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모르는 아빠효과:행복한 영재를 원하면 아빠도 육아에 나서라(책+한눈에 보는 육아 체크리스트)

김영훈 저 ㅣ베가북스



EBS 교육방송과 공동 기획
엄마가 모르고 있는 아이 미래의 열쇠, “아빠효과”


섬세한 정보력으로 아이를 코치하면서 키우는 게 엄마라면, 큰 그림으로 아이 인생을 바꾸는 건 아빠의 몫. 이 책은 아빠가 아이 두뇌발달을 촉진하는 방법을 구체적-현실적으로 전하기 위해 썼다. 지금까지 가장자리로 물러나있던 아빠를 태교에서 육아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어 ‘아빠효과’를 극대화하고 행복한 영재를 키우자는 것이다.

이 책은 아빠만이 할 수 있는 육아의 역할, 아빠와 하는 뇌 기반 놀이, 다중지능을 개발하는 아빠효과, 아빠만이 가르칠 수 있는 리더십 등의 주제에 대해 소아청소년과-소아신경과 전문의 김영훈 박사가 EBS와 공동으로 기획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연구하여 ‘아빠만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특별한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모았다. 25년간 진료와 연구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아빠효과의 중요성을 이 책에서 만나보자.

찬사와 추천사: “아빠효과”
“아이를 엄마 혼자서 키울 수는 없다. 최근 태교와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들이 늘고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들은 아직 보기 힘들 정도로 생소하다. 김영훈박사의“엄마가 모르는 아빠 효과”는 우리네 아빠들이 어색해하고 두려워하기까지 하는 자발적인 육아 참여를 친절하고도 자연스럽게 유도하여, 아이를 둔 아빠들이 어떻게 하면 두뇌교육에서의 ‘아빠효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지를 뚜렷이 보여준다. 이 책이 가르치는 사랑과 카리스마가 잘 조화된 “아빠의 힘”이 한국의 미래를 밝힐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 삐뽀삐뽀 119 소아과 저자 하정훈원장

“생명을 잉태하는 것은 아빠와 엄마, 두 사람의 합동작전. 하지만 소중한 아이가 태어나 첫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부터 상황은 달라진다. 아이는 ‘부모’의 아이라기보다 ‘엄마’의 아이로 커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내 아이가 진짜 완전한 아이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이제부턴 엄마의 아이인 동시에 아빠의 아이로 키워야 한다. 남자와 여자의 감성을 골고루 느끼며 아이의 뇌가 100% 발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바로 내 아이의 밝은 미래를 위한 가장 가치 있는 투자가 아닐까? 이 책은 내 아이를 ‘아빠’의 아이로 키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제시한다. 엄마 혹은 세상의 그 어느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아빠’만의 두뇌계발법! 중년의 바람이 불 때 외로운 뒷모습이 아닌 아이와 아내의 손을 잡은 당신의 밝은 모습을 기대한다면 이 책을 절대 지나치지 말자.”
- EBS 60분 부모 지승현 아나운서

아버지 한 사람이 백 명의 스승보다 낫다.
언저리를 맴돌기만 하던 아빠, 이제 태교와 육아에 몰입하라!

양육에 있어 아빠는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니다. 아빠만이 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따로 있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 둘의 역할을 모두 해낼 수는 없다. 아빠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엄마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 일을 대신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엄마와 다른 생각, 다른 가치관을 접하게 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교육도 없다. 이것이야말로 그 어느 누구도 대신하지 못하는 아빠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이다.

1. 아빠의 역할모델은 아이들이 전형을 갖는 데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
가정에서 결정권이 있고 지배적이며 아이의 교육에도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아빠의 역할모델은 남아가 남성적인 전형을 갖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또 여아의 여성다움은 아빠의 남성다움이나 아빠가 엄마를 딸의 모델로서 인정하는가의 여부, 혹은 여성적인 활동에 대한 아빠의 따뜻한 격려 등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아빠의 영향은 단지 영-유아기에 한정되는 것만은 아니다.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있어서도 딸들의 남자관계는 무엇보다 아빠와의 관계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2. 아빠와 자주 접촉한 아이는 사회성이 뛰어나다.
아기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빠가 아기의 목욕을 시키는 것이다. 아기의 몸을 씻겨주면서 아빠의 두려움은 사라질 뿐만 아니라 육아에 대한 의욕도 생긴다. 아빠와 자주 목욕을 한 아기는 커서도 사회성이 좋은 반면, 그렇지 않은 아이는 사회적 적응력이 약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3. 아빠가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책을 읽어주는 것.
아빠가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사고력을 키우는 데는 어휘력과 독해력이 중요하다. 어휘력과 독해력을 향상시키는 최선의 길은 아주 어릴 때부터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언어는 학습의 가장 중요한 기초이니까.

4. 아빠와의 좋은 관계는 아이의 도덕성 발달에 중요.
도덕성이 높은 아이는 집중력이 높고 낙관적이다. 도덕성이 높은 아이가 성공하는 이유는, 자신의 충동을 자제하고 주어진 규칙을 따르는 능력,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여 배려하는 능력이 도덕성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력은 공부를 잘하거나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도 필요하다.

5. 그리고 아빠만이 할 수 있는 자녀양육의 구체적인 해법들.
√ 놀이: 아기의 발달 과정에서 가장 자연스레 몸에 밴 유익한 생활리듬
√ 정서: 아기의 인성에 중요하며 주로 아기의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발달영역
√ 독립성: 독립적인 아이로 키우려면 애정의 양보다 일관적인 양육태도가 중요.
√ 반항기: 이제껏 수동적이었던 아이가 처음, 한 인간으로서 자아를 표출하는 시기
√ 말 배우기: 수다쟁이 아빠, 특히 어휘가 풍부하고 문법적인 문장을 구사하는 수다쟁이 아빠가 필요.
√ 체벌: 새로운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만 과거의 행동을 억제할 뿐.
√ 미래: 자신을 마음속으로부터 존경하고, 사랑하고, 믿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다면 아이는 결코 그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 “프렌디”: 지금까지는 보호자로서의 아빠가 가장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이젠 아이들과 의사소통을 잘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친구 같은 아빠가 좋은 아빠.
√ 영어교육: 언제부터 영어를 교육시키는 게 좋을까?
√ 자유: 아이는 마음 놓고 실수를 할 수 있고, 마음 놓고 넘어질 수도 있어야 한다. 아빠는 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제 1장 아빠의 존재의식
1. 아빠는 베이비 블루스(Baby blues), 엄마는 산후우울증
2. 아빠의 뇌, 엄마의 뇌 tip: 좌뇌의 기능과 우뇌의 기능
3. 아빠만이 줄 수 있는 것, 따로 있다
4. 아빠 스타일의 육아법을 찾아라

