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산악열차 예정지' 지리산에 반달가슴곰 출현

윤성효 입력 2020.12.17. 00:03 수정 2020.12.17. 00:45

형제봉 무인카메라에 한 쌍 포착.. 반달곰친구들·형제봉생태조사단 "한 마리는 야생 가능성"

[윤성효 기자]

▲ 지리산산악열차 예정지에 나타난 반달가슴곰... "저 여기 살아요" 지리산 형제봉에 설치해 놓은 무인센서카메라에 반달가슴곰 한 쌍이 촬영됐다. 한 마리는 반달가슴곰 KM-43과 RF-5 사이에서 태어난 KM-61로, 이 개체는 지리산에서 자연 출생한 수컷이다. KM-61의 머리 귀 부분이 잠깐 나온다. 또 한 마리는 위치추적 발신기가 없는 반달가슴곰으로, 야생일 가능성이 있다. 두 마리 반달가슴곰은 2020년 7월 26일 오전 6시 45분부터 7시 9분 사이 카메라가 설치된 곳에 머물렀다. ⓒ 이주영

산악열차, 모노레일,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인 지리산 형제봉에서 반달가슴곰 한 쌍이 발견됐다. 한 마리는 방사된 암·수컷 사이에서 자연 출생한 곰이고, 다른 한 마리는 야생일 가능성이 있다.

경남 하동군이 형제봉 일대에 산악열차 등을 조성하는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가운데, 천연기념물(제329호)인 반달가슴곰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이사장 우두성)과 형제봉생태조사단(단장 하정옥)은 16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형제봉에 설치한 무인센서 카메라에 반달가슴곰 한 쌍이 촬영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카메라를 설치한 지점과 산악열차 노선과의 최단거리는 불과 413m밖에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달곰친구들과 형제봉생태조사단은 지난 7월 21일 이 곳에 카메라 두 대를 설치한 뒤 11월 말 수거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반달가슴곰이 찍힌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와 영상을 공유해 개체 분석에 나섰다.

이 단체가 회수한 카메라의 반달가슴곰 관련 영상은 모두 4개다. 영상 분석을 통한 개체 확인 결과 반달가슴곰 2개체가 촬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한 마리는 반달가슴곰 'KM-61'이다. 방사된 KM-43과 RF-5 사이에서 태어난 개체로, 지리산에서 자연 출생한 수컷이다. 자연 출생했더라도 포획이 가능하면 표식을 붙이고, 건강상태 파악 등을 위해 위치추적 발신기를 부착하게 된다.

영상에 찍힌 또 다른 반달가슴곰은 위치추적 발신기가 없다. 이에 대해 반달곰친구들은 "이 개체는 지리산에 원래 살던 야생 반달가슴곰이거나 위치추적이 되지 않는 곰일 것"이라며 "이 곰이 야생일 가능성까지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반달가슴곰 두 마리는 암수로 짝짓기 시기에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
  
 발신기가 부착되어 있지 않아 야생 반달가슴곰일 가능성이 있는 개체
ⓒ 반달곰친구들
  
 위치추적이 되는 반달가슴곰 KM-61의 귀(동그란 원)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부착돼 있다.
ⓒ 반달곰친구들
반달가슴곰의 터전... "지리산산악열차 백지화해야"
 

반달곰친구들은 "카메라 두 대를 약 10m 거리를 두고 야생동물들이 좋아할 만한 물기가 많은 지역에 설치했다. 카메라 두 대는 모두 습지를 바라보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7월 26일 오전 6시 45분~7시 9분 사이에 두 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이곳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이들은 "반달가슴곰은 단독 생활을 한다. 짧은 시간(20여 분) 동안 같은 장소에 다른 수컷이 접근했을 가능성은 없다"며 "영상이 찍힌 날짜(6월~8월)는 반달가슴곰들이 짝짓기를 하는 시기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제봉 일대가 반달가슴곰의 중요한 서식지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특히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야생 반달가슴곰일 가능성까지 있으니 이는 무척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996년부터 1997년까지 야생 반달가슴곰의 흔적을 찾아 지리산 전역을 조사한 우두성 이사장과 일본 반달가슴곰연구소 마이타 소장은 형제봉 일대, 특히 산악열차가 통과하는 것으로 계획된 '원강재'에서 야생 반달가슴곰의 흔적을 다수 발견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두성 이사장은 1997년 9월 30일 원강재에서 2~3일 전에 나무를 할퀸 반달가슴곰의 흔적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며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의 일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형제봉 일대는 반달가슴곰의 삶터다"고 했다.
  
 1997년 9월 30일 원강재에서 발견한 반달가슴곰 흔적 (우두성 이사장 제공)
ⓒ 우두성
 
국립공원공단은 형제봉 일대에서 추적된 반달가슴곰이 2017년 5마리, 2018년 4마리, 2019년 5마리, 2020년(8월까지) 4마리였다고 밝힌 바 있다.

