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복시장 봄 기지개 “어린이 고객을 잡아라”
가족단위 레저인구 크게 늘어
박선호기자 shpark@munhwa.com
‘어린이 고객을 잡아라!’

봄을 앞두고 ‘아웃도어’ 시장의 양강(兩强)인 골드윈코리아 노스페이스와 코오롱스포츠간 아동 고객 모시기 경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주5일 근무제와 웰빙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자녀와 함께 가족단위로 봄 산행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 대도시 중심의 주요매장 30곳에서만 판매했던 어린이 등산복을 올해는 전국 60개 매장으로 확대해 판매할 계획이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적인 어린이 등산복을 선보였다. 봄 시즌 상품기획 단계부터 패밀리룩을 연출할 수 있도록 성인제품과의 세트상품 구성을 강화했다. 여기에 어린이 등산복 캐릭터 공모전 등 고객참여 프로모션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2006년 국내에 어린이 등산복을 처음으로 소개한 골드윈코리아 노스페이스도 그동안 전국 100평 이상 대형 매장 50여곳 등에서만 아동복을 팔았으나 최근 GS백화점 중동점 등 일부 백화점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노스페이스는 블루, 그린, 오렌지 등 밝은 원색으로 아동 특유의 발랄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살려 캐주얼 대용으로도 입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

이처럼 어린이 등산복 시장이 주목받는 것은 아웃도어 상품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는데다 아동 고객을 선점하면 자연스럽게 부모도 고객으로 모실수 있기 때문. 관련 업계는 지난해 1조5000억원이었던 아웃도어 시장이 올해에는 1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지호 코오롱스포츠 의류기획팀장은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됨에 따라 가족 단위의 등산·레저 인구가 증가하면서 지속적으로 관련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선호기자 shpark@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2-29
캐릭터 천국’ 미국서 러브콜 받은 뿌까는?
‘당차고 깜찍한 동양소녀’ 이미지
유럽·남미·중국 이어 미국서 러브콜
나라별 상품 차별화·품질관리가 비결
한겨레 김소민 기자
» 뿌까
거룡반점 외동딸 뿌까가 일냈다. 남자 친구 가루에게 거침없이 뽀뽀를 날리며 한번에 자장면 수십개를 나르는 괴력 소녀 캐릭터 뿌까 말이다. 쪽 찢어진 눈으로 유럽, 남미, 아시아를 사로잡더니 최근 캐릭터 종주국 미국에 진출했다. 뿌까의 친정 ㈜부즈는 최근 미국 액세스 라이센싱 그룹에게 계약금 130만달러(약 12억원)를 받고 북미지역에서 뿌까 캐릭터 상품화 작업을 함께 진행하기로 손잡았다.

뿌까가 누구냐? 중국인인 척하지만 한국 태생이다. 다른 캐릭터들처럼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하지 않고 처음부터 캐릭터로만 치고 나갔다. 그런 ‘거꾸로 전략’으로 이 소녀, 해외에서부터 인기를 얻었다. 3000여종 제품에 얹혀 150여개 나라에서 연간 3천억원 어치가 팔려 로열티로만 한 해 70억원을 벌어들인다. 상품 매출의 97%가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해외에서 성공한 첫 한국 캐릭터다.

미국이 어디냐? 디즈니와 루니 튠즈, 세서미 스트리트가 버티고 있는 최대 시장이다. 세계 각국의 성공한 캐릭터들이 진입하려는 이 시장에 뿌까는 초청을 받아 들어간다. 국내 캐릭터로는 사실상 첫 본격적인 미국 진출이다. 뿌까 아빠인 김유경 부즈 부사장은 “미국에서도 여성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캐릭터는 ‘헬로키티’ 정도”라며 “옷, 가방 등 패션상품에 강한 뿌까가 승산이 있다고 본 미국 업체가 계약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뿌까는 6월 미국 라이센싱쇼에서 그곳 제조업체들에게 선보인 뒤 연말께부터 상품으로 시장에 깔리게 된다.

뿌까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원희 콘텐츠진흥원 과장, 박성식 문화기획자 등의 도움말을 종합해 2000년생 여덟살 캐릭터 뿌까에게 들어봤다.

» 뿌까 캐릭터 상품들이 진열된 매장들과 김유경 부즈 사장
■ 세계를 겨냥한 동그라미=처음부터 내가 중국애는 아니었어. 아빠는 애초에 나를 세계를 돌아다닐 애로 만들기로 작정했대. 그래서 어느 나라 사람이 봐도 ‘팍’ 꽂혀야 한다며 나를 직선 몇 개와 동그라미면 그릴 수 있는 모양으로 만드셨어. 눈? 동양사람 티나게 찍 그었지. 걸을 때 리듬감을 살리려고 머리를 말아 양쪽에 동그랗게 올려줬더니 꼭 중국애 같더래. 그래서 아예 중국 경극 여자 느낌을 넣었지.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꼭 한국인일 필요는 없잖아. 미키 마우스가 성조기 둘렀어?

