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첫책쓰기

리뷰쓰기를 20131213부터 시작해서 오늘(2014.01.13)에야 필사를 마쳤다. 

그 사이에 다른 거 읽고, 미루고, 게으름 피우고 하면서 버티면서 이제야 되었다.

책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한달을 오면서 조금 느슨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점검하고 써야할 요령을 익혔다. 그렇지만 걱정이다. 책쓰기는 한편의 글쓰기와는 다른 장기전이다. 즐거움과 괴로움 2가지 모두를 가지고 지속해야할 일이다. 



#1

 

<책을 읽고 책의 앞부분에 적어둔 나만의 목차>

78쪽 -나만의 의식 (글쓰기나 그리기 등의 창조적인 작업 시작전에 하는 일) 만들기

예) 스트레칭, 물마시기, 커피 한잔, 연필 깎기

 

122쪽 - 관심상자 : 내게 유용한 팁. 정리정돈 시스템

 

127쪽 - 홍승완 개인대학 : 목료-실천방법-평가기준-졸업작품이 1세트가 되게 구성한다.

 

176쪽 - end of story : 책의 끝을 생각한다. 책의 끝을 알고 있는 저자가 전체를 이끌어간다.

 

203쪽 - 독자 : 단 한 사람만 공략하라.

204쪽 - 독자 프로필 만들기

 

224쪽 225쪽 - 개요쓰기 ; 본문쓰기에 앞서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의 개요를 작성한다.

227쪽 - 본문쓰기 -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초고는 일필위지로 쓴다.

 

232쪽 - 일주일 단위 글쓰기 시간 배분하기

자료수집2일, 원고쓰기 3일, 휴식 또는 피드백 받기 1일, 수정하기 1일

 

302쪽 - The way it is[삶이란 어떤 것이냐 하면] 이 시 마음에 든다.

 

부록 : 출간일기 진솔하고, 감성적인 면이 좋다. 일상을 책쓰기와 연결한 점도 마음에 든다.

 

 

 

#2. 

목차는 옮겨적기보다는 복사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여러번 들여다 보는 게 좋겠다.

본인이 저자가 된 것처럼 리뷰를 책의 뼈대를 살펴보라는 말을 염두해두고 목차를 여기에 옮긴다. 왜 이런 순서로 했을까를 보았다. 

그리고 목차를 보면서 이건 내게 꼭 필요한 부분이다 싶어 왼쪽에 표시해 두었던 것들... 이제 보니 이것들은 왜 그 장에 포함되었을까도 살펴봐야할 것 같다. 

 


이 책의 목차

 

추천의 글_ 나는 쓰면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프롤로그_ 나의 길을 찾고 나를 구원하는 책쓰기

 


1장 가치 찾기_ 왜 책을 써야 하나

나를 발전시키는 최고의 공부법

그들은 어떻게 전문가가 됐을까

내 안의 묵은 고민을 해소하라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다

도약을 위한 꿈과 소명 찾기

첫 책 출간의 기쁨을 맛보라

내 인생의 첫 책_ 한근태

 


2장 원칙 세우기_ 어떻게 책을 써야 하나

많이 읽어야 잘 쓴다

매일 꾸준히 써라

★책쓰기 클리닉_ 글 쓸 시간이 없어요

특별한 시작 의식을 만들어라

★책쓰기 클리닉_ 글쓰기가 두려워요

通, 마음으로 써라

글쓰기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껴안아라

베스트셀러보다 베스트 북을 써라

내 인생의 첫 책_ 안상헌

 


3장 구상하기_ 무엇을 쓸 것인가

쓸거리 포착: 관찰하기

★책쓰기 클리닉_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요

쓸거리 사냥: 순간을 붙잡기

쓸거리 수집: 관심상자 만들기

★책쓰기 클리닉_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요

쓸거리 선택: 주제 선정하기

내 인생의 첫 책_ 문요한

 


4장 기초 다지기_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죽은 글과 살아 있는 글

Simple is best

설명하지 말고 이야기하라

★책쓰기 클리닉_ 대상을 묘사하기가 힘들어요

훌륭한 스승을 모방하라

연애편지처럼 읽고 쓰기

생각의 순서를 바꿔라

내 인생의 첫 책_ 구본형

 


5장 기획하기_ 어떤 전략을 세울까

먼저 콘셉트를 차별화하라

뇌리에 착 달라붙는 제목 짓기

목차가 정교하면 책이 단단하다

단 한 사람만을 공략하라

개성을 담은 문체 만들기

★책쓰기 클리닉_ 문장력이 부족해요

내 인생의 첫 책_ 하우석

 


6장 집필하기_ 이제 한번 써볼까

서문 쓰기: 끌어당김의 법칙

★책쓰기 클리닉_ 첫 문장을 쓰기가 어려워요

원고 한 절 쓰기: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초고 쓰기: 일단 마침표를 찍어라

유혹하는 서론과 여운 있는 결론 쓰기

★책쓰기 클리닉_ 글을 쓰다가 삼천포로 빠져요

고쳐 쓰기의 7가지 노하우

내 인생의 첫 책_ 박종하

 


7장 출판하기_ 어떤 출판사가 좋을까

좋은 출판사를 고르는 3가지 기준

친절하고 매력적인 저자되기

출판사와 계약하기

어떤 편집자가 좋은 편집자일까

★책쓰기 클리닉_ 슬럼프에 빠졌어요

따로 또 같이, 공저하기

출판전문가 인터뷰_ 고세규

 


에필로그_ 책읽기를 넘어 책쓰기에 도전하라

부록_ 출간일기

감사의 글

참고문헌

 

 

#3. 가슴으로 들어온 글귀

전에 읽으면서 이부분 감동적이다 하는 부분과 함께,

이번에 읽으면서 이 부분은 내가 책을 쓰는 데 꼭 기억해야할 부분이다 하는 부분까지 옮겨적었다.

되도록이면 작은 단위의 제목(소제목)까지 옮겨적고 내용을 적었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제시하는 부분이기에 중요해보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리뷰를 찾아 읽을 때 제목만 보아도 이런 내용을 참고하려고 했었구나하고 알게 하려고 그랬다.


#4. 내가 저자라면

1) 이 책의 뼈대에 대라여

목차 매우 상세하다. 목차 보면서 궁금한 부분 찾아 볼 수 있다.

이 책의 구성은 1) 왜 책을 써야하는지, 2) 책을 쓰는 원칙 3)무엇을 쓸 것인가 4) 글을 잘 쓰는 방법 5) 책 기 6) 집필하기, 7) 출판사 만나기로 되어 있다. 이 순서는 책을 쓰는 순서이다. 본문에서도 밝혔듯이, 책을 쓰고자 마음을 먹고, 기획하고, 쓰고, 투고하는 순서이다.

이 책은 매우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면서 집필에 대해서 설명한다. 자신의 책을 내면서 삶이 바뀐 사람 유명전자 인터뷰, 출판사의 편집자들의 인터뷰, 그리고 책 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고민과 그것을 해결해주는 책쓰기 클리닉, 저자들의 출간일기 등을 통해 다양하고 친절하게 설득하고 있다.

 

2)한 장과 한 절에 대하여

한 장에 3~4개정도의 절(내용)을 담고 있다. 각 절은 3~4개정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각 절에는 사례-메시지를 한 세트로 해서 3~4개의 팁을 구성하고 있다.

 

필자를 밑줄 그은 부분을 옮겨적다가 나중에는 각 절의 제목과 함께 사례를 옮겨적거나, 각 절의 제목과 함게 메시지를 옮겨젹었다.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게 사례와 메시지를 결합했다.

 

3) 이 책에서 전달하는 메시지와 출간일지를 보고 따라하고 싶은 것

- 목차를 정교하게 다듬는다. 완성이 될때까지 적어서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들여다본다. 계속해서 다듬는다.

- 목차에 출간일정을 적어둔다. 전체적인 출간일정과 세부일정을 늘 체크한다.

- 출간일지를 작성한다.

- 3번 고쳐쓴다.

- 크로스 체킹..... 이 부분은 해보고 싶은데 어려울 것 같다. 퇴고시 소리내어 읽는 것으로 대치



 

내 인생의 첫 책쓰기

- 인생 반전을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

오병곤/홍승완 지음/위즈덤하우스

 

추천사 : 나는 쓰면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4. 나는 늘 쓴다. 글을 쓸 때 가장 창조적이고 가장 돋보인다. 그리고 가장 나답다. 글을 쓰면서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는 당황하면서도 그 경이로운 세계에 넋 놓고 빠져들곤 한다.

 

5. 마흔세 살이 되어서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이 일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이 일이 아닌 다른 어떤 일이 이보다 더 기쁨을 줄 수는 없었다. 내가 비로소 작가가 된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된 것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

 

6. 독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스승들에게 배우는 작업이다. 생각하게 하고 깨닫게 하고 따라하게 한다. 그러나 쓰기는 명징하게 하고 장초하게 하고 쏟아내게 한다. 독서가 글을 소비하는 것이라면, 쓰기는 글을 창조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문명의 시작이다. 글을 씀으로 인해 인류의 문명에 참여하는 것이다.

 

6. 나는 늘 혁명의 일부이길 바랐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일이 다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자신의 세계를 가지려는 사람들은 쓰려고 할 것이다. 모두들 달려들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댈 것읻. 그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삶들이 만들어낸 지식을 소비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잔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일, 그것의 바탕이 바로 쓰기다. 쓰기는 지식의 창조작업이다. 창조의 시대에는 쓰기를 하지 않고는 주류가 될 수 없다.

 

7. 그러므로 자신의 이야기를 가진 자는 누구나 쓰고 싶어한다.

 

 

프롤로그 : 나의 길을 찾고 나를 구원하는 책쓰기

9. 우리가 몸담고 있는 기업현장은 '월화수목금금금'의 열악한 환경이었다. 돌이켜 보면, 야근과 휴일근무를 밥 먹듯이 했던 우리가 어떻게 책을 썼는지 모르겠다. 그때 우리를 책쓰기로 인도했던 것은 답답한 현실이었다.

 

11. 우리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대중적인 책쓰기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했다. 왜 책을 써야 하는지와 책을 쓸 때의 원칙, 구체적인 책쓰기 실천방법, 그리고 책쓰기의 어려움에 대한 클리닉을 단계별로 제시함으로써 책을 쓰는 동안 동기부여에서부터 실천까지 일관성있게 가이드해주고 싶었다.

 

목차에 내가 표시해둔 것들이 있다.

다시 보니 내가 왜 이런 것들에 표시를 해두었을까 궁금한 것 일부... 그리고 내용이 전혀 생각이 안난다. 난 지금 이 책을 2번 읽기 중이다. 첫번 읽기는 리뷰가 없다. 그래서 기억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 이 책의 구성 간략한 소개

 

1장 가치 찾기

17. 변하지 않는 진실은 어느 누구도 지속적으로 글을 쓰지 않고는 책을 출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왜 책을 쓰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 분명하고 단호한 이유가 없다면 결코 책을 쓸 수 없다.


1-1. 왜 책을 써야 하나

* 아래의 내용은 1장의 맨 앞페이지에 2008년 써운 나의 심경이다.

 

 

나는 왜 꿈그림을 주제로 책을 쓰려고 했는가? 솔직히 미안한 일이다. 난 내가 살고 싶어서쓴다. 하는 일로 쓰고 싶었다. 몇년 간하고 싶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마음에 품고만 산다는 건 답답한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답답한 것은 그런 과거가 앞으로도 이어져 똑깥다라는 것이 난 더 숨이 막혔다. 그래서 그리고 썼다. 미래로만 바램으로만 살다가고 싶지 않았다. 열망만을 품은채 살고 싶지 않았다. 난 내 현재를 살고 싶었다. 그래서 썼다. 나의 현재를 말하고 싶었다. 나는 또 그렸다. 바램들을 그렸다. 그것들이 나와 멀리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살아도 가까워지지 않는 것을 내게서 멀어지지 않게 하려고 내게 묶어 두려고 그렸다. 그것은 내 바램을 들어줬다.

 

난 그것을 놓치 않았다. 난 믿는다. 눈으로 보는 것, 마음으로 보는 것은 결국 현실이 된다는 것, 이미지는 그렇게 강력한 힘이 있다. 벽에 소원을 그리면 그것이 이루어진다는 고대의 벽은 난 그 벽을 현재로 가져왔다. 내가 사용하고 타인이 사용할 수 있게 공개했다.

 

 

21. 책 한권을 쓴다고 정말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책쓰기와 전문가의 핵심역량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 전문가는 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달성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책을 쓰면 인생에서 커다란 업적을 쌓게 된다. (성과달성)

- 전문가는 끊임없이 공부하며 자기계발을 한다. 많이 알기 때문에 책을 쓰지만 책을 쓰면서 많이 배우기도 한다.(학습)

- 전문가는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책을 쓰면서 다양한 책을 읽게 되므로 자연히 문제해결력이커진다.(문제해결)

- 전문가는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책을 쓰면 핵심을 요약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향상된다.(커뮤니케이션)

- 전문가는 자기 분야를 대표하는 강력한 퍼스널 브랜드를 갖고 있다. 책쓰기를 통해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한다면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브랜딩)

- 전문가는 확고한 비전과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 책을 쓰면 자신의 비전과 소명을 찾게 된다.(비전수립)

 

 

 

24. 지금 맡고 있는 일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특화시켜라. 먼저 자기 주변을 둘러보고 중요한 이야깃거리를 찾아라. 그동안 일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정리해보라. 10년 넘게 한 우물을 판 프로라면 후배들을 위해 책 한 권쯤은 분명 남길 수 있다.

 

 

1-2. 그들은 어떻게 전문가가 됐을까

 

31. 자신의 강점과 방식으로 일하고 명예를 얻을 수 있다면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이들이 바로 고유한 브랜드, 즉 시장에서 불리는 자신의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가 살면서 자기 자신에게 물아야 할 질문은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는가?"이다. 이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만들었거나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1-3. 내 안의 묵은 고민을 해소하라.

32. 책쓰기는 자신의 묵은 고민과 어려움을 푸는 문제해결 과정이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내 입 안에 박힌 가시를 먼저 빼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첫 책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를 구원하는 방편으로 삼는 것이 좋다.

 

 

32. 책을 쓴다는 것은 문제에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고도의 지적 작업이다.

 

 

34. 중국 작가 루쉰

"나는 생각했다. 본래 희망이란 것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34. 직장인의 현재와 미래 사이의 징검다리 질문들

-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꿈을 생생하게 그렸는가?(꿈)

-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여 일상에서 활요하는가?(재능)

- 언제든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탁월한 성과를 올린 적이 있는가?(성과)

- 자기 분야의 전문가임을 입증할 수 있는가?(전문성)

-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맥이 있는가?(휴먼 네트워크)

- 고객에게 깊은 감동을 준 적이 있는가?(고객)

-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비지니스 모델이 있는가? 이 청사진을 현장에서 실험해 보았는가?(브랜드)

- 시간관리를 잘 하는가? 일상의 변화를 위해 좋은 습관을 실천하는가?(시간관리)

 

 

39.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한 권의 책이 살아서 날 수 있게 되려면 바로 이 가벼운 새가 독자의 가슴에 내려앉아 그의 피와 영혼을 빨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한다. 책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에만 머물러서는 독자의 마음을 훔칠 수 없다.

 

 

1-5. 도약을 위한 꿈과 소명 찾기

 

43. 책을 쓰면서 우리는 마음 속 깊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의 잠새의식은 글을 통해 원하는 바를 말한다. 대부분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글로 쓰지만 글로 쓴 것을 나중에 경험할 수도 있다. 책을 통해서 우리는 어떤 것이라도 될 수 있다.

 

 

1-6. 첫 책 출간의 기쁨을 맛보라

46. "나는 이 책의 추천사를 쓸수 있게 되어 자랑스럽다."

 

 

2장 원칙 세우기

58. 좋은 책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고 매일 써야 한다. 책을 쓰는 것은 즐거움과 괴로움이 뒤섞인 과정의 연속이다.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자기만의 원칙을 가슴에 품은 채 꿋꿋하게 나아야 한다. 자기만의 원칙은 책쓰기의 핵심이다.

 

2-1. 어떻게 책을 써야 하나

57. 좋은 책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고 매일 써야 한다. 책을 쓰는 것은 즐거움과 괴로움이 뒤섞인 과정의 연속이다.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자기만의 원칙을 가슴에 품은 채 꿋꿋하게 나가야 한다. 자기만의 원칙은 책쓰기의 핵심이다.

 

 

62. 책을 쓸 때 최소한 주제와 관련된 참고도서는 반드시 정독해야 한다. ..... 편견을 버리고 스스로 그 책의 저자가 되어 역지사지를 하는 마음 가짐으로 읽어야 한다.

 

 

62. 매일 같은 시간에 읽어라.

 

 

63. 독서노트를 써라.

 

 

63. 책을 잘 읽고 잘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책심을 이해라라. 책을 읽고 핵심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독서의 기본이다.

2) 재미있고 좋은 사례를 찾아라. 좋은 사례는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여 이해를 돕고 핵심을 명쾌하게 전달해준다.

3) 의미를 되새겨보고 발전시켜라. 책은 재료이지 완성된 음식이 아니다. 좋은 재료를 고르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독서는 해석과 표현이 중요핟.

 

핵심내용 3쪽 + 소감 2쪽 + 저자되기 1쪽

 

 

64. 독서노트 쓰기는 책 읽기 전부터 시작해야 한다. 책을 읽기 전에 미리 저자에 대해 샅샅이 조사하여 기록해준다. 저자의 이력과 이제까지 쓴 책, 그리고 이 책을 썼을 당시의 상황을 파악해두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책에서 말한 내용을 저자 스스로 실천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훌륭한 저자는 책의 내용과 삶이 일치한다.

 

 

2-2. 매일 꾸준히 써라.

67. 행동을 통해 몸으로 익힌다.

 

 

67. '근육학습mussel learning'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근육학습이란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일종의 체화를 말하는 데, 영어로 말한다면 Learning by Doing이다. 근육학습은 글쓰기 능력을 기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근육학습의 특징은 한 번 배우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행동을 통해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68. 근육학습을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근육학습은 몸으로 익히는 수련 과정의 하나다. 수련에는 훈련, 자기규율, 지속성이 필요하다.

 

 

69. 수련이 시간이 가면 저절로 이뤄지는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사고와 행동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련에는 자기 규율이 필수적이다.

 

 

72. 매일 글을 쓰는 방법은 간단하다. 첫째, 글 쓰는 시간을 정한다. 둘째, 의자에 앉아서 쓴다. 셋째, 정해진 시간을 채울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다. 넷째, 매일 반복한다. 이상 끝.

 


74. (글쓰기 클리닉 : 글 쓸 시간이 없어요)

책을 쓰고 싶다면 기본 테스트를 해볼 필요가 있어요. 하루에 1시간씩 한 달 동안 글을 써보는 거예요. 이 테스트를 하려면 먼저 하루에 1시간을 구체적으로 어디서 확보할 것인지를 정해야 해요. 즉 언제, 어지서 글을 쓸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하죠.

..... 30일 동안 매일 1시간씩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일주일에 두 번이나 세 번 쓰면 안 돼요. 매일 써야 해요. .... 30일중에 26일은 채워야해요.

이 테스트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첫 번째는, 테스트를 하는 동안 자신이 글쓰기가 가능한 사람인지 알 수 있어요. 한 달 동안 매일 1시간 글쓰기는 자신의 재능과 끈기를 가늠하고 글쓰기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맛볼 수 있는 방법이에요...... 이 훈련을 소화할 수 없는 살마은 아직은 책을 쓸 수 없다는 것이 저희 생각이에요. 두 번째는, 이 테스트를 하면 글 쓸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요. 하루에 1시간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으면 2시간으로 늘리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반대로 1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람이 2시간을 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요.

 

 

2-3. 특별한 시작 의식을 만들어라

76. 미국의 현대무용가 트와일라 타프는 창조적 작업을 하려면 일정한 ‘시작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76-77.

창조적 작업을 하려면 일정한 ‘시작의식’이 필요하다.

미국의 현대무용가 트와일라 타프

그녀의 시작의식은 바로 택시를 타는 것이다.

"운전사에게 목적지를 말하는 순간 나의 의식은 끝난다."

택시를 타고 헬스장에 가는 매우 간단하고 일상적인 행동이 어떻게 의식이 될 수 있겠냐며 의아해할 수도 있다. 이에 관해 타프는 다름과 같이 말한다.

"첫걸음을 떼는 일이 힘들다." 매일 깜깜한 새벽에 잠이 덜 깬 채로 헬스장에 가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처럼 나도 아침에 눈을 뜨면 정말 운동하기 싫은 날이 많다. 그러나 내가 이 의식에 부여한 반종교적인 힘 덕분에 다시 벌렁 누워 잠에 빠지는 일은 없다."

 

 

77. 창조적인 동시에 자율적인 일은 첫걸음을 떼기가 어렵다. 그래서 물러서거나 미루거나 포기하기가 쉽다. 때문에 글쓰기를 시작하는 의식, 즉 자동적이면서도 단호한 행동방식을 정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78. 어떤 행동을 의식으로 받아들이면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진다. 의식이 습관화되면 ‘내가 왜 이 일을 하는 거지?’라는 의문은 말끔히 사라진다. 의식은 자신이 그 일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생각할 여지를 없애준다.

- 의식의 두 가지 조건

첫째, 자신이 만든 간단한 것이어야 한다.

둘째, 단순해야한다.

 

 

2-4. 통(通), 마음으로 써라

 

84. 좋은 글이란 읽는 사람의 마음의 마음을 사로잡고 가슴을 파고드는 글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쓸 수 있을까?

