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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정신은 어디로?
오심, 판정 번복, 져주기…
얼룩진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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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폐막한 2012 런던올림픽 여자 펜싱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멈춰버린 1초' 오심 때문에 경기에서 진 신아람이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동아일보 DB
13일 새벽 3시 반(한국시간) 2012 런던올림픽 폐막식이 열렸다. 17일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런던 올림픽. 한국 최초로 여자 펜싱 개인 사브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김지연(24), 자신이 개발한 ‘양학선’ 기술로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남자 도마 종목의 양학선(20) 등은 국민의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좋은 소식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오심과 판정 번복, 고의 패배 등의 사태로 ‘얼룩진 올림픽’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계속된 올림픽 오심 논란
‘오심 사태’의 시작은 박태환(23)이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출전한 남자 수영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일어났다. 조 1위를 차지했음에도 ‘부정 출발’이라는 이유로 실격되었다가 한국팀의 항의 끝에 다시 번복돼 결선에 진출한 것.
이틀 뒤 열린 여자 펜싱 에페 준결승에선 신아람(26)이 ‘멈춰버린 1초’에 눈물을 흘렸다. 연장종료 1초를 남기고 독일의 브리타 하이데만이 네 차례나 공격을 시도할 동안 1초가 훌쩍 지나갔지만 전광판 시계는 계속 ‘1’에 멈춰있었다. 결국 신아람은 하이데만에게 점수를 내주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AFP통신은 신아람의 펜싱 경기 오심을 ‘역대 올림픽 5대 판정 논란’으로 선정했고,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뉴스도 ‘펜싱은 끝났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부끄러운 배드민턴 ‘져주기 게임’
한편 오심 논란에 불만을 터뜨린 우리 국민의 입을 한 순간에 막아버린 사건도 발생했다. 배드민턴 여자복식 조별리그에서 ‘고의 패배’ 논란으로 선수들이 무더기 실격 처리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 한국 대표팀은 결승 토너먼트에서 상대적으로 만만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일부러 져주는 ‘꼼수’를 부렸다.
이에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져주기 경기’에 가담한 한국 선수 2개조 4명과 중국 선수 2명, 인도네시아 선수 2명을 실격 처리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누리꾼들은 “앞서 벌어진 오심 사태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불만을 표시할 수 없도록 만들 만큼의 나라 망신”이라며 비판했다.
올림픽 정신은 ‘경쟁’ 아닌 ‘화합’
올림픽에서 부끄러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림픽을 통해 나라의 경쟁력을 과시하려는 국가간 지나친 경쟁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국 선수 혹은 이웃나라의 선수에게 금메달을 안겨주려는 이기심이 지나쳐 심판이 판정을 공정하게 내리지 않기도 하고, 심지어는 선수들조차 공정한 시합을 벌이지 않기도 한다는 것.
특히 우리나라가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으로 발돋움하면서 주변 국가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 전문가들은 한국이 앞으로 오심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스포츠 외교력을 강화해 국제 경기연맹들과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는 등 총체적인 ‘스포츠 국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우리 스스로도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쳐야 한다는 사실일 터. 올림픽의 기본정신은 ‘경쟁’이 아니라 ‘화합’이다. 그래서 국제올림픽위원회는 공식적으로 메달 획득에 따른 국가별 순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신문이나 TV를 통해 보는 ‘국가순위’는 언론들이 자체적으로 매기는 순위일 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 제1장 6조에 “올림픽은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닌 선수 개인 또는 팀 사이의 경쟁”이라고 명시하는 것도 국가간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이다’라는 올림픽 강령이 더욱 존중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기대한다.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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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볼 문제
[해설]
1.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를 통해 각국의 국민들이 우정을 나누고 세계 평화를 위한 화합을 도모하고자 하는 정신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첫째, 스포츠를 국력의 경쟁 도구로 보면 안 된다. 즉 스포츠를 통해 국력을 과시하거나 상대 나라를 이기려는 데만 치중하면 안 된다는 것.
둘째, 운동을 통한 스스로의 능력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의 과열된 경쟁처럼 선수 개인의 몸값 올리기나 그 외의 개인 이익 창출 등의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페어플레이가 나올 수 없다.
2. 정치적으로는 스포츠 대회의 개최를 통해 국력을 과시하고 국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나라의 체제에 대한 불만이나 과도한 관심을 스포츠로 돌리는 효과도 있다.
경제적으로는 전 세계에 국가를 알리는 광고 효과를 통해 제품의 수출이나 관광 수지 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이유가 있다.
3. 대부분의 오심이나 경기 부정은 개인의 문제가 볼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 외교 및 스포츠 국력이 중요해지면서 의도적인 오심이나 경기 부정을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국가 및 단체의 움직임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국가 간의 대결로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이 무너지고 있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메달을 포함한 모든 메달에 너무 집착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게 좋다. 스포츠 경기의 참여 단위를 국가가 아닌 개인으로 해서 나라별 과열된 경쟁이 아닌 한 개인의 도전을 중심으로 하는 경기 방식을 도입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올림픽이 국력을 과시하는 장(場)이 아니라 인류애 및 국가 간의 상호 이해를 높이는 장이라는 인식의 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