반달곰친구들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수치는 위치 추적된 반달가슴곰 숫자이며 위치추적이 안 되는 반달가슴곰도 서식하고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며 "위치추적이 안 되는 야생 반달가슴곰이 어쩌면 이번에 촬영된 영상 속 곰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이들은 "형제봉 일대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에 대해 정밀조사한 뒤, 정밀조사 결과가 구체화되기 전까지 형제봉 일대의 국유림 경영 계획 중 미시행 사업을 유보해야 한다"고 환경부와 산림청에 요구했다.

또한 하동군에는 "중앙정부가 재고한 지리산 산악열차를 백지화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방식이 아닌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에 대해 한걸음모델 상생조정기구에서 7차례 회의를 거쳐 논의한 결과 법률 개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동군에는 여론수렴과정을 거치도록 권고했다.

이에 하동군은 관련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와 환경단체는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노선과 KM-61 행동반경, 반달가슴곰을 찍은 카메라 위치 등.
ⓒ 반달곰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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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찾은 은연어 떼죽음…‘킬러’는 타이어

2020.12.13 21:10 입력 2020.12.13 21: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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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에 서식하다 북미 대륙 하천으로 회귀하는 ‘은연어’. 하천에서 일어나는 은연어 집단폐사의 원인이 자동차 타이어 조각에 함유된 유독물질에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태평양에 서식하다 북미 대륙 하천으로 회귀하는 ‘은연어’. 하천에서 일어나는 은연어 집단폐사의 원인이 자동차 타이어 조각에 함유된 유독물질에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 논문
타이어 손상 막는 첨가 물질
하천 유입, 혈관 문제 일으켜

태평양과 북미 대륙 하천을 오가며 서식하는 ‘은연어’가 유독 육지의 하천에서 지난 수십년간 떼죽음을 당했던 원인이 자동차 타이어에서 나온 독성물질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달 초 미국 워싱턴대 등의 연구진은 캘리포니아 북부부터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은연어의 집단폐사 이유를 지난 20여년간 추적 조사한 끝에 자동차 타이어의 손상을 막아주는 특정 화학물질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이 은연어의 숨통을 조인 것으로 지목한 성분은 바로 ‘6PPD-퀴논’이라는 화학물질이다. 이 물질은 자동차 타이어가 아스팔트와의 마찰에서 덜 손상되도록 하는 일종의 첨가제인 ‘6PPD’에서 생성된다. 6PPD가 오존가스와 반응하면 ‘6PPD-퀴논’으로 변하면서 매우 강한 독성을 띠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6PPD-퀴논은 도로에 흩뿌려진 채 방치되다 대개 비가 오면 하천으로 흘러들어간다. 하천으로 유입된 6PPD-퀴논이 은연어의 ‘킬러’가 되는 것이다.

분석에 따르면 6PPD-퀴논에 노출된 은연어는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물속에서 평형을 잃은 채 빙빙 도는 증세를 보였으며 결국 강바닥으로 가라앉아 폐사했다. 연구진에 속한 제니퍼 매킨타이어 워싱턴주립대 교수는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를 통해 “은연어의 몸이 어떤 과정에 의해 공격받았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혈관 계통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6PPD-퀴논이 은연어 외 다른 동식물에게도 해악을 끼치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인간에게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의 필수 부품인 고무 타이어의 사용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긴 어려운 상황이어서 6PPD-퀴논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일회용 폐마스크 15억개 바다로…해양생태계 악영향

2020.12.13 17:23 입력 2020.12.14 07: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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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해양 환경단체 오션스아시아 활동가가 바닷가에서 주운 폐마스크를 들어보이고 있다. 올해 2월(왼쪽 사진)보다 11월 들어(오른쪽 사진) 폐마스크 수거량이 늘어났다. 오션스아시아

홍콩 해양 환경단체 오션스아시아 활동가가 바닷가에서 주운 폐마스크를 들어보이고 있다. 올해 2월(왼쪽 사진)보다 11월 들어(오른쪽 사진) 폐마스크 수거량이 늘어났다. 오션스아시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올해 들어 일회용 폐마스크 15억6000만개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됐다. 폐마스크는 분해하는 데 450년이 걸리고, 서서히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면서 해양동물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홍콩 해양 환경단체 오션스아시아는 지난 7일 ‘해변의 마스크 : 코로나19가 해양 플라스틱 오염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쓰고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로 최소 4680~6240미터톤(MT)의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 단체는 올해 만들어진 일회용 마스크 520억개 중 적어도 3%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고 보고, 일회용 마스크당 무게를 평균 3~4g으로 계산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국제 마스크 시장은 지난해 7억9000만달러에서 올해 520억원대로 66배 가까이 커졌다. 마스크는 대부분 재활용할 수 없는 재료인 ‘멜트블로운 부직포’로 만든다. 사용한 마스크의 75%는 폐기물로 매립됐거나 바다에 떠다닐 것으로 추정된다. 폐기물 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국가들이나 늘어난 폐기물을 감당하지 못한 폐기물업체들이 일회용 폐마스크를 바다에 내다버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션스아시아는 홍콩 란타우섬 남쪽 소코제도의 해변에서 지난 2월부터 6주에 걸쳐 폐마스크 70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11월 27일 같은 곳을 다시 찾았을 때는 자원봉사자 2명이 불과 한 시간 동안 폐마스크 54개를 수집했다. 란타우섬은 핑크돌고래가 출몰하던 곳이지만, 해양 오염으로 출몰 빈도가 줄어들었다.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 해안의 코트다쥐르에서도 폐마스크와 폐장갑이 300개 넘게 발견됐다.

