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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한겨레신문 사설-20160627월] ‘브렉시트 영국’의 무책임한 행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파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영국의 무책임한 행태가 부작용을 키우고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하기까지의 과정뿐만 아니라 이후의 모습도 전혀 세계 5위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나라답지 못하다. 지구촌의 반영국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초점이 된 것은 영국과 유럽연합 쪽의 탈퇴 협상 시작 시기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상 하루라도 빨리 협상을 시작하는 게 좋다. 그래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의 금융시장 혼란도 지구촌의 생산과 소비, 교역 등에 끼칠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불확실성 탓이 크다. 유럽연합 6개국 외무장관들도 25일(현지시각) 공동 기자회견에서 탈퇴 협상이 즉각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 문제를 오는 10월 자신이 사임한 뒤 새 총리가 결정할 몫으로 넘겼다. 후임 총리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 역시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런 태도에는 유럽연합 시장 접근권 등 영국이 그동안 누린 혜택은 유지하면서도 부담은 모두 털어버리겠다는 자국 중심주의가 작용하고 있다.
브렉시트를 강하게 주장해온 영국 정치인들이 이후 영국의 진로와 관련해 뚜렷한 계획을 갖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이들은 투표에서 이기기 위해 선동적인 모습을 보여왔지만 투표 이후 국민에게 하는 말이라곤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낙관론뿐이다. 여기에다 투표가 과열되다 보니 브렉시트 찬반 진영 사이에 쌓인 감정적 앙금도 만만찮다. 유럽연합을 인질로 삼은 정치 싸움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지금 지구촌은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사회나 안보 관련 사안에서도 갈수록 상호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지구촌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번의 브렉시트와 같은 사태가 다른 지역에서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브렉시트는 국내에서는 북부 스코틀랜드 지역 등의 독립 움직임을, 유럽 차원에서는 역시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는 네덜란드·프랑스·슬로바키아 등의 극우정당을 고무하고 있다. 극우적 발언을 되풀이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또한 브렉시트를 노골적으로 찬양한다. 브렉시트 사태는 영국과 같은 전통적인 강국도 지속적으로 혁신하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궁지에 몰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이 책임 있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국제적 위상은 더 취약해질 것이다. 특히 영국 정치 지도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지금과 같은 세계에선 어느 나라든 두 가지가 함께 요구된다.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는 것과 더불어 멀리 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 그것이다. 잘 조율된 국제 협력이 이전보다 더 요구됨은 물론이다.
[동아일보 사설-20160627월] 브렉시트 후폭풍에 정부는 대책없이 긴급회의뿐인가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 후폭풍으로 지난 주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24일 아시아 증시에 이어 유럽과 미국 증시의 잇단 주가 폭락으로 이날 하루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은 2조5465억 달러(약 3000조 원)나 줄었다. 주요 30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25일 국제결제은행(BIS) 정기총회에서 협조를 다짐하는 긴급 선언문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각국의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환율전쟁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한국을 비롯해 오늘 열리는 글로벌 주식 및 외환시장에서 ‘블랙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의 충격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온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작년 10월 이후 주요 20개국(G20)이 145개 보호주의 무역조치를 내놓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호주의가 최고조로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영국의 EU 탈퇴 결정이 자유무역주의를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기름을 부은 것만은 분명하다. 올해 미국 대선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도 세계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뚜렷하다. 수출 주도 경제성장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한국은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라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긴급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향후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해 적기에 과감한 시장안정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 주식 및 외환시장 불안이 커질 위험에 대비해 주식 공매도 금지 같은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추진하고 조선·해운산업의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안전성 평가)도 긴급히 다시 체크해야 한다. 장기 불황에 ‘브렉시트 악재’까지 겹친 만큼 추가경정예산의 조기 편성을 비롯한 경기부양책도 더는 미룰 수 없다.
