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려나간 나무들... 친환경 풍력발전소가 뭐라고

의령 한우산풍력발전단지 조성 공사 갈등... 의령군청 "실적 쌓기용은 사장 말실수"

15.06.02 11:47l최종 업데이트 15.06.02 11:47l

 

바람은 불지 않았다. 산 능선을 따라 나무들이 잘려나가 쌓여 있었고, 폭 20m 넓이로 땅은 파헤쳐져 있었다. 작업자들은 보이지 않았고, 마을 주민들이 모여 '공사 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경남 의령 진산인 자굴산(해발 897m)과 붙어 있는 한우산(해발 836m)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의령군과 유니슨(주)(의령풍력)이 지난 5월부터 풍력발전단지를 짓는 공사에 들어갔는데,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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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청과 유니슨(주)는 의령 한우산 능성을 따라 총 25기의 풍력발전기를 짓는 공사에 들어가자, 한우산풍력발전단지반대대책위 소속 주민들이 공사 현장에서 둘러 서서 '공사 중단'을 외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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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산 능선 3.5km를 따라 750KW 풍력발전기 25기를 건설해 총 18.75MW의 전력(연간 3만 3860MWh)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경상남도 도시계획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조건부 승인하고, 의령군이 지난 3월 토석 채취 허가를 내주었다.

주민들은 한우산풍력발전반대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주민들은 공사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갔으며, 최근 며칠 사이 공사가 중단되었다.

주민들은 산사태 위험과 저주파, 소음 피해를 제일 걱정하고 있다. 주민들은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한 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산사태 위험 등에 대해 공정한 시뮬레이션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태풍 매미 때 5명이나 죽었는데... 또 왜?

지난 1일, 주민들은 농번기인데도 풍력발전기 15번 공사 현장을 지켰다. 주민들은 대부분 노인들이고, 80세, 83세, 84세 할머니도 있었다. 이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산사태 위험을 제일 걱정했다. 주민들은 2003년 태풍 '매미' 때 산사태로 5명이 죽는 일을 겪었다. 주민들은 당시에 했던 임도 개설 공사를 산사태 원인으로 보고 있다.

태풍 '매미' 때 남편을 잃은 박민자(72) 할머니도 현장에 함께 했다. 박 할머니는 울먹이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박 할머니는 "그때 영감 나이가 64살이었다. 나도 물에 떠내려 가다가 겨우 살아났다"며 "그때 악몽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지금 또 이런 걸 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꼭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했다. 한 주민은 "이전에는 임도에 공사용 차량은 이용할 수 없었는데, 박근혜정부 들어서서 규정을 바꾸었다. 대통령 지시면 무조건 다 바꾸느냐"고 말했다.

또 주민들은 산사태 위험과 소음 피해 등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을 해야 하는데 업체가 낸 자료만 믿고 허가를 내주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주민은 "우리가 자료 공개를 요구해도 의령군청 등에서는 일부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80살 할머니는 "우리는 바라는 거 없다. 그냥 이대로 살게 해달라는 것 뿐이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산을 파헤치는 것은 미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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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청과 유니슨(주)는 의령 한우산 능성을 따라 총 25기의 풍력발전기를 짓는 공사에 들어가면서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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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농성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환경단체와 농민단체 회원들이 찾아왔다. 이날 찾아온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은 "자연 그대로 살아가도록 해야 하는데, 이렇게 산을 파헤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전창배 의령농민회장은 "지금 농번기에 모내기를 해야 한다. 의령군은 '행복도시, 부자 의령'을 내걸고 있는데 풍력발전단지 조성하는 게 행복이고 부자가 되는 것이냐"며 "이전에 전쟁 나면 총칼 맞아 바로 죽었지만 이것은 사람을 시름시름 말라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창진환경연합 배종혁 전 의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공사를 막아야 한다"고, 임희자 정책실장은 "주민들이 함께 한다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정해관 전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 정책실장은 "산꼭대기까지 산림이 울창하고 소나무 등이 곧게 자라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분다면 나무들이 이렇게 자랄 수 없다"며 "허가 과정 등에 대해 당 차원에서 알아보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한우산 풍력발전기는 실적 쌓기용" 주장에 군청 "사장 말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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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청과 유니슨(주)는 의령 한우산 능성을 따라 총 25기의 풍력발전기를 짓는 공사에 들어가면서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내고 능선을 깎아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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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풍력발전은 경제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우산풍력발전반대대책위는 "유니슨(주)에서 풍력발전기를 외국에 수출하기 위한 실적 올리기 사업이고, 이는 간담회 때 회사 측이 인정했던 사실"이라 주장했다.

