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과학영재학교 입학사정관제 뚫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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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창의적 결과물 사진자료로 ‘차곡차곡’ 나만의 생각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표현

주요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활용한 전형을 대폭 확대하고, 일부 특수목적고가 이 전형을 도입하면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가 국내 고교로는 최초로 입학사정관전형을 실시했다. 이 학교는 지난달 2010학년도 신입생 144명을 선발하면서 그중 30%인 44명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뽑았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과연 어떤 기준에 따라 입학사정관전형을 진행하는 걸까.

올해 입학사정관전형을 통해 한국과학영재학교에 합격한 서울 상계제일중학교 2학년 박현이 양(14)과 부산 분포중학교 1학년 이철호 군(13)의 사례를 통해 이 전형의 기준과 방향을 가늠해보자.

[1단계] 가능성과 열정을 ‘결과물’로 입증하라

학생기록물평가는 학생이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학생부를 통해 영재성을 검증하는 단계다. 이들은 1단계를 어떻게 통과할 수 있었을까.

두 학생의 학생기록물을 비교해보니 △수학, 과학과목에서 상위 1% 성적을 유지했고 △교육청 또는 대학부설 영재교육원에서 수학, 과학수업을 들었으며 △각종 발명대회 및 수학, 과학경시대회에 참여해 수상실적을 쌓았다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또 A4용지 3, 4장 분량으로 작성한 자기소개서엔 언제, 어디서, 무엇을 배웠고 그 과정을 통해 어떤 ‘결과물’을 도출해 냈는지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박 양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다닌 교육청 영재교육원 경험과 초등학교 5학년 때 수상한 창의력 경시대회 금상, 중학교 1학년 때 받은 한국물리올림피아드 동상 등 수상실적 수십 가지를 빠짐없이 적었다.

수상기록이나 영재교육원 수료 경험을 기록할 땐 ‘중학교 1학년 때 영재교육원 교육과정 중 중국어가 갖는 4개의 성조(음의 높낮이)와 수학의 4진법을 이용해 소리를 숫자화 하는 방식의 암호를 개발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적었다. 주체적으로 학문을 탐구하고 그 과정을 통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 군 역시 자신이 발명한 ‘수학 게임기’, 직접 운영하는 천문학 블로그, 2년 가까이 식물의 구조를 연구하기 위해 찍은 사진자료 등을 자기소개서에 소개했다. 학문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구체적인 관찰과 연구로 이어가는 과정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했던 것.

두 학생은 자기소개서에 수상실적만 강조하기보다는 자기의 학습 스타일과 성격, 수학·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꿈을 이루기 위한 향후 학업설계를 자세히 적어 자신의 가능성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추천서는 자기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초등학교 담임선생님(박 양)과 교감선생님(이 군)에게 부탁했다.

[2단계] 나를 100% 표현하는 ‘이야기꾼’이 돼라

잠재성 다면평가는 1차 필기시험, 2차 집단토론 및 면접으로 진행됐다. 이 단계에선 글과 말로 자신을 100% 드러내는 능력이 관건이다.

이 군은 평소 수학, 과학 공부를 하다 생긴 궁금증을 글로 쓰며 생각을 정리했다. 정형화된 틀에 맞춰 글을 쓰기보단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관찰일지를 쓰거나 천문학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는 식으로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정리했다.

박 양은 평소에도 친구들과 토론하며 공부하는 방법을 즐겼다. 자기 생각과 다른 의견은 먼저 집중해서 들은 뒤 배울 점은 없는지, 오류는 없는지 꼼꼼히 분석했다. 집단토론에선 나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발표하는 능력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수용하는 자세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전에서도 ‘이 부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이런 점은 네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식으로 나 자신의 오류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견지했다는 게 박 양의 설명.