24일 엔화가치가 급등하고 닛케이주가가 폭락하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즉각 관계 각료들을 불러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했지만 청와대는 이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16일 “우리나라는 영국과의 무역 금융 연계가 낮아 상대적으로 브렉시트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정부가 불안심리를 조장해선 안 되지만 지나치게 안이한 자세가 아닌지 아프게 자성해야 한다. 금융시장 후폭풍과 반(反)자유무역주의 확산에 대비해 정부는 획기적인 후속 대책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경제위기 극복에 관한 한 정부와 최대한 협력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20160627월] 英서 브렉시트 부른 양극화, 한국선 어떤 격변 만드나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24일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2346조원이 날아갔다. 세계경제의 혼돈이 주초부터 어떻게 확대될지 예측할 수 없다. 이번 선거 결과의 가장 큰 원인은 영국민의 '반(反)이민' 정서라고 한다. EU 결성으로 인한 이민자 증가가 안전과 일자리, 복지를 위협한다는 정서가 널리 퍼져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서의 더 깊은 뿌리엔 빈부 격차가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이날 보도한 선거구 분석에 따르면 저소득·저학력층이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Brexit)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영국은 대처 총리 이래 적극적인 개혁·개방 정책으로 '영국병'을 고쳤다고 했으나 이 과정에서 소외되고 좌절한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들이 권력과 부(富), 특권을 휘두르는 계층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영국에서 결집한 가난한 유권자들이 세계경제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영국의 EU 탈퇴 선거 직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열 명이 잔류를 호소하는 공동 서한을 발표했다. 불평등 연구로 유명한 앵거스 디턴 미(美) 프린스턴대 교수는 "심장에 이끌려 브렉시트에 투표하면 두뇌가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가디언·FT 등 유력 언론도 잔류를 지지했다. 이런 이성적 주장은 먹혀들지 않았다.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 대중을 지배했다.
저소득·저학력층의 분노는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상위 20%가 전체 자산의 85%를 차지할 만큼 빈부 격차가 심하다. 이에 대한 불만은 이미 대선 경선 과정에서 사회주의 성향의 버니 샌더스 후보에 대한 청년층의 열광적인 지지로 나타났다. 이상 현상으로 불리는 '트럼프 열풍' 역시 같은 흐름이다. 트럼프 현상과 브렉시트 모두 경제적으로 쇠락하고 낙후한 지역의 유권자들이 만들어냈다. 각국의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선동을 통해 이들의 좌절감을 이용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화 흐름에 적극적으로 적응해 성공을 거둔 나라이지만 그런 만큼 그늘도 넓고 깊게 퍼져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1년 사이 6% 커졌다. 이미 30%가 넘은 비정규직은 매년 수십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 노인 빈곤율은 OECD 최악이고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사회를 저주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부유층은 특권을 이용해 노력 없이 엄청난 소득을 얻고 부를 쌓아가고 있다. 분노의 에너지는 언젠가는 출구를 찾게 된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를 완화하고 갈등을 줄여나갈 대책을 다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한국에서도 브렉시트와 같은 비이성적 격변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앙일보 사설-20160627월] 브렉시트 위기, 닥치면 강해지는 힘을 보여줄 때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브렉시트(Britain+Exit)의 첫 주말이 지났다. 세계는 불확실성의 늪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대처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브렉시트로 보호무역과 신고립주의가 향후 세계 정치·경제·사회의 한 흐름이 될 것이란 사실이다.
반세계화 흐름의 확산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과제들을 던져줄 것이다. 수출로 먹고산 한국 경제는 지금껏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였다. 반세계화는 한국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충격이 될 수 있다. 브렉시트의 의미와 파장을 제대로 따지고 대처하는 국가적 역량이 요구된다.
우선 위기의 실체부터 알아야 한다. 브렉시트는 예전의 금융위기와 다르다. 금융 거품이나 실물 위기에서 비롯하지 않았다. 정치적 이슈가 부른 금융위기란 점에서 사상 초유다. 충격은 크다. 검은 금요일 하루에만 세계 증시에서 3000조원이 사라졌다. 우리 시장에서도 47조원이 날아갔다. 하지만 대응은 통상의 금융위기와 다를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론 선진국 간 정치적 해결이 돼야 위기가 가라앉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국 정책 공조가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번 위기는 진앙지도 선진국이요, 시장 충격도 선진국이 컸다. 금융위기의 단골 손님이던 동남아 신흥국은 되레 선방했다. 미국·유럽·일본 등의 공조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면 신흥국 위기로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라면 우리에게 미칠 충격도 커진다. 이런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 영국에 이어 프랑스·네덜란드가 EU 탈퇴에 나서는 등 정치적 이슈가 금융 위기에 끝없이 자양분을 제공할 수 있다. 1~2년은 기본이고 수십 년간 반복되는 ‘위기의 일상화’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 체력을 단단히 다져놔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노동·공공 개혁 등 경제 체질을 바꾸는 데도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
외환 방패도 든든히 쌓아야 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한·미 통화스와프를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도록 미국과의 채널을 열어놓는 게 필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우리 경제와 외환 체력은 튼튼했지만 그것만으론 외환시장의 높은 파고를 견뎌내지 못했다. 요동치던 시장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급속히 안정을 되찾았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
단기 대책도 촘촘히 짜야 한다. 위기의 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24시간 모니터링은 기본이다. 이상 징후가 생기면 시장 개입 등 즉각 조치에 나서야 한다. 필요하면 재정과 금리를 동원해 더 과감한 경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수출 감소 충격에 대비해 내수 확대가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도 과민 반응을 삼가야 한다. 공포는 퍼 나를수록 강해지는 속성이 있다.
