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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 의도 및 문제 경향

■ 특기자전형 논술고사는 주어진 논제와 제시문을 통하여 다각도에서 얼마나 깊이 있는 사고력을 갖추었는지를 측정한다. 특히 수험생 자신의 체험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2500자 내외의 논술문을 쓰게 함으로써, 암기한 내용이나 추상적인 논의를 배제시키고 종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능력과 논리적 표현능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번 논술시험에서는 한국의 지식인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상황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강구하는 데 참고가 되는 고전적 저술을 제시문으로 채택하였다. 그리고 이들 제시문에 반영되어 있는 문제의식을 한국 지식인 사회의 맥락에 접목시켜 분석∙평가하고, 학생들 자신의 구체적 경험에 기초하여 이들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술하도록 출제하였다. 이 문제를 출제한 의도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고등학생들이 폭넓고 다양한 독서를 통하여 깊이 있는 사고력과 창의적인 글쓰기 능력을 배양하였는지를 보고자 하였다. 예비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수험생들에게 지식인의 학문하는 자세와 우리 학문의 나아갈 길에 대한 문제를 출제함으로써, 인문정신 및 주체적인 탐구자세의 중요성에 대한 사고의 깊이와 폭을 측정하고자 하였다.

다음으로 추상적인 논의가 아니라 수험생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활용하는 글쓰기를 요구하였다. 시험에 대비하여 기계적으로 암기한 내용을 나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논제에 대한 자신의 창의적 생각을 체계적으로 조직하여 사고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논술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이렇듯 200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 문제는 수험생들의 고전적인 저술에 대한 분석 및 이해능력과, 이들 저술이 제시하는 교훈 및 시사점을 한국 사회의 구체적 맥락의 관점에서 정리하여 서술하는 표현능력을 측정하는 것을 출제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았다.

두 제시문은 각기 가치와 의미를 배제하고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실증주의적 관점과 서구중심주의적 관점을 비판하는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제시문 (가)는 독일의 철학자인 훗설(Edmund Husserl, 1859-1938)의 저서 『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에서 발췌한 것으로, 19세기 후반기부터 서구 지성계를 지배하기 시작한 실증주의의 대두와 제 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대두하는 반실증주의적 반응 사이의 긴장을 논의의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저자인 후설은 자연과학과 정신과학을 구분하고, 정신과학은 사실과학과 달리 여러 가능한 상황에서 주변 세계를 이성적으로 구성하여 나아가는 인간, 이와 관련하여 드러나는 인간의 역사성, 인간의 존재의 의미 등의 문제를 핵심적으로 논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신과학은 가치를 배제한 실증주의적 태도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시문 (나)는 중동 태생의 미국인 문화비평가인 사이드 (Edward W. Said, 1935-2003)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의 일부다. 저자는 우선 18세기 이후 서양에서 동양의 이해와 관련하여 나타나는 두 특징으로 동양에 대한 지식의 증가와 서양 우월주의적인 견해의 형성을 제시한 후 후자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때로 동양의 ‘위대함’을 언급하는 것은 수사적이고 정치적인 표현일 뿐, 서양을 강자로 보고 동양을 약자로 보는 서구 우월주의적 태도는 뿌리 깊으며, 이러한 태도는 동양이 나름의 정합성을 갖는 문화 주체임을 인정하는 등의 유화적 태도를 통하여 생명력을 갖고 유지되고 있음을 주장한다. 저자는 더 나아가 동양의 모습은 스스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서양에 의하여 구성되고 재단된 것임을 강조하여 문제를 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제시문에는 한자를 포함시켰다.

2

문항

【논제】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는 지식인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진단할 때 참고가 되는 글이다. 제시문 각각의 문제의식을 분석하고 평가하시오. 이를 토대로 학문의 길로 들어서는 학생의 관점에서 한국의 지식인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탐구 자세에 대하여, 자신의 경험이나 구체적인 예를 활용하여 논술하시오.

【제시문 가】

19세기 말부터 학문들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의 전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우리의 논의를 시작하자. 이 평가의 전환은 학문들의 학문적 성격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문 일반이 인간의 現存在에 무엇을 의미하였고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19세기 후반에는 근대인의 세계관 전체가 오로지 實證科學에 의해 규정되고 實證科學에 의해 이룩된 ‘繁榮’에 전적으로 현혹되어, 진정한 인간성에 결정적 의미를 지닌 문제들에 대하여 무관심하게 되었다. 단순한 事實學은 다만 事實人을 만들 뿐이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학문들에 대한 이와 같은 평가 전환은 불가피하였고, 그 결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과거 학문의 實證主義的 경향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형성되었다.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듯이, 이러한 事實學은 우리 삶의 절박함에 대하여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불우한 시대의 대격변에 내몰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事實學 자체에는 인간에게 화급한 질문-이러한 인간의 現存在 전체가 의미 있는가 혹은 의미 없는가-이 원리상 배제되어 있다. 이 질문이야말로 모든 인간에 관련된 普遍的이고 必然的인 것으로, 普遍的 省察과 理性的 洞察에 기초한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

결국 그 문제는 인간 세계나 인간 이외의 주변 세계에 대해 자유롭게 자기 태도를 취하는 자로서의 인간, 즉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성적으로 형성하는 가능성을 지닌 자유로운 인간에 관한 것이다. 이성이나 비이성에 대해 그리고 자유의 主體인 우리 인간에 대해 학문은 도대체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단순한 物質科學은 분명히 이 점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하지 않으며, 더구나 주관적인 것 모두를 배제한다.

다른 한편 특수한 학문 분야와 일반적 학문 분야 모두에서 인간을 정신적 現存在로 다루는, 즉 역사성의 지평에서 인간을 고찰하는 精神科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사람도 있다. 精神科學이 엄밀한 학문이 되기 위해서 탐구자는 모든 평가적 태도-즉 주제가 되고 있는 인간성이나 인류의 문화적 資産들이 이성적인가 비이성적인가 하는 문제-를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고. 학문적이고 객관적인 진리는 물리적 세계든 정신적 세계든 세계를 사실 그대로 파악하고 확정해야 한다고…….

그러나 만일 학문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객관적으로 확정 가능한 것만을 참이라고 간주한다면, 만일 정신적 세계의 모든 형태들, 즉 그때그때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모든 理想과 規範이 일시적 파도와 같이 형성되고 다시 소멸하는 것이고, 이것들은 과거에도 항상 그랬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따라서 이성은 不條理가 되고 善行은 災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역사가 가르칠 뿐이라면, 세계와 그 속에 사는 인간의 現存在는 진실로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그러한 사실에 위안을 느낄 수 있을까? 역사적 사건이 환상적 飛躍과 쓰라린 幻滅의 끊임없는 連鎖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닌 세계에서 과연 우리는 살 수 있을까?

* 精神科學: 自然科學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대체로 오늘날의 人文社會科學에 해당함.

【제시문 나】


18세기 중엽 이래 동양과 서양의 관계를 규정하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있었다. 하나는 유럽에서 동양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이 증대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식은 식민지 침략에 의하여, 그리고 낯선 것과 색다른 것에 대한 폭넓은 관심에 의하여 강화되었으며, 또한 民族學, 比較解剖學, 文獻學, 歷史學과 같은 새로이 발전하는 학문들에 의해 활용되었다. 나아가 소설가들, 시인들, 번역가들, 재능 있는 여행가들이 저술한 방대한 양의 文獻이 이러한 체계적인 지식에 덧붙여졌다.

동양과 유럽의 관계에 나타난 또 다른 특징은 유럽이 支配者의 지위라고는 말할 수 없어도 언제나 강자의 지위를 차지했다고 하는 점이다. 이것을 완곡하게 표현할 방법은 없다. 밸푸어(A. J. Balfour)*가 동양 여러 문명의 ‘위대함’을 인정한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강자와 약자의 관계를 僞裝하거나 緩和하여 표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정치적, 문화적 차원에서, 나아가 종교적 차원에서조차 兩者의 본질적 관계가 어디까지나 대립하는 강자와 약자의 관계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관계는 여러 가지 용어로 표현되었다. 밸푸어와 크로머(E. B. Cromer)**가 그런 用語들을 사용한 전형적인 예다. 예컨대 동양인은 非合理的이고, 저열하고, 유치하고, ‘이상하다’. 그리고 유럽인은 合理的이고, 도덕적이며, 성숙하고, ‘정상적’이다. 동양은 異質的이긴 하나 명확하게 조직된 그 자신의 세계에 살고 있으며, 그 세계는 독자적인 민족적, 문화적, 인식론적 경계를 가지고 있고, 또 內的 整合性의 원리들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도처에서 강조함으로써 강자와 약자의 관계는 생명을 얻고 유지되었다.

그런데 동양 세계의 理解可能性(intelligibility)과 正體性은 스스로의 노력의 결과로서가 아니라, 서양이 동양을 규정하기 위하여 사용한 일련의 복잡하고 교묘한 조작을 통해서 주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논의해온 문화적 관계의 두 가지 특성들은 하나로 연결된다. 곧 동양에 대한 지식은 힘을 배경으로 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동양과 동양인 그리고 동양 세계를 ‘창조한다’고 할 수 있다. 밸푸어와 크로머의 용어에 따르면, 동양인들은 (법정에서와 같이) 판단의 대상으로 묘사되며, (교과과정에서처럼) 연구와 서술의 대상으로 묘사되며, (학교나 감옥에서처럼) 訓育의 대상으로 묘사되고, 또 (동물도감에서처럼) 圖解의 대상으로 묘사된다. 요컨대 동양인은 이런 모든 경우들에서 지배적인 틀에 의하여 ‘재단되며’ ‘표상되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이 틀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 밸푸어(A. J. Balfour): 영국의 정치가이자 철학자.

** 크로머(E. B. Cromer): 이집트와 인도에서 활동한 영국의 식민지 행정관.


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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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 의도 및 문제 경향

서울대학교 논술고사는 (1) 논제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2) 문제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그 내용을 분석한 후, (3) 그에 따라 설정된 주장들을 자신의 논지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4) 합리적이면서도 일관성 있게 논증하는 능력과 함께 (5) 창의적 사고력과 표현력이 적절히 조화되어 나타나는지를 아울러서 평가 한다.


2005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는 이러한 능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인간이 사물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식의 부분성 및 주관성의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들을 학생들에게 제시문으로 주고 그것을 소재로 자신의 논지를 발전시키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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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구성

2005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는 두 개의 제시문을 사용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그 두 글이 함의하는 요지를 연결하여 자신의 주장을 완성하도록 하였다. 두 개의 제시문은 직접적으로 어떠한 주장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비유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답안을 작성할 때 다양한 맥락을 인도해 줄 수 있는 짧은 참고문들을 별도로 제시함으로써 그것들을 직접 인용하거나 혹은 사고의 단초로 삼을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제시문 1】을 읽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한 후 그것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초반부에 제시한다. 그리고 그 관점을 적용하여 【제시문 2】의 내용을 분석하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설명하되, 사물의 인식과 관련하여 이야기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핵심 요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고의 유추를 인도해 줄 수 있는 다섯 개의 짧은 참고문을 필요에 따라 활용하되, 그 중 하나는 반드시 자신의 글 속에 직접 인용하여야 한다.


【제시문 1】은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朴趾源)이 1780년(정조 4) 청(淸)나라 고종(高宗)의 칠순연(七旬宴)을 축하하기 위하여 파견된 사신 일행의 수행원으로 중국에 다녀온 견문을 기록한 책인 『열하일기(熱河日記)』의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의 한 부분이다. 이 글은 그가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면서 느낀 감회를 적은 것으로,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동일한 사물이 어떻게 다르게 인식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제시문 2】는 외국의 한 시민교육기관의 자료집에 나와 있는 우화를 각색한 것으로서, 무지의 상태에 놓여 있던 우물 안의 개구리들이 몇 단계를 거치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인식을 확대해 가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기존의 ‘우물안 개구리’나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담고 있는 의미구조를 넘어서 새로운 쟁점들을 담고 있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 동굴 밖에는 언제나 태양(진리)이 떠 있으며 그리고 누구라도 동굴 밖으로 나가면 동일한 태양을 볼 수 있다고 전제하는 반면, 이 우화에서 밖의 세계는 변화와 모순을 함께 포함하는 총체적인 것으로 묘사된다. 또한 관찰자가 보는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는 세계이기도 하다.


위의 두 제시문을 보면 첫 번째 제시문이 ‘보이는 것의 주관성’을 강조하는 반면, 두 번째 제시문은 ‘부분적이고도 경험적인 객관성’을 전제로 한다. 중요한 핵심은 이들 부분적 진리들을 하나의 체계적 구조로 구성해 냄으로써 부분들 속에 숨겨져 있는 진리의 편린들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완성해 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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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항

【논제】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를 논술하시오.



※ 아래의 내용을 반드시 논술문에 포함시킬 것.

1.【제시문 1】에 드러나 있는 사물의 인식 방법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이에 근거하여【제시문 2】의 내용을 논할 것.

2. 다음 문장들을 논술에 활용하되, 그 가운데 한 문장을 반드시 직접 인용할 것.

① 큰 의심을 품지 않는 사람은 큰 깨달음이 없다. 의심나는 것을 쌓아놓고 모호하게 두는 것은 캐묻고 따지는 것만 못하다. (홍대용, 담헌집)

②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 (공자, 논어)

③ 사실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해석뿐이다. (F. W. 니체, 권력에의 의지)

④ 진리를 발견하는 것보다도 오류를 인식하는 편이 훨씬 쉽다. 오류는 표면에 나타나 있으므로 쉽게 정리할 수 있지만, 진리는 깊은 곳에 숨겨져 있으므로 그것을 탐구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J. W. 괴테, 잠언과 성찰)

어떠한 사람의 지식도 그 사람의 경험을 초월하는 것은 아니다. (J. 로크, 인간 오성론)

【제시문 1】


강물은 두 산 사이에서 흘러 나와 돌에 부딪혀 싸우는 듯 뒤틀린다. 그 성난 물결, 한 물줄기, 구슬픈 듯 굼실거리는 물갈래와 굽이쳐 돌며 뒤말리며 고함치는, 원망하는 듯한 여울은 장성을 뒤흔들어 쳐부술 氣勢가 있다. 수만의 전차와 수만의 군사와 수만의 포대와 큰 북으로도 그 퉁탕거리며 무너져 쓰러지는 소리를 충분히 形容할 수 없을 것이다. 모래 위엔 엄청난 큰 돌이 우뚝 솟아 있고, 강 언덕엔 버드나무가 어둡고 컴컴한 가운데 있어서, 마치 물귀신들이 서로 다투어 사람을 엄포하는 듯한데, 좌우의 이무기들이 솜씨를 試驗하여 사람을 붙들고 할퀴려고 애를 쓰는 듯하다.

어느 누구는 이 곳이 전쟁터였기 때문에 강물이 그렇게 운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런 때문이 아니다. 강물 소리란,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나의 居處는 산중에 있었는데, 바로 문 앞에 큰 시내가 있었다. 해마다 여름철이 되어 큰 비가 한 번 지나가면, 시냇물이 갑자기 불어서 마냥 전차와 기마, 대포와 북소리를 듣게 되어, 그것이 이미 귀에 젖어 버렸다. 나는 옛날에, 문을 닫고 누운 채 그 소리를 區分해 본 적이 있었다. 깊은 소나무에서 나오는 바람 같은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淸雅한 까닭이며, 산이 찢어지고 언덕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흥분한 까닭이며, 뭇 개구리들이 다투어 우는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교만한 까닭이며, 수많은 축(筑)*의 격한 가락인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노한 까닭이다. 그리고 우르릉 쾅쾅 하는 천둥과 벼락같은 소리는 듣는 사람이 놀란 까닭이고, 찻물이 보글보글 끓는 듯한 소리는 듣는 사람이 韻致 있는 性格인 까닭이고, 거문고가 궁우(宮羽)**에 맞는 듯한 소리는 듣는 사람이 슬픈 까닭이고, 종이창에 바람이 우는 듯한 소리는 듣는 사람이 疑心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소리는, 올바른 소리가 아니라 다만 자기 흉중에 품고 있는 뜻대로 귀에 들리는 소리를 받아들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어제 하룻밤 사이에 한 강을 아홉 번이나 건넜다. 강은 새외(塞外)로부터 나와서 장성을 뚫고 유하, 조하, 황화, 진천 등의 여러 줄기와 어울려 밀운성 밑을 지나 백하가 되었다. 내가 어제 두 번째 배로 백하를 건넜는데, 이것은 바로 이 강의 下流였다. 내가 아직 요동 땅에 들어오지 못했을 무렵, 바야흐로 한여름의 뙤약볕 밑을 지척지척 걸었는데, 홀연히 큰 강이 앞을 가로막아 붉은 물결이 산같이 일어나서 끝을 볼 수 없었다. 아마 천리 밖에서 暴雨로 洪水가 났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을 건널 때에는 사람들이 모두들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우러러보고 있기에, 나는 그들이 모두 하늘을 향하여 묵도를 올리고 있으려니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랜 뒤에야 비로소 알았지만, 그 때 내 생각은 틀린 생각이었다. 물을 건너는 사람들이 힘차게 돌아 흐르는 물을 보면, 굼실거리고 으르렁거리는 물결에 몸이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아서 갑자기 현기증이 일면서 물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그 얼굴을 젖힌 것은 하늘에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숫제 물을 피하여 보지 않기 위함이었다. 사실, 어느 겨를에 그 잠깐 동안의 목숨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었으랴!

그건 그렇고, 그 危險이 이와 같은데도, 이상스럽게 물이 성내어 울어 대진 않았다.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은 요동의 들이 넓고 평평해서 물이 크게 성내어 울어 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물을 잘 알지 못하는 까닭에서 나온 誤解인 것이다. 요하가 어찌하여 울지 않았을 것인가? 그건 밤에 건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에는 눈으로 물을 볼 수 있으므로 그 위험한 곳을 보고 있는 눈에만 온 정신이 팔려 오히려 눈이 있는 것을 걱정해야만 할 판에, 무슨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는 말인가? 그런데, 이젠 전과는 반대로 밤중에 물을 건너니, 눈엔 위험한 光景이 보이지 않고, 오직 귀로만 위험한 느낌이 쏠려, 귀로 듣는 것이 무서워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아, 나는 이제야 道를 알았도다. 마음을 잠잠하게 하는 자는 귀와 눈이 누(累)가 되지 않는데, 귀와 눈만을 믿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더욱 밝아져서 큰 병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까지 나를 시중해 주던 마부가 말한테 발을 밟혔기 때문에, 그를 뒷수레에 실어 놓고, 내가 손수 고삐를 붙들고 강 위에 떠 안장 위에 무릎을 구부리고 발을 모아 앉았는데, 한번 말에서 떨어지면 곧 물인 것이다. 거기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물로 땅을 삼고, 물로 옷을 삼고, 물로 몸을 삼고, 물로 性情을 삼을 것이라. 이러한 마음의 判斷이 한번 내려지자, 내 귓속에선 강물 소리가 마침내 그치고 말았다. 그리하여, 무려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너게 되었는데도 두려움이 없고 태연할 수 있어, 마치 방 안에서 편안히 앉아있는 것과 같았다.

