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가게 논술/책 이야기 2013. 1. 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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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가게』 독후감 대회 | 이벤트 소식 2013-01-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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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언제, 자연에 묻혀 살라 했나 왜 엉뚱하게 배우냐고

노자타설/ 남회근 지음·부키 펴냄

 

노자(혹은 도덕경)를 상하 두권에 나눠 담은 ‘노자타설’(남회근 지음, 설순남 옮김, 부키 펴냄)은 노자의 여러 얼굴 가운데 황로학(黃老學)으로서의 노자를 보여준다.



동양 고전을 읽는 재미의 반은 해석 놀음이다. 전문가들이야 어느 해석이 더 옳으냐를 두고 싸우겠지만 독자들은 그냥 즐기면 된다. 제일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이니까. 황로학으로서의 노자란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중국의 유명한 한학자인 저자는 한문제 유항의 권력 장악을 예로 든다. 유항은 한나라를 개국한 유방의 아들 가운데 한명이었다는 것 빼고는 아무런 정치적 자산이 없었다. 거꾸로 그 덕분에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유방 사후 황후가 권력을 휘두르다 죽자 유방의 측근들은 황후 일가를 제거한 뒤 유방의 아들인 유항을 불러들인 것이다. 건국 대신들이 즐비하고 강력한 지방 세력이 여전한 가운데 권력을 받게 된 유항이 어떻게 황제에 올라 통치해 나갈 수 있었을까. 이 과정을 저자는 노자의 무위지도(無爲之道), 용이불용(用而不用), 겸덕(謙德)으로 설명해 나간다.

조금 더 극적인 것도 있다. 따뜻하고 정적인 수묵화 한 폭에 적당히 어울리는 문구를 넘어 이젠 정수기 광고에까지 널리 쓰일 정도로 일반화된 노자 8장의 ‘상선약수’(上善若水). 겸손하게 어울렁 더울렁 살자는 교훈, 혹은 협동과 조화의 공동체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이걸 두고 ‘세금과 부역을 줄여서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면 부국강병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노자 80장에 등장하는 소국과민(小國寡民)도 있다.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다’는 이 구절을 두고 현대 도시 문명에 넌더리 내는 사람들은 소규모의 생태주의 공동체를 떠올린다. 반면 완벽한 통치를 위해 백성을 철저히 분할 통치하라는 뜻으로 읽어내는 이들도 있다. 같은 구절을 두고 극좌 아나키즘도, 극우 전체주의도 가능한 것이다.

황로학으로 읽는 노자가 주는 재미는, 노자 하면 자연에 숨어 사는 은자로서의 삶에 대한 찬양을 떠올리고 그래서 자꾸 근대 서구 문명의 대안으로 꼽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깨는 데 있다. 물론 저자는 황로학을 내세우되 극단적으로 권력 지향적인 해석 대신 온화한 해석을 택한다. ‘상선약수’는 적당한 삶의 자세로, ‘소국과민’은 지방자치제 정도로만 읽어낸다.

아니, 노자를 극단적 정치 이론으로 해석하는 것을 두고 “도가를 음모가로 오해하고 나아가 노장사상을 음모학이라고 오해라는 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배우려면 제대로 배워야지 왜 엉뚱하게 배워 놓고 노자가 그리 가르쳤다고 떠들어대느냐 호통도 쳐 놨다. 세상을 등지거나 세상을 속이려 한 게 아니라 세상에 나름의 쓰임이 있었다는 얘기다.

해석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은 한 구절 한 구절 읽어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겠지만 이 해석의 문제를 뛰어넘는 책의 매력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서술이다. 1918년에 태어나 지난해 사망한 저자는 1950~60년대부터 유불선 3교 강의로 이름을 떨치면서 타이완의 국사로까지 불렸던 사람이다. 오래 고민하고 공부하며 답을 찾았던 사람인 만큼 각 구절마다 방대한 중국 역사에서 무수한 사례와 얘기들을 길어 올려 설명하면서도 유머와 재치를 잃지 않는다.

가령 유불선을 비교하면서 재미있게도 이렇게 풀어놨다. “유가는 곡물 가게와 같아서 결코 타도할 수 없습니다. 유가를 타도했다가는 먹을 밥, 즉 정신적 양식이 없어집니다. 불가는 잡화점입니다. 돈이 있으면 사서 돌아오고 없으면 구경만 해도 아무도 가로막는 사람이 없습니다. 도가는 약국입니다. 병이 나지 않으면 평생 상대할 필요가 없으나 일단 병이 나면 제 발로 찾아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번 책은 출판사가 내놓는 ‘남회근 저작선’의 5, 6권에 해당한다. 앞서 ‘금강경강의’ ‘불교수행법강의’ ‘주역계사강의’ ‘중국문화민담’ 등이 나왔다. 노대가의 푸근한 서술 방식 때문에 고정 독자층도 있고 매년 500~1000부씩 꾸준히 나가는 스테디셀러라 한다. 각 권 2만 5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소금에 절인 '짭짤한' 한국사 이야기

[서평] 유승훈 <작지만 큰 한국사, 소금>

13.01.25 11:10l최종 업데이트 13.01.25 13:38l
제주 구엄리 소금밭
ⓒ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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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연수 가던 날 오전 시간이 남아 렌터카를 빌려 이곳저곳 다니다가 구엄리 소금밭(염전)을 보았다. 소금밭도 밭이니 땅 위에 만들어진 게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로 개념도 없는 상태에서 난생 처음 본 소금밭이었다. 생각과 달리 구엄리 소금밭은 바위 위에 만들어졌고 규모도 작았다.

