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고 가는 아름다운 휴식공간..미술관 나들이 2006-10-10 | 조회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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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예술을 마신다, 소마미술관


높은 빌딩들 사이에 위치한 서울올림픽공원에 들어서면 마치 숨을 쉬는 듯한 나무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 길을 향해 난 푸른 잔디 위를 걷다보면 하나 둘씩 나타나는 조각 작품의 행렬이 맑은 숨을 더한다. 휴식 같은 공간,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곳은 바로 2004년 서울올림픽미술관을 새로이 단장한 소마미술관과 조각공원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조성된 공원에 문화올림픽 개념으로 올림픽 참가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설치한 것이 미술관의 시작. 그래서 재개관 이전에는 조각 위주의 전시를 주로 기획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의 제한은 결국 미술관이 정체되고 있다는 걱정으로 이어졌고, 학생들의 의례적인 단체관람 이외에 이렇다 할 특색을 드러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 이러한 인식이 ‘변화’의 필요성으로 이어지면서 지금의 소마미술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서울올림픽미술관의 약어이자, ‘신성한 몸’이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인 소마(SOMA)라는 이름은 올림픽공원이라는 장소적 특수성과 미술관의 컨셉트를 잘 반영하고 있다. 세계 5대 조각공원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동시에 운동부터 피크닉, 산책, 작품 감상까지 가능한 명실상부한 복합문화·복지공간이다. “소마미술관을 운영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몸이라면 소마미술관은 마음·정신이라고 자부합니다. 레저와 예술을 동시에, 그리고 몸과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는 곳이 소마미술관이지요.” 박윤정 책임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넓은 잔디밭 위에 전시된 다양한 작품, 사시사철 각종 야생화가 만발하는 야생화 언덕, 나무 향기 가득한 조각의 숲, 숨쉬는 나무를 닮은 듯한 미술관. 예술과 자연, 빠름의 활기와 느림의 여유를 동시에 즐기는 이곳은 진정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다(02-410-1060 www.somamuseum.org).

전시 …ing

9월4일까지 전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 가득 가여운 토끼와 험상궂은 사냥꾼의 그림이 가득할 것으로 추측해보지만, 사실 이 전시가 담고 있는 내용은 한국 현대미술의 상황에 대한 냉정한 선언과도 같다. 이 전시에서 ‘사냥’의 개념은 ‘미술’과 대립된다. 과거에는 사냥을 생존의 방편이요, 미술을 취미나 여가생활쯤으로 생각했지만, 현재는 이러한 개념이 뒤바뀌어 오히려 사냥이 특별한 취미처럼 되고 미술작업이 생존과 더욱 밀접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배고픔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예술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이 전시가 재미있는 것은 개인 작업을 위주로 개인주의와 물신주의를 강조해온 시각예술의 풍토에서 작가들의 ‘공동작업’에 주력하는, 협업에 새로운 제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협업에 참여한 팀은 모두 다섯팀. 재개발지역의 주택 철거에 미술을 개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결성된 집단 ‘막’은 가벼울 듯 불투명한 비닐막으로 노동 집약적 설치작품을 선보이며, 동갑내기 부부 작가들인 영상설치그룹 ‘뮌’은 지난 6월에 열렸던 한국 대 토고전의 월드컵 경기에서 경험했던 뜨거운 함성과 감동을 표현한다. 그 밖에 페미니즘 미술가 그룹 ‘입김’의 한복 치마 오브제, 한적한 골목길에서 바라본 서울의 풍경인 ‘최승훈+박선민’의 사진, 도시 문제를 주로 다뤄온 작가그룹 ‘플라잉시티’가 모아놓은 청계천 공구들이 협업의 사냥에 잡혀온 ‘토끼’들마냥 전시되어 있다. 토끼사냥을 위해서는 협업이 필요하다. 전시 제목에 대한 오해가 풀리는 순간이다.