제 2장 태아기
5. 태아의 두뇌발달
6. 두뇌발달을 위한 태교 tip : 두뇌발달 촉진 태교법
7. 아빠와 태담을 tip : 임신 월령별 적기태교

제 3장 영아기(0~12개월)
8. 0~12개월 두뇌발달
9. 아기에게 몰입하는 아빠
10.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11. 엄마와 다른 아빠의 역할 1: 아기의 울음 파악하기
12. 엄마와 다른 아빠의 역할 2: 안고 분유 먹이기
13. 엄마와 다른 아빠의 역할 3: 기저귀 갈기
14. 엄마와 다른 아빠의 역할 4: 목욕시키기
15. 엄마와 다른 아빠의 역할 5: 재우기
16. 아빠가 해주는 스킨십 tip : 아기를 위한 피부마사지 방법
17. 지능을 촉진하는 말 걸기
18. 오감을 발달시키는 뇌 기반 자극
tip : 오감 발달의 감수성기 tip : 두뇌발달에 필요한 신경전달물질
tip : 0~3개월 놀잇감 tip : 4~6개월 놀잇감
tip : 4개월 검진 이상소견 tip : 9개월 검진 이상소견
tip : 7~12개월 놀잇감
19. 그림책 읽어주는 아빠의 영향력
20. 낯가림과 사회적 행동의 발달
21. 0세 교육의 뇌과학적 의미 tip : 플래시 카드놀이
22.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보다는 아빠에게 맡겨라 tip 아이를 보육시설에

제 4장 걸음마 단계(13~24개월)
23. 13~24개월 두뇌발달
24.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아빠
25, 독립성과 의존성
26.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는 아빠의 도움이 필요하다
27. 아빠와 하는 뇌 기반 놀이 tip : 걸음마를 발달시키는 방법
28. 잠자리 버릇들이기
29. 아빠와 책을
30. 고집을 꺾는 시기와 방법은?
31. 아이에게 말 걸기
32. 대소변 가리기, 언제 시작할까

제 5장 첫 번째 사춘기(3~4세)
33. 3~4세 두뇌발달
34. 주도성을 키워주어라
35. 아빠의 성 역할모델
36. 아빠가 열심히 놀아준 아이, 이런 점이 다르다 tip : 3~4세 아이를 위한 사설 교육기관 / 올바른 미술놀이
37. 때리면 안 되는 이유
38, 떼쟁이, 방치하면 자기중심적 아이 된다
39. 다중지능을 계발하는 아빠 tip : 다중지능과 두뇌발달
40. 도덕성 발달에 미치는 아빠의 영향력
41. 아빠로서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tip : 영어듣기부터 시작하자
42.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하자 tip : 한글 교육을 시작하자

제 6장 취학 전(5~6세)
43. 5~6세 두뇌발달
44. 마음 읽어주기와 효과적인 의사소통
45. 기억력을 높이는 두뇌스트레칭
46. 자기통제력을 키워주는 법
47. 아빠가 해주는 두뇌활용 습관 tip : 심호흡운동
48. 또래 집단에서 키워라
49. 스스로 책을 읽도록 도와주자
50. 집중력을 키워라 tip :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놀이
51. 사교육 챙기기 tip : 5세 검진 이상소견 / 음악교육을 위한 준비체조
52. 창의력 키우기 위한 기초체력 만들기
53. 아빠가 가르쳐줄 수 있는 리더십
54. 취학 전 뇌 기반 교육
55. 10년 후를 생각하라

양육에 있어 아빠는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니다. 아빠만이 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따로 있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 둘의 역할을 모두 해낼 수는 없다. 아빠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엄마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 일을 대신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엄마와 다른 생각, 다른 가치관을 접하게 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교육도 없다. 이것이야말로 그 어느 누구도 대신하지 못하는 아빠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이다.

가정에서 결정권이 있고 지배적이며 아이의 교육에도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아빠의 역할모델은 남아가 남성적인 전형을 갖는 데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 여아의 여성다움은 아빠의 남성다움이나 아빠가 엄마를 딸의 모델로서 인정하는가의 여부, 혹은 여성적인 활동에 대한 아빠의 따뜻한 격려 등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아빠의 영향은 단지 영-유아기에 한정되는 것만은 아니다.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있어서도 딸들의 남자관계는 엄마와의 관계에 의한 것보다 아빠와의 관계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아기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빠가 아기의 목욕을 시키는 것이다. 아기의 몸을 씻겨주면서 아빠의 두려움은 사라질 뿐만 아니라 육아에 대한 의욕도 생긴다. 아빠와 자주 목욕을 한 아기는 커서도 사회성이 좋은 반면, 그렇지 않은 아이는 사회적 적응력이 약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기의 발달 과정에서 가장 자연스레 몸에 밴 유익한 생활리듬이 바로 놀이이며, 놀이는 아기 스스로 세계에 적응하도록 만들고 새로운 학습경험을 창출해낸다. 아기는 놀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더 풍부하고 의미 있게 할 수 있으며, 놀이는 언어와 인지 발달을 촉진하고, 자존감을 강화하고, 운동능력을 함양시키고, 사회성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북돋울 수 있다. 놀이는 신체적, 지적, 사회적, 감성적 발달을 건강하게 유도하기 위한 결정적인 동력이다.

아빠가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사고력을 키우는 데는 어휘력과 독해력이 중요하다. 어휘력과 독해력을 향상시키는 최선의 길은 아주 어릴 때부터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언어는 학습의 가장 중요한 기초이니까.

정서는 아기의 인성에 중요하며 주로 아기를 둘러싼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발달영역. 아기가 안심하고 신뢰감을 느낄 수 있는 아빠의 따뜻한 손길과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은 밝고 안정된 정서발달을 위해 꼭 필요하다. 어려서 좋고 싫음을 표현하지 못할 뿐, 아기는 아빠가 자신을 귀찮아하는지,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모두 느낄 수 있다.

아이를 독립적인 아이로 키우려면 애정의 양보다 부모의 일관적인 양육태도와 아이의 성취 욕구를 인정해주고 자주 반응해주는 마음가짐이 문제다.

반항기는 이제껏 수동적이기만 했던 아이가 난생 처음, 한 인간으로서 자아를 표출하는 시기이다. 누군가의 지시를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나아갈 길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한다. 반항기는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이지만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자신감이 생기면, 자기의 행동을 아빠가 어디까지 용서해주는지, 자기를 얼마나 믿어주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아빠를 끊임없이 시험한다.

말을 배우는 아이에게는 아빠는 수다쟁이, 특히 어휘가 풍부하고 문법적인 문장을 구사하는 수다쟁이 아빠가 필요하다.

엄마에게 의존하던 삶으로부터의 분리가 완료되고 타인과 접촉하는 데 관심이 증가하는 시기가 되면, 아이는 엄마와 여러모로 다른 모습의 존재인 아빠에게 새삼 관심을 갖는다. 아이는 엄마가 아닌 최초의 타인 접촉자인 아빠를 통해 사회적 관계의 기초를 튼튼히 다지게 되므로, 이 시기에 엄마를 벗어나 아빠와 친밀해지는 것은 더 없이 중요한 일이다.

