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논술반 Ⅰ
- 논리적 생각과 글쓰기의 기초 -
★ 시험 논술문 쓰기 ★
시험 논술문이란 대학 입합 시험에서 부과하는 약식 논문을 말한다. 비록 대학 입시의 논술문은 짧고 제약이 많으며 또 여러 가지 유형으로 출제되기는 하지만 본디 논문 형식으로 쓴 논리적인 글이다. 다만 분량이나 쓰는 자리 등이 한정된 것밖에는 일반 논술문 쓰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므로 시험 논술문 또한 논술법을 기본으로 하여 논지를 명확히 제시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조리 있게 뒷받침하여 전개함으로써 독자를 설득하여야 한다.
☞ 대학 논술 고사의 대비책
1. 대학 입학 논술 고사의 특성
“논술 고사란 대학 입학을 희망하는 응시자들의 고차적인 사고 능력(표현력, 조직력, 종합력, 추리력, 창의력 등)을 평가하기 위하여 특정 교과목의 내용에 구애받지 않는 소재(탈교과적, 범교과적) 중에서 주제를 선정하여 논문형 형태로 출제, 채점되는 고사를 말한다.”
위의 정의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논술형 고사에서는 문제만 주어져 있을 뿐 해답은 수험생이 스스로 탐구하여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조리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문제를 분석하는 능력, 그것을 바탕으로 주제(소견)를 파악하는 종합력, 추리력, 창의력 등이 모두 필요하다. 그리고 주제를 정점으로하여 분석 항목을 체계있게 늘어놓아 글의 골격을 이루는 구성력(조직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그 골격의 각 항목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논술적 표현력이 발휘되어야만 한다.
둘째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생활 주변의 평범한 소재 가운데서 논제가 선택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국어, 국사, 사회, 물리, 화학 등 어떤 교과목에만 국한된 소재에서 논제를 고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고등학교 교과목 전반에 걸친 소재 중에서 논제를 고르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로 논술 고사는 논문형 형태의 출제라고 하는 점이다. 논문 형태의 글을 쓰는 데는 문제점의 면밀한 분석과 비판을 통한 종합 구성력이 필요하며 그것을 다시 설득력 있게 합리적으로 표현 전개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위의 유의점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수험자가 지닌 지식과 판단력, 분석력 등의 사고력을 알아보는 것
(2) 논제를 얼마만큼 조리있게 논술하여 표현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
2. 대학 입시 논술 고사의 바른 준비
논술 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논술 고사의 참뜻을 잘 알고 대비하여야 한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기존의 논술문이나 그럴 듯한 글들을 마구잡이로 외우고 기억해서 옮겨 놓는다는 식으로 공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기 나름의 사고력과 창의력 그리고 논술력의 기초가 없이 남의 글을 베껴 놓는 식으로 논술문을 쓰는 것은 논술 고사를 치르는 근본 뜻에 어긋날 뿐 아니라 채점자의 눈에도 금방 띄게 마련이기 때문이다.1)
3. 논술문의 내용을 갖추는 일
논술문은 다룰 논제가 주어질 뿐 아니라 수험생의 머리 속에 간직된 자료(지식, 사고력 등)만으로 한정된 시간 안에 써야 한다. 논술문에서 다룰 문제가 미리 주어진다는 것은 쓸거리의 범위가 한정되고 주제의 성격도 거의 정해짐을 뜻한다. 따라서 수험자 입장에서 보면 내용적 틀이 미리 정해진 글을 써야 하는 것이다. 또한 아무런 참고 자료도 따로 주어지지 않으므로 평소에 다방면에 걸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가능한 범위에서 가장 효율적인 예비 방법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1) 생활 주변 문제를 다룬 논설문 등을 살펴 읽을 것 → 신문 칼럼, 신문 기사 주요 내용 정리, 교과서 논설문․ 설명문 정리하며 읽는 연습, 글을 쓸 때 늘 체계적으로 연습하기 등
(2) 평소에 많은 지식과 교양을 쌓을 것 → 독서의 필요성, 문학적 안목의 향상을 위한 노력
(3) 평소 매사에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는 습관을 기를 것 → 문제 의식,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들의 정리 ( 2000년도의 경우, 집단 이기 주의, 통일 문제, 노벨 평화상 문제, 새 천년 경제 상황 및 사회 상황 예측 등)
(4)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요령을 터득할 것
위의 방식을 바탕으로 다음을 살펴보자.
(가) 그거 괜찮은 방법인데.
난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
난 그 남자만 보면 괜히 짜증나고 불쾌해
이것 보다 저것이 낳은 것 같은데.
(나) 삼각형의 세각의 합은 180도이므로 정삼각형의 한각은 60도이다.
넌 힘이 세나 꾀가 모자라. 그 앤 힘은 모자라지만 꾀가 많다. 따라서 그 애가 널 이긴 건
꾀가 힘을 이긴 결과지.
위의 예 (가), (나)에서 우린 모두 “생각”이라는 공통된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엄격히 따져 보면 (가)의 경우는 ‘생각된다’, ‘느낀다’로 이해할 수 있고 (나)는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 사고’임을 알 수 있다. 논술에서 필요한 “생각”은 바로 (나)와 같은 지성적 사고력인 것이다.
4. 논술문 쓰기의 기본 능력 가다듬기
수험자는 주어진 논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기본 절차에 따라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술문 작성의 기본 절차]
(1) 논제의 핵심 파악
(2) 논제와 관련된 주제의 결정
(3) 주제의 하위 분석
(4) 간단한 개요의 마련
(5) 개요에 따른 단락별 전개
(6) 표현 형식 다듬기
5. 대학입시 논술 고사의 유형
논술 고사의 출제 유형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진다. “단독 과제형”과 “자료제시형”이 그것이다. 단독 과제형이란 논제만 주고 논술하라는 것이고 자료 제시형은 주어진 자료 범위 안에서 또는 그 자료를 활용해서 논술을 하라는 것이다.
5.1. 단독 과제형
단독 과제형 논제는 대체로 “어떤 문제에 관해서 어떤 방식으로 논술하라”하는 형식이다. 논제와 관련된 자료를 따로 주지 않고 논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단독 과제형은 채점상의 난점이 따른다. 해답의 범위가 나무나 넓기 때문에 채점 기준을 세우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독 과제형 출제에서는 상당한 방향 지시가 따르게 된다. 곧 해답의 방향을 어느 정도 한정하는 것이다.
(1) 도시 공해의 주원인을 분석하여 논증하라.
(2) 남녀 공학의 장단점을 열거하고 소신을 펴는 글을 쓰라.
(3) TV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들고 그 이유를 논술하라.
(4) 신문의 기능을 3가지로 나누어 열거하고 논술하라.
(1)에서 “도시 공해의 주원인”이라고 한 것은 “공해 문제에 대하여”라고 한 것보다는 그 다룰 범위가 훨씬 축소되어 있다. 이렇게 수험자가 그 한정된 범위에 대하여만 다루게 되면 가능한 답안의 테두리는 상당히 축소된다.
이처럼 단독 과제형 출제에는 상당한 방향 지시를 가미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채점상의 난점이 주된 까닭이지만, 수험생들의 한정된 지식과 답안 분량의 제약성 등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실제로 관계자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아도 같은 결론에 이른다. 따라서 수험 준비생들은 이처럼 다소 한정된 범위의 단독 과제형을 많이 다루는 요령을 익힐 필요가 있다.
5.2. 자료 제시형 논제
자료 제시형은 논제와 함께 수험생이 읽을 자료를 제시해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논술문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료 제시형은 “다음 예문을 읽고 논리적 전개법의 타당성 및 설득력 유무를 비판 논술하라”하는 형식이 된다.
자료 제시형 논제는 대개 단독 과제형에 비하여 소재의 범위가 많이 한정되어 있다. 주어진 자료가 지닌 문제점이나 지시 내용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험자는 자신이 지닌 지식과 추리력을 가지고 주어진 자료 내용에 주안점을 두고 다루어야 하는 한계성이 있다. 그런 한계를 벗어나면 출제 의도에서 빗나간 해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자료 제시형에서도 논제의 방향 지시가 가미되는 수도 있다. 제시된 자료 자체가 방향 지시가 되는 것이지만 거기에 덧붙여서 더 한정된 범위 안에서 반응을 보이도록 하는 일도 많다. 자료가 주어졌다 하더라도 반응 정도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것이면 역시 채점상 난점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음 글을 읽고 비판하라.”와 같은 막연한 논제이어서는 채점 기준을 세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다음 글을 읽고 논술 전개의 타당성을 비판하라” 또는 “다음 글에서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두 명제를 가려내고 그 근거를 밝혀 논술하라”와 같이 어느 정도 방향 지시가 주어지는 따위이다. 이러한 방향 지시는 한정된 여건에서 글을 쓰는 학생들에게도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물론이다.
(1) 다음 글을 읽고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명제와 관련 없는 명제들을 가리고 그 근거를 밝혀논술하라.
(2) 다음 글을 읽고 논리적 타당성이 결여되었음을 지적하는 반박문을 써 보라.
(3) 다음 글을 읽고 남녀 평등이 어려운 여건이 무엇이며 그 까닭을 조리있게 논술하라.
자료 제시형은 몇 가지로 변형된 것들이 있다. 그 주된 것들은 보완 논술형과 요약 논술형이다.
(가) 보완 논술형 : 중간이나 끝부분에 한 단락이나 두어 단락에 해당되는 부분을 생략한 글을 제시하고 그 부분을 보완하는 논술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4) 전체 글의 통일성에 유념하여, 다음 글의 빈 칸에 알맞은 내용을 600자 정도의 단락으로 쓰시오.
(5) 다음 글의 끝부분에 한 단락 정도의 알맞은 내용을 써 넣어 완성하라.
(나) 요약 논술형 : 상당 분량의 글을 자료로 제시하고 그것을 일정한 분량의 논술문으로 쓰라는 것이다.
(6) 다음 글을 읽고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300자 내외로 논술하라.
요약형 출제 중에는 논술문 형식을 갖추지 않은 것도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논술문의 범주로 칠 수가 없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요약한 글이 논술문의 격식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경우에만 논술형 출제로 여길 수가 있다.
< 글쓰기의 기본>
-생각하는 힘 기르기-
1. 단락의 일반 개념
이 글의 목적은 단락에 관한 일반적인 개념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락의 형식과 내용이 불일치해서는 안 됨을 보이는 데 있다. 짜임새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단락을 잘 구성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단락 구성이 잘못된 글을 주변에서 쉽게 접하게 된다. 특히 단락의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우리 글의 가장 큰 병폐가 되고 있다. 이 글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하여 쓰여졌다.
흔히 글을 쓴다고 하면 알맞은 낱말만을 골라서 매끈한 문장들을 짓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낱낱의 문장을 짓고 다듬는 일에만 관심을 쏟는 일이 많다. 그러나 하나 하나의 문장이 아무리 매끈하고 훌륭해도 그것이 뿔뿔이 흩어져서는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다. 문장들은 하나의 소주제로 뭉쳐 단락을 형성해야 하며 그러한 단락들은 다시 하나 또는 그 이상이 모여서 글의 각 항목을 이루고 나아가서 글 전체의 최고 이념인 주제를 떠받들어야만 짜임새 있는 글이 된다. 이런 관계를 그림으로 알기 쉽게 보이면 <그림 1>과 같다.
<그림 1>
책(book) | |||||||||||||||
장 또는 글 | (chapter | or composition) | |||||||||||||
문단(paragraph) | |||||||||||||||
문장(sentence) | |||||||||||||||
단어(word) | |||||||||||||||
이처럼 문단은 글의 부분이다. 단어가 모여 문장을 이루고 관련 있는 문장이 모여 문단을 구성하듯, 관련있는 문단이 모여 글을 이룬다. 이러한 글이 모여 책을 이루는 장이 된다.
일반으로 단락(paragraph)은 주제의 일부 하위 개념을 집중적으로 펼치는 일련의 문장들로 엮어진 조직체로서 그 형식이 명확히 구획된 글 속의 글이다. 이것은 서구의 단락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일반성 있는 단락 정의이며, 다음 3가지 것을 기본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2)
1) 단락은 글 전체 주제의 일부 개념을 펼친다.
2) 단락은 일련의 문장들로 엮어진 조직체이다.
3) 단락은 그러한 조직체가 서로 잘 구분 되도록 뚜렷한 형식적 경계를 지닌다.
단락은 전체 주제의 일부 개념을 펼친다.
이것은 결국 단락이란 글의 내용 일부를 떠맡아 다루는 하나의 전개 단위체가 됨을 의미한다. 글의 주제는 일반으로 추상적이므로 그것을 하위의 소개념으로 나누어서 다루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한 소개념은 흔히 소주제라 부른다. 한 단락의 소주제가 갖추어야 할 성격으로는 하나의 문장만으로 서술할 수 있는 개념이나 무한한 문장 ꠏꠏꠏ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 이상의ꠏꠏꠏ으로 서술해야 하는 큰 개념도 적당치 못하다. 소주제는 글의 주제와 관련되어 글 전체 주제를 떠받들고 있어야 하며, 하나 하나의 소주제를 선택할 때는 반드시 전체 주제와의 관련성을 으뜸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소주제는 글 전체 발전과 관련하여 적절해야 하며, 단락이라는 토막글의 핵심과제라는 면에서 적절해야 한다.3) 소주제가 적절히 표현된 예를 살펴 보자.
<예문1>
나의 친구 진우는 봉사 정신이 빼어나다. 그는 자기의 일은 뒤로 제쳐두고 남을 위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친구들의 일을 앞장 서서 돕고, 다른 아이들이 싫어하는 궂은 일도 마다하는 적이 없다. 이를테면, 화장실 청소나 창문 유리 닦기 같은 일도 자기 당번일 때는 물론이고 딴 아이를 대신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진우의 이런 착한 성품을 이용하려 드는 얄미운 아이도 있을 정도이다. 우리 반에 몸이 불편한 아이가 있는데 어디 갈 때마다 그애를 거들어 주고 마음을 쓰는 것도 진우가 거의 도맡아 한다. 이렇게 그가 유달리 애쓰는 성품이 그의 신앙심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아니면 그의 타고난 성품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봉사 정신은 몸에 배어 있다고 할 만하다.
윗 글은 “봉사 정신이 빼어남”이라는 소주제를 매우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만일 이 것을 아래와 같이 고친다면 조리 없는 횡설수설하는 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예문 1-1>
내 친구 중에 진우라는 아이가 있다. 그 애는 남의 일을 잘 돌보아 주기로 소문이 났다. 어떤 때는 재 일을 제쳐 두고 남의 일을 많이 해 주고 공부도 잘하고 성적도 좋다. 우리 반의 어려운 친구들의 일을 앞장 서서 돕기도 하고, 청소도 마다 않고 열심히 한다. 그뿐 아니라 우리 반에 있는 몸 불편한 아이도 그 애가 아마 기독교 신자라서 그런지 아무튼 봉사정신이 강하다. 선생님도 그애를 제일 신임하는 것 같고, 나하고도 친한데, 참 착한 아이로 알려져 있다.
위의 보기는 진우라는 아이에 대해 보고 느낀 것을 두서없이 설명하고 있다. 그가 봉사정신이 강하다는 것을 설명할 뿐 아니라 성격, 놀기, 운동 등을 모두 말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독자가 글을 읽은 뒤 요점을 파악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단락이란 일련의 문장들로 구성된 조직체이다.
“일련의 문장들”이란 소주제를 충분히 펼칠 수 있는 여러 개의 관련된 문장들을 말한다. 이런 문장들을 뒷받침 문장이라 한다.4) 바람직한 뒷받침 문장은 소주제(문)를 풀이하거나 논술하여 펼치는 것이므로 소주제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소주제의 중요성을 펼치기 위해 누구나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게 구체화하거나 합리화해야 한다. 뒷받침 문장이 소주제를 훌륭히 떠받들고 있는 예를 살펴보자.
<예문2>
나는 요즈음 책이 우리에게 주는 참된 가치에 대하여 내 나름대로 깨닫게 되었다. 독서의 가치나 보람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언급해 왔지만 나 자신이 독서를 많이 안 해 보았을 때는 그것을 실감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최근에 독서에 취미가 붙어 틈만 있으면 책을 읽다 보니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나는 독서를 통하여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나의 알고자 하는 욕망을 채울 수 있었다. 또 독서는 나의 안목을 넓혀 주었다. 이렇게 독서는 나로 하여금 정신적인 면에서 큰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위 글에는 “독서를 통한 정신적인 성장”이라는 주제가 확실하게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이 주제는 1)새로운 세계의 발견, 2)알고자 하는 욕망의 충족, 3)안목을 넓혀줌 등의 3가지 근거로 뒷받침되고 있다. 만일 아래와 같은 예를 독자가 읽게 된다면 도대체 글의 초점이 무엇인가를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예문3>
현대 사회를 흔히 과학의 시대라 말한다. 길을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과학의 산물이 우리 주위를 채우고 있다. 그래서 난 항상 허무주의에 빠져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이들이 내게 주는 소외감과 학생식당의 컨베이어가 주는 역겨움 그리고 잠자리 머리맡에 놓인 가습기가 뿜어내는 숨막히는 냉소에 날 떠맡기는데 싫증이 난다. 한번은 학생식당에서 내 앞으로 다가오는 식기를 놓쳐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하지만 유리창 너머에 서 있는 아주머니의 너그러운 미소로 위기를 모면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이 사회에 잠시라도 여유 있는 웃음을 다른 이에게 보일 수 있다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위 글은 앞서 말한 두 가지 것이ꠏꠏꠏ소주제와 뒷받침문장ꠏꠏꠏ모두 제대로 나타내지 않은 예이다. 글의 중심 내용이 (과학의 시대에 관한 것인지, 소외로 인한 허무주의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갈수록 각박해지는 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자는 것인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쓰인 재료들이 글의 주제를 뚜렷이 나타날 수 있게 선택되지 않았고 재료들을 알맞게 배열하지도 않고 있다. 여러 가지 단편적인 이야기를 두서없이 모았기 때문에 그것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글을 끝내고 있다.
단락은 그러한 조직체가 서로 잘 구분되도록 뚜렷한 형식적 경계를 지닌다.
단락은 소주제를 충분히 펼치는 글 속의 글이라 할 때 그것은 분명한 경계가 주어져서 다른 단락들과 서로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단락의 형식적 구분을 하는 데는 “들여쓰기”가 가장 널리 쓰인다. 그 외 내쓰기라는 것과 줄만 바꾸는 것으로 단락의 구분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들여쓰기가 단락의 형식적 표지로는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만일 아래와 같이 한 문단 안에 들여쓰기가 자주 사용된다면 독자는 글이 내세우고자 하는 주제를 파악하기가 매우 힘들 뿐더러, 글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읽기를 포기하고 말 것이다.5)
<예문4>
옛날에는 적어도 스승은 부모와 같은 수준으로 대접했다. 스승을 모실 때에는 그림자를 밟는 것도 실례로 생각하였다.
스승이 세상을 떠나면 상복을 입는 것이 통례이기도 했다.
그 한 예로, 율곡 선생은 퇴계 선생보다 35년 아래로 직접 제자는 아니고 다만 도산 서원에 은퇴한 퇴계 선생을 찾아 며칠 동안 가르침을 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율곡 선생은 평생 퇴계 선생을 스승으로 받들었고 선생이 세상을 떠나자 3년 동안 내외분이 침실을 같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즈음은 도저히 생각도 못할 일이다.
