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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논술이란 무엇인가?
1. 논술의 개념과 성격
가. 논술의 개념
우리의 삶에서 피해 갈 수 있는 일과 피해 가서는 안 될 일이 있다면 논술은 바로 후자에 해당한다. 또한 그저 그런 평범한 일과 매우 가치로운 일이 있다면 논술은 역시 후자에 해당한다. 논술이 피해 가서는 안 될 일이며, 매우 가치로운 일이라면 우리는 논술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 편의 논술문을 작성하기에 앞서 논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논술이란 무엇인가?
어떤 대상의 개념을 규정하려면 정의의 일반적인 방법을 따르면 된다. 어떤 대상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포함할 수 있는 상위 개념(유개념)과 종차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필’을 정의하자면 먼저 연필의 상위개념인 ‘필기도구’를 생각해야 하며, 그 다음으로 필기도구에 해당하는 볼펜, 싸인펜, 만년필 등과 연필의 차이점을 밝히게 되면 연필을 정의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논술의 상위 개념을 설정해 본다면 ‘글쓰기’와 ‘시험’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논술의 개념을 ‘글쓰기 시험’ 정도로 규정할 수는 없다. 이제 논술과 동위 개념으로 설정할 수 있는 수필 쓰기, 시 쓰기, 설명문 쓰기 등과 논술의 차이점을 밝히고, 시험의 다양한 하위 개념들인 수능 시험, 중간 고사, 기말 고사, 입사 시험 등과 논술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된다.
논술은 글쓰기이다. 논술이 글쓰기이긴 하지만 다른 글쓰기와는 사뭇 다른 점이 많다. 시(詩)나 수필(隨筆) 등 문학적인 글쓰기는 비유나 상징, 함축 등의 주관적 표현을 통해 일상사(日常事)에서 느끼는 필자의 생각과 느낌 등을 표현하는 글쓰기이다. 그러나 논술은 과학적 언어의 사용과 논리와 논증에 바탕을 두고 어떤 문제나 문제 상황에 대하여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객관적 글쓰기인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 또는 문제 상황이란 제시문과 논제를 통해서 주어지는 나, 개인, 인간, 사회, 자연, 나와 사회, 개인과 사회, 인간과 자연 등과 관련된 문제들 즉 인간 삶의 기본적이고 원리적인 문제들인 것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객관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글쓰기가 바로 논술이다. 그런데 그 객관적 해결 방안이란 것이 모든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타당성과 합리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최선의 해결 방안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단지 과학적 언어와 논리와 논증에 바탕을 두고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합리적인 자기 나름의 해결책을 의미한다.
논술은 시험이다. 논술은 수능 시험과 같은 선다형 시험이 아니라 서술형 시험이다. 서술형 시험이긴 하지만 단지 글쓰기 능력만을 평가하는 시험은 아니다. 논술은 쓰기 시험 이전에 읽기 시험이다. 각 대학의 논술 시험 문제를 살펴보면 반드시 일정 분량의 제시문과 자료가 주어진다. 주어진 제시문과 자료에 대한 바른 독해가 따르지 않고서는 논술 시험을 잘 볼 수가 없다. 그런데 그 독해라는 것이 주어진 제시문이나 자료의 주제를 찾는 정도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제시문이나 자료 속에 담긴 문제를 발견하는 일, 다시 말해서 그 속에서 철학적 질문을 찾는 일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평소 비판적 독해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대학별 논술 고사의 출제 의도를 살펴보는 일도 시험으로서의 논술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서울대는 2005학년도 정시 논술고사 출제의도를 “(1) 논제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2) 문제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그 내용을 분석한 후, (3) 그에 따라 설정된 주장들을 자신의 논지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4) 합리적이면서도 일관성 있게 논증하는 능력과 함께 (5) 창의적 사고력과 표현력이 적절히 조화되어 나타나는지를 아울러서 평가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결론적으로 논술이란 논제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서술형 평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좋은 논술문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논제에서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논제에 대한 자기의 주장이라 할 수 있는 논지를 분명히 해야 하며, 논지를 뒷받침하는 타당하면서도 합리적인 논거를 제시할 수 있는 논리와 논증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
나. 논술의 성격
※ 다음은 논술의 성격을 확인하고 정착시키고자 하는 뜻에서 제2회 전국 중․고등학생 논술경시대회를 바탕으로 한 연구보고서96-1에서 전재한 것임을 밝혀 둡니다.
