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1학기 수시 논술… 감점 줄이기 노하우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논술고사에서는 막연한 절충론보다는 논제에 맞게 자신의 견해를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전개하고, 대학이 요구하는 유의사항을 지켜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23일 이화여대가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등 2007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 전형이 대학별로 시작된다. 논술은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입시전문기관 유웨이중앙교육이 전국에서 3000여 명이 참가한 대학별 모의고사(E-TEST) 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수험생들이 논술에서 자주 범하는 오류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논술에서 불필요한 감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 막연한 절충론을 피하라

논술문은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 근거를 들어 펼치는 글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각이 들어간 주제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논술 문제 중 상반된 견해를 드러내고 있는 제시문을 보여준 뒤 그에 대한 견해를 펼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적당히 두 견해 사이의 합의점만을 찾으려고 하는 태도는 좋지 않다. 논술 자체가 이치를 따져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인 만큼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막연한 절충론보다 하나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논제를 정확히 파악하라

논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논술의 기본이자 시작이다. 의외로 논제가 요구하는 사항을 모두 반영하지 못한 답안이 많다. 아무리 잘 쓴 내용이라도 가장 기본적인 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최근의 논술 문제는 문자 자료 외에 다양한 시각적 자료를 제시문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문자 제시문뿐 아니라 통계자료, 도표, 그래프, 그림 등의 다양한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해 논술문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간혹 수험생 중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이 제시문에 나오면 반가운 마음에 제시문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을 활용해 논술문을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배경 지식을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기본적으로 제시문을 바탕으로 서술해야 한다.

● 한 문단엔 하나의 소주제

채점을 해보면 전체의 글을 하나의 문단으로 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 문단이 하나의 문장으로 이뤄진 경우도 있다. 또 내용과는 상관없이 길이에 따라 임의적으로 문단을 구분해 하나의 문단에 여러 개의 소주제를 담은 논술문도 많다.

논술을 쓸 때는 각각의 소주제에 따라 문단을 적절하게 구분해야 한다. 문단은 너무 길어도 너무 짧아도 좋지 않다. 하나의 문단에는 하나의 소주제만을 담아야 하고 문단의 길이도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 좋다.

비교적 긴 분량의 글을 쓰는 정시 논술고사와는 다르게 수시 논술고사는 대학마다, 문제마다 요구 분량이 제각각이다. 따라서 요구 분량에 따라 문단의 개수도 다르게 해야 한다. 100∼200자의 짧은 분량은 문단 구분 없이 하나로, 500∼700자는 2, 3개가 적당하다.

● 논술은 수필이 아니다

논술을 신변잡기나 수필로 착각해 ‘내 경험을 예로 들자면’ 식으로 개인적 경험을 주제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감정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인 표현이나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극단적인 내용은 글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거시적 안목으로 제시문을 분석하고, 자신의 경험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회 일반의 원리로 발전시켜 논거로 삼는 것이 좋다.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드러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논술문은 채점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앞뒤 내용이 모순되거나 논지 전개에 불필요한 부분이 글 사이사이에 끼어 있으면 전체적인 글이 산만하게 된다.

이외에도 반론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는 경우가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의견만을 내세우는 논술문은 매력적이지 않다. 반론을 언급하고 본인 주장의 타당성을 모색하거나 반론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 글쓰기 기본을 지켜라

문장은 간결할수록 좋다. 비유적 표현을 많이 사용하면 내용이 불분명해진다. 우리말에서 발달한 감각적인 수식어 역시 논술문에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맞춤법, 띄어쓰기, 원고지 사용법을 제대로 안 지켜 감점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주의하면 사소한 감점을 피할 수 있으므로 신경을 써야 한다. 문단을 시작할 때는 원고지 첫 칸을 비워야 하고, 문단을 바꾸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줄을 바꾸지 않는다.

퇴고할 때는 올바른 교정부호를 사용해 깨끗이 수정하는 것이 좋다. 틀린 부분은 자를 대고 두 줄을 긋고 그 위에 수정한다. 글씨를 또박또박 깔끔하게 쓰면 채점자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과 같은 1인칭 주어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건(이것은)’ ‘게(것이)’ ‘근데(그런데)’ 등의 줄임말이나 ‘그’, ‘이런’ 등의 불필요한 구어체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다.

