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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비대칭을 극복하라!

경제논술, 박세현, 정보, 비대칭, 거래, 상품

[제시문 (가)]

거래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상대방이 있는가 하면, 가능한 한 피하고 싶은 상대방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어떤 상품을 사려고 시장에 나간 사람은 좋은 상품을 파는 사람에게서 상품을 사고, 나쁜 상품을 파는 사람과는 거래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잘 알 수 있다면 좋은 상품을 파는 사람과 거래하면 된다. 그런데 정보가 부족하여 상대방의 유형을 잘 모를 때에는 어떤 사람을 만나 거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까?

우리 주변에는 시장에서 거래 당사자 간에 서로 가진 정보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고 자동차 시장을 떠올려 보자. 쓸 만한 중고 자동차를 사고 싶은 사람들은 큰 기대를 가지고 시장에 오지만, 이내 어려움에 직면하고 만다. “도대체 어떤 자동차가 쓸 만한 거야!” 반면에, 중고 자동차를 파는 사람의 입가에는 가벼운 미소가 피어난다.

“난 다 알고 있는데!” 중고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사이에는 중고 자동차에 대한 정보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오는 사람 중에는 대출금을 충실하게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보는 대출받으려는 사람만 알고 있지 은행은 알기 힘들다. 건강 보험에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보험 회사의 입장에서는 보험에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병에 잘 걸릴 사람인지 아닌지를 그 사람보다 더 잘 알기는 어렵다.

이렇게 시장에서 거래 당사자 간에 서로 가진 정보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것을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거래 당사자의 한쪽에는 정보가 많이 있는데 다른 쪽에게는 없는 경우, 즉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차세대 경제 교과서>

[제시문 (나)]

갑 기업은 많은 연구비를 들여 각자의 체형에 잘 맞도록 설계된 ‘안성맞춤’ 정품 의자를 만들어 판다. 을 기업은 ‘안성맞춤’ 정품 의자가 인기가 있는 것을 알고, 이를 흉내 내어 유사품 의자를 정품 의자의 반값에 만들어 판다. 유사품 의자는 정품 의자의 중고 부품을 이용하거나 값싼 재료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겉만 번지르르하고 쉽게 고장 날 수 있다.

갑 기업과 을 기업은 각각 자신의 의자를 만드는 데 16만 원과 8만 원의 비용이 들었으며, 시장에서는 갑 기업과 을 기업이 만든 의자가 반반씩 섞여 있다. 의자를 구입하려는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는 어떤 의자가 정품 의자인지 유사품 의자인지 구별할 수 없다. 다만 소비자들은 정품 의자에는 20만 원을 유사품 의자에는 10만 원을 기꺼이 지불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의자를 구입하려는 사람은 겉모습만으로는 정품 의자와 유사품 의자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평균값으로 15만 원에 의자를 사려고 한다.

<차세대 경제교과서>

[제시문 (다)]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는 최근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담배소비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정책으로 담뱃값 인상을 꼽고, 지난 5년간 변화가 없던 담뱃값의 적정수준으로 6천~8천 원을 제시했다. 또한 이러한 가격인상은 현재 43%인 국내 흡연율을 OECD 평균인 30%에 근접하게 유도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결과에 근거하여 곧 세금인상에 대한 토론과 의견수렴, 그리고 담뱃값 인상조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에서 밝혔듯이 가격인상이 가장 효과적으로 담배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잇달아 발표된 담배소비와 관련한 경제학 논문들의 결론이므로 그리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인 스티글러(George Stigler) 교수와 베커(Gary Becker) 교수가 공저한 논문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독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은 이미 여러 중독현상에 대한 계량적 분석을 통해 검증되어 왔다.

특히 담배소비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룬 연구들은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가격의 인상이 영구적일 때 인상 발표 후 거의 즉각적으로 흡연자들이 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시사한 바 있다. 널리 알려져 있는 상식 또는 아직도 많은 경제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에 반하는 결과들로서 담배소비 또한 경제학의 기본인 수요의 법칙에 충실하며 그 가격탄력성 또한 꽤 크다는 것이 이론적 그리고 계량적인 분석들을 통해 보여준 담배소비에 대한 많은 경제학자들의 견해이다.