국가 위기 때 꼭 필요한 게 리더십이다. 정치권의 단합이야말로 국민에겐 최고의 위안과 희망이 될 것이다. 브렉시트를 협치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에겐 탁월한 위기 극복의 DNA가 있다. 국난이 닥치면 강해지는 유전자, 지금이야말로 그 힘을 보여줄 때다.
[경향신문 사설-20160627월] 브렉시트 파장 간접적이라고 축소할 일 아니다
정부가 어제 자본시장 비상점검회의와 합동점검반 회의를 잇달아 열고 브렉시트 대응책을 논의했다. 브렉시트 결정 사흘 만에 벌써 4번째 대책회의다. 회의 뒤에는 ‘24시간 대응체계 구축’ ‘필요시 가용수단 총동원’ ‘대외건전성과 재정여력은 세계 최고 수준’ 등 위기 때마다 나왔던 천편일률적 발언만 되풀이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브렉시트는 정치사건이며, 경제효과는 간접적’이라는 말도 했다. 시장 불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하더라도 지나치게 한가한 발언으로 들린다. 이러다간 이번주 추경 발표로 대비 완료를 선언할지도 모르겠다.
현 단계에서 브렉시트의 파장이 어디로 튈지는 누구도 모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리먼 쇼크 때와 달리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서부터 “제2의 금융위기”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과거 위기 때의 학습 효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당장 경제가 충격을 받았을 때 달러나 엔화 등 안전 자산으로 도망치는 자본을 막을 수 있는 유효한 정책 수단을 찾기 어렵다. 한결같이 국제공조를 외치지만 제 살기 바쁜 나라들이 보폭을 맞출 가능성도 많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실물에 미치는 파장은 제한적”이라느니 “엔화강세로 인한 수출은 반사이익” 운운하는 목소리는 한심하다. 엔화강세 효과는 제품경쟁력이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국과 일본을 같은 반열에 놓을 수 있는 제품이 얼마나 될까. 유럽이 재침체에 빠지고, 국제 원자재 값이 급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인 상황에서 이런 인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골드만삭스는 브렉시트 전염 효과로 이미 아시아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미국 금리 인상은 물 건너갔다는 식의 얘기도 답답하다. 파장이 작다면 미국이 금리 인상을 늦출 까닭이 없지 않은가. 희망사항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저상장의 늪에 빠져 있다. 수출 여건의 변화, 가계 및 기업부채, 인구구조 변화 등 여러 위험요인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게 저하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 금융·재정정책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브렉시트는 통합과 개방의 가치 아래 진행돼 온 경제 질서에서 소외된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와 지도자들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있다. BBC는 유럽연합 탈퇴파가 이긴 8가지 이유 중 첫째로 “기득권은 개방과 통합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강조했지만 시민들은 그 혜택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내팽개쳐졌다’고 느낀 이들이 많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브렉시트는 엉클어진 경제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은 한국 정부가 브렉시트 파장에 뒷짐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구조적 위험 요인에 대한 성찰과 해결책 모색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60627월] 브렉시트 여진 속 시장 안정화 수단 총동원해야
브렉시트의 충격파가 심상치 않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지난 24일 우리 코스피지수를 포함해 전 세계 주식시장이 대규모 폭락세를 기록했다. 하루 만에 세계 증시 전체 시가 총액은 우리 1년 예산의 7배에 달하는 2조 5464억 달러가 증발했다. 영국은 물론 EU 경제 침체 가능성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달러화와 엔화의 가치가 치솟는 등 세계 경제가 극심한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 중앙은행장들은 어제 스위스 바젤에 모여 국제결제은행(BIS) 총회를 가졌고 28개국 EU 정상들은 28일 긴급회의를 열고 브렉시트 충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브렉시트 충격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실물경제로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4일 당장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화 가치가 폭등하고 원화가 급락한 것은 외국계 자본의 위험회피로 아시아 신흥국과 우리나라에서 대규모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비중은 29%에 이르러 어느 곳보다 외국자본 이동에 취약한 구조다.