위 글은 하나의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옛날 고사를 예시한 것이므로 하나의 단락을 이루어야 마땅하다.
지금까지 단락의 뜻매김과 그에 따른 구조를 살펴보았다. 이것을 그림으로 표시하면 <그림 2>와 같다.6)
<그림 2>
소주제(문) 뒷받침문장 뒷받침문장 뒷받침문장 뒷받침문장 뒷받침문장 … … … … … … |
2.단락의 형식과 내용
이상에서 살펴본 단락의 일반 개념에 비추어 볼 때 단락을 이루는 데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은 단락의 구조는 그 형식과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한 단락에 한 소주제라는 중심 사상이 뚜렷이 나타나며 그것을 떠받드는 뒷받침 내용들이 하나의 조직체를 이루어 글의 내용을 독자의 가슴속에 새겨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 단락의 실제 사용에 있어서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아래에 제시된 두 단락은 어떤가 살펴보자.
<예문5>
사람을 생각하는 동물이라 한다. 사람을 동물과 구별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생각을 할 줄 안다는 것이다. 사람 외의 동물 중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같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원숭이를 미로에 가둔 후 바나나를 찾게 하는 실험은 가끔 우리에게 재미를 주는 것을 지나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인 것 같은 착각마저도 들게 한다. 한 번은 동물원서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던지다 팔을 다친 적이 있다. 원숭이가 팔을 할퀸 것이다. 집에 와 소독을 하며 동물원에 가서는 철조망을 절대적으로 믿어서는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예문6>
그는 부지런한 학생으로 소문이 나 있다. 무릇 머리가 영리한 사람은 자기 재주만 믿고 게으름을 피우는 일이 있다. 그러나 그는 머리가 영리한 편인데도 쉴새 없이 공부를 한다. 그는 아침에 일찍 등교해서 밤 늦게 까지 자리를 거의 떠나지 않고 공부를 한다. 반의 청소나 그 밖의 궂은 일을 앞장서서 하는 것도 그의 부지런한 성품을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성질이 날카로워서 친구들과 가끔 부딪치는 것이 흠이다.
첫 번 째 글은 사람의 특징 가운데 생각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헌데 “-한번은…”에서부터 앞글과는 주제가 다른 동물원과 철조망을 맹신하는 데서 올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이 글은 처음에 제시된 주제를 일관성 있게 펼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두 번 째 글은 첫 문장에 소주제가 나타나 있고 그 뒤의 뒷받침문장들이 대부분 그것을 잘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 “그런데 그는 성질이….”가 글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 마지막 부분은 따로 떼어서 그에게 부지런함과는 또 다른 면이 있음을 전개하는 단락을 만들어야 마땅하다.7)
아래의 예도 단락의 형식과 내용을 일치시키지 못한 경우이다.
<예문7>
그러나, 또 다시 그대로 말하는 靑山과 노래하는 綠水만은 아니다. 그는 不幸히 日帝 三十六年間 失國의 時點에서 나고 자라고 살았기 때문에 머리에 가득찬 것이 민족을 살리는 근심이요, 가슴에 북받치는 한이 민족을 구해 내야만 하는 시름이었다. 이것이 그의 詩心이 되고, 이것이 그의 노래가 되어, 이 강산 이 바다에 구름이 되고, 이슬이 되고, 따뜻한 별이 되고, 달디단 甘雨가 되어, 메마른 이 땅의 젊은이들의 가슴에 한 줄기 서광과 희망을 부어 주기도 했고, 몸소 倭警한테 흥원감옥과 함흥감옥이며 광양옥중으로 끌려 다니면서 이나라 民族正氣를 바로잡는 겨레의 師表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하니, 山은 一個의 시인만이 아니라 겨레의 靑山이요 綠水라 부른다.
위 글은 강조 단락이라 하여 하나의 문장을 따로 떼어놓음으로써 강조의 효과를 나타낸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제시한 것이다. 이것은 한 문장만으로는 단락이 이루어 질 수 없으며, 강조라는 측면에서도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8)
우선 한 문장 단락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알아보고 그것으로 인해 강조 단락이 성립될 수 없는 이유를 살펴보자. 강조 단락의 큰 특징은 하나의 문장만으로 한 단락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의 예는 하나의 문장이 한 단락을 이루고 있는 경우이다.
<예문8>
수복이 쌓인 낙엽 뒤에 문득 떨어지는 액체는 빗방울은 아니었다.
고개를 숙인 나의 두 눈에서 쏟아지는 눈물방울이었다. 바삭바삭 낙옆을 밟는 발소리 틈틈이 뚝뚝 떨어지는 액체로 나의 시야는 흐려져 저 맑은 창공도 분간키 어렵다.
<임옥인, ‘눈물의 빛깔’중에서>
위 글 가운데 밑줄 친 부분이 수필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문장 단락의 예이다. 이것은 단락의 일반 개념과 소주제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앞서 다루었던 단락의 일반 개념에 ‘글 전체 주제의 일부 내용을 충분히 다루는 글 속의 글이다’라는 말을 했었다. 이 말 속에는 단락에는 소주제를 제시하는 문장 이외에 그것을 설명해 주는 상당수의 뒷받침 문장들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한 문장 단락은 이러한 점을 무시한다. 기껏해야 소주제를 내세우는 정도에 그치기 마련인 것을 마치 작가의 감정을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인 양 미화하여 단락의 개념을 흐트리고 있는 것이다.
소주제의 중요성에 비추어서도 문제가 있다. 한 단락의 소주제는 글 전체의 일부로서 충분히 전개되어야 할 중요한 내용이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그것을 제시만 하고 펼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 글은 다음과 같이 바꾸는 것이 마땅하다.
<예문8-1>
수복이 쌓인 낙엽 뒤에 문득 떨어지는 액체는 빗방울은 아니었다. 고개를 숙인 나의 두 눈에서 쏟아지는 눈물방울이었다. 바삭바삭 낙옆을 밟는 발소리 틈틈이 뚝뚝 떨어지는 액체로 나의 시야는 흐려져 저 맑은 창공도 분간키 어렵다.
문장 하나를 따로 떼어내어 시각적인 강조를 효과적이라 생각하는 데서 나온 한 문장 단락은 오히려 독자의 머리를 혼란 속에 빠뜨릴 수 있다. 그러므로 글쓰는 이 뿐만 아니라 읽는 이에게조차도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강조 단락은 효과적이지 못한 전달 방식인 것이다.
다음으로 강조의 효과라는 측면에서 <예문 7>에 나타난 문제점을 살펴보자.9) 글에 있어서의 강조란 글을 읽을 때 무엇보다도 그 내용이 확실히 파악되고, 이해와 납득이라는 측면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얼핏 보기에는 눈에 잘 띄는 것이 우리의 시선을 주도하고 주의력을 집중시키게 한다. 그러나 독자가 글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시각과 주의력을 끈다는 것도 결국에는 글의 내용을 마음속에 파고들어 자리 잡지 못하게 하는 역효과를 내게 마련이다. 글을 쓸 때 강조의 가장 좋은 수단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독자로 하여금 파악하기 쉽게 하여 글의 내용이 가슴 속 깊이 남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두 단락으로 나누어진 <예문 7>은 강조라는 측면에서 볼 때 하나의 문단으로 구성한 것 보다 효과적이지 못하다 하겠다. 그러므로 <예문 7>은 “그러하니, 山은 一個의 詩人만이 아니라 겨레의 靑山이요 綠水라 부른다.”는 문장을 “겨레의 師表가 되었던 것이다.”에 붙여 써야 한다. 그래야만 독자는 앞서 밝힌 문장을 다시 읽는 수고를 하지 않을 것이다.
앞서 지적한 단락의 형식과 내용이라는 측면에서 다음 예문을 살펴보자.
<예문 9>
이제 매년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입시 홍역이 끝났다. 전기대학, 후기대학, 전문대 합격자가 모두 결정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입학식이다.
당락의 희비가 교차하는 것도 잠깐, 곧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게 될 때 이 시기는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생각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어떻게 됐니? 무슨 학교? 무슨 학과?”
만나는 사람마다 속사포처럼 다급히 물어 제낀다.
“누구는 나랑 중학교 다닐 때 성적이 비슷했는데 지금은 어느 대학에 갔으니 출세했구나, 누구는 어떠했는데 이렇게 되다니, 쯧쯧․․․․․․”
그리고는 단순히 그 대학 학과만 놓고 한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 일단락지어 버리곤 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년 동안 전교 1등을 지켜오던 친구의 입시결과는 어이없게 나와 있었고 모두들 3년간의 그 자랑스러워하던 성적과 고교시절이 마치 물거품으로 돌아간 듯한 인식이었다. ․․․후략․․․
위의 경우는 앞서 문제점으로 지적한 한 문장 단락을 구성하고 있으며, 예문 뒤에도 잘못된 들여쓰기를 하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속사포처럼 다급히 물어 제낀다. 는 바로 앞의 예문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들여쓰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는 단순히 ․․․후략․․․도 앞의 글과 연결되므로 앞 단락과 이어 주어야 한다. 위 글을 제대로 된 단락으로 바꾸어 보면 다음과 같다.10)
<예문 9-1>
이제 매년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입시 홍역이 끝났다. 전기대학, 후기대학, 전문대 합격자가 모두 결정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입학식이다.
당락의 희비가 교차하는 것도 잠깐, 곧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게 될 때 이 시기는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생각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어떻게 됐니? 무슨 학교? 무슨 학과?”
만나는 사람마다 속사포처럼 다급히 물어 제낀다.
“누구는 나랑 중학교 다닐 때 성적이 비슷했는데 지금은 어느 대학에 갔으니 출세했구나, 누구는 어떠했는데 이렇게 되다니, 쯧쯧․․․․․․”
그리고는 단순히 그 대학 학과만 놓고 한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 일단락 지어 버리곤 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년 동안 전교 1등을 지켜오던 친구의 입시결과는 어이없게 나와 있었고 모두들 3년간의 그 자랑스러워하던 성적과 고교시절이 마치 물거품으로 돌아간 듯한 인식이었다.
위에서 우리는 현실에 “한 문장 단락”과 “강조 단락”이 나타남을 살펴 보았다. 그리고 예문 뒤에 내용을 무시한 들여쓰기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살펴보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이러한 예들이 신문 지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아래의 예문은 한 신문에 실린 것으로 하나의 문장이 한 단락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문10>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의 서울~평양 직통전화 설치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30일 서울한국통신연구개발단에서 계속된 ‘두만강지역 개발계획 통신전문가회의’에서 유엔개발계획과 남북한 등 5개국 대표들은 북한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서울~평양 직통전화 설치문제를 의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한겨레 신문> 중에서
위의 경우는 신문 보도의 특성상 주요 기사 거리를 맨 앞에 놓아 독자로 하여금 기사의 내용을 확실하게 짐작케 하려는 의도가 깔린 경우라 하겠다. 이것은 신문지면 활용에 관한 특수한 예에 해당한다고 말을 한다. 띄어쓰기 또한 지면상의 특징을 핑계삼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신문 지면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예들은 편법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문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예들도 단락의 형식과 내용이라는 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예문11>
․․․․․․전략․․․․․․
순금이는 들릴듯말듯 혀를 차며 과자를 반나마 주인여자에게 건냈다.
“엄니이, 나 몰러, 나 몰러․․․”
눈물이 그렁그렁해 있던 삼봉이는 마침내 아앙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때까지 부러운 눈으로 기죽어 있었던 주인집 아이는 혀를 낼름낼름하며 깡총거렸다
“아이고메, 맨날 이리 염치없이 얻어묵기만 혀서 으쩌까? 근디, 쩌것언 또 머신고?”
주인여자는 목을 빼듯 하며 다른 봉지에 눈길을 보냈다.
“야아, 고기라는디, 요것도 갈라묵어야제라, 쬐깨 시들리씨요.”
순금이는 감추지도 않고 꾸며대지도 않았다. 고기 몇점 더 먹자고 속일 마음도 없었고, 괜히 속였다가 엉뚱한 입질을 당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리랑 중에서>
위 글의 경우는 신문 지면상의 이유로 띄어쓰기는 제대로 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유독 인용문 뒤는 들여쓰기를 해서 다른 단락인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통일성이 결여된 예이다. 물론 인용문 뒤의 글이 앞의 것과는 다른 내용을 나타낸다면 새로운 단락을 구성할 수 (들여쓸 수)있다. 하지만 윗 글에 나타난 경우는 “눈물이 ~”나 “주인여자는 ~” “순금이는~”이 인용문에 대한 설명임을 확실히 알 수가 있다. 그러므로 아래와 같이 고치는 것이 마땅하다.
<예문11-1>
순금이는 들릴듯말듯 혀를 차며 과자를 반나마 주인여자에게 건냈다.
“엄니이, 나 몰러, 나 몰러․․․”
눈물이 그렁그렁해 있던 삼봉이는 마침내 아앙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때까지 부러운 눈으로 기죽어 있었던 주인집 아이는 혀를 낼름낼름하며 깡총거렸다
“아이고메, 맨날 이리 염치없이 얻어묵기만 혀서 으쩌까? 근디, 쩌것언 또 머신고?”주인여자는 목을 빼듯 하며 다른 봉지에 눈길을 보냈다.
“야아, 고기라는디, 요것도 갈라묵어야제라, 쬐깨 시들리씨요.”
순금이는 감추지도 않고 꾸며대지도 않았다. 고기 몇점 더 먹자고 속일 마음도 없었고, 괜히 속였다가 엉뚱한 입질을 당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신문의 경우에서 살펴본 예들은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신문을 지식의 전달체로 여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것을 마치 옳은 것인 양 버젓이 나타내는 데는 앞서 제시한 많은 문제가 있다. 신문을 띄어쓰기의 표본으로 삼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좋은 문장의 기준이라 믿고 있는 이들에게 “신문의 편법은 정도正道”라는 기사로 잘못을 숨길 수 있을까?
3. 마무리
지금까지 단락에 관해 알아보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단락은 글쓰기의 분량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논의의 단위체를 이르는 말이다. 시작과 끝을 지니며, 알아 볼 수 있는 형식을 지니며 그것만으로도 완결된 형식을 보이는 단위체이다. 단락의 형식은 그 내용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단락의 형식적 표지는 단락의 핵심 내용 곧 소주제를 충분히 드러내기 위한 단위체를 외형적으로 구분 짓기 위해 생긴 것이므로 그런 내용을 떠나서 그 자체로서의 존재가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의의 분량을 글로 쓴 후 그것을 나누어 몇 개의 단락으로 쪼갤 수는 없다.
그런데도 단락의 형식, 내용의 일치 문제를 “단지 이론을 그대로 따르자는 보수적인 사고에서 나온 말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이 글의 처음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아직도 단락이 글의 호흡 조정이나 시각적인 피로를 덜기 위한 것이라 생각된다면 ‘혹, 자신은 앞서 제시된 잘못된 단락을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지는 않는지’를 깊게 생각하는 것이 단락 이론에 접근하는 최고의 지름길임을 주장한다. 만일 이 글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이제 단락 쓰기를 실제로 연습할 때이다. 다음 호에서는 실제 단락 쓰기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글쓰기의 실제>
1. 문장에서 단락으로
우리의 생각을 나타내는 기본 단위는 문장이다. 낱말을 재료로 해서 이루어지는 문장은 우리의 생각을 펴는 기본이 된다. 이런 문장은 우리의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가장 작은 짜임새의 언어 표현이 된다. 낱말이나 어구 따위는 언어 표현의 재료가 될 분이고 그것들을 알맞게 결합하고 문법 요소를 첨가하여 문장을 이루어야만 우리의 생각이 기본적으로 표현 전달되는 것이다.
낱낱의 문장은 글의 기본 단위이다. 우리는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에 우선 낱말들을 골라 문장을 짓는다. 문장이란 일반으로 주어와 서술어로 이루어지는 언어 표현의 단위이다. 곧 낱낱을 재료로 해서 이루어지는 주어와 서술어의 결합체가 문장이라는 것이다.
문장 = 주어 + 서술어
예1)
날씨가 좋다.
개가 짖는다.
우리 학교가 저기에 있다.
어떤 나그네가 마을 사람에게 길을 묻는다.
저 아이들이 우리 학교의 학생이다.
이웃 마을의 아낙네들은 모두 얌전하다.
위와 같이 한 문장의 표현에서 말하거나 풀이하고자 하여 내세우는 사물이나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 주어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내세운 주어 뒤에는 반드시 그것에 대하여 무엇인가 풀이하거나 언급하는 말들이 따른다. 이런 구실을 하는 것이 서술어이다.
우리는 다음에서와 같이 두 개나 세 개의 절을 이어서 더 복잡한 문장을 이루어서 표현하는 일도 흔히 있다.
예2)
(1)새가 울고 꽃이 핀다.
(2)봄이 되니까 뒷산에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3)꽃이 하도 좋아서 내가 몇 송이를 꺾으려 하니까 아이가 그러지 말라고 말려서 손을 멈추었다.
위에서 (1)과 (2)는 접속문이다. (3)은 몇 개의 절이 이어진 복합문이다.11) 이처럼 여러 절을 잇고 또 각기 수식어를 적절히 덧붙여서 긴 문장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생각을 좀더 자세하게 나타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연습>
1. 다음 각 문장의 앞이나 뒤에 딴 문장들을 써넣어서 생각을 좀더 자세하게 나타내 보자.
(1) 나는 칠판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
(2) 나는 철수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
(3) 네가 착한 사람으로 성장해서 이 엄마는 기쁘구나. →
(4) 내 머리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
2. 아래의 글에서 너무 길거나 뜻이 명확치 않은 문장 또는 잘못된 점이 있으면 바로 잡아서 써 보자.
(1) 우리가 좀더 자유로운 마음의 평화를 누리길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받고 또한 남의 잘못도 용서하는 자만이 참된 평화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우리 나라 행정 전산망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표방하고 시작한 큰 사업의 하나였는데 그 이해도와 적극성이 낮다고 하니 아직도 컴퓨터를 도구로 활용하기에는 세련되지 못한 점도 많고 컴퓨터 문화가 본격적으로 정착했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2. 단락 : 글의 중간 조직체
1) 단락이란?
단락(paragraph) 또는 문단이란 문장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글의 중간 조직체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일상 대화나 편지 또는 수필이나 논문 따위는 많은 문장들이 이어져서 이루어진다. 그런 글들을 이루는 문장들은 관련 깊은 것들끼리 한데 어울려 작은 조직체를 이루게 마련이다. 곧 문장들은 아무 관계도 없이 따로 따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내용적으로 관계가 있는 문장들끼리 한 묶음씩 작은 조직체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장들의 묶음으로 이루어진 조직체를 우리는 단락 또는 문단이라고 부른다.
2)단락의 짜임새
단락은 중심문장과 뒷받침문장으로 이루어진다. 중심 문장은 한 단락에서 다루어질 내용적 핵심을 나타내는 문장으로서 소주제문 (topic sentence)이라고 부른다. 뒷받침문장 (supporting sentence)은 이 소주제문을 여러 가지로 떠받들어 펼치는 문장들을 말한다. 이들은 여러 개가 한 묶음이 되어 소주제문을 떠받들어 펼친다. 소주제문을 되도록 자세히 풀이하거나 받쳐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3) 소주제문과 소주제
단락의 중심 문장인 소주제문은 그 단락에서 다룰 중심 문제 곧 소주제(topic)를 그 핵심요소로 지닌다. 소주제는 그 단락의 으뜸 생각으로서 모든 뒷받침문장들을 거느리고 다스리는 우두머리의 구실을 한다. 뒷받침문장들은 이 소주제를 내용적으로 펼치고 떠받들도록 배역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주제를 ‘다스림 생각(controlling idea)’이라 부르기도 한다.
