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입학사정관제 어떻게 준비하나 <1> 지역 입학사정관이 밝히는 대비법
백과사전식 '스펙'보다 학업계획 연계된 꾸준한 활동을
직업·진로 탐색후 내신관리·다양한 체험 필요
서류·심층면접서 화려한 양보다 질 우선
일부 대학은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있어
희망 대학·학과 정해 차근차근 준비해야

부산 울산 경남지역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12일 입학사정관제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이 제도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내신성적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희망 대학과 학과의 전형방법에 맞춰 독서·봉사·창의적 체험활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활동을 할 때마다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 입학사정관의 도움으로 입학사정관제에 합격하기 위해 학생들이 겨울방학 동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정리했다.


■이런 학생 떨어졌다

2010학년도 부산대 효원인재전형 심층면접에서 입학사정관이 수험생에게 질문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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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 전형 "스펙, 양보다 질"
2010학년도 부산 울산 경남지역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화려한 '스펙'이 합격을 보장해주지 않았다고 입학사정관들은 강조했다. 동아대 김수진 사정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해외봉사를 비롯해 수백 시간이 되는 봉사활동, 해외에서 받은 상부터 국내 다양한 기관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얻은 상들로 서류를 검토하는데만 몇 시간이 걸린 지원자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 학생이 지원한 학과와 장래 학업계획과 연관된 내용은 거의 없었습니다. 단순히 서류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이것저것 긁어모은 자료만으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요."

부산대 이찬웅 사정관은 합격생의 공통적인 특징에 대해 "지원하는 학과와 관련된 꿈과 희망, 열정을 일찌감치 가꾸어 온 경우가 많다. 스펙의 양보다 지원한 학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여부, 즉 자신의 꿈을 향해 일관되게, 꾸준하게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가톨릭대 원성현 사정관(입학홍보처장)은 "외고 출신 2명과 외국 고교 출신 1명 등 3명이 지원했는데 눈에 띄는 점이 없어 모두 탈락했다"며 "특목고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울산과학기술대 박상도 사정관은 "교과 성적과 비교과 영역, 서류 평가는 물론 면접에서도 아주 우수한 성적을 보였으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불합격한 학생도 있다"고 소개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입학사정관 전형도 있다.

■예비 고3 대비법

부경대 임창근 사정관은 "이번 겨울방학 동안 자신이 지원할 분야를 확고하게 결정해 자신의 활동 자료를 차근차근 모아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부산대 이찬웅 사정관은 "고3은 현실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희망하는 대학과 학과의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어떤 비교과활동 실적을 더 중시하는지를 체크해 맞춤식으로 대비하자"고 제안했다. 울산과학기술대 박상도 사정관은 "희망대학과 학과 2~3개 선정한 다음 자신의 우수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자기소개서 등 제출서류를 미리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경상대 김종환 사정관은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모의면접을 통해 심층면접에 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예비 고1·2 대비법

부산대 이찬웅 사정관은 "우선 자신의 진로계획부터 설계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보고 보완해야 할 부분을 점검하자. 독서활동을 중요한 평가요소로 반영하는 대학이 많으므로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책을 꾸준히 읽으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부경대 임창근 사정관은 "자신이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은 학문 분야나 사회에 진출해 꿈을 이루고 싶은 직업을 탐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소질을 파악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울산과학기술대 이진령 사정관은 "직업과 진로에 대한 탐색과 아울러 내신를 철저히 관리하고 다양한 독서·동아리·체험활동을 하는 것이 합격의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설문참여 입학사정관 명단

부산대=김정숙 김연경 민수영 박채진 이찬웅 조형숙 부경대=임창근 최유주 허진영 동아대=김수진 오대위 이창수 동의대=남은미 부산가톨릭대=원성현 울산과학기술대=박상도 이진령 경상대=김종환 진주교대=구경호


# 오해와 진실

- 잠재력 중요하지만 기본 교과목 성적 무시 못해

입학사정관제에 관한 오해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교과 성적은 뛰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교과 성적은 대학 수학능력을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대학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핵심 서류는 학교생활기록부다. 따라서 기본 교과목인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성적은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지원 희망 학과의 전공과 관련된 교과목 성적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부산가톨릭대 원성현 사정관은 "면접에서 우열을 가르기 힘들 때 학생부 교과 성적이 누가 높은지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올해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스펙에 관한 오해도 많다. 사교육에 의존하면 얼마든지 꾸밀 수 있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화려한 실적이라도 수험생 자신이 지원한 학과·전공과 관련이 없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특히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스펙은 면접으로 쉽게 들통날 수 있다. 과장되거나 지어낸 스펙도 금물. 오히려 자신의 진로를 확실히 정하고 나서 그와 연관된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길이다. 중요한 것은 백과사전식으로 스펙을 쌓기보다 자신이 해왔던 활동을 꼼꼼히 기록하는 일이다.