체벌은 새로운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과거의 행동을 억제할 뿐이다. 이것은 체벌이 아이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가르치지 못한다는 뜻이며 오직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하여 가르친다는 것이다.

자신을 마음속으로부터 존경하고, 사랑하고, 믿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다면 아이는 결코 그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자신의 아이부터라도 선악을 구별할 줄 알고 애정과 믿음을 가진 인간으로 키우고 싶다면 반드시 믿음을 전해주라.

도덕성이 높은 아이는 집중력이 높고 낙관적이다. 도덕성이 높은 아이가 성공하는 이유는 도덕성에는 자신의 충동을 자제하고 주어진 규칙을 따르는 능력,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여 배려하는 능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력은 공부를 잘하거나 리더십을 발휘하는데도 필요하다.

아빠는 아이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스스로 친밀한 부자관계를 형성하는 기술이 없다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보호자로서의 아빠가 가장 익숙한 아빠의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아이들과 의사소통을 잘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친구 같은 아빠가 좋은 아빠다.

아이는 독서에 있어서 운율을 반복할 때 가장 잘 배울 수 있다. 따라서 운율이 들어있는 책을 읽어주거나 읽게 하는 것은 놀이의 요소를 결합해서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셈을 배울 때에도 놀이 요소와 결합하면 더 쉽고 재미있어진다. 그래서 손으로 직접 만져가며 다루는 다양한 길이의 막대기, 구슬, 여러 가지 블록 조각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은 교구들을 가지고 숫자를 배울 때 아이들은 자신의 상상력을 사용한다.

영어를 언제부터 교육시키는 게 좋을까? 뇌과학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문법의 뇌인 브로카 영역의 수초화가 완성되는 6세부터 영어회화의 감수성기인 10세 사이가 가장 적당하다. 영어를 너무 일찍 가르치는 것은 이제 막 모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모국어를 완전하게 습득한 다음 영어를 하게 되면 모국어를 배운 경험과 센스를 영어 배우는 데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영어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뇌우세형 아이는 전체 그림을 먼저 그린 후에 세부사항을 배워나간다. 이런 아이는 단계별 설명보다는 시범을 통해 기술을 더욱 쉽게 배운다. 또 선천적으로 시각적 기억력이 뛰어난 반면 논리적, 언어적 능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좌뇌우세형 아이들은 분석적이고 자신을 드러내는 데 능숙하며, 언어활동도 강하기 때문에 교재 중심의 공부법도 잘 맞다. 단, 계획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걱정 근심에 쌓여 공황 상태에 빠지기 쉽다.

아빠가 아이를 언제나 사랑한다는 것을 아이가 안다면, 아이는 스스로 사랑 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거나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어진다. 그래야 아이는 마음 놓고 실수를 할 수 있고, 마음 놓고 넘어질 수도 있다. 아빠가 언제나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기에 매일 밤 평화롭게 잘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김영훈 [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로서 현재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병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가톨릭대 의대 졸업 후 동 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8~1999년 미국 베일러대학교에서 방문조교수로 소아신경학을 연수하였다. 30여 편의 SCI논문을 비롯한 7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의학학술지에 발표했을 뿐 아니라, 2002년 대한소아신경학회 학술상과 2007년 가톨릭대학교 소아과학교실 연구업적상을 받았다. 대한소아과학회 정회원, 대한소아신경학회 간행위원장, 아시아-오세아니아 소아신경학회 재무위원, 대한간질학회 간행위원, 한국뇌신경과학회 정회원 등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엄마가 모르는 아빠효과(2009)", "닥터 김영훈의 영재두뇌 만들기(2008)", "GO BABY III (발달편)", "소아신경학"(공저), "간질의 모든 것"(공저), "임상간질학"(공저), "국내 최고의 의료진에게 배우는 아토피 99가지 치료비법"(공저), "육아백과사전"(공저), "소문난 임신출산책" (공저) "소문난 육아책" (공저) 등이 있다.

유학, 특목고 안 간 '진보' 명망가 애들을 찾습니다!

[어린이 잡지의 대안] <고래가 그랬어> 101호 펴낸 김규항

안은별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5-04 오후 6:01:35

차례를 넘기면 판화가 이윤엽 '삼촌'의 "구럼비가 이긴다" 판화가 등장한다. 이어지는 만화들은 "대학? 꼭 안 가도 돼!"라고 말해주기도 하고('하양 이모의 네덜란드 표류기'), 노동자가 최저 임금을 걸고 사장님과 내기를 펼치기도 한다(마영신의 '동동이'). 다섯 명의 5·6학년 학생들이 '이름'을 둘러싸고 토론을 하며, "고기만 먹고 채소를 안 먹으면 몸이 허약해져요"를 수화로 배워 본다. '서태지'가 누군지 알려주는 '삼촌'도 있다.

독자를 '동무'라 부르는 어린이 교양 잡지 <고래가 그랬어> 최신호(101호)를 펼치고 새삼 그 충실함과 다양성에 놀란다. 키득거리게 만드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동무와 자연, 소통과 연대, 노동과 인권 등 본래 의미는 그토록 중요하지만 누구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던 '가치'들을 새삼 발견한다.

▲ <고래가 그랬어>(100호, 고래가 그랬어 편집부 펴냄). ⓒ고래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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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00호 발행을 맞고 창간 10년을 바라보는 이 잡지의 현재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린이 잡지' 시장이 고사된 지 오래고 '노동', '인권'이 '빨갱이' 단어 취급 받는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발행인 김규항 씨의 오랜 별명 'B급 좌파'가 상징하듯이 그의 분명한 정치적 성향도 이 잡지에 선입견을 갖게 했다. 심지어 진보의 자장 안에 있던 어른조차 "애들 보기에 산만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김규항 씨는 의연했다. 결호 없는 긴 역사와 3000명 이상의 후원 회원('고래 동무'), 그리고 무엇보다 깨알 같은 엽서를 보내오는 독자 등 2012년 현재의 <고래가 그랬어>를 둘러싼 상황이 바로 그 이유다. "지금 자주 운영이 자리를 못 잡았거나 100호까지 오지 못했다면 평생 힘든 기억으로 남았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다. <고래가 그랬어>는 성공했다.

지난 2일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사무실에서 2003년 10월 창간호를 펴낸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 잡지를 둘러싼 우여곡절을 들었다. <고래가 그랬어>가 출발할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그의 질문은 간단했다. "시장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상품'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편집자>

10년, 고래의 자립

프레시안 : 창간호가 발행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당시 어떤 구상에서 잡지를 만들게 됐나요?