옛적에 우(禹)가 강을 건너는데, 누런 용이 배를 등으로 져서 지극히 危險했다 한다. 러나 生死의 判斷이 일단 마음속에 정해지자, 용이거나 지렁이거나, 혹은 그것이 크거나 작거나 간에 아무런 關係도 될 바가 없었다 한다. 소리와 빛은 모두 外物이다. 이 외물이 항상 사람의 耳目에 누(累)가 되어, 보고 듣는 機能을 마비시켜 버린다. 그것이 이와 같은데, 하물며 강물보다 훨씬 더 험하고 위태한 人生의 길을 건너갈 적에 보고 듣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致命的인 병이 될 것인가? 나는 또 나의 산중으로 돌아가 앞내의 물 소리를 다시 들으면서 이것을 經驗해 볼 것이려니와, 몸 가지는데 교묘하고, 스스로 총명한 것을 自信하는 자에게 이를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 축(筑) : 거문고 비슷한 현악기.

** 궁우(宮羽) : ‘宮’과 ‘羽’는 옛날의 음계 이름.


【제시문 2】


어느 산골에 작고 깊은 우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우물은 흔히 볼 수 있는 우물과는 다른 모습이었어요. 우물 벽에는 구멍이 숭덩숭덩 나 있고 돌이 여기저기 삐져나와 있었습니다. 깊은 바닥 한가운데에는 진흙 웅덩이도 있었습니다. 밑바닥 쪽은 언제나 어둑였지요. 이 우물 안에 페페, 필라, 페트라, 푸투라고 하는 개구리 네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좁고 어두운 곳이었지만 네 마리의 개구리가 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개구리들은 이 우물 안에서 아무런 불만도, 걱정도, 다툼도 없이 아주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개구리들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단순했습니다. 우물 밑바닥에서 개구리들이 고개를 들고 위를 쳐다보면, 가끔씩 가마득히 하늘이 보였습니다. 하늘은 밝고 푸르렀으며, 작고 동그랬습니다. 개구리들의 먹이는 여기저기 널려 있었습니다. 우물 안으로 날아든 맛 좋은 파리와 날벌레, 벽을 기어 다니는 벌레들은 모두 개구리들의 재빠른 혓바닥의 적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개구리들은 배불리 벌레들을 잡아먹고는 저희들끼리 즐겁게 았습니다. 우물 안 진흙 웅덩이에서 팔짝팔짝 뛰어다니기도 했고, 우물 벽을 타고 오르다가 뛰어내리기도 하였습니다. 제 자리에서 발 구르기를 하며 놀다가 싫증이 나면 솟구쳐 뛰어올라 보기도 하였지요. 우물 안으로 빗방울이 내리칠 때면 ‘개굴개굴’ 노래도 부르며 춤을 추기도 했답니다. 그러면서 개구리들은 좁고 어두운 우물과 가마득하게 올려다 보이는 하늘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페페가 친구들과 떨어져서 혼자 우물 벽을 기어올랐습니다. 개구리들은 항상 우물 안에서 놀다가 가끔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가 보기도 하였지만, 캄캄한 구멍이나 불쑥 솟아나온 돌멩이를 중간에서 마주치면 오싹 겁이 나서 더 이상 위로 오르지 못하고, 오던 길로 되돌아 내려오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페페는 늘 우물 꼭대기로 작게 보이는 하늘이 궁금하였답니다. 그래서 꼭 한번 우물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페페는 우물 안의 벽에 붙어 후미진 곳에서 쉬기도 하며 돌 틈을 비집고 벽을 기어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물 꼭대기 바로 아래에 튀어 나온 돌멩이에까지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페페는 크게 한 번 도약을 해서 위로 뛰어올랐습니다.

그런데 페페는 깜짝 놀랐어요. 예전에 보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보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너무도 밝아서 페페의 눈을 아프게 할 정도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태양이었습니다. 페페는 놀라서 바로 우물 안으로 황급하게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친구들에게로 되돌아가 소리쳤습니다.

“이봐 필라, 페트라, 푸투! 이리 좀 와 봐.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어.”

“페페, 왜 그래? 무슨 일인데?”

“페페, 너 어디 갔다가 오니? 뭐가 문젠데?”

필라와 페트라와 푸투가 뛰어오면서 물었습니다.

“내가 저 꼭대기까지 올라갔었어. 간신히……”

“무슨 소리야? 네가 혼자 어떻게?”

“그런데 저기서 아주 크고 눈부신 빛을 보았어!”

“정말로?”

필라와 페트라가 놀란 눈으로 다가섰습니다.

“그래. 그 빛나는 것을 보는 순간 나는 겁이 나서 눈을 감고 우물 안으로 뛰어 들어온 거야.”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믿기 어려운 걸?”

페트라가 말했습니다. 필라도 눈을 치켜뜨고는 손을 내둘렀습니다.

“페페, 그건 아니야. 네가 무얼 잘못 본 거지. 우린 여기서 한평생을 살았어. 여기서 리는 저 꼭대기의 작고 둥그스름한 푸른 하늘만을 보아 왔어. 저것이 우리들 세계의 크기이자 진실이야. 너는 정말로 눈이 멀었구나.”

“그렇지만 내 말은 사실이야.”

페페는 계속 주장했습니다.

푸투는 아무 생각도 없다는 듯이 눈만 두리번거렸습니다. 페트라는 흥미가 없다는 듯이 진흙 웅덩이로 뛰어가 버렸고, 필라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페페는 친구들을 설득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친구들이 그 크고 환한 빛을 스스로 직접 보기 전에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필라, 너도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니? 제발 내 말을 믿어줘. 네가 직접 한번 저 꼭대기 위로 올라가보지 않을래? 저쪽 오른편 구석으로 돌아가서 돌 틈으로 기어오르면 불쑥 튀어 나온 돌멩이에 도달하게 될 거야. 그 돌멩이까지 오르는 것도 굉장한 힘이 들어. 그러나 그 돌멩이 위에 오르기만 하면 바깥세상을 보기가 쉽지. 거기서 펄쩍 한번 뛰어오르면 우물 바깥으로 나갈 수 있어. 만일 바깥으로 뛰어 나가지 못하고 우물 턱에 걸리면 너는 이 바닥으로 처박히게 될 거고. 자, 봐! 그런데 네가 그 곳에 도달하면 넌 내가 보았던 그 크고 환한 빛을 보게 될 거야! 참, 그 빛을 너무 오랫동안 쳐다보지 마. 네 눈이 상할 걸.”

페페는 흥분된 목소리로 설명했습니다.

“필라, 네가 그걸 보고 오면 페트라도 쉽게 내 말을 믿겠지.”

“그래, 좋아.”

필라가 대답했습니다.

“페페, 그건 너무 위험해. 제발 그만 둬.”

푸투는 겁을 잔뜩 먹고 있었습니다.

그날 오후, 필라는 페페의 말대로 하여도 해로울 게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팔다리 운동을 하고 목을 돌리고 무릎 운동을 하며 몸을 푼 후에, 필라는 벽을 기어올랐습니다. 우물 에는 여기저기 어둑한 구멍이 있고 미끈거렸지만, 그럭저럭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필라는 튀어 나온 돌멩이 위에 올라서서 크게 한 번 숨을 쉰 후, 힘껏 돌바닥을 박차고 위로 뛰어올랐어요. 그러나 우물 턱에 머리를 부딪치고는 돌멩이 위로 내리박히고 말았습니다. 필라는 머리통이 아팠지만 다시 한번 도전했습니다. ‘얏’ 하고 뛰어 올라 우물 턱을 간신히 손으로 잡았지만 몸이 다시 미끄러져 내렸습니다. 필라의 도전은 계속 되었습니다. 이 과정이

한 시간이나 되풀이되었고, 필라는 상처투성이가 되었답니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습니다. 사방이 어둑해지면서 앞뒤를 분간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필라는 거의 자포자기의 상태였습니다. 정확한 거리를 가늠하는 것도 불가능했고, 무엇보다도 몹시 피곤했습니다. 필라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곧 잠에 빠져버렸습니다.

필라가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필라는 주위가 훤하게 밝아졌음을 알고 의아해 했습니다. 우물 위로 하늘이 훤하게 트여 있었습니다. 필라는 용기를 얻어 자세를 고쳐 앉고는 다시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거리를 가늠하고, 약간 뒤로 움츠렸다가, 셋을 센 후에 뒷다리에 있는 힘을 다 주고 솟구쳐 뛰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멋지게 우물 턱 위에 올라섰습니다.

“페페가 말했던 크고 빛나는 것이 뭐지?”

필라는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부드러우면서도 밝고 둥그런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필라는 몹시도 혼란스러워졌습니다.

“페페가 말한 것이 저건가? 눈이 멀 정도로 밝은 빛이랬는데. 저 빛은 너무도 부드럽고 곱잖아?”

필라는 달을 지긋이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둥그런 달빛의 아름다움에 도취되고 말았습니다. 한참 뒤에 필라는 사방을 두리번대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우물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필라가 돌아오자, 페페와 페트라와 푸투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필라에게 달려왔습니다.

“그래, 필라야. 너도 그 환하고 강렬한 빛을 봤지?”

페페가 흥분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아니야. 강렬하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것은 부드러운 느낌이었어. 난 그 빛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니까.”

“뭐? 2초 이상 빛을 보면 눈이 멀고 만다구.”

“아냐. 그건 크고 둥글고 곱고 부드러웠어.”

“그래? 네가 뭔가 잘못 봤나보다. 그게 아닌데……”

페페가 필라의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는 내가 알아.”

필라도 지지 않고 페페에게 말했습니다.

이때 페트라가 끼어들었습니다.

“그만들 해. 너희들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난 누구 이야기를 믿어야할지 모르겠어.”

페페는 머뭇거리고 있는 페트라에게 다가섰습니다. 페트라를 설득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페트라, 넌 내 말을 믿지? 내가 제일 먼저 저 꼭대기 위로 나가 보았잖니? 내가 개척자야. 필라는 저기까지 올라가는데 지쳐 쓰러졌었다고 하지 않았니?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하늘을 쳐다보아서 뭔가 혼동하고 있는 거야.”

페페의 말을 들은 페트라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곁에서 보고 있던 필라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냐, 페트라. 그렇지 않아. 내가 분명히 두 눈으로 보았어. 은은하게 빛을 내는 하늘의 둥근 것을 보았다니까. 넌 내 말을 믿어야 돼. 내가 페페보다 뒤에 올라가 보았으니, 내 생생한 경험이 맞지.”

필라가 힘주어 하는 말에 페트라는 둘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어쩔 줄 몰라 하였습니다. 페페와 필라는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야단이었습니다. 둘의 논쟁은 페트라가 질릴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페트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발 둘 다 이젠 그만해! 너희 둘 다 옳다.”

“아……”

“음……”

페페와 필라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을 더듬었습니다.

“아니면, 둘 다 잘못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

페트라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어. 우리 모두가 가서 확인해 보는 거. 우리 모두.”

페트라의 뜻밖의 제안에 둘은 손뼉을 쳤습니다.

“그래, 우리 모두 가보자. 우리 모두.”

“난 필라가 다칠까봐 내내 걱정만 했다. 나는 안 갈래. 너희들이 무얼 보았든지 그게 우리들의 삶과 무슨 상관이니?”

푸투는 그냥 진흙 웅덩이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페페가 약간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습니다.

“페트라, 너 정말 저기까지 가 보겠니? 너무 힘들어서 너는 못 올라 갈 거야.”

“난 할 수 있어.”

“좋아. 내 생각도 페트라는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봐. 푸투는 언제나 저런 식으로 빠지니까 그냥 내버려 둬. 페페, 우리 둘이서 페트라를 도우면 돼.”

필라가 페트라의 손을 잡았습니다.

개구리 세 마리는 다음날 푸투가 채 일어나기도 전에 이른 새벽부터 우물 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예상했던 대로 페트라가 자꾸 뒤쳐졌습니다. 어려운 등반이었습니다. 방향을 잘못 잡기도 했으며, 이끼에 미끄러지기도 했습니다. 뱀이 옆을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되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페트라가 몇 번이나 돌 틈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바람에 필라와 페페가 페트라를 붙잡아 끌어 올려야 했습니다. 우물 꼭대기 바로 아래의 돌멩이 위에 이르기까지 거의 한나절을 보냈고, 돌멩이 위에서 우물 턱으로 뛰어 오르는 데에 힘을 다 쏟았습니다. 개구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페트라가 마지막으로 우물 턱으로 뛰어 오르는 순간, 페페와 필라는 뛰어오르는 페트라의 손을 위에서 꽉 잡아 이끌었습니다. 드디어 페트라가 우물 턱 위로 올라왔습니다. 세 마리의 개구리들은 서로 힘을 합쳐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때는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해가 서쪽 지평선 위로 넘어가면서 붉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개구리들은 이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았습니다. 페페와 필라는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려 하지 않았습니다. 페페는 이것이 자신이 전에 보았던, 따가운 빛이 눈부시게 비치던 물체와 똑같은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필라 역시 자신이 밤하늘에서 보았던 것보다 이 물체가 확실하게 더 밝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기 저게 너희들이 말한 것이니?”

페트라가 물었습니다.

“……”

페페와 필라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좀 더 기다려보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페트라가 제안했습니다.

“좋은 생각이야.”

필라가 대답했습니다.

개구리 세 마리는 처음으로 일몰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광경은 정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 하늘에 달과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개구리들은 황홀경에 빠졌습니다. 개구리들은 밤을 꼬박 새우며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새벽이 되자, 빛나는 아침 해가 떠올랐습니다. 사방이 눈부시게 환해지고 나뭇잎들도 반짝거렸습니다. 필라, 페트라, 페페는 실눈을 뜨고 이 빛을 보았고, 점차로 빛에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개구리들은 점차로 서서히 새로 발견한 놀라움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사방에 나무들과 풀이 우거져 있고, 꽃 위로 나비들이 날고 있었습니다. 페트라가 말했습니다.

“봤지? 너희들 둘이 한 말이 모두 맞네. 우리가 서로 도와 여기까지 올라오기를 잘했어. 이렇게 많은 것을 다 보게 되었으니. 푸투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개구리들은 자신들이 살았던 우물보다 더 넓고 복잡한 새로운 세계가 무한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시 1 - 언어 논술


(1) 조선 중기에 이르러 향촌에 기반을 둔 사림(士林)이 중앙 정계에 대거 진출하여 정국을 주도하게 되었다. 사림 세력은 강력한 훈구 세력과 대결할 때는 단결하였으나 훈구 세력이 무너진 뒤에는 자체 분열하여 학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붕당을 형성하였고, 붕당 간에 치열한 정권 다툼이 벌어졌다. 소위 당쟁(黨爭)이라고 불리는 붕당 간의 권력 투쟁은 여러 차례의 사화(士禍)와 같은 정치적 혼란과 폐해를 낳았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붕당 경쟁을 다르게 볼 수는 없을까? 구양수(歐陽脩)는, 사사로운 이익 때문에 붕당을 이루는 소인과는 달리 군자는 도를 추구하기 위하여 붕당을 이룬다고 하였다. 본래 붕당이란 성리학에서 늘 강조하는 바와 같이, 자신의 덕을 닦은 연후에 사람을 다스리라고 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공도(公道)를 실현하려는 정치 집단이었다. 왕권의 전횡을 막고 신진 세력의 등용과 정치권력의 상호 견제 기능을 담당하였던 붕당정치는, 한정된 관직을 놓고 경쟁하던 당시의 현실에서 의미 있는 정치 형태였다. 그래서 윤휴(尹鑴)는 “붕당은 족히 천하를 어지럽게 하지만, 붕당을 싫어하여 없애버리면 천하를 망하게 하는데 이른다”고 하였다. 양반계급이 추구하는 권력, 지위, 명예 등 한정된 가치의 재분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해결 방법으로 붕당정치는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


(2) Most countries are populated by several distinct ethnic groups, and as many as half of all countries have experienced substantial conflict among such groups. Ethnic differences are the most important source of large-scale conflict within states, and they often cause wars between countries as well. Harmonious ethnic relationships are thus critical elements in achieving and maintaining social peace in most parts of the world. But the issue of creating a national identity that can unite peoples who think of themselves as members of different ethnic groups remains a burning question. Let's consider South Africa as an example. In 1994, the minority white government ended its policy of apartheid (racial separation) and yielded political power to the black majority under the leadership of Nelson Mandela and the formerly banned African National Congress (ANC).* But black South Africans themselves often experience conflicts derived from differing tribal identities. As a result, there have been numerous episodes of conflict and violence between the larger tribal populations, such as the Zulus, and the members of the ANC.

*African National Congress (ANC): 아프리카 민족회의


(3) As new religious groups emerge, it is common that tensions exist between them and the wider society. They not only exist outside the mainstream of society but also provoke resistance from it. New religious groups think old ways of doing things are at best obsolete, at worst evil. The very reason for their existence is to call into question the status quo. They defy conventional rules and question conventional authorities.

One such example of a new religious group coming into conflict with the mainstream society is Christian Science.* At the center of the controversy is Christian Science's belief in the healing power of faith, which has prompted its followers to refuse conventional medical treatment of their children for treatable diseases. What makes such conflict profound is not the conflict between the “rights” of the parents and the “interests” of society; rather, conflicting principles are at stake. Since Christian Scientists dispute the distinction of mind and matter that is prevalent in medical science, they argue that even routine diagnosis may “cause” a disease to occur. More problematic is the fact that the recognition of the medical “facts” of disease amounts to the refutation of the moral beliefs of Christian Science.

*Christian Science: 크리스천 사이언스


(4) Never in recorded history has there been a time when conflict didn't exist. The most violent form of conflict―war―refers to organized armed violence aimed at a social group in pursuit of an objective. Wars have existed throughout human history and continue in the contemporary world.