● 유의사항을 명심하라

각 대학이 제시한 ‘유의사항’은 꼭 지켜야 한다. 글의 분량, 필기구 지정, 신상 노출 등 공통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가볍게 생각하는 수험생이 있다.

유웨이중앙교육 강신창 논술팀장은 “좋은 답안을 써 놓고도 사소한 유의사항을 지키지 않아 감점되거나 0점 처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논술이 당락을 좌우하는 만큼 유의사항을 꼼꼼히 읽어 사소한 감점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논술고사 감점 줄이기 10계명

① 글의 분량, 지정 필기구 등 유의사항은 반드시 지킨다.

② 막연한 절충론은 피하고 자기 견해를 분명히, 일관되게 전개한다.

③ 제시문을 충분히 활용한다.

④ 문단을 적절히 구분한다.

⑤ 띄어쓰기, 맞춤법, 원고지 사용법 등 글쓰기 기본을 지킨다.

⑥ 개인적 경험을 논거로 사용하지 않는다.

⑦ 반론에 대한 언급 없이 자기주장만 고집하지 않는다.

⑧ 지나친 줄임말이나 구어체 표현은 삼간다.

⑨ 퇴고는 올바른 교정부호로 깨끗하게 한다.

⑩ 글씨는 또박또박하고 깔끔하게 써야 좋은 인상을 준다.

논술의 평가요소와 수험생의 오류유형
평가 기준오류사항중요도
내용논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자신의 의견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경우★★★★★
제시문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경우★★★★
논리·구성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경우★★★★
논지의 일관성이 결여되거나 반론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는 경우★★★★
문단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
표현논술문에서 피해야 할 표현을 쓴 경우★★
맞춤법, 띄어쓰기, 원고지 사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
유의사항글의 분량, 고사 시간 지정, 필기구 지정,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 금지, 수정액 사용 가능 여부 등 대학 공통 유의사항을 어겼을 경우★★★
자료: 유웨이중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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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논술로 아이들을 힘들게 하나?
[아이들에게 멍석 깔아주기 (6)] 논술에 한 걸음 다가서기
정호갑(mos0805) 기자
왜논술인가

2008학년도부터 대학입시에서 논술고사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 합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논술을 해결하기 위해 사교육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과 수능 그리고 논술)이라고까지 불리는 논술로 우리 아이들을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일까요?

수능을 믿지 못하는 몇몇 대학에서 변별력을 기르기 위한 수단으로 단순히 논술 시험을 치르는 것이겠습니까?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것은 사회 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사회는 지식근로자가 되어야 살아가는 사회, 멀티플레이어를 요구되는 사회라고 미래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흔히 지식정보화사회라고 합니다. 지식정보화사회란 지식과 정보가 돈이 되는 사회라는 말입니다. 웬만한 지식과 정보는 이미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는 인터넷에 널려 있는데 지식과 정보가 어떻게 돈이 될 수 있는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인터넷 속에 있는 지식과 정보는 돈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과 이미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을 내가 가공하여 나만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로 다시 만들어야 내어야만 돈이 됩니다. 앞으로는 남과 같아서는 살아갈 수 없는 개성의 시대이기에 창의력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지 우리 교육이 고민해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논술의 목적은 통합적인 사고능력과 논리적인 서술능력을 기르는 것

창의력을 길러주는 기초가 바로 논술이기 때문에 논술이 도입되었다고 봅니다. 논술의 목적은 통합적인 사고능력과 논리적인 서술능력을 길러주기 위함입니다. 통합적인 사고능력이란 말 그대로 인문과 자연, 동양과 서양 그리고 현대와 고전 등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고, 논리적인 서술능력이란 앞뒤 맞게 글을 쓸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주장과 근거를 갖추는 능력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점이 지난날의 논술과 차이입니다. 지난날의 논술은 주제를 하나 주고 그 주제에 따라 글을 늘려 가는 단순한 글쓰기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논술은 겉으로 보면 서로 다른 두 자료를 주고 그것을 하나로 엮어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사람이 바로 멀티플레이어라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논술에 어떻게 다가서야 할지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사교육이 공교육 안으로 들어와 공교육을 마구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논술 준비를 외부 기관에 맡기고 있으며, 아이들은 그 비용도 만만치 않게 부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술을 왜 하는지 그리고 논술이라는 교과목의 특징을 조금만 헤아려보면 사교육으로 논술이 해결될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교육으로는 논술을 해결하지 못한다

통합적인 사고능력을 기르는 데는 독서가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의 아이들이 독서를 바탕으로 논제에 맞는 논술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사실 대학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출제하지 않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학에서 출제되고 있는 대개의 논술 문제는 충분한 지식을 담은 내용을 길게 주는 자료제시형입니다. 지문은 대부분 인문과 자연,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 등으로 엮어져 있습니다. 지문과 지문을 하나의 축으로 읽어 낼 수 있는 힘, 논제와 지문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힘이 바로 통합적인 사고능력인 것입니다.