예 3)
사람은 첫째로 사람에게서 배운다. 사람의 스승은 우선 사람이다. 글을 읽는 것, 간접적이긴 하나 내용에 있어서 사람의 말을 듣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글을 배운다면 먼저 책을 생각한다. 그러나 그 때 에도 사람에게서 배우고 있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도 인간은 인간 사회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많고 의의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옛날부터 성현들이 혹은 인(仁)을 혹은 사랑을 혹은 자비를 가르쳤음은 한결같이 인간 관계를 떠나서 살아갈 수 없음을 의미하였던 것이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배우고 사람에 의하여 구실을 하게 마련이다.
- 박종홍, “학문의 길” 중에서
예 4)
멘델은 저 유명한 “유전의 법칙”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것을 발견하기 위하여 그가 한 일은 무엇인가? 그가 한 일은 고작해야 수도원 뒤뜰에다 완두콩을 심어 놓고 해마다 수확되는 색깔이 다른 완두콩의 수를 헤아려 그 비율을 산출해 내는 것이었다. 이건 참으로 쉽고 하찮은 일에 불과해 보였지만 인류 정신 문화에 일대 변혁을 가져오는 중대한 학문적 업적이 되었다. 멘델이 한 일들을 두고 생각해 보면 학문이란 어렵다고만 말할 성질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하일지 “학문 공포증에서 벗어나자” 중에서
4) 뒷받침문장
한 단락의 뒷받침문장은 소주제(문)을 내용으로나 분량으로나 알 맞게 펼쳐서 충실한 단락을 이루는 구실을 한다. “내용으로 알맞다”는 것은 뒷받침문장이 소주제문과 내용적으로 어긋남이 없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분량으로 알맞다”는 것은 소주제문을 충분히 펼칠 만한 수효의 문장들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 2-3)에서는 뒷받침문장들이 대체로 그런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가 있다. 그 단락들에서는 소주제문을 독자가 납득할 만큼 펼쳤기 때문이다.
예5)
우리 사회에도 이웃 사랑의 봉사 정신이 생활화되어 가고 있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자기만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한편에는 두고두고 우리들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미담의 주인공들도 늘어 나고 있다. 어려운 살림에 한 푼 두 푼 모은 전 재산을 학교 발전에 서 달라고 기부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묵묵히 드러나지 않게 사회의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삭막한 세상을 살맛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선진 복지 국가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기주의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들이 더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말이다.
에서 밑줄 친 내용이 무심코라도 끼어 든다면 그것은 소주제를 떠받들지 못하고 오히려 해치게 된다. 그런 문장은 소주제를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깎아 내려서 역효과를 가져오거나 혼선을 가져오게 만들기 때문이다.
5) 뒷받침문장의 알맞은 분량
여러 사람들이 쓴 단락들을 살펴보면 평균 5개에서 8개의 뒷받침문장이 쓰이게 됨이 예사이다. 소주제가 비교적 간단한 것이면 서너 개의 뒷받침문장으로도 무방한 때도 있겠지만, 다소 복잡하거나 중요한 소주제이면 그보다 많은 수효의 뒷받침문장이 쓰여야 할 것이다. 그럴 때에는 8개나 그보다 더 많은 뒷받침문장들을 동원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단락이 너무 길게 되는 것도 바람직스럽지는 않다. 단락 내용이 너무 복잡하게 되어 독자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습>
1. 아래 예문은 “독일의 도서관”을 소개하는 글의 일부이다. 단락의 짜임새 면에서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며 읽어보자.
예제1)
무엇보다도 감탄한 것은 도서관에의 접근이 아주 쉽다는 것이다. 도서관이 산중턱이나 변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상가의 한 복판에 있다. 시민들은 쇼핑을 하던 길에 도서관에 들른다. 그러면서도 도서관 안은 전혀 소음이 없다.
위 글의 소주제는 “도서관에 가기 쉽다”는 것인데 마지막의 “도서관 안은 전혀 소음이 없다”라는 문장이 끼어들어 다소 문제가 있다. 물론 조용한 것은 도서관이 지니고 있는 중요한 장점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내용은 위의 단락이 드러내고자 하는 소주제와는 관련이 먼 것이다. 아무래도 이 마지막 문장은 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그 도서관은 조용하다”는 소주제를 내세워서 새로운 단락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위의 예문은 다음과 같이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 좋다.
예제 1‘1)
무엇보다도 감탄한 것은 도서관에의 접근이 아주 쉽다는 것이다. 도서관이 산중턱이나 변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상가의 한 복판에 있다. 시민들은 쇼핑을 하던 길에 도서관에 들른다. 이렇게 독일인들은 물건을 사러 가게에 가는 것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쉽게 도서관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도서관은 조용하기 그지없다. 도서관이 혼잡스러운 상가들 사이에 있어서 그 안도 소란스러울 것 같지만 막상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면 그런 생각이 오산이었음을 알 게 된다. 도서관 안에만 들어서면 절간에라도 들어선 기분이 든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들리는 내 발자국 소리가 신경 쓰일 정도이다.
2. 다음 소주제문 중 한 두어 가지를 골라 알맞게 뒷받침하여 펼침으로써 한 단락을 이루어 보자.
ㄱ) 나는 우리 어머니를 좋아한다. ☞
ㄴ) 나는 우리 선생님을 존경한다. ☞
ㄷ) 나는 내 친구 000와 특별히 친하다(/안 좋아한다) ☞
ㄹ) 나는 자연 보호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주의) 위와 같은 소주제문에 관해서 자기 나름의 생각을 적어 가면 된다. 이때 소주제문과 관계없는 내용은 조금이라도 끼어 넣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3. 단락 짜임새의 유형
단락은 소주제문과 뒷받침문장이 어떤 순서로 어울리느냐에 따러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소주제문을 어느 위치에 두고 뒷받침문장을 배열하느냐에 따라 단락의 짜임새가 몇 가지로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위치 관계에 따라 단락은 두괄식, 양괄식, 미괄식, 중괄식 그리고 무괄식의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1) 두괄식 단락 [소주제문 + 뒷받침문장들]
두괄식의 단락은 소주제문을 맨 앞에 내걸어 놓고 그것을 떠받드는 뒷받침문장들을 그 뒤에 늘어놓는 짜임새다. 첫머리 부분에 단락의 핵심이 놓이고 그 뒤에 그것을 풀이하거나 합리화하는 뒷받침 요소들이 이어지는 꼴이다. 이른바 역 피라밋 형식의 짜임새인 것이다. 우리가 이제껏 보기로 들어 왔던 단락은 거의 모두 이 두괄식이다.
예 6)
성군 밑에 충신 난다고 세종 때 유난히 청백리(淸白吏)가 많았다. 천성이 검소한 황희는 정승의 자리에만 30년 있었지만 검약 생활은 벼슬하기 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좌의정을 지낸 유관도 마찬가지였는데 빗줄기가 방안으로 쏟아져 내리자 우산으로 가리며 부인에게 “우산 없는 집에서는 어떻게 견딜고” 하고 걱정 했다 한다. 사육신 중 박팽년, 성삼문, 유응부도 청백리로 명성이 놓았는데 모두 세종이 등용해 아끼던 분들이다. -“횡설수설,” <동아일보> 중에서
위 글은 그 소주제인 “유난히 많은 청백리”를 그 뒤의 모든 문장들이 잘 뒷받침하고 있다. 당시의 청백리와 관련된 사항만을 선택하여 맨 앞의 소주제를 잘 떠받들고 있어서 핵심이 선명한 단락이 되었다.
문장력을 다지고자 하는 이들은 무엇보다도 두괄식의 단락 구성의 요령을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우선 두괄식은 소주제문을 앞에다 두고 바라보면서 생각하고 전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두괄식은 글을 읽는 데도 매우 능률적이라는 점이다. 셋째, 두괄식은 다른 모든 단락 구조 유형의 기본이 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두괄식은 가장 효율적이고 기본적인 단락 유형이 되므로 글쓰는 이는 누구나 일차적으로 익혀 두어야 한다.
(2) 양괄식 단락 [소주제문 + 뒷받침문장들 + 소주제문]
양괄식의 단락은 소주제문을 첫머리에 내걸고 그것을 뒷받침한 다음에 마지막에 가서 소주제문을 다시 한번 되풀이하는 짜임새이다. 이 단락은 실제 두괄식의 짜임새와 같은 것인데, 끝에가서 소주제문의 내용이 한번 더 되풀이 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양괄식을 이루는 에에 주의할 점은 마지막의 소주제문이 첫머리의 소주제문과 일치하되 그 표현 형식을 달리 하는 점이다. 만일 앞뒤 소주제문이 내용적으로 다르게 되면 소주제 파악에 혼선을 가져 올 것이므로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다음 보기를 보자.
예 7)
우리 나라 사람들은 흔히 “학문”하면 “어렵다”고 말한다. 만약 누가 학문을 쉽다고 말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라도 날듯이 자못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들로 “학문은 어려운 것이다”라고 말한다. “학문”하면 “어렵다”고 말하는 것, 그것은 우리 나라에서는 신중한 처사로 통한다. 그렇게 말하지 않고 달리 말하면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학문은 어렵다”는 말에 최면 걸려 있는 듯하다.
- 하일지, “학문 공포증에서 벗어나자” 중에서
위에서 보듯이 끝의 소주제문은 앞의 것과 내용으로는 같으나 그 표현 형식은 달리하는 것이다.
(3) 미괄식 단락 [뒷받침문장들 + 소주제문]
미괄식 단락은 뒷받침문장들이 앞에 놓이고 소주제문은 맨 끝에 제시된다. 소주제문의 위치로만 보면 두괄식과 반대의 짜임새이다. 다시 말하면 소주제문을 맨 마지막에 드러내기 위해서 그 전제적인 서술을 앞 부분에서 한다는 것이다.
미괄식의 경우도 두괄식과 거의 마찬가지의 요령으로 전개된다. 두괄식에서 소주제문을 옮기고 약간의 조정을 하면 미괄식이 이루어진다. 즉 소주제문을 가상적으로 내걸어 놓고 그것을 두괄식으로 뒷받침하여 전개한 다음에, 동일한 소주제문을 마지막에 제시하면서 앞의 가상적인 소주제문을 지우는 것이다. 다음의 보기에서 ( )안은 가상적으로 내건 소주제문이다.
예 8)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권력 지상 주의의 꿈은 언제나 정치적 비극의 불씨가 되어 왔다.)
우리 사회에서는 남의 애를 칭찬하는 말로서, “그 놈 대통령 감이다” “그 놈 장군 감이다”는 말을 흔히 쓴다. 이런 말은 그 애 부모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 주는 말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모든 부모들이 자기 자식에게 거는 꿈인지도 모르겠다. 이 꿈 뒤에 서려있는 것은 이조 오백 년 동안 맺혀왔던 모든 백성들의 꿈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입신양명(立身揚名)하는 것은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고, 과거에 급제한다는 것은 관리가 되는 것이고, 관리가 되는 것은 곧 일반 서민을 지배하는 계급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모든 백성들의 꿈이란 남보다 나은 지위에 오르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꿈을 모든 백성들이 가지고 있을 때 결과적으로 예상되는 것은 권력 투쟁이다. 죽고 죽이고 유배당하는 이조의 피비린내 나는 당쟁이 그것을 실증한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권력지향의 꿈은 언제나 정치적 비극의 불씨가 되어 왔다.
일반으로 미괄식단락은 소주제문을 이끌어 내는 과정을 점층적으로 거친 다음에 마지막으로 소주제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미괄식 단락은 자칫 옆길로 빗나갈 가능성이 높다. 또 뒷받침 문장의 배열에서도 두괄식에 비하여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글쓰기의 초보자는 처음부터 미괄식 단락을 쓰기보다는 두괄식이나 양괄식을 익힌 다음에 써버릇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4) 중괄식 단락 [뒷받침문장 + 소주제문 + 뒷받침문장]
중괄식의 단락은 소주제문이 그 중간에 놓여 있고 앞 부분과 뒷 부분에 뒷받침문장이 나뉘어 있는 짜임새이다. 이러한 중괄식은 소주제가 단락의 중간에 묻혀 잘 드러나지 않는 흠이 있다. 단락을 형성하는 과정에서는 편한 점이 있으나, 읽는 사람으로서 볼 대는 그 요지 파악이 힘들고, 전달 효과가 약화되기 쉽다. 일반으로 독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단락의 첫머리와 끝 부분이기 때문에 글 중간에 들어 있는 소주제문은 잘 드러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중괄식 단락은 삼가는 것이 좋다.
(5) 무괄식 단락 [소주제문이 겉으로 안 나타남]
무괄식 단락은 소주제문이 표면화되지 않고 뒷받침문장들만 나열 되는 것이다. 보통 단락은 소주제를 전개하는 것이므로 이 경우에도 소주제문은 있게 마련이고 또 그것이 뒷받침되어 드러나야 한다. 다만 무괄식은그것이 표면으로 나타나 있지 않고 잠재되어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무괄식 단락에서는 소주제문이 표면에 안 나타나더라도 독자가 그것을 쉽사리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의 예를 보자.
예 9)
(소주제문 : 신식 며느리는 시골 시부모를 아랑곳하지 않는 일이 있다.)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균 할머니로 통하는 분이 있다. 가난한 농사꾼의 몸으로 아들을 잘 가르쳐서 고시 패스까지 시켜 그 아들로 하여금 서울에서 호화 주택에 자가용까지 놓고 살기에 이르도록 하였다고 한다. 부잣집 따님을 며느리로 맞이한 덕분이기도 했으리라. 어느날 금이야 옥이야 하는 손자놈의 돌을 맞아 늙은 내외분이 나의 어머니처럼 보퉁이를 들고 아들네 집을 찾아갔다고 한다. 행여나 옷에서 먼지라도 떨어지면 어쩔까 싶어 숨을 죽이며 발을 옮겨 딛어야 할 저택, 늙은이들의 어깨가 얼마나 으쓱했을까. 아장아장 손자놈이 걸어 나왔다. 얼마나 보고 싶던 핏덩인가. 무심결에 “아이쿠 내 새끼야“ 외치는 소리에 앞서 어느덧 손자는 할머니의 품속에 안겨 있었다. 뒤늦게 나오다가 이를 본 며느리가 질겁을 했다. 시부모님께 대한 인사는 저만두고 ”저런 균이 옮으면 어쩌려고“ 신경질을 부리며 아기를 빼앗아 가더라는 것이다. ”닭쫓던 개“란 이를 두고 한 말이렸다.
- 문도채, ”균할머니“ 중에서
위 글은 소주제문이 표면에 안 나타나 있더라도 누구나 그것을 짐작 할 수가 있다. 무괄식은 이렇게 소주제문을 잠재시켜서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알아서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다.
4. 여러 단락으로 이루어지는 글
<글 속의 글로서의 단락>
긴 글 속의 글로서 존재하는 단락에 대해 우리는 몇 가지 주요 점을 간추려 볼 수가 있다. 첫째로, 도입 단락과 같은 특수 단락 이외의 단락 곧 일반 단락은 소주제(문)를 하나씩 다루고 있는데 그것은 글 전체 주제의 일부가 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소주제는 글의 전체 주제에서 갈라져 나온 하위 개념이지만 각 단락 안에서는 핵심의 구실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각 단락의 핵심 사상을 ‘소주제 (topic)’라고 하여 ‘주제 (theme)’와 구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소주제는 전체 주제와의 관련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그것이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토막글일 때는 소주제라고 하지 않고 주제라 부른다.
둘째로, 한 소주제는 한 단락의 형식 안에서 충분히 다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단락의 형식적 표지인 “들여쓰기”는 한 소주제문을 다루는 단락의 경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한 소주제문을 다루는 내용이 두 개나 세 개의 형식으로 분산되어 그 경계를 넘나들어서는 안 된다.
우리 나라에서는 단락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쓰는 글들이 많아서 필요 없는 들여쓰기가 무질서하게 나타나는 수가 허다하다. 소주제문과 뒷받침문장을 한 형식 안에 묶어 두지를 않고 분산시켜 놓아서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매우 허술한 단락이 되는 수가 너무나 많다.
더구나 한 문장만을 놓고 들여 쓰기를 하여 문장마다 고립시키는 일은 금물이다. 어떤 이는 일부 문장을 강조한다는 명목으로 또는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문장들을 마음대로 따로 떼어서 새 단락을 만드는 일이 있다. 그것은 잘못된 강조법이다. 단락이라는 조직을 깨뜨리고 마는 것이며 소주제에 대한 충실한 뒷받침을 해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 한 극단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예 10)
내 아이, 네 아이가 아니다.
모두가 우리 아이다. 내일이면 몰라보게 달라질 묘목들이다. 이들의 여름 방학을 위해 비영리단체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음주부터 방학이다.
그러나 부모가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여름방학 프로그램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 “그곳에서 하는 일이라면…”하고 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사설”, <문화일보>중에서
위의 보기처럼 아무 뜻도 없이 한 문장을 따로 떼 놓는 것은 단락이 못된다. 소주제도 없고 뒷받침도 없이 외로운 고립 문장의 나열은 글의 조직을 이루지 못한다. 문장들이 명확한 소주제를 중심으로 형식으로나 내용으로 똘똘 뭉쳐야 힘이 있는 단락을 이룰 수 있다.
위에서 살핀 바를 바탕으로 단락의 일반 개념을 정리하면, “단락은 주제의 일부를 펼치는 문장의 조직체로서 그 형식이 뚜렷이 구분되는 글 속의 글”이라고 할 수 있는 결국 단락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간추릴 수 있다.
(1) 단락은 글 전체 주제의 일부를 펼친다.
(2) 단락은 내용적으로 관련을 가진 문장들로 엮어진 글의 중간 조직체이다.
(3) 단락은 뚜렷한 형식적 경계를 지닌 글 속의 글이다. 12)
5. 글을 전개하는 원리
일반으로 다음 3가지 원리를 “수사학의 3대 원리”라 하며, 주제 또는 소주제를 뚜렷이 나타내어 요지가 선명한 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반드시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13)
1) 재료 선택의 요건 또는 통일성(unity)의 원리
2) 재료 배열의 요건 또는 연결성(coherenc)의 원리
3) 충분한 뒷받침의 요건 또는 강조성(emphasis)의 원리
위의 원리들에 대해서는 누구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글쓰기에 실제 적용을 해야한다. 이 것들을 한 가지라도 잘 지키지 않으면 소주제가 잘 드러나지 않게 되며 따라서 전체적으로 허술한 글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칫 소홀하기 쉬운 것이므로 좀더 자세히 살펴서 그것의 효과를 확실히 느껴보도록 하자.