However, war is said to be partially responsible for creating the advanced civilization in which we live. Before large political states existed, people lived in small groups and villages. War broke the barriers of autonomy between local groups and permitted small villages to be incorporated into larger political units known as chiefdoms.* Centuries of warfare between chiefdoms culminated in the development of the state. The creation of the state in turn led to other profound social and cultural changes. Once the state emerged, the gates were flung open to enormous cultural advances, advances undreamed of during a regimen of small autonomous villages. Only in large political units was it possible for great advances to be made in the arts and sciences, in economy and technology, and indeed in every field of culture central to the great industrial civilizations of the world.

Thus war, in a sense, gave rise to the state. Interestingly, the development of the state reduced the amount of lethal conflict (i.e., death through war, execution, homicide, or rebellion) in a society by providing alternative means of dispute resolution.

*chiefdom: 군장 사회(君長社會)


인문계 문제

I. 제시문 (1), (2), (3), (4)의 내용을 각각 요약하시오. (50점)

II. 네 개의 제시문은 모두 하나의 공통된 주제와 관련된 글입니다. 각 제시문의 관계를 밝히고, 공통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50점)

자연계 문제

I. 제시문 (1), (2), (3), (4)의 내용을 각각 요약하시오. (띄어쓰기 포함 각각 110~140자, 각 20점)

II. 네 제시문의 공통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쓰시오. (띄어쓰기 포함 110~140자, 20점)

< 유의 사항>

1. 답안에는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을 쓰지 말 것.

2. 답안은 한글로 작성할 것.

3. 논술문의 제목은 쓰지 말 것.

4. (인문계의 경우)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I은 각각 110~140자, II는 총 700±50자가 되게 할 것.


출제 의도와 문제 해설


이번 고려대학교 논술 시험은 학생들의 독해 능력, 표현력, 분석력, 그리고 종합적 사고 능력을 평가하는 데 목표를 두고 출제되었다. 더불어 세계화 시대의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영어 실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선택된 주제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갈등’이다. 주제와 관련된 여러 유형의 글들을 제시하여, 학생들이 갈등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갖도록 하였다. 시험의 전체적인 틀은 예년의 것을 유지하였다. 즉, 먼저 각 제시문의 내용을 요약한 후 제시문 간의 관계를 밝히고, 공통 주제인 갈등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도록 하였다.

시험은 요약에 관한 문제 I과 연관관계의 규명과 주제에 관한 논술을 요구하는 문제 II로 구성되었다. 문제 I은 영어 제시문을 포함한 4개의 글의 내용을 110140자로 요약하도록 하여, 수험생들의 독해 능력과 표현력을 측정한다. 문제 II는 제시문들 간의 관계를 밝힌 뒤, 주제에 관한 수험생의 생각을 논술하도록 하여 종합력과 사고력을 주로 평가한다.

4개의 제시문들이 담고 있는 내용들을 간단히 검토해 보자.

먼저 제시문 (1)은 조선 중기 이후의 지배적 정치 형태였던 붕당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제시문은 ‘붕당 정치가 사화와 같은 폐해를 낳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다르게 볼 수는 없을까’라고 묻고 있다. 필자는 붕당 정치가 왕권의 전횡을 막고, 양반 계급 간에 희소한 가치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갈등의 해결 방법으로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인종집단 및 종족 간 갈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글이 제시문 (2)이다. 서로 다른 종족들로 구성된 국가에서는 국민적 정체성의 확보가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지적하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따라서 이 지문은 갈등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면을 예시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제시문 (3)은 신흥 종교 집단과 같은 소수 집단의 가치관이 주류 사회의 그것과 다를 때 발생하는 갈등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에서 유래된 신흥 종교 집단인 크리스천 사이언스가 현대 의학의 진료 방법을 거부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상충되는 가치관과 원리에 의해 파생되는 갈등을 설명한다.

끝으로 갈등의 가장 극단적 유형인 전쟁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 글이 제시문 (4)이다. 제시문은 전쟁의 예기치 않은 긍정적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즉, 역사적으로 근대사회 이전에 발생했던 마을, 부족, 그리고 제후들 간의 전쟁이 국가를 만들어냈으며, 국가는 사회문화적 발전을 추동하고 사적 차원의 갈등을 규제하는 주체가 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쟁이 국가 형성을 통해 심각한 사회갈등을 감소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갈등이 긴 안목으로 볼 때는 긍정적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각각의 제시문은 붕당, 인종 갈등, 신흥 종교 집단의 갈등, 그리고 전쟁에 대해 기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공통된 주제가 갈등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공통된 주제에 관한 다른 사례들을 짧은 분량으로 요점을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문제 I의 핵심이다.

한편 문제Ⅱ는 제시문들의 관계를 밝히고, 이에 기초하여 갈등이라는 주제에 대한 수험생들의 견해를 논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갈등이이라는 주제는 매우 보편적인 것이므로, 논술 방식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정형화된 답안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갈등에 관한 일반적 논술이 아니라 제시문들의 연관 관계에 기초하도록 하여 논술의 방향과 범위를 일정 정도 한정하였다.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는 정해진 답이 있지는 않다. 수험생들이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제시문들을 분류하고, 관계의 유형을 구성하는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만 하나의 예로서 관계 방식을 제시하자면, 첫째, 제시문 각각은 갈등의 다른 사례로서 붕당, 인종 갈등, 종교적 갈등, 전쟁 등을 열거하고 있다. 둘째, 제시문 (1)과 (4)는 갈등의 긍정적 기능을 함축하고 있는 반면 제시문 (2)와 (3)은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구별된다. 사실 이 두 번째가 제일 쉽게 그리고 의미 있게 드러나는 관계이다. 세 번째로, 제시문 (2)와 (3)은 그러나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즉, 제시문 (2)는 인종이라는 생득적 변수에 의해 발생한 갈등인 반면 제시문 (3)은 가치관 혹은 종교적 신념의 차이라는 문화적 변수에 의해 나타난 갈등이다. 넷째로 붕당은 조선의 특정 시기에 있었던 매우 특수한 형태의 갈등이라면, 전쟁은 보다 보편적인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수험생들은 문제의 요구대로 제시문의 내용을 충실히 요약하고, 갈등의 다양한 종류를 발견하여 이들의 유사성 및 차이점을 설명한 뒤, 갈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인 글로 표현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영어 지문 해석


(2) 대부분의 국가들에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여러 민족 그룹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모든 나라의 절반가량 되는 많은 국가들이 그러한 민족들 간의 분쟁을 실제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민족적 차이는 국가들 간에 발생하는 대규모 분쟁의 원인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인 된다. 그리고 종종 이러한 분쟁들은 국가들 간의 전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조화로운 민족 관계는 세계 대부분의 곳에서 사회적 평화를 회득하고 유지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를 다른 민족의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는 하나의 국가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 것은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북아프리카를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1994년에, 소수 백인 정부는 그들의 인종 차별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Nelson Mandela 그리고 이전에 금지되었었던 아프리카 민족회의(ANC)의 지도아래 있는 다수의 흑인들에게 정치적 권력을 이양하였다. 그러나 종종 남아프리카 흑인들 스스로가 부족의 정체성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분쟁을 경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줄루 족과 같은 거대 부족들과 아프리카 민족회의(ANC) 간에는 수없이 많은 분쟁과 폭력 사건이 존재해 왔다.


(3) 신흥 종교 집단이 출현함에 따라, 종교 집단과 더 광범위한 사회 사이에는 흔히 긴장감이 존재한다. 이 신흥 종교 집단은 주류 사회 밖에서 존재하며, 그곳에서부터 저항을 일으키고 있다. 신흥 종교 집단은 기존의 방식들이 진부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해롭다고 생각한다. 이 신흥 종교 집단이 존재하는 이유는 현상에 대해 의문을 갖기 위한 것이다. 그들은 종래의 규칙을 거부하고, 기존의 권위를 의심한다.

신흥 종교 집단이 주류 사회와 상충하는 한 가지 예는 크리스천 사이언스이다. 논쟁의 핵심은 크리스천 사이언스가 치유의 믿음을 갖는 것이다. 이 치유의 믿음은 그들의 신도들에게 치료 가능한 병에 걸린 자녀들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현대 의학의 치료 방법을 거부하도록 부추긴다. 이러한 충돌을 일으키는 것은 부모의 권리와 사회의 이해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 때문이 아니라, 상충되는 원칙들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가 현대 의학에서 널리 통용되는 마음과 물질의 구분을 논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정기적인 의료 검진조차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좀더 문제가 되는 것은 질병의 의학적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크리스천 사이언스의 도덕적인 믿음을 반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이다.


(4) 유사 이래로 갈등이 없었던 적은 없다. 가장 폭력적인 형태의 갈등인 전쟁은 목표를 위해 폭력적으로 무장하여 사회적 그룹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다. 전쟁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꾸준히 존재해 왔고,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쟁은 현재 우리가 일구어 낸 진보적인 문명에 부분적으로 기여하였다고 말해진다. 거대 정치 국가가 세워지기 이전에, 사람들은 작은 무리를 지어 마을에서 살았다. 전쟁은 지역적인 무리들의 독자적인 경계선들을 없애고, 작은 마을들이 군장사회라 알려진 좀 더 큰 정치적인 모양새로 통합되도록 이끌었다. 수세기에 걸친 군장사회간의 전쟁은 국가라는 형태로의 발전을 낳았다. 국가의 탄생은 심층적으로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만들어 내었다. 국가의 형태가 일단 형성되자, 작은 군집 형태의 마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거대한 문화적 발전의 물결이 거세게 일어났다. 거대한 정치적 형태가 있었기에, 예술과 과학 경제와 과학 기술 그리고 문화 중심의 모든 분야가 하나되어 위대한 산업 혁명을 일구어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므로, 전쟁이 어느 면에서 볼 때 국가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국가의 탄생은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극단적인 형태의 갈등들- 예를 들면, 전쟁을 통한 죽음들, 처형, 살인, 폭동 등-을 논쟁이라는 대체 형태로 최소화하였다.




수시 1 - 수리 논술


※ 문제는 학교에서 공개하지 않음


출제 의도와 문제 해설


이번 고려대학교 수리 논술 시험은 학생들이 수학의 기본내용과 기본개념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 목표를 두어 출제되었다. 인문계는 서술형 1문제와 풀이형 3문제이며 자연계는 서술형 1문제와 풀이형 4문제이며 서술형 문제는 인문계와 자연계 공통이다.


서술형 공통 문제는 주어진 자료들을 수열과 변화율 등의 수학적인 개념을 이용하여 분석하는 문제이다. 주어진 자료들을 이용하여 월별 판매량과 월별 판매량의 변화 추이를 파악한 후 이를 토대로 앞으로의 판매량의 추이를 비교 분석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인문계 2번 문제는 행렬의 기본성질과 일차함수 그리고 이차함수들의 기본성질들을 알아보는 문제이다. 주어진 그래프로부터 일차함수를 구성하고 이것과 합성된 이차함수의 그래프를 가지고 푸는 것으로, 기본개념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인문계 3번 문제는 기하적인 도형과 이차함수를 이용하는 최대최소의 문제이다. 주어진 그림으로부터 삼각형의 넓이를 원의 접선과 피타고라스 정리 등을 이용하여 계산하여 이차방정식의 최대최소 문제로 바꾸어서 계산하는 문제로 도형과 이차함수 등을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인문계 4번 문제는 직선과 점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포물선에 내접하는 사각형의 최대값을 구하는 문제이다. (2)번 문제는 사각형이 최대일 때 만족하는 성질을 (1)번을 이용하여 그 관계식을 구하는 문제이다. 직선, 포물선, 점과 직선사이의 거리 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자연계 2번 문제는 이차방정식이 실근을 갖기 위한 조건을 이차방정식의 그래프를 이용하여 푸는 문제로서 이차함수에 대한 기본적인 성질들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자연계 3번 문제는 3차 방정식과 이차방정식 그리고 미분의 기본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문제이다. 미분을 이용하여 공통접선을 가질 조건을 구하고 이를 이용하여 주어진 함수의 최소값을 인수분해 등을 이용하여 푸는 문제이다. 이차함수, 3차함수, 미분, 접선 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자연계 4번 문제는 타원 및 이차곡선의 기본 성질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문제이다. 접선이 직각을 이루기 위한 조건을 이차곡선의 접선의 기울기를 구하여 푸는 문제이다. 이차곡선, 접선, 직선이 직교하기 위한 조건 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자연계 5번 문제는 도형과 수열 그리고 극한 등을 조합한 문제이다. 우선 주어진 점들을 이용하여 만들 수 있는 정사각형의 개수를 세는 부분은 세 단계로 나누었으며 이를 이용하여 극한을 부분구적법 등을 이용하여 구하는 문제이다. 기하, 수열, 극한 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정시


※ 다음 네 개의 제시문에 공통되는 주제를 말하고 제시문들 사이의 관계를 밝히시오. 그리고 그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1)

우리가 가진 근본 욕구들 중에는 도덕적 충동에 따라 행동하려는 욕구가 있다. 그러나 큰 조직에서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유를 불가피하게 억압받고, 조직의 규칙을 준수하도록 강요받는다. 그 규칙은 인간에 의해 고안되었지만 인간 자체는 아니다. 아무리 세심하게 만들어졌어도 거기에는 ‘사람의 손길(human touch)'과 같은 유연성이 없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조직의 구성원은 도덕적 존재로서 자유롭게 행동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들은 흔히 이렇게 말하게 된다. “미안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 옳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이건 제가 받은 지시 사항입니다.” 이처럼 큰 조직들은 아주 불량하고 부도덕하게, 또는 아주 어리석고 비인간적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이는 그 구성원들이 본래 그래서가 아니라 그들이 조직의 크기에서 오는 하중을 받기 때문이다.

큰 조직 안에 있는 사람들은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게 되지만 이런 비판은 마치 자동차가 배기가스를 배출한다고 해서 운전자를 나무라는 것과 같다. 천사라도 공기를 더럽히지 않고 차를 운전할 수야 없지 않겠는가? 결국 잘못은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있다기보다는 조직의 크기에 있는 것이다. 개인들로 하여금 도덕적 충동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가진 사회는 부도덕하다. 조직이 지나치게 커지면 그런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 ‘거대주의에 의한 합리화’에 중독된 현대인들은 너무 커진 규모 속에서 좌절감을 느끼게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2)

야구공은 큰 공인가 작은 공인가? 야구공은 탁구공에 비해서 크지만 축구공에 비해서는 작다. 강은 개울보다 크지만 바다보다는 작다. 야구공도 크다고 말할 수 있고, 강도 작다고 말할 수 있다. 개울만 보던 사람에게는 강이 커 보이지만, 바닷가에서 살던 사람에게 강은 작아 보일 것이다.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에 살던 동네에 갔을 때, 우리는 모든 것들이 너무 작아 보여 깜짝 놀라기도 한다. 어릴 때는 그렇게 커 보이던 대문이 이제는 작아 보인다. 그런가 하면 어린이들의 그림에서는 종종 사람의 얼굴이 몸보다 크게 그려진다. 아마도 어린이의 심리적 경험 속에서는 얼굴이 그만큼 크고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신라의 고승 의상 대사는 “한 티끌 속에 온 우주가 들었다.”고 갈파했고, 영국 시인 윌리엄 브레이크도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고 노래했다. 티끌이 곧 우주요 모래가 곧 세상이라면 큰 것과 작은 것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오늘날 조그만 메모리칩 하나에 거대한 도서관을 담을 수도 있으니 그것이 큰 것인지 작은 것인지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치열한 극소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 새로 개발된 메모리칩이 더 작이진 것인지 더 커진 것인지 말하기 곤란하다. 외형이 작아져도 용량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조그만 나비의 날갯짓이 바다 건너 건대한 허리케인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에 대해서 말한다. 또 원자보다 작은 극소의 세계와 우주외 같은 극대의 세계가 매우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는 견해도 있다. 그렇다면 의상 대사와 블레이크가 노래한 바가 문학적 수사만은 아닐 것이다.


(3)

구체적인 삶의 현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국가나 민족은 물론 지역과 도시까지도 지나치게 크고 추상적인 조직체로 보인다. 사르트르는 오늘의 사회가 ‘잡히지 않는 전망’을 이룬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오늘날의 사회에서 어떠한 사람이나 집단도 독자성을 갖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나 다른 집단과의 관계에 의하여 제약을 받게 되어 있지만, 이 관계의 정확한 포착은 우리 손을 벗어나 계속적으로 도망가게 마련이라는 말이다.

우리의 구체적인 삶을 제한하면서도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는 현대사회의 기괴한 조직은 도시에서 잘 나타난다. 문화의 참 생명력이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향상과 해방과 풍요화에서 온다면, 우리의 문화에 대한 생각도 ‘잡히지 않는 전망’을 넘어가는 것이라야 한다. 이렇게 생각해 때, 참으로 핵심적인 문화공간은 민족이나 도시보다도 더 작은 집단이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 즉 우리가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가능한 집단, 사회학자들이 ‘대면집단’이라고 부르는 사회공간이 우리의 문화적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화공간은 하나의 확정된 물리적 구획으로보다는 여러 집단의 유기적인 상호관계 속에 구성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것은 대면집단을 중심으로 하여 한편으로는 개인적 자아의 내면공간에 이어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또는 도시로 번져나가고 국가나 민족 그리고 세계의 지평으로 둘러싸인다.

소집단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구체적 삶의 공간으로서 구체적 인간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지역이나 도시는 이 소집단에 다양성과 객관성을 부여하는 필수적 요인이 된다. 도시든, 지역이든, 국가든, 이러한 것들은 소집단의 구체성의 원리가 확대될 수 있는 것으로 성립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만,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테두리는 ‘잡히지 않는 전망’ 또는 제약으로서만 작용하는 조직이기를 그칠 것이다.