논리적인 서술능력이란 앞뒤 맞게 글을 쓸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주장과 근거를 갖추는 능력을 말합니다. 앞뒤가 밀접한 관련을 지니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여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순간적인 기발함은 창의력이 아닙니다. 진정한 창의력은 치열함이 따르는 사고력의 결과라고 봅니다. 그러기에 통합적인 사고능력과 논리적 사고능력은 창의력을 기르는 밑거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사교육이 논술에 도움을 주기가 힘든 것일까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에 제시된 두 문장은 서로 연관이 없거나 상반된 것처럼 보인다. 아래 진술문 (1)을 첫 문장으로 하고, 진술문 (2)를 마지막 문장으로 하여 창의성과 논리성을 갖춘 짧은 이야기를 완성하시오. (가톨릭대학교 2003학년도 수시2학기 정시 특별전형 면접 · 구술고사 출제 문제)

(1) 철수는 학교에서 모범생이다.
(2) 철수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였다.


먼저 두 문장을 논리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모범생이 퇴학을 당한다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관점을 철수에게서 찾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통합적인 사고능력입니다. 이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귀띔을 해가며 글의 흐름을 잡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사교육에서는 이렇게 할 수 없습니다. 비싼 돈을 들여가며 수업을 받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한다면 누가 비싼 과외를 하겠습니까? 그래서 사교육에서는 아이들이 생각하는 시간을 기다려 주지 못하고 교사가 끼어들어 설명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아이들의 사고력은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과외가 오히려 아이들을 망쳐 놓는 셈이 됩니다.

또 하나 논술은 이론이 아니라 실기라는 점입니다. 논술이 실기 중심의 교과라는 말에는 두 알맹이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직접 써야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논술의 알맹이입니다. 그런데 사교육에서는 교사가 직접 끼어들어 방향을 이야기 하고 틀을 잡아줍니다. 아이들은 거기에 맞춰 글을 쓰니 실제 입시에서는 창의적인 논술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어떻게 논술에 다가설 것인가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논술을 쓰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논술이 정규 교과목으로 도입되어야 합니다. 10~20회의 특강 형태의 수업으로서는 잔 기교만 길러줄 뿐이지 논술 교육의 목적은 이룰 수 없습니다.

또한 논술이 실기라는 점에서 논술에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논술에서 족집게 문제는 나올 수가 없습니다. 족집게에 기대하는 것보다는 단계를 밟아 통합적인 사고능력과 논리적인 서술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어떻게 논술에 다가서야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학교에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요?
[아이들에게 멍석 깔아주기 7] 논술에 한 걸음 다가서기②
논술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북경한국국제학교 고등부에서 3년 동안 논술을 정규 교과목으로 가르쳐 오면서 얻은 수업 방식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북경한국국제학교 고등부 아이들은 거의 다 대학 진학을 한국으로 하는데 재외국민특별전형에 논술 시험을 치뤄야 하기에 북경한국국제학교에서는 논술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들 중심으로 수업이 바뀌어야

지금껏 우리 교육은 교사 중심의 교육이었습니다. 교사 중심의 수업이란 교사가 알려주는 것을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을 말합니다. 이러한 수업에서 아이들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아이들의 창의력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어렵습니다.

수업을 아이들 중심으로 바꿔야 합니다. 아이들 중심의 수업이란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교사는 도와주는 역할, 수업에 대한 안내 역할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수업으로 아이들의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능력을 밖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표현 중심의 수업이라 부릅니다.

