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흔히 길로 비유된다. 사진은 지리산 자락 피아골의 오솔길.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통합논술 원리와 실제
[난이도 수준] 고2~고3 ■ 통합논술의 원리 자신의 견해가 논제 범위를 넘지 말아야 견해 제시를 요구하는 논제는 주로 종합적 사고 측정이 필요하므로 비교적 분량이 많은 편이다. 이 유형은 대개 비교나 해석, 비판, 추론 등 다양한 논제 유형과 혼합 형태로 출제된다. 견해는 설득력을 갖추어야 하므로 당연히 근거를 동원하여 논증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따라서 평가 영역도 독해력, 분석력, 표현력, 논리력 등 논술의 기본 영역뿐 아니라 창의력까지 확장된다. 견해제시형 논제 해결의 첫째 요건은 견해의 대상을 제대로 아는 일이다. 논제에 그 대상을 명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응시자가 논제 분석을 통해 대상을 확정해야 한다. ‘무엇에 대한 견해인지’ 잘 모르거나 대상을 잘못 알고 답안을 작성할 경우 엉뚱한 견해를 전개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제시문 [가], [나], [다]의 관점을 비교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라’는 논제의 경우, 학생들은 ‘이를 바탕으로’라는 조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조건을 무시하고, ‘비교’와 ‘견해 서술’을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여 답안을 작성하기도 한다. 이는 논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논제 유형에 대한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 답안을 작성한 후에는 출제한 학교의 예시답안을 참고하거나 첨삭지도를 통해 제대로 썼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자신의 견해를 선정할 때는 견해에 대한 논제의 제약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의 논제는 응시자의 견해를 한정하는데, 이때 그 범위나 정도 및 방향을 정확히 파악한 뒤 답안 작성에 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제시문의 논지를 비교한 후 양자택일하고 한쪽을 옹호하거나 상대측을 비판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또는 다수의 관점이나 논지의 조화나 절충을 꾀할 수도 있고, 제삼의 견해를 도출할 수도 있다. 어떤 견해를 선정하든 그 기준은 결국 논제의 조건에 부합하는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응시자의 견해는 주장이나 판단의 형태로 나타난다. 따라서 반드시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 통합논술의 논제들은 대부분 제시문에서 근거를 찾아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수험생들은, 논제에 근거의 소재를 명시했음에도 그 조건을 벗어나 자신의 경험이나 배경지식에서 근거를 가져온 경우 감점으로 이어짐을 명심해야 한다. 반면 제시문에 근거가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거나 자신의 견해와 무관해 보이는 내용에 대해, 심층 분석과 정확한 추론을 통해 효과적인 근거를 추출해 냈다면 창의적 근거 제시로 높은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 두자. 견해제시형 논제의 해결에는 개요 작성이 필수적이다. 개요 작성 과정에서 응시자는 폭넓고 깊이 있는 사고를 전개해야 한다. 즉 개요는 응시자의 사고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개요는 작성할 답안의 전체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설계도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답안을 작성하면서 끊임없이 제시문을 보게 되는데, 그럴 경우 제시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거나 편집한 수준의 답안을 벗어나기 어렵다. 표현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사고의 확장을 꾀하지 못하고 제시문 안에서 맴돌게 된다.■ 통합논술의 실제 인생의 갈림길과 막다른 궁지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해 보세요. (제시문 가) 인생이라는 장도에는 큰 난관이 두 개 있다. 갈림길과 막다른 궁지가 그것이다. 