통일성(unity)의 원리란 주제와 그 뒷받침 서술이 내용 면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제가 나타내는 바와 그 뒤의 서술내용이 결국 같은 내용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제가 “사랑의 행동”이라면 그 뒤에 그것을 풀이하고 뒷받침한 문장이 나나내는 것도 결국 “사랑의 행동”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뒤의 서술 내용에 그렇지 못한 내용이 나타나면 통일성이 깨뜨려지고 말며, 결국 그 소주제는 잘 드러나지 못하고 나아가서는 전체 주제마저 흐트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통일성이 있는 글을 이루려면 소주제를 되도록 한정된 것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소주제는 되도록 단일 개념으로 정하는 것과 또한 소주제만을 집중적으로 뒷받침해야 통일성을 이루기 쉽다.
연결성(coherence)의 원리란 소주제를 떠받드는 문장들을 순리적으로 배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소주제를 서술하는 재료인 뒷받침 문장들을 자연스럽고 이치에 맞게 늘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결성의 원리는 시간적 순서, 공간적 순서, 논리적 순서에 따라 뒷받침하는 내용들을 차례로 늘어놓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모습을 설명하는 데 눈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다리를 설명하고 다시 입을 이야기하는 것은 공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에 어긋나는 것이다. 또한 일기 등을 쓸 때 새벽일을 이야기 하다가 저녁의 일을 쓰고 다시 아침의 일을 쓰는 것은 시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에 어긋나는 것이 되는 것이다. 논설문 등을 쓸 때 서로 이치에 맞지 않는 글을 연결해 놓는다면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에 어긋나는 글이 되고 만다.
강조(emphasis)의 원리란 글의 주제 또는 소주제에 대한 서술을 두드러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문장을 강조하기 위해 한 단락으로 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14) 강조의 효과라는 측면에서 볼 때 단순히 문장 하나를 따로 떼어놓는 것보다는 하나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여 그 내용을 확고히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글들이 강조라는 측면을 이야기 할 때 표현기교에 의한 것을 말하고 있으나 이 또한 서술 내용에 의한 강조보다 덜 효과적일 수 있다.
이상의 원리들을 통해 볼 때 단락은 단순한 형식적 표지인 들여 쓰기를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곧 단락이란 내용과 형식이 일치하는 하나의 완성된 토막글을 지칭하는 것이다.15) 그렇기 때문에 현 국어교육과정에 나타나는 형식 단락이니, 내용 단락, 강조 단락들이란 용어는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제대로 된 글쓰기가 아닌 편법을 올바른 방식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는 말이다.
6. 단락을 펼치는 방법
단락을 펼치는 방법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서사법, 기술법, 설명법, 논술법 등 네 가지가 단락을 전개하는 기본 방법이 된다. 각 단락의 소주제는 이 네 전개법의 하나나 둘 또는 그것들을 어울러서 펼치게 된다.
1) 서사법
서사법 (narration)이란 행동이나 사건을 이야기하는 법을 말한다. 사물이 시간적으로 움직이거나 진행되는 과정을 적어서 나타내는 것이 서사법이다. 누가 어떻게 하느냐, 무엇이 어떻게 움직이느냐,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느냐 하는 것을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적어 나타내는 것이 서사법이다. 그래서 서사법은 “이야기법‘이라 하는 수도 있다.16)
2) 기술법
기술법(記述法 = description)이란 정지 상태에 있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적어서 나타내는 것이다. 정지 상태에 있는 대상이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사건이나 행동이 아니라 일정한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놓여 있는 사물을 가리킨다. 이런 정지된 사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술법은 앞에서 말한 서사법과는 다르다. 또 기술법은 필자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겉모양이나 빛깔 도는 외형적 구조나 특징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글로 적어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뒤에서 말하는 설명법과도 다르다. 17)
3) 설명법
설명법(exposition)은 사물에 관해서 알기 쉽게 풀이하는 법이다. 이를테면, “무엇이냐?”, “어떤 뜻이냐?”, “어떤 성질이냐?” 하는 따위의 물음에 대답하는 것이 설명법이다. 설명법은 한 마디로 독자의 의문이나 궁금증을 풀어 주고 독자의 이해를 돕는 서술법이다.
4) 논술법
논술법(argument)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자기 나름의 견해나 주장을 내세우고 합리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설명법이 문제를 풀이하여 독자를 이해시키는 것이라면, 논술법은 자신의 독자적인 견해에 대하여 근거를 밝혀 독자를 설득시키는 것이다.
7. 논술에 필요한 내용 전개 방법 요약
- 설명의 방법을 중심으로 -
☞ 정의법 : 주요 어구를 뜻매김하여 풀이하기
☞ 상술법 :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 말하기
☞ 분석법 : 큰 덩이를 작은 부분으로 쪼갈라 보이기
☞ 분류법 : 큰 범주를 작은 범주로 갈라서 보이기
☞ 비교, 대조법 : 설명 대상을 이미 알 만한 것과 견주어 설명하기
☞ 인용법 : 다른 이의 풀이를 인용하여 설명을 강화하기
☞ 예시법 : 실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7.1. 정의법으로 펼치는 설명 단락
1) 정의법의 기본 요령
정의법(definition)에서는 기본적으로 뜻매김할 요소를 앞에 내세우고 그 뒤에 그것을 뜻매김하는 내용을 보인다.
(1) 사람은 말하는 동물이다.
(1)은 다음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1-1) [정의 받는 부분] = [정의하는 부분]
사람 = 말하는 + 동물
<변별요소> <범주>
위에서 [정의 받는 부분]과 [정의하는 부분]은 등식관계를 이루는데, 후자는 <변별 요소>와 <범주>로 이루어진다.
2) 정의법의 주의할 점
① 정의는 정의 받는 부분과 정의하는 부분이 등식이 될 수 있도록 그 소속 범주와 변별 요소를 알맞게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
예) <범주>를 “동물”대신 “생물” 이나 “여자”로 할 때
<변별 요소>를 “말하는” 대신 “두발로 걷는”이라 할 때
② 다음과 같이 두 부분의 어순을 바꾸어도 뜻이 달라지지 않아야 된다.
(1‘) 말하는 동물은 사람이다.
예) “두 발로 걷는 동물은 사람이다.” ?
“두발로 걷는 동물은 여자다.” ?
③ 정의받는 항목에 나와 있는 낱말이 정의하는 쪽에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 문화란 한 민족이나 집단이 공동으로 이루어 놓은 문화 유산이다. (순환 정의의 잘못)
문화란 한 민족이나 집단이 공동으로 이루어 놓은 가치이다.
④ 정의하는 쪽에 어려운 말이 나타나지 않도록 한다.
예) 물은 광물질의 일종이다.
⑤ 반대말 등을 써서 부정적 정의를 하는 것도 금물이다.
예) 여자는 남자가 아닌 인간이다.
애국심은 맹목적인 나라 사랑은 아니다.
⑥ 정의법은 비유법과는 다르다.18)
예) 사랑이란 가치를 향한 마음의 운동이다.
3) 정의법의 실제
글은 글자로 적은 말이다.
말은 생각과 느낌을 나타내는 음성기호이다.
사랑은 아끼고 위하여 정성과 힘을 다하는 마음이다.
두메란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곳이다.
사람이란 생각과 말을 할 줄 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발달한 동물이다.
아버지란 자기를 낳은, 어머니의 남편 또는 자식을 가진 남자를 자식에 대한 관계로 이르는 말이다.
어머니란 자기를 낳은 여자 또는 자식을 가진 여자를 자식에 대한 관계를 이르는 말이다.
4) 정의법으로 단락을 이루는 요령
① 정의법은 한 단락의 소주제문을 이루는 수가 있다.
<보기1>
사람이란 말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사람 말고는 말하는 능력을 가진 딴 동물이 없으니 말이다. 앵무새가 말을 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말의 흉내이지 본격적인 언어 능력을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까지도 많은 학자들이 사람 밖의 동물 가운데 말하는 부류가 있는지 열심히 찾아보고 있지만, 결론은 사람만이 말하는 능력을 천부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 단락에서는 소주제문으로 내세운 정의를 다시 풀이한 것이다.
<보기2>
언어는 일종의 기호이다. 기호란 어떤 의미를 표상하는 감각적 표지이다. “어떤 의미”는 기호의 내용이요, “감각적 표지”는 기호의 형식이다. 곧 기호는 일정한 내용을 나타내는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갈래의 수학 기호 또는 부호는 물론 교통 신호, 여러 가지 형태의 통신 부호들은 다 일정한 내용을 표상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는 기호들이다. 우리의 언어도 우리의 생각과 느낌이라는 내용을 표상하는 음성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으므로 기호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단락은 소주제문뿐 아니라 그것을 풀이하는 내용 중에도 정의법이 쓰이고 있다.
② 소주제문에 나오는 주요 낱말을 뜻매김하여 펼치는 경우가 있다.
<보기3>
사람에겐 칠전팔기하는 불굴의 정신이 중요하다. 곧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 끝내 뜻을 이루려는 불굴의 정신이 무척 값진 것이다. 우리가 잘 산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기능공이건, 중급기술자건, 구멍가게 배달꾼이건, 경영자건 주변의 난관을 극복하고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를 주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성심전력으로 완수하면서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미래를 꿈꾸며 항상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③ 소주제문과 관련된 주요 낱말을 뜻풀이하는 경우도 많다.
<보기4>
그래서 쓰레기터에 갈 것도 밥상에 오르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것이 바로 “쓰레기”와 “씨레기(시래기)”이다. 시들어 버린 무청이나 배추잎 같은 쓰레기를 그냥 버리지 않고 말려 두었다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별미가 난다. 비타민 C도 많아 건강에도 한결 좋다고 한다. 궁해서만이 아니었다. 값어치가 없다고 생각한 것에서 오히려 새롭고 귀중한 가치를 끌어내는 것이 한국 문화의 한 원형이기도 한 것이다. 이따금 외국 사람들이 몬드리안의 그림과 견주는 한국의 조각보 역시 마찬가지다. 버려진 헝겊조각을 이어서 보자기를 만들면 누더기가 될 것 같은데 사실은 그 반대로 오묘한 무늬와 현란한 색체가 조화를 이룬 초디자인 작품이 생겨난다. 요즘 쓰레기의 재활용 문제가 전 세계의 과제로 등장하고 있지만 한국의 씨레기와 조각보의 발상은 리사이클링(자원재활용)의 원조요, 그 정신의 모형이라 할 수 있다.
<연습>
1. 다음 글을 자기 나름대로 보완해서 좋은 단락을 이루어 보자.
의리란 말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의미한다. 서구의 여러 나라는 이른바 기독교를 문화적 바탕으로 하는 만큼 이 도리가 기독교 윤리를 주축으로 한 개인, 교회, 사회의 행동규범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 “의리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 가운데 한 가지 덕목이다.”
흔히 동양 윤리에서 강조하는 “의리”가 기독교의 행동 규범과 어떤 관계로 맺어지게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위와 같이 규정만 하고 넘어 가는 것은 우리에게 의문만 제기할 뿐임
2. 다음 예제에 보이는 풀이는 뜻매김과 어떻게 다른지 지적해 보자.
“오래된 이야기”는 옛이야기와 다르다. 설화는 고담이 아니라 우리 기억의 심층에 남아 있는. 행여 잊어버릴까봐 두려운 정담(情談)이다. 그 속에는 첫사랑 같은 애정이 있고 추억이 있다.
-> 첫문장은 단순히 차이점만 지적한 것이므로 정의가 아니다. 둘째 문장이나 셋째 문장도 필자 나름의 주관적 견해가 드러나는 것일 뿐이므로 정의법과는 거리가 멀다.
3. 다음 각 낱말을 정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설명 단락을 이루어 보자.
[1] 집단 이기 주의
[2] 민주주의 (또는 자유)
[3] 새 천년 (또는 구세대)
7.2. 상술법으로 펼치는 설명 단락
7.2.1. 상술법이란?
상술법이란 사물을 알기 쉽게 자세히 풀이하는 것이다.19)
<보기1>
(1)말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음성 기호이다. (2)말이라는 것은 우리가 어떤 생각이 날 때, 또 어떤 느낌이 피어 오를 때 그것을 말소리를 통하여 밖으로 드러내는 연모이다. (3)말은 우리 마음 속에 괴이는 생각이나 느낌이라는 샘물을 말소리라는 물길을 통하여 묻 사람의 귀에 흘려 보내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1)은 앞 장에서 살핀 정의법으로 풀이한 것이다. (2)는 일종의 상술법으로서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자세히 풀이하였다. (3)은 (2)보다 한 걸음 나아가 비유를 써서 더 잘 알아들을 수 있게 풀이하였다. 상술법은 정의법을 바탕으로 풀이하기도 하나 그런 격식적 정의의 틀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되도록 자세히 풀이하는 것이다.
7.2.2. 상술의 방법
① 자기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해석하거나 자기 나름의 견해를 덧붙여서 풀이하기도 한다.
<보기2>
글이라는 것은 그 사람 자체다. 글은 그 사람의 인격, 생각, 느낌 등 온갖 삶의 모습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니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온 천하에 공포하는 것이다. 곧 글은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니라 그 사람의 혼과 녻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② 상술법에서는 “곧”, “즉” 따위 접속어를 연상하면서 앞말과 동일한 뜻의 풀이를 하도록 한다.
③ 주제를 의문문 형식으로 제기하고 그것을 풀이하는 방식
<보기3>
자 그러면 말의 뜻이 깊다는 것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어떤 낱말이나 글자의 뜻이 깊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오랜 쓰임의 역사를 전제로 한다. 오랜 세월 사용하는 동안, 여러 가지 의미가 겹쳐진 의미들은 대개 인간 사회의 좋은 면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쓰인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 가치 평가에 관련되어 있다.
④ 환언법도 상술법에 포함 - ‘다시 말하면’, ‘다른 말로 말하면‘ 따위의 접속어를 실마리로하여 설명하는 것이 환언법
⑤ 덧풀이법 또는 추가 설명법도 포함 -“ 또, 또한, 더구나, 특히” 따위의 접속어가 쓰이는 것
7.2.3 상술법으로 단락을 형성하는 실제 요령
① 접속어구를 실마리로 삼는 것이 좋다.
② 상술법은 정의법으로 풀이한 것을 다시 더 알기 쉽게 설명할 때에 쓰인다.
<연습>
1. 전시간에 정의한 것을 상술법으로 풀이해 보자.
2. 다음 소주제문을 상술법으로 풀이해 보자.
1) 공중 도덕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생활 규범이다.
2) 약육강식은 정의를 벗어난다.
7.3. 분석법으로 이루는 설명 단락
7.3.1 분석법
분석법이란 사물을 쪼갈라서 설명하는 것이다. 분석은 대개 한 구조물을 그 성분으로 나누어 살핌으로써 그 구조의 특징이나 기능 또는 그 밖의 특성들을 낱낱이 밝히어 풀이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법은 사물의 종류나 유형을 나누는 것과는 다르다.
예) 나무의 분석 : 뿌리, 줄기, 가지, 잎사귀
이러한 분석의 결과는 이미 나무라는 속성을 지니지 않는다.
주의) 나무의 분류: 소나무, 감나무, 사과나무,
이러한 분류는 다수의 나무를 대상으로 그 특징에 따라 종류를 구분하는 것이다.
<예문 1>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있지만 요즘 각종 상품의 과대 포장이 심하다. 어떤 상품의 포장을 뜯어보면 4중, 5중으로 싼 것이 많다. 더구나 내용물에 비해 지나치게 크고 요란하게 포장되어 있기도 하다. 어떤 국산차의 포장을 살펴보면 비닐로 포장한 것을 알루미늄 캔에 넣고 다시 나무 상자에 담아 종이 상자에 넣은 것을 다시 포장지로 싸서 판다. 이처럼 별것도 아닌 물품을 수없이 싸고 또 싸서 파는 것이다. 이런 과대 포장을 푸느라면 마치 양파를 벗겨 들어갈 때처럼 허전한 알맹이에 실망을 느끼기 일쑤다.
위 글은 과대 포장의 실태를 분석 서술함으로써 소주제문을 뒷받침하여 펼친 단락이다. 분석 서술이란 이처럼 어떤 물체의 실상을 낱낱이 쪼갈라 벗겨 가는 것이다.
<예문 2>
괴테에 따르면 행복한 생활에는 8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가 즐겁게 일할 수 있을 정도의 건강이다. 둘째, 기본적인 생활 조건을 충족시킬 만한 경제적 여유다. 셋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만한 힘이다. 넷째 좋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노력하는 인내력이다. 다섯째, 이웃을 돕는 자비심, 여섯째가 장래에 대한 불안을 이겨낼 만한 희망 등이다. 이런 것들은 그냥 오래 살고, 고등 교육을 받고, 돈이 많다 해서 얻어지지는 않는다.
위의 예는 행복의 조건을 분석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다음 보기는 과정 분석에 해당한다. 이것도 성분 분석의 한 가지인데 특히 일이 진행되는 순서나 절차 등을 설명할 때에 쓰인다.
<예문 3>
이튿날 17일 새벽 방에서 자료를 정리하던 필자는 갑자기 도시 전체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의자에서 뒤로 넘어졌고, 대형 tv와 전기 스탠드는 앞으로 넘어져 깨지면서 사방이 캄캄해 졌다. 그후 4-5분간 31층 호텔 건물 전체가 좌우 상하로 들썩이면서 방안의 물건들과 침대, 냉장고가 뒹굴었다. 건물이 그대로 폭삭 주저앉을 것 같은 공포가 엄습했다. 멈춘 듯 하다가 반복되기를 몇 차례, 호텔 안내 방송을 듣고 어떻게 로비로 내려왔는지 지금도 기억이 감감하다. 이것이 필자가 체험한 1월 17일 오전 5시 45분 발생한 고베 열진이다.
7.3.2 분석법으로 단락을 이루는 요령
분석의 대상은 기본적으로 성분 분석과 기능 분석으로 나눌 수 있다.
☞ 성분 분석
눈에 보이는 물체나 물질의 경우, 추상적인 대상도 포함된다.
한 구조가 어떤 부분으로 이루어졌느냐? 는 물음에 답하는 것.
예) 낱말의 개념을 이루는 의미 단위나 사건을 형성하는 원인, 과정 결과 따위의 것들도 성분이 될 수 있다.
기능 분석
구조물이나 가구 또는 제도나 기관 등이 드러내는 갖가지 구실을 가려서 보여주는 것
그 구조가 어떤 작용을 하느냐? 하는 물음에 답하는 것.
예) 전산기(컴퓨터)가 드러내는 기능, 책이나 인쇄물이 나타내는 기능, 교육이나 언론 기관 등이 보여주는 구실 등
<연습>
1. 다음 글은 이유를 분석한 글이다. 문제점이 있으면 고쳐 보자.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는 것이 알려져 있는데도 사람들이 담배를 계속 피우는 핑계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개는 근거가 없거나 잘못된 오해에 기인한다.
첫째, 담배 피우는 모습이 멋있고, 남성적이며, 어른이 된 것 같다고 하는 이유이다. 이것은 과거 담배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에 기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은 마약 주사를 맞는 것과 같은 비정상적이고 부끄러운 행위로 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둘째, 담배를 피우면 정신이 안정되고 정신 집중이 잘되고 그리고 더 창의력이 생긴다고 하는 이유다. 정신이 안정되고 정신 집중이 잘된다는 것은 담배를 피움으로써 니코틴 금단 증상이 제거되기 때문이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 담배를 안피우는 사람에 비해 더 안정되고 정신 집중이 더 잘 되고 더 창의력이 생기는 것은 절대 아니다.