이름 뿌까, 아기들 소리 “푸카푸카”에서 따왔대. 발음이 웃기고 쉽잖아. 아빠는 남자 친구 가루도 만들어주셨어. 사랑이야말로 만국 공통어니까.




나, 남들하고 다른 길만 가. 뽀로로나 둘리, 애니메이션으로 뜨고 상품 나왔지. 난 동영상 잠깐 웹에 선보이곤 바로 상품으로 갔어. 이야기 없어도 생긴게 강해서 성격 확실히 드러나거든. 나를 봐. 까망하고 빨강투성이잖아. 다들 뽀얀 파스텔색으로 캐릭터 만들지 이 색깔들은 캐릭터에는 잘 안 썼던 거래. 그리고 난 사람이야. 미키마우스, 아기곰 푸우 …, 잘 나가는 캐릭터에 사람 있어? 캐릭터는 상상 속에 살아야지 현실적인 사람이 되면 매력이 없다고 다들 생각하거든. 또 푸우나 키티는 다 순진해서 “날 잡아 잡수세요” 표정이야. 그런데 나는 성깔 있고 당차 보이잖아.

■ 로마에선 로마법으로=나는 한국 캐릭터계의 베이비 붐 세대야. 우비 소년, 마시마로, 졸라맨이 내 또래지. 우리나라에선 졸라맨보다 못한 넘버5였어. 그런데 외국 사람들은 내가 좋다고 난리야. 나라별 입맛대로 맞춰줬거든. 중국에선 내가 중국 캐릭터인 줄 알고 아예 ‘중궈와와’(중국인형)로 불러. 중국은 불법복제 천국이잖아. 그래서 헬로키티처럼 전용 매장을 만들었어. 그러면 다른 데서 파는 게 다 불법이 되어서 단속이 쉬워져. 지금 내 매장이 중국에 몇 곳쯤 될 것 같애? 200곳이야.

유럽에선 내가 독특한 동양애라고 좋아해. 미국 캐릭터엔 반감이 있거든. 유럽 여자애들은 내 ‘여성 파워’에 반해. 유럽에서만 1년에 180억원어치가 팔린대. 남미에서는 내 적극적인 성격이 자기네와 비슷하다고 좋아해. 내가 가루한테 먼저 달려드는 장면을 상품에 붙였더니 불티가 났어. 다른 캐릭터는 애들 물건에 붙는데 난 패션하고 잘 맞더라고. 지금은 밥솥에 미니오토바이에 별의별 물건에 다 붙지만. 나라마다 주력상품도 달라. 스페인, 물놀이 기구야. 영국, 10대용 화장품 세트가 인기지. 남미에서는 노래반주기가 잘 나가.

■ 키티, 미키는 내 스승들이야=헬로키티가 변변한 애니메이션 없이 34년 사랑받은 비결? 철저한 상품 관리야. 키티를 만든 산리오가 무지 깐깐하거든. 키티 상품은 살 만하다는 인식을 만들었어. 미키는 디즈니 것이니까 미디어 콘텐츠로 승부했지. 나? 둘 다 하려고.

내가 싸서 인기인 줄 알아? 키티보다 5~7% 더 비싸. 각 나라 제조사들이 상품을 디자인해오면 본사가 단계별로 확인해. 지난해엔 애니메이션 〈짜장소녀 뿌까〉로 115 나라에서 방송 탔어. 게임 〈뿌까 레이싱〉도 타이에서 팔렸다구.

사람들은 캐릭터가 우려먹기 좋다고 생각하는데, 쉽지 않거든! 변해야 살아. 1년에 두번씩 전 상품을 싹 새 단장해. 미디어 환경이 변하니 거기에도 맞추는 거야. 지금 닌텐도 디에스용 게임을 만들고 있고, 이번달엔 대구에 뿌까 놀이공간을 만든대. 사랑받는 것보다 이어가는 게 더 어렵더라고.

» ‘왕언니’ 키티와 ‘당찬 동생’ 뿌까 캐릭터 비교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부즈 제공


뿌까 동갑내기 캐릭터들은
‘마시마로’ 재도약 채비…‘딸기’는 놀이공간 확장

» 마시마로
뿌까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인기 캐릭터 딸기와 마시마로는 요즘 어떻게 지낼까?

2000년 머리로 병을 깨는 플래시애니메이션으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엽기토끼 마시마로는 인기는 좀 식었지만 여전히 열다섯 나라에서 연간 1300억원 정도 상품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마시마로가 유럽에 진출하던 2000년께에는 유럽에서 2분짜리 플래시애니메이션을 내려받는 데 몇 시간씩 걸리는 바람에 한국에서의 영광이 재현되지 못했다.

마시마로를 만든 씨엘코엔터테인먼트는 최근 2분짜리 플래시애니메이션 15편을 유럽과 아시아 53개 나라 모바일과 인터넷에 유료로 서비스하며 재도약 태세를 갖췄다. 도끼를 집어드는 난폭한 짓은 줄이고 힘센 상대한테 겁 없이 덤비며 대리 만족을 주는 내용은 그대로 유지한다.