두 학생은 “개별면접 대비는 꼭 자기소개서 내용을 바탕으로 하라”고 조언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떤 발명품으로 상을 탔는지처럼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사항에 대한 세부내용을 요구하는 질문이 적지 않기 때문.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군은 “수학공부를 어떻게 했느냐”는 입학사정관의 질문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재교육원에서 수학수업을 들었고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기출문제를 혼자 풀며 실력을 쌓았다고 답변했다. 또 면접교실 내 칠판에 그동안 수학문제를 풀면서 가장 희열을 느꼈던 문제와 가장 허탈했던 문제 두 개를 즉석에서 소개하고 풀이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박 양은 “자기소개서와 관련된 질문엔 솔직히 답하고 자기의 장기나 우수성을 자랑하기보다는 이를 통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연결지어 답했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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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 일반→전문→심화과정 3단계 개편
교과부 2011학년도부터 시행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입학하는 2011학년도부터 과학고의 교육과정이 확 바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과정 세분화 및 졸업 학점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과학고 발전 방안을 최근 확정해 시행한다고 31일 밝혔다.

우선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입학하는 2011학년도부터 전면 개편된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과학고의 특성에 맞는 탐구 능력 배양과 창의성 신장을 위해 교육과정을 일반→전문→심화과정으로 개편한다. 일반과정은 현 일반고 1·2학년 수준, 전문과정은 연구·실험·탐구 위주의 과학고 특화 내용, 심화과정은 대학 기초 수준으로 진행된다. 심화과정에서는 AP(Advanced Placement·대학과목선이수제) 등 대학 연계 프로그램, 수준별 심화학습, 대학 수준의 교과 프로그램 등이 운영된다.

교과부는 3단계 교육과정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희망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졸업 학점제 도입을 추진한다. 또 지역사회 연구단지를 활용한 연구 활동, 지역적 특성에 따른 생태학습, 과학과 예술의 융합 등 과학고별 여건과 특성에 따라 학교별 특화과정을 개발해 운영하도록 했다. 교원의 전문성을 향상하려는 다양한 방안도 시행된다. 우수교원에 대한 연구년, 연구비, 보조인력 제공 등 각종 혜택을 확대할 방침이다.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를 교원으로 채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가연구개발사업에 교사와 학생을 인턴십 형태로 참여시켜 연구 수준을 높이는 계획도 마련했다.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

입력: 2009.08.31 23:16
“어학·수상실적·봉사시간…” 고교생도 ‘스펙’에 목맨다
경향닷컴 이성희기자 mong2@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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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학생기록부 ‘한 줄’ 기록 위해 스펙쌓기”
ㆍ컨설팅업체 급증…“장기 계획 필요” 초등생 학부모에까지 홍보

“학급회장 2번·부회장 1번, 봉사시간 230시간, 모의UN대회 참여, 텝스 700점. 제 스펙 어떤가요?”

개인의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뜻하는 ‘스펙(Specification)’. 이러한 ‘스펙’을 관리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 들어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면서 고등학생들도 어학이나 입상실적, 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의 경험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임모양(16)은 “토론대회라면 무조건 참석하는 친구도 있다”며 “선생님들도 ‘○○대회에 참가하면 학생기록부에 한 줄이라도 더 넣을 수 있어 좋지 않느냐’고 말한다”며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학생회 임원이나 교내 동아리 회원을 모집할 때도 일부러 ‘학생부 기록 등재’ 사실을 밝힌다며 “내가 학생회 부회장을 맡은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고3 학생들은 지난 여름방학에는 스펙을 쌓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수시모집을 앞두고 있는 데다 각종 모의대회와 캠프 등이 방학기간에 몰려있기 때문이었다. 이모군(17)은 “지난 7월 말에는 3개의 모의대회가 겹쳐있었다”며 “검증되지 않은 대회에 비싼 참가비를 내면서 쫓아다니는 것은 경력 채우기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도 정신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임양은 “몇 개 대회에 참가할까 생각하다 참가비가 비싸 포기했다. 대신 교내 토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며 “친구들 중에는 사설학원에서 주선해 자메이카 등으로 해외봉사캠프를 다녀온 아이도 있다”고 말했다.

스펙을 평가하는 사이트에 올라온 항목에는 ▲학업능력 ▲리더쉽 능력 ▲봉사능력 ▲문제해결 능력 ▲국제화 능력 등이 있다. ⓒ경향닷컴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신의 스펙을 평가받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입시 관련 커뮤니티에는 ‘스펙 평가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면 다른 학생들이 ‘공식적인 언어인증 시험 급수가 있으면 더 좋아요’ ‘스펙이 관련전공과 연관이 없네요’ 등의 댓글을 남긴다. 입학사정관제를 함께 준비하는 모임도 있을 정도다.

