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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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과 징벌, 생산성이 더 높은 것은?

정은식, 안산강서고, 보상과 징벌, 생산성, 성과배분제, 인사관리, 통합논술
















(가) 

성과배분제를 도입한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이는 능력에 따라 보상하고 성과에 따라 대우하는 인사관리가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사례 1. 

업계 상위권을 달리던 미국의 한 리서치 회사. 이 회사는 직원의 성과평가를 시행하면서 2년간 하위 세 등급에 속하는 거의 모든 직원을 해고했다. 이론적으로 보면 평균 이하의 성과를 낸 사람들 대부분을 솎아낸 셈이다. 그 결과 이 회사는 77%가 평균 이상의 성과를 올린 사람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경영실적은 기대 이하에 머물렀고 회사는 몇 년 동안 수익이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사례 2. 

외국계 기업인 △△사에서는 노동자들에게 높은 임금을 주는 회사로 유명하다. 최근 새롭게 △△사의 CEO로 부임한 □□씨는 노동자들의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였다. 높은 임금에 걸맞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성이 낮은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임금의 일부를 감하는 ‘책임생산 성과제’를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일부 노동자들은 생산율에 따라서 임금의 일부를 감하는 감봉을 당하였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사의 생산성은 일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오히려 낮아졌으며,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매일경제신문>

 

(나)

그니지(Uri Gneezy)와 러스티치니(Aldo Rustichini)의 2000년 발표 논문에는 인센티브에 관해 우리가 간과했던 중요한 사실이 담겨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하이파 지역 탁아소를 대상으로 부모의 지각을 막기 위해 도입하려던 벌금제도를 실험하던 도중 아주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벌금제도를 도입하기 이전에는 한 탁아소당 일주일에 평균 8회 정도의 지각이 발생했는데, 제도 도입 이후 지각은 두 배로 증가했다. 왜 물질적 유인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인센티브 효과는 애초 기대와는 반대로 발휘되었을까?

전통적인 사고에 얽매이기를 싫어하는 경제학자들은 이 결과를 두고 물질적 유인의 도입이 바람직한 사회적 규칙이나 제도를 구축했다고 해석했다. 학부모들은 금전적 처벌수단이 도입된 이후, 늦을 수 있는 권리를 마치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재화인 양 간주했고 그 결과 아예 벌금을 내고 지각을 선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보다 자주 발생한다면 인센티브에 기반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설명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하이파의실험이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은 인센티브는 미묘한 것이지만 인간은 더욱 미묘한 존재라는 점이다.

물론 전통적인 사고에 익숙한 경제학자들은 책정된 벌금이 낮아 예측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만일 벌금이 시장 상황에 맞게 충분히 높았다면 억제되기를 바라는 행동의 발생은 확실히 줄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는 왜 벌금이 없었을 때 시간 규칙을 준수하던 사람들조차 벌금이 도입된 이후 규칙을 어기기 시작하고 지각을 선택했는지는 설명해내지 못한다.

<재미있는 경제이야기, KDI 경제정보센터>

 

(다)

칸트에 따르면, 어떤 행동의 도덕적 가치는 그 결과가 아니라 동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동기이며, 그것은 특정한 종류라야 한다. 중요한 건 옳은 일을 하는 것이며, 그 이유는 옳기 때문이라야지, 이면에 숨은 동기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 

“선한 의지가 선한 까닭은 그것이 어떤 효과나 결과를 낳아서가 아니다.”라고 칸트는 말한다. 그것은 널리 인정받든 그렇지 않든 그 자체로 선하다. (중략) 

어떤 행동이 도덕적으로 선하려면, “도덕법에 ‘순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도덕법 그 자체에 기여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행동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동기는 의무인데, 칸트가 말하는 의무 동기란 올바른 이유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는 단지 의무 동기만이 어떤 행동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한다고 말할 뿐, 우리에게 특별히 어떤 의무가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도덕의 최고 원칙이 무엇을 명령하는지도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어떤 행동의 도덕적 가치를 평가할 때 그 동기를 따질 뿐, 그 결과를 따지지 않는다고 말할 뿐이다. 만약 의무가 아닌 다른 동기로, 이를테면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행동한다면, 그것은 도덕적 가치가 부족한 행동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라)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는 비교적 유연하며 비(非) 강제적인 유형의 개입주의라고 할 수 있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에서는 선택을 막거나 차단하지 않으며 선택하는 자에게 심각한 부담도 지우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건강에 안 좋은 캔디를 잔뜩 먹거나, 적합하지 않은 의료보험 플랜을 택하거나, 은퇴 후를 대비한 저축을 포기하고 싶어 한다면,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자는 그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강제하거나 혹은 그러한 행동을 하기 어렵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제안한 접근 방식은 개입주의적인 성격을 띨 때 비로소 중요성을 지닌다.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의 선택 설계자들은 단순히 사람들이 선택하리라고 예상되는 바를 파악하거나 그러한 선택을 용이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그들을 움직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넛지를 행한다는 얘기다. 넛지는 선택 설계자가 취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써,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넛지 형태의 간섭은 쉽게 피할 수 있는 동시에 그렇게 하는 비용도 적게 들어야 한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과일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은 넛지이다. 그러나 정크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넛지,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마) 