(4)

북녘 바다에 곤(鯤)이란 물고기가 있다. 그 모집은 몇 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 물고기가 화(化)해서 새가 되는데, 이름 하여 붕(鵬)이라 한다. 붕의 몸집 또한 몇 천 리나 되는지 헤아릴 수 없이 크다. 그런데 이놈이 한 번 화가 나서 날았다 하면 그 날개는 마치 하늘을 가린 구름처럼 모든 것을 뒤덮는다. 괴이한 이야기만 적어 놓은 『제해(擠害)』라는 책에서는 “대붕(大鵬)이 남녘 바다로 날아가려면 물 위를 삼천 리나 달려야 비로소 날아오르게 되고, 그런 뒤 다시 날개로 바람을 치면서 구만 리를 올라가서야 항로를 잡는다. 그러고는 그대로 육 개월을 날아 목적지인 남녘 바다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몸집이 크면 그를 받아들일 공간도 커야 하고 정신이 위로 비상하려면 그 경지 또한 높아야 한다. 바람의 공간이 넓지 않으면 큰 새가 날 수 없다. 대붕이 바람을 치며 구만 리 창공을 날아오르는 것도 그래야만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아무런 장애 없이 남녘 바다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치를 모르는 매미와 새끼 비둘기가 비웃으며 말하기를, “나는 뽕나무 그늘에서도 얼마든지 힘껏 날 수 있고 잠깐 사이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구만 리나 날아올라서 남쪽으로 가는 것일까? 불과 두어 길 되는 공간에서도 뛰놀 수 있고 쑥대밭 사이에서도 자유로이 날 수 있으니, 이 또한 최대의 소요(逍遙)가 아닌가? 어째서 대붕처럼 날아야만 제일이란 말인가?”라고 한다. 작은 지혜(小知)는 큰 지혜(大知)에 미치지 못하고, 짧은 시간(小年)은 긴 시간(大年)에 미치지 못한다. 하루살이가 밤과 새벽을 알 리 없고 여름벌레가 눈과 얼음을 알리 없는 것이다. 이것이 큼(大)과 작음(小)의 차이이다. 새끼 비둘기가 어찌 대붕의 뜻을 알겠는가?



<유의 사항>

1. 답안에는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을 쓰지 말 것.

2. 논술물의 제목은 쓰지 말 것.

3. 제시문을 단순히 요약하거나 옮겨 쓰지 말 것.

4.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총 1.600±100자가 되게 할 것.



수시 1


1

인문사회계열


(A)

A basic principle applicable to all scientific disciplines, including economics and medical science, states that correlation does not necessarily imply causation. That movement of one variable is linked to another doesn't necessarily mean that one variable causes the other.

Suppose, for example, you notice that wherever criminal activity abounds, more police patrol the street. Should you conclude from this evidence that police patrols cause criminal activity and recommend pulling police off the street to lower the crime rate? The answer is clearly no, because police patrols do not cause criminal activity; criminal activity causes police patrols. This situation is called reverse causation and can produce misleading conclusions when we interpret correlations.

A Russian folk tale also illustrates the problems that can arise from reverse causation. As the story goes, there once was a severe epidemic in the Russian countryside and many doctors were sent to the towns where the epidemic was at its worst. The peasants in the towns noticed that wherever doctors went, many people were dying. So to reduce the death rate, they killed all the doctors. Were the peasants better off? Definitely not.

Another facet of the correlation-causation question is that an outside factor, yet unknown, could be the driving force behind two variables that move together. Coffee drinking might be associated with heart disease not because coffee drinking causes heart attack but because coffee drinkers tend to be people who are under a lot of stress and the stress causes heart attack. Getting people to stop drinking coffee, then, would not lower the incidence of heart disease. Similarly, if there is an unknown outside factor that causes the stock of money and national income to move together, controlling the money supply will not help control the level of national income.


(B)

아직 완전한 체계를 정립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은 보통 사람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회과학의 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경제 논리는 가끔 왜곡되곤 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오류는 동일한 현상에 대해서도 일치된 견해를 보이지 않는 경제학자들에 의해서 생겨난다기보다는, 경제 논리를 막연하게 현실에 적용하는 데서 기인한다.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경제 논리는 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형태를 띠고 있다

오용된 경제 논리의 첫 번째 구체적인 모습은 금리 인상 정책이 인기 없는 정책으로 받아 들여지는 경우이다. 이는 경제 정책의 효과를 평가할 때 동전의 양면을 두루 살피지 않고 특정한 한 면만을 의도적으로 강조하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한편으로 채무자에게는 부담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저축자에게는 희소식이다.

둘째로, 수입 관세의 효과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정책의 유리한 측면만을 부각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관세의 부과는 수출관련 산업생산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일반소비자에게는 불리하다는 균형잡힌 시각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생겨난다.

잘못 사용된 경제논리의 또 다른 유형은 원인과 결과의 혼동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착각의 예는 물가의 불안정이 경제 정책의 실패에 기인함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금시장의 투기자만을 탓하는 정책 집행자의 단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금시장의 투기자들이 정책 집행자에게 현행 경제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는 암시를 종종 전해 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인과 결과의 혼동에 기인하는 경제논리의 오용은 평화의 사자(使者)를 죽이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과 같다고 할 만하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경상 수지 적자가 누적되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조기 유학에 따른 외화의 송금을 금지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러한 정책은 근본 원인을 비켜간 인과의 오류를 반영하는 예라 할 수 있겠다


문항 1 제시문 [A]의 밑줄 친 부분을 서술(직역)하시오(300자 이내). [40%]


문항 2 제시문 [A]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시오(400자 이내). [30%]


문항 3 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내용을 토대로 본인의 견해를 논술하시오(500자 이내). [30%]


영어 지문 해석

경제학과 의학을 포함하여 모든 과학적 원칙에 적용 가능한 기본적인 논리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여 반드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것에 연관된 한 변수가 반드시 그 다른 나머지 변수를 야기 시킨다는 사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떠한 지역이든 범죄가 빈번한 장소에서 더 많은 수의 경찰이 순찰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경찰 순찰이 범죄 활동을 야기하기 때문에 범죄율을 감소시키기 위해 경찰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결론을 지을 수 있는가? 경찰 순찰이 범죄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범죄가 경찰 순찰을 야기하기 때문에 앞의 결론은 논리적인 답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은 역 인과관계라고 지칭되며 우리가 상관관계를 해석할 때, 왜곡된 결과를 도출시킬 수 있다.

러시아의 한 민간 설화에서도 역 인과 관계로부터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입증하고 있으며 설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러시아 시골 지역에 심각한 전염병이 돌고 있었고 많은 의사들이 전염병이 가장 만연한 곳으로 보내졌다. 시골 농부들은 의사가 파견된 모든 마을에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사망률을 감소시키기 위해 그들은 모든 의사들을 죽였다. 농부들의 상황이 더 호전되었을까? 대답은 명백히 그 반대일 것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호 인과 관계의 의문 중 다른 한 면은 어떤 외적 요인의 구동력으로 인해 두 가지 변수가 비례 관계로 상호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커피섭취가 심장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주로 심장병을 유발하는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는 이유에서 커피 섭취와 심장병의 인과 관계는 성립된다. 따라서 사람들로 하여금 커피 섭취를 금지하는 방안이 심장병 발생률을 줄일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와 유사하게, 만약 국채와 국민 소득을 비례 관계로 상승시킬 수 있는 알려지지 않은 외적 요인이 있다면, 통화 공급 정책은 국민 소득의 수준을 조절하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2

자연계열


[A]

In computer network, data are transmitted in a unit so called "packet." At each node, the packet is received, stored briefly, and passed on to the next node. One important design issue is the packet size to be used in the network. If a source has a long message to send, the message is broken up into a series of packets. Each packet contains a portion of the user's data plus some control information. The control information, at a minimum, includes the information that the network requires in order to be able to route the packet through the network and deliver it to the intended destination.

There is a significant relationship between packet size and transmission time. For example, it is assumed that there is a virtual path from station A through nodes B and C to station D. The message to be sent comprises 30 bytes and each packet contains 3 bytes of control information, which is placed at the beginning of each packet and is referred to as a "header". If the entire message is sent as a single packet of 33 bytes (3 bytes of header plus 30 bytes of data), then the packet is first transmitted from station A to node B. When the entire packet is received, it can then be transmitted from B to C. The total transmission time at station D is 99 byte-times (33 bytes * 3 packet transmissions).

Suppose now that we break up the message into two packets, each containing 15 bytes of the message and, of course, 3 bytes each of header or control information. In this case, node B can begin transmitting the first packet as soon as it has arrived from A, without waiting for the second packet. Because of the overlap in transmission, the total transmission time drops to 72 byte-times.


[B]

위의 내용은 컴퓨터 통신에서 전송하고자 하는 데이터의 크기와 전송시간과의 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다. 큰 데이터를 하나의 패킷에 넣어 목적지 컴퓨터에 보낼 때보다, 작은 양으로 나누어 보낼 때 오히려 전체의 전송시간은 감소함을 앞의 예에서 볼 수 있다.

만일 앞의 예에서 헤더의 크기가 4 바이트, 그리고 전송하고자 하는 데이터가 36 바이트라고 가정하면 전송시간을 최소화하는 패킷의 크기 N (N은 자연수로 가정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항 1 제시문 [A]의 밑줄 친 부분을 서술(직역)하시오(300자 이내). [40%]


문항 2 제시문 [A]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시오(400자 이내). [30%]


문항 3 제시문 [B]의 밑줄 친 부분을 제시문 [A]에서 제시한 기본원리에 기초하여 설명하시오(답안지 분량 범위 이내). [30%]



영어 지문 해석

컴퓨터 네트워크 상에서 데이터(자료)는 소위 패킷이라 불리는 단위로 전송된다. 각각의 노드(접점)에서 패킷은 신속히 저장되며, 다음 단계의 노드(접점)로 이동된다. 설계상의 중요한 하나의 문제 요인은 바로 네트워크 상에서 사용되는 패킷의 크기이다. 만약 장문의 메시지를 포함한 자료를 전송하려고 한다면, 그 메시지는 일련의 연속된 패킷들로 나누어 져야 한다. 각각의 패킷은 일정 비율 사용자의 데이터와 함께 제어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이 제어정보는 패킷을 네트워크 상의 루트로 발송한 후 목표로 되는 지점까지 전송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패킷의 크기와 전송시간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A지점으로부터 B와 C노드(접점)를 거쳐 D지점까지 가상의 통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전송될 메시지는 30 바이트로 구성되며, 각각의 패킷은 맨 앞부분에 헤더라고 지칭되는 제어정보를 담고 있다. 만약 전체 메시지가 33바이트의 단일 패킷(30바이트의 데이터와 3바이트의 헤더)으로 보내진다면, 그 패킷은 먼저 A지점에서 B노드(접점)까지 이동될 것이다. 모든 패킷이 전송되면, 다음으로 그것은 B에서 C노드(접점)로 보내진다. D지점까지 걸리는 총 전송시간은 99바이트를 전송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된다.(33바이트로 구성된 3개의 패킷 전송시간)

자, 그럼 이제 그 메시지를 3바이트 헤더(제어정보)와 15바이트의 데이터로 구성된 2개의 패킷으로 분할해보자. 이 경우에, B노드(접점)는 두 번째 패킷을 기다릴 필요 없이 A지점으로부터 데이터가 전송되자마자 바로 첫 번째 패킷의 전송을 시작할 수 있다. 이러한 패킷 전송의 중복현상으로 인하여 동일한 메시지이지만 총 전송 시간은 72바이트를 보내는 데 소요되는 시간으로 감소된다.


수시2


1

인문 사회 계열


[A]

Regardless of how your job is officially classified or the industry in which you work, your real competitive position in the world economy is coming to depend on the function you perform in it. Herein lies the basic reason why incomes are diverging. All Americans used to be in roughly the same economic boat. Most rose or fell together as the national economy as a whole became more productive or languished. But national borders no longer define our economic fates. We are now in different boats, one sinking rapidly, the other rising steadily.

Modern factories and state-of-the-art machinery can be installed almost anywhere on the globe. Therefore, unskilled workers in the U.S. are in direct competition with millions of workers in other nations. Furthermore, automated tellers, computerized cashiers, automatic car washes, robotized vending machines, self-service gasoline pumps, and all similar gadgets replace the human beings that customers once encountered. The same phenomenon takes place in financial transactions, airline and hotel reservations, rental car agreements, and similar contracts, which are increasingly executed between consumers in their homes and computer banks somewhere else on the globe.

Unlike the boat of unskilled workers, the vessel containing America's information analysts is rising. The most important reason for the expanding world market and increasing global demand for the services of information analysts has been the dramatic improvement in worldwide communication and data-processing technologies. Information analysts working in highly specialized areas are in such great demand worldwide that they have difficulty in keeping track of all their earnings. Never before in American history has wealth on such a scale been gained by a small percentage of workers.


[B]

지식사회는 상승이동이 실질적으로, 무제한적으로 열려있는 최초의 인간사회이다. 지식은 상속할 수도 물려받을 수도 없기 때문에 다른 어떤 생산수단과도 그 성격이 다르다. 지식은 모든 개인이 새로 습득하지 않으면 안 되며, 모든 사람이 똑같이 전적으로 무지한 상태에서 출발한다.

지식은 가르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져야만 하는데, 이것은 지식이 공공자산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식은 항상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것이거나, 또는 급속히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지식사회를 고도의 이동사회로 만든다. 이제 지식은 한 장인 아래서 도제노릇을 하면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학교에서 사전에 정해진 학습과정에 따라 배울 수 있다.

1850년 또는 1900년까지는 어떤 사회에서도 이동성이 극히 낮았다. 출생 때의 신분이 개인의 사회적 위치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직업까지도 결정하는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하나의 극단적인 예다. 다른 대부분의 사회에서도 아버지가 농부면 자식도 농부가 되었고, 그 딸은 농부와 결혼했다. 기회의 땅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마저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상승이동의 기회는 매우 드물었다. 20세기 전반기의 미국에서 전문직과 경영자의 대다수는 농부, 소규모 가게 주인, 또는 공장 노동자의 자식이 아니었으며, 여전히 전문직과 경영자의 자식들이었다.

지식사회는 상승이동의 가능성을 한층 더 확장한다. 지식사회는 상승이동에 대한 모든 장애물을 차별이라 간주한다. 즉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성공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이전 세대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물론 오직 몇몇 사람들만이 뛰어난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기대할 수 있다.



<문항1> 제시문 [A]의 밑줄 친 부분을 번역하시오(300자 이내). [40%]


<문항2> 제시문 [A]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시오(400자 이내). [30%]


<문항3> 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내용을 토대로 본인의 견해를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여 논술하시오(500자 이내). [30%]



2

자연 계열


[A]

Suppose that a given positive number N is partitioned into two positive numbers a and b such that a+b = N. The product ab= a(N-a) has a maximum if a=b=N/2. To see this, let P = Na - a2. By dP/da = N - 2a = 0, we obtain a = N/2 and b = N - N/2 = N/2.

Let's look at this problem in another way. We first define the two numbers A and G such that A = (a+b)/2 and G=, and then prove that G achieves its maximum when a and b are equal. If a and b are different, A - G = (a+b)/2 - = ( - )2 / 2 > 0; if they are equal, A = G. Therefore, the maximum value G can take is A and the value is achieved when a=b.

In the case of n positive numbers a1, a2, ..., an with n being no smaller than 2 such that the sum of the numbers is equal to N, we define A=(a1+a2 + ... + an) / n and G = with respect to a1, a2, ..., an. The proof can be done by changing the numbers in such a way that A remains constant but G gets larger until all the numbers are equal, at which point A and G are equal.

Suppose that in the set { a1, a2, ..., an }, a1 is bigger than any other number in the set and a2 is smaller than any other number in the set so that we have a1 > A > a2. Now replace a1 by A and a2 by a2' where a2' = a1+a2-A which is > 0. The new set of numbers becomes {A, a2', a3, ..., an}. Notice that because A+a2' = a1+a2, the sum of the numbers in the new set is equal to that in the old set. Also, the value of A with respect to the numbers in the new set, (A+ a2' + ... + an) / n, is equal to the value of A with respect to the numbers in the old set. By some algebraic manipulation, we have that Aa2' - a1a2 = A(a1+a2-A) - a1a2 = (A-a2)(a1-A) > 0. So the product of the numbers in the new set is greater than that in the old set. This means that by the construction of the new set the value of G has increased.

Based on the above arguments, we can generate sets in sequence such that the numbers in the set generated at each stage will eventually all equal A, and A and G computed with respect to the numbers in the set will become equal. From this we can show that the product of the elements in a partition of N achieves its maximum when the elements are all equal.


[B]

위 글에서 증명하고자 하는 명제는 n개의 양수 a1, a2, ..., an 들에 대하여, (a1+a2 + ... + an) / n 의 값은 항상 의 값보다 크거나 같다는 부등식의 관계를 이용하여 설명되고 있다. 위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는 a1+a2 + ... + an=N 인 경우, a1a2 ... an 의 최대값은 An이 됨을 알 수 있다. 또한 xyz = 4를 만족하는 양수 x, y, z에 대하여 1/x + 1/(2y) + 1/z 의 최소값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항1> 제시문 [A]의 밑줄 친 부분을 직역하시오(300자 이내). [40%]


<문항2> 제시문 [A]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시오 (400자 이내). [30%]


<문항3> 제시문 [B]의 밑줄친 부분을 제시문 [A]에서 제시한 기본 원리에 근거하여 설명하시오 (답안지 분량 범위 이내). [30%]




수시 1


1

인문사회계열


I. <제시문 1>과 <제시문 2>의 내용을 각각 요약하시오. 단, 요약 내용은 답안지 제 1면을 전부 사용하여 기술하시오.

II. 아래 4개의 <제시문>에 나타난 상반된 두 가지 주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단, 각 <제시문>을 논거로 충분히 활용하고, 3개의 <표>를 모두 인용하시오.


<유의 사항>

1. 인적 사항과 관련된 표현을 일체 쓰지 말 것.

2. 연필을 사용하지 말고, 흑색이나 청색 필기구를 사용할 것.


< 제시문 1 >

Considering modern societies󰡑obsession with economic growth, it is surprising how little attention is paid in public debate and political discourse to the question of whether more economic growth actually increases well-being. Perhaps this avoidance is convenient for those who have a stake in the prevailing system: if growth does not improve well-being, many of economic, social and political structures of advanced capitalism cannot be justified. Perhaps ordinary people too have a stake in ignoring the evidence on growth󰡑s effects on well-being. When people are persuaded that more income will make them happier, they typically react to the disappointment that follows the attainment of that income by concluding that they simply do not have enough. That is a cycle without end - hope followed by disappointment followed by hope - unless some event or sudden realization breaks it.

In fact, there is now a large body of evidence that casts serious doubt on the dual assumptions that more economic growth improves social well-being and that more income improves individual well-being. It is a body of evidence systematically ignored by policy makers and most economists, yet it is consistent with folk knowledge, accumulated through the ages, that money cannot buy a happy life. Not only does the evidence cast doubt on the growth assumption; it also points to the factors that do contribute to individual and social well-being.

