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논술/책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97건
- 2006.10.01 ''궁''에 관한 여러 가지 궁금증 풀어준 책,''궁''(오마이)
- 2006.09.16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아지똥>·<똥 밟을 확률>(오마이2006.8.14)
- 2006.09.09 괭이부리말 아이들
- 2006.08.21 6월 19일 글쓰기 교실-''3년간의 ‘길고도 짧은 여행’(한겨례2006.6.19)
글
<왕의 남자> 환관 김처선, 사실은 이랬다
[서평] '궁'에 관한 여러 가지 궁금증 풀어준 책, <궁>
강임수(kis941113) 기자
ⓒ 고래실
지난 5일(일),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경복궁에 다녀왔다. 봄맞이 축제로 줄타기 공연을 한다기에 큰맘 먹고 나섰다. 영화 <왕의 남자>에 등장했던 광대가 직접 공연한다고 해서인지, 근정문 마당은 모처럼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람은 많고 객석은 따로 마련되지 않아, 공연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근정전으로 들어섰다.
근정전은 따뜻한 봄 햇살을 쬐려는지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경복궁을 몇 번 다녀갔지만 열린 문을 통해 내부를 볼 수 있던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구멍 난 창호지나 문틈으로 훔쳐 보듯 했던 것이다. 경복궁 좌측문을 지나 경회루에서 잠시 쉬고 다시나와 교태전과 자경전을 둘러보았다. 교태전과 자경전의 뒤뜰 굴뚝과 담장은 우리의 발걸음을 오래도록 머물게 했다.
교태전은 왕비가 쓰는 침전으로 임금이 거처하는 강령전 바로 뒤에 위치한다. '교태'는 부부가 만나 아이를 잘 낳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교태전 뒤뜰 아미산은 왕비를 위한 작은 언덕으로 중국 산동성에 있는 아름다운 산 이름에서 따왔다. 경회루를 만들 때 파낸 흙으로 쌓았다고 한다. 갖가지 꽃과 작은 나무들을 심은 뒤, 꽃담을 아기자기하게 쌓아 아름답게 만들었다. 마니산에는 불가사리 문양이 새겨진 예쁜 굴뚝이 있다. 불가사리는 쇠와 불을 먹는 상상의 동물이다. 그래서 불가사리 문양을 새겨 불이 나지 않기를 바랐다.
▲ 자경전 꽃담(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 p18)
ⓒ 문학동네
이처럼 아름다운 궁에서 왕과 왕의 가족들은 어떻게 생활했을까? 또 그들이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아보는 책이 <궁>이다.
임금님을 모시는 궁녀 100명, 왕비를 모시는 궁녀 100명, 세자를 모시는 궁녀 60명, 대비를 보시는 궁녀 100명, 임금님의 후궁을 모시는 궁녀까지 모두 합하면 궁 안에 500여 명이나 궁녀가 있었다. 그들은 밥과 빨래, 청소는 물론이고 아기도 돌보았다. 궁녀들은 아주 세분화된 업무를 맞았는데 당시로써는 유일한 전문직업여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궁녀들은 전문 분야에 따라 하는 일이 달랐다. 예컨대 지밀궁녀는 임금님이나 왕비 마마가 잠을 자는 곳인 지밀에서 일하였다. 바느질을 하는 침방의 궁녀는 침방궁녀, 자수를 놓는 수방의 궁녀는 수방궁녀라고 하였다. 부엌인 소주방, 빨래방인 세답방, 과자를 만드는 생것방, 세숫물 끓이는 세수간, 먹고 난 밥상을 물리는 퇴선간에서 일하는 궁녀들도 있었다."
드라마 <대장금>막?인해 조선시대 궁녀들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달라지는 했지만, 궁에 사는 궁녀라고 하면 왕가의 하녀 정도로 격하시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금시대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좀 다르게 인식된다. 예를 들어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요리사라든지, 수행원, 의사,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사라고 한다면, 그 분야의 최고를 자랑하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따져 살펴보면 궁녀들의 위상을 하찮게 볼 수 없다.
사실, 당시 정식 궁녀들은 하녀를 거느리기도 했을 정도였다. 어린 나이에 입궁을 한 '각시' 궁녀는 약 15년 동안 공부를 해야 정식 궁녀인 '나인'이 될 수 있었다. 궁녀들은 월급으로 쌀과 콩, 북어를 받았다. 나인이 처음 받는 월급은 쌀이 네 말, 콩이 한 말 다섯 되, 북어가 열세 마리였다. 거기에 상여금까지 합하면 1년 동안 곡식으로 열 섬이 넘는 재산을 모을 수 있었다. 당시, 농민들 대부분이 1년 동안 열심히 농사지어도 순 수입으로 곡식 열 섬을 남기기란 매우 힘들었다. 그러니 조선 시대의 궁녀들은 사실상 고소득 직장인이었던 것이다.
