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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가) 인간의 욕구는 무한한데 비해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자원이 상대적으로 한정되어 있는 데서 비롯된 희소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활동에서 선택을 하게 한다. 〈중략〉 어떤 것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 대신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가 가진 돈 시간 노력 등을 일단 어딘가에 사용하게 되면, 그것을 동시에 다른 곳에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 어떤 것을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만 하는 모든 대안들 중 가장 가치 있는 대안을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중략〉 경제 주체들은 주어진 여건 하에서 가능한 한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고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자 하는데, 이를 합리적 선택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
(나) 설사 시원찮은 이유들을 가지고서라도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세계는 낯익은 세계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돌연 환상과 빛을 잃은 세계 속에서 인간은 스스로 이방인이 되었음을 느낀다. 이 낯선 세계로의 유적(流謫)에는 구원이 없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잃어버린 고향의 추억도 약속된 땅의 희망도 없기 때문이다. 인간과 그의 삶, 배우와 무대장치 사이의 절연(絶緣), 이것이 다름 아닌 부조리의 감정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 스스로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을 터이므로, 더 이상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런 감정과 허무에의 갈망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것쯤은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알베르 까뮈 ‘시지프 신화’ )
(다) 뉴턴의 운동법칙에 의하면 운동하는 두 물체의 상대속도는 각각의 속도를 더하거나 (진행 방향이 반대일 경우) 뺌으로써 구해진다(진행 방향이 같은 경우). 따라서 당신이 무슨 수단을 쓰건 충분히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면 당신은 멀어져가는 빛(광선)을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 그러나 맥스웰의 전자기 법칙에 의하면 아무리 빨리 달려도 빛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략〉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으며, 그 결과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기본 바닥부터 송두리째 바꿔야했다. 시간과 공간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느껴지는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개개인의 운동상태에 따라 구조와 외형이 고무줄처럼 변형되는 상대적인 물리량이었던 것이다.
(-브라이언 그린 ‘앨러건트 유니버스’ )
(라) (ㄱ) 철수는 한국인인데 부지런하다.
영희는 한국인인데 부지런하다.
동수는 한국인인데 부지런하다.
따라서, 모든 한국인은 부지런하다.
귀납 논리에서 정확한 추론들의 결론이 그럴듯하기만 할 뿐, 반드시 참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그러한 귀납적 비약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ㄱ) 고등학교‘철학’교과서)
(ㄴ) 자연수 n에 대한 명제 p(n)이 모든 자연수 n에 대하여 성립함을 증명하려면 다음 두 가지를 보이면 된다. 1) n=1일 때, 명제 p(n)이 성립한다. 2) n=k일 때, 명제 p(n)이 성립한다고 가정하면 n=k+1일 때에도 명제 p(n)이 성립한다.
(-ㄴ) 고등학교‘수학’교과서)
문제해설
(1) 제시문 (가)의 주제는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그 욕망을 충족시켜줄 자원은 유한하다는 경제학의 문제이다. 여기서 욕망과 자원, 이 두 변수가 갈등관계에 놓여있다. 제시문 (나)의 주제는 인간과 그의 삶이 분리됨으로써 나타나게 되는 부조리의 감정이다. 인간과 삶, 두 변수 사이의 갈등관계가 바로 문학에서 말하는 부조리이다. 제시문 (다)는 고전 물리학이 해결해야할 과제인 상대속도와 절대속도, 두 변수 사이의 갈등에 관한 문제이다. 뉴턴의 법칙에 의하면 모든 물체의 운동 속도는 상대적이지만 맥스웰의 전자기법칙에 따르면 빛의 속도는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제시문 (라)는 철학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귀납추리에 관한 문제이다. 어떤 명제가 참에 도달하려면 모든 경우가 다 경험을 통해서 참임이 확인되어야 하는데, 인간은 유한해서 모든 경우를 다 확인할 수 없다. 여기서도 유한과 무한의 갈등관계가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각 제시문의 공통된 주제는 갈등관계이다.
(2) 각 분야마다 해결해야할 갈등관계, 즉 문제가 달라짐에 따라 그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제시문 (가)에서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데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 경제학적 문제를 경제학자들은 합리적 선택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 방법에 따르면 사람은 한정된 자원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그 중에 가장 많은 가치를 둔 일은 선택을 하고 다른 후순위 것들은 포기하는 방법이다.
제시문 (나)는 문학에서 자주 다루는 인간과 삶 사이의 갈등해결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할 때 사람은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그 때 그 갈등의 폭이 감당하기 어려우면 사람들은 자살을 선택한다. 이 방법은 갈등관계에 놓인 두 변수, 즉 두 축 가운데 한 축이 없어지면 저절로 갈등이 해소되는 그러한 방식이다.
제시문 (다)에서 모든 물체의 운동속도는 상대적인데 빛은 예외이다. 빛의 속도는 광원의 속도나 관찰자의 속도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하다는 것이다. 이 갈등을 해결한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다. 뉴턴에 따르면, 시간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빛이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동일하지만 공간은 상대적이어서 빛이 날아간 거리는 관찰자마다 다를 수 있다. 그 결과를 속도는 ‘거리/시간’이라는 공식에 대입하면 빛의 속도는 항상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빛이 이동한 거리가 상대적일 경우 그에 맞추어 시간도 상대적이 되면 빛의 속도가 항상 일정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그는 절대시간을 포기함으로써 이러한 갈등을 해결했다.
제시문 (라)에서 철수가 부지런하고, 영희가 부지런하고, 동수가 부지런하다하여 모든 한국인이 부지런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유한한 관찰을 통해 일반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귀납적 비약을 해야 한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해보려는 시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수학적 귀납법이다. 이 방법은 어떤 명제가 참임을 증명할 때, 첫 번째(n=1) 사례가 정해진 후 임의의 사례(n)와 그 다음의 사례(n+1)에 일반명제가 적용된다면 나머지 모든 사례에도 다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다. 일일이 개별 사례들을 검증하는 형태가 아니라 사례와 사례를 연결하는 원리인 함수만 파악한다면 계속 그 함수가 다른 모든 사례에 적용되기 때문에 끝까지 검증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우리가 자연수의 원리를 신뢰할 수 있어야 이 귀납법은 유효할 수 있다는 한계는 있다.
(3) 자신이 전공하려는 분야가 예를 들어 미술이라고 해보자. 서양회화의 기법상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가 그림을 그리려는 대상은 3차원 실물인데, 이것을 2차원 평면에 그려야 하는 것이다. 사실 3차원의 대상을 2차원 평면에 옮기는 과정에 많은 왜곡이 생겼다. 그 결과 르네상스 이전의 그림에서 공간처리는 상당히 부자연스러웠다. 이러한 차원 사이의 갈등문제는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서야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원근법의 도입이다. 2차원 공간에 소실점을 둠으로써 3차원 공간을 연출해낸 것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갈등관계를 해결한 또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통합논제
(1) 다음의 각 제시문을 분석한 후 공통된 주제를 찾으시오(400자).
(2) 각 제시문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방안을 논술하시오(1200자).
(3) 각 제시문의 공통된 주제에 해당하는 사례를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찾아보시오(400자).
손명현 MSC 통합논술 대표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