부산대 조형숙 사정관은 "사교육에 한눈 팔지 않고 일상적인 학교생활 속에서 자기주도적 학습과 활동을 충실하게 해 나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스펙을 쌓을 수 있는 비법"이라고 강조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주관적인 요소에 좌우된다는 공정성 논란도 있다. 기본적으로 전형이 서류평가와 심층면접 등 다단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에 의해 당락이 결정될 수 없다는 게 입학사정관의 공통된 설명이다.


# 전형요소 분석

입학사정관제의 전형 요소를 분석해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도 합격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동의대 남은미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 전형은 다양한 전형 요소를 모아 일관성 성실성 가치관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 소홀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내신성적= 대학 수업을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의 기본적인 학습능력은 필요하다. 비록 저학년 때 성적이 부진했다고 하더라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상승곡선을 그려준다면 학습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

▶면접= 활동 경험과 진로 계획의 연관성은 면접의 주요 평가요소가 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한지와 자기소개서에 쓴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게 좋다. 이를 위해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면접내용이 서로 일관되어야 한다.

▶봉사활동= 봉사활동은 한 분야를 꾸준히 했다거나 '사랑의 집 짓기' 등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봉사활동이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단지 봉사 시간만 많고, 봉사활동에 관한 뚜렷한 특징을 찾아볼 수 없다면 곤란하다. 특히 봉사활동은 시간의 많고 적음보다는 그 경험이 지니는 내용과 의미가 더욱 중요하게 평가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독서활동= 비교과 영역이나 독서 분야에서 지원학과와 관련한 어떤 경험도 찾아볼 수 없는 끼워맞추기식 진로 계획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정치인이 꿈인 지원자의 학생부 독서활동 기록에 사회과학 관련 서적을 읽었다는 근거가 없다는 건 지원 분야와 열정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수상=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연계해 얼마나 열정을 갖고 극대화 했는지를 보여줘야 좋은 스펙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수상경력을 나열하기보다는 그것이 자신의 학습에 얼마나 도움이 되어왔는지를 부연설명하거나, 비록 수상하지 못했다하더라도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점과 자신의 노력 등을 상세하게 피력하는 것이 좋다.

▶자격증 및 인증= 지원 분야의 관심도와 열정을 보여 줄 수 있는 부분인 만큼 계획성을 갖고 준비하자.

▶출결= 성실도의 측정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결석하지 않아야 한다.


◇ 입학사정관제 대비 요령

①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파악하라.

②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라.

③ 전체 교과를 열심히 하되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교과에 더 집중하라.

④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된 비교과 활동 및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라. 특히 진로와 관련된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꾸준하게 하자.

⑤ 독서를 통해 진로와 관련된 역량을 길러라.

⑥ 학교생활기록부 대외활동, 자신의 교육환경에 근거해 자신의 특성과 지원학과에 대한 열정을 담을 수 있는 서류를 직접 작성하라.

⑦ 면접에서 자신의 특성과 지원학과와 관련된 활동 및 열정을 차분히 설명하고 자신의 강점을 자신있게 부각하라.

⑧ 학교 선생님과 상의해서 면접에 대비하라.

입학사정관제에관한오해와진실

오해

실상

1.교과성적은중요하지않다

입학사정관제전형에서교과영역이평가에서제외되지않는다.반영비율이작다고해서그것이전혀의미없는것이아니다.실제로교과성적이뛰어난학생들이대체로자기가원하는분야의활동이나열정들이더뛰어난경우도많다.

2.봉사활동은해외에서
 하는것이좋다

봉사활동을평가할때단순히봉사활동시간이나활동장소를보고평가하지않는다.봉사에대한학생의자세및태도,그리고봉사활동의과정및지속성등이평가에반영된다.