찾아오는 길: 서울올림픽공원 내 위치.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1번 출구, 평화의 문에서 도보 200m. 주차 2시간 무료.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미로의 성에서 처음 만나는 자유, 서울대미술관 MOA


지난해 7월 완공, 올해 6월에 개관한 서울대미술관 MOA(museum of art)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건축물 그 자체다. 세계 유명 건축가로 잘 알려진 램 쿨하스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전시하고 있는 유명한 작품 못지않은 또 하나의 ‘예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입이 떡 벌어질 만한 건물 외관은 언뜻 보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유리 조형물 같다. 3층 전시실을 제외하고는 정확히 층을 나누기 어려울 만큼 가변적인 사선형과 나선 구조로 이뤄진 건물 자체는 어떤 틀이나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를 외치는 램 쿨하스의 건축 미학이 그대로 반영된 듯하다. 독특한 외관도 그렇지만 건물 내부에 공간을 구획 짓는 문이 없어 모든 공간이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라고 할 만한 이 건축물은 서울대미술관의 건립 의도와 맞닿아 있다. 서울대박물관에서 현대미술 분야를 특화, 독립한 서울대미술관이 대학 미술관이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은 전희원 큐레이터가 전하는 램 쿨하스의 설계 의도와도 잘 일치한다. “램 쿨하스는 미술관이 단순한 전시 위주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래형 미술관이란 바로 전시와 교육이 함께 이뤄지는 유기적 공간으로, 이것이 서울대미술관의 설계를 탄생시켰죠.”

독특한 설계는 미술관을 처음 찾는 관람객에게 미로로 만들어진 성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처음 오시면 두세번은 돌아봐야 공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파악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관람객들이 미로에서 길을 찾듯이 특별한 동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관람하는 것을 재미있어하세요. 또 그 점이 저희 미술관의 특징이기도 하고요.” 전희원 큐레이터가 전하는, 서울대미술관을 즐기는 법이다. 건물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팁. 천창이 주는 자연광의 아늑함과 농축 콘크리트 바닥, 형광등을 심어놓은 벽면이 조화로운 나선 계단이다. 건축물의 유일한 기둥인 코어 부분에 해당하는 이곳은 램 쿨하스가 가장 자신있게 생각했던 부분이라고 한다. 현재는 영화를 상영 중이지만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강당과 강의홀, 전시장 세 곳 등 여러 공간을 포함하고 있는 점은 이곳에서 기획될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대하게 만든다. 건축물이라는 거대한 작품 안에서 보고, 배우고, 느끼게 될 또 다른 예술 작품들. 서울대미술관의 즐거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02-880-9509 www.snumoa.org).

전시 …ing

전은 현대미술에서도 가장 난해하다는 1945년 이후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작품들을 가장 쉽게 설명해보겠다’는 의도로 기획되었다니 미리 겁먹지 않아도 좋을 듯. 소주제로 형식주의적 추상, 반복의 심리, 기계적 미학, 재현의 충동 등 4가지로 나누어 베르나르 브네·프랭크 스텔라·로버트 라우센버그 등 외국 작가와 서세옥·유영국·김환기·이우환 등 국내 작가의 주요 작품 29점을 전시하고 있다. 모든 작품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긴 설명문을 제공하고 있는데, 전시 작품을 설명해주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매일 4회씩 운영하고 있다. 전시기간은 8월19일까지.

영상물이나 미디어 아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관람객들이 반가워할 만한 소식도 있다. 다음 전시로 준비 중인 . 9월4일부터 시작될 이 전시는 토니 아우슬러의 , 백남준의 , 외 미공개 초기 실험 작품, 그리고 퍼포먼스 아트의 선구자 크리스 버든의 비디오 자료 등과 토니 아우슬러·백남준·바바라 크루거 세 작가의 인터뷰 및 평론가의 인터뷰와 작업과정 영상 등이 상영될 예정이다.

찾아오는 길: 서울대학교 내 위치.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마을버스·버스 이용 10분, 서울대학교 정문 하차. 주차 가능(최초 30분 1500원, 초과 10분당 500원).
관람시간: 월∼토 오전 10시~오후 6시, 일·국정공휴일·개교기념일(10월15일) 휴관.
오직 쉼표만 남는 곳, 성곡미술관


