특히 잡종의 힘은 자동차 분야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키워드가 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세 제시문은 단일, 혹은 획일성보다는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공통적인 주제로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2]

인문학은 오랫동안 학문 중의 학문으로 존중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박한 시장 논리에 밀려 인문학을 경시하는 풍조는 어느덧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 되어 버린 느낌이 든다. 인문학의 위기론이 거론된 지는 꽤 되었으나 문제 상황의 개선은커녕 점점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지금 대학에서는 문을 닫는 인문계 학과가 점점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공 학생들마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또한 인문학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나 연구 지원마저 미흡하여 인문학은 가히 붕괴 직전의 단계에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성싶다.

이처럼 인문학의 위상이 끝없이 추락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진단하고 있지만 위기의 배경에는 인문학 전공자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아일랜드의 감자 사건에서 볼 수 있듯 품종을 다양화하지 못하고 우량종만을 고집했을 때 어떤 비극적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인문학자들도 오랫동안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거부하고 상아탑이라는 울타리 속에 안주해 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 이것이 인문학을 위기로 몰아넣은 핵심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과거처럼 좁은 울타리 속에 안주해서 학문을 탐구하려는 소극적인 자세는 버려야 할 것이다. 물론 인문학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거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학자들의 주장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인문학자들 스스로 자신들의 학문 세계만을 고집하려는 순종 지향적 태도를 버리고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지금처럼 인문대의 학과가 따로 놀고, 학과 간 협력과 공생에 대한 학자들의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면 인문학의 위기 극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특정 분야의 지식에 갇히지 않고 그 울타리를 넘어 타 학문과 소통하려는 노력에 인문학자들도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단일 수종이 지배하는 숲보다 여러 수종이 공존ㆍ경쟁하며 조화를 이루는 숲의 생명력이 한층 강한 것처럼 학문 간의 경계를 허물고 다른 영역의 학문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손잡으려는 노력을 시도할 때, ‘인문학의 봄’은 다시 도래하지 않겠는가.

관련교과

김덕곤 성일여고 교사
· 도덕(교육인적자원부)
 Ⅰ.1. 현대 사회의 도덕 문제와 환경 문제
·윤리와 사상(교육인적자원부)
 Ⅳ. 3. 민주적 도덕 공동체의 구현
·전통 윤리(교육인적자원부)
 Ⅰ. 4. 전통 윤리의 현대적 계승
·사회문화(천재교육)
 Ⅳ. 1. 인간의 문화 창조
·정치(천재교육)
 Ⅴ. 2. 현대 민주 사회의 과제
·사회(디딤돌)
 Ⅶ.2.사회적 쟁점의 정치적 해결 과정
·시민윤리(교육인적자원부)
 Ⅰ. 1. 시민 사회의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