스펙을 평가하는 사이트도 생겨났다. 자신의 ▲학업능력 ▲리더쉽 능력 ▲봉사능력 ▲문제해결 능력 ▲국제화 능력 등을 공개하면 다른 학생들이 이를 점수화하는 것. 사이트 초기화면에 ‘공정성과 합리적 판단이 배제돼 있고 공인된 결과가 아니다’는 공지가 떠 있지만 학생들의 참여는 계속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를 겨냥한 컨설팅 업체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ㄱ컨설팅업체에 따르면, 하루 평균 7~8건의 상담전화가 온다. 대부분 학부모들로 ‘이런이런 스펙으로 ○○대학에 갈 수 있느냐’고 묻는다. 1시간에 30만원, 10번에 360만원 등 비싼 컨설팅 비용을 받는 업체들도 있지만 학부모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컨설팅업체나 학원에서 진행하는 ‘입학사정관이란 무엇인가’ ‘포트폴리오 작성법’ 설명회에도 관심이 많다. 초·중생 학부모들의 관심도 뜨겁다. 실제로 업체들은 “한 학생의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일”이라며 초등학생 때부터 장기적인 스펙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컨설턴트는 “지난 2월 입학사정관제를 키워드로 한 광고가 2개에 불과했는데 5월 이후 급증했다”며 “솔직히 사교육시장에서는 ‘눈먼 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47)는 “스펙관리에 드는 돈이 장난이 아니다”면서 “수능만 대비할 수도, 내신만 준비할 수도 없다. 비교과 영역이 더 우선시될지 모르니 이것저것 악착같이 하며 도박을 하는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될수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송한웅 수석부회장은 “다양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서 기다리던 입학사정관제가 졸속으로 추진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학생과 학부모가 제대로 준비돼 있지 못하면 사교육 하나가 더 늘어나는 것뿐”이라며 “입학사정관제의 확대에 앞서 적용기준과 선발결과 공개, 교육과정에서의 다양성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닷컴 이성희기자 mong2@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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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입학사정관제 전형 체험
놀다보니 점수 매겨져 있네
놀이활동 통한 인성평가 시도
단시간 독서후 구술 가장 난해

30일 오후 부산대가 마련한 입학사정관제 전형 체험활동에서 이 대학 입학사정관(뒤에 서 있는 사람)이 도미노 쌓기를 하는 고2 학생들의 협동심 적극성 등 인성을 관찰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30일 오후 1시 부산대 체육관. 부산지역 고교 2학년생 87명이 5개 팀으로 나눠 '도미노 쌓기'를 하고 있었다. 이 대학 입학사정관이 학생 옆에 서서 협동심 적극성 창의성 등을 관찰하며 기록하고 있었다. 부산대가 '입학사정관제 전형 체험'의 하나로 이 같은 놀이활동을 마련한 것이다. 각 팀 학생들은 '부산과 부산대'라는 주제를 야구공·갈매기·캠퍼스 등으로 형상화했다. 조형숙 입학사정관은 "놀이활동을 통한 인성평가라는 새로운 시도다. 관찰결과를 바탕으로 심층면접을 할 때 인·적성 관련질문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층면접에서는 학생 1명이 면접고사장 2곳을 돌며 입학사정관과 1대 1로 12분씩 ▷인·적성 평가 ▷독서활동을 통한 발전가능성 평가를 받았다. 학생 대부분은 독서활동을 통한 발전가능성 평가가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대 사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백양고 김유빈(17) 양은 "오전에 1시간 동안 2편의 독서자료를 읽은 뒤 저자의 관점에 동의하는지 학생의 견해를 밝히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날 독서활동에는 공통자료인 ▷오시다 시게토의 '먼저, 마음을 무(無)로 하십시오'와 선택자료인 ▷박노자의 '고구려와 중국은 철천지 원수였나' ▷임지현의 '역사전쟁을 재생산하는 동아시아 역사인식의 문제점-민족주의의 적대적 공생관계 ▷정무광의 '밤하늘의 무수한 별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들려주는가' 등이 제시됐다.

부산대는 이날 행사에서 창의성과 발전 가능성이 큰 학생을 뽑아 시상하고, 2011학년도에 입학할 수 있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입력: 2009.07.30 21:52/수정: 2009.07.31 오후 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