경제적 유인(incentive)이란 사람들이 행동하도록 만드는 -처벌 가능성이나 보상과 같은- 그 무엇을 의미한다. 합리적인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하고자 할 때 그 행동에 따른 이득과 비용을 비교해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 

경제적 유인은 경제학 분석에 중심적 역할을 한다. 심지어 어떤 경제학자는 경제학 전체가 오직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 나머지는 모두 부수적이다.”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경제적 유인은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분석하는 데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사과 가격이 상승하면 사람들은 사과 대신 배를 더 사먹을 것이다. 동시에 사과 생산의 수익성이 증가했기 때문에 사과 과수원 주인들은 인부들을 더 고용해서 사과 수확을 늘리고자 할 것이다. 이 사과 시장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공급자와 수요자의 행동에 있어서 가격의 역할은 시장이 어떻게 희소자원을 배분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정책담당자들은 경제적 유인이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맨큐의 경제학, 그레고리 맨큐>

 


[논제]

논제1. (가)에서 제시된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를 서술하세요.(50자)




논제2. (나)에서 제시된 제도가 실패한 원인이 무엇인지 서술하세요.(300자)




논제3. [논제 2]의 논의를 바탕으로 (가)의 성과배분제를 평가하세요.(500자)




논제4. (다), (라)를 바탕으로 (가)의 △△사의 ‘책임생산 성과제’를 비판하고 (나)~(마)를 참고해 (가)에 나타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논술하세요. (1000자)

 

[예시답안]

[논제 1] 제시문 (가) 사례들의 공통점은 물질적 보상이나 징벌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의 수익을 떨어뜨린 결과를 낳게 된 점에 있다.

 

[논제 2] (나)에서 지각을 하지 않도록 유도했던 벌금제도가 지각을 더 하도록 하게 한 이유는 행위자들이 벌금을 지각 행위의 정당한 대가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미안해서 지각하지 않았던 마음이 일정한 돈(벌금)만 내면 괜찮다는 인식을 갖도록 했던 것이다.




[논제 3] 성과배분제는 노동자들의 근로 의욕을 고취시켜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란 목표를 달성시킬 수 있다. 하지만 노동에 대한 성과를 시장 가치로 대우할 경우 (나)와 같이 기대했던 행동과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성과배분제는 노동자들에게 더 열심히 일을 하도록 고안된 유인이다. 그런데 만약 동료보다 더 적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동료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 노동자가 미안한 마음에 조금 더 열심히 일했다고 하자. 그런데 성과급제가 도입되면 이 노동자는 일을 더 열심히 하기는커녕 이제 미안함도 없이 자신의 태만한 근무태도를 정당화할 수 있게 되므로 일을 더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있다.

 

[논제 4] △△사의 ‘책임생산 성과제’는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시행됐다. ‘책임생산 성과제’는 (라)에 나타난 인센티브를 통해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 적절한 인센티브를 통해서 노동자들의 생산성 향상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인센티브는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으며, 이는 경험적으로도 증명됐다. 하지만 인센티브를 통한 해결책은 항상 최선의 결과만을 낳지 않는다. 오히려 ‘책임생산 성과제’는 회사에 대한 만족도 하락이나 스트레스 증가 같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다)의 관점에서 볼 때 (가)처럼 ‘책임생산 성과제’를 피하기 위한 동기로 일을 하게 된다면 이는 도덕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며, 행위 당사자에게 내면화되지 못해 결국에는 불만과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다)의 관점에서 볼 때 (가)의 ‘책임생산 성과제’는 강제적이고 직접적이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심각한 부담을 지우며, 장기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 변화를 유발하기도 어렵다. 결국 인센티브는 생산성 향상과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이 될 수는 있으나 오히려 문제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와 같은 칸트의 ‘의무 동기’를 강화하는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열심히 일을 하고, 생산성을 높여야겠다는 의무 동기를 갖게 된다면 업무 만족도 또한 높아질 것이며,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와 같은 ‘넛지’ 방식도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넛지’는 어떤 행위에 대한 보상과 징벌보다는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노동 환경을 적절히 재구성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런 방식은 (마)에서 제시하는 방식에 사람들에게 선택을 존중한다는 인식을 심어 주게 되며, 노동자들은 직접적인 부담 없이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므로 생산성 향상까지도 연결될 수 있다. 

 

< 정은식 경기 안산강서고 교사 / info@ahaeconomy.com > 2012-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