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내신평가 개편] 내신 부풀리기·특목고 우대… 벌써부터 부작용 우려
  • 2011.12.13 18:23


2004년 폐지됐던 절대평가가 10년 만에 부활한다. 현행 상대평가는 과거 절대평가가 ‘내신성적 부풀리기’ 등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만든 제도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그러나 상대평가가 학생의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새로 도입한 ‘2009개정교육과정’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폐지키로 했다. 새로 시행될 절대평가제에 ‘성취평가제’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과거와 달리 절대평가제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등급이 아닌 성취도=2005년 도입된 상대평가는 학생의 과목별 성적을 1∼9등급으로 나누는 석차 9등급제다. 하지만 새로 도입되는 절대평가는 교육과정에 맞춰 개발되는 교과목별 평가 기준에 따라 A·B·C·D·E와 낙제에 해당하는 F 등 6단계 성취도를 표시한다.

2014년 도입되는 새 절대평가는 여기에다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 등 상대평가 정보도 제공한다. 내신 부풀리기를 방지하고 시험의 난이도와 점수 분포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A고와 B고 출신의 학생이 각각 수학 과목에서 같은 95점을 맞아 A를 받았더라도 해당 학교의 과목평균과 표준편차를 통해 상대적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과목평균이 낮을수록 시험이 어려웠다는 의미이고, 표준편차가 작을수록 평균값 부근에 학생이 몰려 있다는 뜻이다.

체육이나 예술 교과는 지금처럼 성취도만 기재한다. 명칭은 우수·보통·미흡에서 A·B·C로 바꾼다. 교양교과와 기초교과의 기본과목도 현행대로 단위 수와 이수 여부만 기재한다. 특성화고와 마이터고는 내년부터 절대평가가 도입된다. 특성화고의 전문교과는 실습 비중이 높아 성취도로 평가하는 절대평가가 적절하기 때문이다.

중학교는 현재 절대평가지만 상대평가적 요소인 석차를 병기한 형태다. 내년부터는 석차를 삭제하고 수·우·미·양·가 성적 표기 방식을 A·B·C·D·E·F로 바꾼다. 그러나 고교처럼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를 병기해 학생의 상대적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했다.

교과부는 F 도입은 내년과 2013년 시범 운영을 거친 뒤 확정할 계획이다. F를 받으면 계절학기방과후 수강 등을 통해 한 차례 재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아직 학교에서 시범 적용이 필요하다고 봤다.

◇성적 부풀리기, 내신 무력화 막을 수 있나=관건은 고교의 내신 부풀리기를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과거 절대평가도 도입 취지는 좋았지만 고교들이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시험을 쉽게 출제해 무더기로 높은 점수를 주면서 논란이 일었다. 결국 고득점 동점자가 쏟아지면서 대학이 고교 성적을 신뢰하지 않아 대입 전형에 문제가 많았다.

교과부는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과거 절대평가는 수·우·미·양·가 성취도와 석차만 표시해 성적 부풀리기를 막을 수 없었지만 새로 도입되는 제도는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 등 상대평가 요소를 가미했기 때문이다. 또 정보공시 제도를 통해 학교별 성적 현황을 공개토록 해 시·도교육청이 관리·감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후 감독으로 제대로 걸러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6등급 절대평가로 바뀌면 대입 전형에서 내신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단계 절대평가는 9등급 상대평가보다 내신으로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대학이 수능이나 논술 등 다른 전형의 비중을 높일 수 있다. 내신의 실질 반영 비율이 줄면 그동안 내신에 불리했던 외국어고 등 특목고, 자율형사립고 학생이 대입에 유리해진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2011 전문대 지속가능지수 조사… 영진전문대 2년 연속 ‘으뜸’
영진전문대학이 전국 전문대학 가운데 지속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학으로 2년 연속 평가됐다. 경향신문 지속가능사회를위한경제연구소(ERISS)는 12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삼정KPMG·현대리서치·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과 공동 기획한 ‘2011 전문대 지속가능지수’를 발표했다. <‘전문대 지속가능지수’ 전체 조사결과는 경향닷컴(www.khan.co.kr) 게재>

‘전문대 지속가능지수’는 국공립과
예술대학을 제외한 전국 129개 전문대학을 대상으로 교육, 연구, 취업, 소통·편의, 경영 등 5개 부문의 여건과 성과를 평가해 산출됐다. 1000점 만점에 교육, 취업 각 300점, 경영 200점, 연구, 소통·편의 각 100점이다. 특히 직업인 양성이라는 전문대학 특성에 맞춰 취업부문과 교육부문 성과에 가중치를 높게 뒀다.

영진전문대학은 5개 부문 중 취업과 경영 부문에서 각각 1, 2위를 기록하는 등 1000점 만점에 810.51점으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취업부문에서는 기업맞춤형교육과정, 기업인턴십프로그램 등의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지난해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교육부문 점수도 60점 이상 끌어올려 부문별로 고른 역량을 보였다.

2위는 안동과학대학으로 763.96점이었다. 지난해에는 9위였지만 취업부문 평가가 높아져 순위상승을 이끌어냈다. 이어 가톨릭상지대학(736.84점), 구미1대학(734.76점), 경북전문대학(732.16점)이 3~5위에 올랐다.

