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서술형문제 '외워 풀 생각마라'
서울교육청, 유형·모범답안 제시… 학교선 "평가 쉽잖다" 우려도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 짐바브웨의 음료수 한잔 가격은 2억8,000만 짐바브웨달러다. 짐바브웨에서 음식값을 지불하려고 수십 다발의 지폐 묶음을 건네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다. <신문 기사>

문제= 위 기사에서 추론할 수 있는 경제학적 용어와 이런 상황에서 예상되는 채무자의 행동은 무엇인지 서술하시오.(7점)

모범답안= 인플레이션 또는 초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화폐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채무자는 채무상환을 연기하려 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1일 공개한 '서술형 평가 장학자료집'에 수록된 고교 1학년 일반사회의 예시 문항이다. 이 자료집은 대폭 변경된 서술형 문제 유형과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단편적 지식 암기에 치중했던 학교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 서울지역 초등학교(3~6학년)와 중고교의 내신시험 문항의 30% 이상을 서술형으로 출제토록 했다. 내년에는 서술형 문항이 40%로, 2012년은 50%로 각각 확대될 예정이다.

서술형 문제의 채점 기준에 따르면 깊이 있는 이해와 풍부한 표현력이 고득점의 비결로 꼽힌다. 이전처럼 교과서만 외우면 정답을 쉽게 써낼 수 있는 문제는 가급적 출제하지 않도록 했다.

고교 수학에서는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전에 오른 축구 대표팀의 승점을 구하고 이유를 설명하는 문제가 예시문항으로 제시됐다.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를 통해 수학적 사고력과 논리력을 측정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각종 문학 작품의 내용을 숙지하거나 외워야 풀 수 있었던 괄호넣기식 단답형 문제 대신 모방시를 창작하도록 하는 문제도 제시됐다. 특정 시를 지문으로 제시한 뒤 시의 흐름과 주제와 형식을 고려해 새롭게 창작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사회 과목의 경우 신문 기사와 광고 등을 이용한 예시 문항들이 많았다. 실업문제를 다룬 신문의 사설과 만화를 제시한 뒤 경제적 용어와 예상되는 경제현상을 설명하라는 식이다.

시교육청 측은 "다양한 소재의 문항으로 서술형 평가를 실시해 학생들의 창의력을 계발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혼선이 예상된다.

서울 A중 김모 사회 교사는 "현행 수업 방식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점이 많고, 사회 현상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는 데 정답을 정형화해 평가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채점 기준에 대한 논란도 우려된다. 서울 B고의 이모 교사는 "채점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최고점과 최저점은 피하고, 두루뭉실하게 중간 점수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서술형 평가를 위해선 문항의 질문이 분명하고 구조화돼야 하는 데 일선 학교에서 시행하기엔 준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시교육청은 4월말까지 교사연수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 교수-학습 방법의 개선이 이뤄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입력시간 : 23:46:27

[수도권III] [배우고 즐기고] 부모가 책 읽어준 집에서 '독서왕' 나온다

입력 : 2010.01.11 02:43

성남시도서관 선정 '책 읽는 가족'
도서관을 집처럼 여겨 다독보다 정독이 중요 가족화합에도 큰 도움

성남시의 5개 공공도서관은 매년 상·하반기 2회에 걸쳐 '책 읽는 가족'을 선정한다. 한국도서관협회와 공공도서관이 가족독서운동 캠페인의 일환으로 독서량 등 도서관 이용이 우수한 가족을 시상한다.

작년 12월 선정된 2009년 하반기 성남시 '책 읽는 가족'들에게 도서관 이용에 대해 물었다. 이들에게 독서는 습관이자 생활이었다. 도서관을 제 집 드나들듯 했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하도록 했고, 자녀교육에 도서관을 십분 활용하고 있었다.

지난 8일 오전 성남시 수정도서관이 선정한‘책 읽는 가족’인 이익재씨·박선희씨·이윤서군(오른쪽부터) 가족이 윤서군이 다니는 상원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 이석호 기자 yoytu@chosun.com

책으로 호기심 키우는 윤서네 가족

박선희(41·주부)씨 가족은 다독(多讀)보다는 "활발하고 현명한 도서관 이용"(구미도서관) 덕분에 '책 읽는 가족'에 선정됐다.