갈림길에서는 묵자(黑子) 선생도 통곡하다 돌아갔다고 하지만, 나는 울지도 돌아가지도 않고 우선 갈림길 앞에 앉아 쉬거나 한숨 자고 괜찮을 만한 길을 택해 계속 걸어갈 것이다. 가다 정직한 사람을 만나면 음식물을 달라 해서 허기를 달래되, 길을 묻지는 않으련다. 내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그 길을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호랑이라도 만난다면 나무 위로 기어올라가 놈이 배고픔을 참다못해 제 갈 길을 가면 그때 내려올 것이고, 끝내 가지 않는다면 나무 위에서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혁대로 몸을 꽁꽁 묶어두고 시체마저도 놈에게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무가 없다면 놈에게 잡히어 먹히긴 먹히되, 놈을 한 입 물어뜯어도 무방할 것이다. 다음으로 완적(阮籍) 선생도 대성통곡을 하고 돌아갔다는 막다른 길에서는 갈림길에서처럼 성큼 걸어갈 것이고, 가시밭길이 가로막는다 해도 여전히 걸어갈 것이다. 다만 온통 가시밭뿐이어서 결코 갈 수 없는 길은 분명 한 번도 맞닥뜨려 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본래 막다른 궁지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가 다행히도 아직 그런 지경에 빠지지 않았거나. (제시문 나) 가지 않은 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해 한 길을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논제] 다음 두 제시문에서 화자가 ‘갈림길’ 앞에서 취한 태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기술하고, 제시문 (가)와 (나)의 입장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의 의견을 밝히시오. - 2012 서울여대 수시 [풀이] 논제의 첫 번째 요구는 각 제시문의 화자가 ‘길’을 선택하는 태도를 비교함으로써 각자의 삶에 대한 관점이나 방식을 이해해 보라는 것이다. 이때 비교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차이점을 서술하는 것이므로, 공통점 서술이 곧 서론에 해당할 수 있다. 두 번째 요구는 두 관점 중에서 한 가지를 택하고 그 입장을 지지하는 견해를 근거와 함께 서술하라는 것이다. 삼단 구성을 할 경우 결론은 짧은 단락이나 본론 단락 내의 한두 문장으로 하되, 자신이 선택한 견해의 한계점 보완이나 의미 서술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1. 공통점 - 서론에 해당 갈림길의 의미를 ‘인생행로’로 봄 / 선택의 어려움 표현(선택의 기회는 한 번뿐임) / 한쪽을 선택함 (제시문 가) → ‘인생의 장도’, 글의 끝 부분 두 문장 (제시문 나) → 1연의 2행, 3연의 4, 5행 ※ 선택의 어려움 표현 : 제시문 (가)의 ‘큰 난관’ / 제시문 (나)의 ‘오랫동안 서서’ 망설임 2. 차이점 - 본론 앞부분 (제시문 가) → 망설이지 않음(‘괜찮을 만한’ 길 선택) / 선택에 책임짐(다른 길에 대한 미련이 없음) / 선택보다 선택 후의 의지와 노력을 더 중시함(고난 극복의 기개) (제시문 나) → 신중함(가능한 한 멀리 예측해 봄) / 선택의 기회가 한 번뿐임을 안타까워함(다른 길에 대한 미련이 있음) / 선택한 길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공존 / 과정보다 선택의 중요성 강조 3. 자신의 견해 서술 - 본론 뒷부분 선택 및 근거 -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이유(근거) 제시 → 자신의 인생관과 부합하는 쪽 선택 4. 선택한 길의 한계와 보완 또는 자신이 선택한 견해의 의미 서술
■ 통합논술의 예제 죽음에 대한 인간의 태도는 다양하다 ※ 다음 풀이 과정에 따라 다음 논제를 해결해 보세요. (가) 인간은 생명체로서의 본능이 약화된 존재이므로 동물계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모든 종과 대조해 볼 때 부인할 수 없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동물 집단과 그 집단 내 의사소통, 연대성, 공격성에 대해 아무리 연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특수성이 덜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이러한 특수성이란 이 세상에서 자신의 고유한 삶을 넘어서서 생각하거나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인간의 타고난 능력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죽은 자들을 매장하는 것은 인간됨의 근본 현상이 된다. 매장은 죽은 자를 신속하게 숨기는 것이 아니다. 또 그것은 무겁고 영원한 잠에 빠져 꼼짝하지 못하는 자에게서 받은 충격적인 인상을 재빨리 지우는 것도 아니다. 