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된 쓰레기.. 플라스틱 폐기물로 '우주'를 창조하다

정상혁 기자 입력 2018.10.03. 03:03 수정 2018.10.03. 03:14

美 '수퍼 팝아트' 창시자 케니 샤프
텔레비전·장난감 등 쓰레기 주워 만화적 회화로 사회적 메시지 전달

쓰레기가 영원하다면, 예술도 영원할 것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현대의 골치다. 그러나 이것들을 주워다 그림을 그리면 썩지 않고 거의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 낡은 것과 새것, 비예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다. 내 작업을 요약하면 '재가공'이 될 것이다." 미국 팝아트에 최대 출력을 가하며 등장한 이른바 '수퍼팝'의 창시자 케니 샤프(60)가 말했다.

형광 채색한 폐기물로 우주를 연출한‘코스믹 카반’에서 환호하는 케니 샤프. 그는“동양의‘음양(陰陽)’에 매혹됐다”며“순환과 평화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서울 롯데뮤지엄에서 3일부터 열리는 '케니 샤프, 수퍼팝 유니버스' 전시 개막차 처음 방한한 그는 에어컨·텔레비전·자동차 등 캔버스 밖으로 만화적 이미지와 색채를 확장하며 주목받은 작가. 텔레비전 뒤편에서 사람의 얼굴 윤곽을 발견한 뒤 회화를 입힌 '백스'(Bax) 시리즈, 버려진 이삿짐이나 중고상에서 헐값에 가져온 유화 위에 새로 그림 그린 '본 어게인'(Born Again) 시리즈 등 이번에 공개되는 회화·조각 등 100여 점은 SF적 상상력을 통해 현대의 환경과 질병, 소비 지향 사회의 비판을 초현실적으로 제시한다. 핵폭발과 인류 멸망의 음침한 주제 의식을 다루면서도 1960년대 TV 만화 '고인돌 가족'(과거)과 '우주가족 젯슨'(미래)을 결합한 '젯스톤'(Jetstone) 시리즈처럼 발랄함을 잃지 않는다. "이 세계엔 어두운 측면이 너무 많다. 우리에겐 보다 많은 선의와 사랑, 빛과 색채가 필요하다."

버려진 물건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그의 작업은 전시 하이라이트 '코스믹 카반'(Cosmic Cavern)에서 만개한다. 각종 폐기물에 형광 페인트를 칠하고 장식해 사이키델릭 우주 공간으로 재창조한 18평 남짓한 방이다. "쓰레기는 산책하다가 얻고 이웃들이 가져다주기도 한다. 특히 장난감에는 주인의 역사가 담겨 있다. 자칫 사라질 뻔한 역사를 다시 살린다는 의미도 있다. 게다가 이보다 값싼 소재가 어딨나?" 이번 전시엔 한국 관람객 50명이 기증한 폐장난감이 사용됐다.

태극기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벽화‘Dragon serpents adore Korea!’다. /롯데문화재단

기존 팝아트 사조와 달리 의식의 흐름에 따른 팝 초현실주의, 이른바 '수퍼팝'을 지향한다. 드로잉 없이 캔버스에 그려넣은 거대한 도넛과 핫도그가 새 유토피아를 향해 떠나는 우주선으로 묘사되고, 우스꽝스러운 젤리 괴물처럼 흘러내리는 유기체 '블롭(Blobz)' 시리즈는 일상 밖 추상의 언어를 창조해낸다. "팝아트는 주류 미술에 대한 반발이라는 파열음과 함께 등장했다. 과거의 장르지만, 장르가 아닌 세계의 새로운 인식으로 받아들이는 한 여전히 팝아트는 유효하다." 그는 현재 자신의 팝아트를 "수퍼 두퍼 엑스트라 팝아트"라고 정의했다.

1979년 데뷔해 미국 아티스트 키스 해링, 장 미셸 바스키아와 함께 활동하며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반항아 삼총사'로 이름을 날렸다. "난 예술가이지 할리우드 배우가 아니다. 유명인들의 부침을 자주 봤다. 인지도에 연연하지 않는다." 뉴욕 활동 시절 한국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과도 자주 교류했다. "내가 전혀 유명하지 않았을 때, 백남준이 내 쇼에 찾아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내 멘토였고, 거장이었으나 거만하지 않고 매우 친절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백남준을 향한 오마주 작품도 선보인다.