박씨는 외아들 윤서(9·상원초2)군과 함께 주 3회 정도 수정도서관을 찾는다. 다른 '책 읽는 가족'보다 대출 권수(106권)는 많지 않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도서관을 배움터로 활용한다. 윤서군은 작년 하반기 또래들과 함께 '독서회'에 참여했다. 작품 전후 예상해 보기, 낱말 퍼즐 등 독후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도전 독서왕' 행사에서도 2번이나 독서왕을 거머쥐었다. 박씨의 경우는 동화구연을 배웠다. 새해엔 유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봉사모임에 참여할 계획이다.

박씨는 윤서에게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줬다. 언젠가부터 윤서 스스로 책을 보기 시작했고,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엄마를 찾았다고 한다. 한글도 그림책을 보며 배웠다. 스스로 책을 보며 호기심을 키운 것이다. 학교도서관, 이동도서관, 주민센터 도서관까지 이용하는 윤서는 1주일에 30권 정도, 박씨는 아동도서를 포함해 7~8권을 읽는다.

"윤서는 한번 책을 잡으면 중간에 놓는 걸 싫어해요. 밥 안 먹고 책 보고, 외출해야 할 때도 준비 안 하고 읽어서 사실 고민이죠. 책을 볼 땐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윤서가 책에 빠지면 집중을 잘 하는 탓에, 박씨가 "3학년 올라가면 시간을 조절하면서 책 읽는 습관을 길러야겠어요"라고 걱정할 정도다.

박씨는 새해 첫 도서로 '5가지 사랑의 언어'란 책을 골랐다. "부부 대화법에 관한 책이에요. 지난 1년을 남편과 아이와 나눈 대화를 돌이켜보며 빌렸어요."

"토·일요일은 도서관이 우리집"

이진(40·주부)씨 가족은 매주 토·일요일 구미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한다. 오전 9시쯤 남편 김광진(42·회사원)씨, 아들 김남효(9·미금초2)군, 딸 김지효(8·미금초1)양과 함께 도서관에 가면 저녁식사 전까지 내내 책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주말 스케줄'도 벌써 3년째다.

"남효가 5살 때부터 곤충에 푹 빠졌는데, 도서관에서 곤충에 관한 책은 전부 빌려다 줬어요. 워낙 책을 좋아해서 지겨워하지도 않아요."

아직 어린 지효는 얇은 동화책 위주로 1주일에 30~40권을, 남효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두꺼운 중학생 서적 등 1주일에 10권 정도를 소화한다. 이씨는 "학원에서 배울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해 학원은 다니지 않는다"며 "한글부터 직접 가르쳤고 아이의 관심거리 중심으로 책으로만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 김씨도 '독서 애호가'다. 일찍 퇴근한 날은 저녁을 먹고 구미도서관에서 2~3시간 책을 읽은 뒤 밤 10시쯤 집에 오곤 한다. '책 읽는 아버지'로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이씨 가족 4명이 지난 6~11월 대출한 책만 520여권. 구미도서관 여은미씨는 "국내도서와 외국도서의 이용이 매우 균형적이고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는 점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책을 통해 아이가 변화한다"

손승엽(15·샛별중2)·손승준(13·초림초6)군, 손유진(8·초림초1)양 등 2남1녀를 거느린 윤경란(42·주부)·손원우(42·치과의사)씨 부부는 주말에 온 가족이 분당도서관에 놀러가 1인당 6권씩(자녀 2명 이하는 대출 한도가 4권) 총 30권을 한꺼번에 빌린다. "무겁지 않냐"는 질문에 "한꺼번에 빌리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윤씨는 책을 빌릴 때 '권장도서' 목록을 주로 참고한다. 학교와 인터넷을 통해 얻은 목록을 중심으로 대출해 읽어본 뒤 자녀에게 추천한다. 재미있는 내용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동생들에게도 추천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작품을 직접 빌려다주기도 한다.

윤씨는 "아이들은 책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변화한다"고 말했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라는 환경 도서를 읽은 아이들이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는 날 스스로 "분리수거를 잘 해야겠다"며 앞장서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수내동 집에서 분당도서관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가족 5명이 운동삼아 걸어가곤 한다. 아이들의 운동시간이자, 얼굴 보는 시간이 적은 남편과 아이들의 대화시간이기도 하다.

윤씨는 자녀들에게 읽는 책을 목록으로 정리하도록 했다. 맏이 승엽이는 학교에서 준 독서노트를, 승준이와 유진이는 통장 모양으로 생긴 '독서 통장'을 이용해 책 제목과 완독 여부를 표시한다.

"처음엔 애들 데리고 도서관 가서 책 빌리고 읽고 하는 게 쉽진 않은데, 계속 하다보면 놀러간다는 생각이 들고 습관이 되더라고요. 도서관이 가까이 있어서 너무 고마워요."