그 반대로 인간은 상당한 노동과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죽은 자와 함께 머무르고자 하며 죽은 자를 산 자 가운데 꽉 붙잡아 놓고자 한다. 우리는 고대의 무덤들에서 발견되는, 죽음을 애도하는 여러 형태의 유물들을 보면서 그 풍요로움에 놀란다. 이런 유물들은 인간 존재를 영구히 보존하는 방식이다. 그것들은 죽음이 끝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것의 가장 근원적인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이는 종교적인 사안도 아니고 종교를 세속적인 관습이나 도덕으로 전이시키는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인간됨을 이루는 근본이며 그것에서 인간 실천의 특수한 의미가 파생된다. 우리가 여기서 다루는 것은 자연 질서의 궤도에서 벗어난 생활양식이다. 가령 새들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삶의 본능도 놀랍지만 그 새들이 같은 종에 속하는 새들의 죽음에 대해 기피하거나 완전히 무시하는 그런 행태는 더욱 놀라운 것이다. 이러한 대비는 인간이 생존에 대한 자연적인 삶의 본능을 어떻게 거스르기 시작했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다) 데모크리토스에 따르면, 사람들이 부패를 피하는 것은 부패하는 것들의 악취와 추악한 모습과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건강과 아름다움을 갖춘 사람들이라도 죽으면 그런 상태로 전락해 버리기 때문이다. …… [중략] …… 밀론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었다 해도 죽으면 얼마 안 가서 해골이 되고 결국에는 최초의 자연으로 해체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체를 묘지로 보내는 것이다. 건강하지 않은 안색이나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도 이는 마찬가지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자신이 들어갈 곳이 장차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낼 만한 호사스러운 묘가 아니라 간소해서 볼품없는 묘라는 것을 예측하고 비탄에 빠지는 것은 지극히 우매한 일이다. …… [중략] ……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생각 자체를 기피하는 것은 삶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이 애착은 삶의 즐거움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죽음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게 보일 때, 죽음은 사람들에게 느닷없이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유언을 써놓는 것조차도 두려워하며 죽음에 사로잡히게 되고, 데모크리토스에 따르면 “곱빼기 식사를 꾸역꾸역 집어넣을 수밖에 없게 된다.” (라) ‘배설물’과 관련된 말이나 상황이 죽음에 대한 연상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실험을 했다. [실험1] 50명의 피험자를 무작위로 집단 ‘갑’과 집단 ‘을’로 나누었다. ‘갑’에 배정된 피험자 25명에게는 “‘배설물’에 대한 다른 표현이나 동의어, 은어 등을 세 개 쓰시오. 예를 들면 ‘똥’이라고 쓰시오”라는 질문지를 주어 배설물에 대해 떠올리도록 유도했다. 반면 ‘을’에 배정된 25명에게는 “‘친구’에 대한 다른 표현이나 동의어, 은어 등을 세 개 쓰시오. 예를 들면 ‘벗’이라고 쓰시오”라는 질문지를 주어 배설물이나 죽음과 전혀 상관없는 것을 떠올리도록 했다. 잠시 후 두 집단의 피험자 모두에게 미완성된 12개의 단어를 동일하게 주고 완성하도록 했다. 그 12개에는 죽음과 연관시켜 완성할 수 있는 단어가 6개 포함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시__’는 ‘시체’로, ‘__례’는 ‘장례’로 완성할 수 있다. 이러한 12개 중 몇 개가 죽음과 연관된 단어로 완성되었는지를 세었다. [실험2] 한 대학의 기숙사에서 성별과 학년이 동일한 50명의 기숙사생을 상대로 [실험1]처럼 단어를 완성하도록 요청했다. 집단 ‘갑’은 방금 화장실에서 나온 학생 25명이고, 집단 ‘을’은 화장실과 멀리 떨어진 복도를 지나가는 학생 25명이다. 두 집단 모두에게 미완성된 5개의 단어를 동일하게 주고 완성하도록 했다. 이 5개 중 2개는 죽음과 연관시켜 완성할 수 있는 단어였다. [실험1]과 마찬가지로, 완성된 단어 중 죽음과 연관된 것의 수를 세었다. 아래 표는 각 실험에서 죽음과 연관시켜 완성된 단어 수의 집단별 평균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