 

 

85.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은 서로 마음이 통할 때 경계심을 허물고 마음을 움직인다. 웃으면서 글을 쓴 사람은 읽는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고, 글을 쓰면서 울어본 사람은 읽는 사람을 울릴 수 있다.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전달하기란 어렵다.

 

 

86. ‘묘사하는 대상과 하나가 돼라’

베트남 전쟁에서 한 젊은 해군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을 했다. 팔을 다쳐 글을 쓸 수 없게 된 그는 아내에게 보낼 편지를 간호사에게 대신 써달라고 부탁을 했다. 편지 내용을 불러주면서 그는 “여기 간호사는 조금 못생겼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한 간호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그러자 해군이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당신, 내가 누구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지 잊었군요.”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사람은 감정이입에 능하다. 과학철학자 칼 포퍼는 새로운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공감적 직관’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공감적 직관을 다르게 표현하면 ‘감정이입’이다. 다른 대상의 내부로 들어가 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86.“작가는 묘사하는 인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의 감각으로 세상을 느껴야 한다.” - 알퐁스 도데

 

 

86-87. 감정이입 훈련

1)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감각이 예민한 사람은 외부의 어떤 존재에 쉽게 다가간다.

2) 어떤 사람이나 사물이 되어본다.

3) 문학작품을 많이 읽는다.

 

 

2-5. 글쓰기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껴안아라

 

89. (여러 권의 책을 쓴 베테랑 작가이자 언론대학원에 몸담고 있는 교수 - ‘내인생의 첫 책쓰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글쓰기가 직업인 사람들은 대부분 매일 쓰는 양을 정해놓고 엄격히 지킵니다. 글쓰기는 기능이지 예술이 아닙니다.

 

 

2-6. 베스트셀러보다는 베스트북을 써라.

93. 첫 책을 쓰고 후회가 남아서는 안 된다. 내일 죽더라도 이것만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써야 한다.

 

 

95. 첫 책을 쓸 때 우연히 어느 출판사의 사명을 보게 되었다. 그중 눈에 띄는 구절이 있어 적어본다.

“쓰는 사람도 무엇을 쓰는지 모르고 쓰는, 그런 ‘차원 높은(?)’ 원고말고, 여기저기서 한줌씩 뜯어다가 오려붙인, 그런 ‘누더기’말고, 마음의 창을 열고 읽으면 낡은 생각이 묵은 껍질을 벗고 새롭게 열리는, 너와 나, 마침내 우리를 더불어 기쁘게 하는 땀으로 촉촉이 젖은 그런 정직한 책.”

 

 

96. 시드니 셀던의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에서 베스트셀러를 쓰는 공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글감을 선택하라.

- 멋지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글감을 발전시켜라.

- 모든 단어들이 빛을 발할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다시 써라.

- 그 다음에는 손톱을 깨물고 숨을 죽인 채 열심히 기도하라.

 

3장 구상하기 - 무엇을 쓸 것인가

104. 좋은 글감을 구하기 위해서는 관찰자, 사냥꾼, 수집가가 되어야 한다. 예민한 관찰자는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노련한 사냥꾼은 자신에게 온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다. 부지런한 수집가에게는 글감이 우물처럼 흘러넘친다. 글감을 포착하고 사냥하고 수집하라.

 

 

3-1. 쓸거리 포착 : 관찰하기

105. 온몸으로 관찰하라.

 

 

106. 이런 방식으로 관찰을 하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관찰에 익숙해지고 관찰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둘째, 자신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를 알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일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것에 관심을 보이고 어떤 것에 무관심한지를 알게 된다.

 

 

3-2. 관찰의 4가지 조건

관찰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시간, 관심, 인내 그리고 혼자여야 한다는 점이다.

 

 

114.(글쓰기 클리닉) 주제가 거창하다고 해서 소재까지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작게 시작해서 크게 나아가도 돼요.

 

 

3-3. 쓸거리 사냥: 순간을 붙잡기

116. 어찌 보면 평범한 일상이자 익숙하고 사소한 장면을 가르티에 브레송은 어떻게 예술로 승화시켰을까? 그는 남과 다른 마음의 눈으로 익숙한 것을 닟설게 보는 능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평생 결정적 순간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내 인생이 매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119. 글은 샘물과 같다. 많이 퍼낼수록 더 많이 솟는다. 또한 글은 강물처럼 흘러간다. 지금 당장 아무거나 휘갈겨보자. 당신의 손실에 신의 은총이 함께할 것이다.

 

120.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일상은 사냥터이고 순간은 사냥감이다. 순간을 붙잡은 좋은 방법은 메모다. 사소한 메모에서 영원히 남을 글 한 편이 나온다. 사람의 기억은 짧다. 1년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니다. 사람은 오직 순간만을 기억한다. 그러니 순간을 놓치지 마라.

 

 

3-4. 쓸거리 수집 : 관심상자 만들기

121. 아이디어들 가운데 지속적으로 관심이 가는 주제가 생기면 별도의 폴더를 만들어 스크랩해준다.

* 관심상자.

 

 

126. 지식과 경험을 제대로 쌓고 싶다면 책과 현장, 스승을 놓치지 마세요.

 

 

3-5. 쓸거리 선택 : 주제 선정하기

 

128. 책을 쓰고자 할 때 피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주제를 정하는 것이다. 무엇을 써야 할지 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129. 세 가지 질문

1) 쓰고 싶은가?(욕망과 열정)

2) 쓸 수 있는가? (능력과 자신감)

3) 써야만 하는가?(사명의식과 책임감)

 

 

133. “지금 나는 이 주제에 대해 잘 쓸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 주제는 나의 가슴을 뛰게 한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주제다. 그렇다면 도전해보자. 열심히 연구하고 치열하게 쓰자. 연구가 배움이고 글로 정리하는 것은 더 깊은 배움이다. 첫 번째 원과 세 번째 원이 포개진 바로 그 위치를 향해 두 번째 원을 옮겨보자. 그리하여 마침내 세 개의 원을 하나로 만들자.”

 

 

138. (문요한) 책의 내용에서 자신의 경험이 3분의 1이고, 기존의 지식이 3분의 1이라면 나머지 3분의 1은 자신만의 새로운 해석과 상상이 가미되는 것이 좋을 비율이 아닐까 싶다.

 

 

138. (문요한) 끝으로 나는 당신만이 쓸 수 있는 책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신은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은 유일무이한 존재이고 당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고유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돋아날 날개를 위하여 말이다!

 

 

 

4장. 기초 다지기_ 글을 잘 쓰는 방법은

139.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핵심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쉽게 쓰고, 스토리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글쓰기 능력은 훈련과 기술에 좌우된다. 글쓰기 훈련을 할 때 연애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임하면 글쓰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동시에 즐거움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4-1. 죽은 글과 살아있는 글

 

140. 세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른 존재와 공명을 한다. 뭔가를 서로 주고받으며 깊은 울림을 느낀다. 인간관계도 알고 보면 나와 다른 사람 사이의 공명이다. 공명을 하지 못하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좋은 대화와 책에는 가슴을 울리는 말과 글이 있다.

 

140. 한 분야를 대표하는 고전은 넓고 깊은 공명 능력을 가졌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과 깊이 공명해온 생명력이 긴 책은 바로 고전이다. 글쓰기에도 고명이 중요하다.

 

141. 연암 박지원은 <공작관문고자서>에서 고명하는 못하는 글을 귀가 울리는 ‘이명’과 ‘코골이’에 비유했다.

‘글을 잘 짓고 못 짓고는 자기한테 달려 있고, 글에 대한 비방과 칭찬은 남에게 달려있다. 이는 비유하자면 이명이나 코를 고는 것과 같다.

(중략)

이러한 일로 미루어보자면, 자기만 알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자기만 모르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싫어한다. 어찌 이와 같은 병이 코와 귀에만 있다고 하겠는가? 문장에는 이보다 훨씬 더 심한 병폐가 있다. 귀가 울리는 것은 병이 분명한데도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할까 봐 근심하는데, 하물며 병이 아닌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코를 고는 일은 병이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 일러주면 화를 내는데, 병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142. 죽은 글과 살아 잇는 글은 가르는 가장 명확한 기준은 공명이다. 글과 독자가 얼마나 공명하는지에 따라 글의 가치가 결정된다. .... 감동과 여운을 주는 글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글인가? 감동과 여운을 주는 글을 읽고나서 다른 무언가를 다시 읽거나 쓰거나, 누군가를 만나고 싶거나, 무엇인가를 하고 싶게 만드는 글이다.

 

 

4-2. Simple is best

145. 미국 코넬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개론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경제학 박물학자’라는 과제를 내준다고 한다. 일상에서 목격한 특정 사건이나 행동양식과 관련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제시하되, 경제학개론 수업에서 다루는 경제원리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프랭크 교수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면서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을 덧붙인다.

“단어 수는 500개를 넘기지 말 것. 선배들의 탁월한 보고서는 그보다 더 짧은 경우가 많았음을 상기할 것. 복잡한 전문용어로 치장하려고 하지 말 것. 경제학 강의라고는 들어본 적도 없는 가족이나 친척, 친구에게 들려준다고 상상하고 작성할 것, 최고의 보고서는 경제학을 모르는 사람들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 그리고 그러한 보고서에는 대수학이나 그래프 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프랑크 교수가 강조한 것은 간결하고 쉬운 표현과 명확한 내용이다.

 

 

147. 어렵고 난해한 주제로 글을 쓸 때는 자료를 소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려운 것을 어렵게 전달하는 것은 요리할 재료를 주고는 직접 요리해 먹으라는 말과 같다. 첫 책을 쓰면서 우리는 이 점을 확실히 배웠다. 책을 읽는 사람이 웃지는 못할지언정 최호한 머리를 쥐어짜면서 읽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쉽게 쓰려면 쓰는 사람이 주제를 확실하게 이해해야 한다.

 

 

4-3. 설명하지 말고 이야기하라

149. 인지심리학자 로저 생크도 “인간은 논리를 이해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스토리를 이해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152. ‘낯섬과 공감대의 결합효과’ 전략. 이 전략은 좋은 스토리를 발굴하는데도 유용하다.

어떤 스토리를 읽고 처음에는 “어?”라고 하다가 마지막에 “아하!”라는 느낌이 들면 그 스토리는 대부분 좋은 스토리다.

 

 

154. 만일 당신이 논쟁거리를 던진다면 독자는 판단하고 평가하고 비판하려고 할 것이다. 당신이 정면으로 부딪히면 독자는 싸우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를던진다면 독자는 당신의 덫에 걸려들 것이다.

 

 

156. (글쓰기 클리닉 ‘대상을 묘사하기가 힘들어요’) 초상화 그리기의 핵심은 정밀한 묘사가 아니라 그 사람의 분위기와 특징을 잡아내는 거예요. 어떤 사람을 똑같이 그린 그림을 보고 “비슷하게”라고는 말해도 “살아있네.”라고는 말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 인물의 두드러진 특징이나 느낌을 드러낸 그림을 보면서 “생생하다.”고 말하지요.

 

 

156. (글쓰기 클리닉 ‘대상을 묘사하기가 힘들어요’) 캐리커처를 그리는 사람들은 5분이나 10분만에 그림을 그려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이나 사물의 특징을 찾아내고 그것을 중심으로 그리기 때문이에요. 묘사도 마찬가지에요. 어떤 소재의 본질과 특징을 포착하고 그것에 초점을 맞춰보세요. 묘사를 위한 묘사를 하지 말고 설명에 설명을 붙이지 마세요. 고리에 꼬리를 무는 묘사는 글이 늘어지게 만들어요. 본질과 특징이 아닌 것을 묘사하고 싶은 마음을 싹둑 자르세요.

 

 

4-4. 훌륭한 스승을 모방하라

157. “내가 나 자신을 반복해서 흉내낼 것이라 기대하지 마라. 과거는 더 이상 내게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 나 자신을 베낄 바에야 차라리 다른 사람을 모방하겠다. 그러면 적어도 새로운 면을 추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화가란 결국 무엇이겠는가? 다른 사람의 소장품에서 본 그림을 그려서 자신의 소장품을 만들고 싶은 수집가가 아니겠는가? 시작은 이렇게 하더라도 여기서 색다른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 파블로 피카소

 

 

158. 창조는 창의적 모방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새로운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다.

 

 

158. 심지어 《행복론 Propos sur le Bonbeur》을 쓴 프랑스 철학자 알랭은 “모방하지 않는 사람은 창조하지 못한다.”고 단언하기까지 한다.

 

 

159. 훌륭한 스승들의 공통점

첫째, 훌륭한 스승은 배움과 가르침 사이에 구분이 없다. 가르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가르친다. 제자를 가르치기 위해 공부하다 보면 배움의 깊이는 두 배가 되고 가르침은 한층 영글어진다. 제자보다 열심히 배우지 않는 스승은 좋은 스승이 아니다.

둘째, 훌륭한 스승은 제자의 실력보다는 잠재력을 본다. 그 사람이 이미 이뤄낸 성과보다 내면에 숨겨진 재능을 살핀다.

셋째, 훌륭한 스승은 제자에게 좋은 롤모델이 된다. 평범하게 시작해 비범한 경지에 오른 스승을 보며 제자는 “나도 노력하면 스승님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넷째, 훌륭한 스승은 말이나 글이 아닌 삶 그 자체로 가르침을 준다.

이와 같은 네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고 다음 세 가지 질문을 품으면 훌륭한 스승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그 사람을 존경하는가? 좋아하는가? 믿을 수 있는가?”가 그것이다. 이 세가지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어떻게든 붙잡아야 한다.

 

 

160. “앎은 행위에서 시작되고, 행위는 앎에서 완성이다.”- 왕양명

 

161. 훌륭한 스승에게 잘 배우는 4가지 방법

첫째, 스승에게 마음을 다해야 한다.

공자는 “스스로 분발하지 않는 제자는 계발해주지 않고, 애태워하지 않는 제자에게는 말해주지 않는다. 한 모서리를 들어서 보여주는데 세 모서리로 응답하지 않으면 다시 일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훌륭한 제자는 절실하게 가르침을 구하고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정성을 다하여 어제보다 나아지기 위해 분발하는 사람이다.

둘째, 스승에게 배우는 것에 최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훌륭한 스승은 쫒아다니면서 가르치지 않는다. 제자가 몸과 마음을 다해 스승을 좇아야 지속적으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훌륭한 스승을 만나도 크게 나아질 수 없다.

셋째, 스승을 모방해야 한다. 제자가 스승을 따라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넷째, 스스로를 바로 세워야 한다. 언제까지나 스승의 품 안에 있을 수 없으며 또 그래서도 안된다. 그렇다고 스승을 극복하거나 넘어서라는 뜻이 아니다. 스승이 주신 가르침을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스스로 빛나는 것이 스승의 품을 떠나되 스승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다. 제자가 빛날 때 스승 또한 빛난다.

* 이 대목은 저자 오병곤선배와 홍승완선배의 스승 구본형 사부님에 대한 마음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한 스승님의 가르침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4-5. 연애편지처럼 읽고 쓰기

163. 글쓰기에서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집중해서 쓰는 일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일에 집중력이 더해지면 글스기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된다.

 

 

165. 만약 사랑하는 이에게 러브레터를 받았다면 어떤 식으로 읽겠는가?《독서의 기술》에서 모티어 J. 애들러 교수가 말한 것처럼 읽을 것이다.

“사랑에 빠져서 연애편지를 읽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읽는다. 그들은 단어 한마디 한마디를 세 가지 방식으로 읽는다. 그들은 행간을 읽고 여백을 읽는다. 부분의 견지에서 전체를 읽고 전체의 견지에서 부분을 읽는다. 콘텍스트와 애매성에 민감해지고, 암시와 함축에 예민해진다. 말의 색깔과 문장의 냄새와 절의 문제를 알아 차린다. 심지어는 구두점까지도 고려한다.”

이처럼 연애편지를 읽듯이 집중해서 읽고, 깊이 음미하고, 치밀하게 생각하면 책의 정수를 빨아들일 수 있다.

 

 

165. ‘사랑하는 마음으로 써라.’

소설가 이외수는 “좋은 글은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영하 역시 “연애편지 쓰듯 글을 쓰면 반드시 김동적인 글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165-167. 연애편지 쓰듯이 글을 쓴다.

1) 연애편지는 독자가 분명하다.

2) 연애편지는 목적이 분명하다.

3) 연애편지는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쓴다.

4) 연애편지는 좋아하는 대상에 관해서 쓴다. 좋아한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감한다는 뜻이다.

5) 연애편지는 사랑으로 쓴다.

* 글쓰기 훈련을 위한 소재 - 연애편지처럼 글쓰는 것

 

 

167. 세계에서 가장 길면서 간단한 러브레터는 1875년에 프랑스 화가 마르셀 레쿠르르가 애인인 마르렌느에게 보낸 것이었다. 이 편지에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jet' aime).” 라는 말이 180만 5,000번이나 되풀이해서 씌여 있었다.

 

 

4-6. 생각의 순서를 바꿔라

170. -어떻게 생각하는가?(메시지)

-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이유)

- 구체적인 증거는?(사례)

* 명동에서 9시뉴스 기자의 인터뷰에 대한 답변으로 찾아보는 생각의 순서 = 말하기와 글쓰기를 살펴보자. 위의 사례 ‘두괄식’ 구성. 이러한 방식은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잃거나, 동의하는 사람 중에도 이야기를 끝까지 집중하지 않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171. 결론을 먼저 말하는 두괄식 구성은 명쾌하고 군더더기 없다는 장점이 있다. 주제가 명확히 드러나야 하는 보고서나, 오해의 소지를 줄여야 하는 이론서를 쓸 때는 두괄식 구성이 좋다. 하지만 일상적인 글쓰기에서 의견을 먼저 제시하는 것은, 듣는 이로 하여금 편견을 갖고 하고 몰입도 떨어뜨리는 약점이 있다. 보고서나 논문이 재미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람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궁금증이 생기지 않는 단조로운 글에는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 글이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생각의 과정을 거꾸로 뒤집어서 적용한다면 어떨까? 사건을 자세하게 묘사하면서 시작하는 것이다.

 

 

174. 구성 비율은 사례 70~80퍼센트, 핵심 메시지 10~15퍼센트, 이익 5~10퍼센트가 적장하다. ..... 주제가 주어지고 2~3쪽의 글 한 편을 써야 할 때 이 공식은 매우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176. (첫 책과 함께 전문가로 다시 태어나다 - 구본형)

사람들은 종종 내게 작가로서 만족하는지를 묻는다. 나는 대답한다. “내가 좋은 작가인지는 잘 모르겠다. 심지어 작가라고 불릴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쓰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매일 쓴다. 그러니 나는 틀림없이 글쟁이인 것이 맞다. 더욱이 책을 서서 얻는 것이 많다. 책을 쓰는 것은 가장 돈을 적게 들이면서 객관적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책을 쓰면 얻은 지식에 생각을 더하게 되고 종종 훌륭한 깨달음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책을 쓰겠다는 계획 자체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일과 관련된 책을 쓰겠다고 다짐하면 지금 하는 일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에 관한 다른 책을 읽고서 배운 생각들을 현장에 적용해보기도 한다. 그러다 더 좋은 생각들을 하게 되면, 그걸 다시 실제 업무에 활용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기록과 함께 전문가로 깊어질 수 있다.

 

 

176. (첫 책과 함께 전문가로 다시 태어나다 - 구본형)

우선, 나는 책의 끝(end of story)을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책을 시작하는 첫머리, 즉 서문에 담는다. 끝을 알고 있는 저자가 끝을 모르고 있는 독자를 이끌고 간다. 중간지대는 나도 모른다. 온갖 모험과 위험 속에서 이야기는 제 스스로 갈 길을 찾아간다. 이것이 묘미다. 이야기의 등에 올라탄 나는 고삐를 쥔 채 이야기가 제 스스로 갈 길을 찾아가게 놓아둔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는 곳으로 빠져드는 흥분에 몸을 맡긴다. 서문과 목차를 이정표와 고삐로서 먼저 정해두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수없이 내용을 고쳐 쓸 때 내 책의 맛은 조금씩 점점 깊어진다. 생각해봐라. 책이야말로 내 마음대로 빠져들 수 있는 세상이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 하나를 가지고 있다는 것, 이것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177. (첫 책과 함께 전문가로 다시 태어나다 - 구본형)

또 나는 내가 늘 좋아하는 주제를 선택한다. 아이가 놀이를 선택하듯 나는 내가 즐길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출판사의 기획물을 다뤄본 적이 없다. 내가 고르고 내가 쓴다. 그래야 글 쓰는 작업이 의무나 일이 되지 않는다. 내게는 마감도 없고, 조르는 사람도 없고, 다그치는 사람도 없다. 내가 모든 것을 조율한다. 그러면 자유롭다. 작가는 자유직이라는 것, 이것이 최고의 매력이다. 따라서 첫 책은 자기가 쓰고 싶은 책을 쓰라고 조언하고 싶다. 자유의 맛, 그 맛을 핧아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5장. 기획하기 - 어떤 전략을 세울까

179. 책을 쓰기 위한 전략은 요리로 따지면 레시파와 같다 곤셉트, 제목, 문체, 독자, 목차가 전략이 주요 재료다. 이론 재료들이 다로 놀면 좋은 책을 쓸 수 없다. 맛있는 책은 차별화된 콘셉트와 그것의 정수를 담은 제목이 단단히 손을 붙잡은 채로 문체와 독자가 함께 춤추어야 한다. 미 모든 것은 튼튼한 목차 안에서 이루어진다.