환관 역시, 대전, 중전, 동궁, 대비전 등에 따로 소속되어 있었다. 대전에 50명, 중전에 10명, 동궁에 20명, 대비전에 10명이 있었다. 이들은 정식 환관이었다. 정식 환관 외에 예비환관으로 '소환' '소천시'까지 200여 명이 되었다. 정식 환관은 궁밖에 따로 가정이 있었고 결혼도 했다. 또 자녀도 두었는데 날 때부터 고자이거나 다른 요인 때문에 고자가 된 아이들을 양자로 삼았다. 같은 처지에 놓인 환관부자는 서로의 고통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친부모 이상으로 자녀에 대한 사랑과 효심이 돈독했다.
요즘 흥행하고 있는 <왕의 남자>에서 환관 김처선이 등장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환관 처선은 왕을 부추겨 광대를 궁 안에 들인다. 광대들의 공연을 통해 썩은 권력자들의 비리를 폭로하여 왕권을 세우려 했다. 그러나 연산군의 폭정이 도를 넘자, 보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러나 이것은 극화한 것이고 이 책에선 좀 다르다.
김처선은 연산군 때의 승정색이야. 연산군이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하자, 김처선은 매번 정성을 다해 바른말을 하였어. 연산군은 마음속으로 불쾌하였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단다. 김처선이 원로 환관이었기 때문이야.
어느 날 연산군이 궁중에서 가면놀이를 하면서 못된 짓을 많이 하였어. 이때 김처선은 바른말을 하다가 죽을 결심을 하였지. 김처선은 식구들에게 "오늘 나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라고 말하고는 궁궐에 들어가 거리낌 없이 말하였어.
"늙은 저는 네 임금님을 섬겼습니다. 경전과 역사책을 대량 보았지만 역사상 상감마마처럼 하신 임금님은 없었습니다."
연산군은 화가 나서 활로 김처선을 쏘았어. 화살이 갈빗대에 맞았는데도 김처선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였어.
"조정의 대신들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늙은 환관이 죽음을 두려워하겠습니까? 다만 상감마마께서 오래도록 임금 노릇을 하시지 못할 것 같아 한스럽사옵니다."
연산군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또 활을 쏘았어. 김처선은 다시 화살에 맞고 쓰러졌지. 김처선은 죽어 가면서도 바른말을 그치지 않았어. 김처선은 이렇게 죽었지만 조선 시대의 가장 훌륭한 환관이로 칭송을 받았단다.
이렇듯 궁에서 일하는 궁녀나 환관들은 각각 결혼을 못하거나 자식을 낳지 못하는 아픔을 갖고 있지만, 궁에서 하는 일에 대한 전문성과 그에 따른 일정한 지위와 품위를 유지하려 했다.
이 밖에도 이 책은 왕과 왕의 가족의 일상과 일생을 동화형식과 설명글로 재미있게 잘 정리해 놓았다. 그러는 사이사이 그들을 도와 일을 하는 여러 관직들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꾸며졌다. 또 첫 장에 두 페이지를 연결하여 접어 만든 경복궁 조감도로 글 내용을 읽으면서 위치를 확인 할 수 있다. 끝 부분 '나오는 말'에서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운궁, 경희궁, 인덕궁, 덕수궁, 수강궁, 인경궁 등에 대해서 역사적 배경을 따로 정리하고 있어, 분간이 어려웠던 궁 이름에 단 번에 정리할 수 있다.
<궁> 읽고 찾아간 경복궁은 다른 때와 달리 한 눈에 들어 왔다. 매번 새로웠던 근정전, 경회루,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 자경전의 이름이 익숙했고 그 곳에서 이루어졌던 일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그래서 신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아이에게 설명하는데, 실상 아이는 내 설명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다음에 경복궁을 찾을 땐, 이 책을 아이에게 꼭 읽게 하여 아이를 가이드로 삼을 생각이다.
