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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글쓰기 교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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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구/충남 양화중학교 3학년 귀가 찢어질 듯한 매미의 울음소리와 따가운 여름 햇살이 내 뒤통수까지 따갑게 했던 어느 여름 날. 사촌 누나네 집에 놀러 갔다가 앞 마당에서 봉숭아물을 들이는 누나를 보게 되었다. 손가락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여 물들이는 누나를 본 나는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 “나도 물 들여줘, 누나”라고 말을 꺼냈다. ‘별 이상한 아이도 있구나’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누나는 퉁명스런 목소리로 “알았어”라며 내 손가락에도 물을 들여 주기 시작했다. 수 없이 물들여 본 듯한 누나의 솜씨로 드디어 붉게 짓이겨진 봉숭아 잎 한 덩어리가 내 손톱 위에 올라왔다. 정성스럽게 손톱 위에 올린 봉숭아 이파리 위에 얇은 비닐이 덧씌워지고 마지막 작업으로 실을 꽁꽁 묶어주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내 손톱 위에 어느새 자연을 닮은 예쁜 색깔이 모습을 담아내는 게 아닌가? 붉은 오렌지색이라고 해야 할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색깔이었다. 해가 넘어갈 쯤 누나네 마당을 나와 집으로 가는 도중에 동네 할머니를 만났다. 그런데 동네 할머니 말씀이, “이놈아, 사내 녀석이 봉숭아 물 들이냐? 고추 떨어지겄다.” 하시는 것이었다. 물들인 것을 어떻게 아셨는지는 모르지만 괜히 마음이 상해 빠른 걸음으로 고개를 넘고 논길을 건너 집으로 왔다. 동네 할머니는 왜 나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할머니는 빨갛게 물들어 있던 내 손톱을 보시고 ‘여자가 하는 짓을 왜 남자가 하느냐’라고 비유적으로 말하신 것이었다. 할머니나 할아버지 세대에는 그렇게 말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세상은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는 그런 말이 통하지 않는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처음부터 둘로 나누려고 해서는 안 된다.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살다보면 비슷한 점도 많고 닮아가는 점도 있다. 여성과 남성, 소년과 소녀, 엄마와 아빠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그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다. 치마 입은 남자, 양복 입은 여자가 많이 나오는 그런 세상이면 어떤가?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성적인 차별은 부정하고 차이만을 인정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평 "남녀 평등세상" 슬기롭게 짚어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차별은 끊임없는 사회 불안과 저항, 낭비를 만들어 냅니다. 아름다운 사회는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차별은 없는 세상입니다. 이 글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지혜가 필요함을 슬기롭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임두빈/충남국어교사모임 회원, 양화중학교 교사 idb72@cho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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