 

 

5-1. 먼저 콘셉트를 차별화하라.

182. 첫 책을 구상할 때 평소에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잘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요즘처럼 하루에도 몇백 권씩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미 누군가가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개념들을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서로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참신하고 경쟁력 있는 콘셉트는 이런 과정에서 나온다. 이러한 콘셉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분석하고 창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182.‘분석하기’

책을 쓸 때는 쓰려는 분야의 유사도서와 함께 현재의 출판 동향, 타깃으로 삼은 독자, 그리고 자신의 경쟁력을 다방면으로 분석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185-187. ‘창조하기’

많이 써보기

고정관념 버리기

생각의 스텍트럼 넓히기

허를 찌르기

서로 다른 개념을 연결하기

 

 

186. ‘생각의 스펙트럼 넓히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해본다. 쉽게 말하면, 생각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다. 극도의 보수주의자에서 공산주의자까지 되어보는 것이다. 이때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면 역지사지의 단계를 뛰어넘어 사물까지 되어봐야 한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판기가 되어보고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되어보자. 사물의 입장이 되어보면 아이디어가 솟구칠 것이다.

 

 

186. ‘서로 다른 개념을 연결하기’

전혀 다른 것을 연결해 새로운 것을 만든다. ..... 이것과 저것의 경계에 서서 유심히 관찰하고 변종을 만들어 내는 힘이 바로 경쟁력이다. 낯선 것일수록 서로 결합하면 색다른 시너지가 발휘된다.

 

 

5-2. 뇌리에 착 달라붙은 제목 짓기

188. 저자라면 누구나 스티커처럼 독자의 뇌리에 찰싹 달라붙는 멋진 제목을 붙이고 싶어한다.

 

 

189. 광고계의 대부 데이비드 오길비는 《광고 불변의 법칙》에서 헤드라인의 중요성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헤드라인은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평균적으로 헤드라인을 읽는 사람이 바다카피를 읽는 사람보다 다섯 배는 많다. 따라서 헤드라인을 제대로 뽑지 못하면 여러분은 광고주의 돈을 80퍼센트나 낭비한 셈이다.”

책 제목도 마찬가지다. 책 제목은 독자를 유혹하는 도구이자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다. 책의 내용과 콘셉트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핵심 메시지다. 제목 짓기가 어렵다는 것은 책 내용의 핵심을 간파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5-3. 목차가 정교하면 책이 단단하다

196. 목차를 구성하려면 먼저 책의 콘셉트가 명확해야 한다. 목차는 콘셉트와 연관되며, 좋은 책은 탄탄한 콘셉트의 뿌리를 갖고 있다. 따라서 목차와 콘셉트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책의 콘셉트가 정해지면 개략적인 스토리를 짠다.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책은 특히 이 단계가 중요하다. 그리고 목차 항목별로 자료를 수집하여 검토하고 분류한다. 분류된 자료를 참조하여 세부적인 목차를 만들고 각 항목별로 들어갈 키워드를 뽑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략적인 목차가 만들어지면 탄탄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다듬는다.

 

 

201. ‘목차 다듬기’

목차를 구성할 때는 항목별로 개요나 핵심 메시지를 함께 기록하여 원고 내용의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 목차에 집필 일정을 반드시 기록하여 진행과정을 점검해야 한다. 최종 완성된 목차는 출력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보고 고쳐야 한다. 자주 들여다 볼수록 정교해지고 책은 내용은 튼실해진다.

* 이 부분 나에게 무척 중요하다. 나도 이렇게 해야겠다.

 

 

5-4. 단 한 사람만은 공략하라

203. 팀원 프로파일

이름_이사람(가명)

나이_36세

성별_생물학적으로 남자임에 틀림없으나 가끔 잘 삐치고 감성이 풍부한 것을 보면 여성스러운 섬세함이 느껴짐. 하는 짓이 귀여움.

가족_대범한 아내, 그의 외모와 성격을 쏙 빼닮은 딸.

직업_프로그래머. IT 시스템 업무 분석과 설계를 했으며, 현재는 기술적인 문제를 도와주는 해결사.

취미_로맨스 영화보기, 독서, 술마시기, 노래방에서 여자 가수 노래만 부르기.

고민_이 바닥에서 잘리지 않고 전문가로 성장하기. 집 한 칸 장만하기.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나 재미있게 일하기.

 

다른 사람이 아닌 ‘이사람’을 도와주고 싶다. ‘이사람’의 얼굴에서 미소를 보고 싶다. ‘이사람’에게 에너지를 주고 필요한 정보를 주고 싶다. 단 한사람, ‘이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 이 책을 쓰는 목적이다.

*아 이렇게 구체적으로 해야하는구나.

 

 

205. 구체적으로 독자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글쓰기 생각쓰기》을 쓴 윌리엄 진서는 이렇게 말한다. “독자는 순간에 머무르는 존재다. 30초밖에 기다려주지 않는 존재다. 순간에 머무르는 존재이자 수많은 유혹에 둘러싸인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독자는 변덕스러운 존재인 것이다. 진서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독자들은 모두 서로 다른 사람들이다. 편집자들이 어떤 종류의 글을 출판하고 싶어하는지, 사람들이 어떤 글을 읽고 싶어하는지는 생각하지 말자. 편집자와 독자는 막상 글을 읽을 때까지 자신들이 무엇을 읽고 싶은지 모르니까. 게다가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는다.”

진서는 독자는 개별적인 존재라고 규정한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글을 쓸 수는 없다. 가상 독자는 없으므로 글을 쓸 때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글은 말처럼 직접적이지 않고 암시와 은유가 존재하므로 독자가 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205. 책은 저자의 창조물이지만 독자가 수용할 때 생명력을 갖는다. 따라서 책을 쓸 때는 구체적이고 특수한 독자를 설정해야 한다. 지금 자기 앞에 있는 단 한 사람만을 위한 글을 쓰는 것이다.

 

 

5-5. 개성을 담은 문제 만들기

207. 문체는 글의 스타일이자 맛이다. 글을 쓴 사람이 독특한 개성을 드러낸다. “문체는 곧 그 사람이다.”라는 뷔풍의 말처럼 문체에는 작가의 인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7.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걸작은 일종의 외국어로 씌어진다.”라며 문체의 중요성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208. 《논어》의 <옹이>편에 ‘사야’라는 말이 나온다. 바탕이 문체보다 승하면 거칠고 문체가 바탕보다 승하면 사치스럽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용이 형식을 지배하면 투박하고,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면 덧칠한 화장처럼 천박하다는 얘기다. 내용과 형식이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좋은 글이 된다.

 

 

208. 자신의 문체를 마음껏 드러내는 글인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이다. 큰소리로 읽어보면서 글의 리듬과 표현방식을 음미해본다.

 

 

209. 이제까지 문체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지만, 책쓰기에서 문체가 최우선의 요건은 아니다. 특히 첫 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니 문체에 지나치게 부담을 갖지 마라. 첫 책에서는 오직 자신을 이야기를 써야 자신의 문체가 생긴다. 자기가 잘 아는 이야기,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쓸 때 자기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억지로 끼워 맞춘 이야기에서 나온 문체가 아니라 자기 개성을 담은 신명나는 문체를 찾아야 한다. 문체를 만든다는 것은 곧 자기를 발견하는 것이다.

 

 

209. “무엇을 쓰든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 써라. 그러면 이해될 것이다. 그림같이 써라. 그러면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 조지프 퓰리처(미국의 신문 경영자)

 

 

211.(책쓰기 클리닉_문장력이 부족해요) “주어와 서술어를 일치시킨다. 조사를 정확하게 사용한다. 부사를 남발하지 않는다. 접속어는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 긴 문장은 단문으로 나눠쓴다. 같은 단어나 표현을 반복하지 않는다. 수동태는 피한다. 호흡이 가바지거나 소재가 바뀌면 문단을 나눈다.”

 

 

215. 첫 책은 나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 하우석(공주영상대학교 교수, 《100억짜리 기획력》저자)

첫 책부터 가장 최근의 책을 쓸 때까지 바뀌지 않은 나만의 책 쓰는 방법 혹은 스타일이 있다.

1) 주제는 개자 잘 아는 것으로 한정한다. 어떤 형태로 나의 경험담을 많이 담아낼 수 있는 주제를 택한다.

2)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 이야기하듯이 쓴다.

3) 책을 쓰는 작가인 동시에 책을 읽는 독자가 된다. 책을 쓸 때 나는 실제 책과 시각적으로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어본다.

4) 무리한 일정을 짜지 않는다.

5) 가급적 새벽 시간에 글을 쓴다. 누구나 머리회전이 잘되는 시간대가 있다. 나는 그것이 주로 새벽 시간이다.

 

 

6장. 집필하기 - 이제 한번 써볼까

217. 책의주제와 전략을 정했다면 남은 것은 쓰는 일뿐이다. 서문은 독자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원고 한 절 쓰기는 책쓰기 전체 과정의 축소판이다. 서론은 유혹적이어야 하고 결론은 여운이 남아야 한다. 초고는 말 타고 내달리듯이 한걸음에 쓰고, 고쳐 쓰기는 소가 밭을 갈 듯이 천천히 해야 한다.

 

 

6-1 서문쓰기 : 글어당김의 법칙

218. “내가 여기서 그려내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그것이 이 소설의 간명한 테마입니다.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자아의 무게에 맞서는 것인 동시에 외적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니다. 그리고 누구나가 그 싸움에서 살아남게 되는 건 아닙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서문의 일부분이다. ... 사랑은 맞서는 거라고 하는데, 나는 왜 좌절했는지 모르겠다. 하루키는 참 기묘한 느낌을 주는 작가였다. 그때부터 책의 서문을 읽으면 저자의 얼굴을 떠올려보는 버릇이 생겼다. 저자 사진을 본 다음(없으면 상상한다) 서문을 읽으면서 저자의 성격이나 취향, 스타일 등을 상상해보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219. 사람들은 책을 고를 때 서문을 읽는다. 서문을 보면 책의 콘셉트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 옮겨 적은 글귀(218쪽 내용)와 지금 이 문단(219쪽 내용)은 위에 연이어 나오는 문단이다. 앞문단은 서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자신의 사례를 보여준 것이고, 바로 이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말로 시작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과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적절하게 붙여 쓰는 것이 글을 쓰는 요령인가 보다.

 

 

220. 서문은 본문과 유기적인 관계로 이어져야 한다. 본문과 상반된 내용이거나 전혀 관계없는 얘기라면 서문으로서 의미가 없다. 본문을 쓰다보면 서문과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므로 초고를 다 쓰고 난 뒤에 서문을 검토하고 수정해야 한다. 그래서 서문은 책을 출간할 때까지 고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책의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는 부분이 서문이다.

 

서문을 쓰고 나면 책이 윤곽이 더욱 명확해진다.

 

 

223.(책쓰기 클리닉 _ 첫 문장을 쓰기가 어려워요) 첫 문장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것은 기교나 방법이 아니라 용기에요. 첫 문장을 시작할 수 없는 사람은 어떤 글도 쓸 수 없다는 걸 잊지 마세요.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 쓰는 사람을 전사(戰士)라고 표현했어요. 용기야말로 글을 시작하는 최고의 자세가 되는 거지요.

 

 

6-2 원고 한 절 쓰기 :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224-229.

자료 수집하기

질문 던지기

개요 쓰기

구조 설계하기

본문 쓰기

퇴고하기

 

 

224. ‘자료 수집하기’

쓰고자 하는 내용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한다. 자료는 실제 원고 분량의 열 배 정도로 수집한다. 그동안 읽었던 책을 훑어보고 스크랩해둔 신문기사를 정리하며 인터넷 검색 등을 활용해 자료를 수집한다. 자료를 많이 모으고 깊이 분석해야 생각이 풍부해진다.

어느 정도 자료가 모이면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분석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핵심 키워드를 뽑는다. 대체로 2~3쪽 분량의 원고 하나를 작성한다면 세 개의 키워드가 필요하다. 선별된 키워드를 바탕으로 좀 더 구체적인 자료를 수집하는데, 세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러 측면을 고려하면서 논리적으로 전개하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 책의 인용구와 같이 별다른 해석 없이 직접 원고에 반영할 자료는 따로 메모해둔다.

 

225. ‘개요쓰기’

본문쓰기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의 개요를 먼저 작성한다. .....집필 도중에 방향을 잃지 않도록 개략적인 내용을 원고 맨 앞에 적어둬야 한다. 이 단계는 책쓰기 전체로 보면 책의 주제와 콘셉트를 정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227. ‘본문쓰기’

이제 일필휘지로 한걸음에 내달리며 써내려간다. 이때는 독수리가 사냥하듯 몰입해서 써야 한다. 완전한 문장이나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단 쓰고 퇴고할 때 적절한 문장이나 단어로 대체하면 된다. 쓰고 싶은 내용이 떠오르지 않거나 뭔가 부족한 부분이 생각나면 원고에 메모를 해둔다. 단순히 글만 계속되면 지루할 수 있으므로 사진이나 이미지를 활용하여 시각적 이해를 돕는 것도 좋다. 팁이나 체크리스트, 원고 요약 등을 추가하면 글의 구성이 훨씬 탄탄해진다.

 

 

228. ‘퇴고하기’

본문을 쓰고 나서 한동안 묵혀두는 것이 좋다. 바로 수정하면 초벌 원고를 쓸 때의 기분과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해 시야가 좁아진다.

 

 

228. 글이 도무지 써지지 않을 때는 자료를 수집하거나 글의 얼개를 짜본다. 글쓰기를 미루거나 포기해서는 절대 안 된다. 조금씩 쓰다보면 어느새 원고의 마지막 장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6-3 초고 쓰기 : 일단 마침표를 찍어라

230. 반복되는 수정의 과정을 거치면서 원고는 조금씩 발전한다. 피터 드러커는 책을 쓸 때 원고를 빠르게 세 번을 썼다고 한다. 처음 원고를 바탕으로 두 번째, 세 번째 원고를 썼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 번째 버전이 완성된 책인 셈이다.

 

 

231. “내 영화의 줄거리는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쓰리, 몬스터>의 전체적인 윤곽도 담배 한 대를 피울 동안 세워졌다. 일단 이야기의 윤곽이 잡히면 가능한 빨리 시나리오 초안을 써내려고 애쓴다. 뒤에 가서 어려운 신이 생기면 시나리오를 다시 정리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빨리 초안을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복수는 나의 것>의 경우에는 20시간 만에 초안을 완성했다. 그런 다음 시나리오를 몇 달 동안 손질했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여섯 달 동안 그 작업을 했다. 결국 이야기의 윤곽을 잡는 것은 제트기의 속도로 하고 시나리오 수정 작업은 오후 산책처럼 느긋하게 한다는 말이다.”

 

 

232. 초고를 쓸 때는 데드라인이 중요하다. 마감일을 정해놓고 기한 내에 끝낼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이때 주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좋다. 일주일은 일의 전후관계를 파악하는 이상적인 시간 단위다.

.... 대략 일주일에 하나의 ‘절’을 쓴다고 생각하고 일정을 세워야 한다. 일주일의 시간 계획은 자료수집(2일), 원고쓰기(3일), 휴식 또는 피드백 받기(1일), 수정하기(1일)로 배분하는 것이 좋다.

 

 

6-4 유혹하는 서론과 여운 있는 결론 쓰기

234. 서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독자를 유혹하는 것이다.

 

 

235. ‘사례를 든다’

스토리가 탄탄하고 재미있는 사례는 그 자체로 훌륭한 출발점이 된다. 사례는 사실이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다른 책이나 신문기사에서 인상 깊은 구절을 인용하여 독자의 관심을 유발할 수도 있다. 내 경험이든 남의 경험이든, 내 머리에서 나왔건 다른 사람의 책에서 인용했건 관계없이 사례는 옮기는 것이다. 옮기는 것이 새로 만드는 것보다 쉽다.

 

 

237. ‘핵심 메시지나 결론부터 제시한다’

결론부터 먼저 제시할 때는 추상적이거나 당연한 사실은 피해야 한다.

예시) 주제_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

서론_좋은 것(good)은 큰 것(great), 거대하고 위대한 것의 적이다. 그리고 거대하고 위대해지는 것이 그토록 힘든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238. ‘수수께끼나 문제를 제시한다’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뒤집힘(반전)이 있어야 한다. 이 경우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답이 뻔한 문제는 곤란하다. 독자가 가진 기존의 인식체계에 어떤 놀라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239. ‘주제와 관련된 개념을 제시한다’

글을 첫머리에 주제에 대한 정의나 원리 등을 제시하며 글을 전개하나가는 방식이다. 여기서는 단순히 개념에 대한 풀이를 나열하기보다는 저자의 생각이 녹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이 경우 개념에 대한 풀이는 어려우면 안 된다. 낯선 개념이더라도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잇게 설명해야 한다. ‘낯선 개념 + 어려운 설명’은 독자를 달아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공식이다.

 

 

240. ‘여운 있는 결론쓰기’

결론의 시작 부분에 ‘어쨌든’, ‘아무튼’ 같은 표현이 나오면 위험신호다.

 

 

240. ‘여운있는 결론 쓰기’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질질 끄는 것은 좋지 않다. 화려한 등장은 환영하지만 꼬리가 긴 퇴장은 사양한다. 마땅히 갈 곳에 가고 마땅히 그칠 곳에서 그쳐라.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좋은 기억으로 남듯이 마무리가 잘된 글이 좋은 글이다.

 

 

241-242. ‘글을 잘 열고 닫는 3가지 지침’

1) 자료를 충분히 수집하라. 서론은 본론을 향해 뛰는 발파이고 결론은 착지점이다.

2) 좋은 글의 서론과 결론을 읽고 연구하라.

3) 문장이 아니라 단락에 초점을 맞춰라.

 

 

6-5 고쳐 쓰기의 7가지 노하우

245. 1) 주어와 술어를 맞춰라.

2) 문장을 짧게 써라.

3) 문단을 나눠라.

4) 세 번만 더 고쳐라.

 

 

246. 이 일을 통해 나는 두 가지를 깨달았다. 하나는 고쳐 쓰기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또 하나는 사람들이 의외로 고쳐 쓰기를 간과한다는 점이었다. 고쳐 쓰는 습관이 없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글에서 무엇이 좋고 무엇이 부족한지 알지 못한다.

 

 

248. 《글쓰기 생각쓰기》의 저자인 윌리엄 진서는 “글쓰기가 단번에 완성되는 ‘생산품’이 아니라 점점 발전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글을 잘 쓸 수 없다.”고 했다.

 

 

249. ‘고쳐 쓰기의 7가지 노하우’

1) 숙성의 시간을 가져라. 사람은 잠자는 시간에 키가 자라듯이 글도 재워야 한다. 초고를 재워두는 동안 우리의 의식은 보이지 않게 작업한다.

2) 주어와 서술어를 맞춰라.

3) 문장을 짧게 써라. 긴 문장은 지루하다. 긴 문장을 쓸수록 문법적 오류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진다.

4) 문단을 나눠라. 메시지와 부연 설명, 이것이 문단의 기본 구성이다. 한 문단에 여러 개의 메시지를 섞지 마라. 전달이 어렵고 기억하기는 더 어렵다.

5) 세 번은 고쳐라. 첫 번째 고쳐 쓰기에서는 전체적은 그림(주제와 뼈대)를 조망하고, 두 번째는 글의 흐름(문단)을 살피고, 세 번째는 글의 기본단위(문장과 단어)를 정돈하라. 고쳐 쓰는 과정은 전체를 넓은 시각에서 보는 ‘대관(大觀)’에서 자세하게 분석하고 살피는 ‘세찰(細察)’로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6) 서론과 결론을 정돈하라.

7) 리듬감을 살려라. 노래에 리듬이 있듯이 글에도 리듬이 있다. 고쳐쓰기에서 글의 리듬감을 살리는 것은 옵션으로 볼 수 있다.

 

 

250. 초고를 쓸 때는 창작자이자 예술가가 되어야 하고, 고쳐 쓰기를 하는 동안은 비평가이자 편집자가 되어야 한다.

 

 

251. 고쳐 쓰기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성실함이라는 사실이다. 그만큼 고쳐 쓰기는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 작업이다.

 

 

253.(내 인생의 첫 책_나는 3C를 생각하며 책 쓴다. 박종하)

처음부터 한 권의 책을 구상하면서 글을 쓰면 자신이 원하는 속도로 진도를 내기 어렵고 머잖아 벽에 부딪히게 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어떤 사람은 매일 일기를 쓴다고 한다. 그날그날 자신의 감상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아이디어, 새로 알게 된 정보, 그날 깨달은 삶의 지혜 등을 닥치는 대로 쓰는 것이다. 그렇게 일기를 꾸준히 쓰다보변 어느 날은 특정한 주제를 쓰고 싶은 책이 생긴다고 한다. 물론 책의 내용은 이미 일기장에 빼곡히 기록되어 있다.

 

 

7장. 출판하기 _ 어떤 출판사가 좋을까

255. 책과 독자 사이에 인연이 있듯이 저자와 출판사 사이에도 인연이 있다. 능력있고 믿을 수 있는 출판사를 만나면 출판 과정에 수반되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저자는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출판사를 고르는 눈을 가져야 한다.

 

 

7-1. 좋은 출판사를 고르는 3가지 기준

256-258. 좋은 출판사를 고르는 기준

1) 저자와 책의 내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다. 첫 책을 내는 사람은 대부분 지명도가 떨어진다. 때문에 무명작가가 쓴 원고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출판사를 만나야 한다.

1-2) 출간 일정 때문에 책의 품질을 타협하지 않는다.

