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는 그림읽기(2)                                                                              

표현이란 무엇인가?

 

  안녕하세요, 황흥진 선생님입니다. 오늘은 표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우리와 같은 친구들의 작품을 소개하며 진행하겠습니다. , 지난 호의 괴물 같은 피카소의 그림 이야기는 이해가 좀 되셨나요? 피카소의 표현력 정말 대단하죠.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친구들 작품에서도 피카소와 다름없는 예술성과 창조성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모두가 창조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고요, 다만 표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올바른 이해만 있다면 이런 능력을 쉽게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귀뚜라미의 의미

 

색연필 '나'

 

선생님이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경험했던 안타까운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16년 전 선생님이 처음 근무하게 된 학교는 탄광마을의 어느 초등학교였는데요. 미술 전담교사였던 선생님은 여기서 한 학생을 만나게 됩니다. 첫날 수업에서 각자의 소개를 설문지에 기록하고 뒷면에 각자의 자유그림을 그리게 했는데 바로 이 그림 이었습니다. 무엇을 나타낸 그림인지 너무나 궁금해서 다음 주의 미술시간까지 참지 못하고 다음 날 아이를 미술실로 불러 물어 봤답니다. 4학년 여학생이었는데요 아빠와 단 둘이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고 탄광에 다녔던 아버지는 직장마저 실직되면서 거의 절망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자포자기의 절박한 상황을 귀뚜라미로 표현하였습니다. 자신이 어디로 뛸지 모른다는 것이었죠. 자신의 상황을 곤충으로 나타내는 4학년의 표현에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그 아이에게 미술 동아리활동을 권했고, 어떻게 도와줄 방법을 찾던 중 달쯤 흘렀나요, 그는 돌연 전학을 가고 말았습니다. 경북 어디론가 할머니 댁으로 가게 되었다고 했는데요. 아무튼 그는 무슨 드라마처럼 그의 그림처럼 떠나 버렸습니다. 그의 스케치북에 핸드폰 번호를 똑똑히 써 주었지만 아직까지 아무 연락이 없습니다.

 

 

그림으로 말하기

그런데 그가 그린 귀뚜라미는 무엇을 표현하고 있나요? 그의 그림은 귀뚜라미의 모습을 그리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표현이란 어떤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 경험, 의견을 그림으로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고무판화가정교육을 잘하자’   3학년 박아영

 

 

 

 

왜 이렇게 크게 그렸을까?

 

영화 로빙화 팔러가는 새끼돼지고아명

 

작품의 예를 하나 더 들어 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영화로빙화에 나오는 주인공 고아명이 그린 그림입니다. 가난한 농촌 살림에 고아명이 병까지 걸리자, 병원비가 급했던 아버지는 울먹이며, 아직 어린 새끼 돼지를 뗏목에 싣고 강건너 장에 팔러가는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려진 새끼 돼지의 크기를 한번 보세요. 새끼돼지를 사람보다 훨씬 더 크게 그린 이유는 뭘까요? , 비록 새끼돼지지만 아버지가 장에 가서 돈을 많이 받아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대상의 실재모습 보다,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나타내고 있죠. 이와 같이 좋은 표현이란 대상을 보이는 모습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마음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보이는 것과 생각하는 것

  

르네 마그리트

 

위 그림은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상상의 대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입니다. 이 그림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지금 그림 속의 화가는  대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신중하게 화면에 옮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가가 보고 있는 것과  그리고 있는 것이 우리의 상식을 깨고 있습니다. 분명 우리 눈에는 알이 보이는데요, 그는 하늘을 날고 있는 새를 그리고 있지요. 그는 알을 보면서, 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떠오르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화면에 담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알을 보면서 알을 그대로 옮겼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표현의 주인인 작가의 생각과 의견은 전혀 없고, 오로지 사물과 대상 그 자체에만 몰두하고 재현한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것은 생각하는 동물 인간의 활동이라기보다 대상을 그대로 복사하는 기계와 다름 아니죠 결과는 사진기보다도 훨씬 더 못할 겁니다.

   세상을 렌즈와 같은 눈으로 보지 말고, 우리의 가슴으로 바라보기를 권하는 마그리트의 을 다시 한번 새기면서 오늘의 표현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쉽고 재미있는 그림읽기>

'피카소의 예술세계'

 

 ‘어린이 강원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동해중앙초등학교에 근무하는 황흥진 선생님입니다. 반갑고요, 오늘부터 선생님은 여러분이 좋아하는 그림이야기를 4회에 걸쳐 함께 하려고 합니다. 목적은 누구나 보다 쉽게 미술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요, 또 여러분이 새롭게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면, 언니 누나 오빠 부모님께도 그림을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가이드가 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네요. 오늘은 그 첫 순서로 세계 미술사에 너무나 유명한 피카소의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해보겠습니다.

 

                       '거울 앞의 여인' 

 

 

피카소 그림은 괴물 같아요'

   '내 보다 훨씬 못 그린 것 같은데요!’

  선생님이 한번은 미술시간에 우리 반 친구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봤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화가는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라는 질문에 우리 친구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피카소를 가장 많이 대답 했는데요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그런데 그 다음 질문의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에는 거의 대답을 못했거나 유명 하니까요’ ‘책에 많이 나와서등 피카소의 작품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왜 유명한가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답니다.

