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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압도하는 ‘듣기 기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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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달인’ 소크라테스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어투는 어눌했고 말을 더듬기도 했단다. 그런데도 입담 좋은 이들은 소크라테스 앞에만 서면 이내 꼬리를 내리곤 했다.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난 척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면서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서툰 말솜씨로 어떻게 상대를 설득할 수 있었을까? 비밀은 ‘듣기’에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절대 반박하려 들지 않았다. 상대방이 옳다고 믿고, 그의 말을 좀 더 완벽하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주의 깊게 들으며 이해가 안 되는 점을 되물었을 뿐이다. 설득 능력은 말을 조리 있게 잘 하는지에만 달려 있지 않다. 뛰어난 입심은 되레 반감만 불러올 때도 많다.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주장만 하는 사람, 시끄럽게 울려대는 놋그릇처럼 쉴 새 없이 말을 늘어놓는 사람, 너무 논리적이어서 차갑고 징그럽기까지 한 사람…말 잘해서 ‘비호감’인 경우들이다. 누구나 자기 말을 관심 있게 들어주는 사람 앞에서는 말이 많아지는 법이다. 기꺼이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는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나누면, 누구나 말을 술술 잘 풀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미안한 표정으로 던지는 물음에 답하다 보면, 대화자들은 스스로 생각을 풀어가는 가운데 자기 안의 모순과 문제를 짚고 깨닫게 되기 마련이었다. 설득에 있어 ‘듣기’의 역할이 새삼스러워 지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 먼저, ‘자비의 원칙(Principle of Charity)’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한다. 자비의 원칙이란 상대가 어떤 주장을 펴건 일단 옳다고 믿고 최대한 이를 받아드리려는 자세를 말한다. 오해와 갈등은 상대를 비판하겠다는 마음 자세에서부터 비롯된다. 설사 나로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말이라 해도 상대가 그만한 주장을 펴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어떡해든 상대를 이해하고, 잘못이 있어 보이는 대목은 고쳐주겠다는 자세로 주의 깊게 들어 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덧 상대의 의도와 내 뜻이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상대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자신의 주장이 말이 안 됨을 스스로 깨닫게 될 수도 있다. 만약 내가 비난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면 상대는 그래도 계속 ‘똥고집’을 부리기 십상이다. 마음이 상해 있는 탓이다. 하지만 내가 도와준다는 태도로 부드럽게 대화를 듣고 있었다면 어떨까? 상대가 문제를 인정할 가능성은 훨씬 더 커질 터다. 이처럼 진정한 비판은 공격이 아니라, 상대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마음과 문제를 고쳐주려는 배려에서 나온다.
나아가 상대방이 뜻하는 바를 좀 더 제대로 알아듣기 위한 질문을 던져보자. 다음은 이해를 돕는 질문 형식이다. “말씀 중에 ‘일방적 패배’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어요?”(이해를 위한 내용 질문) “좀 어렵군요.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내용 구체화) “그러니까 영희의 무뚝뚝한 태도 때문에 철수가 화가 났다고 생각하시는 군요. 제가 생각하는 게 맞는지요?”(주장을 요약정리) “단지 영희가 무뚝뚝했다는 사실이, 철수가 가출할 만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주장의 정당성 검토)
진정한 설득은 ‘제압’이 아니다. 상대가 굴욕감을 느끼며 마지못해 수긍하는 경우에는 결국 다른 곳에서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이다. 진정한 설득이란 문제를 공유하고 서로에게 공감할 때 이루어진다. 그리고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나를 죽이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설득에 있어 듣기가 말하기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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