연수가 시작되어 답사를 하면서 제주역사교사모임 선생님들이 들려준 제주도 사람들의 삶 이야기 중에 소금과 관련된 것도 있었다. "제주도에는 소금이 귀해서 김치를 담그려면 배추를 바닷물에 담가 절였다"는 이야기였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 제주도에서 소금이 귀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워 함께 간 우 선생님에게 물어보았더니 바로 대답해주었다.

"제주도 해안에 솟아오르는 용천수 때문에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서 소금 만들기가 어려워서 그렇대요."

이완용이 인천 주안리를 시찰한 이유... 청과 일본의 '소금 전쟁'

"명일에 총리대신 이완용, 농상대신 송병준, 내부대신 임선준, 탁지대신 고영희 사대신이 인천 주안리에 나가서 소금 굽는 마당을 시찰한다더라."

<작지만 큰 한국사, 소금> 책표지
ⓒ 푸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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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매일신보> 1907년 9월 22일자 기사이다. 당시 인천 주안리는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는데 이완용을 비롯한 4대신이 시찰한 이유가 무엇일까. 당시 주안리에는 '소금 굽는 마당'이 새로 생겼는데 전통적인 소금 생산 방식이었던 자염방식(바닷물을 끓여서 소금을 생산하는 방식)과는 다른 천일염(바람과 햇볕에 말려서 생산한 소금)을 굽는 마당이 새로 생긴 것이었다.

자염 대신 천일염을 굽는 소금 마당이 최초로 인천 주안리에 생겼다고 해서 이완용을 비롯한 4대신이 굳이 가야할 이유는 뭘까. 당시 이 사업이 아주 중요한 국책사업이었음을 알려준다. 1907년은 을사조약 이후 헤이그특사 사건을 구실로 고종의 장제퇴위가 이루어지고 군대가 해산되었던 해였다. 결국 이 시기 국책사업이란 일본이 역점을 두어 추진했던 사업을 의미한다. 이완용, 송병준을 비롯한 친일 대신들은 이런 사업을 외면할 수 없었을 터였다.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개항이 되면서 청과 일본은 조선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소금 시장도 그 중 하나였다. 조선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생산된 자염으로 젓갈, 김치, 장 등을 만들어 생활했다. 하지만 자염은 가격이 비쌌다. 비가 많이 올 때는 소금 생산이 급감하여 소금 기근 현상까지 발생하는 등 기후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개항 직후에는 일본산 소금이 주로 들어왔다. 하지만 일본산 소금은 조선 사람들에게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조선에서 생산된 자염보다 희고 값도 쌌지만 조선산 소금에 비해 염도가 떨어져 일본산 소금으로 담근 김치나 장이 여름이 되면 맛이 변하거나 부패하는 일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의 소금 시장 주도권은 청이 장악하게 됐다.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생산하던 조선이나 일본과는 달리 청은 바람과 햇볕으로 말려 소금을 생산했다. 대량 연료를 필요로 했던 조선, 일본의 소금 생산 방식과는 달리 연료가 필요 없는 청의 소금 생산이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을사조약 이후 사실상 조선을 식민지화한 일본은 조선에 천일염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천일염전의 축조는 형식상 대한제국 정부의 재정이 동원되어 이루어진 국책사업이었다. 하지만 천일제염의 모든 일은 일본인 관리들에 의해 주도면밀하게 이루어졌다. 이완용을 비롯한 4대신들이 주안에 가서 시찰한 것은 일종의 퍼포먼스에 불과했다.

육지보다 앞선 '천일염 생산지' 제주도

제주도 지방에는 호표(호랑이와 표범)나 시랑(승냥이와 이리)이 없어 사슴과 노루가 번성하고 있습니다. 또 큰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섬이지만 소금을 굽기가 어려워 토착민들이 소금을 귀하게 여기니 지금에 각 포에서 겨울에 입번하는 수군 1~2명을 뽑아 소금 1석이나 10두를 받아들여 관에서 제주로 보내어 장록비(노루, 사슴의 가죽)와 바꾸게 하면 앙쪽이 모두 편리할 것입니다.