김규항 : 어린이 도서·출판 자체에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늘 한국 아이들이 좀 불쌍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어 하다가 실현된 게 이거였죠. 불쌍하다는 의미는 당시 시점으로 민주화 된 지 20년이 되어 가는데 아이들의 삶은 독재 정권 때보다 속박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건, 역사 내내 인류가 아이들에게 가르쳐 온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를 어느 순간부터 가르치지 못하게 되어서 두렵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공부와 경쟁이 다가 아니다', '동무와 양보하며 살아야 한다' 같은, 너무나 기본적인 것들. 잡지 하나로 거대한 흐름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프레시안 : 모든 잡지가 그렇지만, 창간 때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었지요?

▲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김규항 씨. ⓒ프레시안(최형락)
김규항 :
<소년 중앙>이나 <새소년> 같은 소년 잡지가 상업 잡지임에도 불구하고 폐간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소년 중앙>은 1994년에, <새소년>은 1989년에 폐간됐다) 비상업적인데다 발행인의 색깔도 의심스러운 (웃음) 어린이 종이 잡지가 현실에 나타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죠. <고래가 그랬어> 창간이 가능했던 건 박명신 씨를 만나면서부터입니다.

박명신 씨는 과거 벤처 붐이 일었을 때 영어 학습지 <튼튼영어>를 내던 회사(유니북스)의 사장이었습니다. 박 씨는 <고래가 그랬어>에 대한 조건 없는 후원을 약속해 주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후원을 받아서 한창 창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그가 돌아가셨어요.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그분이 개인적인 판단에서 <고래가 그랬어>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을 약속한 거지 가족이나 회사 차원에서 한 게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고래가 그랬어> 창간 초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일단 창간한 <고래가 그랬어>를 계속 운영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었어요. 애초 계획이 없었던 상업적인 장치를 갖든지, 아니면 원래 하고자 하는 정체성을 지키면서 궤도에 오를 때까지 일정 기간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다른 방안을 찾든지. 저희는 후자를 선택했죠.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비로소 자주 운영을 한다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2011년 초부터 그 비슷한 상황에 근접했고 실제로 자주 운영에 이른 건 최근입니다. 지금은 임금 수준도 다른 잡지와 비교해 결코 낮은 편이 아닙니다. 초기엔 당시 출판사(야간비행) 대표였던 조대연 씨처럼 2년 동안 집에 돈 한 푼 못 가져간 사람도 있었지만요.

프레시안 : 지금은 후원 구좌의 숫자가 3000개가 넘더군요.

김규항 : 네. 알려져 있다시피 <고래가 그랬어>의 구독은 일반 구독과 후원 단체 '고래 동무'를 통한 구독,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어요. 처음에 <고래가 그랬어>마저 '잡지를 사줄 수 있는 여유 있는 집의 아이들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커다란 마음의 짐이었는데, 저희 부속 기관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후원 단체가 생긴 것이 너무나 다행스럽지요.

'고래 동무'는 구독 방법은 똑같은데 책이 자기 집으로 오는 게 아니라 보육원이나 지역 아동 센터(공부방), 시골 분교로 가는 겁니다. 집으로 구독하면 겨우 한두 명의 아이들이 보지만, 후원으로 구독하면 최소 서른 명이 보거든요. 그렇게 보면 최대 10만 명까지 <고래가 그랬어>를 본다고 할 수 있죠. 이런 구조가 정말 느리게, 천천히 자리를 잡아 왔어요.

"알아, 하지만 현실이 이렇잖아?"

프레시안 : 잡지가 나오기 전 대체로 전망은 밝지 못했죠. 그런데 보란 듯이 101호까지 나왔고, 자주 운영이 가능해졌네요. 다행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합니다. 그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김규항 : 독자인 아이들이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 잡지를 포함해 어린이 상품은 구매자와 사용자가 다르단 문제가 있어요.

아이들 책이 잘 팔리려면 어른들이 '아이들 보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생산을 할 때 일종의 대상화된 관점이 필요한 겁니다. <고래가 그랬어>는 그걸 거슬러 봤습니다. 그래서 창간 전 교육·인문 분야의 소위 여론 선도 층에게 모니터링을 해봤는데 마음에 든다는 분이 거의 없었어요. 만화가 너무 많고 구성이 어수선해 아이들이 차분히 볼지 의심이 된다고요.

그런데 실제 결과는 달랐어요. 처음에 어수선하다고 비평했던 부모들이 아이들이 <고래가 그랬어>를 끼고 산다는 반응을 보내 왔습니다. 처음에 이 잡지를 구독한 부모들 중엔 '짱돌 좀 던진', 그러니까 소위 386 세대의 일원이 많았는데, 이런 부모들 특징이 인문·사회 과학이나 책 관련해선 동네의 어느 부모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자부심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 아이들한테도 그런 지식들을 전해주고 싶어 했는데,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재미없어 하거든요. 하지만 <고래가 그랬어>를 보고 나서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게 되고, 인권이나 생태 같은 가치를 개념어가 아니라 삶과 연관된 생생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겁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고래가 그랬어>가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나왔어요.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10년 동안 <고래가 그랬어>가 한 역할을 자평하자면….

김규항 : 더 이상 누구도 들려주지 않는 너무나 당연한 인간의 기본 꼴에 관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해냈고, 그래서 10년 전 가졌던 뜻을 조금은 이뤘다고 생각해요.

가령 가끔 아빠들이 '<고래가 그랬어> 때문에 집에서 담배도 못 피운다' 이렇게 애교 섞인 항의를 보내오곤 합니다. 아이들이 '엄마나 다른 가족이 싫어하는데 아빠는 왜 담배를 피우느냐'고 비민주적인 상황을 놓고 문제 제기를 한다는 겁니다. 당황한 아빠가 이유를 찾아보니 <고래가 그랬어> 밖에 없더랍니다.

어른들은 뭘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맞지만 현실이 어쩔 수 없잖아' 하면서 말을 뒤틀죠. 아이들에겐 그게 없습니다. 잘못된 건 잘못되었고,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분명이 있어요. <고래가 그랬어>는 그걸 판단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해왔어요. 그런데 그건 <고래가 그랬어>가 대단해서가 아닙니다. 워낙에 누구도 그런 기본적인 얘길 안 한다는 뜻이죠. 저희는 너무 당연한 얘기를 직접적으로 한 것뿐이에요.

프레시안 : <고래가 그랬어>는 대상화를 거슬렀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래도 독자가 '아이'라는 특수성을 끊임없이 의식해야 하지 않나요? 초기에 좌파 계몽이냐, 의식화냐 하는 우려가 많았죠.