셋째, 담배를 피우는 가장 실제적인 이유는 니코틴에 대한 생리적인 의존성 때문이다. 체내에 니코틴이 없어지면 여러 가지 금단 증상, 즉 불안하고 초조하며 손이 떨리고 정신 집중이 안되며 땀이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것을 면하려는 병적인 현상이다.
넷째, 담배에 대한 심리적인 의존성 때문이다. 주위에 재떨이, 라이타, 꽁초, 담배 가게 또는 주위에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조건 반사적으로 담배에 손이 가게 되며, 식전, 식후 커피 마실 때, 술 마실 때 담배를 피우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버려야 할 습관에 불과하다.
2. 다음 문장을 각기 소주제문으로 하는 단락을 분석법으로 형성해 보자.
1) 자전거 타기는 몇 가지 이로운 점이 있다.
2) 그 사람은 몇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다.
3) 사람이 건강하게 살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4) 글을 쓰는 과정은 다음 몇 가지 단계로 나누어진다.
주의) 소주제문에 나타난 개념이나 사항을 생각나는 대로 갈라 보고 각기 설명을 덧붙이어 서술하면 한 단락이 될 것이다.
7.4. 분류법으로 이루는 설명 단락
7.4.1 분류법
분류는 큰 무리를 작은 무리로 나누어 갈래짓는 것이다. 큰 무리란 사람이나 사물의 큰 집단을 가리키고 작은 무리란 그 큰 집단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가른 것이다.20)
7.4.2 분류의 체계
분류의 체계는 대체로 단순체계와 복합체계로 나눌 수 있다. 앞것은 흔히 2분법 체계라 불리며, 뒤의 것은 3분법 체계 따위의 복잡한 분류 체계를 가리킨다.
<2분법 체계>
생물
식물 동물
나무 풀 인간 비인간
남자 여자
2분법 체계는 부류의 대립 관계를 간단하고 정연하게 보여주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대립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는 부류에만 적용되는 단점이 있다. 특히 “인간”과 같은 경우는 2분법이 적용될 수 있지만 “비인간” 따위는 그런 분류가 계속되기 어렵다.
<복합체계>
복합 체계는 3분법 또는 그 밖의 복합적 분류로 나누어 진다. 이 때 가장 조심할 것은 한 사항이 이 부류, 저 부류에 겹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본사사원
중역 간부 평사원 늙은이 젊은이 남사원 여사원 영업부 생산부
위 분류를 살펴보면 같은 사원이 겹쳐 들어가는 부류가 많다. 이러한 잘못을 피하려면 분류 기준을 잘 세워야 하고 그 상하 관계를 고려해서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7.4.3 분류법으로 설명 단락을 이루는 요령
분류는 대상이 되는 부류가 지닌 속성을 밝혀 주는 구실을 한다. 책, 동물, 회사원 들의 부류를 정해진 기준으로 분류해 가면 그것들이 지닌 성질들이 체계적으로 밝혀지게 된다.
다음 보기는 분류를 바탕으로 하고 각 부류의 특징을 서술함으로써 한 단락을 이루고 있다. “장서가”를 3가지로 분류해서 발펴봄으로 장서가들의 한 특징을 밝히는 글이다.
<예문1>
장서가는 3가지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첫째는 읽지도 않고 거의 손도 대 보지 않은 전집물이나 베스트 셀러 등을 모으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실제로 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잉크를 묻힌 종이 묶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둘째는 숱한 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일부는 읽고 대부분은 때도 묻히지 않고 깨끗이 보존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책을 좋아하기는 하나 그 겉모습에 더 관심을 쏟고 있는 축이다. 셋째는 가지고 있는 책의 분량이 많든 적든 모두 접히고 구겨지고 오래 만져서 일부는 떨어져 나가기도 하며 페이지마다 손때가 묻고 줄이 쳐지기도 한 책들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진짜 책을 가진 장서가다.
위 글에서 열쇠가 되는 것은 분류의 결과로 나온 “3가지 부류”이다. 이들 부류의 특징을 낱낱이 밝히고 부연하는 과정에서 한 단락의 글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 보기는 사람의 유형을 학설에 따라 3가지로 나누어 간단한 설명을 한 다음에 그 중에 한 유형에 초점을 두어 다루고 있다.
<예문2>
딜티(W.Dilthey)는 사람이 지닌 성격의 유형을 다음의 3가지로 나누고 있다. 그것은 감능적(感能的) 인간형과 명상적 인간형, 그리고 영웅적 인간형이다. 첫째 유형은 매사를 감성적으로 처리하며, 충동적이 생활을 영위하는 자들이다. 디들은 단체 생활이나 회의에서 분위기에 따라 협조적일 수가 있다. 둘째 유형은 앞서와는 달리 침착하며, 조용하게 당면 문제에 대처하는 명상적인 세계관을 가진 자들이다. 셋째 유형은 의지적인 영역이 우세하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장애 요소나 저항도 단호히 극복해 내는 과격한 성격의 소유자를 말한다.
이 3가지 인간형 가운데 사회 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셋째 유형이다. 여기 속한 이들은 얼른 보기에는 매우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면이 있어 좋은 듯도 하지만, 얼마를 지나고 나면 생산적인 면보다는 그렇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가 일쑤다. 이들은 자기의 생각과 행동은 가장 정당하며 타당하다고 믿기 때문에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때는 비협조적이 되거나 아니면 방관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이를테면, 회의 같은 데서 논의해야할 의제보다는 자신의 과시와 권위를 더 중요시함으로써 핵심적인 협동 문제보다는 자기 중심적이고 주변적인 문제에 집착하여 아집을 부린다. 더구나 자기 의견대로 일이 되지 않았을 때는 우월감과 열등감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감성에 사로잡혀 분란을 일으키거나 비협조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연습>
1. 다음 글을 읽고 문제점을 살펴보자.21)
화가들도 나름대로 입맛이 달라서 은은한 중간색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 강렬한 색채의 표현을 좋아하는 사람, 순수조형에 관심을 둔 사람, 시대를 직접 반영하는 현장감 있는 작업을 하는 사람, 전통을 중시하는 사람, 진취적 작업에 관심 있는 사람, 젖은 느낌의그림과 마른 느낌의 그림, 불투명한 그림과 투명한 그림 등 그 사람과 표현의 범위가 다양하며 그런 다양한 표현이 폭넓게 수용될 때 민족의 문화는 깉고 튼튼하게 뿌리내릴 것이다.
2.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성격의 유형에 따라 분류하고 그 중에 특색있는 성격을 지닌 사람을 두고 한 단락 정도 서술해 보자.22)
7.5. 비교 대조법으로 이루는 설명 단락
“비교(comparison)”라는 말은 대개 두 사물이 얼마만큼 비슷한가를 보여주는 데 쓰고, “대조(contrast)”라는 말은 두 사물의 다른 점을 주로 지적해서 서로 어떻게 차이가 나는가를 드러내는 데 쓴다. 두 방법은 어떤 모르는 사항을 이미 알려진 사항과 견주어서 설명할 때에 쓴다.
비교와 대조법은 반드시 같이 쓰이지는 않지만 함께 어울려서 한 단락을 인상 깊게 전개하는 경우도 많다.
<예문 1>
사람을 쓸 때 독일인들은 먼저 “이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미국인들은 “이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느냐?”고 묻는다. 일본인들은 “어느 대학 출신이냐?”고 묻는다. 한국에서는 면접시험 때 “고향이 어디냐? 아버지는 뭐하시느냐?”는 질문이 가장 먼저 던져진다. 그러니까 우리 나라에서는 적재적소보다는 지연, 학연 혈연을 더 중히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집안”, “용모”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누가 어느 자리에 올라갔다 하면 그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려고 하기도 전에 그렇게 된 연줄에 먼저 관심을 기울인다.
-“만물상”, <조선일보> 중에서 <<대조법>>
<예문 2> 바위는 네가 잘 아는 나무와 키가 비슷하고 얼굴 모습도 닮은 데가 있다. 그 눈이 샛별처럼 반짝반짝하는 것도 그 둘이는 같다. 또 말 소리도 둘 다 굵다. <<비교법>>
<연습>
1. 다음 소주제문을 비교 또는 대조법으로 펼쳐서 한 단락을 이루어 보자.
[1] 우리 나라 사람과 일본 사람은 비슷한 데가 있다.
[2] 우리 나라 사람과 서양 사람은 차이가 두드러진다.
7.6. 인용법으로 이루는 설명 단락
인용법으로 이루는 설명 단락이란 주로 금언, 속담 또는 명언이나 대화 따위를 인용하여 소주제문을 삼기도 하고 뒷받침으로 활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인용법은 대개 널리 알려졌거나 권위가 인정되는 내용의 어구나 문장을 빌려쓰는 것이다.
<예문 1>
세 사람이 장바닥에 호랑이를 만들어 낸다는 속담이 있다. 위왕에게 한 신하가 물었다. “어느 한 사람이 나타나서 시내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한다면 임금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임금은 대답하기를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시내에 나타난 호랑이를 봤다고 말한다면 임금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고 다시 묻자, 임금은 “그래도 믿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세 명이 말한다면 그래도 안 믿으시렵니까?”고 신하가 거듭 물었다. “그러면 믿는다”
터무니없는 뜬소문을 처음 들을 때는 사람들은 아무리 믿으라 해도 믿으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 소문을 전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면 늘수록 여기 현혹되기 쉬워진다. 이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반복의 효과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상품 광고가 효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만물상”, <조선 일보> 중에서
<연습>
1. 다음과 같은 인용문을 써서 한 단락을 이루어 보자. (인용문은 소주제문이 아니라도 상관없음)
[1] “나쁜 장교는 있어도 나쁜 사 병은 없다.” (나폴레옹)
[2]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속담)
[3] “교양의 정신은 고독의 정신이다.” (괴테)
7.7. 예시법으로 이루는 설명 단락
예시법(illustration)은 구체적인 사례나 실제 사물 등을 들어서 소주제 또는 그와 관련된 사항을 설명하는 것이다. 예시법은 추상적인 말 보다 구체적인 말을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예시법은 서사법과 비슷한 바가 있으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전해줄 뿐 아니라 소주제문의 설명을 보완하고 뒷받침하는 것으로 쓰게 된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예시법은 사건이나 이야기 등을 그대로 따오는 것이 아니라 필자 나름으로 다시 엮거나 재해석한다는 데서 인용법과도 구별된다.
8. 논술법과 논리학의 기본 원리
1. 논리학 지식의 필요성
논술법을 제대로 익히려면 논리학의 기본 되는 개념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논술법은 논리적인 추론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글이라고 하였는데 논리적인 추론은 논리학의 주요 부문이다. 따라서 논술법을 좀더 착실히 익히려면 논리학이 무엇이며 논리학과 추론은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인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또 논리학은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에도 중요한 열쇠이기에 반드시 그 기본 개념을 알아두어야 한다.
1.1 논리학의 기본을 알아두고자 하는 이유
① 우리가 논리학의 기초를 알아두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는 내용이 논리적으로 널리 인정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자는 데 있다.
② 논리학을 알게 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좀더 논리적으로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③ 논리학을 알게 되면 사고의 일반 원리나 개념들을 바로 알고 쓸 수가 있어서 좀더 논리 정연한 논술을 할 수가 있다.
1.2 논리적 생각의 원리23)
① 동일률(同一律)
동일률은 “A는 A이다” 또는 "A = A”와 같은 공식으로 나타낼 수가 있다. 이를 자동률(自同律)이라고도 한다. “사람은 사람이다”와 같은 표현이 동일률의 예가 되는데 이 때 “사람”은 어느 경우나 본질적으로는 동일함을 나타낸다. 또한 “산은 산이요, 해는 해다.”도 동일률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 이 동일률은 어떤 한 개념과 그것이 아닌 다른 개념과의 구분을 짓는 기본 원리이다.
* 동일률은 서로 다른 두 개념 사이의 일치 관계를 나타내는 데에도 확대되어 쓰인다. 예를 들어 “사람은 이성적 동물이다”의 경우나, “금은 금속이다”와 같은 경우가 포함된다.
이처럼 동일률은 개념 사이의 동일성 여부를 가리는 긍정적인 판단과 추론을 위한 기초가 되는 원리이다.
② 모순율(矛盾律)
모순율은 “A는 A가 아닌 것과는 같지 않다”라고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갑은 갑이 아닌 사람과는 같을 수 없다는 말이다. 모순율은 “그가 정직하다”라고 하면서 동시에 “그가 정직하지 않다”고 말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24)
③ 배중률(排中律)
배중률은 “A는 B이든가 B가 아닌 것이든가이다”와 같이 공식화할 수 있다. 어떤 사물은 갑이거나 갑이 아닌 을이거나 두 가지 중의 하나이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적 판단은 인정될 수 없다는 원리이다. 곧 긍정적인 판단을 선택하면 반드시 그 부정적 판단은 버려야 하고, 부정적인 판단을 선택하면 긍정적인 판단은 버려야지 양쪽 다 선택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배중률은 모순율을 더 확대한 것이라 할 수가 있다.
④ 충족 이유율(充足理由律)25)
충족 이유율은 “모든 것은 이유를 가진다라는 원리”이다.
<연습>
☞ 다음의 주제로 글을 써보자.
① 세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동일률)
② 공부를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이 어찌 같겠느냐?(모순율)
③ 그 친구가 서울 사람이면 서울 사람이지 아니라고 하는 것은 무얼 말하느냐?(배중률)
④ 그 사람의 행위는 비록 죄에 해당하나 본의가 아니었으므로 다른 이들의 동정을 샀다.(행위의 동기 충족률)
2. 논리학의 기본 체계와 개념론
전통적인 논리학은 개념론, 판단론 및 추론의 세 가지로 나뉘어 체계를 이루고 있다.
개념론: 낱말이 지닌 뜻 곧 그 의미적 속성과 적용 범위를 다루는 것이다. 개념은 뒤에서 말하는 판단을 바르게 할 수 있는 기초 재료가 된다.
판단론: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말은 달린다” 따위의 판단 작용의 특성과 규칙 따위를 다룬다. 논리학에서는 판단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떤 판단이 참이고 어떤 판단이 그릇된 것인지를 밝히는 규칙 등을 다룬다.
추론 : “그 애의 마음은 착하다. 그러므로 그 애는 어른들의 귀여움을 받는다.”와 같이 앞의 한 판단을 바탕으로 해서 뒤의 한 판단을 이끌어 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추론 또는 추리는 기존의 판단 또는 널리 인정될 말한 사실을 근거로 삼아서 새로운 생각이나 주장을 이끌어 내는 논리적 사고 작용이다.
2.1 개념이란?
개념이란?: “개념”이란 일정한 존재를 지시하는 의미체이다. “존재”란 우리가 직관하는 대상으로서 흔히 지시물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개념은 그 지시물 자체가 아니고 대상에 관해서 머리 속에 간직한 추상적인 “생각”이다. 개념은 대상의 공통적인 속성을 추상하여 이루어진다. 또한 지식이나 경험 등이 불어남에 따라 그 내용이 더욱 풍부하고 심화되어 가게 된다.
개념의 참과 거짓 : 참되고 바른 개념은 대상의 본질적 속성과 일치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그 개념이 실물을 바로 지시할 수 없는 내용이면 거짓이 된다. 예를 들어 세모꼴 물건을 보고 ‘삼각형’이라는 개념을 떠올리는 것은 참되지만 그것을 보고 ‘사각형’이라는 개념을 떠올리는 것은 참이 아닌 거짓이다.26)
2.2 개념의 내포와 외연
개념은 내포(內包)와 외연(外延)으로 이루어진다. 내포는 개념이 지닌 속성을 한데 합쳐서 가리키는 말이다. 외연이란 그 개념이 지시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를 가리킨다.
개념 | 내포 | 외연 |
생물 | 삶 | 모든 살아 있는 대상에 걸침 |
동물 | 삶, 움직임 | 생물 중에 움직이는 대상에 한정 |
사람 | 삶, 움직임, 이성적 | 동물 중에 이성적인 대상에 한정 |
☞ 내포가 작을수록 외연이 커지고 반대로 내포가 많아지면 외연이 그만큼 줄어짐을 알 수가 있다.
2.3 개념의 갈래
상위 개념, 하위개념, 동위개념: 두 개념 중에 다른 개념을 포함하는 개념을 상위 개념 또는 유개념이라 한다. 포함되는 개념을 하위 개념 또는 종개념이라 한다. 같은 유개념에 속하며 동등한 위치에 있는 개념을 동위개념이라 한다.27)
이개념과 상관 개념: 동일한 상위 개념 밑에 포함될 수 없는 두 개념은 이개념이라 한다.(책 : 나무) 또한 상관 개념은 동위개념이면서 서로 의존 관계에 있는 개념을 말한다.(남편 : 아내, 낮 : 밤)
모순개념과 반대 개념: 모순 개념이란 동위 개념으로서 서로 배타적이고 양자 사이에 중간 개념을 허용치 않는 것이다.(삶 : 죽음, 있음 : 없음) 반대 개념이란 분량이나 정도의 차이를 가진 두 개념으로 그 중간 개념을 허용할 수 있는 두 개념을 말한다. (큰 것 : 작은 것, 흑 : 백)
<연습>
1. 단어, 개념, 및 지시물의 관계를 그림으로 그리고 설명해 보자.(의미의 삼각형)
3. 판단론에 관하여
3.1 판단이란?
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 가운데 하나가 판단에 관한 것이다. 판단이란 우리가 어떤 대상을 대할 때 한 모습을 바라보고 그것과 관련된 생각을 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판단을 일반화하여 말하면 “A는 B이다”와 같은 형식이 된다.
주어와 서술어의 결합 관계를 선택함에 따라 판단의 내용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가) 꽃은 아름답다.
(나) 이 꽃은 아름답다.
(다) 우리 집 뜰의 저 꽃은 아름답다.
(가)와 같이 일반성 있는 주어를 선택하면 그 판단은 부류 전체에 걸친 일반적 판단이 된다. (나)나 (다)와 같이 주어를 특수한 사항에 한정하면 그 적용 범위가 좁아지는 특정 판단이 된다. 이런 개별적인 판단은 일상 대화 등에서는 많이 쓰이는 것이지만 일반적인 논의나 논술법 등에서는 일반성 있는 판단이 쓰인다.
3.2 판단과 계사
판단은 주어와 서술어를 연결하는 것이므로 그 연결 고리가 필요하게 된다. 그런 연결 기능을 가진 것을 계사 또는 연결어라 부른다. 이것은 주어, 서술어와 함께 판단의 구성 요소가 된다.
(라) 꽃은 식물이다.
(마) 돌은 식물이 아니다.
(라)의 “이다”, (마)의 “아니다”가 대표적인 계사 형태이다. (라)에서는 계사가 안 나타나는 것 같으나, (마)와 같이 변형시켜 보면 계사가 개입됨을 알 수 있다.
3.3 판단의 참과 거짓
판단은 객관적인 사태와 일치하면 참된 판단이라 하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거짓된 판단이라 한다. 또 주어와 서술어의 개념 차체에 어긋남이 있을 때에는 모순된 판단이라 한다.
(바) 진달래는 빨갛다.
(사) 진달래는 까맣다.
(아) 원은 둥글다.
(자) 원은 네모꼴이다.
(바), (아)는 일반으로 사태와 일치하므로 참된 판단이지만 (사)는 그러한 일치점이 없으므로 거짓된 판단이 된다. (자)는 서로 엇갈린 개념을 연결한 것이므로 모순된 판단이다. 이것은 물론 참된 판단도 못된다.