개구리로 변한 선생님, 황새로부터 보호하라
[함께 읽을 책]
박종국 (jongkuk600)

바람결이 서늘해지자 생활자체에 자투리가 많아진다. 때문에 책에 손이 자주 간다. 하여 괜히 날씨 탓하며 밀쳐 두었던 책들을 꺼냈다. 더러 손때가 묻어 두툼해진 책도 있었지만, 사왔던 그대로 펼쳐보지 않는 책이 숱하다. 그 중 하나가 <개구리 선생님의 비밀>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듯이 그 자리에서 단박에 읽었다. 느낌이 유달랐다.

<개구리 선생님의 비밀>은 어떤 책일까? 초등학교 4학년 정도면 재미로 읽을 수 있는 '환상동화'다. 환상동화는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들이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마음대로 넘나들며 모험과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 책에는 '개구리'로 변하는 프란스 선생님과 '황새'로 변하는 클라퍼 선생님, '나비'로 변하는 수잔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의 비밀을 지키려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좌충우돌로 펼쳐진다.

<개구리 선생님의 비밀>은 어떤 책일까?

<개구리 선생님의 비밀> 본문 중
ⓒ 푸른나무
동화

개구리 선생님 프란스는 5학년 a반 담임으로,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참 좋은 선생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머릿속에서 개구리 생각만 하면 금세 '개구리'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란스 선생님은 이 비밀을 5학년 a반 아이들에게만 얘기한다.

"얘들아, 선생님에겐 비밀이 하나 있단다. 그 비밀은 꼭 지켜줘야 한다. 사실 난 머릿속에 개구리 생각을 많이 하면 얼굴이 파래지고, 물갈퀴가 생기고, 개굴개굴 우는 개구리로 변한단다. 그리고 내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려면 파리를 먹어야 해"라고.

순간, 아이들의 두 입술은 사이가 나쁜 친구들이 서로 편을 가르듯 좍 벌어진다. 그런데 가끔 개구리가 된다는 프란스 선생님은 놀라서 입이 벌어진 아이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라져 버린다. 과연 선생님 말씀은 정말일까. 짝사랑에 가슴 아픈 지타, 늘 빈정거리기만 하는 데니스, 빨간 머리 겁쟁이 보우터가 '개구리 선생님 보호 작전'을 벌인다. 이 소동으로 집게 초등학교는 왈칵 뒤집어진다.

선생님의 비밀. 좋아하는 담임선생님이 개구리로 변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충격'이었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의 비밀을 지켜준다. 서로 힘을 합쳐 좌충우돌 '개구리 선생님 보호 작전'을 펼친다. 거기다가 황새로 변하는 교장 선생님이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갈등과 위기의 순간으로 치닫는다. 황새가 개구리로 변한 선생님을 잡아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들과 선생님은 힘과 지혜를 모아 위기를 잘 극복하게 되지만, 이 책은 시종일관 궁금증을 자아내며 마지막까지 반전을 숨겨놓고 있다.

개구리로 변하는 선생님, 참 재미있는 설정

프란스 선생님 개구리로 변하고, 클라퍼 교장 선생님이 황새로 변하고, 수잔 선생님이 나비로 변한다. 뿐만 아니다. 클라퍼 선생님은 프란스 선생님을 미워한다. 그래서 클라퍼 선생님은 황새로 변해서 개구리로 변한 프란스 선생님을 잡아먹으려고 한다. 그러다가 황새 클라퍼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붙잡혀 영영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푸른 동물보호소로 보내진다.

이 이야기를 읽는 아이들은 프란스 선생님이 개구리로 변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유전적인 것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일까? 선생님을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할까? 또한 교장 선생님이 황새였고, 프란스 선생님이 좋아하는 수잔 선생님이 나비로 변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 책 속의 지타와 보우터, 데니스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일 거다. 그래서 개구리 선생님을 지켜내기 위해서 발 벗고 나서지 않았을까?

그런데 착한 것 바른 일만 일깨우려는 선생님이 어느 순간 개구리로 변한다는 것은 정말 '기발한 발상'이다. 더구나 끊임없이 프란스 선생님을 괴롭히는 클라퍼 교장 선생님이 하필이면 황새로 변해서 어딜 가나 원수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들과 담임을 괴롭히는 황새를 몰아내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결국 특이한 황새는 동물협회에 보내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황새에게 개구리를 먹이로 주면 안 된다'는 금기사항이 적힌 쪽지와 함께.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책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아이들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조그만 개구리로 변하는 선생님을 보호할 수 있고, 위험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다는 뒤바뀐 위치 때문에 더욱더 아이들을 의기양양함으로 몰고 갈 수 있었다. 개구리로 변한 담임선생님을 변신시키기 위해 파리 잡는 것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을 상상하면 너무 재밌다.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림 하나하나에도 아이들의 순수한 표정과 익살이 그대로 나타난다.