아담한 조각공원과 찻집으로 이미 이름이 알려진 성곡미술관이 내부 개·보수 작업을 끝내고 7월15일 다시 문을 열었다. 눈에 띄게 바뀐 부분은 사면을 유리로 설계한 통나무 찻집이 또 하나 생겨난 것과 조금 더 늘어난 공원의 조각작품 수. 전시공간 자체보다는 이렇듯 주변 환경에 힘을 실었다. 나무 가득한 공원 및 주변과 어우러지는 조각작품들, 은은한 풍경소리에 유리창을 어루만지는 비까지 더하면 이곳은 완벽한 도심 속 별장이다. 광화문 부근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던 ‘찻집’의 명성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도이지만, 동시에 ‘찻집’으로 이끈 발걸음을 전시장으로도 움직이게 하려는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본래 쌍용의 창업주인 고 김성곤 회장의 양옥과 정원을 개조한 이 미술관은 그간 현대미술의 지형도를 보여주었던 각종 기획전을 열어 미술계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진 전시공간이지만, 산책 삼아 왔다가 천천히 돌아보는 데 부담스럽지 않은 규모다(02-737-7650 www.sungkokmuseum.com).

전시 …ing

성곡미술관이 동화작가 존 버닝햄의 40주기를 맞아 특별전 를 준비했다. 존 버닝햄은 등의 동화로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바 있는 영국 3대 일러스트레이터 중 한 사람. 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동화책’상에 네번이나 뽑힌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이제까지의 존 버닝햄 전시와 달리 동화 원작작품 외에도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회화 및 구상 스케치들이 전시된다. 40년 동안 그가 동화를 쓰고 그린 과정을 포착한 사진들, 애니메이션, 작품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설치작품들도 마련되어 있다. 9월3일까지.

찾아오는 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 도보 8분,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7번 출구 도보 10분. 주차 가능.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도심 골목 틈새에서 만나는 한낮의 여유, 사비나미술관


많은 갤러리나 미술관이 대중과 소통하고 일반인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해 문턱을 낮추고 있다. 사비나미술관 역시 그러한 곳들 중 하나. 하지만 이곳의 시도는 조금 색다르고 과감하다. 현대미술과 관련한 대중 강좌들은 기본. 미술관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전시들도 난해한 추상 작품보다는 어떤 것을 표현한 것인지 이해 가능한 형상 미술과 형상 조각을 위주로 구성한다. 이명희 관장이 대중을 위해 펴낸 흥미로운 명화 관련 책들을 서점에서 뒤적여본 적이 있다면, 이런 시도들에 후한 점수를 줄 것이다. 가장 이색적인 프로그램은 ‘나는 미술관으로 점심 먹으러 간다’. 미술관을 방문할 기회가 시간적으로 제한적인 직장인들을 위해 목요일 점심시간마다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해설과 함께 전시도 관람하면서 샌드위치로 점심식사도 할 수 있다(02-736-4371, 4410 www.savinamuseum.com).

전시 …ing

전에서는 최근 한국 미술계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사실적 재현 기법의 작품들을 조망한다. 회화·입체·설치 등의 장르에서 관람객의 눈을 속일 정도로 사실적인 작품을 작업하는 고영훈 외 20여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가상현실과 복제 이미지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진짜’에 대한 열망과 예술가들의 ‘손맛’에 대한 향수를 표현한 것이라고. 작품들은 내용과 형식에 따라 여섯개로 구획된 전시장에서 테마별로 전시된다. ‘101호-주부 L씨의 배고픈 식탁’에서는 먹을거리를 소재로 한 회화와 조각작품이 전시되고 ‘102호-새로 이사 온 화가 S씨의 방’에서는 화가 작업실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는 식이다. 보면 볼수록 진짜 같아 웃음이 나오는 전시는 8월30일까지 계속된다.

찾아오는 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 주차 불가.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30분(월요일 휴관).
전통과 현대 사이, 아라리오 서울


천안, 베이징, 서울. 2002년을 시작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아라리오갤러리가 2006년 선택한 지역은 서울의 소격동이다. 천안이 아라리오의 거점이라면, 베이징은 아시아 미술을 아우르려는 큰 발걸음이고, 서울은 이러한 계획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곳이다. 옛 기와를 얹은 한옥의 전통미와 고즈넉한 느낌이 어우러지는 아라리오 서울은 작고 아담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옛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해 마치 남탕과 여탕에 따로 들어가듯이 양쪽으로 나 있는 입구가 재미있다. 모던한 분위기로 꾸며진 1층 전시장, 한옥의 천장과 서양식 테라스가 절묘하게 공존된 2층 공간은 야누스처럼 다른 얼굴로 붙어 있다. 1층에서 전시를 구경하고 올라와 2층 야외 테라스에서 주변에 남아 있는 한국의 옛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마음마저 느긋해진다(02-723-6190 www.arariogallery.com).