1-3) 원고를 저자만큼 꼼꼼하게 읽는다. 교정과 교열에도 상당한 정성을 쏟는다. 작은 실밥이 터져 나온 옷은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세심하게 다듬은 책에는 이런 실밥이 없다.

1-4) 자자의 의견을 듣는 데 소흘함이 없다. 그만큼 원고를 수정하거나 제목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요구사항도 많다.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2) 해당 출판사의 차별화된 역량이다. 사람마다 강점이 다르듯이 출판사도 각각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3) 내 책과 출판사의 궁합

 

 

7-2. 친절하고 매력적인 저자되기

260. ‘출간계획서를 작성하라’

- 책 제목과 부제

- 저자 소개

- 예상독자

- 출간 목적

- 집필 원칙

- 콘셉트

- 서문

- 목차

- 분량

- 일정

- 기타

 

- 책 제목과 부제 _ 제목과 제목을 뒷받침할 부제를 적는다. 만약 제목과 부제가 불명확하다면 가제로 표시하고 후보 제목군을 나열한다.

- 저자소개 _ 저자 프로필을 간략하고 인상적으로 작성한다. 나중에 책을 낼 때 책날개에 들어간다는 생각하고 쓴다.

- 예상독자 _ 책의 예상독자층을 적는다. 독자에게 주는 이점 등을 함게 기술하면 좋다.

- 출간 목적 _ 이 책을 왜 썼는지 핵심적인 집필 동기를 적는다.

- 집필 원칙 _ 책을 쓰는 자세와 원칙을 적는다.

- 콘셉트 _ 이 책의 차별화 포인트를 기술한다. 유사의 책과 다른 점을 명확하게 부각시켜야 한다.

- 서문 _ 책의 콘셉트와 전개방향을 서술한다. 출판사를 끌어당길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야 한다. 서문이 시원찮으면 바로 거절당한다.

- 목차 _ 부-장-절, 또는 장-절 등의 형식을 순차적으로 적는다. 절마다 내용을 서너 줄로 요약해도 좋다.

- 분량 _ 총 페이지 수, 글자크기, 여백 등 원고의 외형 정보를 적는다.

- 일정 _ 집필 일정을 개략적으로 기술한다. 초고 작성과 수정 기간, 그리고 출간 희망일 등을 적는다.

- 기타 _ 추가적으로 출판사에 제안하거나 요청할 사항, 그리고 출간에 도움이 될 만한 사항을 적는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때는 서문과 목차, 셈플 원고를 별도로 첨부한다.

 

 

265. (내 인생의 첫 책 쓰기_집필원칙)

집필원칙: 이 책을 집필하면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키고자 한다.

하나, 원고 집필을 완료할 때까지 금주한다. 이것이 수련의 자세다.

둘, 매일 읽고 생각하고 쓴다. 이것이 행동지침이다.

셋, 연애편지를 쓰듯이 글을 쓴다. 마음과 재능, 그리고 정성을 다한다.

넷, 세 가지 질문을 품고 쓴다. 바른가?(신뢰, 정확성), 쉬운가?(재미, 가독성), 다른가?(차별성, 통찰력)

 

 

7-3. 출판사와 계약하기

 

 

7-4. 어떤 편집자가 좋은 편집자일까

271. 책을 고를 때 사람들은 책의 내용과 저자를 기준으로 삼지, 그 책의 편집자가 누구인지를 따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원고가 책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편집자는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272-274. ‘좋은 편집자의 3가지 조건’

1) 좋은 편집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2) 좋은 편집자는 열정이 있다.

3) 좋은 편집자는 전문성이 있다.

 

 

273. 철학이 없는 직업인은 프로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예술가는 될 수 없다. 예술은 세상과 인간에 대한 자신의 표현이다. 무슨 일을 하거나 사람과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없다면 자신을 세상에 표현하기 어렵다.

 

 

273. 철학을 가진 편집자의 도 다른 특징이 있다. 그들은 향후 자신이 내고 싶은 책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갖고 있다. 우리가 인터뷰한 역량 있는 편집자들은 공통적으로 앞으로 만들고 싶은 책에 대한 생생한 이미지와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각각의 책들은 모두 달랐지만 한 그루의 나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인간과 삶에 보탬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어했다.

 

 

273. 열정은 어떤 직업에서든 탁월함에 대한 증표다. 열정적인 편집자는 책 한 권이 독자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자신이 만드는 책에 대한 욕심도 많다.

 

 

274. 호흡이 맞는다는 것은 말이 잘 통한다거나 갈등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서로 활발히 의견을 개진하고 갈등도 피하지 않을 정도로 원고와 책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 누군가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협력을 하는데 필요한 태도로 보인다. 이걸 알고 같이 일했다면 서로가 상처가 되는 별로 없었을 텐데.

 

 

277. (책쓰기 클리닉_슬럼프에 빠졌어요) 자신이 진짜 슬럼프에 빠진 것인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집중력과 의욕이 떨어지고 글을 쓰는 양이 줄어든다고 해서 다 슬럼프는 아니거든요. 중요한 일을 제쳐두고 사소한 일에 힘을 분산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중요하지 않은 일을 중요하다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점검해 보는 게 필요합니다. 게으름이 슬럼프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나는 경우도 많거든요.

 

 

279. (책쓰기 클리닉_슬럼프에 빠졌어요) 슬럼프에 대비해 자신만의 에너지 충전법을 미리 준비해두세요. 에너지 충전법은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우선, 충전법이 복잡하면 안 됩니다. 실행하기가 쉬워야 해요. 슬럼프의 가장 흔한 증상은 의욕이 떨어지고 마음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 다음으로 자기 스스로 주도해서 선택할 수 있는 충전법이어야 해요. 외부 상황에 좌우되거나 남의 도움을 받아아 하는 방법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슬럼프가 언제 찾아올지, 마음이 언제 아플지 우리는 모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 주도해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좋습니다.

 

 

7-5. 따로 또 같이, 공저하기

280. 기본적으로 집단 저술 작업은 혼자 쓰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281. 특히 글의 분위기를 맞추는 데 걸리는 시간을 무시할 수 없었다. 셋이 쓰더라도 문체가 너무 다르면 글의 리듬을 깨뜨릴 수 있어서였다. 또한 내용의 중복을 피하고 핵심 메시지가 따로 놀지 않도록 해야 했다.

 

 

281. 공저가 성공하는 데 필요한 핵심 조건 2가지

1) 책에 대한 집필진의 비전과 목표가 서로 일치해야 한다.

책을 쓰는 이유와 책의 가치에 대해 공저자들이 공감해야 하고 진실로 동의해야 한다.

1-2) 공저자들이 지켜야 할 집필원칙과 해결해야 할 핵심 질문 등도 사전에 확실히 세워둔다.

2) 서로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282. 구본형 사부가 찾아낸 방식은 헐리우드 영화 제작방식을 변형한 것이었다. 그는 이 전체적인 과정을 기획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큰 그림을 그리고, 적합한 사례들을 선택하고, 필요한 사람들을 찾고, 그들을 만나 인터뷰를 주도하고, 전체적인 내용의 뼈대를 세워 구성하고, 그 품질을 검수했다. 영화 제작에 비유하자면, 그의 역할은 감독에 해당했다.

오세나 연구원과 나(홍승완)는 각자가 담당하는 세부 분야의 전문가였고, 각 사례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그들의 가치를 가장 적절하게 표출하도록 유도하는 주연배우이자 촬영감독이었다. 우리 둘은 각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맞는 사례들을 맡았다. 기본적인 연구 영역이 따로 있었지만 서로의 감정으로 상대의 약점을 보완했다. 예를 들어, 오세나 연구원은 좋은 자료를 냄새 맡고 찾기 어려운 자료를 탐색하는 재주가 뛰어났고, 나는 자료를 편집하고 해석해서 독자가 읽기 쉽게 읽어낼 수 있도록 텍스트화하는 데 익숙했다. 우리는 이런 서로의 장점을 적절하게 접목시켜 나갔다.

*《아름다운 혁명, 공익 비즈니스》의 공저할 때...

 

 

283. 이런 조건보다 더 중요한 사항이 있다. 바로 ‘어떤 사람과 공저를 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존경하는가? 좋아하는가? 믿을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최고의 공저자다. 한마디로, 친구 같은 스승이자 스승 같은 친구가 이상적인 공저자인 셈이다. 이런 공저자는 서로 베울 수 있고 집필 과정의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

 

 

285. (출판 전문가 인터뷰 _ 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라, 고세규)

“마지막으로 이 말을 추가해주세요. 독자가 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 하나를 만들어라. 그 이유가 분명할수록, 그리고 많을수록 그 책의 성공 이유도 분명해진다.”

 

 

에필로그_ 책읽기를 넘어 책쓰기에 도전하라

300. 어떤 방법으로 채을 쓰든지간에 반드시 돌파해야할 세 가지 관문이 존재한다.

1)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는 일

2) 책을 읽고 정리하는 습관을 드리고 한 편의 글을 꾸준히 쓰는 연습을 하는 일

3) 책을 내기 위해 콘셉트와 목차를 잡고 원고를 쓰는 일

 

 

301. ‘책을 읽고 정리하는 연습’

책을 읽는 사람은 꽤 있지만 읽은 것을 제대로 정리하는 사람은 드물다. 책을 쓴다는 관점에서 책을 읽어야 한다. 이것은 저자의 관점에서 책을 바라보고, 내가 저자라면 어떻게 쓰겠다는 동종의 전문가적 입장에서 책을 읽으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독서는 장차 내 책에 활용할 소재나 아이디어, 인용문 등 구체적인 재료를 발굴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책을 읽은 후에는 반드시 정리를 해야 한다.

 

 

301. 자신이 쓰고 싶고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주제와 콘셉트를 잡아 튼튼한 목차를 만들어야 한다. 책을 쓰는 것과 글 한편을 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작업이다. 한 편의 글이 ‘구슬’이라면 한 권의 책은 ‘빛나고 매끄러운 사슬’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책은 빛나난 콘셉트와 전체를 꿰뚫는 목차를 가지고 있다.

 

 

302.

그대가 붙잡고 따라가는 한 가닥 실이 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들 사이를 지나면서도

이 실은 변하지 않아.

그대가 무엇을 따라가는지 모두 궁금해하니

그대, 이 실이 무엇인지 설명해야겠네.

하지만 사람들 눈에는 이 실이 보이지 않아.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이걸 잡고 있는 한, 길 잃을 염려는 없지.

슬픈 일들은 일어나게 마련이어서

사람들은 다치기도 하고 죽어가기도 한다.

그대 역시 고통 속에서 나이를 먹어가겠지.

세월이 펼치는 것은 그대오 막을 수 없으니

오로지 실만은 꼭 붙잡되, 놓치지 말아야 한다.

 

-윌리엄 스태포드 William Stafford, <삶이란 어떤 것이냐 하면 The Way It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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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도의 악몽 논술/중등독서 2014. 4. 12. 12:35

6도의 악몽

2009년1월2일 다음 추천
저자
마크 라이너스 지음
역자
이한중 옮김 역자평점 8.3
출판사
세종서적 | 2008.12.10
형태
판형 A5 | 페이지 수 385 | ISBN
원제 : Six degrees
ISBN 10-898407294X
ISBN 13-9788984072947
정가
15,00011,850
가격비교찜하기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 대재앙을 그린 무서운 시나리오!

지구온난화와 환경 대재앙 시나리오『6도의 악몽』.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의 저자 마크 라이너스가 이번에는 일반인들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학술적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구의 미래에 대한 온도별 안내 및 단계적 대응 방안'을 고안하였다. 과학적 객관성과 냉정함을 바탕으로, 최악의 시나리오인 기온의 6도 상승 단계까지 정리하였다.

저자가 제시하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하면 만년빙이 사라지거나 사막화가 심화되는 등 산과 들에서 재앙이 시작된다. 2도 상승하면 대가뭄과 대홍수가 닥치고, 3도 상승하면 지구온난화가 추진력을 얻어 더욱 심화된다. 4도 상승하면 지구 전역에 피난민이 넘치고, 5도 상승하면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식량과 물을 확보하려는 투쟁이 벌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6도 상승하면 인류를 포함한 모든 동식물들이 멸종하게 된다.

이 책은 지구온난화에 따라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저자는 저널리스트로서의 경험을 살려, 한 편의 소설 혹은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내용을 구성하였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무시무시한 모습들을 그려내면서, 지구의 평균기온이 2도만 올라가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옥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저자소개

1973년 피지에서 태어나 페루, 스페인, 영국에서 자랐다. 에든버러 대학에서 역사와 정치를 공부했으며, 졸업 후에는 2000년까지 국제환경단체 원월드넷[OneWorld.net]에서 활동했다. 이제 기후변화 분야의 전문가가 된 그는 기자, 환경운동가, 방송해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www.marklynas.org]는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풍부한 자료들을 모아놓은 보물창고 중 하나이다. 현재 옥스퍼드에 거주하고 있다.

목차

한국어판 머리말-오바마 행정부의 출범, 그리고 지구환경 구제 방안

감사의 말

제1장 이야기에 앞서서-온도별 정보의 취합과 정리

제2장 1°C 상승
"우리는 잠자는 사막을 깨웠다" / 영화 〈투모로우〉는 픽션이 아니다? / 킬리만자로의 빙하와 목마른 아프리카 / 사하라 사막 속에 숨어 있는 강 / 북극이 좁아진다 / 알프스의 양치기들, 산사태를 맞다 / 퀸즐랜드의 개구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 폭풍우에 휩쓸린 삼바의 고향 / 투발루, 태평양에 가라앉다

제3장 2°C 상승
사라진 치산치수治山治水의 전통 / 바다가 탄산수라면? / 유럽 노인들이 열사병으로 죽어간다 / 버림받을 낙원, 지중해 / 산호퇴적층, 해수면 상승을 경고하다 / 북극곰 마스코트의 내일 / 인도―파키스탄 전쟁의 이유 / 안데스의 비극이 되풀이된다 / 캘리포니아의 재앙 / 80억 미래인이 먹고 살 방법은? / 침묵의 여름

제4장 3°C 상승
"비여, 내려라!" / 다시 찾아온 플라이오세 온난화 / '그리스도의 아이'가 너희를 징벌하리라 / 아마존의 죽음 / 호주가 '재의 수요일'을 맞았을 때 / "휴스턴, 휴스턴, 허리케인이 그리로 간다!" / 북극권의 희망 / 마야의 미스터리를 풀다 / 가진 자가 더 많이 갖는다 / 인더스 강의 밑바닥 / 불타는 캘리포니아 / 뉴욕이 가라앉는다 / 가뭄, 홍수, 가뭄, 또 홍수 / 말라리아가 아프리카를 죽인다 / 잃어버린 천국 / 민족 대이동

제5장 4°C 상승
이집트, 그리고 포세이돈의 분노 / 얼음 없는 남극 / 중국 자본주의가 갈 곳 / 유럽의 모래밭 / 알프스 빙하가 흔적도 없이 / 물천지 영국 / 텍사스의 과거가 말해주는 것 / 따뜻한 시베리아

제6장 5°C 상승
'신세계'는 멋지지 않다 / 해저의 메탄이 분출하면 / 전 세계를 덮치는 쓰나미 / 문명의 종언 /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제7장 6°C 상승
백악기의 세상 / 끈적끈적한 바다 / 대멸종 / 미래의 선사시대

제8장 우리가 선택할 미래
무지와 계몽 / 목표 설정 / 현실 확인 / 자기 자신에게 눈감기 / 석유정점Peak Oil / 지구온난화에 쐐기 박기Knocking in Wedg

주 및 참고문헌
찾아보기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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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공식 한국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양희승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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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이름을 접한 지는 꽤 오래 전이다. 서구인의 시각으로 본 동양 전통사회의 미덕에 대한 찬사라는 개인적으로는 진부한 소재라고 생각해서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제와 책을 읽으면서 섣부른 예단이 매우 편협하였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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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라다크 지역의 전통사회로부터 현대인, 특히 서구인들이 깨달아야 할 여러 장점을 소개하지만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은 아니다. 저자는 온 세계를 휩쓸고 있는 획일적 세계화의 폐해를 지적하고 이를 막기 위한 부단한 방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본서가 여전히 현대의 고전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 책의 핵심적 주장은 장문의 서문에 모두 드러나 있다. 글로벌 경제화는 본질상 획일성을 요구하고 지역의 문화 및 생물학적 다양성 요구에 무감각하다. 세계화가 공언하는 장밋빛 미래는 오히려 잿빛 미래를 지역 사람들과 사회, 그리고 생태계에 가져다주고 있다. 글로벌 경제화는 인류에게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으며, 오히려 공동체를 파괴하고 건강한 정체성의 근본을 재생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시킨다. 통일된 지구촌이라는 환상을 포기하고 세계화 경제의 대안인 지역중심경제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확산해야 한다.

 

 

서문만 읽고서도 완독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저자가 이런 주장을 품게 된 배경과 경위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말만 앞서는 단순한 주의 주장은 이미 신물이 날 정도다. 내용만 보면 인류학자로 생각되지만 저자는 언어학자로서 라다크에 갔고 그네들과 함께 생활하며 언어를 익히게 됨으로써 가치관과 인생관에 있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개발로 인해 무너져가는 라다크 사회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라다크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방안을 모색하는 길에서 현대화의 그늘과 비정함을 깨닫게 되고 반개발을 주창하고 나서게 된 것이다. 후반부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이 저자 주장에 설득력을 높이고 공감을 심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1부는 저자가 바라 본 라다크 사회의 특징과 서구사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장점들을 경이의 눈으로 안내한다. 인도와 파키스탄 간 대규모 분쟁을 야기했던 카쉬미르 지방의 라다크 지역은 인접한 티베트 지역과 종교와 문화 및 생활양식 측면에서 유사하다. 물질자원이 부족하고 기후가 척박한 환경과 티베트불교가 주도하는 그곳 사회에서 사람들은 풍요롭지는 않지만 부족함 없이 행복한 삶을 오랜 시간 영위해 왔다. 책의 절반 가까이 되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내게는 별달리 신기한 사항이 아니다. 많이 소멸되었지만 우리네 전통사회의 특징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상당한 문화적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2부에서 개발에 따라 라다크 사회가 고유의 미덕을 잃고 변질되는 과정은 우리 사회가 지난 반세기 동안 겪어온 급격한 변화의 축소판에 다름 아니다. 물질적 측면을 제외한 여타 방면에서 우리네 삶은 개선되고 과거보다 행복해졌는지 자문해 본다.

 

 

현대화와 세계화는 그 자체로 절대악은 아니다. 봉건적인 인습에 고통 받고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보다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계몽하고 개발할 필요성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획일적 서구화와 동의어로 받아들여지는데 문제가 생긴다. 지구촌 사람들이 모두 서양식 주택에서 살고 서양식 복장을 하고 서양식 사고와 언어를 사용하는 제2의 바벨탑이 이루어지는 게 인류에게 행복은 아니다.

 

획일적 개발과 현대화는 도시화를 양산한다. 현대화는 인간적 가치보다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하는데 사람들을 최대한 밀집시키는 것이 효율성 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급격한 도시화는 달동네와 판자촌, 슬럼을 초래한다.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공동주택의 비중이 높아지고 이사가 빈번해지며, 이방인들이 대거 진입하는 도시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교류를 기대하기 어렵다. 서로가 타인이 되며 인간적 관계는 단절된다. 현대사회를 삭막하다고 표현하는데 불가피한 현상이다. 인간적 감정이 깃들기에는 너무나 크고 고립되어 있다.

 

저자가 3부에서 제시하는 것은 잘못 설정된 개발과 세계화를 자연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생태보전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이다.

 

사회의 가치를 판단하는 여러 기준들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해본다면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구성원들의 행복이 그 척도가 되어야 하고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유지가능성이 그 척도가 되어야 한다.” (P.251)

 

이러한 기준에 의거하여 저자는 반개발을 주장한다.

 

반개발의 우선적 목표는 사람들로 하여금 적절하고 충분한 정보를 확보한 상태에서 스스로의 미래에 자율적인 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일이다......그 목표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자긍심과 자급구조를 더욱 장려함으로써 생명체 유지의 다양성을 지키는 한편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진정한 의미의 지속적 개발을 창출하는 것이다.” (P.286~287)

 

한마디로 요약하면, 탈 중심화-문화적 다양성-와 소규모 공동체로의 회귀라고 하겠다.

 

생물 종의 다양성이 자연과 지구를 건강하게 하듯이 문화적 다양성은 인류를 위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대화는 다양성을 증가시킬 것처럼 예상되지만 기실은 다양성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 잘못된 개발은 물질적 탐욕을 조장하여 채울 수 없는 인위적인 결핍감을 조장하고 구성원 사이의 끝없는 경쟁의식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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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고 오래도록 지속되는 타인과의 유대관계를 통해 안정감과 자기 정체성을 유지해오던 라다크 사람들은 그것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 결과 자신들이 누군지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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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규모일수록 보다 인간적인 형태의 사회정의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큰 규모의 공동체에서는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갈등 요인들을 방지할 수도 있다.”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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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척도만이 중요성을 가지는 요즘, 우리들은 전통사회가 지닌 마음의 평화나 가정과 공동체의 가치(P.188)를 모르며, 정서적, 사회적, 정신적 풍요로움(P.188)을 보지 못한다. 1인당 GNP2만 달러를 넘는다며 환호작약하는 무리들에게 부탄 국민들은 그저 불쌍한 최빈국의 사람들일 뿐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화폐경제 사회가 아닌 비화폐 경제체제나 자급경제체제에 속하는 곳에서 1인당 GNP는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부탄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세계 최고라는 조사 결과가 뜻하는 바는 의미심장하다.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행복의 향유에 있다. 경제력은 행복의 한 척도에 불과하다. 뉴욕 거리의 노숙자들과 부탄이나 라다크의 농부들을 똑같이 취급하는 오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이쯤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추해 본다.