논술은 주어진 과제를 논리적 과정을 통하여 해결하고 그 결과를 언어로 서술하는 글쓰기이다. 논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는 논리적 사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종합적으로 문제를 검토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체로 문제가 되는 상황은 여러 요인이 복합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문제를 검토하는 데는 복합적 시각이 필요하다. 문제를 마련하고 검토한 다음에는 언어 형식으로 표현하는 글쓰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글쓰기 일반의 원리를 터득해야 한다. 논술의 내용은 논리적 사고와 종합적 판단이며, 형식은 글쓰기 일반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특히 논리적인 글쓰기의 원리를 알고 있어야 한다.
1) 문제 발견으로서 논술
논술은 문제의 발견에서 비롯된다. 시험에서 문제가 먼저 주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글 쓰는 사람이 과제 가운데 문제를 설정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발견은 논술의 핵(核)이다.
‘문제 발견’이란 설명, 해결, 개선, 입증, 분석, 선택 등이 필요한 사상(事象)을 독자적으로 찾아내는 일을 가리킨다. 문제는 구체적인 대상이나 추상적인 관념적 내용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이나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례들에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음은 물론, 사고나 이념 등의 영역에서도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연역이나 귀납 등은 사고 방식과 연관되는 것이고 개인주의와 전체주의 등은 이념에 해당하는 것이며, 이들이 실상황에서 빚어내는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여 찾아내고,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문제 발견이다.
문제를 발견한다는 것은 논의 항목을 발견하는 것으로, 어떤 사태를 문제적 안목으로 파악하는 것을 뜻한다. 즉 대상에 대하여 발산적 사고(發散的 思考)를 함을 뜻한다. 발산적 사고란 문제를 주어진 상황 안에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상황을 다른 여건이나 조건과 연관지어 해결하고자 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뜻한다.
논술은 글이라는 형식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글의 형식적 조건은 사고의 논리적 전개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발견한 문제를 언어적 과정을 통하여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논술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삶을 자신이 책임지고 파악하고 살아가는 전인적인 인간 형성과 연관된다. 개인적인 삶을 의미 있는 삶으로 인식하는 것은 삶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를 발견하는 데서 가능해진다. 일상의 타성에 젖은 수동적인 자세로는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개인의 사회적 삶에서도 문제 발견의 능력은 요구된다. 나와 남과 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삶의 이상을 저해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어떻게 모색되어야 하는가 등이 사회적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이다. 개인적․사회적 삶은 문제 발견의 태도가 갖추어짐으로써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지닐 수 있게 된다.
문제를 발견하는 데는 몇 가지 지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사실의 이해 능력이다. 사태가 어떠한가 하는 관찰과 그 관찰의 결과를 문제적인 명제로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통찰과 인식이 동반되어야 한다. 통찰과 인식은 문제를 다면적으로 검토하는 데서 이루어지는 종합적인 사고를 뜻한다. 종합적 사고가 필요한 까닭은 문제가 단독으로 제기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관계적인 시각으로 통찰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접하는 사태를 문제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그 문제가 자신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자세로 사태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2) 문제 해결로서 논술
문제의 해결은 논술의 제2단계이다. ‘문제 해결’이란 문제 상황에 대한 판단을 통하여 마련되는 대처 행위를 뜻한다. 여기서 대처 방식은 사리에 맞아야 하고 논리적으로 오류가 없어야 한다. 합리적이고 사리에 맞는 방식이라야 한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자체의 논리성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리에 맞는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이는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보았을 때 무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논리에 맞더라도 현실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적절한 문제 해결이라 할 수 없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혹은 아집(我執)을 가지고 남에 대한 고려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해결이 아니다. 