We know that there is a general assumption that increasing people󰡑s incomes will make them happier and that as a result increasing the rate of economic growth is vitally important. But the question, even in economic terms, is much more complex. If rising incomes result in increasing happiness then we would expect three relationships to hold:

-People in richer countries will be happier than people in poorer countries.

-Within each country, rich people will be happier than poor people.

-As people become richer they will also become happier.

Some evidence suggests a negative relationship between income and happiness. For example, within Asia, residents of wealthy countries such as Japan and Taiwan regularly report the highest proportion of unhappy people, while the countries with the lowest incomes, such as the Philippines, report the highest number of happy people.


< 제시문 2 >

If present trends continue, the world in 2000 will be more crowded, more polluted, less stable ecologically, and more vulnerable to disruption than the world we live in now. Serious stresses involving population, resources, and environment are clearly visible ahead. Despite greater material output, the world󰡑s people will be poorer in many ways than they are today.

Progress The Global 2000 Report to the President of the U.S. : Entering the 21st Century (Barney 1980)


This neo-Malthusian vision of the future stands in sharp contrast to the conclusions in The State of the Humanity edited by Julian Simon (1995). That monumental collection of fifty-eight chapters by more than fifty scholars documents the tremendous strides that have been made in human well-being over the centuries, as well as trends in natural resource use and environmental quality. Based on these discussions, Simon wrote: 󰡒Our species is better off in just about every measurable material way󰡓.

Bj?rn Lomborg, determined to prove Julian Simon wrong and to verify the doomsday-visions of the kind that permeated The Global 2000 Report, enlisted ten of his 󰡒sharpest students󰡓 to comb through the empirical data on long-term temporal trends in human and environmental well-being. Much to his surprise, they found that although the population continues to grow, albeit at a decelerating pace, the state of humanity has never been better, that the average person on the globe has never been less hungry, better educated, richer, healthier, and longer-lived than today. No less important, not only is human well-being advancing but, in many cases, so seems to be the state of the environment, especially in the rich countries of the world.

Lomborg focused mainly on temporal trends in a variety of indicators rather than on how those indicators might vary with wealth or per capita income across countries and regions. He also looked at temporal trends in infant mortality and life expectancy for various income groups and these data suggest that richer groups are better off.


< 제시문 3 >

*항산(恒産)이 없으면서도 *항심(恒心)을 지니는 일은 오직 선비만이 가능합니다. 백성의 경우에는 항산이 없으면 항심도 없습니다. 만일 항심이 없다면 방탕하고 편벽되며, 사악하고 사치스런 짓을 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들이 죄를 저지른 다음에 형벌을 가하게 된다면, 그것은 백성을 그물질하는 것(罔民)입니다. 어찌 어진 사람이 군주의 지위에 있으면서 백성을 그물질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명철한 군주는 백성들의 생업을 마련해주어 위로는 부모님을 섬길 수 있게 하고, 아래로는 처자들을 먹여 살리도록 해줍니다. 풍년이 들면 배불리 먹고 살며, 흉년이 들어도 굶어 죽지 않도록 해줍니다. 그런 뒤에야 그들을 이끌어 선한 길로 나아가게 합니다.

*항산(恒産): 일정한 생업, 안정된 생업*항심(恒心): 일정한 마음, 변함없는 선한 마음


< 제시문 4 >

스웨덴의 언어학도 헬레나는 젊은 날 배낭 하나 둘러메고 북인도 라다크를 찾는다. 산업사회에서 교육받고, 그 문화권에서 형성된 사고방식을 지닌 헬레나는 라다키(라다크 사람들)의 삶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비록 외양은 남루하나 하루 종일 얼굴에서 미소가 지워지지 않고, 타인에 대한 친절을 의무라고 생각하는 라다키들의 행복한 얼굴에서 자신이 속한 사회의 쫓기는 삶에 대해 골똘하게 생각하게 된다. 라다크에서는 어떤 물건도 낭비되는 일이 없었다. 해발 5천의 히말라야 자락에는 물자가 귀하기에 사람들은 모든 물건을 아껴 쓰고, 그렇기 때문에 오염 또한 없었다. 사람들은 많이 웃고, 자주 잔치를 벌이며, 서로 다정하게 대한다. 라다크에서는 화를 내는 사람들이 제일 이상한 사람들로 간주되고 있었다. 그들의 생태적 지혜와 부드러운 삶 뿐 아니라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화폐가 없었다는 사실도 헬레나에게는 충격이었다. 같이 일하고, 땅에서 난 소출을 똑같이 나누었기 때문에 굳이 돈을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표 1> 국가별 1인당 소득 수준(GDP)과 평균 수명(Life Expectancy)

국가명

평균 수명

1인당 GDP (미 달러화 기준)

프랑스

78.2세

20,510

영국

77.3세

18,260

중국

70.1세

2,604

인도

62.9세

1,348

자료: UNDP (1994) ; World Resource Institute (1998)


<표 2> 국가별 1인당 소득 수준(GDP)과 평균행복도(Average Appreciation of Life)

(1990년대 초 기준)

국가명

평균 행복도*

1인당 GDP (미 달러화 기준)

필리핀

0.693

2,681

아르헨티나

0.690

8,937

캐나다

0.683

21,459

독일

0.680

19,675

일본

0.666

21,581

* 평균행복도(Average Appreciation of Life)가 1이면 행복도가 가장 높으며, 0이면 행복도가 가장 낮음.

자료: UNDP (1994), Human Development Index ; Eckersley, R.(ed.) (1998), Measuring Progress:Is Life Getting Better?


<표 3> 국가별 1인당 소득 수준(GDP)과 1인당 평균 교육 연수(Education, Average Number of Years per Person)

국가명

1인당 평균교육연수

1인당 GDP (미 달러화 기준)

미국

18.04년

26,397

프랑스

15.96년

20,510

일본

14.87년

21,581

인도

5.55년

1,348

중국

8.93년

2,604

자료: UNDP (1994) ; Maddison (1995,1998)


문제 해설


출제 의도


인류는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안락을 끊임없이 추구해 왔고, 한국 사회도 경제 성장 및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물리적 여건 마련에 주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경제적 성장과 물질적 풍요가 과연 개인 및 사회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왔는가에 대한 논의는 현재까지 상대적으로 미흡하였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본 논술 고사는 학생들이 상반된 주장과 대립된 이해 관계를 객관적 자료에 근거하여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논리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측정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행복의 조건을 결정하는 요인들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전개하는 영문 및 국문 제시문을 통계 자료와 함께 제시하여, 제시문의 이해 및 요약 능력, 통계자료 분석능력, 다양한 견해를 분석, 비판,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출제 방향 및 지침


1) 대학 교육 과정에서 필요한 논리적이고 통합적인 사고 능력 및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데 주력한다.

2) 단편적인 주제나 전형적인 시사 문제에 대한, 암기를 통한 정형화된 답안 작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하여, 통합적이고도 논리적인 분석 능력을 평가함으로써, 고등 학교 교육 과정의 정상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3) 영문 제시문의 경우 명백하게 상반되는 두 개의 주장에 대한 논리적 구조의 이해를 측정하고, 국문 제시문의 경우 일치되지 않은 두 개의 견해를 주어진 통계자료를 활용하여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한다.

4) 논리 전개에 있어, 상호 대립되는 논거에 대한 비판적 종합능력과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평가한다.

5) 맞춤법과 어법을 준수하면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논술문을 구성할 수 있는가를 평가한다.


제시문의 출처

<제시문 1> Clive Hamilton, Growth Fetish, Allen & Unwin, 2003, pp. 22-23.

<제시문 2> Terry Anderson ed., You Have to Admit It's Getting Better: From Economic Prosperity to Environmental Quality, Hoover Institution Press, 2004, pp. 53-54.

<제시문 3> 孟子, 梁惠王章句 上.

<제시문 4> 최성각, 경인신문 목요컬럼, 2004년 7월 17일자.


인문계 제시문의 번역문


< 제시문 1 >

경제 성장에 대한 현대 사회의 강박 관념에 가까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인 경제 성장이 실제로 행복을 증진시키는지에 관한 공개 토론이나 정치적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이해 관계에 부합되는 사람들에게는 아마 이와 같은 논의를 피하는 것이 편리할지 모른다. 즉, 만약 경제 성장이 행복을 증진시키지 않는다면,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많은 경제, 사회 및 정치 구조는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일반인들조차도 경제 성장이 행복에 미치는 구체적 증거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소득이 많을수록 더 행복해진다고 믿게 된다면, 소득이 증가한 후에도 더 행복해지지 않아 실망하게 된 경우, 그것은 그들의 소득이 충분히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더욱더 많은 소득 증가를 바라게 된다. 이와 같이 소득 증가가 행복을 증진시켜줄 것이라는 희망이 현실에서는 실망으로 바뀌고, 또 다시 더 많은 소득을 바라는 희망으로 바뀌는 순환 고리는 끝이 없으며, 외부적 충격이 있거나 이러한 악순환을 자각하게 될 경우에만 이 악순환은 멈추게 될 것이다.

실제로 최근 경제 성장률이 높을수록 사회적 행복이 증진되고, 소득이 많을수록 개인적 행복도 증진될 것이라는 이중의 가설에 대하여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많은 증거들이 발견된다. 이러한 증거들은 정책 결정자들과 많은 경제학자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도외시되었다. 그러나󰡐돈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은 오랜 세월을 통하여 축적된 민중의 지혜 (folk knowledge, 삶의 지혜)와도 일치한다. 이러한 증거들은 경제 성장이 행복을 증진시켜 줄 것이라는 가설에 의문을 제기할 뿐만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좌우하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보여 준다.󰡐소득이 향상될 때, 더 행복하게 되며, 따라서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일반적인 가정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하다. 만약 소득증가가 행복을 증진시킨다면 다음의 세 가지 관계가 성립되어야 할 것이다:

- 부유한 국가의 국민들이 가난한 국가 국민들보다 더 행복할 것이다.

- 개별국가 내에서도, 부유층 사람들이 빈곤층 사람들보다 더 행복할 것이다.

- 사람들은 더 부유해질수록 더 행복해질 것이다.


수입과 행복 간에 부정적인 관계가 있음을 암시하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 예컨대, 아시아 내에서 일본이나 대만과 같은 부유한 나라의 주민들이 불행한 국민의 최상위 부분에 속하는 반면, 필리핀과 같이 최저소득층에 속하는 국가의 국민들이 오히려 행복한 국민의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제시문 2 >

󰡒만약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2000년의 세계는 오늘날에 비하여, 인구 과밀에, 과도한 공해와 생태학적으로 더욱 불안정한 가운데, 외부적 충격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 앞으로 인구문제와 자원 문제 및 환경 문제가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향후 물질적 생산량이 더욱 많아지더라도, 세계인들은 많은 측면에서 오늘날보다 더 빈곤해질 것이다󰡓

- 미국 대통령에게 제출된 <Progress The Global 2000 Report > -


위의 인용문에 나타난, 미래에 대한 신멜더스주의적인 시각은 줄리안 시몬의 편집서인 󰡐The State of Humanity'(1995)의 결론 부분에서 확인된 사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50여 명의 학자들이 저술한 58개의 장으로 구성된, 기념비적인 연구저작인 상기 책자는, 천연자원의 활용 및 환경 상태의 전개뿐만 아니라, 수세기에 걸쳐 전개된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시킨 엄청난 발전 과정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에 근거하여, 시몬은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인류는 모든 측정 가능한 물질적인 측면에서 삶의 질이 개선되었다󰡓

위와 같은 시몬의 주장이 틀렸고, "The Global 2000 Report"에 나타난 것과 같은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롬버그(Lomberg)는 그의 학생 중에 가장 총명한 10명을 동원하여, 인간의 삶의 질과 환경 상태의 장기적 추이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을 시도하였다. 그의 예상과는 달리, 뜻밖에도 인구는 계속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록 하강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인간 삶의 조건은 최상의 상태이며, 평균적으로 지구인들의 기아 상태도 가장 낮고, 교육 여건도 가장 좋으며, 소득, 건강, 수명 등 모든 측면에서 최상의 상태에 도달해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인간의 삶의 질이 개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특히 부유 국가들을 중심으로 환경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롬버그는 국가 및 지역별로 일인당 소득 및 부(wealth)와 여러 지표들과의 관계를 보기보다는 이들 지표들의 단편적인 추이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또한 다양한 소득 유형별로 유아 사망률과 평균 수명의 단기적 추이를 관찰한 결과, 부유층의 경우 더욱 유아 사망률이 낮고 평균 수명도 높음을 확인하였다.



2

자연계열

다음의 제시문들을 참조하여 각 문항에 대하여 답하시오.


제시문 I : 문제 1

A fatal encounter between a brown bear and a migrating salmon in a glacial stream in Alaska. What brought these animals together at this particular moment? The bear's acute sense of smell helped it find the stream. The fish seem to navigate to the mouth of their home river system by using the angle of the sun for reference. Once there, however, their sense of smell takes over. The water that flows from each stream into a river seems to carry a unique scent, a mixture of chemicals from the plants and soils in the area. The scent of its home stream apparently becomes fixed in the memory of a young salmon before it migrates to the sea. When a mature salmon arrives in the vicinity of its home river system, it swims along the coast until it detects the faint odors matching the scent memory in its brain. Sensory information gathered by sensory receptors and processed by the brain guide salmon and brown bears to specific stream site.


A sensory receptor cell responds to a group of chemically related molecules, not just to one kind of molecule. In the nose, for example, each type of receptor cell may detect one of about fifty general types of odor. A particular odor triggers a specific level of stimulation in the receptor cells.

When you smell an odor, molecules have entered your nose, dissolved in the mucus, and bound to receptor molecules on the cilia. Proteins, found in the olfactory mucus, have recently been discovered that bind to odorants. These have been termed the Odorant Binding Proteins (OBPs). Odorants dissolve in the aqueous/lipid environment of the mucus and then bind to an OBP. These proteins facilitate the transfer of odorants across the mucus layer to the receptors, and also increase the concentration of the odorants in the layer, relative to air. OBPs have another role as a terminator, causing "used" odorants to be taken away for degradation, allowing another molecule to interact with the receptor. The protein could also be acting as a kind of protector for the receptor, preventing excessive amounts of odorant from reaching the receptor. The binding of OBP-odorant complex to receptor triggers receptor potentials, which alter the rate of action potentials passing into the brain. Integration of the signals in the brain results in an odor perception.


(어휘 모음) cilia: 섬모, lipid: 지질, 지방질, mucus: 점액, odor: 냄새, odorant: 냄새가 나는 것,

olfactory: 후각의, receptor: 수용체, salmon: 연어, trigger: 일으키다, 유발하다.


[문제 1]

문제 1-1. 연어가 강 하구로부터 태어난 곳으로 회귀할 때 어떤 생물학적 감각을 사용하는지 답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방법을 논리적으로 제시하시오. 답안은 가정, 실험 방법, 결과 그리고 해석 순으로 간략하게 작성하시오. (30점)


문제 1-2. 만약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고, 제시문을 근거로 하여 이 사람에게 있을 수 있는 생물학적 결함을 두 가지 쓰시오. (10점)


제시문 II: 문제 2

The kinetic molecular theory of ideal gases is based on the following assumptions:

Ⅰ. Gas molecules exert neither attractive nor repulsive forces on one another.

Ⅱ. Gas molecules can be considered to be "points", that is, they possess mass but have negligible volume.

Ⅲ. Gas molecules are in constant motion in random directions and they frequently collide with one another. Although energy may be transferred from one molecule to another as a result of a collision, the total energy of all molecules remains unchanged.

Ⅳ. The average kinetic energy (KE) of a gas molecule is proportional to the absolute temperature, that is, KE=(3/2)kT (k: Boltzmann's constant, T: absolute temperature).


제시문 III: 문제 3

Thermodynamics is the branch of the theory of heat that is concerned with relationships between heat and work. Its fundamental principles are called the "laws of thermodynamics".

The First Law of Thermodynamics (conservation of energy)

Heat is a form of energy. Energy (the capacity for work) can only be converted into various external forms, and it cannot be created from nothing or destroyed. A "perpetuum mobile," i.e., a machine capable of continuously producing work out of nothing, is impossible.

The Second Law of Thermodynamics

Increase of entropy (the measure of the degree of disorder in processes of chemical mixing) predicts what physical and chemical events will happen spontaneously since its beginning. That's why entropy increase, the second law, can be called "time's arrow". Energy continually disperses and spreads out in all natural spontaneous events and it is our experiencing such events that gives us our psychological feeling of "time" passing. That's why, when we see a movie or video run backward, we instantly know that it shows non-spontaneous or real-time-impossible events like people diving up from the water to a 10 meter high diving board.

The Third Law of Thermodynamics

The physicist Walter Hermann Nernst (1864?1941) formulated the Third Law of Thermodynamics in 1906. The formulation became known as the "Nernst heat theorem." This states that entropy also approaches a value of zero as the temperature approaches absolute zero (?273°C). This implies that absolute zero can never be reached. Nernst is regarded as one of the founders of physical chemistry. He received the Nobel Prize for Chemistry in 1920 for his discovery.


(어휘 모음)

attractive force: 인력, disorder: 무질서, kinetic energy: 운동에너지, molecule: 분자,

repulsive force: 반발력, thermodynamics: 열역학


[문제 2]

그림 1과 같이 크기, 모양, 온도가 같은 4개의 구획으로 나누어진 공간이 있다. A에는 coffee shop, B에는 장난감 가게, C에는 핸드폰 가게, D에는 문방구가 입점해 있다. 모든 구획이 칸막이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며 A 구획에는 coffee 뿐만 아니라 빵도 같이 팔기 때문에 이들 냄새로 가득 차 있다. 칸막이를 순식간에 제거한 경우 문방구에 있는 사람이 1분 후에는 coffee 냄새를, 2분 후에는 빵 냄새를 맡았다. 다음의 가정을 이용하여 문제에 답하시오.


가정 1. Coffee 냄새와 빵 냄새는 각각 다양한 기체분자들의 조합을 코가 인식함으로써 맡게 되지만 본 문제에

서는 coffee와 빵 냄새가 각각 다른 한 종류의 분자에 의해서만 인식된다.

가정 2. Coffee 냄새와 빵 냄새를 일으키는 분자가 각각 N 개씩 있다.

가정 3. 두 종류의 냄새에 대하여 사람의 코의 감도는 같다.