어떤 이는 말은 그럴듯하나 수능 시험은 어떻게 하느냐고 하면서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말들을 합니다. 하지만 실제 이렇게 10년 이상을 수업해오면서도 표현 중심 수업 때문에 수능을 망쳤다는 원망을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논술이란 아이들의 생각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표현 중심의 수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논술을 다가서기 위해 논술 교사 모둠을 만들어야 합니다. 논술 시험에 통합적 사고능력을 요구하고 있기에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어, 수학, 과학 사회, 예체능 교사들이 함께 토론을 하며 아이들에게 통합적 사고능력을 길러 주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학교에는 교과연구부가 있으니 논술 모둠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이러한 모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니 사교육이 현재 학교에까지 들어오게 되고 아이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논술에서 통합적 사고능력과 논리적인 서술능력을 기르기 위해 단계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논술에 재미를 붙이면서 통합적인 사고능력과 논리적인 서술능력으로 이끄는 단계, 논술에 깊이 더하기위해 논거 마련을 위한 독서 단계, 그리고 논술 고사를 치르기 위한 실전 문제를 다루는 3단계로 나누어 논술에 다가서야 합니다. 논술이 학교에 정규 교과목으로 도입된다면 첫째 단계는 1학년에서, 둘째 단계는 2학년에서, 셋째 단계는 3학년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단계 : 논술에 재미 붙이기

논술에 재미 붙이면서 통합적인 사고능력과 논리적인 서술능력을 이끌어 주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수업 몇 가지만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문장 연결하기 : 앞(왜 논술로 아이들을 힘들게 하나?)에서 예를 들었듯이 모순 된 두 문장을 주고 하나로 엮어보게 하는 것입니다. 모순된 것을 하나로 엮기 위해서 다른 내용을 만들어야 넣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통합적 사고능력과 논리적 서술능력이 길러지는 것입니다.
② 갈래 바꿔 쓰기 : 백석의 '여승'과 같이 이야기가 녹아 있는 시를 가져와 이것을 이야기 글로 바꿔보게 하는 것입니다. 시에는 이야기가 압축되어 있기에 이 압축된 이야기를 늘이는 과정에서 통합적 사고능력과 논리적인 서술능력이 길러지게 될 것입니다.
③ 가운데 부분 메우기 : 글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주고 가운데 부분은 비워놓고 메우게 하는 것입니다. 글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여 앞부분과 뒷부분을 이어야 하기에 통합적인 사고능력과 논리적인 서술능력이 필요합니다.
④ 뒷부분 이어쓰기 : 글을 주고 뒷부분을 쓰게 하는 것입니다. 뒷부분을 만들어 넣기 위해 앞부분의 알맹이를 알아야 하고 그 앞부분과 어긋나지 않는 글을 써야 하므로 통합적인 사고능력과 논리적인 서술능력이 필요합니다.
⑤ 찬반 문제 쓰기 : 우리 사회는 현재 찬반을 놓고 논쟁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찬반에 대한 의견을 모두 제시하고 하나의 관점을 택하거나 제 3반의 의견을 제시하게 하는 것입니다. 찬반 의견을 수렴하고 자기 의견을 제시하여야 하므로 통합적인 사고능력과 논리적인 서술능력이 필요합니다.

둘째 단계 : 논술에 깊이 더하기

논술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논거를 제대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논술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을 살펴보면 논거를 제대로 들은 것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논거는 지문을 이용하여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높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고 요구하는 분량을 다 채워나가기도 힘듭니다. 지문에서만 가져오게 되면 또한 창의력 있는 글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논거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입니다. 논거의 가장 좋은 텃밭은 책입니다. 그러므로 독서는 논술의 밑거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독서를 바탕으로 하여 논거를 마련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에 논술 모둠 교사의 역할이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단순히 소개하여 주는 것이 아니라 논제에 맞는 알맹이를 지속적으로 귀띔하여 주는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 단계 수업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논제] 다음 글은 프랑크 리챠드의 <숙녀인가 호랑이인가>의 줄거리입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논거를 사용하여 이 글의 뒷부분을 완성하여 보시오.

옛날 한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는 아주 독특한 재판 풍습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건이 왕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큰 사건이면 보통의 절차에 따라 재판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재판을 진행하였습니다.

재판은 그 나라의 가장 큰 경기장에서 열리게 됩니다. 피고인을 경기장 안에 혼자 들여보냅니다. 그 경기장에는 2개의 문이 있습니다. 한쪽 문안에는 그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중에서 한 사람을 뽑아 기다리게 하고, 다른 쪽 문 안에는 굶주린 사나운 호랑이가 한 마리 들어있습니다.