담배의 수요는 가격 변화가 영구적일 때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큰 탄력성을 보인다는 경제학적 분석과 가격정책을 통한 흡연율 절감을 제시한 이번 보고서의 주장은 세금인상과 금연홍보 등을 포함한 전반적 금연정책에 대한 또 다른 해석과 시사점을 도출한다. 담배의 소비는 구입 즉시 이루어지지만 대부분의 비용이 미래에 있을 건강악화 등으로 지불되는 제품의 속성상 소비자들이 실제적 비용을 제대로 산출하지 못하고 현재의 만족감만을 고려해 결정을 한다는 데 본질적 흡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흡연은 과거지향성만 갖춘 비합리적 판단이며 미래지향성을 지닌 합리적 사고가 결여된 잘못된 결정의 결과라고 가정함을 의미한다. 이런 소비자의 불완전성에 근거를 두고 대다수의 보건복지 관련 연구자들과 정책결정자들은 금연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 왔으며, 정부와 같은 제3자가 나서서 실제적 비용 산출의 오류를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며 여러 금연정책들이 정당화되어 왔다.

하지만 흡연자가 금연정책의 가정과 같이 과거지향적 의사결정체라면 반드시 보여야 할 속성이 있다. 세금인상을 통한 금연정책의 시행이 예고되었을 경우 미래지향성이 결여된 흡연자라면 소비의 반응이 거의 없거나 적어도 매우 비탄력적 성향을 보여야 한다. 즉, 현재의 만족감에 결정의 척도가 맞춰진 흡연의 경우 세금인상은 소비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여러 경제학적 접근 및 이번 보고서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가격인상 정책에 흡연율이 즉각적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흡연자들 또한 미래지향적 합리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금연정책을 정당화하는 흡연자의 과거지향적 속성과는 모순되는 결론이다. 즉, 세금인상을 통한 금연정책은 흡연율을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할 수는 있으나 원래의 목적과는 반대로 소비자의 생활 만족도를 상승시키지 못하고 도리어 최적의 소비결정 과정을 방해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흡연으로 인해 비흡연자의 건강을 해치는 등의 부정적 외부효과의 악영향이 사회적 그리고 국가적으로 크기 때문에 금연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흡연의 결정은 개인적 편익만이 고려되고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주변에 미치는 해악들은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에 죄악세의 일환으로 금연정책을 추진해 그 부정적 외부효과를 내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롬(Elinor Ostrom) 교수의 연구에서 이미 나타났듯이 이러한 부정적 외부효과들은 국가라는 큰 사회적 구성단위에 해결되지 않지만 가정이나 지역사회 같은 특정 공동체들의 자발적 내부장치를 통해 많은 부분이 해결되고 있다. 즉, 외부효과의 내재화가 시장 메커니즘 자체만으론 불가능할 것 같지만 흡연자가 구성원인 단체 내 합의를 통해 세금인상 등의 정부개입 없이 부정적 외부효과 문제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몇몇 기업들은 이미 임직원들에게 금연 장려책으로 승진과 임금의 우대조치, 그리고 보조금 제도들을 도입하여 사내 비흡연자에게 노출될 수 있는 흡연의 부정적 외부효과를 제한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예시문제]

문제1. 제시문 (가)의 내용을 요약하세요.

문제2. 제시문 (나)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때 갑 기업이 생산을 포기하는 이유를 제시문 (가)를 활용해 쓰세요.

문제3. 제시문 (다)에서 담배 가격 인상이 흡연을 제한할 수 있는 과정을 쓰고 반론을 시장의 관점에서 제시하세요.(800자)

[예시답안]

1.공급자와 수요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차이(정보 비대칭)로 인해 시장실패가 일어난다.

2.의자 시장에서의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갑 기업은 생산비용이 20만 원 들지만 시장에서는 15만 원에 거래가 이뤄짐으로 생산 활동을 계속할 수 없다.

3.담배 가격의 인상이 영구적일 때 인상 발표 뒤 거의 즉각적으로 흡연자들이 큰 반응을 보인다. 담배 소비 역시 경제학의 기본인 수요의 법칙에 충실하며 그 가격탄력성 또한 꽤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즉, 세금 인상을 통한 가격정책이 가장 확실한 금연효과를 갖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시장실패의 사례로 불리는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적극적 또는 소극적 가부장적 개입주의가 정당화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실패를 고치려는 의도와는 달리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급한 판단과 개입이 도리어 국민 개개인의 행복추구에 반하며 시장자체의 경제활동 능력을 퇴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박세현 부산국제외고 교사 / info@ahaeconomy.com > 2011-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