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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여 ‘마음의 양식’ 쌓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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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을 통해 매주 재미있는 철학 강의를 해주시는 선생님들이 여름방학을 맞은 고교생들을 위해 좋은 책을 한 권씩 권해주셨습니다. 선생님들이 ‘철학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영향을 미친, 경험과 추억이 묻어있는 책들입니다. 읽고 쓰는 힘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요즘 고교생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시대의 개혁을 주도했던 ‘그들’의 열정과 고뇌 ‘삶 사유 논술’ 권희정 선생님 이 책은 한 바보의 인생 에세이이자 시대 비평서이다. 책의 원래 제목은 ‘간서치전(看書痴傳)’. 쉽게 말해 ‘책만 보는 바보가 전하는 글’쯤 되겠다.
책은 그 자체로 마음의 벗이며 현실의 친구를 불러온다.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유득공, 이덕무. 시대를 아파했던 간절한 영혼들은 서로를 끌어당겼나 보다. 우리에게도 낯익은 이 쟁쟁한 이름들은 신기하게도 모두 가까운 이웃들이다. 개혁 군주였던 정조 또한 그들을 만나 중용했으니 인연의 줄기는 힘을 더한다.
이 책에서 이덕무는 책에서 벗으로, 벗에서 시대로 나아가는 과정을 몸소 보여준다. 우리도 우선 ‘바보 이덕무’를 통해 박제가의 <북학의>부터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좋은 친구 통해 훌륭한 정신을 소개받을 수 있으니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상명대 부속여고 철학 교사 윗세대들의 ‘깊은 성찰과 질긴 희망’ 흔적들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권할 책을 위해, 나는 소년 시절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을 더듬었다. 요즘 같이 비가 주룩주룩 오는 장마철에 뭔가 보호된 듯 안온한 기분으로 다락방에 칩거(?)하며 읽었던 우리나라 단편소설들이 떠올랐다. 옳거니, 한국단편문학전집을 읽어보라고 권해야겠다. 그 안에는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20세기 전반의 우리 단편소설들이라도 오늘의 젊은이들에게는 ‘옛날 이야기’ 같을지 모른다. 그래서 재미가 더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가운데는 매우 ‘진한’ 이야기들도 많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의 슬픈 이야기는 지금도 나를 안타깝게 한다. 그 ‘짧은 이야기’들이 ‘긴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다. 밤새 여러 꼭지의 단편을 읽다보면 생각의 갈래도 다양해지기 마련이다. 굳이 문학이니 철학이니 하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이야기가 자연스레 사유를 유발한다.
끝으로 이런 작품들에는 ‘문장’이 있다. 아주 쉬운 말들로 쓰여진 감동적인 문장 말이다. “소녀의 곁을 스쳐 그냥 달린다. 메뚜기가 따끔따끔 얼굴에 와 부딪친다. 쪽빛으로 한껏 개인 가을하늘이 소년의 눈앞에서 맴을 돈다. 어지럽다. 저놈의 독수리, 저놈의 독수리, 저놈의 독수리가 맴을 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한 장마철 다락방에서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으며, ‘소녀를 만나는 가을’이 어서 왔음 좋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영산대 교수 광활한 우주,그 속의 인간을 보다 여름이 오면 밤하늘이 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한적한 바닷가에서 보고 싶다. 달군 쇳덩이 같던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잠기고 나면, 하늘은 이윽고 한 자락 검푸른 비단을 펼칠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별들이 떠오르고 은하가 흐를 것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광대한 공간, 가장 먼 과거들이 한꺼번에 와락 다가올 것이다. 약 150억 년 전에 태어난 우주에는 1천억 개의 은하들이 떠있다. 또 각각의 은하는 평균 1천억 개의 별들이 흩어져 있다. 이 광대무변한 시공 가운데 우리는 태양이라는 별이 가진 지구라는 행성에서 찰나를 산다. 그러니 우리의 존재는 진정 무의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티끌 같은 존재가 우주에 대해 생각할 줄 알게 됐다.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별에 대해 숙고할 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의식을 지닌 이 생물을 통해 우주는 드디어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을 갖게 된 것이다. 인간을 통해 우주가 자기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인간은 우주 가운데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그리고 내가 그 중 하나이다.
특별히 권하고 싶은 책이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천문학, 생물학, 화학과 같은 자연과학뿐 아니라 동서양의 철학과 역사, 사회학, 정치심리학까지를 아우르는 이 책은 우주에 있어 인간의 소중한 위치를 알려주는 고전이다. 읽고 흥미가 생기면,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나 그린의 <우주의 구조>도 읽으면 좋다. 자유 저술가 ‘정보사회’ 비판…20년전앤 반공서적 ‘책 읽는 방학’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의 ‘독서 체급’에 맞는 서적을 골라야 한다. 어떤 책이 내 수준에 맞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비결은 간단하다. 호기심이 끌리면서도 읽고 나면 내 영혼이 살찔 것 같은 책을 골라보자. 사랑을 선택할 때는 머리보다 감정이 더 절실하지 않은가? 책과 나의 궁합도 그렇다. 오늘 소개할 <1984년>은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움돋기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혹할 만한 소설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중학교 1학년 때 ‘권장도서’로 읽었다.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1984년>은 여전히 여느 권장도서 목록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책에 대한 해석은 완전히 달라졌다. 20년 전 이 책은 ‘반공서적’으로 분류되었지만, 지금 중학생들에게 <1984년>은 ‘정보화 사회 비판’으로 읽히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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