물론 피고인은 어느 문안에 누가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피고인은 왕이 지시할 때 한 쪽 문을 선택하여야 합니다. 만약 그 문에서 아름다운 여자가 나오면 그는 무죄로 인정되어 그녀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며, 호랑이가 나오면 그는 유죄로 인정되어 호랑이에게 물려 죽게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지금 생각하면 이 재판은 공정하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피고인이 문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신의 뜻에 따라 그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여기며 왕과 백성들은 그 재판을 공정한 재판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나라에는 아주 멋진 젊은이 한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젊은이는 평민의 신분이었지만 너무나도 멋져 왕의 딸인 공주의 마음까지 사로잡았습니다. 그래서 그 젊은이와 공주는 서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나라의 법은 평민과 왕족인 공주가 결혼하는 것을 금하고 있었습니다. 왕은 공주와 그 젊은이가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화를 내었습니다. 공주를 평민에게 시집보낼 수 없었고, 또한 법에도 어긋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젊은이는 결국 재판에 회부되었고 왕의 명령에 따라 보통의 절차 따른 재판이 아닌 큰 경기장에서 열리는 특별한 방식에 의해 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여자인지 호랑이인지를 선택하는 재판 말입니다. 그 젊은이가 아름다운 여자가 있는 문을 선택하면 젊은이는 그녀와 결혼을 해야 되고, 사나운 호랑이가 있는 문을 선택하게 되면 곧 바로 호랑이에게 물려서 죽게 되어 있습니다. 이 재판의 결과로서는 젊은이는 공주와는 절대로 결혼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공주는 그 젊은이가 자기에게 재판 당일 눈으로 어느 문을 택할 것인지 물어올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니까요. 그래서 공주는 그 젊은이를 사랑한 나머지 재판의 비밀, 즉 어느 문에서 아름다운 여자가 있는지, 어느 문에 사나운 호랑이가 있는지를 공주의 힘으로 알아내었습니다.

그러나 공주는 몇 날 며칠을 뜬눈으로 새웠습니다. 공주로서 지금까지 누렸던 오만과 질투 그리고 소유욕이 공주를 괴롭혔고,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에 슬픔에 휩싸였기도 하였습니다.

드디어 재판이 열리는 날 경기장에는 많은 사람과 왕, 공주를 비롯한 요인들이 참석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젊은이도 경기장 안으로 들여보내졌습니다. 그의 앞에는 두 개의 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젊은이는 방청석에 있는 공주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공주에게 물었습니다. 어느 문을 택할지를. 그 때 공주는 두 문 중의 한 쪽문을 가리켜 젊은이에게 눈짓을 하였습니다. 그는 공주가 가리킨 쪽으로 가서 문을 열었습니다.

자, 어떻게 되었을까요? 공주는 자기가 사랑하는 젊은이가 사나운 호랑이에게 물려 죽게 할 수 없어서 아름다운 여자가 있는 쪽을 가리켰을까요? 아니면 사랑하는 젊은이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것을 눈뜨고 볼 수 없어서 호랑이가 있는 쪽을 가리켰을까요? 독자 여러분들도 공주의 입장이 되어서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 글은 소설의 뒷부분을 완성하는 것으로 호랑이가 나오느냐 숙녀가 나오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 글의 알맹이는 사랑과 질투로 엇갈린 공주의 감정입니다. 사랑과 질투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서술하느냐가 알맹이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개인의 감정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이 때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를 아이들에게 귀띔을 해 주는 것입니다. 삶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존재 지향의 삶’이고 또 다른 하나는 ‘소유 지향의 삶’입니다. ‘존재 지향의 삶’은 어떤 것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움, 기쁨 그리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며, ‘소유 지향의 삶’은 있는 존재가 내 것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내 것이 될 때도 그 가치에 의해 행복이 달라지므로 소유 지향의 삶은 완전한 행복에는 결코 도달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이러한 책을 귀띔하여 주면 아이들은 논거를 들어가며 논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논제에 다가설 수 있는 책을 소개하여 주고 만약 아이들이 그 소개된 많은 책 가운데 한 권 정도는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들어 읽게 된다면 더 바랄 수 없는 좋은 수업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단계 : 논술 실전에 다가서기

대학에서 이미 출제된 논술 문제를 가져와서 앞의 두 단계에서 학습한 것을 밑거름으로 하여 문제에 다가서는 것입니다. 앞의 두 단계가 제대로 되어 있으면 그리 어려움 없이 논술에 다가서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논술에서 바로 실전 문제를 주고 그 문제를 푸는 얄팍한 기교를 익히기보다는 통합적 사고능력과 논리적인 서술능력을 기르기 위해 단계를 거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곧 논술은 10-20회의 특강으로 완성될 수는 없는 교과목입니다.