문턱을 낮추고 경계를 지우는 일을 최고로 친다. 이것이 그가 공공미술에 몰두하는 이유다. 이번 전시장에선 돌아다니는 로봇 청소기에도 얼굴을 입혀 재미를 노렸다. "차에 그림을 그리거나 벽화를 남기면 매일 수천 명이 볼 수 있다. 뜻밖의 장소에서 그림을 마주친 사람들은 놀란다. 그런 미술적 마주침이 현실을 바꾼다. 미술을 대중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대중을 미술 쪽으로 향상시키는 일이다. 여전히 내 작품이 파격을 던져주리라 믿는다." 이제 관객이 평가할 것이다. 내년 3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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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여린 찻잎으로 미술품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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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 화개면 정금리 야생 차밭에서 소재를 의논하는 제임스 설리번(오른쪽)과 김성수 예술감독. [사진 김석구]

하동군 화개면 정금리 야생 차밭에서 소재를 의논하는 제임스 설리번(오른쪽)과 김성수 예술감독. [사진 김석구]

눈이 번쩍했다. 코가 실룩실룩한다. 온 몸을 열고 성큼성큼 걸어간다. 지난 23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면 정금리의 야생 녹차 밭. 미국 출신 설치미술가 제임스 W 설리번(66·메도우즈 예술대학 미술학과 교수)은 도시를 지날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차에서 내렸다. 차밭으로 들어가 잎을 따 냄새를 맡고 손으로 비비며 주변 풍광을 살핀다. 설리반은 오는 10월 지리산 하동 일원에서 ‘다시 자연으로-생명 속에 생명을 담다’를 주제로 열리는 ‘2018 지리산 국제환경예술제’(예술감독 김성수)에 초대작가로 선정됐다.
 

미국 자연주의 설치미술가 제임스 설리번
올 10월 지리산 국제환경예술제 참가

“숙성한 찻잎과 어린 찻잎, 덖은 정도에 따른 질감 차이가 재미있어요. 할머니와 손자의 피부가 다른 것에 비유할 수 있겠지요. 저는 자연의 모든 요소를 몸, 특히 촉각으로 느껴서 그 재료의 감성을 바탕으로 작업합니다. 하동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차를 소재로 하고 싶지만 너무 여린 소재라 걱정이네요.”
설리번의 '신체 생태 미술' 개념을 보여주는 대표작. 볏짚과 회반죽, 나무가 소재다.

설리번의 '신체 생태 미술' 개념을 보여주는 대표작. 볏짚과 회반죽, 나무가 소재다.

 
설리번 교수는 세계 미술계에서 ‘신체 생태 미술’ 개념을 발전시켜온 선구자로 꼽힌다. 볏짚과 회반죽, 나무 등으로 구성한 인체 조각은 우주 공간에 홀로 내던져진 인간의 생존 조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목받았다. 삐죽빼죽 몸 밖으로 튀어나온 짚의 예리한 형태가 보는 이를 자극한다. 예일대에서 철학을 먼저 전공하고 20대 후반에 조각을 공부한 그는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작품의 이론 체계를 단단히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일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미술가의 길에 들어선 설리번은 인간 실존의 문제를 깊이있게 다룬다.

예일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미술가의 길에 들어선 설리번은 인간 실존의 문제를 깊이있게 다룬다.

“2016년 첫 해에 작업한 대지예술가 크리스 드루리의 ‘지리산 티 라인’을 봤어요. 지리산 맥을 잇는 산줄기에 차나무와 바위를 뱀이 똬리 틀 듯 엮은 게 힘차면서도 아름답더군요. 지난해 2회 작가인 야생주의 현대미술가 에릭 사마크는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장소를 골라 원시의 성소를 만들었어요. ‘소리 나는 돌과 피난처’는 제목 그대로 그곳을 찾아온 이들에게 소란한 세상에서 비껴난 자기만의 안식처를 주더군요.”
 
프랑스 야생주의 작가 에릭 사마크의 '소리 나는 돌과 피난처' 앞에서 생각에 잠긴 설리번.

프랑스 야생주의 작가 에릭 사마크의 '소리 나는 돌과 피난처' 앞에서 생각에 잠긴 설리번.

드루리는 영국, 사마크는 프랑스 출신이다. 이제 미국 출신 설리번의 작업이 완성되면 지리산 하동군은 자연주의 현대미술의 선도국이라 할 세 나라 세 작가의 작품을 보유한 희귀한 지역이 된다. 김성수 예술감독은 “처음에는 하동이란 낯선 지명에 고개를 갸웃하던 거장들이 직접 와서 현장을 보는 순간, 지리산이 품어주는 천혜의 땅에 반해서 창작 의욕을 불태운다"고 설명했다. 
 
설리번은 김성수 감독이 조성 중인 자연주의 예술복합공동체인 ‘지리산 아트 팜’의 예술학교 야외극장 주변을 작품 설치 장소로 점찍었다. 26일에는 통도사에서 열리는 천연염색 시연장을 둘러보며 “무슨 재료를 써야할까 고민이 더 깊어졌다”고 털어놨다. 28일 한국을 떠나며 그는 “10월에 돌아올 때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작업 방향을 잡을 것 같다”는 암시를 남겼다. 새로운 자연주의 생태미술의 씨가 지리산에 뿌려질 모양이다.
하동(경남)=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지리산 여린 찻잎으로 미술품 만듭니다

비 온 다음날 자연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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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한 번, 자연미술을 합니다. 

자연미술이라 특별하게 하는 건 아닙니다. 

