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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교사의 실전강좌

3. 논제 따라 구상하기

[논술 구상] 깊이 있게 생각하자

[서론] 문제 상황과 앞으로 논의할 문제를 제시한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점차 현대 사회는 ‘생산이 소비에 의존한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 사실 팔릴 것이 보장되지 않는 물건을 만든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이러한 사회에서 생산자는 더 이상 소비자의 필수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물건을 생산한다는 거야. 생산이 소비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게 됨에 따라 대중 매체는 소비자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광고를 통한 기호의 창출에 나서지. 결과적으로 이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기호 그 자체가 되었어. 이처럼 구성원들이 기호를 욕망하고 기호를 소비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사회가 바로 ‘소비 사회’야.




[본론1] 제시문 (가)를 분석하여 현대 소비 사회의 특성을 정리한다.

제시문 (가)에 따르면, 소비의 시대인 오늘날에는 상품의 논리가 일반화되어 노동 과정이나 물질적 생산품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 전체를 지배한다는 거야(1문단). 그런데 이러한 소비 과정은 기호를 흡수하고 기호에 의해 흡수되는 과정으로, 모든 것이 이러한 기호의 질서 속에 재편되어 버렸어(2문단). 그리하여 육체마저도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하여 사회적 지위를 표시하는 여러 기호 중의 하나로 조작되고 있지(3문단). 현대 소비 사회의 특성은 한마디로 기호의 발신과 수신만이 있을 뿐이라는 거야.

이를 보드리야르는 이렇게 설명하지. 상품은 사용 가치에 의해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무슨 상표인지 얼마짜리인지가 실제로 상품을 선택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었어. 그는 구매한 물건을 통해 자신이 남과 어떻게 다른지, 혹은 자신이 어떤 집단의 사람들과 같은지를 드러낸다는 거야. 이는 단지 몇몇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가 자극되고 소비가 흘러 넘치는 현대 사회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모두에게 해당되지. 그리하여 상품은 이제 사용 가치가 아니라 의미를 낳는 기호 가치에 의해 규정되고 말았어. 이러한 상품의 기호화는 오늘날 서구에서 광범위하게 관찰되는 현대 사회의 주요한 특성이야.

[본론2] 제시문 (나)와 (다)의 삶의 방식이 (가)의 소비 사회와 갈등을 빚는 이유와 양상을 서술한다.

인도의 시라고 일컬어지는 <싯다르타>에서 헤세는 근원적 실재인 자연의 존재를 보여 주면서, 인간이 성찰을 통해 ‘자연의 질서’를 깨달을 수 있음을 설파하고 있어. 우리는 이러한 자연의 질서를 통하여 “강물이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으며, 결국 “더 많은 비밀, 나아가 모든 비밀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는 거야. 그런데 이러한 삶의 방식은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장소였던 거울은 사라지고, 대신 쇼 윈도만이 존재”하는 소비 사회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어. 한마디로 말해 ‘자연의 질서’는 ‘기호의 질서’와 대립할 수밖에 없지.

같은 맥락에서 다산 정약용도 <목민심서>에서 “마음이 담담하여 만족할 줄 알면 세상 재물을 구해서 어디에 쓰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성찰하면 세상 맛에서 초탈하게 될 것”이라며 ‘무욕(無慾)의 논리’를 펼치고 있어. 하지만 “초월성도 궁극성도 목적성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현대 소비 사회는 이미 “‘반성’의 부재, 자신에 대한 시각의 부재”인 허위 욕망의 실현태인지라,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지.

그러나 모든 유토피아가 그렇듯이 헤세의 유토피아나 정약용의 유토피아는, 그런 생활 양식이 과연 그리 쉽사리 일반화될 수 있을까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켜. 오늘날 생산이 지배하던 사회에서 소비가 지배하는 사회로 변화되면서, 상품의 소비 또한 사용 가치에서 기호 가치로 전환되었고, 인간은 자연에 대해 더욱 공격적인 힘을 행사하게 되었어. 현대 소비 사회에서 상품의 무한한 생산과 함께 새롭게 창출되는 의미 연관들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 측면도 있지만, 사물의 풍성함과 소비의 일반화는 결국 기호의 질서로 표현되는 관념적 허구의 세계로 인간을 밀어 넣고 말았지. 따라서, 현대의 소비 사회에서 인간은 자연과 공생적 균형의 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어.

[본론3] 현대 소비 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논술한다.

이러한 현대 소비 사회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보드리야르가 제시하는 대안은 ‘상징적 교환’이라는 개념으로, 이는 ‘기존의’ 자본주의 사회의 논리와 대립되는 소비 원리야. 이는 이윤 발생 없이도 물건을 자발적으로 교환 소비하는 것을 말하는데, 어떤 물건이 사용 가치나 교환 가치로 환원될 수 없는 상징적 가치를 갖고 있으면 가능하다는 거야. ‘선물 교환’은 이러한 성격을 갖는 소비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어. 선물을 하는 행위는 일종의 희생이나 심지어 낭비로 볼 수 있지만, 이 행위에 어떠한 의미가 주어지면 ‘선물’을 주고도 만족해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거야.

결국 보드리야르는 원시 사회를 모델로 하는 상징적 교환의 사회를 혁명적 대안으로 제시하여 자본주의 사회에 대립시키지. 자본주의 사회가 무한한 소유와 무한한 축적이 추구되는 사회라면, 상징적 교환의 사회는 생산물이 축적되지 않고 교환되는 사회야. 선물 교환, 축제, 종교적 제의 등의 상징적 교환에 의해 조직된 이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는 생산 논리와 유용성, 도구적 합리성의 전복을 꾀하게 되지. 어떤 의미에서, 제시문 (나)와 (다)에서 헤르만 헤세나 정약용이 이상화한 사회 모델과 상통한다고 할 수 있어.

하지만 이러한 혁명적 발상은 ‘현실적이기에는 너무나 이상적인’ 나머지 쉽사리 우리 삶의 양식으로 채택할 수 없어. 당장 편리한 소비 사회에서 벗어나 원시적 삶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야. 따라서, 우리는 자연과 인간의 공생적 균형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인간에게 안락한 삶을 제공해 주는 새로운 관계 설정을 모색해야 해. 만약,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소비 사회가 더욱 자연 파괴적 양상으로 치닫는다면, 자연은 인간에게 더 이상 관용을 베풀지 않게 될 거야. 따라서, 우리에게 남은 문제는 자연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가 하는 문제라기보다는, 그 자연 속에서 인간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가 하는 바로 그 문제라는 점을 명심하고, 실천 가능한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거야.

[결론] 이제까지 논의를 요약하면서 제언이나 전망을 한다.

현대 사회에서 상품의 무한한 생산을 위해 창출되는 기호들은, 지배와 정복의 대상으로 간주되는 자연을 심하게 파괴하여, 그 자연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마저도 결국 파괴하고 말았어. 이러한 상황인데도 조작된 이미지나 왜곡된 기호의 본질적 의미를 간파하지 못한 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에 손에 이끌려 관념적 허구의 세계로 끌려 들어간다면 인류의 미래는 아무도 기약해 주지 않을지도 몰라.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필요한 만큼 소비하는 생태적인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어.

박용성/ 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