 

라다크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 나는 집을 떠난다는 것은 개인의 성장에 있어 그 일부가 되는 것이며 성인이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대가족제도와 작은 규모의 공동체 생활이 성숙하고 균형 있는 인격이 만들어지는 데 있어 더욱 훌륭한 기초를 형성한다고 믿고 있다.” (P.175~176)

 

가족 제도와 자녀의 독립성에 대한 오늘날의 주류 견해와는 전혀 반대되는 입장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이 가족제도의 불완전성과 동요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우리는 부인 못한다. 핵가족 제도와 맞벌이 부모의 증가는 자녀들을 정서적으로 고립시킨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에서 학교와 학원에서 온종일을 보내며 가족과 교류는 극히 제한적으로 편향적으로 이루어진다. 부모는 자녀에 대한 미안감을 물질과 교육에의 몰입으로 대신하려고 한다. 부모의 모든 자원은 자식의 성공을 위해 소진되며, 아이들은 학교와 사회에서 끊임없는 경쟁과 승리를 위해 내몰린다. 자칫 한눈팔면 그대로 사회의 낙오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 속에 만능인을 키우고자 하는 부모와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가정과 사회를 항상 긴장과 피로 속에 몰아넣는다. 이게 우리 시대의 현실이다.

 

 

서구중심의 교육제도는 필연적으로 피교육자에게 자기 자신과 자신들의 고유문화에 대한 열등감(P.216)을 유발한다. 가르치는 이와 가르치는 내용 자체가 서구의 우월성을 명시적으로 묵시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자존감과 고유한 전통을 상실한 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우리 문화의 뿌리 깊은 백인 편향적 사고는 현대화와 함께 시작되었다. 건국을 도와주고 초콜릿에 감읍하며 서구식 교육의 수혜를 받은 엘리트들이 지배하는 사회 체제. 자신에게 내재한 속물적 근성을 인정 못하는가. 서양인들에게 왠지 주눅 들면서 뒤돌아 흑인이나 아시아의 갈색 인종을 백안시하는 행태는 남의 사회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들은 그네들을 경시하지만 우리에게 서구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것은 속빈 뼈대밖에 존재하지 않음을 스스로 알지 못한다.

 

 

현대화와 사회개발은 대단위 자본과 자원이 투입되는 일사불란한 공장식 시스템이다. 오래된 것은 가치를 불문하고 모두 엎어버리며 도로와 빌딩, 학교, 공장, 아파트 등 대량생산품으로 대체되는 토목공사 형식이다. 전통과 고유성에 대한 배려와 고민은 눈곱만큼도 없다. 현대화란 지역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하나의 단일 문화와 경제체제로 대체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멀리 라다크를 내다볼 것도 없이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충분하다. 숱한 신도시 건설과 도심 재개발은 불도저로 대변되는 백지 개발의 전형이다. 개발에 반대하는 소수는 공권력의 힘으로 억압되기 일쑤였다. 도시에는 공지(空地)의 존재를 허용해서는 안 되는 강박관념이 풍미하고 있다. 수년 전 서울 성북동의 재개발을 둘러싸고 외로운 싸움을 벌인 외국인에게 우리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지 않았는가.

 

 

개발의 목적 자체의 정당성에도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빈곤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이 시도되고 정당화된다. 저자는 현대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 빈곤과 인구과잉이며, 문제의 원인이 인습적인 경제개발에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개발이 추진하는 도시화와 산업화는 농경 및 지역경제를 무시하는 한편 전례가 없었던 대규모의 빈곤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P.272)

 

 

저자는 “(관습화된) 개발이란 많은 경우 착취나 신식민주의의 완곡한 표현이라고 단언한다. 비화폐경제권에 속해 있던 제3세계의 전통 사회를 강제로 화폐경제에 편입시키고 자유시장주의라는 주류적 경제기준으로 잣대를 매기면 졸지에 화폐경제권의 최하위권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일단 편입되면 화폐경제 시스템에서 헛되이 바위를 굴려 올리는 시지포스처럼 선진국들의 뒤꽁무니를 영원히 뒤따르게 된다. 선진국의 정부와 파워엘리트, 다국적 기업들은 자신들의 우세한 지위를 결코 양보할 생각이 없으므로.

 

 

WTOFTA로 대변되는 자유시장 경제는 경제 집중화 현상을 가속화하고, 국가의 권력을 (다국적) 기업에 양도하고 있다. 농수산업 종사자는 피해를 입지만 반도체와 자동차 기업은 혜택을 보는 구조. 수학적 단순 합이 양의 결과가 나오면 국익에 이롭다는 눈 가리고 아웅식 주장은 옳지 않다. 이익을 보는 집단과 피해를 받는 계층은 동일하지 않다는 현실 자체가 문제점을 유발한다. 사회적 이익을 위해서 특정인에게만 파산을 요구하고 그 대상이 당신이라면 받아들이겠는가? 게다가 기업은 속성상 이익을 추구하는데 혈안이 되기 마련이며, 돈은 도덕을 요구하지 않는다. 맹목적인 다국적 기업의 종횡무진은 결국 국가와 국민을 기업 이윤의 노예로 만들게끔 한다. 그들의 눈에 인간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이 발간된 지 20여년이 경과되었음에도 여전히 신선하고 설득력이 높다는 점에서 기쁘기도 하지만 씁쓸함을 억누를 길이 없다. 저자가 지적한 관습화된 개발과 현대화 및 세계가 당대는 물론 현재도 현재진행중이다. 파워엘리트들은 자의든 타의든 여전히 토건지향적 경제관에 사로잡혀 있고, 세계 도처에서 수많은 라다크는 여전히 소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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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박노해 "노동의 새벽"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의 암울한 생활 속에
            서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며
            활동하는 노동형제들에게 조촐한 술 한상으
            로 바칩니다.
                               1984년 타오르는 5월에
                                        박    노   해

 

 

 

노동의 새벽 - 박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가도

끝내 못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면,

진이 빠져, 허깨비 같은

스물아홉의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

아 그러나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죽음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이 질긴 목숨을,

가난의 멍에를,

이 운명을 어쩔 수 없지

 

늘어쳐진 육신에

또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소주보다 독한 깡다구를 오기를

분노와 슬픔을 붓는다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근 숨쉬며 자라는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잔을

돌리며 돌리며 붓는다

노동자의 햇새벽이

솟아오를 때까지

 

 

<해설> -정끝별·시인

 

'박노해 노동의 새벽 20주년 헌정음반'(2004)을 들으며 시집 '노동의 새벽'(1984)을 읽는다. 장사익, 윤도현 밴드, NEXT 등이 '노동의 새벽' 시편들에 곡을 붙여 노래한 앨범이다. '노동의 새벽'은 어두운 새벽빛의 표지다. "노동형제들에게 조촐한 술 한 상으로 바칩니다"라는 시인의 헌사로 시작하고 있다. '노동해방'을 줄여 필명으로 삼은 '얼굴 없는 노동자 시인' 박노해(50)의 시에, 독설로 민중문학론을 설파했던 고() 채광석의 기획 및 해설과, 민중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고() 오윤의 판화가 어우러져 사회과학 출판사 풀빛에서 출간된 시집이다. '노동''해방''문학'의 접점에서 생산되고 소비되었던 이 시집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한 상징이다. 금서(禁書)로 노동문학의 전범이 되었고, 판매량이 100만부로 추정되고 있으며,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책 중 한 권이 되었다.

 

이 시는 '시대의 새벽을 부른' 박노해의 명실상부한 대표시다. 조출(조기출근)-야근(야간잔업)의 노동현실에서 야근현장은 졸음과 사투를 해야 하는 전쟁터다. "드르륵 득득/ 미싱을 타고, 꿈결 같은 미싱을 타고/ 두 알의 타이밍으로 철야를 버티는/ 시다의 언 손"('시다의 꿈')으로, 조는 순간 "기계 사이에 끼어 아직 팔딱거리는 손을/ 기름먹은 장갑 속에서 꺼내"('손 무덤')야 하는 무참한 사고 없이 무사히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이면 속이 빈 '쓰린 가슴''차거운 소주'를 부을 수밖에. '어쩔 수 없는' 분노와 슬픔 때문에 붓고, '기어코'의 깡다구와 오기의 힘으로 붓는다. 고통과 절망을 위무하기 위해 붓고, 연대와 희망을 고무하기 위해 붓는다. 차가운 소주가 뜨거운 소주로 변하는 '노동자의 햇새벽', 식히기 위해 붓고 태우기 위해 붓는다.

 

그는 열다섯에 상경해 야간 상고를 졸업하고 섬유·화학·건설·금속·운수 노동을 하며 노동운동과 노동문학에 투신했다. '사노맹(남한 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으로 체포되어 '반국가단체 수괴'로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나는 노동자이자 시인이며 혁명가입니다"라는 최후진술로 스스로를 변호했다. 지금은 세계의 빈곤 지역과 분쟁 지역을 돌며 생명과 평화와 나눔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감 중에 썼다는 시 '그 해 겨울나무'가 떠오른다. "그해 겨울,/ 나의 시작은 나의 패배였다"로 시작해 "그해 겨울,/ 나의 패배는 참된 시작이었다"로 끝을 맺는다.

 

<출처> 2008. 3. 20 / 조선일보

 

 
노동의 새벽
------------
차례;
1
----------------------
사랑이여 모진 생명이여
----------------------
*하늘
*멈출 수 없지
*신혼日記
*천생연분
*이불을 꿰매면서
*얼마짜리지
*어디로 갈꺼나
*한강
*그리움
*포장마차
*가리봉시장
*지문을 부른다
*영어회화
*썩으러 가는 길
*남성편력기
*모를 이야기들
*통박
2
-----------
노동의 새벽
-----------
*바겐세일
*시다의 꿈
*봄
*졸음
*휴일특근
*손 무덤
*어쩌면
*당신을 버릴 때
*진짜 노동자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
*노동의 새벽
*어쩔 수 없지
*석양
3
--------------
새 땅을 위하여
--------------
*사랑
*바람이 돌더러
*밥을 찾아
*대결
*떠나가는 노래
*떠다니냐
*삼청교육대 Ⅰ
*어머니
*아름다운 고백
*별볼일 없는 나는
*장벽
*허깨비

 

 


<하늘>
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
나의 하늘이다
프레스에 찍힌 손을 부여안고
병원으로 갔을 때
손을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 선생님은
나의 하늘이다
두달째 임금이 막히고
노조를 결성하다 경찰서에 끌려가
세상에 죄 한번 짓지 않은 우리를
감옥소에 집어넌다는 경찰관님은
항시 두려운 하늘이다
죄인을 만들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판검사님은
무서운 하늘이다
관청에 앉아서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관리들은
겁나는 하늘이다
높은 사람, 힘있는 사람, 돈많은 사람은
모두 하늘처럼 뵌다
아니, 우리의 생을 관장하는
검은 하늘이시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늘이 되나
代代로 바닥으로만 살아온 힘없는 내가
그 사람에게만은
이제 막 아장걸음마 시작하는
미치게 예쁜 우리 아가에게만은
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것지
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를 받쳐 주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멈출 수 없지>
빨리 빨리
바삐 아침을 지어 먹고
만원버스 따라 뛰며
종종종 바쁘게 걸어
후다닥 작업복 갈아입고
쓰왜앵----
열나게 하루를 돈다
긴 식사대열
식반을 받쳐들고
국에 말아 훌 마시고
화장실 가서 찌익 오줌누고 뒤 볼 틈도 없이
뻑뻑 담대 한 대 굽고
전쟁터처럼 정신없이
굉음 속에 기계는 돌아가고
스피커 악악거리는
박자 빠른 디스코를 따라잡기엔 지쳐 버렸다
땀에 절어 맥풀린 얼굴들로
종종걸음 치며 공장문을 쏟아져 나와
인사조차 못나눈 채
검은 어둠 속으로 흩어지고
비탈진 골목길을 숨가쁘게 오르며
나는 때리면 돌아가는 팽이라고
거대한 탈수기에 넣어져 돌리면
돌릴수록 쥐어짜지는 빨래라고
하루, 일년, 죽을 때까지
정신없이 따라 돌며
정신없이 바뀌는 세상에
눈빛도 미소도 생각조차
속도 속에 빼앗겨 버렸어
전력을 다 짜내어 뛰어도
갈수록 멀어져만 가는
황새를 뱁새걸음으로,
공작새를 장닭으로,
승용차를 맨발로 따라 뛰며
죽기까지 손발을 멈출 수 없지
걷고 싶어도 주저앉고 싶어도
채찍보다 더 무서운
살아야 한다는 것,
노동자의 운명은
죽음이 아니라면 멈출 수 없지
오늘도 내일도
가면 갈수록 바쁘게 뛰어야 하는
갈수록 가진 것 없고 졸라매야 하는
고도로, 번영하는
급성장하는
우리는 복지국가 대한민국
뺑이치는
노동자

 

 


<신혼 日記>
길고긴 일주일의 노동 끝에
언 가슴 웅크리며
찬 새벽길 더듬어
방안을 들어서면
아내는 벌써 공장 나가고 없다
지난 일주일의 노동,
기인 이별에 한숨지며
쓴 담배연기 어지러이 내어뿜으며
바삐 팽개쳐진 아내의 잠옷을 집어들면
혼자서 밤들을 지낸 외로운 아내 내음에
눈물이 난다
깊은 잠 속에 떨어져 주체못할 피로에 아프게 눈을 뜨면
야간일 끝내고 온 파랗게 언 아내는
가슴 위에 엎으러져 하염없이 쓰다듬고
사랑의 입맞춤에
내 몸은 서서히 생기를 띤다
밥상을 마주하고
지난 일주일의 밀린 얘기에
소곤소곤 정겨운
우리의 하룻밤이 너무도 짧다
날이 밝으면 또다시 이별인데,
괴로운 노동 속으로 기계 되어 돌아가는
우리의 아침이 두려웁다
서로의 사랑으로 희망을 품고 돌아서서
일치 속에서 함께 앞을 보는
가난한 우리의 사랑, 우리의 신혼행진곡

 

 


<천생연분>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당신이 이뻐서가 아니다
젖은 손이 애처로와서가 아니다
이쁜 걸로야 TV탈랜트 따를 수 없고
세련미로야 종로거리 여자들 견줄 수 없고
고상하고 귀티나는 지성미로야 여대생년들 쳐다볼 수도 없겠지
잠자리에서 끝내주는 것은 588여성동지 발뒤꿈치도 안차고
써비스로야 식모보단 못하지
음식솜씨 꽃꽂이로야 학원강사 따르것나
그래도 나는 당신이 오지게 좋다
살아 볼수록 이 세상에서 당신이 최고이고
겁나게 겁나게 좋드라
내가 동료들과 술망태가 되어 와도
며칠씩 자정 넘어 동료집을 전전해도
건강걱정 일격려에 다시 기운이 솟고
결혼 후 3년 넘게 그 흔한 쎄일샤쓰 하나 못사도
짜장면 외식 한번 못하고 로숀 하나로 1년 넘게 써도
항상 새순처럼 웃는 당신이 좋소
토요일이면 당신이 무데기로 동료들을 몰고와
피곤해 지친 나는 주방장이 되어도
요즘 들어 빨래, 연탄갈이, 김치까지
내 몫이 되어도
나는 당신만 있으면 째지게 좋소
조금만 나태하거나 불성실하면
가차없이 비판하는 진짜 겁나는 당신
좌절하고 지치면 따스한 포옹으로
생명력을 일깨 세우는 당신
나는 쬐끄면 당신 몸 어디에서
그 큰 사랑이,끝없는 생명력이 나오는가
곤히 잠든 당신 가슴을 열어 보다 멍청하게 웃는다
못배우고 멍든 공순이와 공돌이로
슬픔과 절망의 밑바닥을 일어서 만난
당신과 나는 천생연분
저임금과 장시간노동과 억압 속에 시들은
빛나는 대한민국 노동자의 숙명을
당신과 나는 사랑으로 까부수고
밤하늘 별처럼
흐르는 시내처럼
들의 꽃처럼
소곤소곤 평화롭게 살아갈 날을 위하여
우린 결말도 못보고 눈감을지 몰라
저 거친 발굽 아래
무섭게 소용돌이쳐 오는 탁류 속에
비명조차 못지르고 휩쓸려갈지도 몰라
그래도 우린 기쁨으로 산다 이 길을
그래도 나는 당신이 눈물나게 좋다 여보야
도중에 깨진다 해도
우리 속에 살아나
죽음의 역사를 넘어서서
이른 봄마다 당신은 개나리 나는 진달래로
삼천리 방방곡곡 흐드러지게 피어나
봄바람에 입맞추며 옛얘기 나누며
일찌기 일 끝내고 쌍쌍이 산에 와서
진달래 개나리 꺾어 물고 푸성귀 같은 웃음 터뜨리는
젊은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며
그윽한 눈물로 지자 여보야
나는 당신이 좋다
듬직한 동지며 연인인 당신을
이 세상에서 젤 사랑한다
나는 당신이
미치게 미치게 좋다

 

 


<이불을 꿰매면서>
이불홑청을 꿰매면서
속옷 빨래를 하면서
나는 부끄러움의 가슴을 친다
똑같이 공장에서 돌아와 자정이 넘도록
설겆이에 방청소에 고추장단지 뚜껑까지
마무리하는 아내에게
나는 그저 밥달라 물달라 옷달라 시켰었다
동료들과 노조일을 하고부터
거만하고 전제적인 기업주의 짓거리가
대접받는 남편의 이름으로
아내에게 자행되고 있음을 아프게 직시한다
명령하는 남자, 순종하는 여자라고
세상이 가르쳐 준 대로
아내를 야금야금 갉아먹으면서
나는 성실한 모범근로자였었다
노조를 만들면서
저들의 칭찬과 모범표창이
고양이 꼬리에 매단 방울소리임을,
근로자를 가족처럼 사랑하는 보살핌이
허울좋은 솜사탕임을 똑똑히 깨닳았다
편리한 이론과 절대적 권위와 상식으로 포장된
몸서리쳐지는 이윤추구처럼
나 역시 아내를 착취하고
가정의 독재자가 되었었다
투쟁이 깊어 갈수록 실천 속에다
나는 저들의 찌꺼기를 배설해 낸다
노동자는 이윤 낳는 기계가 아닌 것처럼
아내는 나의 몸종이 아니고
평등하게 사랑하는 친구이며 부부라는 것을
우리의 모든 관계는 신뢰와 존중과
민주주의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잔업 끝내고 돌아올 아내를 기다리며
이불홑청을 꿰매면서
아픈 각성의 바늘을 찌른다

<얼마짜리지>
말더듬이 염색공 사촌형은
10년 퇴직금을 중동취업 브로커에게 털리고 나서
자살을 했다
돈 100만원이면
아파 누우신 우리 엄마 병원을 가고
스물아홉 노처녀 누나 꽃가마 탄다
돈 천만원이면
내가 10년을 꼬박 벌어야 한다
1억원은 두번 태어나 발버둥쳐도 엄두도 나지 않는
강 건너 산 너머 무지개이다
나의 인생은 일당 4,000천원짜리
그대의 인생은 얼마
우리 사장님은 하룻밤 술값이 100만원이래는데
강아지 하루 식대가 5,000원이래는데
3천억원을 쥐고 흔든 여장부도 있다는데
염색공 사촌형은 120만원에 자살을 하고
열여섯 우리 동생 공장을 가고
오 오
우리의 인생 우리의 사랑 우리의 생명은
얼마 얼마?