봄이면 새싹, 새순이 오르는 나무를 살핍니다.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꽃잎을 그립니다. 구름을 보고 글과 그림으로 나타냅니다. 텃밭에 들러 커가는 식물을 자세히 그립니다. 햇살 가득한 봄을 사진으로 찍기도 합니다. 여름이면 물길 만들기, 운동장 큰 그림 그리기(이어서 물싸움 놀이)를 합니다. 가을에는 나뭇잎과 나뭇가지로 만들고, 겨울에는 눈으로 이글루를 만듭니다. 

어제 비가 꽤 많이 내렸습니다. 자연미술로 운동장에 고여 있을 물로 놀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운동장에 물이 잘 안 보입니다. 물빠짐이 좋아 금세 말랐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아이들에게 물으면 답이 보입니다. 

"운동장에서 자연미술을 해야 하는데, 뭐가 있을까요?"

 

둘씩 한 모둠으로 엮었습니다. 그리고는 하고픈 것을 정했습니다. 

정한 모둠은 저에게 말하고서 운동장으로 나갑니다. 

 

- 물웅덩이에 나뭇잎 띄우기

- 흙에 글자 쓰기

 

- 시를 쓰고 꾸미기

- 나뭇잎 위에 종이를 올리고 색연필로 살살 무늬 뽑아내기

- 물웅덩이에 신발을 묻혀서 흙에 신발자국 내기

- 물로 그림 그리기

- 맨발로 물웅덩이 들어가 발로 그림그리기

- 가위로 나뭇잎 잘라서 모양 내기(조심조심)

- 모래성 만들기(놀이터)

- 흙에 그림 그리기

(그림 그리고 놀기도 합니다. 저도 함께 하는데 금세 힘이 듭니다.)

 

- 돌과 나무로 여러 모양 꾸미기

 

"선생님, 저기에 없는 거 해도 돼요?"

"뭔데?"

"물길 만들기요."

"그럼."

 

많은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모래성을 만듭니다. 

다른 활동하던 아이들도 모래성으로 몰려 듭니다. 

아이들은 제 나름의 이야기로 나라를 세우고 통일을 이뤄 냅니다. 

 

마칠 때 두 가지를 유의합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만들었던 모래성을 원래대로 합니다. 만들었던 물길은 다시 메웁니다. 

! 신발과 옷 그리고 손에 묻은 흙을 탈탈 털고 들어갑니다. 그냥 씻으면 수도가 막힙니다. 

 

"선생님, 미술 시간 중에서 최고였어요."

"나 이거 오늘 일기로 쓸거다." "나도."

"선생님, 다음에 비 오면 또 해요."

"그러자. 좋지."

 

 

이영근 chocham@hanmail.net

 선생님 책: <초등학급운영 어떻게 할까>(보리), <초등자치><초등 따뜻한 교실토론>(에듀니티), <와글와글 토론교실>(우리교육)

 어린이 책: <토론이 좋아요>(에듀니티), <학급회의 더하기>(현북스)

 어린이 일기 모음 책​: <놀고 싶다>(1학년), <이빨 뺀 날>(2, 3학년), <비교는 싫어>(4~6학년)(우리교육)

 ​초등참사랑: http://chocham.com/ 초등토론교육연구회: http://cafe.daum.net/debateedu

장난감 속 꿈을 찾다. 어린이미술체험관 기획전‘두드림’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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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어린이미술체험관이 5월 가정의 달과 어린이날을 맞아 2014년 두 번째 기획전두드림 do dream – 꿈을 두드리다.(이하 ‘두드림’展)을 개최한다. 다가오는 5월 5일(월)부터 6월 27(금)까지(매주 일·월 휴관) 진행되는 전시는알록달록 귀여운 모습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장난감과 그 속에 담긴 꿈을 주제로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장난감이란 어른에 의해 만들어지고 어른의 욕망을 가득 담아놓은 이미 ‘사용된 꿈’이라 해석하며, 작은 장난감들을 모아 탑, 별, 화분 등 다양한 형태의 설치작품을 만드는 김용철 작가가 참여한다. 약 18점의 설치, 사진작품이 전시될 계획이며 장난감학교 쓸모(사회적기업 금자동이)의 일부 재료 후원으로 신작 ‘사용된 꿈-바다를 보라(가제)’가 선보일 예정이다.

두드림展은 장난감학교 쓸모(사회적기업 금자동이)의 협력으로 매일 쏟아져 나오는 폐장난감 쓰레기 문제와 버려진 자원인 폐장난감을 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재료로 업사이클링하는 과정을 알아보고, 장난감 조각으로 나만의 장난감을 만들어보는 상설체험을 마련한다. 전시 관계자는 ‘흔히 보던 장난감이 예술적 상상을 만나 작품으로 탄생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전시이다. 장난감 이면에 자리한 문제를 들여다보고, 더 넓은 것을 생각하며 새로운 꿈의 문을 두드려 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한다.

한편 전시기간 동안 상설체험 프로그램 <아트UP토이>를 운영하며, 평일에는 <전시연계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토요일(5월 17일 11시, 14시_총 2회)에는 장난감학교 쓸모가 진행하는 전시연계 워크숍 <토이 정크아트-나만의 장난감 만들기>가 진행될 예정이다. ■ 관람 및 교육·워크숍 문의 031) 211-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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