우리도 어제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브렉시트 관련 자본시장 비상점검회의’가 열린데 이어 금융위와 기획재정부는 물론 한국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까지 참석한 긴급 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진단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세계 경제는 브렉시트까지 겹치면서 올해 성장률이 3%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2009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다. 우리의 핵심 교역국인 중국과 미국, 일본 등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브렉시트로 벌써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의 가치가 치솟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10%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1년간 0.4% 포인트 낮아지고 3년 동안에는 1.5% 포인트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규모 금융 완화로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경기를 부양했던 아베노믹스는 브렉시트로 직격탄을 맞았다. 엔화 가치가 치솟아 아베노믹스가 시작하던 4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더욱 걱정되는 대목은 고립주의를 선택한 브렉시트 여파로 세계 시장이 보호무역주의를 심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저성장의 늪에 빠져 수출 부진과 조선·해운 등 기업 구조조정까지 겹친 상황에서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는 참으로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우선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해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신속하고 과감하며 충분한 조치의 실행이 급선무다. 경제 각 분야에 걸쳐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화자금 변동 등 긴급한 유동적 상황에 맞춰 탄력 있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 역시 골든타임을 감안해 불필요한 소모전 대신 가급적 신속하게 편성할 필요가 있다.
■ 관련 사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60627월] 규제 덩어리 EU 개혁 나선 독일 프랑스에 주목한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6개국 외무장관들이 엊그제 베를린에 모여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6개국은 1952년 EU의 모태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설립을 주도한 국가들이다. 이들은 EU 설립 정신을 계속 이어가고 EU 탈퇴의 도미노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들은 EU가 보다 유연한 체제로 개혁돼야 한다는 데도 공감했다는 보도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역시 EU가 전진하기 위해선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를 맞아서야 제기된 개혁론이기는 하지만 EU의 변신을 기대하게 하는 새로운 사태 진전이요 바람직한 반응이라고 본다.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평화와 인권, 공존이라는 인류에 진보된 이념 아래 탄생한 국가 공동체가 EU였다. 사회주의적 오류가 이 같은 이념 아래 숨어 있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권력이 집중되면서 공동체는 필연적으로 관료주의를 탄생시켰고 각종 규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런 이상주의적 규제들이 이제 더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EU 시민이 되기만 하면 그들의 자식이 어디에 살든 EU 시민의 국적국 정부가 보호해줘야 한다는 조항은 브렉시트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규제가 영국 국적을 얻은 난민들의 가족 문제 해결에까지 복잡성을 더했다는 것이다. EU에선 주당 48시간 이상 일하는 것도 규제 대상이다. 환경에 대한 규제는 더욱 엄격하다. 근해 12마일에서만 어로가 허용되며 가정 내 목욕물에까지 엄격한 규정이 만들어져 있는 정도다.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20%까지 늘려야 하는 등은 비정상적 에너지 체계를 만들어 온 요인이었다. 2020년까지 각국은 탄소 배출도 20% 줄여야 한다. 바나나 규격을 정하는 규정만도 56쪽에 달하는 실정이었으니 자유의 영국 정신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금융거래세나 부가가치세도 영국인들을 화나게 한 주범이다. 마이클 고브 영국 법무장관은 EU 규정이 사라지면 매주 6억파운드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IFRS(국제회계기준)에 이어 새 IFRS 도입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런 규제를 만드는 건 EU의 관료체제다. 유로크라트라는 고약한 어감은 이미 유럽 전체에 통하는 관료적 병폐의 아이콘이 됐다. 이들 관료 주위에는 각종 로비스트들이 득실거린다. 폭스바겐이 브뤼셀에서 지출한 로비스트 고용 비용만도 지난해 330만유로였다. EU 체제에 호감을 갖는 나라는 보조금을 받는 쪽인 저소득 국가밖에 없다는 말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이제 독일과 프랑스가 EU 개혁을 떠맡게 됐다. EU가 준국가 혹은 국가 위의 국가라는 기능을 해오면서 누적된 관료주의 폐해를 수술하는 것도 독일의 과업이 됐다. EU 개혁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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