<어디로 갈꺼나>
어디로 갈꺼나
눈부시게 푸르른 오월
얼마 만에 찾아먹는 휴일인데
정순이는 오늘도 특근이란다
어디로 갈꺼나
프로야구 중계도 끝난
테레비도 싱거워
전자오락실에서 동전 몇 닢 ㄳㄳ 날리고
이 거리 저 거리 돌아다니기도 지쳐
시원한 생맥주 한 잔 하고
영화라도 한 편 보고
디스코장에라도 가고 싶은데
벌써 가불이 오만원째다
무엇을 할꺼나
얼마 만의 휴일인데
자꾸만 초조해
편지도 못쓰겠고 책도 안잡히고
에라 장기판 두드리다
짤짤이나 하다가 그도 시진하여
쥐포에 소주잔 돌리면서도
무언가 해야 하는데,
어디론가 가야 하는데,
등산친목회도 축구동우회도
한자공부도 독서모임도
잔업에 밀려 휴일특근에 깨져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어,
이러다간 삼주째 못본
사랑스런 정순이마저
날아가 버릴지 몰라
사장님은 교양 때마다
놀면 돈만 쓰니 젊을 때 열심히
잔업에다 휴일특근 시키는 대로
다 여러분을 위하여 가족처럼 말씀하시고
제미랄 좇도!
안쓰고 안먹고
조출철야 휴일특근 몸부림쳐도
가불액만 늘어 가고,
계획은 조각나 버려
아 그렇게도 기다리던 휴일날,
어디로 갈꺼나
갈 곳이 없다
무엇을 할꺼나
할 돈이 없구나
대책을 세울 수 없어
이 눈부신 신록의 오월에
우리는 빈속 소줏잔에 비틀거리며
슬픔을 마신다
분노를 마신다
쓰디쓴 노동자의 비애를 마신다

 

 

 

<한강>
한강이 가슴을 연다
여윈 어미의 가슴처럼
주름진 江心이 소리없이 열려 흐른다
얼어붙은 겨울 속으로
숨죽이며 흐느낌으로 흐르던
눈물 강물
봄은 멀은데
멍든 가슴, 지치인 노동에
탄식하며 탄식하며 쓰러져
몰아치는 찬 바람에
다시 아귀찬 이를 물며 일어서 흐르는
사랑이여 모진 생명이여
강물은 흐르고
더러움과 오욕에 뒤섞여
거칠게 한강은 흐르고
살얼음을 뒹척이며
어두운 겨울 속으로
봄을 부르며
봄을 부르며
소리없이 열려 흐르는
눈물이여 강물이여

 

 


<그리움>
공장 뜨락에
다사론 봄볕 내리면
휴일이라 생기 도는 아이들 얼굴 위로
개나리 꽃눈이 춤추며 난다
하늘하늘 그리움으로
노오란 작은 손
꽃바람 자락에 날려 보내도
더 그리워 그리워서
온몸 흔든다
한 방울 눈물로 떨어진다
바람 드세도
모락모락 아지랑이로 피어나
온 가슴을 적셔 오는 그리움이여
스물다섯 청춘 위로
미싱 바늘처럼 꼭꼭 찍혀 오는
가난에 울며 떠나던
아프도록 그리운 사람아

 

 

 
<포장마차>
모래에 싹이 텄나
사장님이 애를 뱄나
이 좋은 토요일 잔업이 없단다
이태리타올로 기름낀 손을 닦고서
작업복 갈아입고 담배 한 대 붙여 물면
두둥실 풍선처럼 마음이 들떠
누구라 할 것 없이 한잔 꺽자며
공장 뒷담 포장마차 커튼을 연다
쇠주파 막걸리파 편을 가르다
다수결 두꺼비로 통일을 보고
첫딸 본 김형 추켜 꼼장어 굽고
새신랑 정형 얼러대어
정력에 좋다고 해삼 한 접시
자격증 시험 붙어 호봉 올라간
문형이 기분 조오타고 족발 두 개 사고
걸게 놓인 안주발에 절로 술이 익는다
새벽에 안서는 놈은 빚도 주지 말랬는데
잔업에 곯다 보니 요게 새벽까지 기척도 안해
일주일째 아내 고것 곰팡이 슬겠다고
킬킬거리고, 이제 신혼 한달째인
정형 새신부 토실한 히프 모양이 첫아들 날 상이라며
좌우삼삼 일심구천 김형 5단계 노하우 전수에
헤 벌리는 놈, 심각한 놈, 키득대는 놈,
한 잔 두 잔 술잔이 돌아올 때마다
우리는 녹아들어 하나가 되어
송형은 문형에게 감정풀이 화해주를 청하고
서씨는 전기과 박형과 찜찜했던 오해를 털어놓고
노씨는 왕년에 광빨나던 시절 타령이 시작되고
장단맞추는 김형, 만주에서 개장수하며 독립운동하던
뻥까는 야화가 기세를 올리면 부산 자갈치 공형,
야야 치라 치라 벌써 백번째다 마
내 한 곡 뽑제, 니 박수 안치나
두만강을 노저어 오륙도 돌아
개나리처녀 미워미워
울고 넘는 박달재로 발걸음을 돌려
젓가락 두들기며 주전자뚜껑 드럼에도
어깨 우쭐, 방뎅이 들썩,
쿵다라 닥닥 조코 좆커
영자야 안주 한 사라 더 주라 잉
2차 가자 집에 가자 고고장 가자는 걸
알뜰꾼 신씨가 눌러앉히고 한 병 두 병 더할수록
거나하게 취기가 올라
좆같은 노무과장, 상무새끼, 쪽발이 사장놈,
노사협의회 놈들 때려엎자고
꼭 닫아둔 울화통들이 터져나온다
문형은 간신자식들 먼저 깨야 한다며
벌겋게 달아오르고
정형은 단계적으로 구내식당부터
시정하자고 나직이 속삭인다
상고 나와 가름쟁이 된 회계담당 김형은
외상장부 넘겨 가며
계산을 한다
냉수 한 사발 돌려 마시고
자옥한 연기 속 포장마차 나서면
어깨를 끼고 비틀비틀
일렬횡대로 서 담벽에 오줌 깔기고
씨팔, 내일도 휴일특근 나온다며
리어카장수 떨이쳐 딸기 천원어치씩
옆주머니에 꿰차고
작별의 손 흔들며 잔업 없는 오늘만은
두둥실 토요일 밤을 흥얼거리며
아내가 기다리는 집을 향한다

 

 

 

<가리봉 시장>
가리봉 시장에 밤이 깊으면
가게마다 내걸어 놓은 백열전등 불빛 아래
오가는 사람들의 상기된 얼굴마다
따스한 열기가 오른다
긴 노동 속에 갇혀 있던
우리는 자유로운 새가 되어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깔깔거리고
껀수 찾는 어깨들도 뿌리뽑힌 전과자도
몸부벼 살아가는 술집여자도
눈을 빛내며 열이 오른다
돈이 생기면 제일 먼저 가리봉 시장을 찾아
친한 친구랑 떡볶기 500원어치, 김밥 한 접시,
기분나면 살짜기 생맥주 한 잔이면
스테이크 잡수시는 사장님 배만큼 든든하고
천오백원짜리 티샤쓰 색깔만 고우면
친구들은 환한 내 얼굴이 귀티난다고 한다
하루 14시간
손발이 퉁퉁 붓도록
유명브랜드 비싼 옷을 만들어도
고급오디오 조립을 해도
우리 몫은 없어,
우리 손으로 만들고도 엄두도 못내
가리봉 시장으로 몰려와
하청 공장에서 막 뽑아낸 싸구려 상품을
눈부시게 구경하며
이번 달엔 큰맘 먹고 물색 원피스나
한 벌 사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앞판 시다 명지는 이번 월급 타면
켄터키치킨 한 접시 먹으면 소원이 없겠다 하고
마무리 때리는 정이는 2,800원짜리
이쁜 샌달 하나 보아돈 게 있다며
잔업 없는 날 시장가자고 손을 꼽는다
가리봉 시장에 밤이 익으면,
피가 마르게 온 정성으로
만든 제품을
화려한 백화점으로,
물 건너 코큰 나라로 보내고 난
허기지고 지친
우리 공돌이 공순이들이
싸구려 상품들을 샘나게 찍어 두면
300원어치 순대 한 접시로 허기를 달래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구경만 하다가
허탈하게 귀가길로
발길을 돌린다

 

 

 

<지문을 부른다>
진눈깨비 속을
웅크려 헤쳐 나가며 작업시간에
가끔 이렇게 일보러 나오면
참말 좋겠다고 웃음 나누며
우리는 동회로 들어선다
초라한 스물아홉 사내의
사진 껍질을 벗기며
가리봉동 공단에 묻힌 지가
어언 육년, 세월은 밤낮으로 흘러
뜻도 없이 죽음처럼 노동 속에 흘러
한번쯤은 똑같은 국민임을 확인하며
주민등록 경신을 한다
평생토록 죄진 적 없이
이 손으로 우리 식구 먹여살리고
수출품을 생산해 온
검고 투박한 자랑스런 손을 들어
지문을 찍는다

없어, 선명하게
없어,
노동 속에 문드러져
너와 나 사람마다 다르다는
지문이 나오지를 않아
없어, 정형도 이형도 문형도
사라져 버렸어
임석경찰은 화를 내도
긴 노동 속에
물 건나간 수출품 속에 묻혀
지문도, 청춘도, 존재마저
사라져 버렸나봐
몇 번이고 찍어 보다
끝내 지문이 나오지 않는 화공약품 공장
아가씨들은 끝내 울음이 복받치고
줄지어 나오는, 지문 나오지 않는 사람들끼리
우리는 존재조차 없어
강도질해도 흔적도 남지 않을거라며
정형이 농지껄여도
더이상 아무도 웃지 않는다
지문 없는 우리들은
얼어붙은 침묵으로
똑같은 국민임을 되뇌이며
파편으로 내리꽂히는 진눈깨비 속을 헤쳐
공단 속으로 묻혀져 간다
선명하게 되살아날
지문을 부르며
노동자의 푸르른 생명을 부르며
되살아날
너와 나의 존재
노동자의 새봄을
부르며 부르며
진눈깨비 속으로,
타오르는 갈망으로 간다

 

 

 

<영어회화>
우리 오매 일찌기 홀몸으로
논 서마지기 농약 뿌리다
허연 두 눈 치뜨고 돌아가시고
두견이 피 토하는 울음을 뒤로
서울로 캄캄하게 떠나올 제에
누나 따라 간다며 숙모 손을 뿌리치고
치마자락 매달리던 코흘리개 영석이가
어느새 중학생이 되어
영어회화 듣기평가 시험에
카세트 테이프가 없어서
잘사는 집 애들보다 점수가 뒤진다며
자정이 넘도록 영어책을 읽다가
점꼬대로까지 중얼거린다
누나는 미국전자회사
공순이가 되었어도
세컨라인 리더가 되어
QC활동에 목이 붓도록
칼처럼 곤두세워 오버타임을 더 해도
다음 달엔 우리 영석이
카세트랑 테이프는 꼭 사서 주마
잔업 끝난 자정거리 휘청거려 오면
하지 말라 화를 내고 다짐을 해도
영석이는 서툰 솜씨로 밥을 지어 차려 놓고
낭랑하게 꼬부라진
영어회화 공부를 한다
누나는 못배워서
무식한 공순이지만
영석이 너만은 공부 잘해서
꼭 꼭 훌륭한 사람 되거라
하지만 영석아
남 위에 올라서서
피눈물 흘리게 하지는 말아라
네가 영어공부에 열중할 때마다
누나는 노조에서 배운
우리나라 역사가 생각난다
부유층 아들딸들이 유치원부터
영어회화 교육에다
외국인학교 나가고
중학생인 네가 잠꼬대로까지
영어회화 중얼거리고
거리 간판이나 상표까지
꼬부랑 글씨 천지인데
테레비나 라디오에서도
영어회화쯤 매끈하게 굴릴 수 있어야
세련되고 교양있는 현대인이라는데
무식한 공순이 누나는
미국전자회사 세컨라인 리더 누나는
자꾸만 자꾸만 노조에서 배운
우리나라 역사가 생각난다
말도, 글도, 성도, 혼도 빼앗아 가고
논도, 밭도, 식량도, 생산물까지도
마침내 노동자의 생명까지도
차근차근 침략하던 일제하
     조선어 말살
     생각이 난다
미국전자회사 세컨라인 리더 누나는
컨베이어 벨트에 밀려드는 부품에
QC활동에 칼처럼 곤두설수록
조선어 말살
생각이 난다

 

 

 

<썩으러 가는 길>
열여섯 앳띤 얼굴로
공장문을 들어선 지 5년 세월을
밤낮으로 기계에 매달려
잘 먹지도 잘 놀지도 남은 것 하나 없이
설운 기름밥에 몸부림하던 그대가
싸나이로 태어나서 이제 군대를 가는구나
한참 좋은 청춘을 썩으러 가는구나
굵은 눈물을 흘리며
떠나가는 그대에게
이 못난 선배는 줄 것이 없다
쓴 소주 이별잔밖에는 줄 것이 없다
하지만 철수야
그대는 썩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푸른 제복에 갇힌 3년 세월 어느 하루도
헛되이 버릴 수 없는 고귀한 삶이다
그대는 군에서도 열심히 살아라
행정반이나 편안한 보직을 탐내지 말고
동료들 속에서도 열외 치치 말아라
똑같이 군복 입고 똑같이 짬밥 먹고
똑같이 땀흘리는 군대생활 속에서도
많이 배우고 가진 놈들의 치사한 처세 앞에
오직 성실성과 부지런한 노동으로만
당당하게 인정을 받아라
빗자루 한 번 더 들고
식기 한 개 더 닦고
작업할 땐 열심으로
까라면 까고 뽑으라면 뽑고
요령피우지 말고 적극적으로 살아라
고참들의 횡포나 윗동기의 한딱까리가
억울할지 몰라도
혼자서만 헛고생한다고 회의할지 몰라도
세월 가면 그대도 고참이 되는 것,
차라리 저임금에 노동을 팔며
갈수록 늘어나는 잔업에 바둥치는 이놈의 사회보단
평등하게 돌고도는 군대생활이
오히려 공평하고 깨끗하지 않으냐
그 속에서 비굴을 넘어선 인종을 배우고
공동을 위해 다 함께 땀흘리는 참된 노동을 배워라
몸으로 움직이는 실천적 사랑과
궂은 일 마다않는 희생정신으로
그대는 좋은 벗들을 찾고 만들어라
돈과 학벌과 빽줄로 판가름나는 사회 속에서
똑같이 쓰라린 상처 입은 벗들끼리
오직 성실과 부지런한 노동만이
진실하고 소중한 가치임을 온몸으로 일깨워
끈끈한 협동 속에 하나가 되는 또다른 그대,
좋은 벗들을 얻어라
걸진 웃음 속에 모험과 호기를 펼치고
유격과 행군과 한딱가리 속에 깡다구를 기르고
명령의 진위를 분별하여 행하는 용기와
쫄다구를 감싸 주는 포용력을 넓혀라
시간 나면 읽고 생각하고 반성하며
열심히 학습하거라
달빛 쏟아지는 적막한 초소 아래서
분단의 비극을 깊이깊이 새기러라
그대는 울면서
군대 3년을 썩으러 가는구나
썩어 다시 꽃망울로
돌아올 날까지
열심히 찍어라
이 못난 선배도 그대도 벗들도
눈부신 꽃망울로 피어나
온 세상을 환히 뒤흔들 때까지
우리 모두 함께
열심히 썩자
그리하여 달궈지고 다듬어진
틈실한 일꾼으로
노동과 실천과 협동성이
생활 속에 배인 좋은 벗들과 함께
빛나는 얼굴로
우리 품에 돌아오라
철수야 눈물을 닦아라
노동자의 끈질긴 생명력으로
열심히 열심히
잘 썩어야 한다

 

 

 

<남성편력기>
시다 시절
훤칠한 미남에다
눈매와 뒷모습이 사슴처럼 쓸쓸해 뵈는
검사반 진수가 좋아
밤늦도록 그 가을을 함께 걸었지만
갈수록 내 가슴은 마른 낙엽이었지
미싱사가 되어
미치게 배우고 싶어
셋집 주인네 친절한 대학생을 사모하여
지친 몸으로 새벽까지 책을 읽어도
그와 나 사이엔 메울 수 없는
깊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조장이 되어
돈 잘 쓰고 세련미가 멋져
지시할 때 위엄있고 인간미 넘치는 김과장이 좋아
경양식집 조명불빛 아래 웃음지어 봤지만
허망한 한 잔 맥주 거품이었지
내 不安한 존재를 듬직하게 안아 줄
남자답고 야성적인 정열이와의 겨울은
상처입은 고목처럼 거친 아픔이었다
반장이 되었을 때
동갑내기들이 결혼에 들뜨고
성실하고 가정적인 영훈씨와의 사랑도
제 한몸밖에 모르는 이기와 독선에 질려
갈테면 가라고 떠나 보냈지
미싱밥 8년에
백여명이던 회사가 천오백명으로
대회사로 늘어났으나
내게 남은 것은 50만원짜리 월세 한 칸
월부 카세트 하나
그리고 진이 빠진 스물다섯 육신
토박거리는 주임의 격려와 부장님의 회식이 있고 나면
어김없이 조여드는 생산량에
미싱사 시다를 달달 볶으며
정신없이 밟아 대고 악을 쓰다가
잔업 끝난 밤거리를 천근 무게로 지쳐 가면서
이래서는 안된다
이것이 아니다
이를 깨물며 다짐해 본다
점심 후 재단반에 바람이 일어
2년째 얼어붙은 임금50% 인상하라
주저앉아 제끼고
국만이는 나를 붙들고
단결하면 이길 수 있다고, 더이상 이용당하지 말자고
눈을 빛내며 설득을 한다
나의 두 눈에 눈물이 맺히고
우리는 현장을 돌며
메마른 가슴들을 한덩어리로
뜨겁게 일으켜 세워
전쟁터 같은 현장은 일시에 긴장된 침묵만이 감돌고
허둥대며 퍼렇게 고함치는 주임 부장의 발악에도
내 가슴은 난생처음 평온한 대지가 되어
생명의 죽숙이 파랗게 기운차 오른다
연약하고 우스갯소리만 잘하는 줄 알았던 국만이가
저렇듯 동료들의 깊은 신뢰 속에
확실한 주관과 실천력이 있음이
가진 사장보다 더 당당한 용기와 뚜렷한 소신으로
희생을 각오한 큰 사랑을 키워 가고 있음이
3일간의 싸움 속에서
뜨거운 감명으로 충만되어 젖어 온다
참다운 남자란 이런 남자라고
일생을 함께하며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기쁨으로 살아날 진짜 남자라고
어떤 고난도 함께 싸워 나가리라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으며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나를 가다듬는다

 

 

 

<모를 이야기들>
갈수록 수출이 어려워지고
나라 빚이 세계에서 세번째라는데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을 하자는데
물가를 꼭 붙들어야 한다는데
잔업에 지쳐 온 나에게
테레비에서 예쁜 여자가
VTR, 오디오, 에어컨을 광고하며
최소한 칼라TV에 냉장고 세탁기는
필수품이라고, 요염한 미소를 던지며
차원있게 먹고 입고 쓰라고 한다
10분간의 휴식시간에
우리는 옹기종기 담배를 나누며
요즘 세상사가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하여튼 노동자만 점점 죽어난다고 탄식한다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나라 형편이 이리도 어려운데
농토 메꾼 골프장에 대낮에도 자가용이 가득차고
콘도미니엄이 불티나고 유명브랜드 로열티가 늘어나고
고급 중형 승용차는 생산이 딸리고
사우나 안마소가, 호텔이 곳곳에 솟아나고
고급 요정 요리집이 불야성을 이루고
수십억 들여 세계 미인대회, 가요제, 운동경기 유치하고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겁만 난다
신문에선 물가가 제자리 숫자라는데
주인네는 셋돈을 올려달라 하고
공공요금 고지서가 무거워만 가고
아내는 시장에 다녀올 때마다
가벼워진 바구니를 들며 울상이다
임금동결 정책에 넋을 잃다가
매주 4시간을 더 연장노동 해도
적자가게부를 들여다보며
아내는 어두운 한숨이 늘고
프로야구장에 환호가 일고
프로축구장엔 열기가 뜨겁고
우린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다
높은 외국나리들이 줄지어 방한하며
번영과 발전상에 감탄을 하고
국민소득이 늘고 대기업이 더 커지고
호화로운 빌딩이 줄지어 서고
88올림픽이 온 세계를 부르고
정의로운 복지사회가 정착되었다는데
우리는 임금동결에 묶여
날이 갈수록 노동시간만 늘어나고
후들거리는 몸을 가눠
캄캄한 번영의 뒤안길을
떨며 무겁게 지쳐서 간다
--대학생들은 민주주의를 부르짖고,
  옆회사 동료는 숨죽여 속삭이며
  민주노조 소문을 전하고--

 

 


<통박>
어느 놈이 커피 한잔 산다 할 때는
뭔가 바라는 게 있다는 걸 안다
고상하신 양반이
부드러운 미소로 내 등을 두드릴 때
내게 무얼 원하는지 안다
별스런 대우와 칭찬에
허릴 굽신이며 감격해도
저들이 내게 무얼 노리는지 안다
우리들이 일어설 때
노사협조를 되뇌이며 물러서는
저 인자한 웃음 뒤의 음모와 칼날을
우리는 안다
유식하고 높은 양반들만이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일찌기 세상바닥 뒹굴며
눈치밥을 익히며 헤아릴 수 없는 배신과 패배 속에
세상 살아가는 통박이 생기드만
세상엔 빡빡 기는 놈들 위에서
신선처럼 너울너울 나는 놈 따로 있어
날개 없이 기름바닥 기는 우리야
움츠리며 통박을 굴리며 살아가지만
통박이 구르다 보면
통박끼리 구르고 합쳐지다 보면
거대한 통박이 된다고
좆도 배운 것 없어도
돈날개 칼날개 달고 설치는 놈들이 무엇인지
이놈의 세상이 어찌된 세상인지
누구를 위한 세상인지
우리들 거대한 통박으로 안다
쓰라린 눈물과 억압과 패배 속에서
거대한 통박으로 구르고 구르고 부딪치고 합치면서
우리들의 통박은
점점 날카롭고 명확하게
가다듬어지는 것이다
우리들의 통박이 거대한 통박으로,
하나의 통박으로 뭉쳐지면서
노동하는 우리들의 새날을 향하여
이놈의 세상을 굴려갈 것이다

 

 


<바겐세일>
오늘도 공단거리 찾아 헤맨다마는
검붉은 노을이 서울 하늘 뒤덮을 때까지
찾아 헤맨다마는
없구나 없구나
스물일곱 이 한 목숨
밥벌 자리 하나 없구나
토큰 한 개 달랑, 포장마차 막소주잔에 가슴 적시고
뿔리 없는 옷음 흐르는 아스팔트 위를
반짝이는 조명불빛 사이로
허청 허청
실업자로 걷는구나
10년 걸려 목메인 기름밥에
나의 노동은 일당 4,000원
오색영롱한 쇼윈도엔 온통 바겐세일 나붙고
지하도 옷장수 500원짜리 쉰 목청이 잦아들고
내 손목을 이끄는 밥꽃의 하이얀 미소도
50% 바겐세일이구나
에라 씨팔,
나도 바겐세일이다
3,500원도 좋고 3,000원도 좋으니 팔려가라
바겐세일로 바겐세일로
다만,
내 이 슬픔도 절망도 분노까지 함께 사야 돼!