바다 생물들은 일회용 폐마스크를 먹이로 착각하고 먹을 수 있다. 마스크 끈이 몸에 감기거나, 마스크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이 몸에 쌓일 수 있다. 게리 스톡스 오션스아시아 운영이사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으로 10만 마리의 해양 포유류와 거북이, 100만 마리의 바닷새, 그 이상의 물고기, 무척추동물이 죽는다”면서 “해양 플라스틱 오염은 어업과 관광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세계 경제에 연간 130억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오션스아시아는 각국 정부에 재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 사용을 장려하고,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권했다. 보고서를 낸 펠프스 본다로프 박사는 “거의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 품목에는 재사용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옵션이 있다”면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재활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쓰고, 모든 마스크는 책임감 있게 폐기하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길어지는 코로나 팬데믹…바다는 ‘쓰레기 팬데믹’

쪽빛 바다 발리 섬, 지금은 '물반 쓰레기 반'..애꿎은 해양동물만 고통

권윤희 입력 2020.12.16. 17:01

[서울신문 나우뉴스]

쪽빛 바다를 자랑하던 인도네시아 발리섬 해안이 그야말로 물 반 쓰레기 반이 됐다. 쓰레기장으로 변한 서식지에서 가장 고통받는 건 바다의 주인인 해양동물이다./사진=포오션

‘신들의 섬’ 발리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쪽빛 바다를 자랑하던 인도네시아 발리섬 해안이 그야말로 물 반 쓰레기 반이 됐다. 자원봉사자는 물론 전문업체까지 나서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쓰레기장으로 변한 서식지에서 가장 고통받는 건 바다의 주인인 해양동물이다.

국제기업 ‘포오션’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 젬브라나 해안에서 낚싯줄에 걸린 돌고래 한 마리를 구조했다. 포오션 측은 “젬브라나 해안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던 작업자들이 낚싯줄에 걸린 병코돌고래가 수면 위로 입을 내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포오션

낚싯줄은 돌고래의 입과 꼬리를 옭아매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 묶여 있었는지 꼬리에는 패인 자국이 선명했고, 입 주변에서는 피가 흘렀다. 낚싯줄이 입을 둘둘 감고 있었던 탓에 아무것도 먹지 못한 돌고래는 고개를 가누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작업자들은 서둘러 낚싯줄을 제거하고 돌고래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다.

문제는 죽을 고비를 넘긴 돌고래가 언제든 다시 낚싯줄에 걸려들 수 있다는 점이다. 돌고래 방생 이후 작업자들이 쓰레기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대모거북 한 마리도 구조한 것만 봐도 그렇다.

돌고래 방생 이후 작업자들은 쓰레기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대모거북 한 마리도 구조했다./사진=포오션
대모거북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 위급(CR)종으로 올라 있다./사진=포오션

'대모거북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 위급(CR)종으로 올라 있다. 포오션 측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거북에게 큰 위협이다. 비닐봉지를 해파리나 해조류 같은 먹이로 착각해 집어삼켰다가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모든 바다거북이 살면서 한 번쯤은 플라스틱을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안타까워했다.

멸종위기 취약(VU)종인 고래상어 역시 바다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포오션

지난 15일 포오션이 공개한 영상에는 발리 젬브라나 해안에서 쓰레기 사이를 유영하는 고래상어의 모습이 담겨 있다. 고래상어는 매일 수천 톤의 물을 들이마신 후 크릴과 플랑크톤을 걸러내 섭취한다. 포오션 측은 고래상어가 빨아들인 바닷물에 섞인 미세플라스틱이 목숨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만7000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에서는 연간 130만 톤의 쓰레기가 바다로 버려진다. 포오션이 발리 해안에서 수거하는 쓰레기만 하루 500~1000㎏ 수준이다. 비닐과 빨대 등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부터 의자나 악기 등 생활용품까지 바다를 둥둥 떠다닌다.

사진=포오션
사진=포오션

발리 정부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섬을 일시 폐쇄했다가 다시 개방하는 등 오염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흘러든 쓰레기양이 워낙 방대해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