김규항 : 초기에 있었던 일인데, 부잣집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학교 어느 학급에서 아이들이 <고래가 그랬어>를 읽고 누가 간식으로 쏜 맥도널드 햄버거를 안 먹은 적이 있었어요. <고래가 그랬어>에 거대 햄버거 기업에 비판적인 막간 꼭지가 실렸는데 그걸 읽은 거죠. 이걸 가지고 일부 어른들은 '이런 걸 읽고 애들이 미국에 대해 나쁜 생각을 가지면 어떻게 할 거냐'고 비판했어요.

전 이게 아이들 편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아도 분명히 대상화 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성을 약한 존재로 보고 보호해 주는 게 페미니즘이 아니잖아요? 아이들이 이런 걸 보고 '물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말로 잘못된 거죠. 아주 복잡한 문제가 아니라면, 아이들은 어른 이상으로 직관적으로 사안을 이해하고 알아서 판단합니다.

결국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가가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단행본은 모르겠는데 잡지는 결국 구독으로 반영되거든요. 어른들도 잡지 첫 쪽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경우는 별로 없잖아요. 아이들은 더 심하거든요. 뭘 좀 가르친다 싶으면 넘겨버려요. 그래서 아이들이 보내는 독자 엽서를 어떤 반응보다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아이들이 재미없다고 하면 문제 꼭지가 되는 거죠. 지금은 편집장이나 저나 일부러 아이들 눈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프레시안 : <고래가 그랬어>도 제2의 독자로서 어른도 함께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고민하지 않나요?

김규항 : 완전히 안중에 없는 건 아니지만 (웃음) 어른들이 함께 읽는 걸 염두에 두는 노력은 없습니다. 어린이 문학잡지라고 했을 때 말 그대로 어린이들이 보는 게 있고, 어린이 문학에 관한 어른들이 보는 잡지가 있을 수 있겠죠. 저는 이런 경우에는 대상을 분명히 하는 게 좋다고 봐요. <고래가 그랬어>는 전자입니다.

그런데 이런 건 있군요. 어른들은 인권 문제 같은 걸 '공부를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을 못 해요. 자기도 뻔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단 말이죠. 하지만 실제로 공부해 보면 우리는 정말 인권 문제에 대해서 많이 모르고 있거든요. 그래서 어른 독자들도 <고래가 그랬어>를 보고 많은 공부가 되었다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보지요.

ⓒ프레시안(최형락)

'아이들=상품', 가장 위험한 위기

프레시안 : 여러 칼럼과 필자를 통해 이야기해 온 딸(김단)과 아들(김건)은 <고래가 그랬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또 그들이 받은 영향은요?

김규항 : 그 둘이 <고래가 그랬어>에 미친 영향은 실제로도 컸어요. 창간호를 만들던 2003년에 건이가 일곱 살, 단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나? 그땐 딱 단이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나이였어요. 자라면서 둘 다 지근거리에 있는 표준 독자의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아빠가 만든 거라고 좋게 말한다든가 제 기분을 살피는 게 아니라 굉장히 솔직했으니까요.

어떤 분들은 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완전히 운동권 수준의 의식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지식이라든가 의식면에서 평범한 수준이에요. 오히려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인문·사회적 지식 같은 걸 강요한다거나, 아이들을 일부러 촛불 집회에 데리고 나가는 것이야말로 피해야 할 일입니다. 아이들에겐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세계우주가 있고, 거기서 어떤 분노와 감동과 슬픔을 느끼는가가 중요한 거죠.

프레시안 : 두 자녀 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걸로 알아요. 공교육에 대해 불신감을 갖고 있는 건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김규항 : 아까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말씀드리면서 중요한 의미를 빠트렸어요. 한마디로 아이들이 사람이 아닌 상품으로 길러지는 게 불쌍하단 거죠.

학교는 사실, 이제 아이들을 상품으로 키우는 시장주의 교육으로 완전히 치달은 상태죠. 한편, 대안 학교 역시 아이의 재능과 적성에 맞게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통로가 되지 못했어요. 큰 흐름으로 보면 '대안 입시 학교' 비슷하게 변해버렸어요. 입학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학비도 비싸고, 설사 학비를 감당할 수 있어도 이른바 문화 자본이 없는 이들은 면접조차 통과하지 못하잖아요.

그렇기에 오히려 우리의 출발점은 공교육, 공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이 학원에 갈 돈이 없어서 오후 시간을 사교육 없이 보내는 아이들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보수·진보를 떠나 모든 이가 선택 가능한 교육 기회, 방식에 중점을 두려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프레시안 : 주변에서 어린 친구들을 만날 일이 없다 보니,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거나 생각할 기회가 겨우 언론 기사 정도입니다. 그런 걸 읽다 보면 '학교 폭력'과 '미용·연예인에 대한 과도한 관심' 이런 문제들이 대표적으로 떠올라요.

김규항 : 아이들이 좀 더 공격성을 갖게 되고 고전적인 의미의 '공동체적'인 감성을 잃어버린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아이들이 지금 그 감성을 갖고 있는 게 이상한 거 아닐까요? 이렇게 가르치고 이렇게 성장하는데…. 아이들이 힘들어진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뭔가를 풀어야 하고 결국 자기들끼리 괴롭히는 상황으로 치닫는 겁니다.

미용이나 연예인에 대한 열광의 정도가 커진 것은 저도 느껴요. 희망 직업 1순위가 연예인이고, 이미 많은 아이들이 '준 연예인'의 감성을 갖고 살아요. 지금 한국은 온 나라가 연예 시장과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잖아요? 포털만 봐도 쇄골이 어쩌고, 허벅지가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일부의 관심사가 아니라 온 국민을 들썩거리게 만들고 있죠. 마찬가지로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사람의 내적인 가치가 어떻고 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것 아니겠어요? 그만큼 어른들의 사회가 껍데기와 숫자로 표현 가능한 것들로만 채워지고 있다는 뜻이고, 아이들은 당연히 따라가겠죠.

프레시안 : 포털 사이트 말씀을 하셨는데, 어린이나 청소년 관련 문제가 일어나면 <조선일보> 같은 데선 웹툰이나 인터넷 공간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의 선정성을 문제 삼아요. 이런 게 어이없는 '때리기'란 건 누구나 알지만, 한편으론 분명 보호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거라고 보는데요. 보호와 구속의 딜레마를 느낀 적은 없나요?

김규항 : 사실 지금 수준에선 보호라는 게 하나마나한 소리죠. 그건 어른들이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행동일 뿐이지, 막는다고 해도 막아지는 게 아니거든요. 많이 허락한다고 해서 사회가 타락하거나, 막는다고 해서 사회가 건전해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는 이 문제가 폭력주의나 선정주의의 결과물이 아니라 상품과 시장화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보편적인 가치 기준이 그거잖아요. 옛날엔 선정성이나 폭력성에 대한 통제, 창작에 대한 검열이 국민들을 지배하려는 수단이었고 실제 효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실효조차 없죠. 선정성이나 폭력성은 상업성이란 문제 앞에 설 수가 없어요. 청년과 아이들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가치를 상품화하는 상태에서 폭력이 어쩌고 하는 게 정말 우스운 것 아닌가요?

