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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명작읽기 독서록 자료 6-6 이름( )
알퐁스 도데의 별
내가 뤼브롱 산에서 양을 치고 있을 때의 이야깁니다. 그때 나는 혼자 목장에 남아, 몇 주씩 사람 그림자도 못 보며 지냈습니다. 양 떼와 사냥개 검둥이만 상대하고 있었지요. 그러다 보니 내가 손꼽아 기다리는 날은, 농장에서 일하는 꼬마 미아로나 노라드 아주머니가 보름치 양식을 가져다주는 날이었습니다. 그런 날이나 돼야, 어느 집 아이가 영세를 받았는지, 누가 결혼을 했는지, 산 아래 마을 소식을 들을 수 있었거든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궁금한 건, 우리 농장의 주인집 딸인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어떻게 지내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별로 관심 없는 척하면서, 아가씨가 잔치에 자주 가는지, 지금도 새로 나타난 멋쟁이 신사들이 아가씨의 환심을 사러 오는지를 넌지시 알아보곤 했습니다.
혹시 누군가 내게, “산에서 양 떼나 돌보는 네가 그런 걸 알아서 무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참이었습니다. 그때 내 나이가 혈기왕성한 스무 살이었다고. 그리고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그때까지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아름다운 사람인데, 어떻게 관심을 안 가질 수 있겠느냐고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이었습니다. 눈이 빠지도록 양식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날따라 노새는 아주 늦게 도착했습니다. 아침나절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정오에 드리는 큰 미사를 보고 오느라 늦는 걸 테지.’
그런데 점심때쯤 소나기가 퍼붓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길이 나빠서 노새를 몰고 떠날 수가 없었나 보다며 초조한 마음을 달랬습니다. 드디어 오후 세 시가 지날 무렵, 하늘이 말끔하게 개면서 물기를 머금은 산이 온통 햇빛으로 반짝일 때였습니다. 나뭇잎에 맺혀 있던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물이 불어난 시냇물이 콸콸 흐르는 소리 속에 노새의 방울 소리가 짜랑짜랑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노새를 몰고 온 것은 꼬마 미아로도, 노라드 아주머니도 아니었습니다. 그게 말이지요. 누구였냐 하면, 바로 우리 아가씨였습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바구니를 실은 노새 등에 꼿꼿이 앉아, 언덕을 올라오고 있는 겁니다. 소나기가 내린 뒤에 싸늘하게 씻긴 공기를 쐬어 그런지, 아가씨의 뺨은 발갛게 상기돼 있었습니다.
노새에서 내리면서 아가씨가 말했습니다.
“미아로는 아파서 누워 있고, 노라드 아주머니는 휴가를 얻어 아이들을 보러 갔어. 그래서 내가 대신 온 거야. 그런데 오는 길에 길을 잃어서 늦어졌지 뭐야.”
그러나 내 눈에는 아가씨 머리에 꽂은 리본이며, 눈부신 치마, 곱게 빛나는 레이스가 덤불 속에서 길을 헤맨 게 아니라, 마치 어느 무도회에 갔다가 늦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고 귀여운 모습!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사실 난 그때까지 아가씨를 그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쩌다 농장에 내려가 저녁을 먹고 있으면, 아가씨가 식당을 휙 가로질러 가는 때도 있었지만, 하인들에게 말을 거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아가씨가 바로 내 눈앞에 와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니 내가 넋을 잃을 만도 하지 않나요?
바구니에서 식량을 내리자마자, 아가씨는 신기한 듯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습니다. 아름다운 나들이옷을 더럽힐까 봐 치맛자락을 살짝 걷어올리더니, 양을 몰아넣는 울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양 모피를 깔아 놓은 내 잠자리며, 벽에 걸린 구식 엽총과 채찍 따위가 아가씨 눈에는 신기하고 재미있게 보이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래, 여기서 산단 말이지? 가엾기도 해라. 밤낮 이렇게 지내면 얼마나 외롭고 답답할까? 뭘 하며 시간을 보내지? 무슨 생각을 할까?”
‘당신을 생각하지요……. 아가씨.’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은 걸 꾹 참았습니다.
“예쁜 여자 친구라도 가끔 만나러 올라오니? 여자 친구가 찾아오면, 마치 산봉우리를 날아다니는 요정을 보는 것 같겠구나.”
이런 말을 하며 머리를 뒤로 젖히고 웃는 아가씨의 모습이야말로 영락없는 요정 같았습니다. 그런데 서운하게도 아가씨는 이내 마을로 돌아갈 채비를 했습니다.
“잘 있어라, 목동아.”
“조심히 내려가세요, 아가씨.”
잠시 뒤, 빈 바구니를 노새 등에 싣고 떠난 아가씨가 비탈진 산길을 따라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그 노새 발굽에 채여 굴러 떨어지는 돌멩이 소리는 계속 들려왔고, 그 돌멩이 하나하나가 내 심장에 쿵쾅거리며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한참 동안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못하고, 꿈에라도 취한 듯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저녁때가 다 되어,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산골짜기가 서서히 푸른빛으로 변하고, 양들도 매매 울면서 울안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비비댔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산 아래로 내려가는 언덕배기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고는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모습이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좀 전까지 생글생글 웃던 모습은 간 데 없고, 물에 흠뻑 젖어 추위와 무서움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습니다. 소나기로 불어난 강을 건너려다 물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더욱 난처한 건, 날이 저물어 농장으로 돌아갈 생각은 꿈에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름길이 있기는 해도 아가씨 혼자서는 도저히 찾아갈 수 없고, 그렇다고 내가 양 떼를 버려두고 아가씨를 모셔다 드릴 수도 없으니까요. 아가씨는 산 위에서 밤을 새야 하고, 가족들이 걱정할 거란 생각에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아가씨, 칠월이라 밤이 아주 짧습니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시면 됩니다.”
