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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과 리니언시

이야기경제, 담합, 리니언시, 박원배

조선 후기인 1821년, 청나라의 수도 연경(燕京). 당시 조선의 거상이던 임상옥(사진)은 변무사의 일원으로 연경을 찾았습니다.

변무사는 청나라가 뭔가 오해를 하는 게 있다고 판단될 때 파견하던 특별 사신. 이때 그가 무역을 위해 갖고 간 상품이 인삼입니다. 사신단을 파견하면 자연스럽게 무역이 이뤄졌죠. 당시 중국에선 인삼이 조선 최고 상품으로 꼽혔어요.

그런데 청나라 상인들은 인삼을 헐값에 사기 위해 아무도 인삼을 사지 않겠다고 했어요. 시간이 지나 가치가 떨어지면 싸게 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이때 인삼을 앞에 놓은 임상옥의 선택은 놀라웠어요. 청나라 상인들이 보는 앞에서 인삼을 불태우기 시작한 것이죠. 인삼이 꼭 필요했던 청나라 상인들은 임상옥이 제시한 가격을 주고 인삼을 모두 사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 상인들의 행위는 전형적인 담합(가격제한)이다. 담합은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서로 짜고 벌이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말한다. 담합을 해서 부당한 이익을 얻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뉴스를 자주 만나게 된다. 정부는 법을 강화해서 담합을 막으려고 애쓰지만 이익이라는 달콤한 유혹 앞에 담합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성공하면 이익, 실패해도 손실 없는 담합

담합하는 이유는 경쟁을 막아 이익을 더 얻으려는 욕심 때문이다. 중국 상인들은 인삼이 꼭 필요했다. 당시 연경에는 가뭄으로 인삼 수요가 크게 늘던 상황. 그런데도 담합해 가격을 낮추기로 했던 것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이윤을 극대화하자는 욕심 때문이다.

담합에 성공하면 사업자들은 엄청난 이윤을 챙긴다. 하지만 그 피해는 모두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담합에 실패하면 손해를 볼까? 그렇지 않다. 인삼을 비싸게 싼 중국 상인들은 더 비싸게 팔면 그뿐. 담합은 적발만 되지 않으면 중간에 담합이 무너져도 손실을 입지 않는다. 성공하면 부당하지만 막대한 이익을, 실패해도 손실이 없다. 그래서 담합은 이어진다. 사업자들이 담합에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피해자는 늘 소비자들이다. 담합을 막기 위해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담합의 여덟 가지 유형

사업자의 담합을 막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장치가 공정거래법이다. 이 법에서 이 같은 부당한 공동행위는 여덟 가지로 정하고 있는데, ▲가격 제한 ▲판매 제한 ▲생산과 출고 제한 ▲거래 제한 ▲설비 신·증설 제한 ▲상품 종류와 가격 제한 ▲회사 설립 제한 ▲사업활동 제한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게 서로 짜고 값을 올려 받는 일이다.

담함 처음 신고하면 완전 면죄부… 리니언시

임상옥은 중국 상인들의 담합을 희소성 증대로 해결했다. 조선 인삼은 중국에서 희소가치가 매우 높은 상품. 이것을 불태움으로써 희소성을 더 높였고, 중국 상인들은 이에 굴복했다. 예나 지금이나 담합의 처방은 좀 극단적이고, 논란이 많다.

담합이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찾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가 도입한 제도가 ‘자진신고 감면제’, 즉 ‘리니언시(leniency)’다. 리니언시는 ‘관대함’ ‘너그러움’이란 뜻이다. 담합을 한 사업자가 그 사실을 처음으로 고백하면 과징금을 한 푼도 물지 않고 형사고발도 당하지 않는 제도다. 주요 뉴스로 보도됐던 LPG업체들의 가격 담합, 생명보험사들의 담합, 국제항공사들의 항공 화물 운임료 담합 등이 모두 이 제도로 전모가 드러났다. 전체 담합사건의 70% 이상이 이 제도로 해결돼 효과를 입증하고 있지만 면죄부 대상 기업들이 담합을 주도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 박원배 <어린이 경제신문> 대표 one2@econoi.co.kr / info@ahaeconomy.com > 2011-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