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폐지됐던 절대평가가 10년 만에 부활한다. 현행 상대평가는 과거 절대평가가 ‘내신성적 부풀리기’ 등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만든 제도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그러나 상대평가가 학생의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새로 도입한 ‘2009개정교육과정’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폐지키로 했다. 새로 시행될 절대평가제에 ‘성취평가제’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과거와 달리 절대평가제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등급이 아닌 성취도=2005년 도입된 상대평가는 학생의 과목별 성적을 1∼9등급으로 나누는 석차 9등급제다. 하지만 새로 도입되는 절대평가는 교육과정에 맞춰 개발되는 교과목별 평가 기준에 따라 A·B·C·D·E와 낙제에 해당하는 F 등 6단계 성취도를 표시한다.
2014년 도입되는 새 절대평가는 여기에다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 등 상대평가 정보도 제공한다. 내신 부풀리기를 방지하고 시험의 난이도와 점수 분포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A고와 B고 출신의 학생이 각각 수학 과목에서 같은 95점을 맞아 A를 받았더라도 해당 학교의 과목평균과 표준편차를 통해 상대적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과목평균이 낮을수록 시험이 어려웠다는 의미이고, 표준편차가 작을수록 평균값 부근에 학생이 몰려 있다는 뜻이다.
체육이나 예술 교과는 지금처럼 성취도만 기재한다. 명칭은 우수·보통·미흡에서 A·B·C로 바꾼다. 교양교과와 기초교과의 기본과목도 현행대로 단위 수와 이수 여부만 기재한다. 특성화고와 마이터고는 내년부터 절대평가가 도입된다. 특성화고의 전문교과는 실습 비중이 높아 성취도로 평가하는 절대평가가 적절하기 때문이다.
중학교는 현재 절대평가지만 상대평가적 요소인 석차를 병기한 형태다. 내년부터는 석차를 삭제하고 수·우·미·양·가 성적 표기 방식을 A·B·C·D·E·F로 바꾼다. 그러나 고교처럼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를 병기해 학생의 상대적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했다.
교과부는 F 도입은 내년과 2013년 시범 운영을 거친 뒤 확정할 계획이다. F를 받으면 계절학기나 방과후 수강 등을 통해 한 차례 재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아직 학교에서 시범 적용이 필요하다고 봤다.
◇성적 부풀리기, 내신 무력화 막을 수 있나=관건은 고교의 내신 부풀리기를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과거 절대평가도 도입 취지는 좋았지만 고교들이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시험을 쉽게 출제해 무더기로 높은 점수를 주면서 논란이 일었다. 결국 고득점 동점자가 쏟아지면서 대학이 고교 성적을 신뢰하지 않아 대입 전형에 문제가 많았다.
교과부는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과거 절대평가는 수·우·미·양·가 성취도와 석차만 표시해 성적 부풀리기를 막을 수 없었지만 새로 도입되는 제도는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 등 상대평가 요소를 가미했기 때문이다. 또 정보공시 제도를 통해 학교별 성적 현황을 공개토록 해 시·도교육청이 관리·감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후 감독으로 제대로 걸러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6등급 절대평가로 바뀌면 대입 전형에서 내신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단계 절대평가는 9등급 상대평가보다 내신으로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대학이 수능이나 논술 등 다른 전형의 비중을 높일 수 있다. 내신의 실질 반영 비율이 줄면 그동안 내신에 불리했던 외국어고 등 특목고, 자율형사립고 학생이 대입에 유리해진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