뿌까보다 세살 많은 캐릭터 딸기는 헬로키티가 테마 공원 퓨로랜드를 두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전략을 썼듯이 놀이공간을 확장해 가고 있다. 2004년 파주 헤이리에 연 첫 놀이공간 ‘딸기가 좋아’에 이어 지난해 두 곳을 더 만들었다. 연간 방문객은 30여만명. 딸기 친구 똘밤이가 씩씩한 캐릭터인 데서 착안해 ‘딸기가 좋아’ 안에 11일 ‘똘밤 체육관’을 들여놓는다.

딸기는 올해 홍콩, 대만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국외로 진출한다. 제작사 쌈지의 이윤아 실장은 “패션 잡화 쪽에서 외국 청소년용 캐릭터 시장에 파고들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며 “다만 발음이 외국인이 따라하기 쉽지 않은 점이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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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창의적인 그림책이 좋다
[아가와 책 14] 로버트 크라우서의 그림책 시리즈 <세모, 네모 모양> 외
강지이(thecure8) 기자
▲ 책 <세모, 네모 모양>
ⓒ 시공주니어
흔하고 평범한 그림책보다 좀더 화려하고 톡톡 튀는 그림책을 아이에게 보여 주고 싶다면 책장마다 입체적인 형태의 그림이 튀어나오는 팝업북(Pop-up Book)이나 들춰보기 창이 들어 있는 플랩북(Flap Book)을 권한다.

로버트 크라우서의 <세모, 네모 모양> <빨강, 파랑 색깔> <위, 아래 반대> 시리즈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입체북 중 하나이다. 영국 왕립 미술 학교 출신의 신세대 그림책 작가 크라우서가 제작한 이 책들은 다른 그림책에 비해 톡톡 튀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넘치는 개성적 시리즈이다.

이 그림책 시리즈를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점이 바로 화려한 원색과 단순한 도형들이 책 전체를 구성한다는 것. 시리즈 중 하나인 <세모, 네모 모양> 책은 아이들에게 도형 모양에 대한 인지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존의 책장이 네모반듯한데 반해 이 책의 책장은 각각 세모, 네모, 타원, 동그라미 모양으로 구성되어 일반적인 책장의 개념을 탈피했다. 책장은 모두 네모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호기심과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각 도형 모양 책장 속에는 겹겹이 들춰볼 수 있는 그림들이 여기저기 숨어 있다.

아이들은 각 도형의 모양을 보면서 그 이름을 기억하고 도형 모양 속에 숨어 있는 그림들을 통해 어떤 사물이 '동그라미, 네모, 세모 모양'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책장을 들춰 보는 놀이와 함께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한다면 적극 권장할 만한 구성이다.

<빨강, 파랑 색깔> 책에서는 화살표 모양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각 색깔을 나타내는 여러 사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한다. 빨간색 책장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사과, 체리, 토마토, 무당벌레, 딸기가 나온다. 노란색 책장 속에는 버터, 달걀노른자, 레몬, 바나나 모양이 등장한다. 이 책은 아이에게 여러 사물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색깔을 알게 하고 색의 이름을 인지하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 그림책 시리즈는 '이야기' 중심이기보다는 도형과 색깔, 위 아래 반대의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한 교육적 기능을 담고 있다. 화려한 색깔은 아이들의 시선을 끌며 각 책장에 숨어 있는 사물의 그림들은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그래서 책장을 하나하나 들춰 보면서 여러 개념들을 배우기에 좋다.

독특하고 흥미로운 형태의 이 시리즈가 이처럼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느껴지는 이유는 책에 그려진 그림들이 좀 작다는 것 때문이다. 게 그림, 수박 그림 등이 너무 조그마하게 그려져서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보기에는 부적절한 면이 있다.

개미, 무당벌레 등의 작은 생물은 실제 생물처럼 작게 그려져서 사실감을 부여하는 측면도 있지만 곰, 수박, 게처럼 큰 것들을 작게 표현하면 아이들이 생동감을 느끼기 어렵다. 특히 <빨강, 파랑 색깔> 책의 경우 그림의 크기가 너무 작아 아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부족하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외국 작가가 쓰고 그린 책이다 보니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별로 친숙하지 않은 사물들이 등장한다는 것. 럭비 공, 체커 판 등의 사물이나 블루베리, 체리, 라임 등의 과일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사물을 제시하다 보면 아무래도 개념 전달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놀이처럼 여러 도형과 색, 반대 개념을 익힐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다른 책들과는 달리 매우 독특하게 구성된 책장 하나하나에서 작가의 창의성과 그림책 창작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아이들은 책장을 잡아당기고 들춰보면서 여러 개념을 쉽게 익히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처럼 독특하고 창의적인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가 드물다는 것이 아쉽다. 그런 작가들이 있다면 굳이 어렵게 외국 작가의 그림책을 사서 볼 필요도 없지 않은가. '체커 판' 이라는 낯선 외국 사물을 예로 들면서 '정사각형' 개념을 알려 주는 것보다 '백설기'와 같은 우리 것을 예로 들면 더욱 정겨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