  그러나 20세기 최고의 미술가 피카소는 우리가 배우는 모든 미술교과서에 소개되어 있고요, 어떤 통계조사를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화가로 뽑혔다고 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런 피카소의 작품에 대하여 우리 모두가 너무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3년 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피카소전이 열렸을 때 입니다. 관객의 대부분은 학생들이었는데, 선생님은 이 전시장에서 초등학교 4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와 엄마와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전시장의 몇 작품을 보더니

엄마, 피카소 그림은 괴물 같고요” “내 보다 훨씬 못 그린 것 같은데요!”

라며 너무나 직설적으로 말했고, 당황한 엄마는

그러니까 설명을 똑똑히 읽어 보란 말이야

라며 아이의 말을 피해 가는 듯 했습니다. 선생님도 얼른 그림 아래 설명을 읽어 보았지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아리송했고, 더군다나 우리 초등학생의 수준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암호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첫 이야기로 피카소의 작품을 함께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게르니카'

 

 

사실적인 표현에 대한 실망

  자, 그렇다면 피카소는 작품에 무엇을 표현하였기에 그토록 유명한 예술가가 되었을까요?

먼저 피카소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눈은 이쪽에, 귀는 저쪽에, 손이 아래에 있는가 하면 발은 꼭대기에 있고, 입은 오히려 그 아래 있기도 하며, 배꼽이 있어야 할 자리에 눈을 그려 넣는 상식 밖의 피카소 그림에 대하여 괴물이라고 한 그 아이의 평가는 너무나 솔직하였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피카소는 왜 이렇게 괴상한 모습으로 표현하였을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피카소의 초기 작품(10-20)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되겠네요. 한번 비교해서 살펴볼까요? 아래 그림을 보면 그의 초기작품인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피카소의 보통 작품과는 달리 지극히 사실적이고 정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피카소의 초기 젊은 시절에는 대상의 사실적인 표현을 통해 세상의 진실을 나타내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피카소는 20대 후반에 오면서 사실적인 기법으로는 더 이상 대상의 진실을 완전하게 표현할 수 없다며 좌절하고 고민에 빠진답니다. 사람의 눈은 한 면밖에 볼 수 없고, 따라서 전체가 아닌 부분만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이유를 그는 심각하게 본 것입니다.

 

 

                             피카소의 초기 작품들(10-20)

 

 

인간 감각의 무능함과 입체화의 탄생

  그러나 그는 또다시 그의 사랑하는 애인을 대상으로 하고, 완벽하게 화면에 담기 위해 캔버스 앞에 앉았습니다. 하지만 그 날도 역시 인간의 감각으로는 더 이상 대상을 만족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애인의 앞모습을 보면 뒷모습이 보이지 않고, 뒷모습을 보려고 돌아가면 다시 앞모습을 볼 수 없는 자신, 즉 인간의 시각은 한 면밖에 볼 수 없고, 이런 단면적 감각은 곤충의 더듬이 보다 못하다는 사실에 실망하게 됩니다. 그러나 피카소는 여기서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애인을 마주하고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애인의 주변을 빙 둘러 사방에 거울을 설치합니다. 바닥과 천정까지 거울을 설치한 그는 거울에 비친 그의 애인을 열정적으로 그려 나갔고 마침내 그는 한자리에서 애인의 위, 아래 좌, , , 뒤 모든 모습을 한 화면에 완성하게 됩니다. 이렇게 탄생한 그림은 일명 입체화로 불리게 되고 피카소만의 독특한 표현방식이 되었답니다.

 

                                           우는 여인

 

 

우리의 자화상

  그러나 피카소가 여러 시점의 모습을 한 화면에 겹치고 또 겹쳐 완성한 모습은, 삐뚤고 틀어지고 튀어나와 그 아이의 말처럼 괴물처럼 보이게 된 것이죠. 이것은 인간이 한 면 이상을 보지 못하는 열등함을 억지로 극복해보려는 오만과 욕심의 결과가 빚어낸 우리의 자화상이었습니다.

  이렇듯 피카소의 진정한 예술적 가치는 인간이 세상에 대하여 보다 겸손하기를 일러주고 비추어 깨닫게한 우리의 영원한 거울이 아닌가 합니다.                                                      

 

 

 

 

 

 

 

 

 

 

 

 

 

 

 

 

고무판화 '뱀과 꽃비'

 

 

행복하고 신나는 2013년을 비옵니다.

 

 

뱀(巳)

뱀은 허물을 벗는 속성 때문에 불사와 재생의 이미지를 가졌고 ‘업’과 ‘지킴이’ 등으로 불리며, 집안에 액운을 막아주고 풍요와 재물을 가져다주는 수호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집안에 구렁이와 함께 지내는 것을 든든하게 생각했으며 뱀이 집 밖으로 나가면 달래서 다시 집어넣기도 하였는데 이것은 바로 뱀이 복과 재물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꽃비(花雨)

마치 비가 오듯 하늘에서 꽃잎들이 떨어지는 모습입니다. 꽃비 그림은 우리의 민간신앙에서 행운과 축복을 불러들인다 하여, 집안에 시험을 치는 사람이 있거나 승진 또는 사업성공을 기도하며 부적으로  리 사용하였습니다. 

풍요와 축복의 마음을 담아 뱀과 꽃비를 고무판화로 표현하였습니다.

부디 행복 가득한 2013 계사년 새해를 기원합니다.

 

* 황샘의 세화 판화모두보기

2019기해년(己亥年) 좋은2019’

2018무술년(戊戌年) 행복2018’

2017정유년(丁酉年) 꼬끼요2017’

2016병신년(丙申年) 신나는2016’

2015을미년(乙未年) 을미만복

2014갑오년(甲午年) ‘2014신나고 행복하게

2013계사년(癸巳年) 뱀과 꽃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