3.4 판단의 갈래
(1) 전칭, 특칭 및 단칭 판단
전칭 : 주어의 외연이 부류 전체에 걸치는 것 (모든 사람은 이성적이다.)
특칭 : 주어의 외연이 일부에 한정되는 것 (일부 사람은 양심적이 아니다.)
단칭 : 주어의 외연이 특정한 한 대상에만 한정될 때 (철수는 양심적이다.)
(2) 긍정 판단과 부정 판단
긍정 : 계사 “이다”를 써서 하는 서술 (개는 충실한 동물이다.)
부정 : 계사 “아니다”로 서술하는 것 (곰은 미련한 동물이 아니다.)
(3) 정언, 가언, 선언 판단
정언 : 주어와 서술어를 단정적으로 연결하는 판단. (추석은 명절이다.)
가언 : 가정적 조건을 바탕으로 성립하는 정언 판단. (추석이 명절이면 그날은 휴일이다.)
선언 : 주개념과 그를 규정하는 개념이 선택적으로 결합되는 판단 (자녀는 아들이거나 딸이다)
(4) 개연, 실연, 필연 판단
개연 : 주어와 서술어의 결합이 확실치는 않으나 그 가능성이 있음을 드러내는 판단 (그가 착한 사람일 것이다.)
실연 : 주어와 서술 개념의 관계가 실현되어 있음을 주장하는 판단 (그가 착한 사람이다.)
필연 : 주어와 서술 개념의 관계가 반드시 이루어짐을 드러내는 판단 (이 곱하기 삼은 육이다.)
<연습>
1. 다음의 판단을 가려보고, 두 문장을 연결하여 1단락의 글을 써 보자.
모든 사람은 이성적이다.
어떤 사람은 양심적이 아니다.
4. 논술법과 명제 / 판단
4.1. 명제/판단이 갖추어야 할 요건
판단을 언어 형식으로 나타낸 것이 명제(命題)이다. 머리 속에 생각한 내용만을 가리킬 때에는 판단이라 하고 그것을 문장으로 나타내어 말하면 명제라 부른다.
① 명제는 서술문의 형식이어야 한다. 의문문이나 명령문, 청유문 등은 명제를 직접 나타내지 못한다.
예) 여자는 남자보다 현명하다.
남자가 여자보다 현명한 수도 있나요?
여자는 남자보다 현명하지 않다.
여자가 남자보다 현명하지 않다고요?
② 논술법의 명제는 간명한 것일수록 좋다. 명제가 복잡하고 긴 복합문이라든지, 거기에 쓰인 낱말이 모호한 뜻을 가진 것이어서는 안 된다.
예) 우리의 처지는 괜찮다.
우리의 처지는 괜찮은 편이다.
글이라는 것은 어렵다. 한편으로 글이란 쉬운 것이다.
글이라는 것은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또 쉬운 것이다.
③ 명제는 각기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문장 안에 2가지 이상의 명제가 드러나는 것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간명한 논술이 된다.
예) 국민은 납세 및 병역의 의무가 있다.
교육은 지능 개발과 인격 도야를 목표로 한다.
-> 국민의 납세 의무가 있다. 국민은 병역 의무가 있다. 등으로 바꿀 것
4.2. 전칭 명제와 특칭 명제의 구분
우리말 표현은 수 개념이 불확실하기에 수량 표현이 명확치 못한 점이 있다. 그래서 두 가지 명제를 잘 구분하지 않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 일이 많다.
예)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 -> 모든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
4.3. 사실 명제와 당위 명제의 구분
사실 명제 : 사실의 단순한 서술 (우리는 모두 배달 민족이다.)
당위 명제 : 말하는 이의 적극적인 의도 표시 (우리는 모두 배워야 한다.)
간혹, 사실 명제가 당위 명제로 해석되기 쉬운 경우가 있다. 형식으로는 사실 명제인데도 실질적으로는 어떤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당위 명제로 여겨지기 쉬운 경우가 있다.
예) 그 사람은 아직도 교양이 모자라다. -> 그 사람은 아직도 교양을 더 쌓아야 한다.
4.4. 사실 명제와 가치 명제의 구분
가치 명제 : 좋다, 나쁘다, 아름답다, 더럽다 따위와 같이 사물의 가치 판단을 하는 경우이다.
(그 아이는 마음이 착하다.)
<연습>
1. 다음을 명제의 형식으로 바꾸어 보자. (전칭과 특징의 구분 문제)
가) 비논리적인 사람들은 경멸을 받는다. →
나) 감독들은 실제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있다. →
2. 다음에서 명제의 형식을 갖춘 것을 가려 보자.
① 그 사람이 부자입니까? ② 그이야말로 부자고 말고요. ③ 너는 매사에 조심해라.
④ 오늘이 1월 18일이다. ⑤ 우리는 서로 사랑하자.
3. 다음에서 바람직한 명제를 골라 보자.
① 내일은 비가 올 것도 같은데.
②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격으로 일이 나고서야 서두르니 되겠어.
③ 해가 지고 달이 뜨면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리라.
④ 책은 지식의 보고이자 위로자이다.
⑤ 장사는 씨름꾼이 되기 쉽다.
☆ 4. 다음 글에서 사실 명제와 당위 명제를 구분해 보자.
나는 이따금 아들의 놀이터에 들른다. 애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나도 어린 동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우리 성인들도 아이들에게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그들의 정직하고 진지한 태도는 성인들이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의 장난이나 놀이를 어른의 관점에서만 보아 사소한 일이라고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지칠 줄 모르고 뛰노는 과정에서 그들은 무럭무럭 성장하여 간다. 그 씩씩한 어린이들이 별탈 없고 구김 없이 자라도록 여건이 마련되어야 마땅하다.
☆☆ 5. 명제의 논증
5.1. 명제에 대한 논증의 필요성
논술법의 글에서는 명제의 논증 또는 입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대개 명제는 주장하거나 내세우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설득력이 모자라다. 아주 명확한 사실을 제시하는 경우가 아니면 명제에 대한 근거를 대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논술법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명제일 경우에는 풀이뿐 아니라 논거 제시가 필요한 것이다.
명제를 증명하는 추론의 성립에는 더구나 명제의 논증이 필요하다. 논술의 출발점인 추론의 대전제도 명제이고 그것을 결론으로 이끌어 가는 소전제도 명제이다. 논술에서 궁극적으로 내세우고자 하는 결론도 명제이다. 따라서 논술법에서는 무엇보다도 명제가 확고한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누구나 그 명제들을 믿고 납득할 수 있을 것이고 결국 논술의 결론이 설득력을 드러낼 수 있다.
(1) (가) 모든 인간은 언어 능력을 가진다.
(나) 어린이도 인간이다.
(다) 그러므로 어린이도 언어 능력을 가진다.
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가)이다. 이것이 성립되지 않으면 나머지는 자연 성립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위와 같은 추론을 성립시켜서 논술을 하려면 결정적인 열쇠를 가진 명제 (가)를 입증 또는 논증하여야만 한다.
5.2. 쟁점 명제
위에서 (가)와 같은 것은 “쟁점(issue)"이 되는 명제라고 한다. 결론 명제의 성립에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명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쟁점 명제는 반드시 확고히 논증하여 성립시켜야 한다. 다음의 경우는 쟁점 명제가 두 가지가 되는 경우이다.
(2) (가) 사고력을 기르려면 글을 써야 한다.
(나) 우리는 사고력이 필요하다.
(다) 그러므로 우리는 글을 써야 한다.
이 경우는 (가)가 성립되지 못하면 (나)가 성립되더라도 (다)는 이끌어내지 못한다. 사고력을 기르는 데는 딴 방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나)가 성립되지 못해도 (다)는 타당한 결론이 못된다. 우리가 사고력을 기를 필요성이 없다면 글짓기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추론이 성립되려면 쟁점을 나타내는 두 명제가 성립됨을 증명하는 일이 필수 과제가 된다.
☆☆☆ 5.3. 명제의 논증 자료
명제를 논증 또는 입증하는 자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사실 자료(facts)와 의견 자료(opinions)가 그것이다. 사실 자료란 명제를 뒷받침하는 사실 그 자체를 말한다. 의견 자료란 딴 사람의 의견을 뜻한다.
(1) 사실 자료
사실 자료란 누구나 다 인정할 만큼 확고한 사실 그 자체를 말한다. 사실 자료는 그 출처야 어디든, 객관적 타당성이 있어야 확고한 것이 된다. 곧, 사실자료는 다음과 같이 누구나 객관적으로 인정할 만한 것이어야 확실한 것이 된다.
(가) 자연 법칙에 따른 사실 : 자연 법칙에 따른 사실은 가장 보편성을 띤 확고한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 사실 자료는 어떤 명제를 뒷받침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보편적으로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예로 들 것)
(나) 실험적 사실 : 실험적 사실은 장치나 증거로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믿음성이 있다. 물론 이런 실험적 사실도 합당한 장치와 정확한 측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야 신빙성이 높은 사실 자료가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인정할 만한 실험일 것과 ‘변인’-변화 요인-이 적은 것일 경우)
(다) 조사 통계 자료 : 객관성 있는 조사 통계 자료도 사실 명제로 인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런 통계 자료는 표본적인 조사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사실과 온전히 일치된다고는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조사 방식에 따라서는 확실성이 높은 것도 있으며 일반 사람들도 그것을 많이 믿고 따르는 일이 많다. 그래서 이것도 논술법에서 중요한 사실 입증 자료가 된다. (신문 기사 등을 인용할 수 있는 능력)
(라) 보편적인 사실 : 보편적인 사실은 일반으로 널리 인정되는 사실을 말한다. 예를 들면,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다.” “누구나 홀로는 살 수 없다.” “생물은 자체 생성력을 지닌다” 따위의 사실은 웬만한 상식이면 다 사실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우리가 내세운 명제가 이런 보편적인 사실에 입각한 것임을 보여 줄 수 있다면 설득력 있는 입증이 될 것이다.
(마) 널리 인정되는 역사적 사실 : 역사적으로 널리 알려졌거나 인정되고 있는 사실은 논술문에서 많이 인용되는 입증 자료이다.
(바) 그밖에 입증될 수 있는 사실 : 비록 일반으로 알려지고 널리 인정되는 사실이 아니라도 필자 자신이 경험했거나 알아낸 사실도 입증자료가 될 수 있다. 이럴 때에는 그것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설명이나 논의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
이렇게 적절한 뒷받침 서술로 내세우는 명제가 사실로 인정될 수 있도록 다지게 되면 논술의 바탕이 튼튼해 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전제 명제를 다진 다음에 결론으로 이끌어 가면 확고한 논술이 될 수가 있다.
(2) 의견 자료
의견 자료는 관련된 제3자의 의견들을 통해서 얻는 자료를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타내는 견해, 사실임을 말하는 증언, 경험 사실의 보고, 딴 사람의 글에서 논증되고 있는 사실 등은 모두 의견 자료가 된다. 물론 이런 의견 자료는 그 출처가 믿을 만하고 권위가 있어서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의견 자료는 여러 가지로 구분될 수가 있다. 논술문에서 흔히 쓰는 의견 자료는 대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가) 목격자의 증언 : 목격자의 증언이란 어떤 사건이나 사태를 직접 보고 확인한 사람의 말이나 기록을 가리킨다. 목격자의 증언을 채택하는 경우에는 먼저 신빙성을 확인해야 한다.
(나) 경험자의 증언 : 어떤 일에 관해서 경험해 본 사람이 들려주는 말이나 기록한 것을 가리킨다.
(다) 전문가 또는 권위자의 의견 : 어떤 일이나 사실을 그 방면의 전문가나 권위자가 나타내는 소견을 말한다. 이것은 앞의 두 가지 경우보다 훨씬 신빙도가 높은 증거로 인정을 받기 쉽다.
이러한 의견 자료를 사용할 때 항상 주의해야 하는 것은 신빙성의 정도이다. 말하는 이의 처지나 태도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견 자료에 더해서 사실 자료들을 보충하는 것이 안전하다.
6. 추론과 논술법
논술법은 추론을 기본으로 삼아서 자기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상례이다. 우리의 새로운 주장을 좀더 조리 있고 설득력 있게 펼치려면 추론에 의지하는 일이 보통이다.
추론은 이미 알려진 판단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판단을 이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일반으로 인정되거나 쉽게 인정될 수 있는 판단을 전제로 해서 새로운 판단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전제가 되는 판단이나 그것을 바탕으로 이끌어내는 결론적인 판단은 자체로서 참된 것이어야 함과 동시에 그 전제에서 결론이 필연적으로 곧 합리적으로 도출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논술법에서 주로 쓰이는 추론은 크게 연역적 추론과 귀납적 추론으로 나뉘고 이들은 각기 두어 가지로 갈라진다.
☆☆ 연역적 추론 ꠆ꠏꠏꠏ 연역법
ꠌꠏꠏꠏ 간접 추론
귀납적 추론 ꠆ꠏꠏꠏ 귀납법
ꠌꠏꠏꠏ 유추법
6.1. 연역법
연역적 추론의 대표격인 연역법(演繹法) 또는 간접 추론은 일반화된 명제 곧 일반으로 널리 인정되는 명제를 전제로 하여 특수한 명제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1) (가) 모든 인간은 자유를 원한다. [대전제 : 일반 명제]
(나) 우리는 인간이다. [소전제 : 매개 명제]
(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결론 : 특수 명제]
위에서 보듯이 연역적 추론은 (가)와 (나)의 두 명제를 근거로 해서 (다)와 같은 새로운 명제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연역법은 이처럼 대전제, 소전제 및 결론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연역법은 삼단논법이라 부르기도 한다.
6.2. 직접 추론
직접 추론은 다음에서 보듯이 한 전제만을 바탕으로 결론을 이끌어내는 추론이다.
(2) (가) 모든 석탄은 무기물이다. [전제]
(나) 그러므로 모든 석탄은 유기물이 아니다. [결론]
(3) (가) 별은 무생물이다. [전제]
(나) 그러므로 별은 생물이 아니다. [결론]
이처럼 직접 추론은 긍정 판단을 부정으로 바꾸는 방식 이외에 주어와 서술어를 서로 바꾸는 따위 방식도 있다.
(4) (가) 부여는 백제의 옛 서울이다.
(나) 백제의 옛 서울은 부여이다.
(5) (가) 모든 생물은 무기물이 아니다.
(나) 그러므로 모든 무기물은 비생물이다.
(6) (가) 일부 청년은 화가이다.
(나) 그러므로 일부 화가는 청년이다.
직접 추론은 전제에 나타난 원 명제에 포함되어 있는 뜻을 딴 새로운 형식으로 나타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 명제를 다른 방식으로 환언하여 표현하는 방식이라 할 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 직접 추론은 새로운 판단이 도출된다고 하기가 어렵다.
6.3. 귀납적 추론
귀납법(歸納法)은 연역적 추론과는 반대로 특수 명제들을 바탕으로 해서 일반화된 명제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7) 특수 사실 : (가) 한국말은 소리, 뜻 및 어법의 3요소로 이루어진다.
(나) 일본말도 그러하다.
(다) 영어도 그러하다.
(라) 중국어도 그러하다.
(마) 아랍어도 그러하다.
(바) 러시아어도 그러하다.
(7) 일반 명제 : 그러므로, 모든 언어는 소리, 뜻, 어법의 3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특수 사실들 (가~바)을 바탕으로 하여 일반 명제를 이끌어 냈다. 이 귀납법의 추론에서는 특수 개별 사실들을 얼마만큼 검토하느냐에 따라 그 확실성이 좌우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개별 사실을 많이 검토할수록 더 완벽한 일반화가 가능하게 된다.
6.4. 유추법
귀납법에는 그 한 특수한 형식인 유추법(類推法)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한 특수 사실을 바탕으로 그와 유사한 딴 특수 사실을 가정적으로 추정하는 방식이다.
(8) (가) 순희의 언니는 참 착하다.
(나) 그러므로 순희도 착한 아이일 가능성이 높다.
위와 같이 “갑”이라는 사항에 대하여 그와 비슷한 조건에 있는 “을”과 견주어서 잠정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유추법이다.
7. 연역법의 갈래와 논술법
7.1. 연역법의 갈래
연역법은 전통적으로 삼단 논법이라 부른다. 그것은 대전제, 소전제 및 결론의 3단계로 나뉘어 추론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삼단 논법은 명제의 종류에 따라 정언(定言)삼단논법, 가언(假言)삼단논법, 선언(選言)삼단논법, 양도 논법(디렘마) 등으로 나뉜다.
<참고 자료>
정언 삼단 논법의 구성 방식
1. 정언 삼단 논법의 구성 요소
(1) (가) 모든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다.
(나) 미개인도 사람이다.
(다) 그러므로 미개인도 만물의 영장이다.
(2) [중개념] - [대개념] (대전제) : A = B
[소개념] - [중개념] (소전제) : C = A
∴ [소개념] - [대개념] (결론) : C = B
이처럼 정언 삼단 논법이 가져야 할 개념은 세 개보다 적어도 안 되고 많아도 안 된다. 다음을 보자.
(3) (가) 모든 동물은 생물이다.
(나) 고래는 동물이다.
(다) 그러므로 상어는 생물이다. (잘못됨)
위의 것은 전제에 없던 “상어”가 결론에 나타나면 그 명제 자체는 참이 되지만 전제에서 필연적으로 유도되지 못하므로 삼단 논법에 어긋난다. 그러므로 정언 삼단 논법이 가져야 할 명제/판단은 세 개보다 많아도 적어도 안 된다. 삼단 논법은 대전제와 소전제 그리고 결론의 세 가지 명제로 구성되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안 된다.
2. 매개념(중개념) 주연의 원칙
매개념은(중개념) 적어도 한 번은 주연되어야 한다.28) 다음을 보자.
(4) (가) 약간의 마라톤 선수는 철인이다.
(나) 그는 마라톤 선수이다.
(다) 그러므로 그는 철인이다.
위의 경우는 매개념인 마라톤 선수가 한 번도 주연되지 않았기에 잘못된 추론이다.
또한 전제에서 주연되지 않은 개념이 결론에서 주연되면 오류가 된다.
(5) (가) 모든 여자는 모성적이다.
(나) 모든 여자는 사람이다.
(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모성적이다. (오류)
3. 부정/긍정 전제의 제약
대전제와 소전제가 모두 부정일 때에는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다. 두 전제 중에 적어도 하나는 긍정 판단이 아니면 안 된다.
(6) (가) 모든 등변 삼각형은 원이 아니다.
(나) 이것은 등변 삼각형이 아니다.
(다) 그러므로 이것은 원이 아니다. (오류)
또한 전제 중의 하나가 부정일 때에는 결론도 부정이어야 한다.
(7) (가) 모든 동물은 광물이 아니다.
(나) 돼지는 동물이다.
(다) 그러므로 돼지는 광물이 아니다.
전제가 모두 긍정일 때에는 결론도 긍정이어야 한다.
(8) (가) 부지런한 사람은 성공한다.
(나) 철수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다) 그러므로 철수는 성공한다.
4. 특칭과 전칭 전제 제약
삼단 논법은 그 전제나 결론이 특칭이냐 전칭이냐에 따라 제약을 받는 수가 있는 다음에서와 같이 모든 전제가 특징일 때에는 잘못된 추론이 된다.