전시 …ing

8월6일까지 선보이는 전시는 아라리오의 전속 작가이자 국내에서 보기 드문 정통파 페인터인 정수진의 개인전이다. 정수진의 작업은 일상적 소재를 평면에 도입, 전통적 회화기법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작가만의 조형문법으로 독특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캔버스에 구현한 2차원의 평면 위에, 3차원의 입체감을 부여한 사물들은 작가의 초현실적인 상상력과 유화의 매력적 색감을 활용한 새로운 화풍이다. 이어 8월10일부터 27일까지는 독일의 신표현주의 대표 화가로 꼽히는 임멘도르프와 직물 위에 표현적인 도상을 전개한 지그마 폴케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이미 소개된 바 있는 이 두 작가 외에 아라리오에서 소장한 작품들 위주로 전시를 꾸밀 예정이다.

찾아오는 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 풍문여고 사잇길, 정독도서관 방면 도보 8분. 주차 불가.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월요일 휴관).
키워드 : 미술관 지하철 휴식공간 지하철여행 서울미술관
“화가들 작품값 결정때 그림크기 맨먼저 고려”
입력: 2006년 09월 26일 17:59:21
우리나라 작가들은 작품가격을 결정할 때 가장 먼저 작품 크기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품가격은 크기와 비례한다”는 통설이 확인된 것이다.

미술 전문지 월간 아트프라이스가 한국미술품시가감정위원회와 공동으로 올 여름 77일간 실시한 ‘한국 미술시장 현황조사 리서치’에 참여한 작가 414명은 작품가격 결정시 작품 크기(31.2%)를 가장 먼저 고려하고, 이어 다른 동료작가들과의 가격을 비교(23.2%)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트프라이스측은 “많은 작가들이 아직까지 적절한 작품가격의 기준점을 찾지 못하고 눈치보기에 의존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수상 등 활동경력(16.4%), 제작 시간, 작품 재료 등이 가격책정 기준으로 뒤를 이었다. 또 일반인 489명을 대상으로 작품 구매 이유를 묻자 “작품에 대한 호감”이라는 응답이 30.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작가와의 친분 때문에 구매한다”는 의견은 26.8%였다. 최근 미술품을 투자대상으로 보는 시선은 늘고 있지만 투자대상으로 미술품을 구매한다는 이들은 9.6%에 불과했다. 반면 인테리어 용도로 작품을 구매한다는 이들이 25.5%를 차지해 미술품 투자 열풍이 아직까지 일반인에게 파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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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 기념비

정재호- 인천을 보다


박영택(미술평론,경기대교수)



서울을 훌쩍 벗어나고 싶을 때면 인천이 오아시스처럼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전철을 타고 종착역에 내리면 이내 바다 내음이 밀려오고 낯선 환경이 기묘한 일탈심리를 펼쳐주는가 하면 바닷가 주변에 늘어선 카페와 월미도, 송도 유원지는 소박하고 남루할지언정 여행객의 심난한 마음에 턱없는 위안을 주었다. 바닷가가 보이는 그 카페에는 서울에서 온 젊은 남녀들이 마치 화성에서 온 것처럼 인천풍경에 환호하면서 단 둘만의 시간을 은밀하게 만지작거리던 장면이 가득했다. 인천은 서울의 끝이고 세상의 절벽이자 또 다른 삶을 환영처럼 떠올려보고 싶은 그런 장소성을 흐릿하게 제공해주는가 하면 누군가와 그곳에서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영위하고 싶다는 은밀한 욕망을 발설케 하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의, 도회의 번잡한 삶을 책장처럼 접고 순간이나마 바다바람에 머리를 헹구고 늘어선 횟집에 가서 소주 한 잔에 마음을 풀고 수평선 너머로 시선을 주고 돌아오는 그 하루치의 여행, 유폐를 넉넉히 받아주던 곳이 인천이었다.