나는 아가씨를 달래 놓고, 급히 불을 피워 젖은 옷과 발을 말리게 했습니다. 우유와 치즈도 가져다주었습니다. 하지만 아가씨는 불을 쬐려고도, 음식을 먹으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구슬 같은 눈물을 글썽일 뿐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같이 울고 싶어지더군요.
밤이 오자, 나는 아가씨더러 울안에 들어가 쉬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새 짚 더미 위에, 아직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모피를 깔아 놓고, 안녕히 주무시라는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와 문 앞에 앉았습니다. 비록 누추할 망정, 내가 사는 곳에서 아가씨가 내 보호를 받으며 쉬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그때처럼 밤하늘의 별들이 찬란하게 보인 적은 없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립문이 삐걱 열리면서 아름다운 스테파네트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마 잠을 이루기가 힘든 것 같았습니다. 양들이 뒤척일 때마다 짚이 버스럭거리고, ‘매’하고 우는 양들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억지로 누워 있느니 차라리 모닥불 곁으로 오고 싶었을 것입니다. 나는 염소 모피를 벗어 아가씨 어깨에 걸쳐 주고, 모닥불을 더 크게, 이글이글 피워 놓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아무 말 없이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나야 한데서 밤을 새는 게 익숙했지만, 아가씨에게는 모두 잠든 깊은 밤중에 깨어 있는 게 낯선 일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아가씨는 무슨 바스락 소리만 나도, 소스라치며 내게로 바싹 다가앉았습니다. 한번은 저 아래 쪽 연못에서 처량한 소리가 길게 나더니, 그 순간 아름다운 별똥별이 우리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게 무얼까?”
스테파테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어떤 영혼이 천국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성호(가톨릭 신자가 거룩한 표라는 뜻으로, 손으로 가슴에 긋는 십자가를 이르는 말)를 그었습니다. 아가씨도 나처럼 성호를 따라 긋고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며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더니 불쑥 이렇게 묻더군요.
“그런데 너희들 목동은 모두 점쟁이라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니?”
“천만에요, 그렇지 않아요. 다만 여기서 우리는 여느 사람들보다 별들과 더 가까이 지낼 뿐이랍니다. 그러니 저 아래 평지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별들 가운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더 잘 알 수 있지요.”
아가씨는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손으로 턱을 괸 채 염소 모피를 두르고 있는 그 모습은, 영락없이 귀여운 천국의 목자 같았습니다.
“별이 저렇게 많다니! 너무나 아름다워! 저렇게 많은 별은 생전 처음이야. 넌 저 별들 이름을 잘 알겠지?”
“네, 아가씨. 저 쪽에 저 별이 ‘삼왕성(오리온자리)’이에요. 우리들 목동에게는 시계 노릇을 해 주는 별이지요. 그 별을 쳐다보기만 해도, 나는 지금 시각이 자정을 지났다는 걸 안답니다. 그리고 남쪽으로 좀 더 아래에 있는 반짝이는 저 별이, 별들의 횃불인 쟝 드 밀랑(시리우스)인데요. 저 별에 관해서는 목동들 사이에 이런 얘기가 전해오고 있어요. 어느 날 밤, 쟝 드 밀랑은 삼왕성과 ‘병아리 장(북두칠성)’들과 함께 친구 별의 잔치에 초대를 받았다나 봐요. ‘병아리 장’은 남들보다 일찍 서둘러 떠나 맨 먼저 윗길로 들어갔고, 삼왕성은 좀 더 아래로 곧장 가로질러 ‘병아리 장’을 따라갔대요. 그런데 게으름뱅이 쟝 드 밀랑이 늦잠을 자다가 그만 꼬리가 되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화가 나서 그들을 멈추게 하려고 지팡이를 냅다 집어던졌다나 봐요. 삼왕성을 ‘쟝 드 밀랑의 지팡이’라고 부르는 건 그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온갖 별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별은요, 그건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우리들의 별이랍니다. 저 ‘목동의 별’ 말이에요. 우리가 새벽에 양 떼를 몰고 나갈 때나 저녁에 다시 몰고 돌아올 때, 한결같이 우리를 비춰 주는 별이죠. 우리는 그 별을 마글론이라고 부른답니다. ‘프로방스의 피에르’의 뒤를 쫓아가서 칠 년에 한 번씩 결혼하는 예쁜 마글론 말이에요.”
“어머나! 별들도 결혼을 하니?”
“그럼요, 아가씨…….”
그러고 나서 그 결혼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이야기해 주려고 할 때, 나는 무언가 보드라운 것이 내 어깨를 살며시 누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가씨가 그만 졸음에 겨워 무거운 머리를 가만히 기대 온 것이었습니다. 아가씨는 먼동이 터 올라 별들이 빛을 잃을 때까지, 꼼짝 않고 그대로 기대고 있었습니다. 나는 잠든 아가씨의 얼굴을 보며 꼬박 밤을 새웠습니다. 아가씨가 한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져, 가슴이 몹시 설레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총총한 별들이 마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양 떼처럼 고요히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숱한 별들 가운데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어쩌다 길을 잃어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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