유니슨(주)은 2009년 풍력발전기 국산화 개발에 성공한 기업으로, 2012년 일본 도시바가 최대 주주로 되었다. 주민들은 "유니슨(주)은 풍력발전사업에는 관심이 없고 풍력발전기를 외국에 수출하기 위한 사례가 필요해 한우산에 풍력발전기 공사를 벌이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책위에 보낸 답변서에서 의령군은 "간담회 때 유니슨(주) 사장이 일부 말 실수를 했으나 한우산 지역이 풍력발전단지사업 장소로 가장 적합한 곳이며, 기존 임도를 이용하여 최소비용으로 설치가 가능하고, 해상풍력이나 태백․대관령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내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의령군은 "유니슨(주)이 개발하는 육상풍력이 6년간 규제에 발이 묶여 (경제적으로) 어려워 하소연의 뜻으로 발언한 것 같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수출장려정책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중소기업 지원 활성화 차원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소음 등 우려에 대해 의령군은 "소음은 시뮬레이션 결과 조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주야간에 소음측정 최대치를 적용하더라도 기준에 충족하며, 전자파에 대해서는 마을 구간은 지중화 하여 전자파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우산에는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의령군청 담당자는 "여름은 비수기다. 적정 가동일수가 153일이면 된다. 계절풍이 불면 바람이 많이 분다"고 밝혔다. 그는 "유니슨(주)이 전력을 생산해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고, 군에는 법인세를 내 발전량의 일부를 군이 갖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밝혔다.

유니슨(주) 측은 "적법한 절차를 밟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은 무조건적인 공사 중단만 요구하고 있다"며 "적법하게 허가를 받아서 진행하는 공사에 대해 반대하면 업무방해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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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청과 유니슨(주)는 의령 한우산 능성을 따라 총 25기의 풍력발전기를 짓는 공사에 들어가면서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내고 산능선을 따라 길을 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 윤성효

[포토] 다시 찾아온 ‘불청객’ 큰빗이끼벌레…생태계 망치나

등록 :2015-06-02 10:28수정 :2015-06-02 14:06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이 1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화원유원지 사문진나루터에서 발견한 큰빗이끼벌레를 들어 보이고 있다. 대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이 1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화원유원지 사문진나루터에서 발견한 큰빗이끼벌레를 들어 보이고 있다. 대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화원유원지 사문진나루터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고 있다. 대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화원유원지 사문진나루터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고 있다. 대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화원유원지 사문진나루터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고 있다. 대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화원유원지 사문진나루터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고 있다. 대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화원유원지 사문진나루터에 죽은 붕어가 물가에 떠올라 있다. 이 근처에서 5마리의 죽은 붕어가 발견됐다. 대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화원유원지 사문진나루터에 죽은 붕어가 물가에 떠올라 있다. 이 근처에서 5마리의 죽은 붕어가 발견됐다. 대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작년 4대강에서 창궐했던 ‘큰빗이끼벌레’가 낙동강에서 다시 발견됐다. 2014년도에도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고 많은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했던 지역이다.

1일 대구 달성군 화원읍 화원유원지 사문진나루터 물속 30㎝ 바위에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고 있었다. 낙동강 물은 맑아 보였으나 바위 위에 가로, 세로 10㎝ 정도 크기의 큰빗이끼벌레가 자라고 있었다. 100m 상류로 올라간 선착장에는 죽은 나뭇가지에 항아리 모양의 큰빗이끼벌레가 달려 있었다. 갈색의 큰빗이끼벌레는 흉칙해 보였다.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한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은 “작년보다 기온이 빨리 올라가면서 큰빗이끼벌레가 일찍 증식을 시작한 것 같다. 오늘 두 개를 발견했는데, 많은 개체들이 보이지 않는 바닥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이 주로 바위나 수초가 많은 지역이다. 물고기들의 산란처다. 지금이 산란철인데 큰빗이끼벌레로 인해 물고기가 알을 낳지 못하고 있다. 낙동강 어부들이 치어들이 많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큰빗이끼벌레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낙동강 일대의 생태계 교란을 걱정했다.

큰빗이끼벌레 주변에는 녹색의 부착조류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부착조류 띠를 따라서 상류로 올라갔다. 물가에는 5마리의 죽은 붕어들이 떠올라 있었다. 붕어 사체 위는 파리떼가 덮고 있었다.

정수근 사무처장은 “붕어는 오염된 물에서도 쉽게 죽지 않는 종이다. 죽어서 떠오르는 것을 보면 낙동강 수질이 생각보다 나쁜 것 같다. 정밀분석을 해야 하지만 저층의 산소 부족과 남조류로 인한 독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진·글 대구/김명진 기자 ittleprince@hani.co.kr

미군, 오산에 탄저균 배달…탄저병 위험은?