3.포트폴리오및
 기타증빙자료는
 두껍고화려할수록좋다

대학이요구하는기타자료들은진정성이보여질때만이가치있게평가된다.대학이요구하는모든서류및자료를바탕으로제출서류의진정성을가려내며겉보기에그럴듯하다고해서더좋게평가되지는않는다.

4.경력및활동이많으면
 무조건유리하다

경력및활동이많으면적을때보다평가에유리하게작용할수있다.그러나그경력이나활동의진정성및학생의관심분야와의연관성등을모두고려하여평가에반영하는것이지숫자늘리기에만급급한이력들은무의미하다.

5.수상및자격증은
 반드시있어야한다

위의내용과비슷하게수상및자격증역시학생이지원한학과및전공적합성과관련하여판단될것이며그저수가많다고해서높은점수를받는것은아니다.

6.말만잘하면된다

입학사정관제전형에서면접의비중이높다보니서류는모양만이쁘게포장되면결국말잘하는학생이좋은결과를얻을것이라고오해하는경향이있다.하지만면접은각대학이정하는면접의평가항목및기준에따라평가되는것이지단순히말만잘한다고해서좋은점수를받을수있는것은아니다.

※자료:동아대김수진입학사정관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입력: 2010.01.12
입학사정관제 고액컨설팅 단속 강화
정부, 전형 현장도 점검해 불공정성 발견땐 지원 중단
한겨레 손원제 기자
정부는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을 앞두고 입학사정관제 관련 고액 컨설팅에 대한 지도·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올 12월 입학사정관 전형 현장을 실사 점검해 공정성에 문제가 발견되면 입학사정관 인건비 등 정부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및 사교육비 경감 민관협의회’를 열어 ‘입학사정관제의 성공적 정착방안’을 토의해 이런 방안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특목고 출신이 우대 선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0학년도 입학사정관제를 거쳐 뽑힌 대학 신입생의 출신 고교 유형별 현황을 공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 총리는 회의에서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계 부처들로부터 사교육비 경감대책 추진현황 및 계획을 보고받고, “수능 이후 논술 대비 등 단기 고액 불법과외가 성행하고 있다”며 관계 부처 합동으로 강력하게 단속할 것을 지시했다.

또 정 총리는 “입학사정관제 고액 컨설팅에 대해서도 유관 기관 공조를 통해 지도·단속을 강화하고, 학원교습시간 제한(밤 10시) 관련 시·도 조례 개정과 국회에 계류중인 학원법 개정안(학원비 공개, 영수증 발급 의무화 등)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라”고 안병만 교과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이날 교과부는 ‘학원 부조리 신고센터 및 신고포상금제 지속 운영’을, 국세청은 ‘불법 고액 과외교습자에 대한 세무조사 및 처리 강화’를 각각 보고했다. 또 경찰청은 ‘불법 고액과외 동향 파악’에 나서겠다고 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학원의 끼워팔기, 허위·과장 광고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 강화’를 보고했다.