아이들이 판타지동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 '재미'에 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환상과 모험의 세계를 마음껏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과 악의 대결이 있고, 반드시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반드시 승리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환상세계는 어렵고 힘든 상황을 잊게 해줄 뿐만 아니라 다시 현실로 되돌아왔을 때 세상을 살아갈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개구리 선생님의 비밀>이 바로 그런 지평을 열고 있는 환상동화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었으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만약, 오늘 하루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변할 수 있다면 어떻게 변하고 싶은가? 사슴? 토끼? 사자? 호랑이? 그렇잖으면 여자로? 남자로?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과 용기를 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종국 기자는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현재 창녕부곡초등학교에서 6학년 아이들과 더불어 지내고 있으며, 다음 블로그 "배꾸마당 밟는 소리"에 알토란 같은 세상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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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제대로 키우기]지능 발달시키는 후천적 환경들
입력: 2008년 09월 08일 15:09:27
인간의 지능이 태어날 때부터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는 유전결정론자와는 대조적으로 환경결정론자들은 지능이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능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으로 △출산 환경 △지위 환경 △과정 환경의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출산 환경’이란 지능발달과 관련된 임신 및 출산 환경을 의미한다. 산모의 건강 상태가 나쁘거나, 산모의 병이 태아에게 옮겨졌거나, 산모가 임신 중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비정상적인 상태는 태아의 뇌 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조산인 경우나 쌍생아로 태어나는 것도 뇌 발달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는 태아의 양육 환경이 좋지 못하거나 영양 상태가 불량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또 태아기 때의 영양 상태도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산모가 먹는 음식량이 부족하거나, 단백질이나 비타민이 부족하면 임신 7개월 때부터 형성되는 뉴런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낮은 지능의 원인이 된다.

지능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지위 환경’이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수가 자녀의 지능과 관련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수는 부모의 직업, 교육 수준, 수입에 따라 매겨지는데 전문직이나 관리직의 경우에는 그 지수가 높고, 노동직이나 비숙련직의 경우에는 낮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회경제적 지수가 높은 부모일수록 자녀의 지능 발달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는 그들의 교육 수준이 높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가 많고 수준 높은 대화가 오고 가며, 또 경제적인 여유로 좋은 교육적 환경을 조성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능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 환경’이란 부모와 자녀 사이에 오고 가는 상호 관계의 양과 질, 그리고 교육적·문화적 환경을 말한다. 상호 관계의 양과 질은 부모와 자녀 간에 오고 가는 대화와 행동을 의미하는데, 부모가 자녀와 함께 사용하는 단어의 수가 많고 수준 높은 단어를 사용할 경우, 상세하고 정교한 표현을 할 경우에 자녀의 지능 발달에 도움을 준다. 또 질책과 금지가 많고 권위적이며 대화가 적은 독재형 가정에서 자라는 것보다 부모와 자녀 간 빈번한 상호 교류가 이루어지는 민주적 양육 가정에서 자라면 지능 발달에 훨씬 긍정적임이 입증되었다.

또 다른 과정환경에 해당하는 교육·문화적 환경은 학습과 관련된 환경을 의미한다. 접하는 교육 자료의 수준이 높고 양질인 경우, 활용할 수 있는 학습 시설이 좋고 풍부할 경우,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을 경우, 훌륭한 교사의 지도를 받을 경우, 지적 자극과 도전을 주는 풍부한 문화적 환경에 살 경우 지능 발달이 극대화된다고 한다.

지능의 근원에 대해서 유전론자와 환경론자 간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는 마치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를 논하는 것과 같이 의미 없는 논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변화시킬 수 없는 유전의 영향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좋은 환경을 조성해 어떻게 하면 타고난 지능을 최대로 발달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지능 형성과 발달에 좋은 환경이란 좋은 태내 환경, 부모와 자녀 간 상호 대화가 있는 가정, 좋은 시설과 양질의 교육 자료가 있는 학교, 훌륭한 교사로부터 교육 받는 것들이 해당한다.

제 공 :


<오영주 | 한솔영재교육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