'발행인 삼촌' 김규항

프레시안 : 인터뷰 오기 전에 '내가 아니라 다른 고래 가족을 인터뷰하면 어떻겠느냐'고 슬쩍 제안하셨는데, 좀 찔렸습니다. <고래가 그랬어> 하면 김규항, 동격으로 두는 게 너무 익숙해진 것 같아서요. 여럿이 만드는 잡지에 한 명의 개인이 크게 부각되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프레시안(최형락)
김규항 :
제가 앞에 나서서 얻는 이득이나 손해에 대해 고래 식구들이나 저나 별로 연연해하지 않습니다. 물론 실무적인 부분까지 제가 도맡는 양 이야기되면 안 되겠지만요.

프레시안 : '김규항'이 나서서 얻는 손해라면 정치적 입장 때문인가요?

김규항 : 한국이 워낙 좌우파 할 것 없이 자유주의화되다 보니까, 솔직히 그렇게 급진적인 좌파도 아닌 제가 상당히 교조적인 순혈 사유주의자처럼 묘사되곤 해서 스스로도 민망할 때가 있습니다. 때문에 '김규항이 만든다'는 이유로 안 좋게 보는 분들도 있고요. 이건 <고래가 그랬어>의 작은 숙명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은 '김규항은 좀 그렇지만, <고래가 그랬어>는 저 사람이 하는 좋은 일이다'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넓게는 새누리당 쪽 지방자치단체장까지 포함해, 저와 정치적인 갈등을 벌일 수 있는 지형에 있는 많은 분들이 <고래가 그랬어>를 읽히며 아이를 키워 왔다고 고백해 왔어요. 제가 오히려 '거부감 안 드세요?' 하고 물어보고 싶은 경우까지 있었어요. (웃음) 정치적 입장과는 별개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부의 일부라 생각하는 유연한 사고겠죠. 그리고 실제로 들여다보면 아이들한테 뭔가를 주입하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보면서 자신(부모)들도 변하는 예가 많았어요.

설사 부모가 거부감을 갖는다고 해도 아이들은 달라요. 가령 저희가 전태일을 다룬 <태일이>를 연재했을 때 '왜 분신까지 한 극단적인 성격의 사람을 위인으로 다루느냐'고 불만을 표시하는 분들이 있었는데요. 어른들은 전태일 하면 '분신'에서부터 거꾸로 출발해요. 그러면 어릴 때부터 분신을 향해 달려 나가는 특별한 아이가 되는 거죠. 하지만 분신은 전태일 삶의 마지막이었을 뿐, 실제로는 아주 평범한 개구쟁이였다는 걸 아이들은 알거든요.

프레시안 : 회사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나요?

김규항 : 정체성이 살짝 특이합니다. 완전한 운동 단체도 아니고, 주식회사 형태를 갖추긴 했지만 이윤을 바라고 주주로 참여하는 분은 없고요.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게 역으로 실제 노동자들의 생존권, 정체성을 제약하는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는 부분 때문에 노동조합이 존재하고, 그렇다고 대표와 노동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배치되는 일은 없고요. 이것들이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정말 많은 공부이자 실험이 되고 있고요. 이런 긴장이 이 회사의 정체성이나 내외적 상황을 조화롭고 건강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프레시안 : 한 가지 민감한 질문을 드리자면, 얼마 전에 트위터에서 어떤 분과 설전이 오갔어요. 2006년 무렵에 있었던 만화가, 필자들의 원고료 체불 사건을 언급했기 때문이었는데요. 해묵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잡지를 만들기 위해 외부 필자들에 대한 처우엔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비난이 남아 있어요. 그와 함께 여러 소문들도 아직 나오고 있고요.

김규항 : <고래가 그랬어> 노조에서 곧 정식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겁니다. 저나 동료가 오랫동안 져 온 짐이니 만큼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가장 공정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저까지 대상화하는 게 좋다는 판단에서 노조가 조사나 상황 파악을 해 왔고 지금 정리가 끝난 상태입니다.

(원고료 체불은) 불가능했던 <고래가 그랬어>의 창간을 가능케 했던 분이 급서하면서 생겨났던 일입니다. 이후 급속하게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즉시 임금, 원고료, 제작비 체불이 발생했죠. 세상에 그 자체로 '좋은' 체불은 없습니다. 하지만 대표나 발행인이 좌파라고 해서 그 신념과 의지로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건 아니죠. 제가 당시 할 수 있는 일은 그거였습니다.

하지만 상황 자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루머도 만들어졌죠. 입길에 오를 만한 이야기잖아요. '그 사람 좌파라면서 알고 보니…' 하는 식으로. 그게 어떤 분들에겐 단지 흥밋거리지만 어떤 분들에겐 용이한 공격 수단이 되고요. 저로선 치명적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 사람 사실은 위선적인 자본가였다', 이 얘긴 제게 사회적 죽음이나 다름없죠. 그걸 기정사실화한 이들에게 저는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고래가 그랬어>는 복잡한 가치와 정체성을 가진 회사고, 또 그게 누군가의 평가 하나로도 아주 간단히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저로서는 사실 아예 이런 형태의 일에 발을 담그지 않고 그저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하지만 선택의 문제였던 거죠. <고래가 그랬어>를 세상에 구현시키는 일과, 그런 위험성 없이 안전한 상태에서 활동하는 것.

그 사이에서 저는 전자가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아무튼 애석한 상황에서 제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지키면서 어떻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가를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곧 나오는 발표도 뭔가에 휘둘려서 해명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으로 정리된 형태로 털고 가고 싶기 때문이고요.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고래가 그랬어>이든 김규항 개인이든, 향후 계획이 있다면요.

김규항 : 고래 교육연구소가 5월 5일부터 <경향신문>과 함께 '아이를 살리는 7가지 교육 약속'이라는 교육 서명 운동을 합니다. 서로 이 정도는 지키자는 취지에요. 그런데 사람들이 서로 떨어져 있으면 약속을 지키기 어려워요. '아니 현실이 이 모양인데, 15년 후에 우리 애가 날 원망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게 마련이죠. 그 부분에서 외롭지 않게 부모들을 모으고, 알릴 만한 사례도 만들어 내는 게 목적이에요.

한국의 교육 지형을 보면 더 이상 보수, 진보는 구분점이 아니에요. 계급 문제죠. 이번 서명 운동과 함께 기사를 만들어야 하니까 진보적 성향을 가진 명망가나 지식인 중 아이들을 특권에서 배제한 사례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대요. 아이들이 전부 외국에 있거나 외국어고등학교나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그도 아니면 대안 학교에 모여 있더래요. 애석한 일이었습니다.