정 총리는 “(사교육비 지출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사교육비 경감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맡기기만 해서는 어렵다”며 “단기적으로 탈법·불법 학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자율과 경쟁’을 통해 공교육의 경쟁력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관협의회는 범정부 차원에서 민간과 함께 사교육비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교과부·노동부·지식경제부 장관과 국무총리실장 등 정부위원 4명과 이배용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교육·산업·언론계 및 학부모단체 대표 등 민간위원 8명으로 구성됐다. 앞으로 매달 한 차례씩 대학의 선발구조 단순화 등 대입 전형제도의 합리화 방안, 공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사 역량 제고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ㆍ경기 고교학생 허위 봉사활동·수상 의혹
ㆍ외부기관 상장도 남발 과열·부작용 우려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면서 일선 고교에서 허위 및 과장 내용을 담은 ‘스펙 (진학 혹은 취업 예비생들 사이에서 학력·학점·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을 이르는 말) 쌓기’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이 봉사활동과 각종 수상경력 등 ‘스펙 쌓기’ 경쟁을 벌이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이에 따라 해당 학교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밖에 학교와 교사들조차 모르는 외부기관의 상(賞)이나 봉사활동 확인서가 무더기 발급되거나 남발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2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경기도의 ㅂ고교의 한 학생은 1학년 때인 지난해 7월 지역의 한 기관으로부터 경기전망조사, 경제동향조사 및 기업정보 수집 등 각종 정책에 관한 통계처리를 했다며 8시간의 봉사활동을 했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그러나 이 학생은 봉사활동을 했다는 당일 학교의 학생간부수련회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이후 이 기관으로부터 봉사상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월 학교에서 실시된 독서감상문대회에 제출한 독서감상문은 평소 이 학생의 필적과 크게 달라 대필 내지 바꿔치기 의혹을 낳고 있다. 또한 이 학생은 지난달 중순 실시된 2학기 중간고사에서 수학과목 시험성적이 크게 올라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해당 학교 교사들과 학생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교사들은 지난달 29일과 30일 성적관리위원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학생들은 진상 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ㅂ고교 교장은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면서 학생들이 자신들의 스펙 쌓기를 위해 외부기관에서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외부기관에서 실시하는 각종 대회에도 많이 참가하는 데서 빚어진 오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스펙 쌓기 경쟁을 벌이면서 봉사활동과 각종 대회 참가 및 수상 등에 대한 과열 양상과 부작용도 빚어지고 있다. 또 일부 외부기관 등에서는 이를 이용해 허위 봉사활동 확인서와 각종 대회를 통해 무더기로 상장을 남발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경기도의 한 고교 교사는 “일부 대학이 봉사활동 시간이 300시간 이상이면 특혜를 주는 등 봉사활동 비중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이 공부보다는 봉사활동시간 확보에 더 주력하는 양상도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또 “외부 기관의 각종 대회가 급증하면서 담임교사조차 모르는 외부 상을 타는 경우도 너무 많다”고 말했다.

<경태영기자 kye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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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졸속 확대…교과부 조급증”
선발인원 전년보다 4.4배↑ 사정관은 고작 1.4배↑
의원들 국감서 “정부 속도전이 부작용 낳을 수 있어”
한겨레 유선희 기자
6일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대폭 확대된 입학사정관제의 부실화 우려를 제기하며 교과부의 ‘조급증’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이날 국감에서 권영진 한나라당 의원은 교과부에서 제출받은 ‘입학사정관 선발·교육 현황’ 등의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 47개 입학사정관제 선도 대학이 이 제도를 통해 올해 선발하는 인원은 지난해 4555명에 견줘 무려 335%가 늘어난 1만982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학생 선발을 담당할 입학사정관 수는 지난해보다 100명(41%)이 늘어난 346명에 불과해, 올해 입학사정관 1명이 선발해야 할 학생 수는 무려 57.3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입학사정관 1명당 선발 인원 18.5명의 4배에 이르는 수치다.

입학사정관들의 불안한 신분도 도마에 올랐다.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은 “올해 새로 채용된 입학사정관 가운데 정규직은 19.7%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모두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은 현재 활동중인 입학사정관 300여명 가운데 14.1%가 ‘연봉을 높여주면 사교육 시장으로 이직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난 2007년부터 활동했던 입학사정관들의 평균 근무기간도 대부분 1년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진 의원의 조사 결과, 2007년 이후 퇴직한 입학사정관 40명 가운데 근무기간이 3~6개월인 사람이 42%(17명), 9~12개월인 사람이 44%(19명)로, 1년 미만 근무자가 86%에 이르렀다.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 예산 지원 없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실시하는 43개 대학 가운데 23곳은 전임 사정관이 한 명도 없었다”며 “부실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김세연 의원도 “47개 대학 입학사정관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38.9%가 연수를 1주일 받은 것이 교육의 전부였다”며 “이러다가 ‘무늬만 입학사정관제’가 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춘진 민주당 의원은 “고3 교사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니 81.4%가 입학사정관제 확대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응답했다“며 “우리 사회는 아직 입학사정관제 전면 도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철우 한나라당 의원도 “교과부가 제출한 ‘2008학년도 대학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 집행결과 보고서’를 보면, 서울대·연세대·중앙대 등 주요 대학 상당수는 정부가 단기·가시적인 성과만을 요구하는 ‘속도전’에 치중해 오히려 부작용을 낳았다고 응답했다”며 “대학들 역시 원하지 않고 있는데도 정부가 입학사정관제 전면확대를 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