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행복해 보이나요?”

등록 :2017-10-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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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조민영의 색개
화려해서 더 슬픈 푸들 두 마리
사랑이란 이름으로 꾸민 이기심
형형색색의 ‘염색을 당한’ 푸들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인형처럼 예쁘고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건 과연 누구를 위한 치장인지 묻고 싶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천만을 넘어섰다. 하지만 반려견과 함께하는 생활에 대한 인지 부족이 곳곳에서 목격되는 요즘이다. 외모 지향적인 무분별한 입양,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사육 방식, 방치 등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로 나타난다. 유기견 수가 매년 증가한다. 나는 유기견 수를 줄이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실마리는 우리가 과연 준비된 반려인인지 묻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버려진 슬픈 얼굴을 한 아이들의 얼굴을 그리는 작업을 해왔다. 구원을 호소하는 가슴 아픈 눈빛이 주는 메시지를 읽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유기견의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했다.

이 두 작품의 메시지는 ‘물음’이다. 화려한 색채와 터치는 그 물음에 대한 힌트다. 푸들은 럭셔리한 품종의 개로 상징된다. 가벼운 몸으로 춤추듯 걷는 걸음걸이와 화려한 몸단장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푸들은 원래 사냥개였다. 영리하고 활기찬 성격 덕에 훈련하기 좋은 견종이라 애견용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개량을 통해 소형화되었고, 무리하게 작게 개량된 탓에 천성적으로 관절 건강이 좋지 않다.

그림 속의 푸들 두 마리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행복해 보이나요?’ 사랑은 한쪽만 행복한 게 아니라 같이 행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묻는 듯하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companion_animal/814453.html?_fr=st3#csidx9b7e16c31673002a781208e41c41065

"버려진 병뚜껑, 사람과 사람 이어주는 연결고리"

입력 : 2017.10.10 03:01

[아프리카의 세계적 현대미술가 엘 아나추이, 한국 첫 개인전]

납작하게 누른 수천 개 병뚜껑, 실로 꿰매듯 구리선으로 연결
"예술에 무슨 제3세계가 있나?"

2007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팔라초 포르투니미술관 외벽이 황금빛 거대 설치물로 뒤덮였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연상시키는 작품의 정체는 아프리카 작가 엘 아나추이(73)의 '프레시 앤드 페이딩 메모리즈'. 납작하게 누른 위스키 병뚜껑 수천 개를 구리선으로 꿰매 옷감처럼 펼쳐놓은 작품은 세계 화단이 이 작가를 주목한 '사건'이 됐다. 2015년 아나추이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평생 공로 부문)을 수상했다.


지난달 하순 서울 소격동 바라캇 서울에서 만난 아나추이는 "작품으로 새 삶을 얻게 된 병뚜껑은 더 이상 버려진 것이 아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했다. "각 사람이 모이면 하나의 공동체가 되듯 버려진 병뚜껑들을 모아 하나의 힘으로 묶어주고 싶었지요." 아나추이는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 '엘 아나추이: 관용의 토폴로지'를 위해 내한했다. 대표작인 병뚜껑 설치물 3점과 판화 6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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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병뚜껑으로 작품을 만드는 아나추이는 “어떤 색의 병뚜껑을 줍게 될지, 얼마만큼의 양이 모일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내 작업은 마지막 순간까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웃었다. /오종찬 기자
아나추이는 가나에서 태어났다. 가나가 영국의 식민지일 때 태어나 서구식 교육을 받고 자란 그는 "항상 주위를 맴돌며 조국의 문화를 타인처럼 바라만 보는 사람이었다"고 고백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내가 태어난 땅, 아프리카의 문화에 대해 알고 싶다'는 열망이 샘솟았다. 대학 근처에 있는 국립문화센터를 방문하면서다. "아프리카 토속작가들이 자유롭게 전통 음악에 맞춰 춤추고 연주를 하는가 하면 직물을 짜거나 나무판에 조각을 새기며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는 "서구식 학교 교육을 받을 땐 예술은 눈으로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온몸으로 즐기며 자신을 표현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환경과 문화, 전통을 연결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병뚜껑, 나무 조각, 점토 등 주변에서 쉽게 보는 재료를 사용했다. "과거 인류가 동굴 안에서 살며 매일 마주한 벽에 그림을 그린 것처럼 저도 주변에 있는 것, 사람들 손길과 숨결이 닿았던 것을 사용합니다. 거기엔 왠지 DNA나 에너지가 남아 있는 것 같아서. 그것들로 작품을 만들면 사람 사이 연결고리가 생길 거라 믿었습니다."

2007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팔라초 포르투니미술관에서 선보인 ‘프레시 앤드 페이딩 메모리즈’.
2007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팔라초 포르투니미술관에서 선보인 ‘프레시 앤드 페이딩 메모리즈’. /바라캇 서울
알루미늄 병뚜껑과의 첫 만남은 90년대 후반 우연히 시작됐다. "공터에서 입구가 꽁꽁 묶인 포대를 발견했어요. 위스키 병뚜껑이 잔뜩 들어 있었지요. 무작정 작업실로 챙겨와 쳐다보고 만져보고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나추이는 버려진 병뚜껑을 납작하게 누른 뒤 직사각형을 만들거나 반으로 갈라 펼친 뒤 꼬거나 도형 모양을 만든다. 이들을 구리선으로 연결해 섬세하게 엮는다. 노랑·빨강·초록 같은 색상은 병뚜껑 색깔 그대로다. 위스키 병뚜껑은 가나가 식민지였을 당시 서구에 의해 아프리카에 술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물건이다. 노예 제도와 식민 시대를 은유하는 상징이다. 아픈 역사만 담은 것은 아니다. 아나추이는 "무역을 통해 술(병뚜껑)이 미국·아프리카·유럽 세 대륙을 연결했던 것처럼 내 작품 또한 지구촌 사람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주요 작품이 런던 영국박물 관, 파리 퐁피두센터 등에 소장돼 있다. 2004년 광주비엔날레에도 참여한 바 있는 아나추이는 회화·조각·건축 분야에서 이름난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프리미엄 임페리얼 국제 예술상' 수상자로도 최근 선정됐다. 아나추이는 "예술에 제1세계, 제3세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은 예술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26일까지. (02)730-1949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10/20171010001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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