 

 


<시다의 꿈>
긴 공장의 밤
시린 어깨 위로
피로가 한파처럼 몰려온다
드르륵 득득
미상을 타고, 꿈결 같은 미싱을 타고
두 알의 타이밍으로 철야를 버티는
시다의 언 손으로
장미빛 꿈을 잘라
이룰 수 없는 헛된 꿈을 싹뚝 잘라
피 흐르는 가죽본을 미싱대에 올린다
끝도 없이 올린다
아직은 시다
미싱대에 오르고 싶다
미싱을 타고
장군처럼 당당한 얼굴로 미싱을 타고
언 몸뚱아리 감싸 줄
따스한 옷을 만들고 싶다
찢겨진 살림을 깁고 싶다
떨려 오는 온몸을 소름치며
가위질 망치질로 다짐질하는
아직은 시다,
미싱을 타고 미싱을 타고
갈라진 세상 모오든 것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싶은
시다의 꿈으로
찬 바람 치는 공단거리를
허청이며 내달리는
왜소한 시다의 몸짓
파리한 이마 위로
새벽별 빛나다

 

 

 
<봄>
허기진 배를 쓸며
오전내 기다린 점심시간이면
공장뜰 귀퉁이에도 봄볕이 따사롭다
아직 시려운 시멘트벽에 어깨를 기대고
배불러 이야기 많은 아이들 속에서
사르르 졸리운 눈을 들면
가물가물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고향집 그리운 추억이 흔들린다
못먹고 부친 돈으로 빚은 얼마나 갚았을까
주름진 어머님의 손동, 고랑 깊은 아버지의 검게 탄 얼굴
철없이 보채고 웃고 싸울 동생들의 모습이
진달래 꽃잎처럼 선연하다
독한 추위도 독한 고생도 그보다 더 족하게 이 악물며
겨우내 많이도 기다린 이 봄,
거리에 나서면
봄빛 고운 새옷도 입고 싶고
싫도록 배불리 맛난 것 먹고 싶지만
착하게 성실하게 모든 것을 견뎌 보겠노라
꼬옥 입술 깨물 때
때르르르릉----
오후 작업벨 소리에 빨려가는
숙이의 종종걸음을
봄바람이 살랑 띄우고 간다

 

 


<졸음>
선적날짜가 다가오면
백리길 천리길도 쉬임없이 몰아치는
강행군이 시작된다
아차피 하지 말라 해도
올라간 방세를 메꾸려면
아파서 밀린 곗돈을 때우려면
주 78시간이건,84시간은 먹어치워야 한다
전생에 일 못하고 잠 못잔 귀신이 씌웠나
꼬집어도 찔러도 혀를 깨물어도
고된 피로의 바다 졸음의 물결에
꼴까닥 꼴까닥
눈앞에는 프레스의 허연 칼날이 쓰을컹 툭탁
미싱 때려밟는 순정이는
눈감고도 죽죽 누비는 자동기계가 되어
망치질하는 어린 시다
깨어진 손을 감싸 울면서도
눈이 감긴다

작업장 스피커에선
마이클 잭슨의 괴성,
조용필의 흐느낌이 지침없이 흘러나오고
주임 과장이 악을 써대도
졸음은 밑도 끝도 없이 휘감아들어
차라리 차라리 우린
자동기계가 되었으면,
잠 안자는 짐승이 되기를 원하며
피 흐르는 손가락을 묶는다
아침에는 대낮에도 밤중에도
단 한순간 맑은 날이 없어
미치게 미치게 졸려,
꿈결 속에 노동하며 아직 성하게
용케도 붙어 있는 내 두 손이 고맙구나
시커먼 무우짠지처럼
피로와 졸음에 절여진 스물일곱 청춘,
그래도 아침이면 코피 쏟으며 일어나
졸음보다 더 굵다란
저임금의 포승줄에 끌려
햇살도 찬란한 번영의 새 아침을
졸며 절며
지옥 같은 전쟁터
저주스러운 기계 앞에
꿇어앉는다

 

 


<휴일특근>
4시간 연장노동 끝에
서둘러 밤차를 타고
어둔 골목길을 더듬어 방문을 들어서면
귀염둥이 민주는 벌써 꿈나라 아기별이 되었다
일주일째 아빠 얼굴을 못보더니
오늘 저녁엔 꼬옥 아빠를 보고 잔다고
색칠놀이 그림그리기로 잠을 ㄳ기에
내일은 일요일이라 아빠랑 놀러 가자고 달래
재웠다며
아내는 엷게 웃는다
올해도 임금은 오르지 않고
주인네는 전셋돈을 50만원은 더 올려달라 하고
이번 달엔, 어머님 제사가 있고
다음 달엔 명선이 결혼식이고
내년엔 우리 민주 유치원도 보내야 한다
이대로 세 몸뚱아리 아프지만 않는다면
김치에 밥만 먹고 아무 일만 없다면
매주 78시간 꾸준히 버텨 나간다면
열달 남은 100만원짜리 계는 끝낼 수 있으련만
올봄 들어 유난히 심해진 현깃증에
외줄을 타는 듯 불안하다
벽에 걸린 달력을 보며
빨간 숫자는 아빠 쉬는 날이라고
민주는 크레용으로 이번 달에 6개나
동그라미를 그려 놓았다
민주야
저 달력의 빨간 숫자는
아빠의 휴일이 아니란다
배부르고 능력있는 양반들의 휴일이지
곤히 잠든 민주야
너만은 훌륭하게 키우려고
네가 손꼽아 기다리며 동그라미 쳐논
빨간 휴일날 아빠는 특근을 간다
발걸음도 무거운 창백한 얼굴로
화창한 신록의 휴일을 비켜
특근을 간다
선진조국 노동자
민주 아빠는
저임금의 올가미에 모가지가 매여서
빨간 휴일날
누렇게 누렇게 찌들은 소처럼
휴일특근을 간다 민주야

 

 


<손 무덤>
올 어린이날만은
안사람과 아들놈 손목 잡고
어린이 대공원에라도 가야겠다며
은하수를 빨며 웃던 정형의
손목이 날아갔다
작업복을 입었다고
사장님 그라나다 승용차도
공장장님 로얄살롱도
부장님 스텔라도 태워 주지 않아
한참 피를 흘린 후에
타이탄 짐칸에 앉아 병원을 갔다
기계 사이에 끼어 아직 팔딱거리는 손을
기름먹은 장갑 속에서 꺼내어
36년 한많은 노동자의 손을 보며 말을 잊는다
비닐봉지에 싼 손을 품에 넣고
봉천동 산동네 정형 집을 찾아
서글한 눈매의 그의 아내와 초롱한 아들놈을 보며
차마 손만은 꺼내 주질 못하였다
훤한 대낮에 산동네 구멍가게 주저앉아 쇠주병을 비우고
정형이 부탁한 산재관계 책을 찾아
종로의 크다는 책방을 둘러봐도
엠병할, 산데미 같은 책들 중에
노동자가 읽을 책은 두 눈 까뒤집어도 없고
화창한 봄날 오후의 종로거리엔
세련된 남녀들이 화사한 봄빛으로 흘러가고
영화에서 본 미국상가처럼
외국상표 찍힌 왼갖 좋은 것들이 휘황하여
작업화를 신은 내가
마치 탈출한 죄수처럼 쫄드만
고층 사우나빌딩 앞엔 자가용이 즐비하고
고급 요정 살롱 앞에도 승용차가 가득하고
거대한 백화점이 넘쳐흐르고
프로야구장엔 함성이 일고
노동자들이 칼처럼 곤두세워 좆빠져라 일할 시간에
느긋하게 즐기는 년놈들이 왜이리 많은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선진조국의 종로거리를
나는 ET가 되어
얼나간 미친 놈처럼 헤매이다
일당 4,800원짜리 노동자로 돌아와
연장노동 도장을 찍는다
내 품속의 정형 손은
싸늘히 식어 푸르뎅뎅하고
우리는 손을 소주에 씻어 들고
양지바른 공장 담벼락 밑에 묻는다
노동자의 피땀 위에서
번영의 조국을 향락하는 누런 착취의 손들을
일 안하고 놀고먹는 하얀 손들을
묻는다
프레스로 싹둑싹둑 짓짤라
원한의 눈물로 묻는다
일하는 손들이
기쁨으로 손짓으로 살아날 때까지
묻고 또 묻는다

 

 


<어쩌면>
어쩌면 나는 기계인지도 몰라
컨베이어에 밀려오는 부품을
정신없이 납땜하다 보면
수천번이고 로버트처럼 반복동작 하는
나는 기계가 되어 버렸는지도 몰라
어쩌면 우리는 양계장 닭인지도 몰라
라인마다 쪼로록 일렬로 앉아
희끄무레한 불빛 아래 속도에 따라 손을 놀리고
빠른 음악을 틀어 주면 알을 더 많이 낳는
양계장 닭인지도 몰라
진이 빠져 더이상 알을 못낳으면
폐닭이 되어 켄터키치킨이 되는
양계장 닭인지도 몰라
늘씬한 정순이는 이렇게 살아 무엇하냐며
맥주홀로 울려 떠나고
영남이는 위장병에 괴로워하다
한 마리 폐닭이 되어 황폐한 고향으로 떠난다
3년 내내 아귀차게 이 악물며 야간학교 마친 재심이는
경리자리라도 알아보다가 졸업장을 찢으며 주저앉는다
어쩌면 우리는 멍에 쓴 짐슴인지도 몰라
저들은,
알 빼먹는 저들은
어쩌면 날강도인지도 몰라
인간을 기계로
       소모품으로
       상품으로 만들어 버리는
점잖고 합법적인 날강도인지도 몰라
저 자상한 미소도
세련된 아름다움과 교양도
부유하고 찬란한 광휘도
어쩌면 우리 것인지도 몰라
우리들의 피눈물과 절망과 고통 위에서
우리들의 웃음과 아름다움과 빛을
송두리째 빨아먹는
어쩌면 저들은 흡혈귀인지도 몰라

 

 


<당신을 버릴 때>
첫사람의 소박한 그녀를
내가 겉멋 들어 버렸을 때
희뿌연 가로등 아래서
그녀는 잡지도 않고 말 한마디 없이
굵은 눈물 흘리며 천천히 기숙사로 돌아갔다
내가 세상을 알았을 때
소박하고 진실한 그녀는
저만큼 앞서 해고자가 되어
또다시 어느 현장에 몸을 담고
어리석은 나를
조용히 미소하며 손짓하고 있었다
2년을 바둥쳐 봐도 얼어붙은 이 침묵
잠들은 동료들을 병신이라 원망하고
자포자기한 동료들을 흔들어 봐도
움직이지 않는 죽음의 바다 앞에서
몸도 마음도 지쳐 버렸다
십년을 노력해도 가망없다고
차라리 다른 곳에 씨를 뿌리자고
사직서르 품에 넣고 출근한 아침
웅성웅성 동료들은 일손을 놓고
눈과 눈을 마주쳐 불꽃이 일고
말과 가슴이 합쳐져 함성으로
처얼썩 출렁 파도쳐
천이백 근육들의 출렁임으로
거대한 해일처럼 휩쓸며
일어서던 날,
내가 눈이 어두워
그녀를 버린 것처럼
나는 형제를 믿지 못하였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닌 인간임을
억눌리고 빼앗기는 노동자임을
견디다 못해 일어서면 해일이 되는
무겁고 깊은 바다임을
나는 매몰 속에서
섣부른 머리와 조급함으로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형제를 버리려 했었다
숨죽인 바다는
마침내 해일이 되는 것을,
굳센 믿음으로 옳은 실천으로
끈질긴 집념으로
서둘지 말자
그러나 쉬지도 말자

 

 


<진짜 노동자>
한세상 살면서
뼈빠지게 노동하면서
아득바득 조출철야 매달려도
돌아오는 건 쥐씨알만한지
죽어라 생산하는 놈
인간답게 좀 살라꼬 몸부림쳐도
죽어랏 ㄳ가루만 날아들고 꽉꽉 막히고
꼴프채 비껴찬 신선놀음 허는 놈들
불도쟈처럼 정력좋은 이윤추구에는 비까번쩍 애국갈채
제미랄 세상사가 왜이리 불평등한지
이 땅에 노동자로 태어나서
생각도 못하고 사는 놈은 죽은 송장이여
말도 못하는 놈은 썩은 괴기여
테레비만 좋아라 믿는 놈은 얼빠진 놈
이빨만 까는 놈은 좆도 헛물
실천하는 사람,
동료들 속에서 살아움직이며 실천하는 노동자만이
진실로 인간이제
진짜 노동자이제
비암이라고 다 비암이 아니여
독이 있어야 비암이지
쎈방이라고 다 쎈방이 아녀
바이트가 달려야 센방이지
노동자라고 다 노동자가 아니제
동료와 어깨를 꼭 끼고 성큼성큼 나아가
불도쟈 밀어제껴 우리 것 찾아 담는
포크레인 삽날 정도는 되아야
진짜 노동자지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
나면서부터인가
노동자가 된 후부터인가
내 영혼은 불안하다
새벽잠을 깨면
또다시 시작될 노동의 하루
거대한 기계의 매정한 회전
주임놈의 차가운 낯짝이
어둠처럼 덮쳐 오고
아마도 내가 자살한다면
새벽일거야
잔업 끝난 늦은 귀가길
산다는 것, 노동자로 산다는 것의
깊은 불안이 또다시 나를 감싼다
화창한 일요일
가족들과 오붓한 저녁상의 웃음 속에서도
보장 없는 내일에
짙은 불안이 엄습해 온다
이 세상에 태어나
죄진 적도 없고
노예살이 머슴살이 하는 것도 아닌데
풍요로운 웃음이 하늘에 닿는
안정과 번영의 대한민국 땅에서
떳떳하게 생산하며 살아가는데
왜이리 종놈처럼 불안한 세상살이인가
믿을 거라곤 이 근육덩어리 하나
착한 아내와 귀여운 딸냄이
기만원짜리 전세 한 칸뿐인데
괴롭기만 한 긴 노동
쪼개고 안먹고 안입어도
남는 것 하나 없이 물거품처럼
이러다간 언제 쓰러질지 몰라
상쾌한 아침을 맞아
즐겁게 땀흘려 노동하고
뉘엿한 석양녘
동료들과 웃음 터뜨리며 공장문을 나서
조촐한 밥상을 마주하는
평온한 저녁을 가질 수는 없는가
떳떳하게 노동하며
평온한 저녁을 갖고 싶은 우리의 꿈을
그 누가 짓밟는가
그 무엇이 우리를 불안케 하는가
불안 속에 살아온 지난 30년을
이제는,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
평온한 미래를 위하여
결코 평온할 수 없는
노동자의 大道를 따라
불안의 한가운데로 휘저으며
당당하게 당당하게
나아가리라

 

 


<노동의 새벽>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가도
끝내 못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면,
진이 빠져, 허깨비 같은
스물아홉의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
아 그러나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죽음이 아니면 어쩔 수 없지
이 질긴 목숨을,
가난의 멍에를,
이 운명을 어쩔 수 없지
늘어쳐진 육신에
또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의 위하여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소주보다 독한 깡다구를 오기를
분노와 슬픔을 붓는다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땅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근 숨쉬며 자라는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줏잔을
돌리며 돌리며 붓는다
노동자의 햇새벽이
솟아오를 때까지

 

 


<어쩔 수 없지>
기름기 없는 설은 세 끼가
뼈다귀까지 녹신한 이 노동일이
내 육신을 골병들게 한다는 걸
나이들수록 휘청이며서도
어쩔 수 없다
올겨울 들어 세번째 연탄까스 중독으로
찬 새벽마당에 엎으러져도
이 셋방살이를 어쩔 수 없다
작업장 소음진동에 가는 귀가 멀고
자욱한 먼지에 폐가 콜콜거려도
어쩔 수 없다
열한명째 사고가 나고
라면안주에 소줏잔 돌고 조용필을 잘 뽑아 대던
김씨가 죽던 날도
이젠 떠야겠다고
암만 다짐해 봐도
이 업을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그래, 어쩔 수 없다
골병이 들어도 손이 잘려도 죽기까지라도
이 가난을, 노동일을
모진 목숨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산다는 것은
죽어라 일하고 토끼잠에 ㄳ기고 기름빨래 하고
세방살이로 떨며
不安과 탄식 속에 사그러드는 것
그래도 우리는 어쩔 수 없다
하늘 같은 사람들은 더 높이 신선이 되고
우리는 점점 작아져도
어쩔 수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도 사람으로 살기 위해선
어찌할 수 없기에
출렁 처얼썩 파도가 합쳐져
일순간 천지를 뒤엎는
폭풍으로 휘달려올
우리 것 찾는
저 거대한 걸음을, 함성을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석양>
저 산 넘어 지는 해가
뿌연 유리창으로 붉은 손을 내밀어
눈부시어라 미싱 바늘
생산목표 헤아리며
등줄기에 땀이 괴도록 밟는다
오늘은 밀린 빨래, 쌓인 피로
한자공부도 다 제쳐 놓고
연락만 기다린다는 고향친구를 만나
부모님 소식 고향 소식 들으며
회포를 풀어 보자고 열나게
열나게 밟았는데
--수작 부리지 말고 쓰러지지 않은 지경이면 잔업하라고 해--
주임님의 고함소리에 노을이
검붉게 탄다
조장언니 성화에
잔업명단 위에 이름이 박히고
아침부터 아프다던 시다 명지는
일감 따라 허덕이며 눈물이 어려
미싱소리 망치소리 가르며
라디오 스피커에선
--보람된 하루일과를 마치고 그윽한 한 잔의 커피와
  연인과의 대화 속에 포근한 휴식의 시간,
  노을도 아름답고 산들바람도 싱그러운 저녁입니다.
  오늘도 연예가 산책에 이어 프로야구 소식과
  멋진 팝뮤직에 젖에 보세요.먼저 정수라가 부릅니다.
  아아 우리 대한민국--
이를 갈며,
졸립더라도 꼭 한장씩 쓰고 자자던
한자공부도 며칠째 흐지부지
생일선물로 받은 소설책도 한달을 넘긴 채
고향에 편지쓴 지도 오래
무너지고 세우고 무너진 계획이
헤아릴 수 없어 꺼지는 한숨 속에
산다는 게 뭔지, 울분으로
드륵 드르륵 득득
밟아 댄다
석양은
마지막 검붉은 빛을 토하며
순이의 슬픔도 명지의 눈물도
정자의 울분도 어둠 속으로
무겁게 거두어 간다
그래, 어둠에서 어둠으로
끝없는 노동 속에 절망하고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서
슬픈 눈물로 기름부어 타오르며
우리들 손에 손 맞잡고
사랑과 희망을 버리지 말자
우리 품에 안아야 할
포근한 석양빛의 휴식과 평화
우리들의 권리를 찾을 때까지
슬픔과 절망의 어둠 속에서
마주잡은 손들을
놓치지 말자

 

 


<사랑>
사랑은
슬픔, 가슴 미어지는 비애
사랑은 분노, 철저한 증오
사랑은 통곡, 피투성이의 몸부림
사랑은 갈라섬,
일치를 향한 확연한 갈라섬
사랑은 고통, 참혹한 고통
사랑은 실천, 구체적인 실천
사랑은 노동, 지루하고 괴로운 노동자의 길
사랑은 자기를 해체하는 것,
우리가 되어 역사 속에 녹아들어 소생하는 것
사랑은 잔인한 것, 냉혹한 결단
사랑은 투쟁, 무자비한 투쟁
사랑은 회오리,
온 바다와 산과 들과 하늘이 들고일어서
폭풍치고 번개치며 포효하며 피빛으로 새로이 나는 것
그리하여 마침내 사랑은
고요의 빛나는 바다
햇살 쏟아지는 파아란 하늘
이슬 머금은 푸른 대지 위에
생명 있는 모든 것들 하나이 되어
춤추며 노래하는 눈부신 새날의
위대한 잉태

 

 