'논술 >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나, 그리고 희망은 있다 (오마이) (0) | 2006.10.01 |
---|---|
서평-꼬마 파브르, 웅태의 벌이야기(오마이) (0) | 2006.10.01 |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아지똥>·<똥 밟을 확률>(오마이2006.8.14) (0) | 2006.09.16 |
괭이부리말 아이들 (0) | 2006.09.09 |
6월 19일 글쓰기 교실-''3년간의 ‘길고도 짧은 여행’(한겨례2006.6.19) (0) | 2006.08.21 |
설정
트랙백
댓글
글
| ||||||
"엄마, 똥을 싸면 방구가 나오고 똥 먹는 아이도 있대." "서현아, 엄마가 똥 얘기 하지 말랬지? 자꾸 그러면 사람들이 싫어해." 내 친구와 그 딸이 나누는 대화의 일부다. 아이들은 이상하게 똥 얘기를 좋아한다. 엄마들은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시작하면 괜히 민망해진다. 지저분한 이야기를 일부러 밥상머리에서 늘어놓는 아이도 있으니 왜 그럴까 궁금하기도 하다. 책 읽기는 싫어하고 이런 괴짜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두 권의 똥 이야기로 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해 보면 어떨까? 한 권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동화 <강아지똥>이고 또 한 권은 똥 이야기를 하면서 수학적 개념을 전달하는 외국 동화책 <똥 밟을 확률>이다. 아이에게 세상의 가장 낮은 목소릴 들려주자
너무 슬픈 강아지 똥이 어느 비 오는 날 만나게 된 것은 바로 민들레 싹이다. '너는 뭐니?' 하고 묻는 강아지 똥에게 민들레 싹은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라고 대답해 준다. "얼마만큼 예쁘니? 하늘의 별만큼 고우니?" "그래, 방실방실 빛나." "어떻게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니?" "그건 하느님이 비를 내려 주시고, 따뜻한 햇볕을 쬐어 주시기 때문이야." "그래애… 그렇구나…." 강아지 똥은 부러운 마음에 한숨만 나온다. 그러자 민들레 싹이 이야기한다. 자기가 꽃을 피우려면 한 가지 꼭 필요한 것이 있다고, 그건 바로 거름이 되는 강아지 똥이라고 말이다. 강아지 똥은 자기의 몸을 고스란히 녹여 민들레 싹을 키우고 예쁜 꽃을 피운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존재일지라도 나름대로의 쓸모와 가치가 있다는 사고를 담고 있다. 원래는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아이가 읽으면 좋을 정도의 글자수를 갖고 있지만 어른과 청소년이 읽어도 감동적이다. 세상의 가장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선량한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게 하여 아이들의 정서 교육에 도움이 된다. 과연 '똥 밟을 확률'은?
"젖소가 만드는 것: 우유와 쇠똥. 우유는 괜찮아요! 누구나 마시니까요. 하지만, 쇠똥은… 둘 중에 하나: 목장에 떨어질 때와……길에 떨어질 때. 목장에 떨어지면 괜찮아요! 그러나 길에 떨어지면… 둘 중에 하나: 사람이 없을 때와……사람이 있을 때." 책은 이런 식으로 두 가지 경우의 수 중 어떤 쪽으로 가게 되는가에 따라 일의 상황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쇠똥이 목장과 길 중 어디에 떨어질까? 길에 떨어지면 사람이 지나가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될까? 사람이 지나가지 않으면 괜찮지만 사람이 지나갈 경우에는 또 두 가지의 경우가 발생한다. 사람이 가게 되면 다시 두 가지의 경우다. 쇠똥을 볼 경우와 못 볼 때. 사람이 쇠똥을 보면 다행이지만 못 보면 다시 또 두 가지의 가능성이 열린다. 옆으로 지나갈 때와 앞으로 지나갈 때.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은 결국 똥을 밟게 된다. 이럴 때가 바로 '똥 밟을 확률'이 되는 것이다. '확률'이라는 수학적 개념은 아이들이 생각하기에 어려운 단어인데다가 자칫 하면 딱딱한 설명으로 얘기해 주기 쉽다. 이 책은 이렇게 어려운 개념을 재미있는 똥 이야기와 '똥을 밟을 확률'로 이야기하여 아이들의 흥미를 끈다. 책의 마지막에는 총괄적인 정리와 화살표로 사람이 똥 밟을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그려 놓았다. 아이에 따라 책 읽기를 귀찮아하고 싫어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런 아이에게 그들이 흥미로워하는 소재를 다룬 책으로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관심을 유도해 보자. 그러면 아이들은 책이란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아주 흥미진진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
'논술 >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꼬마 파브르, 웅태의 벌이야기(오마이) (0) | 2006.10.01 |
---|---|
''궁''에 관한 여러 가지 궁금증 풀어준 책,''궁''(오마이) (0) | 2006.10.01 |
괭이부리말 아이들 (0) | 2006.09.09 |
6월 19일 글쓰기 교실-''3년간의 ‘길고도 짧은 여행’(한겨례2006.6.19) (0) | 2006.08.21 |
다르게 읽기 깊이 보기-''아빠! 나 새아빠가 생겼어요''(한겨례2006.6.19) (0) | 2006.08.21 |
설정
트랙백
댓글
글
'논술 >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궁''에 관한 여러 가지 궁금증 풀어준 책,''궁''(오마이) (0) | 2006.10.01 |
---|---|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아지똥>·<똥 밟을 확률>(오마이2006.8.14) (0) | 2006.09.16 |
6월 19일 글쓰기 교실-''3년간의 ‘길고도 짧은 여행’(한겨례2006.6.19) (0) | 2006.08.21 |
다르게 읽기 깊이 보기-''아빠! 나 새아빠가 생겼어요''(한겨례2006.6.19) (0) | 2006.08.21 |
나무 의사 큰손 할아버지 (1) | 2006.07.30 |
설정
트랙백
댓글
글
|
'논술 >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아지똥>·<똥 밟을 확률>(오마이2006.8.14) (0) | 2006.09.16 |
---|---|
괭이부리말 아이들 (0) | 2006.09.09 |
다르게 읽기 깊이 보기-''아빠! 나 새아빠가 생겼어요''(한겨례2006.6.19) (0) | 2006.08.21 |
나무 의사 큰손 할아버지 (1) | 2006.07.30 |
책-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0) | 2006.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