A

B

C

D

그림 1


문제 2-1. Coffee 냄새와 빵 냄새를 유발하는 분자가 이상기체처럼 움직인다고 할 때, 두 냄새 분자의 분자량의 비를 수식을 사용하여 구하시오. (10점)

문제 2-2. 실제로 냄새 분자의 분자량을 측정한 결과 그 비가 2-1 문제에서 계산된 값과 차이가 났다. 이러한 차이의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기체분자운동론의 가정들이 완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기체는 제시문의 기체분자운동론의 가정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두 가지만 설명하시오. (20점)



[문제 3]

문제 2에서 칸막이를 제거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는 A, B, C, D 구획 전부에 coffee 냄새와 빵 냄새가 가득 차게 되고 A 구획에만 coffee와 빵 냄새가 국한되는 경우는 실제적으로 일어나기가 불가능하다.

문제 3-1. Coffee와 빵 냄새가 A 구획에 국한되기 어려운 이유를 제시문에 있는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하시오. (15점)


문제 3-2. 냄새를 일으키는 한 개의 분자가 A 구획에만 국한될 확률은 1/4 이다. 이를 참조하여 coffee와 빵 냄새가 A 구획에만 국한될 수 있는 확률을 수식으로 표현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시오. (15점)


<유의 사항>

1. 글의 제목이나 자신의 인적사항에 관련된 표현을 일체 쓰지 말 것.

2. 연습지는 문제 이면의 여백을 활용할 것.

3. 연필은 사용하지 말고, 흑색이나 청색 필기구를 사용할 것.

4. 답안은 1장(양면) 이내로 작성할 것.


해 설


출제 의도

21세기 현대 과학은 어느 한 분야의 집중된 지식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지식을 아울러서 자연 현상의 새로운 해석 및 이를 응용한 신기술의 창출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합하여 본 논술고사에서는 생명 과학, 물리, 화학, 수학 등 여러 분야의 공통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였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도록 하여 과학이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학문임을 인식하도록 하였다. 현대 과학 분야에 있어서 과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다양한 논문과 간행물, 발표자료 중에서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필요한 지식을 찾아서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논술고사에서는 충분한 정보를 제시문에서 보여주고 제시문 중에서 문제 해결에 필요한 부분을 선택하는 능력을 알아 보는 데도 많은 주안점을 두었다.


출제 방향 및 지침

- 생명과학, 물리, 화학, 수학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주제들을 선택하였다.

- 일상 생활과 친근한 주제에서 출발하여 과학의 기본 개념 이해를 평가하였다.

- 복잡한 수식의 사용은 가능한 지양하고 개념 이해 위주로 간단한 수식만을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 제시문을 전부 영어로 작성하여 현대 과학에 필수적인 영어 이해 능력을 측정하였다. 단, 너무 전문적인 용어나 일상 생활에 잘 쓰지 않는 어려운 단어는 어휘 모음에서 그 단어의 뜻을 알도록 하였다.

- 제시문 중에는 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부분도 보여 줌으로써 학생들이 문제해결에 필요한 내용을 선택적으로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였다.

채점 지침

- 제시문에 나타난 연어의 회귀 능력에 관한 메카니즘 및 후각의 단계적 과정의 이해를 평가한다.

- 제시문에서 주어진 열역학 법칙을 문제에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 문제에서 주어진 단서를 잘 활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 영어로 된 제시문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 다양한 내용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알아본다.

- 제시문에서 얻게 되는 지식을 바탕으로 한 논리 전개 능력을 평가한다.

- 수식의 전개 및 이의 과학적 해석 능력을 평가한다.


<참고문헌>

1. 고등학교 과학, 물리I, II, 화학I, II, 생물I, II, 수학

2. Biology-concepts and connections, Campbell et el.

3. University Physics, Young and Freedman

4. General Chemistry, Chang

5. 웹스터 영한대사전


영어 번역문


제시문 I

알래스카의 차가운 개울에서 갈색곰과 회귀하는 연어의 운명적 만남. 무엇이 이 특별한 시기에 두 동물을 만나게 하였는가? 곰은 예리한 후각 덕분에 개울을 찾는데 도움을 받는다. 연어는 그들의 고향 강 하구로 이동할 때까지는 태양의 고도를 참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어는 일단 강 하구에 다다른 다음에는, 연어의 후각이 탐색의 임무를 떠맡는다. 각각의 개울로부터 강으로 흐르는 물은 그 지역의 식물들과 토양들로부터 만들어진 화학 물질의 혼합체인 독특한 냄새를 운반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이 태어난 개울의 냄새는 바다로 이동하기 전 어린 연어의 기억에 새겨지고, 성숙한 연어는 태어난 강 주위에 도달한 후 뇌에 기억된 냄새와 일치하는 냄새를 찾을 때까지 해안을 따라 이동한다. 지각 수용체에 의해 수집된 그리고 뇌에 의해 분석 처리된 지각정보가 연어와 갈색곰들을 특정한 개울가로 인도하는 것이다.

지각수용체세포는 단순히 한 종류의 분자가 아니고 화학적으로 연계된 분자들의 집합체에 반응한다. 예를 들어, 코 안에서 각 종류의 수용체 세포는 약 50여 개의 냄새 종류 중 하나를 감지하며, 특정한 냄새는 수용체 세포내에서 자극의 특정 수준을 활성화시킨다.

냄새를 맡을 때, 분자들이 코 안으로 들어간 후 점액에 용해되고, 섬모세포의 수용체 분자에 달라붙는다. 냄새를 내는 물질들과 이에 달라붙는 새로운 단백질들이 후각점액에서 최근에 발견되었는데 이를 OBPs라고 부른다. 냄새를 내는 물질들은 점액의 수용액/지질 환경에 용해되며 OBPs에 붙는다. 이러한 단백질들은 냄새를 내는 물질들이 점액층을 지나 수용체로 이동하는 것을 도와주며 또한 공기층에 비해 점액층내 냄새 내는 물질의 농도를 증가시킨다. OBPs는 󰡒이미 사용된󰡓 냄새 내는 물질이 분해 되도록 끌고 가는 󰡒terminator"로서의 다른 역할도 갖고 있어, 다른 냄새분자가 수용체에 반응하도록 해주고 있다. OBPs는 또한 수용체를 보호해주는 보호자로서 역할을 함으로써 과량의 냄새 내는 물질이 수용체에 도달하는 것을 방지해 주고 있다. OBP와 냄새 내는 물질의 복합체가 수용체에 달라붙음으로써 수용체 potential을 발생시키며, 이것은 뇌로 전달되는 활동 potential 비율을 변화시킨다. 최종적으로 뇌내 신호들의 통합을 통해 냄새를 인식하는 것이다.


제시문 II

이상 기체의 분자 운동론은 다음의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I. 기체 분자 간에는 인력이나 반발력이 작용하지 않는다.

II. 기체 분자는 질량만 있고, 자체의 부피는 무시할 정도로 작아서 수학적 󰡒점󰡓으로 생각될 수 있다.

III. 기체 분자는 끊임없이 무질서한 운동을 하며 서로 자주 충돌한다. 충돌의 결과로 에너지가 한 분자에서 다른 분자로 이동될 수는 있으나, 모든 분자의 전체 에너지는 변하지 않는다.

IV. 기체 분자의 평균운동에너지는 절대온도에 비례한다 [운동에너지=(3/2)kT (k는 볼츠만 상수, T는 절대온도].


제시문 III

열역학은 열과 일의 관계를 설명하는 열이론의 한 분야이며, 이에 대한 기본적 원리를 󰡒열역학 법칙󰡓이라고 한다.

열역학 제 1 법칙 (에너지보존 법칙)

열은 에너지의 한 형태이다. 에너지(일을 할 수 있는 능력)는 다양한 외적 형태로 전환될 수 있으며 새로 생기거나 소멸될 수는 없다. 󰡒Perpetuum mobile"이라고 하는 무(無)에서부터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내는 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열역학 제 2 법칙

엔트로피는 화학적 혼합과정에 있어서의 무질서의 정도에 대한 척도이며 엔트로피의 증가는 어떤 물리적, 화학적 사건들이 초기부터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다. 그것이 엔트로피의 증가, 즉, 열역학 제 2 법칙이 󰡒시간 화살󰡓로 불릴 수 있는 이유이다. 에너지는 모든 자연적이고 자발적인 사건에서 연속적으로 퍼져나가고 이러한 현상의 경험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준다. 이에 따라 영화나 비디오를 되감으면서 볼 때 사람이 물에서부터 10 m 높이의 다이빙대로 튀어 올라가는 모습은 비자발적이고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열역학 제 3 법칙

1906년 물리학자인 Walter Hermann Nernst(1864-1941)는 󰡒Nernst의 열원리󰡓라고 하는 열역학 제 3 법칙을 만들었다. 이 원리는 절대온도가 영도(-273°C)가 되면 엔트로피도 영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으며, 절대온도는 영도가 될 수 없음을 뜻한다. Nernst는 물리화학의 기초를 확립한 학자 중 한 명으로서 이 업적으로 1920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정시


<유의사항>

1. 각 문제별로 답안을 구분하여 순서대로 작성할 것(문제당 배점은 동일함).

2. 자신의 인적사항에 관련된 표현을 일절 쓰지 말 것.

3. 연필을 사용하지 말고 흑색이나 청색 필기구를 사용할 것.

※ 위의 유의사항을 어길 경우 감점됨.


1. [제시문 1]은 한 학자가 문화와 관련하여 음악에 대해 쓴 글이다. 이 글의 논지를 자세히 기술하시오.


[제시문 1]

As Horkheimer and Adorno stressed, the essential characteristic of the culture industry is repetition. Adorno illustrates this by contrasting 'popular' and 'serious' music. As early as his 1936 essay 'On Jazz', Adorno had argued that an essential characteristic of popular music was its standardization. 'On Popular Music', written in 1941, repeats this point. "The whole structure of popular music is standardized, even where the attempt is made to circumvent standardization. Standardization extends from the most general features to the most specific ones." Standardization implies the interchangeability, the substitutability of parts.

By contrast, 'serious music' is a 'concrete totality' for Adorno, whereby "every detail derives its musical sense from the concrete totality of the piece." This is a dialectical relationship, whereby the totality is constituted of the organic interrelation of the particulars. In the case of serious music, interchangeability is not possible; if a detail is omitted, "all is lost."

Other illustrations could be given, such as the soap operas with their substitutable episodes, horror films with their formulas, etc. This repetition is due to the reflection in the sphere of cultural production of the standardized and repetitive processes of monopoly capitalist industry. Under late capitalism, what happens at work in the factory or in the office can only be escaped by approximating it in one's leisure time. This sets the terms for cultural products: "no independent thinking must be expected from the audiences" instead, "the product prescribes every reaction." The standardization of the cultural product leads to the standardization of the audience. "Man as a member of a species has been made a reality by the culture industry. Now any person signifies only those attributes by which he can replace everybody else; he is interchangeable." Standardization, says Adorno, "divests the listener of his spontaneity and promotes conditioned reflexes." To this point, the argument suggests that both popular culture and its audience suffer a radical loss of significance under late capitalism.


circumvent: 회피하다; substitutability: 대체가능성; dialectical: 변증법적;

soap operas: 연속 멜로드라마; monopoly: 독점; divest: 박탈하다; spontaneity: 자발성


2. [제시문 2]는 다른 학자가 문화와 관련하여 음악에 대해 쓴 글이다. 이 글의 논지를 자세히 기술하시오.


[제시문 2]

Hall and Whannel argue that popular music, and its associated commodities (such as magazines, concerts, posters and films), are selected in order to explore and establish a sense of identity. Commercial popular music therefore provides the teenager with resources ('guiding fictions') that are valuable in dealing with the difficulties of emotional and sexual transition. The teenager does not therefore simply buy what the record industry provides. Indeed, only 10 per cent of all records released actually make a profit for the industry (suggesting large-scale rejection of what is offered).

This approach was developed within the study of subcultures. The emphasis here rests upon the use of popular music in a subordinate or minority group's resistance to the values and attitudes of a 'parent' culture. A specific form of popular music will be chosen as one of the elements that reflects a set of central values with which the subcultural group identifies. The choice is not then made arbitrarily or casually. The music is meaningful. Willis's analysis of the culture of bikers illustrates this. Classic 1950s rock music is significant, for as a historically unified corpus of music, it is readily opposed to the temporary popular music, and thus the biker is separated from the consumer of pop music. Classic rock'n'roll (for example by Elvis Presley and Buddy Holly) is expressive of masculine values. Finally, the driving rhythms are expressive of a life of movement (and thus the music provides an imaginary soundtrack to bike-riding itself).


subculture: 하위문화; bikers: 오토바이족; masculine: 남성적


3. 아래 표는 어떤 국가에서 지난 일 년 동안 고전음악과 대중음악 연주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특성을

비교한 자료이다. 위의 [제시문 1]과 [제시문 2]의 입장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이 자료를 해석하시오.

(표에 나타난 특성 중 논의 전개에 적합한 일부만을 사용해도 무방함)

특성

고전음악 연주회 참석률(%)

대중음악 연주회 참석률(%)

전체인구 중 비율(%)

연령

15-24

25-34

35-44

45-54

55-64

65 이상

15

12

19

25

14

15

25

21

22

17

9

5

18

18

20

17

12

14

합계

100

100

100

교육수준

중등교육 미만

중등교육

고등교육 이상

12

24

64

18

27

55

25

26

49

합계

100

100

100

거주지역

도시

도시 근교

농촌

82

5

13

73

7

20

71

7

22

합계

100

100

100

성별

44

56

49

51

49

51

합계

100

100

100



4. 아래 [제시문 3]은 근래에 음악계에서 일고 있는 현상을 보고한 글이다. 이 현상이 문화발전에 대해 시사하는 바를 위의 표 해석을 바탕으로 논술하시오.

[제시문 3]

클래식과 대중음악은 그 동안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20세기의 후반부에 들면서 이러한 장벽은 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단초가 '크로스오버(Crossover) 음악' 이란 형태로 나타났다.

크로스오버 음악의 위상을 제대로 세운 사람으로는 뭐니 뭐니 해도 클로드 볼링을 빠뜨릴 수 없다. 그는 클래식에서 출발하여 재즈를 거쳐, 영화음악과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나아갔다. 1976년에 장 피에르 랑팔과의 공동 작업으로 발표한 음반 '플루트와 재즈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모음곡'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무려 530주 동안이나 머무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이 행복한 클래식과 재즈의 만남은 많은 후예들을 탄생시켰는데, 바이올린의 피커스 주커만, 첼로의 요요 마, 클래식기타의 알렉산드르 라고야, 트럼펫의 모리스 앙드레, 피아노의 엠마누엘 엑스 등 현역 명연주자들이 각각 자신의 악기와 볼링의 재즈피아노를 결합한 음반을 취입했다. 볼링의 음반 작업이 크로스오버 운동에 끼친 공로는 이전까지의 크로스오버 음악이 기존의 팝이나 클래식 곡에 대한 편곡 위주로 진행되어 왔는데 비해, 크로스오버를 위한 고유의 곡을 작곡했고, 이를 정상급 클래식 연주자들로 참여하게 만들어 크로스오버 음악의 질적 평가와 권위를 높여 주었다는 점에 있다.

볼링의 성공 이후에 나타난 또 하나의 분수령은 테너 플라치도 도밍고였다. 1982년 그가 존 덴버와 함께 <퍼햅스 러브> 음반을 발매할 당시만 해도 미국의 음악계가 시끌벅적할 정도였다. 마치 이후 우리나라에서 테너 박인수와 대중가수 이동원이 정지용의 시를 바탕으로 한 노래 <향수>를 불러 레코드로 발매할 때의 시끄러움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도밍고의 시도는 성공을 거두었다. 굳이 따지자면 크로스오버 음악이 하나의 움직임으로 정착된 것은 이즈음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시기부터 수많은 크로스오버 음반들이 줄을 이었다.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강조한 것처럼, 문화 산업의 본질적 특성은 반복이다. 아도르노는 대중음악과 고전음악의 대비에 의해 이것을 설명한다. 「재즈에 관하여」라는 1936년의 그의 수필집만큼 일찍 아도르노는 대중음악의 본질적인 특성은 그것의 획일화라고 주장했다. 1941년에 쓰여진 「대중음악에 관하여」는 이러한 관점을 반복한다. “대중음악의 전체 구조는 표준화되어 있다. 대중음악은 표준화 하는 것을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시도마저도 전체적으로 표준화되어 있다. 표준화는 가장 일반적인 특징에서부터 가장 독특한 하나에까지 뻗어있다.” 표준화는 부분들의 교환가능성과 치환가능성을 내포한다.

대조적으로 아도르노에게 고전음악은 구체적인 전체성이다. 그것에 의하여 그것에 따라 모든 세부항목들은 부분들의 구체적인 전체성에서 그것의 음악적 지각을 이끌어 낸다. 이것은 변증법적인 관계이다. 전체성은 특정 부분들의 유기체적 상호관계로 구성되어져 있다. 고전 음악의 경우 교환 가능이 불가능하다. 만약 하나의 세부항목을 빠뜨린다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수시 2


1

계열 공통

Now imagine a society in which everyone believes that what the authorities say is always true. If those in power say that black people are inferior to white people, for example, the citizens sincerely believe that it is true. They misunderstand “truth,” and the nature of their misunderstanding undermines the very point of having the concept of “truth.” Social criticism often involves expressing disagreement with those in power. But a member of such society doesn't believe that the authorities can be mistaken. So criticism-disagreement with those in power-is practically impossible.


문항 1. 이 글에서 설명하는 사회에서 사회비판이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문항 2. “권력”과 “진실”의 관계가 이 글에서와 같다면, 그러한 사회가 가지는 강점과 약점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보시오.


2

인문 계열

개인의 정체성은 다음의 세 가지 주요 구성요소로 이루어진다. 세 가지 구성요소란 ‘부여된 지위’(사회에 의해 주어진 지위), ‘주관적 지위’(자신이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위), 그리고 ‘소망적 지위’(자신이 수행하기를 원하는 지위)이다. 건강한 정체성은 이 세 가지의 요소들이 균형을 이룬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흔히 정신지체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기 이미지와 사회가 그 개인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이미지 사이에서 심각한 괴리를 경험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정신지체인들이 위약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간주한다. 사람들은 정신지체인들이 그들에게 ‘부여된 지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스스로 ‘주관적 지위’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여기며 ‘소망적 지위’를 가지도록 주위로부터 적절한 격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정신지체 : 지적 능력과 사회적 능력 모두에서 심각하게 평균 이하의 제한성을 보이는 상태


문항 1. 위의 글에서, 건강한 정체성은 세 가지 구성요소가 균형을 이룬 상태라고 한다. 세 가지 구성요소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말해보시오.