(9) (가) 일부 생물은 동물이다.
(나) 일부 식물은 생물이다.
(다) 그러므로 일부 식물은 동물이다. (오류)
위의 경우는 어느 개념도 주연되지 않으므로 결국 매개념이 주연되지 않게 됨으로서 오류가 되는 것이다.
전제 중의 한 가지가 특칭일 때에는 결론도 특칭이어야 한다.
(10) (가) 모든 곤충은 동물이다.
(나) 일부 생물은 곤충이다.
(다) 그러므로 일부 생물은 동물이다.
또한 대전제가 특칭이고 소전제가 부정일 때에는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11) (가) 일부 청년은 화가이다.
(나) 모든 노인은 청년이 아니다.
(다) 그러므로 모든 노인은 화가가 아니다. (오류)
5. 정언 삼단 논법의 변이 형식
정언 삼단 논법은 중개념 곧 매개념이 놓이는 위치에 따라 다음 몇 가지 변이 형식이 가능하다.
제1형식 : 정언 삼단 논법의 기본 형식이다.
모든 선량한 여자는 아이를 사랑한다. [매개념 - 대개념]
이 흑인 여자도 선량한 여자다. [소개념 - 매개념]
그러므로 이 흑인 여자도 아이를 사랑한다. [소개념 - 대개념]
이 경우 대전제는 전칭이어야 하고 소전제는 긍정이어야 한다.
제2형식 : 제1형식에서 매개념과 대개념만 위치가 바뀐 것.
모든 진정한 정치는 도의 정치다. [대개념 - 매개념]
권모술수는 도의적이 아니다. [소개념 - 매개념]
그러므로 권모술수는 진정한 정치가 아니다.
[소개념 - 대개념]
이 경우는 전제 중의 하나는 부정이어야 하고 대전제는 전칭이어야 한다.
제3형식 : 제1형식에서 매개념과 소개념만 자리를 바꾼 것임.
모든 전쟁은 불행한 일이다. [매개념 - 대개념]
일부 전쟁은 불신에서 일어난다. [매개념 - 소개념]
그러므로 불신에서 일어난 것 중에는 불행한 일도 있다.
[소개념 - 대개념]
젼제 중의 하나는 전칭 나머지 하나는 특칭, 소전제는 긍정이어야 한다.
제4형식 : 제1형식에서 대전제와 소전제에서 매개념이 위치를 바꾼 것임.
모든 허영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대개념 - 매개념]
모든 바람직한 것은 유익하다. [매개념 - 소개념]
그러므로 일부 유익한 것은 허영이 아니다.[소개념 - 대개념]
어느 전제나 특징 부정일 수는 없다. 한 전제가 부정이면 대전제는 정칭이고, 소전제가 긍정일 때에는 정칭이며 결론도 특칭이 된다.
6. 정언 삼단 논법의 형식과 내용
(1) (가) 모든 인간은 이성적이다.
(나) 그런데 만수는 인간이다.
(다) 그러므로 만수는 언어 능력을 가진다.
위에서 결론의 서술어는 응당 “이성적이다”라고 해야 삼단 논법의 형식에 맞다. 결론은 언제나 소개념과 대개념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 내용적으로 보면 틀린 것이 아니다. 언어 능력은 이성적인 것에 내표될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에서와 같이 대전제의 “이성적인 것”과 거리가 먼 개념이 결론에 나타나면 형식으로나 내용으로나 잘못이 된다.
(2) (가) 모든 인간은 이성적이다.
(나) 그런데 만수는 인간이다.
(다) 그러므로 만수는 노래를 잘 부른다. (잘못)
7. 정언 삼단 논법을 바탕으로 쓴 단락의 보기
정언 삼단 논법으로 쓴 글은 다음과 같은 모습이 된다.
[보기1]
사람은 기본적인 인권을 가지고 태어난다. 불란서 혁명 이후 이 천부적 인권 사상은 근대 민주 국가의 근본 이념이 되고 있다. 독재 국가들에서는 이 기본권을 짓밟아 온 사례가 있으나, 그런 행위가 끊임없는 저항과 온 세계인의 지탄을 받아 왔다. 이러한 사실은 인권이 얼마만큼 신성 불가치의 것인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사람에는 예외가 없다. 선한 사람이건 악한 사람이건,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건 감옥에 갇친 사람이건, 어른이건 어린이건 차별이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일시적으로 나쁜 짓을 한 사람이라고 해서, 감옥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감옥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또는 아직 어린 사람이라고 해서 그 인권을 함부로 침해받을 수는 결코 없는 것이다.
가언적 삼단 논법
1. 반가언적 삼단 논법
가언적 삼단 논법은 가언적 명제를 바탕으로 한 삼단 논법을 말한다. 이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대전제만이 가언적 명제이고 소전제와 결론은 정언 명제인 경우로서 반가언적 삼단논법이라 한다. 다른 하나는 대전제와 소전제가 다 가언적 명제인 경우로서 전가언적 삼단 논법이라 한다.
(1) (가) 봄이 오면 제비가 날아 온다. [대전제]
(나) 봄이 왔다. [소전제]
(다) 그러므로 제비가 날아 온다. [결론]
반가언적 삼단 논법에는 소전제가 대전제의 전건이나 후건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냐 아니면 부정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몇 갈래로 나뉜다.
전건 긍정의 반 가언적 삼단 논법 : 대전제의 전건을 소전제의 긍정으로 받아들이면 긍정적 결론이 나타난다.
(2) (가) 사람이 돈이 많으면 걱정이 많다.
(나) 그는 돈이 많다.
(다) 그러므로 그는 걱정이 많다.
이때 대전제의 전건을 소전제에서 부정으로 받아들이면 오류가 된다.
(3) (가) 교통사고가 나면 지각한다.
(나) 교통사고가 안 났다.
(다) 그러므로 지각하지 않는다. (오류)
후건 긍정의 경우 : 대전제의 후건을 소전제에서 긍정으로 받아들임.
(4) (가) 전쟁을 하면 인명이 상한다.
(나) 인명이 상하였다.
(다) 그러므로 전쟁을 한 것이다. (오류)
이처럼 소전제에서 대전제의 후건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전건도 결론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야 성립된다.
(5) (가) 교육이 보급되면 문맹이 타파된다.
(나) 문맹이 타파되지 않았다.
(다) 그러므로 교육이 보급되지 않았다.
이는 후건이 부정되면 그 전건도 부정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2. 전가언적 삼단 논법
전가언적 삼단 논법은 대전제와 소전제 및 결론에 가언적 명제가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1) (가) 교육열이 향상하면 문화가 발달한다.
(나) 민중이 자각하면 교육열이 향상한다.
(다) 그러므로 민중이 자각하면 문화가 발달한다.
이는 앞서 살핀 정언 삼단 논법의 제1형식과 같은 구성이다. 다만 전건이 모두 가언 명제로 되어있는 점이 다르다.
선언 삼단 논법과 양도 논법
1. 선언 삼단 논법
선언(選言) 명제를 바탕으로 한 삼단 논법을 선언 삼단 논법이라 한다.
(1) (가) 금년은 평년이거나 흉년이다.
(나) 금년은 평년이다.
(다) 그러므로 금년은 흉년이 아니다.
이런 선언 삼단 논법은 거의 자명한 추론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을 보자.
[보기2]
독재 국가에서는 인민들로 하여금 두 가지 중에 하나만을 선택하게 하는 흑백 논리를 구사하는 일이 있다. 모든 민중은 통치자에게충성하는 파와 그렇지 않은 파로 나뉜다. 충성파로 인정을 받은 이들은 애국자로 우대를 받는다. 이런 충성파가 아닌 이들은 비애국자요 반동 분자로 낙인이 찍힌다. 그들은 심하게는 처형을 받거나 유배를 당한다. 독재자들이 보인 이런 흑백 논리의 대표적인 예는 히틀러에서 볼 수 있었다. 히틀러는 민중들은 아리안이든가 비아리안이든가 두 가지 중의 하나라고 하였다. 아리안은 애국적이고 선량한 국민들의 무리이고 비아리안은 반민족 반국가적 부류로서 국가의 방역자로 여겼다. 그리하여 아리안으로 선택되면 애국자로 칭송을 받거나 살아 남으나 유태인들처럼 아리안으로 선택되지 않으면 죽음의 길을 걷게 마련이었다.
2. 양도 논법(dilemma)
did도 논법이라고 하는 것은 가언 판단과 선언 판단이 결합된 삼단 논법의 한 가지이다. 대전제가 두 개의 가언 명제의 견결로 구성되고 소전제는 대전제의 두 전건을 선언적으로 긍정하든가 아니면 두 후건을 선언적으로 부정하든가하여 결론을 이끌어 내는 삼단 논법이다.
(1) (가) 정상까지 지름길로 가면 길이 험하여 두 시간이 걸리고
(나) 도는 길로 가면 멀어서 두 시간이 걸린다.
(다) 지름길로 가거나 도는 길로 가거나 할 수밖에 없다.
(라) 그러므로 하여간 두 시간이 걸린다.
[보기3]
사람이 말이 많으면 실언을 하기 일쑤여서 손해를 보게 되고, 반면에 말수가 적으면 무뚝뚝하다는 평을 들어 손해를 보게 된다. 사람들은 말이 많은 편인 무리와 그렇지 않은 무리로 나뉜다. 곧 말이 많은 축에 드는 사람이거나 과묵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경우나 말로써 손해를 보게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두 가지 방식 중에 어느 것을 택하거나 마찬가지 결과인 경우에 양도 논법이 쓰인다. 이것을 디렘마(dilemma)라고 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이다.29)
약식 삼단 논법
앞서 우리가 살핀 삼단 논법은 대전제, 소전제 및 결론의 3명제로 이루어지며 그것들이 각지가 참이면서 그것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조리 있는 추론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삼단 논법의 본디 모습이다.
그런데 실제 언어 표현이나 논술법의 글에서는 삼단 논법의 전제나 결론의 일부가 생략되어 쓰이는 일이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쟁점 명제 같은 것은 어느 경우라도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생략되면 논리적 추론이 부정확하거나 본래 의도가 제대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8. 귀납법을 바탕으로 한 논술법
귀납법은 특수 명제를 바탕으로 일반 명제를 이끌어 내는 추론이다. 연역법이 일반 명제를 바탕으로 특수 명제를 이끌어내는 추론인데 반해서 귀납법은 그것과는 반대로 둘 이상의 특수 명제에서 새로운 일반화 명제를 도출해 내는 방식이다.
우리는 일상 생활 현상을 관찰하여 자주 귀납적인 결론은 내리고 있다. 한 회사의 상품을 써본 후 “화장품은 갑이라는 회사의 것이 가장 좋은 것같더라.”, “요즈음 화장품은 국산품이 외국산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 “거의 모든 국산품의 질이 놀라우리만큼 향상되었다.” 등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결론을 성급하게 내려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일상 대화 등에서는 이런 논리적 비약이 의외로 많다. 한두 사람의 학생들을 살피고는, “그 학교 학생들은 형편없는데.”라고 말하는 것이 논리적 비약(logical gap)이다. 이런 경우는 대개 특칭 명제를 전칭명제로 삼은 데서 오는 경우이다.
논리적 비약을 하지 않고 확고한 일반화를 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우선 가능한 범위의 특수 사항을 관찰하여 공통성을 뽑아내어 잠정적인 일반화를 시도한다. 다음으로 추정적인 일반화를 시도하여 가정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좀더 온전한 귀납법을 쓰려면 관련된 특수 사항들을 되도록 많이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귀납적인 결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보조적인 증명 방법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보기1]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고 갈파한 예수의 말씀은 하나의 보편적 진리로 믿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잘 아는 몇 가지 사례만 보아서도 알 수가 있다.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한 기세로 세계를 무력으로 점거하던 나폴레옹은 결국 무력으로 멸망했다. 2차 대전을 일으켜 세계를 정복하려던 히틀러, 뭇솔리니 들도 다 연합군의 칼 아래 쓰러졌다. 또 아프리카, 남미 들에서 끊일 새 업이 무력으로 정권을 빼앗고 빼앗기는 권력 다툼도 바로 그 보기라 할 수가 있다. 합법적인 철자를 무시하고 총칼의 힘으로 정권을 빼앗는다는 것은 어느 경우나 비평화적 정권교체의 전례를 남기는 것이 되며, 그것은 반드시 되풀이되고 만다. 작용과 반작용이 되풀이되듯이 말이다. -유효석, “순리적 삶” 중에서
위의 보기는 귀납법적으로 도달한 일반적 사실을 먼저 내세우고 그 관련된 특수 사례를 뒤에 제시하는 방식을 보이고 있다. 곧 이 경우는 귀납적 추론의 과정과는 반대의 순서로 서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귀납적 추론의 결과를 드러내는 데는 마찬가지이다. 말하자면 귀납적 사고를 두괄식으로 서술한 것이다.
9. 유추를 바탕으로 한 논술법
유추(類推=analogy)란 하나의 특수 사실에서 딴 특수 사실을 이끌어 내는 추론이다.
특수 사실 <갑> : 이 약은 쥐에게 90퍼센트의 효력이 있다.
특수 사실 <을> : 이 약은 사람에게도 비슷한 효력이 있을 것이다. 그 근거는 쥐와 사람은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추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추정하려는 문제에 결정적인 근거가 되는 유사성을 찾는 일이다. 2가지 사항을 견주어 말할 때 양자의 유사성은 여러 가지 각도에서 말할 수가 있다. 그런데 어떤 특정 사항을 추정하는 데는 그 가운데 가장 관련 깊은 유사성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
☆☆☆ 10. 논술법의 오류
논술법에서의 오류란 연역법이나 귀납법 등의 추론이나 그 밖의 합리화 논술 과정에서 생기는 잘못을 말한다. 잘못된 근거 자료의 사용에서 생기는 오류도 있고 논리적 추론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합리성이나 논리적 비약 등으로 말미암은 오류가 있다. 이런 오류는 개개 논리적 사고 훈련의 부족이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다.
1. 연역법의 오류
연역법의 오류란 그 구성 명제나 추론 과정에서 생기는 잘못을 말한다. 전제나 결론 명제가 참되지 못하거나 삼단 논법의 형식이나 내용이 그릇되어 거짓 결론이 나타나는 것이 연역법에서의 오류이다.
(1) 언어적 오류
이 오류는 모호성을 가진 낱말을 잘못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예) 모든 금속은 원소이다. 놋쇠는 금속이다. 그러므로 놋쇠는 원소이다. - 놋쇠의 의미
이 옷은 값이 싸다. 값이 싼 것은 쉽게 떨어진다. 그러므로 이 옷은
쉽게 떨어진다. -싼 것과 나쁜 것의 차이
(2) 개념이 잘못 묶일 때 생기는 오류
두 개의 개념을 잘못 결합하였을 때에 생기는 오류이다.
예) 김선생의 의견도 틀렸다. 민선생의 의견도 틀렸다. 그러므로 선생들의 의견은 틀렸다.
(3) 개념을 잘못 나눌 때 생기는 오류
위와는 반대로 개념을 그 구성 성분으로 분해하여 적용하는 잘못이다. 원개념에 적용되는 사실을 그것을 분석하여 얻은 각 성분에도 적용하는 데서 오는 잘못이다.
예) 이 물체는 자동차이다. 자동차를 분해하면 엔진과 차체로 나뉜다. 그러므로 엔진과 차체는 자동차이다.
(4) 순환 논증에 따른 오류
순환 논증이란 전제를 바탕으로 결론을 논증하고 다시 결론을 바탕으로 전제를 논증하는 것이다.
예) 이것은 위대한 그림이다. 왜냐하면 모든 훌륭한 미술 평론가가 평하고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미술 평론가란 이런 위대한 그림을 평하는 이이다.
그는 덕망이 높다. 그는 인격자이니까. 그가 인격자인 것은 덕망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제가 결론에 의지하고 결론이 전제에 의지하는 추론을 순환 논증에 따른 오류라 한다.
(5) 우연에 의한 오류
일반적이거나 본질적인 일반 규칙을 우연한 예외의 경우에도 잘못 적용하는 데서 생기는 오류이다.
예) 거짓말은 죄악이다. 의사는 환자를 안심시키려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므로 의사는 죄악을 범했다.
(6) 역우연의 오류
우연적인 특수한 사실에서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이끌어 내는데서 생기는 오류이다.
예) 나는 음식을 먹고 병을 앓았다. 그러므로 음식은 해로운 것이다.
그 친구가 산에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그러므로 산은 갈 데가 못된다.
(7) 문제의 핵심을 흐리게 하는 데서 생기는 오류
어떤 학설이나 의견을 반박할 경우에 그 내용의 잘못이나 논리적 모순 따위를 지적하지 않고 그것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유를 들어 문제의 핵심을 흐리게 만드는 오류이다.
예) 그 학설은 틀린 것이다. 그 학설을 말한 사람은 이름도 알려있지 않다.
(8) 인신 개입의 오류
사실이나 논지에서의 문제에 그 당사자의 신상 문제나 인격 문제를 끌어들이는 데서 생기는 오류다.
예) 그가 그것이 사실이라고 말한 것은 그의 종교관이나 사생활에서 비롯 되었다.
그 여자가 자기 가정 일이나 잘 처리할 것이지, 사회 문제에 대하여 발설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9) 지나친 권위에 의지하는 오류
권위있는 이의 말이나 언명을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의지하는 데서 오는 오류이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권위에 의한 입증”과 관련된다. 아무리 권위있는 사람의 소견이라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게 되면 오류에 떨어지기 쉽다.
예) 그것은 더 논의할 여지가 없다. 일찍이 공자나 석가가 말하 일이니까.
성경에도 그렇게 쓰여 있는데 무얼 그래.
(10) 위력에 의지하는 오류
이성적으로 상대방을 설복하려 하지 않고 힘을 과시하거나 협박하는 따위 방식으로 주장을 펴는 데서 오는 오류이다.
예) 우리의 의견에 찬동하지 않으려거든 이곳을 떠나시오. 다수의 의견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민주국가ㅔ서는 설 자리가 없는 법이니까.
(11) 대중의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
냉철한 이성을 바탕으로 조리있게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여 자기의 주장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데서 생기는 오류이다.
예) 여러분! 내가 이것을 주장한다고 해서 내 개인에 이익이 되는 것은 조금도 아닙니다. 다만 저 불쌍한 동포들,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데 근본 취지가 있습니다.
2. 귀납법에서의 오류
귀나법에서도 오류가 발생하는 일이 잦다. 귀납 추리에서는 충분한 관찰이나 실험 등 경험적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들에서 보이는 공통적 사실이나 일반적 특성을 집약하여야 한다. 그러한 면밀한 관찰이나 파악에 결함이 생길 때에는 오류가 생기게 마련이다.
(1)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한정된 특수 사실만을 바탕으로 성급하게 전칭 명제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따위는 논리적 비약의 오류를 낳는다.
예) 주위 사람들이 다 반대한다. 그러니 이것은 온 국민이 반대한다고 보아야 한다.
(2) 단순 열거의 오류
일부 사례들을 열거하고 나서 전체가 그렇다고 일반화하는 오류이다.
예) 새해가 되면 우리 나라에서는 어른에 대한 세배, 연하장 보내기, 덕담과 함께 새해 인사 나누기, 아는 이나 불우한 사람들 찾아보기 등 온 국민이 부산하다. 이로 보아 우리 나라 사람들은 모두 예의가 바르다고 결론 지을 수 있다.
