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제시문의 논제 파악하기
정확한 제시문 이해가 눈술의 방향 결정

소진권 (금성초등 교사·눈술 교육 전문가)
철희가 민영이에게 물건 옮기는 일을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민영이가 철희에게 무엇을 도와줘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이 종이 한 장을 선생님께 갖다 드려야 하는데 같이 들자.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잖아.”라고 말했습니다.

철희의 말처럼 백짓장도 두 명이 드는 일이 있을까요?

종이 한 장을 두 명이 드는 일은 없겠지만 논술을 할 때엔 백짓장을 두 명이 들자고 주장하는 어린이가 적지 않답니다.

그 이유는 제시문의 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논술 문제에는 ‘독서를 많이 하자.’, ‘패스트푸드를 적게 먹자.’는 등과 같이 주제를 직접 주는 경우도 있지만, 제시문을 주고 내용을 이해한 다음 주제를 파악하여 논술을 하라는 문제도 있습니다.

따라서 ‘독서를 많이 하자.’ 처럼 논술의 주제를 바로 알면 주제에 맞게 논술을 전개하면 되지만, 제시문을 파악하여 쓰라고 하는 문제에서는 제시문의 뜻을 바르게 파악하지 못하면 논술하는 방향이 엉뚱하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제시문을 파악하여 논술하는 문제에서는 제시문의 뜻을 바르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제시문을 바르게 파악하지 못하면 논술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여러분도 다음 제시문의 공통된 뜻을 찾아 주제를 생각하여 보세요.

※ 다음 제시문에 있는 두 속담의 뜻을 파악하여 여러분의 의견을 쓰시오.


<제시문>

-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 벽에도 귀가 있다.(The walls have ears.)



이 속담 뜻을 그대로 믿는 어린이가 있을까요? 새와 쥐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벽에도 귀가 있어서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이 논술한 어린이가 있습니다.



요즘 세상은 참 무섭다. 과학이 발달하다 보니 이제는 새도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쥐도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벽에도 귀가 있어서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하니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우리는 정말 말을 조심해서 해야겠다.



말을 조심해서 해야겠다는 주장은 맞겠지만 말을 왜 조심해서 해야 한다는 근거는 전혀 엉뚱합니다. 이 글을 쓴 어린이는 과학의 발달로 새와 쥐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벽에도 귀가 있어서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이해하여 쓴 것입니다.

위의 제시문을 이해하는 방향에 따라 글을 쓰는 방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하나의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도 다음 제시문의 뜻을 이해하여 주제를 생각해 보세요.

※ 다음 속담의 뜻을 파악해 여러분의 의견을 논술하시오. 여러분이 겪은 경험을 예로 들어도 좋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



제시문의 속담인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의 뜻을 ‘악어에게 물릴까봐.’라고 이해하였다면 어떤 방향으로 논술을 해 나갈까요?

‘돌다리가 무너지면 악어에게 물릴 지도 모르니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 무너지지 않는지 확인하고 건너자.’라고 쓸 것입니다.

그러나 속담을 바르게 해석하였다면 ‘어떤 일을 할 때에는 실수가 없도록 잘 확인하여야 한다.’로 주장할 것입니다.

이렇듯 제시문의 뜻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면 논술의 방향도 바르게 될 수가 없습니다. 제시문이 있는 논술 문제에서는 제시문을 바르게 파악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제시문을 바르게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려면 교과서에서 주제를 찾는 학습을 할 때 스스로 찾아보아야 합니다. 독서를 많이 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책을 읽으며 주제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좋은 학습 방법은 신문을 자주 보는 것입니다. 기사를 읽으며 어떤 내용인가를 파악하기 때문에 주제를 찾는 능력이 길러집니다.

※ 다음 글은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알아보세요. 주제를 바르게 찾았다면 제시문 파악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어린이입니다.


점잖은 선비가 푸줏간에 들어갔습니다. 그 선비는 "고기 한 근만 주시게나. 이 서방."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푸줏간 주인도 덩달아 "네 알겠습니다."라며 공손하게 대답했습니다.

바로 뒤에 심술쟁이 선비가 푸줏간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선비는 "고기 한 근만 내 놓아라 이놈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푸줏간 주인은 "네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심술쟁이 선비가 "아니 그런데 저 양반 고기는 많고 내 고기는 왜 이렇게 적은 거야! 눈이 어떻게 됐느냐, 이 백정 녀석아!"라며 화를 냈습니다.

주인이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저 어른 고기는 이 서방이 자른 것이고, 영감님 고기는 백정 녀석이 잘랐기 때문이지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TIP
<지시문과 제시문>


논술 문제에서 '다음 제시문에 있는 두 속담의 뜻을~'처럼 논술을 어떻게 하라는 방향을 제시하는 문제를 '지시문'이라고 합니다.

이에 비해 '낮말은 새가 듣고~ '처럼 주제를 담고 있는 내용을 제시한 것을 '제시문'이라 합니다.



입력시간 : 2009/04/19 13:2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