남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보편성을 지닌 방식이라야 진정한 문제 해결이라 할 수 있다. 발견한 문제에 대하여 다면적으로, 자주적으로 판단하여 그 문제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즉 문제에 대한 독자적인 판단의 제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다음에 문제 해결의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 여기서 논술이 남이 부여한 과제를 해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주체적인 사고 방법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문제 해결을 위한 자주적이고 적극적인 의지는 민주 시민 정신과 상통한다. 시민 의식은 고립된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합리적이고 우호적인 삶을 이끌어 가는 가운데 형성된다. 남과 연대관계를 맺는 데에서 시민 의식이 자란다. 환언하면 사회적 자아의 확대를 통하여 시민 의식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 의식의 형성을 위해서는 몇 가지 능력이 요구된다. 어떤 문제에 대한 비판 능력, 판단 능력, 대안 제시 능력 등이 시민 의식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문제를 조직화하고 그 해결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모색하는 과정과 결과를 학문이라 할 수 있다. 학문이라는 것, 혹은 일반적으로 공부한다는 것은 문제를 확인하고 그 해결을 모색하는 일이다. 대학에서 하는 학문을 물론 중․고등학교에서 학습하는 일도 문제 해결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논술은 학문을 하는 데에 필수적인 과정이며 교육의 원리가 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첫째, 문제에 관한 예리한 분석력이 필요하다. 문제의 분석은 문제를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데에서 가능해진다. 문제의 다각적 검토란 문제를 다른 관련 사항과 연관지어 해결을 모색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문제를 단계적으로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사고력이 필요하다.
또한 객관적 논의 능력도 요청된다. 객관적인 논의란 아집(我執)에 빠지거나 자신의 이해관계(利害關係)를 우선하는 태도를 벗어나 문제를 투명하게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를 말한다. 문제 해결 능력은 창의적인 사고를 요한다. 창의적 사고란 관습이나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이는 학습과 계발을 통하여 길러지는 능력이다.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전환적 관점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방향에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창의적 사고 능력인데 이는 넓은 의미의 상상력이라 할 수 있다. 상상력은 전환적 관점의 수립과 발상을 뜻한다. 상상력은 주어진 문제를 새롭게 구성하고 변형하며 문제 자체를 다른 방향에서 다룰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3) 종합적 사고로서 논술
논술이 종합적 사고를 요하는 것은, 발산적 사고를 강조하는 논술에서 사태를 다면적으로 파악하고 그 해결 또한 다면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합적 사고’란 문제와 그에 관련된 여러 사항 예컨대 인간, 사회, 자연, 문화 등을 상호 연관 속에서 파악함으로써 합리적 사고에 이르는 일을 뜻한다. 원인과 결과, 동기와 수단, 주원인과 부수적 원인, 문제에 미치는 외적 영향 등을 폭넓게 고려하고 판단하는 데에서 종합적 사고는 가능해진다.
종합적 사고에는 문제와 그 해결에 관계되는 외적인 조건들도 관계하게 된다. 논리적으로는 옳더라도 관습이나 전통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다면 종합적 사고에 이르기는 고사하고 부적절한 주장이 된다. 따라서 종합적인 사고는 다면적인 판단의 준거를 충분히 마련할 때에라야 가능하다. 판단의 준거는 체험을 요한다.
논술은 주관적․감성적 언어 활동이 아니라 객관적인 논의 과정과 그 결과를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객관성은 논리성으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어떤 일의 원인과 결과를 자신의 주관을 배제하고 사실 자체로 파악해야 한다. 이 객관성을 위하여 종합적인 사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독선이나 편견 등을 배제하고 사회적 연대성의 기반에서 제시되는 의견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사회적 연대성이란 ‘나’이외의 다른 대상을 정당하게 고려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정신의 평형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종합적 사고를 위해서는 언어적 편견이나 논리상의 오류를 벗어나야 한다. 무리한 합리화라든지 과도한 일반화 등의 오류가 언어상에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언어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상투적 언어를 벗어나는 일과도 관계가 있다. 선전 광고나 표어에 자주 등장하는 상투어(常套語)는 사고의 경직성과 일방성 또는 분편성 때문에 나타난다.
종합적 사고의 필요성은, 인간은 단독자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다양한 유대관계 속에 존재하는 관계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시선으로 폭넓은 체험을 연관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종합적 사고의 특성이다.