6~10위는 연암공업대학(728.04점), 인하공업전문대학(718.64점), 순천제일대학(711.91점), 포항대학(710.40점), 농협대학(708.19점) 순이었다.

지난해 각각 42위, 30위에 그쳤던 인하공업전문대학과 순천제일대학의 순위상승 폭이 컸다. 반면 2010년 전문대 지속가능지수 조사에서 영진전문대학과 함께 ‘빅3’를 형성했던 경남정보대학과 두원공과대학은 교육, 소통·편의 부문에서 점수가 떨어지면서 각각 16위(700.32점), 23위(678.30점)로 밀려났다.

취업부문에서는 전체 1위인 영진전문대학(290점)을 비롯해 안동과학대학(247.14점), 농협대학(244.29점), 연암공업대학(241.43점), 인하공업전문대학(239.29점)이 5위권을 형성했다. 다만 취업부문 상위권과 하위권 대학 간의 점수 차이가 커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전문대학 본연의 기능이 비대칭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취업부문 최고점을 받은 대학과 최저점을 받은 대학의 점수 차이는 192.86점이었다.

예술대학까지 포함한 2011년 기준 지속가능지수 조사대상 134개 대학의 평균 취업률은 61.6%였다. 기업연계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안산대학 등 24곳에 그쳤다. 기업맞춤형 교육과정 역시 31개 대학에만 설치돼 있었다. 한편 지난해와 달리 예술대학 5곳은 별도로 분류해 평가했다. 예술대학의 설립 목적이 예술인 양성에 있고, 예술인 취업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대내외의 지적을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예술대학 역시 전문대학으로서 취업 교육기관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부문별 가중치는 일반 전문대학과 동일하게 부여했다. 평가결과 5개 예술대학 가운데 서울예술대학이 1000점 만점에 593.18점을 받아 그룹 내 수위를 기록했다.

수시 지원 횟수 7회로 제한, 충원 합격자 정시 지원 금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생이 치를 2013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전체 정원의 62.9%를 수시로 모집한다. 올해보다 0.8% 포인트가 늘어났다. 그만큼 수시모집 전형의 중요성이 커졌다. 특히 무제한으로 허용된 수시모집 지원 횟수가 7회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또 수시모집 합격자의 도미노식 이탈을 막기 위해 미등록 충원 기간의 합격자도 정시 지원이 전면 금지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김영길 한동대 총장)는 11일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의 2013학년도 대입전형 시행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2013학년도 총모집 인원은 37만 5695명으로, 2012학년도보다 7035명 줄었다. 수시모집에서는 전체의 62.9%인 23만 6349명, 정시모집에서는 13만 9346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서울대의 경우 올해 60.8%인 수시모집 인원을 79.4%로 대폭 확대했다. 올해 수시 최초 합격자에 대해서만 정시 지원을 금지했던 규정을 손질해 수시모집 최종 합격자는 등록 의사와 관계없이 정시에 원서 자체를 내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나아가 무제한 수시 지원에 따른 전형료 낭비와 혼란을 고려해 수시모집 지원은 최대 7회까지만 가능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수시 지원을 5회 이내로 제한토록 권고했다가 대학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수시 충원 합격자의 정시 금지와 횟수 제한에 따라 예비 수험생들은 수시 때부터 신중하고 세심한 지원 전략을 짜지 않을 경우 뜻하지 않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수시 합격이 정시 도전 기회 자체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솔직한 자기소개서로 서울대 합격 비법 알고보니…
평창 봉평고 김가영..”심리학 전공, 청소년 상담하고파”

“정말 기대하지 못했는데…. 어렵게 주어진 기회인 만큼 심리상담사가 돼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또래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싶어요.”

9일 발표된 서울대 수시 합격자 가운데 기회균형 선발로 최종 합격한 강원 평창의 봉평고 김가영(18.여) 학생은 합격 소식에 “말이 나오지 않아요. 곁에서 믿고 격려해 준 부모님께 감사합니다”라며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수능성적이 서울대에 갈 만한 기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했는데 솔직하게 작성한 자기소개서가 큰 도움을 준 것 같다”며 합격의 비결을 겸손하게 털어놓았다.

김 양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학교 성적은 3년 내내 1등을 놓치지 않았으며 사교육 한번 받지 못했지만, 외국어와 탐구과목이 1등급을 받는 등 탁월한 학습능력을 보였다.

그는 “솔직히 시골학교여서 학업이나 친구관계로 말미암은 스트레스는 거의 받지 않고 학교생활을 해왔는데 많은 학생이 학업 스트레스로 자살까지 하는 현실이 늘 안타까웠다”며 “대학에 들어가면 심리학을 전공해 청소년 심리상담을 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양의 담임인 김성수 교사는 “가영이는 3학년 올라와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에 집중해 성적을 끌어올리는 탁월한 학습능력을 보여줘 놀랐다”며 “서울대 실사팀이 내려왔을 때도 가영이가 작성한 자기소개소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봉평고는 지난해에도 안 담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해 2년 연속 경사를 맞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