논술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길을 헤매기보다는 논술을 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흐름을 알고 바람직한 논술의 방향을 찾아 그 길로 나아가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수많은 길 가운데 직접 3년 동안 정규 교과목으로 논술을 가르치면서 얻은 한 길을 제시하였습니다.
[대입논술 가이드]스포츠 정신과 경기장 폭력
[경향신문] 2006-07-18 10:05
월드컵대회 결승전, 프랑스의 지단 선수의 돌출행동과 퇴장, 은퇴경기를 불미스럽게 마친 그에 대한 동정, 돌출행동을 유발한 이탈리아의 마테라치 선수에 대한 비난. 이탈리아의 우승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지단의 퇴장에 관한 이야기가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지단 본인에 의하면 마테라치가 지단의 어머니와 누이에 관한 욕설을 퍼부었기 때문에 돌출행동을 했다고 한다.

격렬한 몸싸움을 기본으로 하는 축구이니만큼 선수 보호를 위해서 도를 넘어선 몸싸움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한 벌칙을 부과하는 규칙을 마련해두고 있다. 그런데 지단의 행동은 공을 다투는 과정에서 빚어진 과도한 행동이 아니라 폭력에 해당한다. 마테라치의 언어적 폭력에 맞대응한 것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단의 물리적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다. 따라서 지단은 퇴장 혹은 그 이상의 제재를 받아 마땅하다. 물론 돌출행동으로 퇴장을 당했고, 따라서 그 이상의 제재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월드컵 축구대회는 단순한 운동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보다 엄정한 제재를 해야 한다.

국가 대항 축구, 특히 월드컵 축구대회가 갖는 의미는 각별한 점이 있다. 그 까닭이 어디에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많지만, 중요한 것은 대회 참가와 경기 승패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찍이 2002년 사상 유례가 없는 거리 응원문화를 선보였고, 한 밤중에 열린 이번 독일월드컵대회에서도 상상을 초월한 야간 길거리 응원문화가 펼쳐졌다. 이런 정도의 자발적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 축구말고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격렬한 몸싸움을 전제로 하고 이를 규제하는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축구경기는 흥미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경쟁사회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러기 때문에 축구경기를 관전하는 것은 관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사회적 학습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아직 사회화가 진행중인 어린 사람들에게 축구경기 관전은 그 의미가 각별한 것이다.

그런 만큼 축구경기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보는 태도, 그것을 다루는 태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 축구경기 관전의 학습효과 등을 고려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언론과 방송매체는 축구경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 중립적이고 객관적 태도를 갖춰야 함은 물론이고, 절제와 조절의 미덕을 지녀야 한다. 축구경기는 경기를 지배하는 규칙이 있건만 이를 다루는 우리나라 대중매체들에게는 규칙은 물론이고 어떠한 윤리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측면을 가장 극적인 드러내보인 것이 우리나라 축구팀이 스위스팀에게 진 후 벌어진 오심 논란에 대한 태도다. 주심의 판단에 대해서 ‘사기에요, 사기!’라고 한 방송 해설자에 대해선 흥미 위주로 다루면서, 주심의 판정이 옳다고 해설한 모 방송국 해설자를 중도하차시킨 일은 우리나라 대중매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언론매체가 단순한 영리기업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공기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대표팀 축구경기가 미치는 사회적 효과에 대해서 좀더 숙고해서 다루어야 한다. 언론매체는 있는 사실을 여과없이 보도하는 것이 사명이므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보도라는 것도 선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실제로 그러하다. 사실보도를 가장하여 극단적 애국주의를 조장해온 것이 사실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강요하기 전에 언론매체들이 보다 성숙한 태도를 갖출 것을 촉구한다.

(1)지단의 돌출행동을 교육적 관점에서 비판해보라.

(2)월드컵대회에 관한 방송사의 행태를 비판해보라.

(3)스위스전 오심 논란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의해보라.

〈최윤재/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klog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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