종합적 사고를 위해서는 지식을 종합해 내면서 편파적 지식을 극복해야 한다. 이는 고정 관념을 탈피하는 사고이기도 하다. 인간은 선한 의지를 지닌 존재라는 도덕상의 지식을 고수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악한 존재로서 인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는 종합적 사고가 될 수 없다. 인간을 이해하되 선과 악의 양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며, 과거와 미래를 현재와 연관지어 보며, 물질적 조건과 정신적 조건을 다면적으로 고려해야 종합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종합적 사고는 판단의 합리성을 고양시킨다. 어느 한 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각적인 검토를 하는 사고의 습관은 합리적 사고에 이르는 길이다.
종합적 사고를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능력이 요구된다. 우선 사물에 관한 치밀한 관찰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관념이나 이해관계를 벗어나 대상을 그 자체로 치밀하게 관찰하여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폭넓은 독서 체험과 사색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든 상황을 직접 체험할 수 없다. 독서를 통하여 간접적인 경험을 쌓음으로써 판단의 근거를 다각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이는 언어적 존재로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지극히 소중한 능력이다. 독서를 통한 것이거나 직접 체험한 것이거나를 막론하고, 판단의 근거가 다각적일수록 사고는 종합적인 것이 된다.
치밀한 관찰과 판단 근거를 충분히 마련했다고 해도 그 관점이 편파적이거나 이해관계에 얽매인다면 종합적 사고를 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건전한 관점이 필요해진다. 건전한 관점은 보편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대상에 관한 포괄적 인식에 도달하고 통찰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4) 논리적 사고로서 논술
논술이 사태를 논리적으로 파악하여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언어로 서술한 것이라면, 논리적 사고는 논술과 연관된다. ‘논리적 사고’란 문제와 해결을 논리적 절차와 규칙에 따라 생각하는 과정을 뜻한다. 논리적 사고를 위해서는 논리적 규칙과 논리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논리학에 관한 지식을 아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상식을 바탕으로 조금이라도 깊이 있는 사고를 요하는 것이다.
논술에서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는 논지 전개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이는 사물의 객관적 파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논술이기 때문이다. 객관성 확보의 방식으로서 필요한 논리적 사고는 언어적 활동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언어 자체가 지닌 논리의 오류를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일반화라든지, 편벽된 사례에 의한 단정 등이 언어상의 비논리성의 예들이다. 이는 자칫 과도한 의욕을 가지고 성급하게 판단할 때 드러나기 쉬운 오류이다. 논술은 근본적으로 논리적인 절차와 과정이 중시되는 행동이고 사고이다. 상황을 주관적 편견이나 감정적 흥분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내적인 논리를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논술은 지적인 훈련의 과정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논리적 사고는 지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에 바탕이 되는 정신 능력이다. 사고하는 존재,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존재로서 인간은 지적인 속성을 토대로 해서만 성장한다. 시민 의식을 지닌 인간,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인간, 진리 추구에 헌신하는 인간이 지적인 인간의 속성이다.
논리적 사고 능력은 학문 연마의 바탕을 마련해 준다. 대학에서 수행되는 수준 높은 학문에서는 물론, 중등학교 학습도 이러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원리에 있어서 학교급별로 논리적 사고의 차이는 없는 셈이다.
논리적 사고를 위해 필요한 능력으로 다음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적정한 논거를 발견하고 그 논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합당하게 정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적정한 논거를 발견하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전체 상황과 연관지어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객관성, 규칙성,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논리를 전개할 수 있는 추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추론은 논술에서는 물론 독해에서도 중시되는 고등 사고 능력이다.