한때 제주도에 유배되었던 사림 유희춘이 선조에게 건의한 내용이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거칠고 구멍이 뚫린 현무암으로 둘러싸인 제주도에서는 소금밭을 만들기 어려웠다. 어렵게 소금밭을 만들어도 바닷물이 싱거워 들인 공에 비해 소금 생산은 형편없이 적었다.

그렇다고 육지로부터 소금 운반 또한 쉽지가 않아 소금을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모래 소금밭'과 '돌 소금밭' 두 종류의 소금밭에서 소금을 생산하게 되었다. '모래 소금밭'은 종달리 소금밭이 대표적인데 육지의 영향을 받은 자염방식의 염전이다. '돌 소금밭'을 대표하는 곳이 구엄리 소금밭인데 육지와는 달리 햇볕과 바람을 이용한 천일염을 생산한다. 개항 이후 인천에 처음으로 천일염전이 만들어졌던 것에 비해서 제주에서는 그 이전부터 천일염전이 존재했던 것이다.

우리 전통 음식의 기본이 되는 김장, 간장, 된장, 고추장 그 어떤 것을 만드는 데도 빠질 수 없는 소금이다. 밥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소금 없이는 누구도 살 수 없다. 그래서 소금을 둘러싸고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소금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수많은 일들이 씨줄이 되고 날줄이 되어 역사가 된다. <작지만 큰 한국사, 소금>은 소금을 주제로 역사를 풀어준다. 책을 읽다보면 알맞게 절여진 김치 맛이 느껴진다.

수학 교과서 변신! "흥미진진한 그림 동화책이네"

■ 집필 맡은 강완 교수와 함께 '미리 보기'
임금님 예복 만들며 길이 재기 등
이야기 통해 재미·자신감 키우게 해
예술·과학 등과 접목한 방식도 적용

안용주 기자 helloan@s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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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완 교수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만들어진 수학 교과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재성기자goodluck@s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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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교과서가 그림 동화책으로 바뀐다. 내년에 1ㆍ2학년이 되는 어린이들이 공부할 수학 교과서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확 달라지는 것이다. 스토리텔링형 수학이란 동화나 생활 속 이야기에서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끄집어내 가르치는 교육 방법. 새 옷을 맞추는 임금님 얘기로 길이를 재는 단위를 배우고, 도형이네 마을로 놀러간 지수가 사각형ㆍ오각형 친구들을 만나 다각형에 대해 학습하는 식이다.

"우리나라가 국제 수학 성취도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도는 최하위권입니다."새 교과서의 연구와 집필을 맡은 서울교육대학교 강완 교수(수학교육과ㆍ61)는 문제 풀이와 시험 중심의 교육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에 선보이는 스토리텔링형 교과서의 핵심은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수학'이다. 즉 어린이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를 통해 재미와 더불어 자심감까지 키워 주려는 것이다.

3일 오후 서울교대 연구실에서 만난 강 교수는 지난 1학기 동안 인근 서울교대부설초등 1ㆍ2학년이 다른 어린이들보다 먼저 공부해 본 '시험용 수학 교과서'를 펼쳐 자세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2학년 1학기 4단원은 '길이 재기'. 자 등의 도구로 여러 물건의 길이를 재고, 이를 어림하여 비교하는 이 단원은 임금님이 결혼식에 입을 예복 제작을 맡은 재단사의 고민으로 시작된다. '팔 5뼘ㆍ다리 4뼘ㆍ발 1뼘'이라고 적힌 주문서로는 도저히 임금님의 정확한 몸 치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사진 1)

"재단사의 고민에 어린이가 함께 빠져들면서 길이를 정확히 재는 방법과 길이 단위의 필요성을 자연스레 깨치게 되지요."

강 교수는 이렇듯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학습 동기를 심어 주는 게 스토리텔링의 으뜸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야기의 역할은 동기 부여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 단원의 개념 설명과 문제, 응용 활동이 모두 이야기 안에서 전개되는 것. 회의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임금의 몸 치수를 잴 가장 좋은 방법을 고민하던 신하들은 먼저 연필ㆍ창 등 다양한 사물을 이용해 다른 물건의 길이를 가늠해 본다.(사진 2) 이와 함께 어린이들도 연필로 자기 팔 길이 재기, 길이 재는 도구 만들기, 자의 눈금 읽기 등의 활동을 이어 나가게 된다.

수학에 예술과 과학ㆍ기술 등의 여러 분야를 접목한 STEAM 교육 방식도 이번 교과서에 새로 적용됐다.

예로 2학년 '길이 재기' 단원의 맨 끝부분에는 음악과 수학을 더한 '유리병 실로폰 만들기'가 소개된다. 서로 다른 높이의 물이 담긴 유리병을 일렬로 늘어 놓고 동요를 연주하는 활동이다.

올해까지 2학년이 배운 '세 자리 수의 덧셈과 뺄셈'ㆍ'분수'가 내년부터 3학년으로 넘어가는 등 학습량을 줄인 점 역시 큰 변화라고 강 교수는 덧붙였다.

입력시간 : 2012/12/04 15:3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