<바람이 돌더러>
모래 위에 심은 꽃은
화창한 봄날에도 피지 않는다
대나무가 웅성대는 것은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갈대가 두 손 쳐들며 아우성치는 것도
바람이 휘몰아치는 까닭이다
돌멩이가 굴러 돌사태를 일으키는 것은
바람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함이다
대나무나 갈대나 돌멩이나
바람이 불기에 소리치는 것이다
우리는 조용히 살고 싶다
돌아오는 건 낙인찍힌 해고와 배고픔
몽둥이에 철창신세뿐인 줄 빤히 알면서
소리치며 나설 자 누가 있겠느냐
그대들은 우리더러
노동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우리 돌처럼 풀처럼 조용히 살고 싶다
다만 모래밭의 메마른 뿌리를
기름진 땅을 향해 뻗어가야겠다
우리도 봄날엔 소박한 꽃과 향기를 피우고 싶다
우리로 하여금 소리치게 하고
돌사태를 일으키게 하는 것은
바람이 드세게 몰아쳐
더이상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밥을 찾아>
이런 밥,
부잣집 개라면 안먹일거야
기계라도 덜거덕 소리가 날거야
우리들은 식사를 거부하고
마지막 지점,
옥상으로 모였다
바람마저 자그맣게 열리어 타오르는
심장을 얼리려는 듯 차가워
기대인 어깨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건 굶을 자유뿐이라고
낙엽 같은 웃음으로 배를 불렸다
거치른 얼굴들이 떨며
죽순처럼 일어설 때
구둣발소리 당당하게
번질한 얼굴들이 무겁게 내리눌러
두려운 눈과 눈 마주하며
먹구름짱 걷어낼 햇살처럼 떳떳한
우리를 확인했다
바위 같은 우리를 누가 흔들까
내 손가락 잡아먹은
톱니바퀴보다 더 힘껏 얽힌
밥 찾는 우리를 누가 가를까
사장님은 우릴 가족처럼 대한다더니
빼빼 말릴거냐!
쟁기질하는 소도 여물을 먹여야 일하는데
이 밥을 먹고 어찌 일해요!
중도반 3년 근무에
밤마다 피기침하는 영주가 울부짖고
당신네들 건강과잉은 우리의 곯은 육신이고
행복 어린 웃음은 일그러진 좌절과 슬픔이라고
누군가 외칠 때
오 ! 당신들,
미끈한 혓바닥에 이젠 더 안속아
경찰을 부른다 해도 이젠 더 못참아
무식한 공순이 공돌이 기업 망친다
구속시킨다 해도
이제 더는 더는 물러설 수 없어
저들의 충견들이 몽둥이를 들 때
우리의 벗들은 피투성이가 되고
핏빛이 가슴가슴 저며들어 비겁을 녹이고
눈망울에 불꽃이 튀어 솟아
열여섯 난 명이는 무섭다 울며
수수깡 같은 몸매를 내 야윈 품으로 안겨오고
표창장을 태우고 모범사원을 태우고
일어섰다
우뚝우뚝 일어선 우리,
밤을 지새며 노동하고 생산하는
하늘 우러러 떳떳한 노동자의 자존으로
우리 밥 찾으러,
더는 물러설 수 없는 노동자의 걸음으로
두터운 벽을 박차고 나섰다
밥을 찾으러
우리 것 찾으러
당당하게 맞서 싸우며 울부짖는
오백의 함성이 공단하늘 메아리칠 때
양처럼 순한 표정으로 사정하는
저 숨겨진 발톱을,
저 웃음 뒤의 음모를 우리는 안다
마음까지 풍성한 밥을 놓고
자꾸만 흐르는 눈물
소줏잔을 돌리며
지금부터다!
굳게 잡은 손목으로
빛나는 눈동자 마주할 때
눈보라치는
꽁꽁 얼어붙은 땅 저편으로
다사로운 봄날은
무겁게 아프게 열리고 있었다

 

 


<대결>
아늑한 사장실에서
책상을 마구 치며
노조를 포기하라고
개새끼들, 불순분자라고
길길이 날뛰는 저들의 머리 속은
기업주와 노동자는 사슴과 돼지처럼
결코 동등할 수 없다는
계급사상으로 굳건히 무장되어 있는지 모른다
묵묵히 일하고 시키는 대로 따르고
주는 대로 받고 성은에 감복하는 복종과 충직만이
산업평화와 안정된 사회를 이루는
훌륭한 노동자의 도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간이란
동등하게 존중하며 일치할 때 안정이 있고
민주적이고 평등하게 서로를 받쳐 줄 때
큰 힘이 나온다는 걸
우리는 체험으로 안다
돈과 무력과 권력을 전지전능한 하느님으로 믿는
봉건적이고 독재적인 저들과
온 세상 관계가 평등과 사랑으로 일치되어야 한다고 믿는
민주적으로 단결된 우리와의
이 팽팽한 대결
계급사상이 골수에 박힌 저들은
가진 자와 노동자는 사슴과 돼지처럼
別種으로 구분되기를 원할지 모르지만
그대들이 짓밟고 깨뜨릴수록
우린 더욱더 힘차게
인간으로
평등으로
민주주의로
통일로
솟구치는
갈수록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 숙명적인 대결을
어찌한단 말이냐
떠나가는 노래
어야디야
상여 같은 가슴 메고
나는 떠나네
하얀 꽃송이 촘촘한 백상여 속에
설움이 얼마, 잘린 손가락의 비명이 얼머
좀먹은 폐, 핏자욱 마르지 않은 영혼들 무거워
허청허청 어야디야
나는 떠나네
허한 눈망울로 매어달리는 벗들아
떠난다 우지 마소
우리가 만난 곳은
기름먼지 자욱한 작업장 구석
빗방울처럼 괴로워 나뒹구는
절망의 땅이어도
우리가 만나야 할 곳은
이런 곳이 아니네
우리가 나눈 것은
담배 몇 대, 철야시간 버티는 깡소주잔의 울분이어도
우리가 나눠야 할 것은 그런 것만이 아니네
늘어진 몸으로
쓴 담배연기 날릴 때
허공을 나는 새가 부러웠지
나는 한 마리 새처럼
아늑한 보금자리 찾아가는 것이 아니네
죽음의 연기 뿜어내는
저 거대한 굴뚝 속을
폭탄 품고 추락하는 새라네
어야디야
상여 같은 가슴 매고 나는 떠나네
어야디야
우리 다시 만나세
사랑 가득한
높낮이 없는 새 땅을 위하여
짓눌러진 육신,
갈라선 것들이 하나로 제 모습 찾는
싸움 속에서 다시 만나세
하얀 꽃송이 촘촘한
백상여 무거워
허청허청 울며 절며
나는 떠나네
어야디이야

 

 

 

<떠다니냐>
철새도 아닌데
뜬구름도 아닌데
일찌기 제 먹을 것 찾아
노오란 고향길 눈물 적시며
서울로 서울로 떠나왔제
철커덕 쇳소리가 귀에 익을 때쯤
세 깨 식권비와 매점 외상값 제하고 난
몇 푼 박봉이 나를 밀어
정들 만하면 시말서가 등을 떠밀어
이 공단 저 공장 떠밀려 다녔제
여기나 저기나 목메인 기름밥은 마찬가진데
한 곳에 정붙여 지긋이 있자 해도
왜 이리도 떠밀고 내차는 게 많으냐
이젠 옷가방 하나, 이불보따리 싸매 들고
벌건 대로를 죄인처럼 헤매이기엔 진절머리나,
낯설은 얼굴들과 냉대를 가슴에 안기엔
몸서리쳐지는데
또다시 떠나야 하나
눈을 들면 미소짓는 달덩이 얼굴들
내 손때 묻은 기계를 잡고 열심히 일하고
일한 만큼 찾아들고, 사람대접 받는
그런 일터를 꿈꾸는데
아 이젠 떠날 수 없어
이젠 더이상 떠다닐 순 없어
이리저리 뿌리째 떠밀려 다닌
지나온 세월은
지울 수 없는 상처뿐이야
설운 눈물의 밤뿐이야
곯은 육신뿐이야
또다시 나를 팽개치는
이따위 해고통지서에 꼬꾸라질 순 없어
철새도 아닌데, 뜬구름도 아닌데
이젠, 이젠 뿌리치고
내 발로 내 자릴 설거야
당당하게 당당하게 맞서며
마땅히 찾아야 할 내 자리를 찾아서
이젠 다시 팽개쳐질 수 없는
꼬옥 마주잡은
이 거칠고 여린,
뜨겁고 힘찬 손들을
결코 놓지 않을거야

 

 

 

<삼청교육대 Ⅰ>
서릿발 허옇게 곤두선
어둔 서울을 빠져 북방으로
완호로 씌운 군용트럭은 달리고 달려
공포에 질린 눈 숨죽인 호흡으로
앙상히 드러누운
아 3·8교!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살아 다시 3·8교를 건널 수 있을까
호령소리 군화발길질에 떨며
껍질을 벗기우고 머리털을 깎여
유격복과 통일화를 싣고
얼어붙은 땅바닥을 좌로굴러 우로굴러
나는 삼청교육대 2기 5-134번이 된다.
핏발 선 분노도 의리도 인정도
군화발 개머리판에 작살나
제 한몸 추스리지 못해 웃음 한번 없이
깍지 끼고 땅을 기다 부러진 손가락
영하 20도의 땅바닥에서 동상 갈려 진물 흐르는 발바닥
얻어터져 성한 곳 하나 없는 마디마디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벌건 피똥을 싸며
처음으로 소리죽여 흐느끼다
호르라기 집합소리에 벌떡 일어선다
눈보라치는 연병장을 포복하며
원산폭격 쪼그려뛰기 피티체조 선착순
처지면 돌리고 쓰러지면 짓밟히고
꿈틀대면 각목으로 피투성이가 되어
내무반을 들어서면
한강철교 침상위에수류탄 철모깔고구르기
군화발로 조인트 까져 나뒹굴고
빼치카벽에 세워 놓고 주먹질 발길질에
게거품 물고 침몰해 가는
아 여기는 강제수용소인가 생지옥인가
그렁그렁 탱크이빨에 씹히는 꿈에 소스라치면
홍건한 식은땀에 헛소리 신음소리
흐느끼는 소리 이를 앙가는 저주소리
그 속에서도 아직은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고자
우리는 밤마다 조심스레 가슴을 연다
김형은 체불임금 요구하며 농성중에
사장놈 멱살 흔들다 고발되어 잡혀오고
열다섯 난 송군은 노가다 일나간
어머니 마중길에 불량배로 몰려 끌려오고
딸라빚 밀려 잡혀온 놈
시장 좌판터에서 말다툼하다 잡혀온 놈
술 한잔 하고 고함치다 잡혀온 놈
춤추던 파트너가 고관부인이라 잡혀온 놈
우리는 피로와 아픔 속에서도
미칠 듯한 외로움과 공포를 휘저으며
살아야 한다고 꼭 다시
살아 나가야 한다고
얼어터진 손과 손을 힘없이 맞잡는다
날이 갈수록 야수가 되어
헉헉거리다 탈진하여
마지막 벼랑 끝에 서서
차라리 포근한 죽음을 갈구하며
따스한 속살내음을 그리며
단 한순간만이라도 인간이고자
일어서 울부짖는 사람들은
무자비한 구타 속에 의무실로 실려가고
장파열 뇌진탕 질식사로
하나 둘 죽어 나가
뜬눈으로 가슴 타는 초췌한 여인 앞에
돈 많이 벌어올 아빠를 기다리는 초롱한 아가 앞에
360만원짜리 재 한 상자로 던져진다
민주노조를 몸부림치다
개처럼 끌려온 불순분자 이군은
퉁퉁 부은 다리를 절뚝이며
아버지뻘의 노약한 문노인을 돌봐 주다
야전삽에 찍혀 나가떨어지고
너무한다며 대들던 제강공장 김형도
개머리판에 작살나 앰블런스에 실려 나간다
잔업 끝난 퇴근길에 팔뚝에 새겨진 문신 하나로 잡혀와
가슴 조이며 기다릴 눈매 선선한 동거하던 약혼녀를 자랑하며
꼭 살아 나가야 한다고 울먹이던 심형은
끝내 차디차게 식어 버리고
일제시절 징용도 이보단 덜했다며
손주 같은 군인들에게 얻어맞던 육십고개 송노인도
홧통에 부들부들 뻗어 버리고
아무 죄도 없이 전과자라는 이유로 끌려왔다며
고래고래 악쓰던 사십줄 최씨는
끝내 탈영하여 백골봉에 올라
포위한 군인들과 대치하다가
분노의 폭발음으로 터져 날아가 버린다
악몽 속에 몸부림쳐도 떨치려 해도
온몸을 뒤흔들며 묻을래야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80년의 가을
개처럼 죽어간 자들의
시퍼런 원혼은 지금도 이 땅의 어드메를 떠돌고 있을까
가련한 살붙이와 여인네들은
이 휘황한 거리의 어디쯤에서 노점상으로 ㄳ기며
네온싸인보다 섬뚝한 원한으로 서려 있을까
그 많은 동기생들은
흐린 날이면 욱신대는 뼈마디 주무르며
지금쯤 어디 일터 어느 구석에서
삭아내리고 있을까
허연 칼날을 갈고 있을까
동상에 잘려나간 발가락의 허전함보다
철야 한번 하고 나면 온통 쥐어뜯는
폐차 직전의 내 육신보다 더 뼈저린 지난 세월 속에
진실로 진실로
순화되어야 할 자들은
우리가 아닌 바로 저들임을,
푸르게
퍼렇게
시퍼런 원한으로
깊이깊이 못박혀
화려한 조명으로
똑똑히 밝혀 오는
피투성이 폭력의 천지
힘없는 자들의 철천지 원한
되살아나
부들부들 치떨리는
  80년 그 겨울
  삼청 교육대

 

 

 

<어머니>
남도의 허기진 오뉴월 뙤약볕 아래
호미를 쥐고 밭고랑을 기던 당신 품에서
말라붙은 젖을 빨며
당신 몸으로 갈 고기 한 점 쌀밥 한 술
연하고 기름진 것을 받아먹으며
거미처럼 제 어미 몸을 파먹으며 자랐읍니다
독새풀죽 쑤어 먹고 어지럼 속에 커도
못배워 한많은 노동자로 몸부림쳐도
도둑질은 하지 않았읍니다
일 안하고 놀고먹지도 남을 괴롭히지도 않았읍니다.
나로 하여 이 세상에서 단 하나
슬픔을 준 사람이 있다면
어머니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의 오직 하나 소원이라면
가진 것 적어도 오손도손 평온한 가정이었지요
저는 열심히 일했고 떳떳하게 요구했고
양심대로 우리들의 새날을 위해 싸웠읍니다
투쟁이 깊어 갈수록 우리에겐 풍파가 몰아쳤고
당신은 더 불안하고 체념 속에 주저앉아
다시 나를 붙들고 애원하며 원망합니다
어머니
환갑이 넘어서도 파출부살이를 하는
당신의 염원은 우리 모두의 꿈입니다
가난했기에 못배웠기에
수모와 천대와 노동에 시퍼런 한 맺혔기에
오손도손 평온한 가정에의 바램은
마땅한 우리 모두의 비원입니다
오! 어머니
당신 속엔 우리의 적이 있읍니다
어머님의 염원을
오손도손 평온한 가정에의 바램을 잔혹하게 짓밟고 선 저들은
간교하게도 당신의 비원 속에
굴종과 이기주의와 탐욕과 안일의 독사로 도사리며
간악한 적의 가장 집요하고 공고한 혓바닥으로
우리의 가장 약한 인륜을 파고들며 유혹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
어머니의 가슴에 못을 박습니다
어머님의 간절한 소원을 위하여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의 비원을 위하여
짓눌리고 빼앗긴 행복을 되찾기 위해
오늘 우리는 불효자가 되어
저 참혹한 싸움터로 울며울며
당신 곁을 떠나갑니다
어머님의 피눈물과 원한을 품고서
기필코 사랑과 효성으로 돌려드리고야 말
우리들의 소중한 평화를 쟁취하고자
피투성이 싸움 속에서
승리의 깃발을 드높이 펄럭이며 빛나는 얼굴로 돌아와
큰절 올리는 그날까지
어머님 우리는 천하의 불효자입니다
당신 속에 도사린 적의 혓바닥을
냉혹하게 적대적으로 끊어 버리는
진실로 어머니를 사랑하옵는
천하의 몹쓸 불효자 되어
피눈물을 뿌리며 싸움터로 나아갑니다
어머니
어머니
 
 
 
<아름다운 고백>
사람들은 날보고 신세 조졌다고 한다
동료들은 날보고 걱정된다고 한다
사람들아
나는 신세 조진 것도 없네
장군이 이등병으로 강등된 것도
억대자산 부도난 것도
관직에서 쫓겨난 것도
전무에서 과장으로 좌천된 것도 아니네
아무리 해봤자 12년 묵은 기술이야 몸에 살아 있고
허고많은 일자리 중에 좀 불편하면 어떤가
까짓거 애당초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어 기름쟁이되어
백년가라 빡빡 기어 봤자
사장이 되것는가
장관자리 하것는가
사무직 출세하것는가
한 서너달 감방 산들 살찌고 편하고 수양되데그랴
노동자가 언제는 별볼일 있었나
조질 신세도 없고 찍혀 봤자 별볼일 없네
벗들이여
너무 걱정 말게
이렇게 열심히 당당하게 살아가지 않는가
진실로 부끄러이 고백하건대
나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경쟁하는 인간이었네
내게 득이 되면 친구라 했고 손해볼 듯하면 버렸네
동료를 불신하고 필요한 만큼만 알고 이용가치로만 따졌네
좌절과 허망 속에 그저 일하고 먹고 자고 취하고
산다는 의미조차 없이
겉멋과 향락만 동경하며 내 한몸조차 보존키 어려웠네
노동운동을 하고부터
동료와의 깊은 신뢰와 나눔과 사랑 속에
참말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알았네
나의 존재를 인정받고 신뢰와 사랑 속에
동료를 위해 사는 것처럼 큰 희열이 어디 있을까
라면 한 개 쓴 소주 한 병을 노놔 먹어도 웃음꽃이 펴고
불안함과 경계가 없이 너나가 우리로 다함께
환히 열린 하나됨 속에서 해방의 기쁨을 나는 맛보네
나의 눈물이 동료들의 웃음이 되고
나의 고통이 동료들의 기쁨이 되고
나의 아픔이 우리들의 희망이 된다면
이 또한 얼마나 아름답고 뜻깊은 생인가
신세 조졌다 해도 좋다
이 땅의 노동형제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하는,
죽음 같은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의 형틀을 깨부수는
노동운동의 열기찬 대열 속에서
보람과 자랑스런 노동자로
오늘도 낯설은 현장에서
지루함과 수모도 차근차근 삭여 가며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의 불꽃은 타네

 

 

 

<별볼일 없는 나는>
얼굴도 못생기고
말주변도 어눌하고
빽도 없고 돈도 없고
최종학력 중퇴에다 촌시러워서
내 스스로 주제를 생각해 봐도
참말로 한심하게 별볼일 없는 나는
사기는 안친다
남의 것을 뺏지도 억누르지도
나로 인해 타인에게 슬픔은 주지 않는다
별볼일 없는 나를
후배들은 자상한 형이라 따르고
동료들은 신의 깊은 놈이라 믿어 주고
선배들은 싸가지 있는 놈이라 인정해 준다
별볼일 없는 나이지만
내가 없었다면
이렇게 바르게 살아가고
우리 권리 찾아 싸워가는 좋은 벗들은
제 밑 닦기에 허둥대다
유성처럼 의미없이 스쳐갔을지도 모른다
그래,
니나 내나 좇도 별볼일 없지만
우리는 흩어진 돌멩이를 모아
딴딴히 굳이는 시멘트이지
돈 가지고 빽 가지고 이론 가지고
찬란하게 인품잡는 스타는 아니어도
우리 모두를 굳건한 단결로 엮어 세우는
굵고 썩지 않는 동아줄이지
소중하고 소중한
우리 속의 희망
끝까지 현장에서
살아 활동하는 노동자이지

 

 


<장벽>
내가 길들여진 노동자였을 때
저임금의 응달 속을 장시간노동에 지쳐
캄캄한 장벽을 운명으로 알고 살아왔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높고 두터운 장벽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내렸다
내가 외쳤을 때
내 입은 봉해졌고
메아리쳐 온 허망한 상처뿐이었다
내가 뛰어가 부딪쳤을 때
장벽은 끄떡도 하지 않았고
동료들은 차갑게 피를 닦아 주었다
내가 속삭이며,
긴 세월을 절뚝이며 속삭여
동료들과 함께 엉켜들어
맨몸으로 수없이 벽을 쳤을 때
피에 젖은 장벽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함마로 구멍을 뚫고
긴긴 밤을 숨죽이며 다이나마이트를 터뜨렸을 때
콰르르르 거대한 장벽은 무너지고
너와 나 사이 가슴 속의 장벽도
무너져내렸다
우리가 환히 열린 언덕으로 뛰어갔을 때
캄캄한 장벽 밑바닥
쿵쿵 까부수는 소리
에워싸며 구멍뚫는 소리
참혹한 비명소리
우리들은 또다시 전열을 추스리며
수없이 불어난 동지들과
탄탄한 연대 위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우리들의 평등한 푸르른 대지를 향해
너는 함마
나는 다이나마이트
살덩이로 불꽃으로 불도쟈로
갈수록 무겁고 힘찬, 치밀하고 확실한
노동자의 전진을 내어딛는다
우리들의 숙명인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이 사라질 때까지
억압과 착취와 분단의 장벽이
사라질 때까지

 

 

<허깨비>
내일 아침 신문에
국회가 해산되었다 해도
우린 놀라지 않는다
노총이 없어졌다 해도
우린 더이상 슬퍼하지 않는다
밥 찾는 몸부림에 철퇴를 내리는
사법부의 판결에도 우린 더이상 애통해하지 않는다
먹물들이 개소릴 해도
중놈,신부,목사란 놈들이 씨나락을 까도
언론이 물구나물 서도
우린 분노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애절한 사랑,
떨리는 소망과 비원을 배신한
저 달콤한 포장을,허깨비를
우린 더이상 기대하지도 믿지도 않는다
그대들이 어쩔 수 없이 비춰 준 것들에
우린 만족하지 않겠다
죽음 같은 노동과 삶이,
핏발 선 싸움이 준
이 뼈저린 각성으로
마땅히 찾아야 할 우리 것을
더이상 버려 두지 않겠다
살기 좋은 이 강산은 그대들의 땅
우린 더이상,
허깨비에 홀리지 않는다
노동하는 우리들의 땅
         우리들의 내일
         우리들의 꿈으로
온 세상 하나되어 손에 손 잡는
벅찬 새날을 위하여
우리는 우릴 가로막는
저 달콤한 허깨비를
부수며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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