 

입력 : 2015.05.29 11:08

미군이 '탄저균'을 1년여 동안 살아있는 상태로 다른 연구기관으로 보내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이 "탄저균 표본 1개가 한국 오산에 있는 주한미군의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에 보내졌다"고 말해 탄저병에 대한 우려가 생기고 있다.

탄저병이란 치명적 전염병 중 하나로 생물학 테러에서 흔히 쓰이는 병원균 중 하나인 탄저균이 원인이 되는 병이다. 이 때문에 연구 목적으로 탄저균을 옮기더라도 반드시 죽거나 비활성화된 상태에서 운반해야 한다. 탄저균에 노출된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를 수 있는데, 대부분 피부를 통해 침범하고, 호흡기 또는 소화관을 통해 침범하기도 한다.


	탄저균 보도
탄저균 보도/사진=TV조선 뉴스 화면 캡처

탄저병의 유형에는 3가지가 있다.

◇폐 탄저병= 공기 중 떠다니는 탄저균을 흡입해 몸 안으로 들어가 폐에 도달하면 발병한다. 몸 전체에 퍼지면 초기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며칠 후 심각한 호흡곤란과 쇼크, 혼수상태를 일으켜 사망할 수 있다. 이는 공기를 통해 옮겨져 탄저병 중 가장 치명적이다. 실제 2001년 탄저균이 우편을 통해 미국 정부와 언론에 전달됐으며 우편물을 취급한 집배원과 기자, 병원 직원 등 5명이 숨진 바 있다.

◇장 탄저병= 오염된 고기 등을 섭취해 장 내 염증이 발생해서 생긴다. 식욕부진, 구토와 열이 나기 시작한 후 점차 복통이 심해지고 구토, 혈흔, 설사가 동반된다.

◇피부 탄저병= 탄저균에 감염된 가축으로 만들어진 울, 가죽, 털제품 등에서 사람 피부로 감염된다. 가려움이 시작해서 점차 부종으로 심해진다.

한편, 주한미군 측은 "당시 훈련에 참가했던 22명의 요원이 감염됐을 가능성에 대비해 검사하고 항생제와 백신을 투여하는 등 적절한 의료 조치를 취했다"며 "현재 누구도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레이먼드 오디어노 미 육군참모총장은 "이번 사고로 위험에 빠진 사람이 없다는 것을 99.9% 확신한다"고 말했다.

/ 한진경 헬스조선 인턴기자

들기름의 고소함에 푹 빠진 일본, 왜?

등록 :2015-05-29 16:16수정 :2015-05-29 16:59

들기름 올해 일본 수출 100배 늘어
들기름 오메가-3 지방산 면역력 강화해
GMO 옥수수에 많은 오메가-6 비만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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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가 우리나라 들기름의 고소함에 빠져 있다. 한국산 들기름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수출이 무려 100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유전자조작 식품이 범람하면서 조작이 없는 들깨와 올리브로 만든 들기름과 올리브유의 건강성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콩기름(왼쪽위),  올리브유(왼쪽아래) 포도씨유(오른쪽아래) 들기름(오른쪽위). 한겨레 자료사진
유전자조작 식품이 범람하면서 조작이 없는 들깨와 올리브로 만든 들기름과 올리브유의 건강성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콩기름(왼쪽위), 올리브유(왼쪽아래) 포도씨유(오른쪽아래) 들기름(오른쪽위). 한겨레 자료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올해 1∼4월 들기름 일본 수출액은 2만7000달러에서 257만1000달러로 93.5배 증가했다. 덕분에 들기름 수출액 가운데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새 22%에서 4배 이상인 96%로 뛰었다.

들불처럼 번지는 일본의 들기름 사랑은 일본 TV 프로그램이 들기름의 주성분인 오메가-3가 치매 예방 등 건강에 좋다고 소개한 영향 탓으로 알려져 있다. 까다로운 일본인들이 한국산 들기름에 꽂힌 것은 단순히 방송 탓일까?

중국이 원산지인 들깨는 식물성 지방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동북아의 들기름은 중동의 아마씨유, 유럽의 올리브유와 함께 대표적인 식물성 기름으로 존재해왔다. 들기름은 필수지방산인 오메가-3(오메가-9)와 오메가-6가 풍부하다. 지방산은 단백질과 함께 인간의 세포를 구성하는 핵심성분이다. 영양학자들은 수렵에서 농사로 돌아선 인류가 동물 지방 대신 이 식물성 기름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
국립식량과학원