문항 2. 정체성의 세 가지 구성요소들이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있는 한 가지 사례(개인 혹은 집단)를 들고, 그 불균형 상태의 극복방안을 제시하시오. 단, 위의 글에서 언급한 정신지체인의 사례를 제외하시오.


3

자연 계열

한글 기본 글자의 모양은 발음할 때의 혀나 입의 구조를 나타낸다. 그리고 각 글자는 하나의 발음과 일치한다. 그러나 영어의 경우 ‘a’는 ‘에이, 아, 애, 어, 에’ 등으로 읽혀진다. 28자의 자음과 모음으로 음절을 표현하는 원리에 따른 한글은 컴퓨터 자판으로 입력하기에도 아주 편리하다. 그러나 중국어나 일어는 컴퓨터에 입력하려면 발음에 해당하는 영어 알파벳을 우선 입력하여 제시되는 동음의 중국어나 일어 후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매우 불편하다. 또한 한글은 영어와 다르게 자음과 모음이 모여 음절단위를 구성한다. 그러므로 ‘세종대왕’을 입력할 때 자음과 모음을 합쳐 11개의 키 입력을 하지만 실제로는 4개의 음절로 코드를 만들어 저장(완성형 코드 방식)하기 때문에 저장 공간의 절약뿐만 아니라 음절 단위로 구성되는 의미소를 분리해야만 하는 언어 번역이나 검색 시스템 개발에 아주 효과적이다.

“문자의 역사를 통틀어 한글과 같은 것은 없다”는 학자 래리 레디어드의 극찬과, “한글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의 하나”라는 제프리 샘슨의 찬사는 한글이 언어학적인 입장에서 보더라도 매우 우수할 뿐만 아니라 컴퓨터로 정보처리를 하는 21세기에 더욱 그 가치가 돋보이는 문자임을 증명한다.


▸문항 1. 앞으로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음성을 인식하고, 또 저장된 문장을 읽어주는 음성합성 시스템이 보편화되어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음성인식/합성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한글이 영어보다 우수한 이유를 설명하시오.


▸문항 2. 영어와 달리 한글은 자음과 모음으로 입력이 되지만, 컴퓨터 내부에서는 음절로 변환되어 저장되고 처리된다. 이와 같은 음절 단위의 처리방법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을 설명하시오.



정시

<유의 사항>

1.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500자 내외(1400~1600자)로 서술할 것.

2. 시험 시간은 150분임.

3. 제목은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할 것.

4. 수험번호, 성명 등 자신의 신상에 관련된 사항을 답안지에 드러내지 말 것.

5. 반드시 흑색 연필이나 흑색 볼펜으로 작성할 것


【문제】(가), (나), (다)는 환상, 신화, 축제와 같은 비일상적인 것들의 의미를 기술하고 있다. 제시문 (라)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정하여 현대 사회 안에서 비일상성이나 비현실성이 지니는 기능을 논하시오.


(가)

환상문학은 문화적 질서가 의존하고 있는 토대를 제시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무질서, 불법적인 것, 법과 지배적 가치체계 바깥에 놓여있는 것들을 짧은 순간 열어 보이기 때문이다. 환상적인 것은 문화의 말해지지 않은 부분, 보이지 않는 것, 즉 지금까지 침묵을 강요당하고 가려져 왔으며 은폐되고 부재하는 것으로 취급되어온 것들을 추적한다. 다시 말해 환상문학은 꺾이지 않는 욕망, 즉 이미 존재하거나 실제로 보일 수 있도록 허용된 것들과는 대립되는, 아직 존재하지 않거나 또는 존재하도록 허용된 적이 없는 것, 들어보지 못한 것, 보이지 않는 것, 상상적인 것에 관한 열망에 대해 말한다. 나아가 환상문학은 거부나 전복을 통해 급진적인 문화적 변형의 가능성을 확립하려 한다.


(나)

신화가 없다면 모든 문화는 건강하고 창조적인 자연적 능력을 잃게 된다. 신화로 둘러싸인 지평선 속에서 비로소 문화의 움직임 전체는 하나로 통일, 완결되는 것이다. 상상력과 아폴로적 꿈의 모든 힘들은 신화를 통해서야 비로소 정처없는 방랑에서 구제된다. 신화의 형상들은 보이지 않게 어디에나 존재하는 마적(魔的)인 파수꾼이어야 한다. 이 파수꾼의 비호를 받으며 젊은 영혼은 자라나게 되고, 어른은 자기 삶과 투쟁을 그 표식에 비추어 해석한다. 국가에 있어서도 신화적 토대보다 더 강력한 힘을 지닌 불문율은 없다. 왜냐하면 신화적 토대는 국가를 신화적 표상으로부터 자라나게 하고, 국가와 종교와의 관계를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이제 신화에 의한 이끌림이 없는 추상적 인간, 추상적 교육, 추상적 풍습, 추상적 법률, 추상적 국가를 상상해 보라. 그 어떤 고유한 신화에 의해서도 제어되지 않는 무절제한 예술적 상상력의 방황을 눈앞에 그려보라. 확고하고 신성한 근원을 갖지 못하여 자신의 모든 가능성을 고갈시키고, 그리하여 다른 문화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어떤 문화를 상상해 보라. 이것이 오늘날의 모습으로서, 신화를 말살하려 했던 저 소크라테스주의가 초래한 결과이다. 이제 신화를 상실한 인간은 영원히 굶주리며 모든 지나간 것들 사이에 서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 땅을 파헤치고 있다.


(다)

중세의 엄숙성은 한편으로는 두려움, 허약함, 비하, 굴종, 거짓, 위선의 요소들로, 다른 한편으로는 폭력, 위협, 협박, 금지로 채워져 있었다. 이 엄숙성은 탄압과 강제와 금지를 통해서 권력을 대변했다. 그러한 까닭에 중세의 엄숙성은 민중의 불신을 불러일으켰다. 엄숙성은 공식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었으며, 공식적인 모든 것처럼 거역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것은 억압적이었고, 두려움을 불러일으켰으며, 제약적이었고, 왜곡했으며, 위선의 마스크를 썼다. 엄숙성은 금식(禁食)의 순간에도 탐욕스러웠다. 그러나 축제의 광장과 주연(酒宴)의 식탁에서 그 가면이 벗겨지면 웃음, 바보스러움, 무례함, 욕설, 패러디, 풍자를 통해서 다른 진실이 드러났다. 모든 두려움과 거짓은 세속적이고 육체적인 축제의 원리 앞에서 스러졌다.

(라)

소설에는 세 가지 의혹된 바가 있다. 헛것을 내세우고 빈 것을 천착하며, 귀신을 논하고 꿈을 말하였으니 지은 사람이 첫 번째 의혹이요, 허황된 것을 감싸고 비루한 것을 고취시켰으니 논평한 사람이 두 번째 의혹이요,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경전(經典)을 등한시했으니 탐독하는 사람이 세 번째 의혹이다. 소설을 지은 것도 옳지 못한 일인데 무슨 심정으로 평론까지 붙여 놓았단 말인가? 평론한 것도 옳지 못한 것인데 『삼국지』 또는 『수호전』을 속집(續集)까지 만든 자가 있었으니, 그 비루함을 더욱 논할 나위가 없다. 슬프다! 더욱 심한 자는 음란한 더러운 일을 늘어놓고 괴벽한 설을 부연하여 보는 사람의 눈을 기쁘게 하기에 힘쓰면서 부끄러워할 줄을 모른다. 내가 일찍이 보건대, 소설들 서목(書目) 중에 연의(演義)를 개척한 것도 있는데, 비록 펼쳐 보지는 않았지만 그 명목만 보아도 너무 괴상하다.



정시

<유의 사항>

1. 제목은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하도록 한다.

2. 답안 작성은 어문 규정과 원고지 사용 규칙을 따르되, 분량은 1,100~1,200 자로 한다.

3. 필기구는 반드시 흑색 또는 청색 펜만을 사용하여야 한다. (연필을 사용하여 작성한 답안, 흑․청색 이외의 색 필기구로 작성한 답안은 모두 0점으로 처리한다. 수정시에 적색 펜이나 수정액 등을 사용한 경우에도 0점으로 처리한다.)

4. 문제와 관계없는 불필요한 내용이나 자신의 성명 또는 신분이 드러나는 내용이 있는 답안, 낙서 또는 표식이 있는 답안은 모두 0점으로 처리한다.


문 제

지문 <가>에 제시된 ‘선거’의 양상을 살펴보고, 지문 <나>에 제시된 ‘추첨’이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가>

그 다음의 순서는 희미한데 한 사람, 애국애족을 되풀이해서 들먹이는 사람이 있었다. 그 뒤에 등단한 사람이 그것을 꼬집었다.

“이제 막 말한 사람, 틀림없이 애국자입니다. 개장국 잘 먹거든요. 또 애족자인 것도 틀림없습니다. 돼지 족발 잘 잡숫거든요.”

애국애족한다는 사람이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단상에 뛰어올라 꼬집은 자의 멱살을 잡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뒤에 알고 보니 사돈끼리라고 했다.

그 다음 차례의 어떤 사람은 자기가 국회의원이 되기만 하면 공출을 없애고 뭣을 없애고 하며 한창 신이 나게 없애 가는 통에 세금을 없애겠다고 나섰다.

“미친놈 다 보겠다.”

고 내 곁에 있던 영감이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저편에서,

“이왕 없앨 바엔 국회도 없애 버려라.”

고 고함이 터졌다. (중략)

“내 기호는 10, 보시오, 위에 막대기 다섯 개 밑에도 다섯 개, 노름꾼 문자로 5땡이라는 겁니다. 열다섯 사람이 나왔는데 짓고땡이 끗수로선 내가 최고 아닙니꺼. 노름으로 치면 이긴 거나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여러분이 표를 찍어 주건 안 찍어 주건 나는 국회에 갈랍니다. 내 기술이 목공이요. 책상 하나 걸상 하나 만들어 가지고 국회에 턱 갖다 놓고 앉아 버틸 참이오. 국회의원 노릇을 한다 이 말씀입니다. 내 아들이 작년 사범학교에 시험을 봤는데 뚝 떨어졌거든요. 그래 책상과 걸상을 만들어 아이놈에게 짊어 지우고 학교로 가서 교실 한구석에 턱 갖다 놓고 아들놈 보고 앉으라고 하고 나는 옆에 서 있었습니다. 선생님 보곤 동냥글 좀 배웁시다 했지요. 그랬더니 1주일 만에 보결로 입학시켜 줍디다. 시험에 떨어진 학생을 배짱으로 입학을 시키는디 백성을 돌보는 국회가 괄세를 하겠습니까. 허나 선거에 떨어진 놈이 국회에 가서 옥신각신한다면 우리 고을의 창피가 아닙니꺼. 그러니 그런 창피가 없도록 미리 내게 표를 많이 던져 주십시오. 기호는 10, 5땡이올시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하며 곁에 있는 노인이 우리더러 들으라고 씨부렸다.

“저자의 아들은 아버지가 당선되면 나라 일이 말이 아니고 아버지가 낙선되면 우리 집 일이 말이 아니라면서 돌아댕긴다오.”

말이 내킨 참인지 그 노인은 또 이런 얘기도 들려 주었다. 윤또상이란 입후보자의 아들은 운동원을 트럭에 가득 싣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윤또상 군을 국회에 보냅시다.”

하고 선창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감의 주석이 또 걸작이었다.

“국회의원도 좋지만 아들놈이 제 애비를 윤또상 군이라고 해? 후레자식 같으니…….”

정견 발표회가 끝나자 나와 이광열은 그 노인을 막걸릿집으로 청했다. 거기서 별의별 우스꽝스러운 얘기를 들었다. 돈의 힘, 술의 힘, 온갖 수단이 쓰여진다는 얘기는 우울했지만 처음으로 겪는 선거라 그런 정도로 되어 가는 것도 반가운 일이라고 우리들은 웃었다.

“저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국회의 꼴이 뻔하기도 하지만.”

하면서도 이광열은,

“그러나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하고 덧붙이길 잊지 않았다. - 이병주, 「관부연락선」에서


<나>

근대국가의 크기는 추첨제도의 폐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규모가 크고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에서도 커다란 정치 단위로부터 적은 수의 개인을 선발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추첨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체제의 크기와 상관없이 추첨을 통해 필요한 숫자만큼의 개인을 선발하는 것은 가능하다. 선발의 한 방법인 추첨은 실행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오늘날에도 배심원을 구성할 때 정기적으로 추첨을 사용하는 사법제도가 있다. 따라서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추첨이 아닌 선거에 전적으로 의지하게 된 것은 아니다.

사실상 오늘날에는 추첨의 정치적 사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추첨은 근대 사회의 정치 문화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오늘날 우리는 추첨을 괴상한 관습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물론 우리는 추첨이 고대 아테네에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비록 놀랍다는 말투이지만, 이러한 사실을 가끔 언급하기도 한다. 실제로 아테네 사람들이 이러한 절차를 채택할 수 있었다는 것은 난해한 수수께끼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계의 중심을 형성하는 데 일조한 현대 문화의 보편적 관점을 뒤집어 보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마도 이렇게 질문해 보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왜 우리는 추첨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스스로를 민주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일까?” (중략)

아테네 민주정은 민회(ekklesia)가 수행하지 않는 대부분의 기능을 추첨을 통해 선출된 시민들에게 위탁했다. 이 원칙은 주로 집정관(archai)들에게 적용되었다. 아테네 행정부를 구성했던 700명 가량의 행정직 중에서 600명 정도가 추첨을 통해 충원되었다. 아테네에서 제비뽑기(kleros) 방식을 통해 선임된 행정직은 대부분 협의체였으며, 임기는 1년이었다. 일생 동안 다른 행정직에 임명될 수는 있었지만, 동일한 직책을 한 번 이상 가질 수는 없었다. 복무시간표(이전의 직책에 대한 정산과 감사를 모두 마치기 전에 새로운 직책에 취임할 수 없다는 규정)의 존재는 실질적으로 한 사람이 어떤 행정직을 2년 연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30세 이상의 시민들(기원전 4세기에 약 2만 명 정도) 중에서 아티미아(atimia; 시민권의 박탈)라는 처벌을 받지 않은 사람은 누구든지 행정직에 취임할 수 있었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테네 정치체제는 시민들이 미숙하다거나 무능력하다고 판단한 행정관의 선출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행정관은 언제나 민회와 시민법정의 감시를 받았다. 임기가 끝나면 결산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으며, 임기 중에도 시민들이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었고 직무 정지를 요구할 수 있었다. 행정관에 대한 신임을 묻는 것은 최고회의(ekklesiai kyriai)의 필수 안건이었다. 시민이면 누구나 행정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제안할 수 있었다. 만약 행정관이 투표에서 지면 즉각적으로 업무가 정지되고 사건은 법정에 회부되어 무죄(그 이후에는 다시 업무를 재개할 수 있었다) 혹은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들은 상식이었기에, 모든 시민들은 행정관이 되면 직무 결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 탄핵될 가능성이 늘 있다는 것, 소송에서 지면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 등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점은, 행정관으로 선출되기를 원하는 사람의 이름만이 추첨기계(kleroteria)에 넣어졌다는 사실이다. 30세 이상의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추첨이 행해진 것이 아니라, 후보로 지원한 사람에 한해서만 추첨이 이루어졌다.

- 버나드 마넹 지음, 곽준혁 옮김, 『선거는 민주적인가』에서


출제 의도 및 문제 해설

우리는 여러 가지 사회적 관습이나 제도에 별다른 심사숙고 없이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선거’만 하더라도 그것이 민주주의의 이념을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여기곤 한다. 이번 문제에서는 이러한 고정관념에 대하여 도전적인 문제 제기를 한 지문을 제시하여 수험생들로 하여금 통념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 제도 및 현상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보고 창의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도록 하였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력 및 유효한 문제해결 능력을 점검하는 데 출제의 주안점을 두었다.

문제는 지문 <가>에 묘사된 선거의 양상을 고려하여 지문 <나>에 제시된 ‘추첨’의 대안적 가능성 여부를 논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두 지문 가운데 <나>에 초점이 놓이는 셈이다. <나>의 내용은 고대 아테네에서 시행됐던 추첨 제도의 요목을 집약적으로 정리한 것으로서 면밀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뒷부분에 나와 있는 ‘미숙하거나 무능력한 행정관의 선출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에 관한 사항은 ‘추첨’을 엉뚱하거나 초보적인 제도로 논단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추첨의 유효성을 부정하는 견해를 제시하고자 할 때 치밀한 반박 논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지문 첫머리에는 오늘날 배심원 선출에 있어 추첨을 적용하는 사례가 제시되어 있어 그것이 현대에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추첨을 한낱 지난날의 제도일 뿐이라고 몰아붙일 수 없게 하는 한편, 오늘날 추첨을 적용한다면 어느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또는 없을까)를 고민하도록 하는 조건이 된다. 추첨의 대안적 가능성을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간에 자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에 따른 논리적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지문 <가>는 지문 <나>에 대한 보조 자료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별로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지문 속에도 몇 가지 신중히 고려할 사항들이 담겨 있다. 전체적으로 선거의 혼탁상과 난맥상이 묘사되어 있지만, 글 뒷부분에 ‘처음으로 겪는 선거’라는 사실과 함께 앞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되어 있어 선거 자체를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수험생들은 선거의 난맥상이 여전하며 본질적이라고 하는 쪽으로도, 또한 그것이 부수적인 것이며 개선될 수 있다고 하는 쪽으로도 논지를 전개할 수가 있다. 이때 어떠한 문제가 어떻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거나 또는 어떻게 개선 가능하다거나 하는 데 대한 판단을 할 것이 요청된다. 지문의 내용 가운데 선거에 있어서의 ‘돈의 힘’[금권]이나 ‘공약(空約)’, ‘비방 및 인신공격’ 등이 중요한 화두가 될 터인바, 이러한 요소를 잘 짚어내 논리정연하게 주장을 풀어나가면 좋은 답안이 될 것이다.

