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충돌, 새로운 도화선
2부 논술 단골 주제 뜯어보기 ⑦ 제7영역: 민족과 역사-3. 논제 따라 구상하기
한겨레
» 박용성/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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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제시문을 비교 분석하면서 논의할 문제를 제시한다.

오늘날의 국제 관계는, 지난 40여년을 지배해 왔던 냉전 체제가 무너지고 새로운 국제 질서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그런데 이념이나 정치에 의해 갈등이 계속되었던 냉전 시대가 종식되었는데도,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지. 이처럼 탈냉전 시대에도 지역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생각해 보라는 것이 출제자의 의도야.

출제자는 두 개의 제시문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움직이는 결정적 원인은 문화의 차이에 있다는 견해와 기후의 변화에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며 논의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어.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의 원인을 찾았으면, 그에 따라 탈냉전 시대의 지역 분쟁을 해결하는 대안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지.

제시문 [A]는 탈냉전 시대에는 문화가 분열과 통합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지금 세계의 힘의 구도는 문화권을 중심으로 다극화되고 있는데,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 지역 분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거야. 반면에 제시문 [B]는 기후(이것을 ‘자연 환경’으로 일반화해도 괜찮아)의 변화가 인류의 역사 발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지. 기상 이변이 심각해지면 사람들은 살기 좋은 곳으로 이동하게 되고, 이러한 이동은 문화적·정치적 변화를 초래하며 국가의 흥망까지도 좌우하게 된다는 거야.

[본론1] 자신이 반대하는 관점을 논박한 뒤, 지지하는 관점을 옹호한다. 자연 환경이 인간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4대 문명의 발상지가 모두 큰 강 유역이었다는 사실은, 비옥한 충적토를 이용한 농경으로 생산력을 발전시키고 잉여 생산물을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이 문명의 탄생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음을 보여 주지. 그런데 문명 단계로 진입하면서 인류는 자연 환경을 인간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개조하여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어. 특히, 인류 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인간의 힘이 자연 환경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해지자, 비로소 인류 역사는 자연 환경의 압도적인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지.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후 악화가 아닌 이상, 기후의 변화로 인한 대규모 인간의 이동은 이제 더 이상 상상하기 어렵게 된 것이 좋은 예야.

반면에 문화가 인간사에 미치는 힘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아니, 오히려 탈냉전 시대가 도래하게 되어 냉전 시대의 역사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였던 이데올로기 대립이나 정치적 이해 관계라는 동인(動因)이 약화되면서, 문화적 차이는 지역 갈등의 중요한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야. 특히 오늘날 교통 통신의 발달과 생활 공간의 확대로 말미암아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문화적 차이가 정치·경제적 차별과 관련되어 대규모 분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나고 있지. 문화는 특정한 세계관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가 다르면 당연히 가치 규범도 달라지게 마련이고, 서로 대립되는 가치 규범은 물리적 충돌을 낳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 오늘날 인류 역사를 움직이고 있는 결정적 동인을 문화라고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어.




[본론2] 자신이 지지하는 입장의 논리를 이용하여 미래를 전망한다.

존 미시머는 <왜 우리가 곧 냉전을 그리워하게 될 것일까> 라는 논문을 통해, 냉전 이후 세계 정치 구도는 양극화에서 다극화로 변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세계 정치 구도의 변화는 세계적으로 일어나게 될 수많은 분쟁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예고하였지. 그의 견해는 들어맞았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인도·파키스탄 분쟁, 중국의 국경선 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 세계 도처에서 일어난 수많은 분쟁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지.

이러한 무력 충돌과 분쟁, 그리고 전쟁의 판도를 분석하기 위해 헌팅턴은 제시문 [A]에서 문화의 결정체로서의 ‘문명’을 하나의 틀로 제시하고 있어. 세계를 종교를 기준으로 몇 개의 문명권으로 나눈 뒤, 앞으로 인류가 지닌 충돌의 원천은 이데올로기나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것이 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면서, 특히 서구 문명권과 비서구 문명권 사이의 대립 양상이 앞으로 세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지. 물론 모든 지역 분쟁을 ‘문명의 충돌’로 단순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급증하는 지역 분쟁의 원인으로 우리는 문화적 차이에 따른 충돌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어. 특히, 민족적·종교적 갈등은 문화적 정체성과 관련되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으며, 주변 지역이 개입할 경우 대규모 분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지.

[결론] 이제까지 논의를 요약하면서 제언을 한다. 서로 다른 문화의 접촉은 오늘날 고도 문명 사회를 이루는 바탕이 되고 있어. 국경을 초월한 시장 경제와 정보 통신의 비약적 발전을 토대로 진행된 세계화는 인류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 주었지. 그러나 세계화의 이면에서는,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종교와 민족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어. 민족과 종교 등 문화적 차이에 의한 갈등으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계속 일어나는 분쟁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지. 특히, 탈냉전 시대에 이르러 지역 갈등의 원인이 이념이나 정치에서 문화로 바뀌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야.

그러나 서로 다른 문화의 접촉이 반드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발전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우리는 유의해야 해. 물론 그러기 위해서 세계의 문화 교류는 하나의 문화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겠지. 지구촌이 겪고 있는 인종 갈등이나 종교 갈등의 대부분이 문화적 배타주의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활발한 문화 교류는 세계 평화를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 거야.

박용성 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