그런가하면 인천은 개화와 문명의 시원으로 다가온다. 개항을 전후로 해서 괄목상대하게 성장한 도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천이다. 인천의 제물포항은 1893년 강화도 조약에 따라 개항하면서, 경인선 철도가 놓이면서 근대도시로 발돋움했다. 개항 당시 인천은 “그저 10 여 개의 어가漁家가 점점이 산재한 구릉 일대에 잡초만이 우거진 황량한 한촌寒村에 불과”했다고 한다. 개항 이후 제물포항에 각국 공동조계지가 설치되면서 인천은 점차 근대문물의 입구로 바뀌어갔으며 우선적으로 근대화, 도시화를 겪는다. 반면 그로 인해 인천의 풍경은 알렌이 당시 쓴 일기에 적혀있듯이 “인천 해안의 거의 대부분은 일본시가지로서, 단지 그 사이 겨우 다른 제국 영사관 및 약간의 상점과 세관 등이 개재한 것을 볼 수 있을 뿐, 조선인의 인천은 일본가의 뒤에 있고, 그 초라한 광경은 아프게 유객遊客의 눈을 자극”하는 그런 장면으로 바뀌어갔다. 인천은 한국근현대사의 모든 과정의 길목에 있는 도시이자 그 역사 자체인 도시다.


정재호는 현재의 인천 풍경을 담담하게 그렸다. 이번 작품은 서울에서 인천을 찾아가는 한 여행자, 이방인의 시선으로 인천의 특정한 장소를 담아낸 것이다. 인천에 가면 자연스레 번져 나오는 정서, 느낌을 풍경을 빌어 그리고 있는 작가는 인천을 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다큐멘터리 적으로 잡았다. 일종의 인천도감이자 기록적인 시각재현이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그는 본대로 그린다는 것, 그림 그리기의 원초적 즐거움을 새삼 인천풍경을 보면서 되살려내고 있는 듯도 하다. 서울에 살고 있는 작가에게 그 인천은 낯설고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자 빛바랜 역사의 상처가 속무책으로 간직되고 있는가 하면 전체적으로 잿빛으로 물든 도시다. 그곳은 시간이 일시적으로 정지되고 있는 듯하며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무척 먼곳에 자리한 듯한 이질감과 기이한 낯설음을 주는 곳이자 변두리 도시의 조악함과 키치적인 풍정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세련되고 번성한 도시의 그늘에 뒤덮인 곳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은 인천이란 도시를 거닐고 체험하는 작가의 여정이란 그 시간적 경과가 고스란히 증거되어 있다. 그러니까 ‘서쪽길’-‘인천역 소묘’-‘차이나타운’-‘월미도 기념비’-‘공장지대를 보다’-‘소래에서’-‘빛의 여행’-‘아! 인천’-‘서울행막차’라는 순서와 내용이 그렇다.

시간적 여정에 따라 드러나는 인천에 대한 인상, 느낌은 한지와 캔버스에 먹과 도자기 백토, 목탄과 아크릴릭으로 차분하게 재현된다.

‘서쪽 길’은 경인고속도로의 풍경을 적막하게 잡아냈다. 회색 빛으로 물든 도로와 소음방지벽, 그리고 그 주변에 늘어선 건물들을 뚫고 차는 질주한다. 마치 흑백사진으로 포착한 듯한 이 정적인 장면은 서울을 떠나 낯선 도시로 가는 통로로서의 인천의 느낌을 그린 것이다. 차갑고 건조하며 삭막한 느낌의 주변 가건물들과 장치들을 관통해 비로소 인천으로 진입하는, 익숙한 서울이란 공간을 떠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가는 타자의 입장에서 포착된 첫 인상이다. 먹그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번짐과 발묵 등에서 벗어나 화면에 견고하게 밀착되어 충실한 사생에 입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는 그림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에 가장 정직하고 솔직하게 대응하고자 하는 것 같다. 아울러 사진을 토대로 묘사한 이 그림들은 사진을 빌어 대상에 대한 기억과 느낌의 총체를 효과적으로 잡아두는 한편 사진의 시각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결국 자신의 시각이 사진적 시각임도 은연중 노정한다.

기존의 동양화, 먹그림이 실제 대상의 묘사와는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진데 반해 작가는 철저하게 자신의 눈과 몸으로 본 당대의 풍경, 공간을 형상화하고자 하며 무엇보다도 ‘견고한 형태’를 추적하고 이를 그려내는데 관심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또한 관습적인 풍경, 창백한 사실적인 묘사, 드라마가 섞인 장면이 아니라 공간, 풍경을 인문학적으로 읽어나가는 것이자 자신의 감성으로 해석하며 재현을 물어보는 선에서도 자리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이 작업들은 일차적으로 주어진 대상을 재현하는 선에서 기능하는 것이자 최근 재현을 문제시하는 여러 회화작업들의 성과, 추이를 동양화 작업으로 새삼 물어보려는 것이기도 하다는 인상이다.