이번 문제의 답안을 평가함에 있어 수험생이 추첨 제도의 대안적 가능성을 긍정하는가 부정하는가의 여부는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두 가지 방향의 논지 전개가 모두 가능하다. 관건은 적절하고 충실한 근거에 입각하여 주장을 합리적으로 논증하는 데 있다. 이와 함께 상대편 논지에 대한 적절한 반박 근거를 갖추는 것 역시 필요한 사항이 된다. 답안 가운데는 선거와 추첨을 상호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선거와 추첨을 함께 비판하면서 또 다른 방안을 내거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는데, 이러한 답안에 대해서도 그 선택 자체를 문제삼기보다 근거를 제대로 갖추었는지를 살펴서 평가하게 될 것이다. 쉽게 생각 못할 독창적인 주장을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하여 지문과 상관 없이 일반론 차원에서 상투적 주장을 전개하는 글, 주어진 지문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안에서 맴돌고 있는 글, 막연하고 어설프게 문제의 절충을 꾀하는 글 등은 낮은 평가의 대상이 된다.



❏ 예시 답안 1

오늘날 민주주의라고 하면 누구나 선거를 생각하고 민주주의와 선거를 동일시한다. 그러나 선거와 관련된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거나 선거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선거가 과연 민주적인 것이고 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하는 제도인지 의심하게 된다.

선거란 국민이 자신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해서 각자 1표를 행사하여 대표자를 선출하여 나라의 일을 처리하도록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지문 <가>에 보이는 것처럼 선거에는 금력, 권력이 가지는 엄청난 영향력을 비롯하여 지연, 혈연, 학연 등의 요소와 선동, 대중적 인기, 호기심, 무관심과 냉소 등의 상황적․비합리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또한 선거 과정에서의 고비용과 인력 동원, 공약(空約) 남발은 과연 그것이 훌륭한 대표자를 뽑는 적절한 절차인가 회의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요소를 방지하기 위해 번거롭고 복잡한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 대표자나 어떤 조직 또는 기관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에는 선거와 추천, 임명, 시험 선발, 추첨 등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방식들 가운데 부작용이 가장 적고 민주적인 방식은 어떤 것일까? 물론 그것은 대표자가 맡은 역할이나 기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그에 맞는 지식과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대표자가 가지고 있는 기능에는 전문성보다는 건전한 상식과 합리성이 더 필요한 면이 있다. 사법절차의 진행에 있어 법관이 아닌 일반 시민이 배심원이 되어 유무죄의 결정을 훌륭히 내리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가 된다.

이렇게 본다면 지문 <나>에 제시된 추첨 방식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어떻게 요행에 기대어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겠는가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의 필요악적 요소로 인한 사회 전체의 자원 낭비를 고려한다면 추첨의 방식이 더 간명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 능력과 성품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겠지만 자격 요건에 대한 적절한 심사(납세의무 이행, 범죄전력 여부, 병역의무의 이행 등)를 거침으로써, 또한 그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하고 직무에 대한 평가를 엄격히 수행함으로써 문제의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이 제도를 통해 소명의식을 지닌 건전한 시민의 폭넓은 참여를 통한 민주주의 정신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측면이 커 보인다. 추첨 제도의 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연구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예시 답안 2

국가권력은 크게 입법부․사법부․행정부로 구분되며, 이를 조직하고 구성하는 원리는 작은 단위에서 큰 단위에 이르기까지, 하부구조에서 상부구조에 이르기까지 복잡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입법부를 구성하는 의원의 선출에 있어서는 선거가, 사법부와 행정부를 구성하는 공직자 선발에 있어서는 시험제도가 활용되지만 이밖에도 여러 방법이 병행되고 있다.

글 <가>는 입법부를 구성하는 의원을 선발하는 선거와 관련하여 금권선거, 비방선거 등 선거제도의 부정적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글 <나>에서는 아테네의 행정관의 선발 방법으로 사용되었던 추첨 제도를 소개하면서 오늘날에 있어서의 민주적 사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추첨이 대안이 될 수 있는 제도인가를 보기 위해서는 아테네의 행정관 선출방법이 과연 오늘날의 상황에 적용 가능한가의 문제를 살펴야 한다. 아테네에 있어서 추첨에 의한 대표자 선발은 아직 충분한 사회적 분화가 이루어지기 이전의 소규모 도시국가라는 배경에서 한정된 공직에 적용되었다는 점에서, 국제화․전문화․분업화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사회에 적용하기에는 많은 난점이 있다고 본다. 적어도 이 추첨 제도는 입법․사법․행정 각 분야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 제도가 아님은 분명하다. 각 분야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그에 적합한 선발 방법을 다양하게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약, 아테네에서 행정관 추첨 제도가 사후 직무평가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하여 효율적으로 운영되었다면, 오늘날 그러한 적용이 가능한 분야가 무엇일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최근 사법제도 개혁에 있어서 논의되는 배심원의 구성과 관련하여 그 활용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문 <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금권이나 관권 선거 등의 부작용을 근거로 선거 자체의 합리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선거의 문제점은 사회가 성숙과 함께 점차 개선돼 왔으며, 앞으로 더욱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그 제도를 통해 민주적 대의정치의 원만하고 안정적인 운용이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만약 그것을 하루아침에 추첨과 같은 다른 제도로 대신한다면 오히려 더 큰 혼란과 부작용이 생길 것이 자명하다. 앞서 언급한 배심원 구성 등 일부 영역에서의 조심스러운 적용이라면 몰라도, 그 이상의 폭넓은 적용에는 극히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불필요한 모험을 추구하는 일이 아니라 안정의 바탕 위에서 제도의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는 일이라고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예시 답안 3

현대 사회의 주류 정치제도인 대의 민주주의에는 한 사회의 대표를 선출하는 제도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 가운데 오늘날 가장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 선거 제도라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선거 제도를 인류가 개발한 가장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대표 선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선거의 실상을 살펴보면 그 양상이 간단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문 <가>에는 선거의 여러 부정적인 모습들이 잘 묘사돼 있는데, 이를 한때의 혼란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인신공격과 선심성 공약, 엄청난 선거 비용 등이 여전히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선거가 재력과 학맥 등을 갖춘 일부 기득권층의 권력을 재생산하고 합리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다수 일반 시민은 대표자가 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정치현실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문 <나>에 제시된 고대 아테네의 추첨 제도는 우리에게 좋은 대안을 시사하고 있다. 그것은 일반의 우려와 달리 미숙자나 무능력자의 선출을 방지하는 안전 장치를 지니고 있는 효율적인 선발 제도였다. 공직에 나설 의사를 가진 시민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주는 한편으로, 대표자의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시민들의 상시적 견제와 평가가 가능했던, 민주주의 정신에 충실했던 대의 제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현대사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은 아니다. 고대사회와는 크게 다른 현대의 사회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보완적 적용이 필요하다. 그 보완책은 여러 맥락에서 신중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보완책을 구상해 볼 수 있다. 첫째, 복잡해진 현대사회의 특성을 고려해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강구한다. 직무에 맞추어 추첨 대상자의 자격 요건을 특화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둘째,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한 임기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직무 성격에 따른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 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 소수자들의 폭넓은 참여를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적극 고려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떤 사회제도든 머물러 있으면 썩기 마련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역사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는 끝없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사회적 제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선거에 고비용․비효율의 요소가 있고 비민주적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 추첨 제도는 그 좋은 대안이 되어줄 것이다.





정시

<유의 사항>

1. 논술 답안지의 수험번호란은 반드시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표기할 것.

2. 논술 답안은 반드시 검정 펜으로 작성할 것.

3. 수정 시 수정액/수정테이프를 사용하지 말고, 검정 펜으로 두 줄을 긋고 다시 쓸 것.

4. 빈칸을 포함하여 1600자 이상 1700자 이내로 쓸 것.

5. 답안지에는 제목을 쓰지 말고 본문부터 바로 시작할 것.

6.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는 표현이나 불필요한 표시를 하지 말 것.


[가] 지문은 대중문화에 대한 논의이다. 먼저 [나] 지문에 제시된 중심 개념을 도출․정리한 후, 이를 분석의 도구로 삼아 [가] 지문을 참조하여 [다] 지문의 ‘욘사마 현상’을 분석하시오.


[가]

대중문화는 이제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이런 대중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고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옹호론자들은 다수 대중들이 대중문화를 통해 민주적으로 문화를 향유하고 교양을 함양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비판론자들은 대중문화가 인간의 사고와 표현의 정수이어야 할 문화와 예술을 오히려 저급한 상태로 퇴행시킨다고 역설한다.

비판론자 가운데 대중문화를 문화산업과 연관시켜 비판하는 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대중문화를 문화산업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상품으로 간주한다. 그들에 의하면 문화산업가들은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기존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예술에 간섭하고 이를 자신의 의도에 맞게 변형시킨다. 문화산업가들은 연예인, 기획사, 제작사, 매스미디어, 유통업체 등을 하나로 묶어 이윤이 보장되는 대중예술을 양산하고 확대 재생산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문화산업가들은 다양한 문화적 공세를 통해 대중의 정서와 감정, 취향과 무의식마저 조작한다. 이 속에서 문화는 대량 생산된 상품처럼 다양성과 독창성을 상실하고, 대중들은 이를 향유하며 얻은 충족감을 통해 불만과 갈등을 해소하고 일상의 행복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한편 대중이 수동적으로 대중문화 상품을 소비하는 객체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이 경우 대중은 문화에 대해 스스로 해석하고 실천하는 주체이다. 대중문화 역시 제작자의 의도대로 조작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중문화는 제작자의 의도와 수용자의 의도가 만나고 섞이는 가운데 의미를 만들어가는 문화적 실천의 산물이기도 하다.


[나]

The mass media constantly forces cultural symbolic signs on society. The signs in mass culture have hidden as well as obvious meanings. These signs have secondary meanings in some cultural or social contexts. When specific signs go beyond their primary meanings and are charged with psychological, emotional or ideological meanings, cultural myths are produced. These myths are stories, ideas, and images that embody the main aspects of culture. Producers, advertisers, journalists, and even cultural consumers create myths, influencing our thoughts and values. Myths at this level come to defend the values and interests of the dominant groups in society.

Some critics of mass culture see cultural consumption as manipulation. They think cultural producers use myths to affect the thoughts and behaviors of cultural consumers. These myths are combined with cultural products. This combination creates an environment where people consume products without thinking about the purpose behind the myths. It is through this that cultural industries make large profits. When viewed this way, mass culture is nothing more than fantasies made by cultural industries. Behind these are hidden the myths that the producers of mass culture create.


[다]

뉴욕타임즈 12월 23일자 인터넷 판은 도쿄발 기사에서 32세의 배우 배용준이 달콤한 드라마 덕분에 수많은 일본 중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고 인기 남성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한국과 일본에 무려 23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고 지적했다. ‘욘사마의 일본 폭격’이란 말이 있을 만큼 일본에서 배용준의 인기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2004년 일본의 최고 유행어로 ‘욘사마’를 선정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올해의 히트 상품 1위에 ‘욘사마’를 꼽았다.

일본의 배용준 팬들은 그를 ‘욘플루엔자’로 부른다. 욘사마와 인플루엔자의 합성어인 이 욘플루엔자에 한번 걸리면 그를 알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뜻이다. 심지어 ‘용겔계수’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말은 가계의 총지출액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계수에서 비롯된 용어다. 가계 총지출액에서 배용준과 관련된 문화상품인 <겨울연가> DVD, OST, 서적, 액세서리, 가발 등에 쓰는 비용의 비율을 일컫는다. 그가 일본에서 껌의 모델로 등장하면, 열성팬들은 아예 그 껌을 박스 째 싹쓸이한다. 어떤 일본 여성은 배용준의 한 쪽 폐에 들어가 호흡하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배용준의 이러한 인기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나도 욘사마만큼 인기가 좋아 여성들이 나를 ‘준사마’로 불러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배용준의 수려한 외모와 온화한 미소, 그리고 세련된 매너는 일본의 중년 여성 팬들을 사로잡는 요인이다. “욘사마의 어떤 모습이 좋으냐?”라는 질문에 대해 일본 팬들은 “왜 그를 이토록 사랑하게 되는지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보통 남자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다.”라고 답변했다. 배용준을 언어와 문화만 약간 다를 뿐 자신들의 현실 속에 있음직한 ‘이웃집 왕자님’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공항에 몰려든 중년 여성들 중 일부가 질서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일본 경찰과 보안 요원들에게 “키도 작고 못난 인간들! 욘사마는 달라.”라며 항의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욘사마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어떤 계층에 속할까? 지난 해 11월 배용준을 마중하기 위해 나리타 공항과 도쿄 시내 호텔에 모여든 수천 명의 팬 가운데 대다수는 30~60대 중년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겨울연가>의 순수한 사랑을 접하면서 옛 청춘 시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행복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고, 부부생활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많은 일본 주부들이 현실에 대한 비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옛 사랑에 대한 향수를 그에게서 찾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닛칸스포츠의 한 기자는 “젊은 시절 마음껏 연애를 할 수 없었던 일본의 40, 50대 중년 여성들이 배용준을 보며 하나같이 연애 감정에 젖는다고 한다.”며, <겨울연가>가 한동안 일본에서 자취를 감춘 복고 정서를 다시 일깨우는 기폭제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불황에 지친 일본인들이 고도 성장기였던 1950~70년대를 그리워하는 정서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다. 이밖에 10년 전에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대해 보여주었던 일본인 특유의 집단적 열광도 요인으로 입에 오르내린다.



정시

<유의 사항>

1. <문제 1>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500자 내외로 작성할 것.

2. <문제 2>는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900자 내외로 작성할 것.

3. 제목은 쓰지 말고 <문제 1>, <문제 2>로 표기한 후 바로 시작할 것.

4. 제시문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지 말 것.

5. 시험 시간은 100분임.

6. 답안지에 불필요한 표시는 하지 말 것.


<문제 1> [A]의 내용을 우리말로 요약하시오. (20점)

<문제 2> [A]와 [B]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문제 해결의 대안을 제시하시오. (30점)


제시문 A

Individualism was the basis of the great nineteenth-century philosophy of utilitarianism. Morly's essay "On Compromise," a characteristic document of Victorian liberalism, called individualism and utilitarianism “the religion of human happiness and well-being.” “Rugged individualism” was the keynote of human progress.

This may be a perfectly sound and valid analysis of the ideology of a particular historical epoch. But what I want to make clear is that the increased individualization which accompanied the rise of the modern world was a normal process of advancing civilization.

A social revolution brought new social groups to positions of power. It operated as always through individuals and by offering fresh opportunities of individual development; and, since in the early stages of capitalism the units of production and distribution were largely in the hands of single individuals, the ideology of new social order strongly emphasized the role of individual initiative in the social order.

But the whole process was a social process representing a specific stage in historical development, and cannot be explained in terms of a revolt of individuals against society or of an emancipation of individuals from social restraints. Many signs suggest that even in western world, which was the focus of this development and of this ideology, this period of history has reached its end.

< E. H. Carr의 What is History? 중에서


제시문B

어떤 일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 하는 것은 자유 경쟁을 통하여 결정되고, 어떤 일이 얼마나 많은 대가를 받느냐 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관계가 지배하는 시장 경제의 원칙에 따라서 결정된다. 시장 경제에서의 물가의 형성도 결국은 자유 경쟁의 결과로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얼마나 보수를 받느냐 하는 문제는 전체가 자유 경쟁을 통해서 판가름 나는 셈이다. 그 경쟁의 과정이 공정하게만 이루어졌다면 자유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은 그가 놓이게 된 불리한 처지를 불평 없이 받아들일 의무가 있는 것일까?

문제의 핵심은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욕구의 대립을 오로지 당사자들의 자유 경쟁으로써 해결하는 것이 언제나 옳다고 볼 수 있느냐 하는 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인간 사회를 하나의 공동체로 인정하는 이상, 개인 또는 집단 사이의 갈등을 ‘약육강식’의 원칙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

최저 임금 제도, 작업 환경의 개선 등을 규정하는 근로 기준법은 대부분의 국가가 도입하고 있는 약자 보호의 기본적 장치이다. 우리 한국에서도 이 기본적 장치를 도입하고 있으나, 그 실천이 미온적이어서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 노동 3권의 보장을 주목적으로 삼는 노동 조합법도 그 입법의 기본 정신은 약자 보호에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약자를 직접적으로 보호하기보다는 약자들 자신이 결합함으로써 강자에 대항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제도라는 점에 특색이 있다. 따라서 이 제도는 자유 시장 경쟁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그 한계가 있다. 왜냐 하면 근로자의 단결된 힘에 밀려서 마지못해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 해결이기보다는 또 하나의 힘의 논리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 김태길의 ‘할 일은 하고, 찾을 것은 찾고’ 중에서 >



정시


다음은 2005년 1월 11일자 어느 일간신문에 실린 기사의 일부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으로 실시한 ‘2003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분석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발표에 따르면, 기초학력 미달자가 초등학생은 과학 4.8%, 수학 3.7%, 국어 2.5%, 그리고 중학생은 과학 9.5%, 수학 11.5%, 국어 6%, 고교생은 과학 12.5%, 수학 10%, 국어 8.7% 등이었다.


* 2003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약 1%인 18,843명(573개 학교)을 대상으로 평가함.

위의 발표에 따르면, 초등학생보다 중 · 고교생 기초학력 미달자의 비율이 더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하여 논하라.

<지시 사항>

1. 답안은 원고용지 사용법에 맞게 작성하되, 글 제목이나 수험자 성명은 쓰지 않는다.

2. 고사 시간은 90분이며, 답안의 분량은 1,000자를 기준으로 한다(기준에서 ±40자를 벗어난 경우에는 감점).

* 띄어쓰기와 단락(문단) 나누기로 인한 빈칸, 그리고 표현 기법상 비운 칸은 글자로 인정한다 (마지막 단락 끝의 빈칸도 글자로 인정).

* 퇴고 과정에서 한 곳에 20자 이상을 삽입한 것은 글자 수에 더하고, 한 곳에서 20자 이상을 삭제한 것은 글자 수에서 뺀다 (20자 미만은 더하거나 빼지 않음).

3. 답안과 무관한 내용을 쓰거나 표시를 하지 않는다(이를 어기면 부정행위로 간주할 수 있음).

4. 답안을 작성할 때에는 우리 대학교에서 제공한 필기구와 답안지만을 사용한다.


<참고 사항>

1. 답안지는 2단으로 되어 있으니 주의한다.

2. 연습할 때에는 연습지만 사용하되 필기구는 자유롭게 사용한다.

3. 답안지와 연습지 오른쪽 끝에 표시된 숫자는 첫 칸부터 그 곳까지의 글자 수를 나타낸다.

4. 연습지와 문제지도 답안지와 함께 제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