5) 글쓰기로서 논술
논술은 일차적으로 글쓰기의 한 양식이다. 논리를 중심으로 하는 글이라는 것은 다양한 글쓰기의 한 영역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글쓰기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글쓰기’는 생각을 바르고 효율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행위이다. 논술은 정서 표현의 글쓰기와는 달리 논리성과 합당한 논거를 바탕으로 견해를 주장하는 글이기 때문에 필요한 지적 능력도 다소 차이가 있다. 또한 실용적인 글쓰기와도 다르다. 실용적인 글쓰기가 문제의 구체적인 해결과 현실적인 적용을 중시한다면 논술은 적용의 단계까지 나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내적인 논리와 논거의 타당성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논술이 글쓰기의 하나라면 그 자체가 언어활동의 한 양상이다. 여러 가지 글쓰기 가운데 논리적인 글쓰기라는 한 양상인 것이다. 따라서 논술은 글쓰기의 일반적인 절차와 과정을 밟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논술이 글쓰기의 형식을 익히는 것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내용이 없는 형식을 만들어 내는 기교만으로는 논술이 될 수 없다. 흔히 논술의 형식을 공부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는 논술의 기본 성격을 잘못 파악한 데에서 비롯되는 오류이다. 논술에서는 일차적으로 사고 방법과 정신적 태도가 문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논술의 글쓰기는 사고하기와 엄격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논술에서 필요한 사고 과정은 문제의 발견․계획․실행․검토의 네 단계를 설정할 수 있다. 이는 아이디어의 생산-표현-조정으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단계는 글쓰기의 일반적 단계와 일치하는 것이다. 논술을 통하여 글쓰기의 일반적 과정을 익힐 수 있으며, 반대로 글쓰기의 일반적 과정을 통하여 논술에 접근할 수도 있다. 이처럼 글쓰기와 논술은 동전의 앞뒤와 같은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다.
글쓰기를 기교적인 활동으로 인식하는 데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교보다는 지적인 활동이며 문제제기 활동이다. 글쓰기는 지적 활동의 대표적인 양상이다. 일반적으로 글을 쓰는 일은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주체적인 관점에서 해결의 과정을 모색하며, 그 결과를 형식 조건에 맞는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글쓰기의 과정의 각 단계에서 논술에 필요한 사고와 판단을 체험하게 된다. 그 결과 글쓰기는 종합적인 지적 활동이 된다. 따라서 글쓰기는 언어 능력 함양의 수단이 된다. 아울러 자아 발견과 형성에 핵심적인 지적 작업이 된다.
글쓰기로서 논술을 위한 능력으로는, 첫째 일관성과 단계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드러나는 글의 구성 능력이다. 이는 서론, 본론, 결론의 틀을 설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사고를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능력과 연관되는 점이다. 둘째 문단 구성 능력인데 문단으로서 응집성을 갖추면서 부분과 부분의 연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셋째 통사, 어법, 문체 등을 포함하는 문장력이 요구된다. 글을 쓰기 위하여 필요한 문장 구성의 기본 능력을 말한다. 넷째 어휘 구사력이 필요하다. 이는 어휘의 정확성, 맥락과 연관된 적절성, 참신한 어휘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 등이다. 그러나 논술에서는 이들 능력이 부분부분 떨어진 채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논술은 종합적인 지적 활동의 대표격이기 때문이다.
2. 논술의 핵심 10가지 (서울대 제시)
가. 문제의 파악
문제의 파악이란 곧 문제가 원하는 내용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포착해서 그 내용을 차근차근 살펴 풀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가 어느 것이 옳은지를 묻고 있다면 옳은 것을 가려내고, 원인을 밝히라고 하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인과 관계를 살필 수 있어야 한다.
나. 사실의 이해
사실이란 논술을 할 때 논의하고자 하는 대상이 지닌 모든 것을 말한다. 논의하고자 하는 대상은 늘 여러 가지 다른 측면을 지니기 때문에 이러한 다양한 측면을 포괄적으로 살필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논술문을 쓸 수 있다. 사실에 대한 이해는 구체적이고 정확한 이해여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 해결의 능력
논술이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실과 논리에 맞춰 타당한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보통 문제는 설명이나 선택, 규명, 권고 등의 모습이나 비교나 대조 또는 인과 관계의 양상 등으로 해결책을 포함하고 있다. 문제가 어떤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절차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라. 논지의 적절성
논술은 어떤 문제에 대한 의견이나 주장을 펴는 글이다. 그리고 그런 의견이나 주장은 남들이 수긍할 만큼 타당한 것이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에 근거해야 하고 적절한 논지를 갖추어야 한다. 논지의 적절성은 과정과 결과 모두에 관계된다. 논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필요하고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편성을 지녀야 한다.