그런데 두 지방산은 이름은 비슷하지만 역할은 전혀 다르다. 오메가-3는 세포막을 확장해 식물 광합성을 원활하게 하는 엔진오일 역할을 한다. 오메가-3가 동물의 몸에 들어가면 좀더 활발해지는데, 그게 유명한 DHA다. DHA는 동물 세포 가운데서도 가장 활발히 작동하는 시신경이나 뇌신경을 이루는데 주로 쓰인다. DHA가 풍부한 생선 기름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리브유에 많이 함유된 오메가-9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반면 오메가-6는 원래 광합성으로 만든 양분을 저장하게끔 설계됐다. 이 지방산이 동물에 들어오면 세포막을 두텁게 해 지방이 쌓이게 만든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 양분을 축척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메가-3는 세포의 대사를 촉진시키는 반면 오메가-6는 반대로 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어느 지방산이 많으냐에 따라 세포의 성격이 달라지는 셈이다. 보통 봄ㆍ여름에는 오메가-3가, 가을ㆍ겨울에는 오메가-6의 섭취가 늘게 돼 있다.

식물의 광합성을 돕는 오메가-3 지방산은 동물세포에 들어가면 분자구조를 길게 늘려 DHA로 변신해 세포의 대사작용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사진은 DHA 분자의 모습. WIKIMEDIA
식물의 광합성을 돕는 오메가-3 지방산은 동물세포에 들어가면 분자구조를 길게 늘려 DHA로 변신해 세포의 대사작용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사진은 DHA 분자의 모습. WIKIMEDIA

인류는 1900년대 이전까지 이 두 지방산을 균형있게 섭취했지만 유전자조작(GMO) 작물인 콩과 옥수수의 재배가 늘어난 뒤 균형은 심각하게 무너졌다. 옥수수와 콩으로 만든 식물성 기름이 범람하고 옥수수 사료로 키운 육류 소비가 늘어나 오메가-6의 섭취가 급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반면 녹색야채와 생선 소비는 줄면서 오메가-3 섭취는 급감했다.

영양학자들은 현대인들의 오메가-3와 오메가-6의 섭취 비중이 1대20 정도라고 분석했다. 이는 1대1의 균형을 유지하던 조상들의 영양 상태와는 대조적인 것이다. 이런 불균형은 ‘현대판 흑사병’으로 불리는 비만과 심혈관 질환에 따른 사망자가 급증하는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심지어 오메가-6는 비만뿐 아니라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혈관수축과 염증반응을 일으켜 일부 암의 원인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사찰에서는 오메가-3가 풍부한 들깨가루를 이용해 음식의 맛을 내왔다. 사진은 들깨칼국수. 한겨레자료사진
사찰에서는 오메가-3가 풍부한 들깨가루를 이용해 음식의 맛을 내왔다. 사진은 들깨칼국수. 한겨레자료사진

들깨는 이런 불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식품으로 주목돼 왔다. 농촌진흥청 누리집을 보면, 들깨는 지방 함량이 40%, 단백질이 14% 가량이다. 지방 가운데 오메가-3의 하나인 리놀렌산 등이 60%가량 함유돼 있다. 보통 양분을 저장하는 씨앗에는 오메가-6가 풍부하지만, 들깨는 아마씨와 함께 오메가-3가 이례적으로 풍부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이 연구한 결과, 리놀렌산은 항돌연변이 효과 및 암세포증식억제 등 암예방 효과가 있고, 신경계를 구성하는 필수지방산으로 시신경에도 영향을 줘 학습능력을 증진시키고 치매예방 효과도 갖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등에서는 들기름과 지방산의 성분이 일치하는 아마씨유를 다른 식물성기름 대신한 항암식품으로 권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한 옥수수로 만든 기름이 범람하기 전까지 인류는 들기름과 아마씨유를 먹어왔다.

이밖에도 들깨에는 로즈마린산과 루테올린 등과 같은 폴리페놀성 성분이 함유돼 있다. 이 성분은 각종 스트레스로 산화된 몸을 환원시키는 역할을 한다.

들깨의 효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입증된 바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들깨는 몸을 덥게 하고 기침과 갈증을 그치게 한다고 했다. 또 간을 윤택하게 해 속을 보하고 골수를 메워준다고 적고 있다. 특히 들깨는 고기를 먹지 않는 사찰에서 주요한 양념으로 쓰여 왔다.

예로부터 들깨를 많이 먹어온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들깨 대신해 비슷한 향미를 가진 차조잎을 먹어왔다. 이 때문에 들기름 생산량이 많지 않아 들기름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 오메가-3의 동물성 버전인 DHA를 등푸른 생선으로 섭취해왔지만 최근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등푸른 생선 대신 들기름으로 관심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농진청 관계자는 “들깨는 현대인의 영향 불균형을 바로 잡아주고 항산화 물질로 면역력을 강화해주기 때문에 웬만한 보약보다 낫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