골판지에 먹과 아크릴릭으로 그린 ‘인천역 소묘’는 인천 역 주변의 소소한 사물들과 정경을 편안한 시선으로 잡아낸 그림이다. 나아가 그것은 인천역이란 특정한 공간에 묻어있는 여러 실존적인 의미망을 빠른 붓질과 붓질이 만나 부딪치며 자아내는 느낌이 동반하는 감각적인 즐거움과 시선과 몸의 순간적인 반응과 함께 적절하게 드러낸다.

그 그림들은 화가가 실제 대상들과 매 순간 만난 상황을 드러낸 것이다. 그것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걸어다니면서 지각하는 공간이다. 그는 회화의 평면성을 따르면서 일루전도 투시법도 아닌 바로 자신의 몸과 눈으로, 그것으로 느끼는 공감각을 그림에 기입하고자 한다. 그것은 일종의 자신의 눈과 정신을 더듬이 삼아 모든 현실풍경을 추적하고 그 세부에까지 가 닿고 소소한 정경까지 아우르며 단순환 대상의 재현이 아닌 통감각적인 풍경의 드러냄이다.

‘차이나타운’은 역사의 두께를 드리운 퇴락한 중국풍건물을 전면으로 가득 채운 그림이다. 한국 땅에 들어와 있는 이국적인 삶의 공간, 그러나 다른 나라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의 번잡함, 소란스러움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한국 인천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의 삶을 잡아내고자 한다. ‘월미도 기념비’ 역시 유사한 맥락에 자리한다. 캔버스에 목탄과 아크릴릭으로 그려진 그 그림들은 미군부대가 남겨놓은 버려진 시설물들과 잡풀이 우거진 땅이 있는가 하며 저 멀리 화려한 조명으로 빛나는 유원지의 놀이기구가 보이는 야경이 자리한다. 단색조로 물든 화면은 공간에 스민 퇴적된 시간의 양과 흔적을 상처처럼 보여주는 한편 야경을 그린 그림들은 낮과는 다른 밤만의 풍경, 따라서 조명으로만 드러나는 장면이 주는 심리적인 감상과 황홀경, 관조적이고 감상적인 관조의 시선을 보여준다. 작가는 빈번하게 야경을 그려 보이면서 주관적인 정서와 심리의 막을 두툼하게 드리운 풍경을 선보인다. 그런 면에서 정재호는 도시인의 시각, 고독한 관찰자의 눈 또한 부드러운 관조와 심리의 시선 옆에 바짝 둔다.

‘빛의 여행’은 그러한 야경이 전적으로 자리한 그림이다. 일정한 조망의 거리에서 멀찍이 내다보는 인천의 모습들이 어둠 속에 자리하고 있고 몇 개의 조명들이 비로소 흐릿하게 사물을 드러낸다. 동일한 대상, 풍경에 빛이 있고 없음이 반복되면서 우리들은 그 세계를 다르게 이해한다. 빛이 지워진 밤 풍경은 낮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빛이 있는 세계가 그림의 대상이었다면 야경을 되살리는 이유는 밤을 다시 인식해 보는 일이자 어둠 역시 화가의 눈과 마음으로 재현될 수 있음을 그리고 풍경을 좀더 감성적이며 관조의 시선 아래 재현하고자 하는 의욕으로 보인다.

정재호에게 그림이란 이 세상과의 조우이자 그림 그리는 자기 존재의 끝없는 반복적 확인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작가는 인천을 이미지로서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삶이 담긴 복합적인 내용으로 이해하고 깊이의 시선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그림들은 인천이미지의 풍경, 그것들의 목록이다.

여기에는 새삼 본다는 의미, 그린다는 의미가 개입되어 있다. 주지하다시피 ‘본다는 것은 주체를 환경과의 연관성 속에 배치하는 것이며, 주체는 환경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환경은 주체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상호전유의 변증법을 배치의 그림과 구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 면에서 그는 화가라는 존재가 지닌 눈과 손, 몸과 마음을 부지런히 하나로 엮어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부단히 조응하고자 하는 그런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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