마. 논의의 일관성
논술을 하는 데 있어서 논점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처음에 화제로 삼은 주제가 샛길로 빠지는 것은 대체로 개요 짜기가 부실한 경우에 발생한다. 일관성은 단순히 주제면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표기법이나, 용어의 사용에 있어서도 해당한다.
바. 논거 제시의 적합
논거란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 위해 제시하는 근거로 논거는 논술의 기본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논거는 우선 확실한 사실이어야 하며 풍부해야 하고 대표성이 있어야 한다. 논거 없는 주장은 허공을 향해 내지르는 외침이나, 현수막에 걸려 있는 구호와 다름이 없다.
사. 논증 방식의 타당성
논술은 반드시 논리적으로 입증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논증 방식의 타당성이란 규칙과 절차를 얼마나 잘 지키는가에 달려 있다. 논증은 추론의 과정을 통해서 완성된다. 즉, 연역, 귀납, 유추, 귀류법 등을 잘 이용해야만 타당하고 논리적인 논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 어휘의 정확성과 풍부성
논술의 어휘는 문맥에 관계없이 그 자체로 정확해야 한다. 각 개념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함은 물론 적확한 표현을 뒷받침하는 정확한 표기 능력도 길러야 한다. 적확한 표현은 풍부한 어휘력에 크게 의존함을 유념하여 항상 국어 사전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자. 문장의 정확성과 효율성
논술문에서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올바른 문장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문장이란 표기가 정확하고 그 뜻이 명료하게 전달되는 문장을 말한다. 또한 문장은 효율성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이런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논리적인 사고 과정이 명쾌하게 드러나도록 문장을 써야 한다. 불필요한 감탄문이나 의문문의 빈번한 사용과 구어체로 적당히 넘어가려는 문장은 논술에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들이다.
차. 글의 단위성과 유기성
한 편의 글을 이루는 각 부분들은 그 글에 있어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야 한다. 문단은 하나의 소주제를 갖는 단위로서 여러 문장들이 소주제를 중심으로 단단히 결집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각 문단이 제 나름의 생각으로 결집되어 있기는 하되 각 문단은 유기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문단이 하나씩 추가되면서 글을 전개시켜 나갈수록 결론을 향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3. 논술의 채점기준 5가지
가. 창의성
창의성은 주제에 접근하는 시각이 얼마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가 하는 점에 그 초점이 있다. 표현이 정확하고 논리적이라 하여도 독창적인 제재나 사고가 뒷받침되지 않고 상식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면 진부하고 유형적인 글이 될 것이다. 효과적인 예시나 인용을 사용하여 변별력을 지닌다면 비슷비슷한 답안들 중에서 참신하고 개성적이면 독창적인 문제의식을 지닌 글이 되어 높은 점수를 받게 될 것이다.
나. 주제의 명료성
제시된 주제에 대해 글쓰는 이의 관점, 견해, 입장, 주장을 분명하게 밝혀 주는 것도 중요하다. 글에서 주제가 명확하지 않으면 글쓰는 이가 전달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설득력이 부족하게 된다. 그러므로 전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려는 지가 명확해야 한다.
다. 논증의 적절성
글의 논거는 편견이나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옳은 것이어야 하며 주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 편견, 선입견에 의해 서술한 논거나 주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논거, 출처가 의심스러운 논거, 논리를 비약하거나 억지를 부린 논거는 적절하지 못하므로 피해야 한다.
라. 표현의 정확성
논술문을 쓸 때 원고지 사용법, 맞춤법, 띄어쓰기, 단락 구분 등 형식적 요건들을 정확히 알아두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을 쓰도록 해야 한다. 논술문에 적합하지 않은 어휘가 사용된 문장이나 주․술이 어긋난 비문(非文),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불필요한 미사어구를 사용한 경우,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기 힘든 표현도 피해가야만 하는 사항들이다.
마. 생각의 깊이
논술 시험 답안에서는 주어진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폭 넓은 사고를 드러내야 좋은 접수를 얻을 수 있다. 논술은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므로 상식적인 수준의 진술은 피해야 하며 날카롭고 독창적이며 참신한 사고가 보이도록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경북외국어고등학교 교사 최우현
※ 경북과학고등학교 교사 류성연
※ 구미고등학교 교사 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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