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논술은 괴물이 아니다
글쓴이 : 조광제 글 올린 시간 : 2006-08-02 오후 1:35
논술이란 놈의 정체

헐리우드의 영화 제작 기법을 능가할 정도의 대단한 기술로 만들어진 대단한 한국 영화가 개봉된다고들 합니다. 제목이 ‘괴물’이라지요.

대입 논술고사가 시작된 지 13년째에 접어들었지만 논술의 실체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놈인가 봅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은 문어 같이 생겼다, 어떤 사람은 뱀 같이 생겼다, 또 어떤 사람은
물고기 같이 생겼다 하면서 자기네들이 가르치는 논술이 진짜라고들 강조하고 있지요.
‘독서논술’, ‘시사논술’, ‘역사논술’, ‘논리속독논술’ 등등이 그것들입니다. 소비자들인 우리 학생들은 논술이 뭔지 도대체 알 길이 막연합니다.
왜 이런 현상들이 생긴 것일까요?

우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논술은 태생부터가 기형적인 면이 있습니다.
하나의 생명은 그 자체로 존귀하고 따라서 탄생은 축복받을 일이지요. 하지만 논술의 탄생은 저주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들에게는 학업 부담이, 학부모에게는 경제적 부담이, 교사들에게는 자신들도 배워 보지 못한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이 있으니 누가 환영했겠습니까? 일부 학원들만이 쾌재를 불렀습니다. 논술이란 이름으로 강좌만 개설하면 불안감에 떠는 수험생들은 논술이 뭔지도 모르고 몰려올 것이니까요.

정상적인 탄생이 되려면 대학교에서 논술고사란 이름으로 불쑥 내던질 것이 아니라 교육부의 주관하에 십수 년간 초등학생들부터 논술적 교육을 시켜서 그들이 대입을 치를 때 논술고사를 봐야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다 보니 지금까지 혼란스러운 것이지요.
거기다 더 가관인 것은 대학들과 교육부의 줄다리기 속에서 더 기괴한 형태의 논술이 출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육부에서는 사교육을 부추기니 지필고사를 보지 말라고 하고, 대학들은 내신은 믿을 수 없으니 어떤 형태로든 대학별 선발고사를 치르려 하고. 이 와중에 논술을 빙자한 영어, 수학 문제가 출제되기도 하고...... 처음 논술을 탄생시킨 대학들이 논술이란 이름으로 그런 시험들을 보고 있으니 학생들은 그것도 정말 논술인가?

그렇다면 이전에 보던 논술은 뭐고, 통합형 논술은 뭐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진짜 괴물 같은 놈!

‘논술’은 ‘논리적으로 서술’한 글입니다.

논술을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글들 중 ‘논설문’이 있는데 그것과 사촌뻘쯤 된다고나 할까요, 일단 이름부터 비슷하잖아요? 그러나 설명문이라고 해서 논리성이 없느냐 하면 설명도 논리 정연하게 해야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므로 논리성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논술은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논설문보다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여기서 논리적이라 함은 자신의 뜻을 펼침에 있어서 그것이 이치에 맞고, 그 이유가 타당하며, 앞뒤 순서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기발한 발상을 요구하는 작문과도 다르답니다. 논술은 논술입니다.

이렇게 볼 때, 최근에 고대, 연대가 2008학년도부터 실시할 새로운 유형의 논술 문제라며 발표한 것들 중 수학 문제가 있는데 그것도 논술의 범주에 넣을 수는 있지요. 학생들의 논리성을 평가할 수는 있으니까요.

그러나 바람직한 논술 문제는 아닙니다. 아마 대학들도 프랑스의 바깔로레아 유형이 좋다는 것은 잘 알 것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교육 수준이 그런 문제를 다룰 정도의 학생들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수능과 내신이 변별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을 것입니다.

논술이 무엇인지를 간단히 말했습니다. 그러나 간단한 대신 구체적이지는 못하군요.
이제부터 논술을 자세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조광제 중앙일보 논술평가원장 (출처 :
http://www.nonsultest.com)
3. 논술, 좀 더 뜯어보기(조광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