그들(진보적 명망가 부모들)이 이중적 행동을 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들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행동인 거죠. 왜냐하면 진보의 가치가 자유주의가 되어버렸잖아요. 좌파를 자처하거나 인권 운동, 노동 운동 하는 분들도 아이들 교육에 있어선 '내 아이' 위주로 통합되어 있는 현실이 전체적인 사회 진보에 있어서 굉장히 큰 장벽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얘길 들으면 오히려 또 우리 애가 뒤처질까 불안해 할 부모도 많을 거라고 봐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같이 손잡고 나가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입니다.

<아이를 살리는 7가지 교육 약속>(5월 1일, 최종 확정된 약속은 5월 5일 발표된다.)

1. 아이 인생의 주인은 아이입니다.
2. 교육은 상품성이 아니라 인간성을 키우는 일입니다.
3.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공부는 '마음껏 놀기'입니다.
4. 대학에 가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5.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성공입니다.
6. 지금 행복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합니다.
7. 아이와 노동자가 행복해야 좋은 세상입니다.

맛있는 문장] 눈물이 토해낸 문장
나의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논산일기 2011 겨울 / 박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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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문장] 눈물이 토해낸 문장
나의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논산일기 2011 겨울 / 박범신
자꾸 들여다보니, 비어 있으나 꽃병은 꽃병이어서, 그냥 아름답다. 아니 비어 있어서 더 아름다운 것도 같다. 나는 꽃병을 볼 때마다 가득 꽂혀 있는 꽃을 판타지로 본다. 어떤 때는 분홍장미, 어떤 때는 안개꽃, 또 어떤 때는 내가 좋아하는 흰 카라를. 그러고 보면 다 채운 것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빈 것들은 내가 상상으로 채울 수 있으니 때로 더 아름답다.(81쪽)

제자들 여럿과 모처럼 만나 술 마시는데 창 너머, 북한산 자락에 눈이 내린다. 폭설이다. 이내 세상이 하얘진다. 젊은 처녀들이 '와'하고 함성을 지른다. 나는 함성이 아니라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다. 눈 온다. 세상이 지금 하얗다. 괜히 아름답고 기쁘고, 그래서 그렇다. 슬픔과 기쁨은 내 속에서 완전하게 한 숙주로 맞물려 있다. "선생님, 울어요?" 눈 밝은 처녀 지적에 얼른 고개를 돌린다. 난 왜 이리 눈물이 많을까. 눈물은 나의 가장 아름답고 절실하고 화려한 문장이다. 반역이고 사랑이다.(119쪽)

가슴에 꽂히는 문장입니다. 외형적인 대상이나 단어를 내면으로 느껴 토해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적합한 표현을 찾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예민한 통찰력과 폭넓은 경험과 공부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눈물은 가장 복합적이고 격정적인 감정이 밖으로 표출된 것입니다. 진심 어린 눈물 한 방울이 백 마디 말보다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건 이 때문입니다. '눈물은 가장 아름답고 절실하고 화려한 문장'이라는 표현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습니다.

'나의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논산일기 2011 겨울'은 소설가 박범신이 지난해 7월 명지대 교수직을 내려놓고 고향 논산으로 내려가 페이스북에 틈틈이 썼던 일기를 모은 책입니다. 문학적 감수성을 갖게 해준 고향 이야기, 서울과 논산을 오가며 느낀 현 세태, 문학과 삶에 대한 열정과 연민이 눈길을 끕니다. 박범신 지음/은행나무/324쪽/1만 4천 원.

"학교는 지옥" 외치는 교사·부모에게 고함!

[프레시안 books] 에냐 리겔의 <꿈의 학교 헬레네 랑에>

정민승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4-13 오후

선생님은 노랗게 머리를 물들이고 나타나서 말했다.

"언젠가 한번은 염색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학부모님 중에 한 분이 더 늦으면 못할 것 같아 수염을 기른다는 말을 듣고, 아! 했죠. 그래서 바로 염색을 하러 갔죠. 사실 이 머리는 염색이 아니에요. 탈색인데, 알고 보니 사람마다 탈색을 하면 머리 밑 색이 나온다 하더라고요. 녹색인 사람도 있고 갈색도 있대요. 전 노랑이더라고요."

책을 읽는 내내 대안 학교에 근무하는 그 선생님 생각이 났다. 매 사건마다, 매 일정마다 그 일이 아이들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교사 스스로가 바뀌어가는 그런 선생님. 그 선생님은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뭘 먹다 걸리면, 그 먹은 것을 반 전체에 돌려야 하는 벌칙을 주기도 했고, 신학기 아이들의 반 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한 달 여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제비뽑기를 채택하기도 했다.

간단한 해법 같지만, 수업 시간의 규칙을 어긴 벌은 반 전체에 간식을 돌리는 것이니 반 친구들에겐 선물을 돌리는 셈이고, 간식비가 만만치 않으니 부모님이 아이가 수업 시간에 뭔가를 먹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며, 벌을 받은 아이는 상처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 행위를 하지 않게 된다. 기발한 벌 아닌가!

반 배정 역시 기발하다. 반을 정하는 기존의 '성적순'이라는 원칙은 성적이 제일 좋은 아이를 임원으로 세우고, 다시 일렬로 아이들을 서열화한다. 물론 아이들의 관심은 좋아하는 혹은 싫어하는 아이랑 같은 반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런 서열과 아이들의 호감도를 떠나 원칙을 정한다면, 그것은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을 우연적인 변수 제비뽑기 밖에 없지 않은가. 아이들이 1년간 그 반에서 다투고 화해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겪어나간다면, 그런 우연을 즐거움으로 바꾸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의 공유 과정. 그 선생님은 그 과정을 '반 배정'에 적용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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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학교, 헬레네 랑에>(에냐 리겔 지음, 송순자 옮김, 착한책가게 펴냄). ⓒ착한책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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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대처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약간의 당혹감과 감탄. 그 느낌을 나는 이 책, 에냐 리겔의 <꿈의 학교 헬레네 랑에>(송순재 옮김, 착한책가게 펴냄)를 읽으며 다시 느꼈다. 우선, '꿈의 학교'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의외의 언명 몇 가지.