(3) 유추의 오류
유추란 하나의 특수 사실을 바탕으로 그와 유사한 딴 특수 사실을 추정하는 예비적 추론 방식이다. 그런 유추 결과를 가지고 일반적인 명제를 도출하는 일은 크게 잘못될 수가 있다.
예)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 했으니, 그 아버지를 볼 때 그 아들도 틀림이 없다.
예로부터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 했으니 그 사귀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4) 인과 관계의 잘못 적용으로 말미암은 오류
확고한 근거없이 한 사실을 다른 사실의 원인으로 여기는 데서 나오는 오류이다.
예)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졌다. 그러니 배가 떨어진 것은 까마귀가 날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옛말이나, 속담을 과신하는 것은 과학적인 사고 방식이 못되는 일이 많으니 논리적 사고에서 유의해야 할 일이다.
☆☆☆☆☆ 11. 논리적인 글을 쓰는 방법
11.1. 설명문과 논술문 쓰기의 실제
논리적인 글이란 설명법의 글과 논술법의 글을 한데 합쳐서 가리킨다. 어떤 글이라도 논리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특히 설명법과 논술법의 글은 전적으로 논리적인 사고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설명법과 논술법의 글은 본질적으로 추상적인 개념들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풀이하고 따지기 때문이다.
(1) 그 아이는 강씨 가문의 장손으로서 머리가 명석하고 성격이 온화하다.
(2) 그 아이는 강씨 가문의 장손으로서 머리가 명석하고 성격이 온화하다. 그 아이는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일반으로 머리가 명석하고 성격이 온화한 아이는 장래가 총망되기 때문이다.
(1)의 설명법에서는 “그 아이”라는 개념을 “강씨 가문”, “장손”, “머리”, “명석하다 등 여러 딴 개념들을 가지고 풀이하고 있다. 이런 개념들의 연결로 이루어지는 설명 내용은 우리의 이성에 거슬리지 않음은 물론이고 의미적으로 순리적인 관계를 보이고 있다. 또 (2)의 글을 보면 개념들 사이의 논리적 관계가 더욱 긴밀하게 짜여져서 새로운 주장을 펴고 있다. 이처럼 설명법이나 논술법의 글은 거의 전적으로 개념들 사이의 논리적 관계로 엮어진다.
11.2. 설명문/ 논술문 쓰기와 통일성
모든 글을 전개하는 데에는 다음의 3대 원리가 기본 지침이 된다.
(1) 재료 선택의 원리 또는 통일성(unity)의 원리
(2) 재료 배열의 원리 또는 연결성(coherence)의 원리
(3) 충분한 뒷받침의 요건 또는 강조성(emphasis)의 원리
일반으로 위의 3가지 원리를 “수사학의 3대 원리”라 하며, 주제 또는 소주제를 뚜렷이 나타내어 요지가 선명한 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반드시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11.2.1 통일성의 원리와 설명/논술의 집중력
통일성(unity)의 원리란 주제와 그 뒷받침 서술이 내용 면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제가 나타내는 바와 그 뒤의 서술내용이 결국 같은 내용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제가 “사랑의 행동”이라면 그 뒤에 그것을 풀이하고 뒷받침한 문장이 나타내는 것도 결국 “사랑의 행동”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뒤의 서술 내용에 그렇지 못한 내용이 나타나면 통일성이 깨뜨려지고 말며, 결국 그 소주제는 잘 드러나지 못하고 나아가서는 전체 주제마저 흐트리게 되는 것이다.
[보기1]
(가) 한글은 참된 우리 겨레의 글자다. 한글은 우리 나라 임금인 세종대왕이 학자들을 시켜 만들어낸 글자이다. 곧 한글은 딴 나라에서 빌려다 쓴 글자가 아니라 지금부터 500여 년 전에 우리 나라에서 직접 만들어 낸 것이다. 또 한글은 우리말 수리를 남김 없이 다 적을 수 있다. 그것은 우리말 소리를 적을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글은 우리 나라 사람이면 아주 어린 아이를 빼놓고는 거의 누구나 쉽게 배워서 쓰는 글자이다. 이렇게 한글은 우리 겨레가 만들었고 우리말을 적기에 가장 알맞으며 우리 겨레가 쉽게 배워서 쓰는 글자다.
(나) 한글은 참된 우리 겨레의 글자다. 한글은 우리 나라 임금인 세종대왕이 학자들을 시켜 만들어낸 글자이다. 곧 한글은 딴 나라에서 빌려다 쓴 글자가 아니라 지금부터 500여 년 전에 우리 나라에서 직접 만들어 낸 것이다. 또 한글은 우리말 수리를 남김 없이 다 적을 수 있다. 더구나 남의 나라 말 소리까지도 적을 수 있는 우수한 글자다. 우리는 한글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한글은 오랫동안 한자에 억눌려 기를 펴지 못하였다. 지금도 한글은 한자와 함께 써야 하는 불완전한 글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위에서 (가)는 통일성이 지켜지고 있다. 그것은 맨 앞의 소주제문에서 내세운 바를 뒤의 문장들이 잘 떠받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더구나 남의 나라 말 소리까지…” 이후의 문장들은 한글이 우리 겨레의 글자라는 것을 입증하는 일과 직접 관련이 없다. 이 뒷부분은 앞의 소주제에서 빗나간 서술이 되어 통일성을 깨뜨리고 있다. 특히 한자에 억눌려 지냈다거나 불완전한 글자라고 한 점 등은 비록 한글과 관련된 서술이기는 하지만 “한글이 참된 우리 글자다”라는 소주제문에서는 벗어나고 있다.
다음은 논술문으로 쓴 글의 한 단락이다.
[보기2]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사고 방식을 지닌 사람의 정신 연령은 확실히 낮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이냐”고 생각하는 방식은 유치한 아동의 심리 현상에 해당되는 것이다. 아무리 신체 연령이 옾다 하더라도 정신 연령이 낮은 사람일 경우에 그런 유아 독존의 시고 방식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ㅡㄴ 심리학에서 오랜 실험과 연구를 통해서 증명되었다. 어린애일수록 자기 중심주의 사고 방식을 지니게 된다는 것은 오늘날 심리학의 한 상식이 되어 있다. 온종일 어린애가 말하고 주장하는 것을 전부 기록해 놓고 보면 85%가 자기가 제일이라■ㅡㄴ 말을 직접 간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기3]
현명한 주인이라면 자기가 제일이라고 선전을 하는 일꾼을 채용하지는 않는다. 겸손할 줄을 모르는 부하는 언젠가는 주인을 배신하는 법이다. 현명하 주인은 남의 약점을 먼저 알고 자기 주장이나 자기 선전을 하기보다는 남의 장점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을 채용할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우리 귀에 못 박혀 온 소리다. 그렇건만 우리에게는 자기 자신을 알고 자기 분수를 찾을 줄 아는 지도자를 찾기에도 힘든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소위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한시라도 빨리 “자기의 무지를 아는 혀명(賢明)”을 갖기 바란다.
위의 [보기2]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 방식은 정신 연령이 낮은 사람에서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소주제로하여 그것을 심리학의 연구나 실험 결과 등을 가지고 입증하였다. 이 글은 소주제문에 나타난 필자의 주장을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내세우고 있다. [보기3]는 마지막에 필자의 주장이 나타나 있다. 그런데 그 앞에는 이런 주장을 합리적으로 이끌어내는 서술이 없다. 각 문장이 거의 따로 놀다시피 되어 있어서 그러한 “현명”을 가지는 지도자가 나타나야 할 근거를 충분히 제시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11.2.2 통일성을 이루는 방법
이렇듯 통일성이 있는 글을 이루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항상 머리에 넣어 두어야 한다.
1) 소주제를 되도록 한정된 것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각 / 후각)
2) 소주제는 되도록 단일 개념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그리움과 한 / 그리움, 한)
3) 소주제문은 되도록 간결해야 한다.
(신사임당은 훌륭한 시적 재능을 지녔다.
/ 우리 역사에 가장 위대한 여성의 한 분인 신사임당은 위대한 시적 재능을 지녔다. )
4) 소주제만을 집중적으로 췻받침해야 통일성을 이루기 쉽다.
11.3. 설명 / 논술 단락과 연결성의 원리
11.3.1 설명/논술 단락에 쓰이는 연결성의 원리
연결성(coherence)의 원리란 소주제를 떠받드는 문장들을 순리적으로 배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서 소주제를 서술하는 재료인 뒷받침 문장들을 자연스럽고 이치에 맞게 늘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결성의 원리는 시간적 순서, 공간적 순서, 논리적 순서에 따라 뒷받침하는 내용들을 차례로 늘어놓는 방법이 있다. 먼저 시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사물에 대하여 다루는 서사문에서 주로 쓰이는 것이다. 또 공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란 일정한 공간에 펼쳐진 사물의 모습을 묘사할 적에 주로 쓰이는 것이다.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란 소주제를 뒷받침하는 내용들을 조리 있고 이치에 맞게 늘어놓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시간적 및 공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 이외의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설명이나 주장을 펼 때 쓰인다.
11.3.2 설명/논술 단락과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법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법이란 움직이는 사건이나 겉으로 드러난 모양을 나타내는 경우가 아니고, 추상적인 생각이나 뜻을 나타내는 경우를 말한다. 가령, 낱말의 뜻을 풀이한다든지, 사물의 성질이나 기능을 설명한다든지, 일이 일어난 원인이나 결과를 밝힌다든지, 우리의 의견이나 주장을 나타내고 그 근거를 제시한다든지 할 때 쓰이는 것이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다.
(가) 사람은 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
(나) 사람은 감정이 없다. 그러므로 사람은 이성보다는 본능을 중요시한다.
위에서 (가)의 두 문장은 각기 이치에 맞는 내용일 뿐 아니라 서로 순리적으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나)의 두 문장은 각기 이상하고 서로 연결하면 더욱 이치에 안 맞는다.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은 (나)와 같은 것을 배제하고 (가)와 같이 어긋남이 없이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의 연결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런 경우에” 따위의 접속 어구나, “이는”, “이런” 따위의 지시사를 쓸 수 있다. 또 “…때문이다”와 같은 말도 덧붙일 수 있다.
11.4. 논리적 배열의 3가지 유형
논리적 배열은 기본적으로 3가지 방식으로 실행된다. (1) 구체화의 순서, (2) 일반화의 순서, (3) 반전(反轉)의 순서가 그것이다.
구체화의 순서 | 일반화의 순서 | 반전의 순서 |
일반 명제 (소주제문) 구체적 사실 | 구체적 사실 일반화 명제 (소주제문) | 긍정 서술 반대 서술 결론 (소주제문) |
11.4.1 구체화의 순서에 따른 단락의 전개
구체화의 순서로 단락을 전개하려면 앞 부분에 소주제문을 제시하고 그 뒤에 그것을 풀이, 합리화, 또는 예시하는 따위의 문장들을 순리적으로 늘어놓도록 한다.
[보기4]
우리 민족이 기분적인 성향이 농후함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는 수없이 “기분”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기분 나쁜데…” “기분 좋은데…” “기분 잡쳤어!”, “그건 기분 문제야” 따위 말을 입버릇처럼 뇌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이 “기분적”으로 쓰이는 것과 발맞추어 행동 또한 기분에 좌우되는 일이 많다. 가령, 단체에 기분적으로 가입했다가 기분적으로 탈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단체의 목적을 신중히 검토하여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권유나 일시적 기분으로 가입하는가 하면, 또 사소한 일로 기분이 상하면 금방 탈퇴하고 마는 군상이 부지기수다. 우리 겨레의 단전으로 지적되는 속단(또는 졸속)이나 극단주의의 버릇도 사실은 이 기분적 성향 때문이다. 직감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기분의 속성은 속단을 낳게 마련이며, 기분이라는 감성은 항시 격앙되기 쉬운 것이기에 극단에 흐르기 십상인 것이다.
-조용란, “감성주의” 중에서
위와 같이 소주제문이나 그와 관련된 뒷받침 문장을 구체적으로 풀이하는 경우 한가지 요령은 다음과 같은 접속 어구를 속으로 되뇌이거나 명시적으로 쓰는 것이다.
곧, 즉, 다시 말하면, 바꾸어 말하면, 다른 말로 말하면
또한 제시된 소주제문을 합리화 방식으로 펼치는 한 가지 요령은 다음과 같은 접속 어구를 속으로 되뇌이면서 한 문장, 한 문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까닭은, 그 이유는, 그 원인은
[보기5]
텔레비젼은 바보 상자라 할만한 점이 분명히 있다. (왜냐하면)텔레비젼은 우리가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 곧 고독의 시간을 빼앗는다. (풀어서 말하면)고독의 시간은 우리를 쓸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우리의 독자적인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게 만드는 기회가 된다. 그런데 텔레비전은 여러 오락과 흥미거리를 가지고 우리를 유혹함으로써 그 앞에 멍하게 앉아 있게 만든다. 또 (왜냐하면)텔레비전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탐구하고 창조하는 힘을 약화시킨다. (풀어서 말하면)텔레비전은 온갖 지식과 새로운 정보들을 안방에까지 가져다주는 충실한 하인과 같은 구실을 한다. 이런 봉사적인 면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서 우리는 새로운 지식을 찾고 탐구하는 일에 게을러지게 된다.
구체화의 순서와 연역법
구체화의 순서에 따른 배열은 연역법의 기본 순서와는 다르다. 연역법에서는 대개 일반적인 명제를 대전제로 앞에 내세우고 그 뒤에 소전제를 거쳐서 결론을 이끌어낸다. 이 경우에는 마지막의 결론이 소주제문이 되기 때문에 구체화의 순서와는 반대가 되는 것이다.
구체화의 순서와 귀납법
귀납법으로 전개하는 글은 대개 일반화된 명제가 단락의 끝에 놓이게 된다. 다시 말해서 단락의 앞 부분에 여러 특수 사실들을 늘어놓고 그것을 마지막에 귀납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 때 그 결론을 단락의 첫머리로 가져가고 연결 관계를 조정하면 그대로 구체화의 순서가 된다. 그러므로 귀납법과 구체화의 배열 순서는 실질적으로 관계가 깊다.
11.4.2 일반화의 순서에 따른 단락의 전개
일반화의 순서로 뒷받침 문장들을 배열하려면 마지막에 가서 내세울 일반화된 소주제문의 근거가 되는 사항들을 앞에서 늘어놓도록 한다.
[보기6]
필자는 국민 학교에서부터 한자를 배우고, 중학교에서부터 일본말로 한문을 배우는 한편, 우리 음으로 한문을 배워 왔다.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 남달리 한문에 매력을 느끼고 공부도 하노라 했다. 그러나 지금 필자는 우리 나라 고전을 자유롭게 읽지 못한다. 그러니 우리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이유로 모든 국민에게 한자, 한문을 가르쳐 봤자 그것은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길은 오직 하나 있을 뿐이다. 소수의 전공 학생을 위해서 한문을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허웅, <우리말과 글에 쏟아진 사랑> 중에서
11.4.3 반전의 순서에 따른 배열
반전의 순서로 뒷받침문장들을 늘어 놓으려면 단락의 앞 부분에서는 긍정적인 내용을 상당히 늘어놓은 다음에 중간쯤부터 그 부정적인 면을 내세우고 뒷받침하여 결론을 뒤집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흔히 “그러나”라든지 “그렇지만”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내용을 뒤집게 된다.
11.5. 큰뒷받침문장과 작은뒷받침문장의 배열
단락의 소주제(문)를 떠받드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각 뒷받침문장이 소주제의 내용을 직접 펼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뒷받침문장을 단계적으로 나누어 펼치는 것이다.30)
11.6. 설명/논술 단락과 강조성의 원리
강조(emphasis)의 원리란 글의 주제 또는 소주제에 대한 서술을 두드러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문장을 강조하기 위해 한 단락으로 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강조의 효과라는 측면에서 볼 때 단순히 문장 하나를 따로 떼어놓는 것보다는 하나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여 그 내용을 확고히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31)대부분의 글들이 강조라는 측면을 이야기 할 때 표현기교에 의한 것을 말하고 있으나 이 또한 서술 내용에 의한 강조보다 덜 효과적일 수 있다.
☆☆☆ 11.7. 논리적인 글의 도입부/마무리 쓰는 법
11.7.1 3단 구성법
글의 구성법 가운데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이 3단 구성법이다. 이는 글을 첫머리(beginning), 본체(body), 그리고 끝부분(ending)의 3단계로 나누어 짜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구성법의 기본 원리처럼 여겨져 오는 것이다.
3단 구성법
3 단 계 | 짧 은 글 | 긴 글 |
1. 첫머리 | 도입부 | 서론/들머리 |
2. 본체 | 본문 | 본론 |
3. 끝부분 | 마무리 | 결론/마무리 |
3단 구성법의 “첫머리” 또는 “서론”은 대체로 예비적 단계 또는 길잡이의 구실을 하는 부분이다. 이 첫머리에서는 글의 본격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는 것이 상례이다. 첫머리는 전체 글의 분량에 비해 너무 길어도 안된다. 대체로 전체의 10분의 1정도가 알맞다. 첫머리와 본체는 이처럼 구실이 다르므로 그 한계가 뚜렷해야 한다. 첫머리에서 본체 부분의 내용까지 다루어서는 혼선이 생기고 첫머리와 본체의 구분이 안 된다.
짧은 글의 경우에는 첫머리 부분은 도입 단락으로 처리하는 것이 상례이다. 이 단락은 글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은 하지 않고 다만 이 글이 무엇에 대하여 다루고자 하는 것인지를 대체로 알려주는 구실을 한다. 곧 이 단락은 본격적인 서술로 들어가는 길잡이의 구실을 할뿐이다. 이렇게 이 첫 단락은 입문적인 서술만 하므로 “도입 단락”이라 한다.32)
“본체”는 글의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루어 펼치는 부분이다. 본체는 글자 그대로 글의 가운데 토막이므로 글의 내용을 남김없이 다루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는 대체로 다룰 내용을 몇 갈래로 나누어서 부문별로 다룬다. 각 부문별로 문제를 제시하면서 필요한 풀이, 분석, 예시, 인용, 입증 따위의 방법으로 전개해 간다. 더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다루게 될 것이다.
글의 끝부분 곧 “마무리”나 “결론”에서는 본체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주요 내용을 간추려서 다시 상기시키고 다짐하는 것이 상례이다. 가령, 본체 또는 본론에서 다룬 내용 가운데 중요한 것만을 요령있게 간추리어 글 전체의 요지나 결론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다. 마무리 또는 결론은 본론에서 다루지 아니한 내용을 새로이 논의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본론과 결론의 구분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짧은 글에서의 마무리는 대개 한 두어 개의 “종결단락”으로 처리하게 된다. 즉, 앞의 각 단락별로 서술한 내용에 대한 강조와 글의 주제를 다짐하면서 끝을 맺는 구실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의 작성 요령도 뒤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33)
'논술 > 중등논술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입 통합교과 논술[동아일보 2006-10-24] (0) | 2006.11.05 |
---|---|
]“철학은 삶 속에 있지 군림하거나 지시안해” (0) | 2006.10.30 |
2005논술기출문제 (0) | 2006.10.15 |
우리가 믿고있는 진실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조선2006.9.17) (0) | 2006.09.18 |
논술의 목표(시스쿨2005-06-29) (0) | 2006.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