'읽는 것'을 배우지 못했거나, 자신의 생각과 의견 그리고 주장이 무엇인지 말하고 쓰는 능력을 키우지 못한 아이는 위험 집단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30쪽)

내가 볼 때 학생에게 시위하고 싶으면 가라고 하는 것은 오로지 그 학생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을 경우에만 정당화할 수 있는 일이다.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그 만큼의 공백을 스스로 메워야만 한다. 시위에 나가느라 놓친 시험은 훗날 언젠가 치러야 한다. 학부모에게도 이를 알려야 한다. (211쪽)

무대 의상, 무대 그림 등을 포함한 기타 물품 구입 비용은 약 900에서 1500유로에 이른다. 이렇게 지출된 금액을 다시 채워 넣을 책임은 각 학급에게 있다. 대부분의 작품은 적어도 여섯 회, 많으면 그 이상 무대 위에 올린다. (245쪽)

이상하지 않은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이상적인 학교에서 글을 못 읽는다고 위험 집단으로 규정하고, 사회 참여의 자유도 주지 않으며, 학습에서 경제적인 책임을 진다니. 정말로 의외의 언급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학생들이 지향해야 할 바에 대한 뚜렷한 신념이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헬레네 랑에 학교는 공부만을 중시하지 않지만, 공부를 경시하지도 않는다. 세상에 대한 흥미가 공부에 대한 흥미에서 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자신의 글을 교내에서라도 출판하도록 하고 또 교정을 보게 하면, 글을 쓰고 읽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함수도 언덕에 나가 활용하면 재미있는 놀이로 전환된다는 믿음이다. 인간에 대한, 인간의 지성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이다.

시위 등의 사회 참여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헬레네 랑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사회 참여를 결정하여 행사에 참여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공부 손실을 반드시 채울 수 있는 결심 위에서이다. 마찬가지로, 어느 곳보다도 경제 중심주의를 배격하지만, 학령기에 돈과 관련된 경험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공연 등을 통해 스스로 경제적 주체가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공부 못지않게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워야 할 일이라 여기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이 학교에는 뚜렷한 원칙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공부는 해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안할 수도 있고, 경제는 중심적 관심은 아니지만 가르치지 않아서는 안 되며, 부모는 학교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지나친 관심으로 아이들의 학습 욕구를 꺾어서는 안 된다.

원칙이 없어 보이지만 좀 더 면밀히 보면, 그 중심에는 '아이들의 주체성'이 있다. "학생들은 스스로 주체가 되어 학습하고, 학습의 결과물을 학급과 평가단 등에게 발표하며, 외부 전문가지식을 맥락에 맞게 끌어다 쓰고,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체득"(285쪽)한다는 뚜렷한 원칙이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들은 예외없이 아이들의 상황을 충실히 반영한 교육적 배려의 결과였으며, 바로 그런 이유로, 어떤 말로도 잘 전달되지 않는 것이 이 학교의 교육이었던 것이다. 리겔이 이 책을 쓰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공을 들였던 것은, 어쩌면 교육이란 '그 순간의 판단'이 중요한 일종의 '예술적 행위'임을 수업은 물론 일상의 과정에서까지도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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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헬레네 랑에 학교에는 소위 문제아를 포함한 '보통의 아이들'이 입학해서 삶의 주체성 획득은 물론 놀라운 학업 성취도까지 이루게 된다. 문제를 이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해결해 나간다. 이 학교의 어떤 면이 그런 해결을 가능했던 것일까?

그 첫 번째가 교장의 리더십이다. 라인하르트 칼이 쓴 추천사를 보면, 에냐 리겔이 어떤 리더였는지가 잘 드러난다. 에냐 리겔은 모든 교사가 반대하는 '장례식 같은 취임식'을 하고 나서 이 학교의 교장으로서의 일을 시작한다. 명성이나 바라고 온 교장이라는 오해 속에서 그녀가 첫 번째 한 일은 교사의 근무 환경 개혁이었다.

"아침을 제때 맞춰 시작하고 교사 한 명이 아프면 누군가가 이를 대신할 것, 회의는 수업 시간이나 누군가의 생일에 하지 말 것, 그리고 오전 시간에는 음주하지 말 것." (304쪽)

이런 개선 방침은 리겔의 조직 운영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교사 개인의 생활은 지켜주되, 교육자로서의 권위를 지킬 수 있는 원칙도 지킬 것을 요구한 것이다. 리겔은 교사를 믿어야 교사가 아이들을 믿으며, 믿음은 지나칠 정도로 많이 줄 때에만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실천했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는데서 개혁을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신뢰 위에서 리겔은 교장은 "외부로부터 교사의 자율권을 보호하지만 안으로는 내부 활동을 감사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해야 함을 역설했다. 그녀는 계속적으로 관찰하고, 묻고, 의견이 다를 때는 맞서기도 하면서 교사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갔다. 그녀는 색깔 없는 중재자가 되지 말고, 하나의 '인간'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왜냐하면 "삶은 삶을 통해서만 생성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학부모와의 적절한 파트너십이다. 리겔은 "경제 활동을 하고 대화할 때는 당연히 그리고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말할 줄 아는 어른들이, 유독 학부모회의에서는 전혀 딴사람이 되는 현상"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학부모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학교에 참여하고, 때로 그들의 전문적 능력을 아이들 수업에 써줄 것을 권한다.

하지만 동시에 교사나 교장의 판단을 무시하고 아이들을 부모 마음대로 대하는 경우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전학 가겠다고 했던 부모가 별 말 없이 다시 헬레네 랑에 학교로 아이를 보내자, 학교에서는 단호하게 '합의서'를 적성한다. 그 내용은 이렇다.

부모는 오로지 학교 측에서 초대한 것이 분명할 때만 학교에 올 수 있으며 마리안을 더는 데리러 오지 말 것과 학부모회의 때에는 어떤 문제라도 누군가에게 비난을 퍼붓기 전에 일단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경청할 것, 그리고 마리안이 혼자서 숙제를 하도록 놔둘 것. (258쪽)

교사와 학부모라는, 아이들의 기둥이 되는 양대 집단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은 것. 교사를 믿되 비판하고, 학부모를 격려하되 제지하는 일은 학교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비판에 개방적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 즉 스스로가 '학습하는 학교'라는 점이 헬레네 랑에 학교가 발전할 수 있었던 세 번째 힘이다.

기존의 학교가 '가르치는 기관'이었다면, 헬레네 랑에 학교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기의 경험을 의식적으로 성찰하며 이를 통해 스스로 배워나가는 능력을 갖춘" '배우는 기관'을 자임한다. 그래서 이 학교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소용도 없다. 프로젝트 수업이나 전일제 연극, 기획팀과 교장의 평가는 강고한 신뢰와 명민한 비판, 거침없는 개방성 위에서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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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던 그 선생님은, 사실은 모든 교사가 처음 교직에 나설 때의 모습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 선생님은 대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어 좀 더 오래 그 초심을 가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학교 종류의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대안 학교 교사나 탈학교 운동가라고 해도, 흑백 논리나 자신의 교수법에 갇혀 아이들의 주체성을 억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체성을 살리는 일은 개인과 조직, 교사와 학교, 사람과 구조가 서로 맞물려가며 아이들을 잘 자랄 수 있도록 공진화적으로 학습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책, <꿈의 학교 헬레네 랑에 : 상상을 현실로 만든 혁신 학교 이야기>는 개인의 경험담이 아니라, 치열하되 개방적인, 확고하되 유연한, 지극하고 멀리 보는 사랑을 가진, 교육의 내재율에 대한 이야기이다. 좋은 교육 꿈을 꾸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