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학원에 몰리는 고3

수시모집 논술 비중 크게 높아져
하루 수강료 많게는 10만원 넘어
전문가들 “단기간 성적향상 안돼”

경향신문 | 김지환기자 | 입력 2009.09.16 04:02 | 누가 봤을까? 10대 여성, 전라



반에서 중위권 성적인 김모(고3)군은 최근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만으로 수시모집 접수를 마쳤다.

비록 학교 성적은 못 미치지만 입학사정관제 확대 이후 논술비중이 늘면서 논술전형에 욕심을 내보기로 결정했다. 평소 글쓰기에도 관심있던 만큼 논술학원 단기특강만 충실히 듣는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 실시이후 각 대학 수시모집마다 논술비중을 키우면서 단기간에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논술학원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많게는 하루 강의료로 10만 원을 넘게 지불하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 대학입시에서 로또는 결코 없다"며 논술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버리라고 입을 모은다.

2010년 대학입시 수시모집의 가장 큰 특징은 논술비중의 확대다. 논술 점수로만 100% 선발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논술비중을 70∼80%로 확대해 변별력을 높인 학교도 적지 않다.

1차 수시모집의 경우 경희대, 동국대가 일반전형 우선선발과정에서 논술비중을 100% 두고 있고 성균관대, 인하대도 2차 수시모집에서 논술 100%로 선발제도로 신입생을 우선선발하고 있다. 또 건국대, 이화여대, 한양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도 수시모집 우선선발 과정에서 논술 80%, 학생부 20% 등으로 신입생을 모집하면서 논술비중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수능 최저 학력기준도 적용하지 않는 데다 학생부 변별력도 낮아 논술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입학전문가들은 2010년도 입시에서도 입학정원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수시모집 가운데 논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과거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던 학생부는 40%에 머물러 있고 그나마 학생부는 교과와 비교과로 또 나눠져 변별력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26일을 시작으로 경희대, 세종대, 한국외대, 서강대, 건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도 잇달아 논술시험을 시작하면서 최근 학원가를 찾는 발길도 크게 늘었다. 학원들도 학교별로 단기 파이널 강좌를 열고 수강생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ㅇ논술아카데미 상담실장 김모씨(48)는 "학원마다 파이널 강좌를 열고 집중적으로 논술강의를 벌이고 있다"며 "많이 받는 학원은 회당 13만 원까지 받는 곳도 있고 일부 강사들은 고액 개인과외까지 나서 논술강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논술 과열양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짧은 기간에 좋은 성적을 올리기는 불가능하다"며 "논술에 거는 과도한 기대는 절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인천 연수여고 표문식 교사(3학년 담임)는 "글쓰기에 남다른 재능이 있지 않는 한 짧은 시간에 큰 기대를 하긴 어렵다"며 "최소 반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학생에 한해 논술로 대학준비를 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 김지환기자 kjh1010@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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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인기 바닥… 왜?

[2009.09.15 18:46] 모바일로 기사 보내기


제도 성급하게 확대
수험생 “시간 없었다”


14일 마감된 주요 대학의 2010학년도 수시모집 원서 접수 결과 입학사정관 전형의 인기가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험생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에 준비할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교육 당국이 제도 확대에 지나치게 가속을 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입학사정관제가 무사히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기 없는 입학사정관제=15일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 경쟁률은 상대적으로 크게 낮았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제외한 나머지 전형들의 경쟁률이 대부분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고려대는 입학사정관 전형인 '학생부우수자' 전형이 4.4대 1에 그쳤다. 논술과 학교생활기록부를 주요 전형요소로 삼는 일반전형의 경쟁률(46.3대 1)에 비해 턱없이 낮다. 연세대 입학사정관 전형인 '진리자유전형' 역시 15.5대 1로 일반전형 경쟁률 46.2대 1을 크게 밑돌았다. 한양대의 경우 '입학사정관전형'은 40.6대 1로 다른 대학에 비해 비교적 높게 나타났지만 일반전형 경쟁률(60.8대 1)에는 미치지 못했다.

수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만을 실시하는 서울대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지역균형선발전형'의 경쟁률은 2.9대 1로 지난해 3.4대 1보다 하락했다.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입시 전문가나 일선 고교 교사들은 입학사정관 전형의 인기가 낮았던 1차적인 이유로 수험생들이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 제출서류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들었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입학사정관 전형은 서류전형의 비중이 커 학생들이 몇 개월 만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경쟁률이 낮게 나타난 것 같다"며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준비 기간이 충분한 내년부터는 경쟁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영등포여고 최병기(45) 진학담당교사도 "시간이 촉박해서 준비할 시간이 없었지만 현재 고2 학생들부터는 준비기간이 꽤 되기 때문에 내년 입시부터는 지원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경쟁률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입학사정관제를 성급하게 확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0학년도 입학사정관 전형 선발 인원은 지난해(4555명)보다 4.5배 이상 늘어난 2만695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제도의 안착 자체를 우려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엄민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내신이나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 것에 매진해온 학생들에게 입학사정관 전형이 인기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교육 여건과 맞지 않는 입학사정관제를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안착은커녕 유야무야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권지혜 기자 lucidfall@kmib.co.

교사추천서 믿어? 말어?
대입 수시모집 전형이 시작된 가운데,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핵심 평가요소인 교사추천서를 학생이 직접 작성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짧은 기간 내에 수십장의 추천서를 정성들여 써주는 게 물리적으로 어렵다 보니, 학생들이 추천서를 써 오면 사인만 해준다는 것이다. 일부 교사는 “학원 논술선생님에게 부탁하라.”고 말하기도 해 교사 추천서가 사교육시장에까지 내몰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14일 대학 수시모집에 지원하는 모 과학고 김모(18) 군의 교사추천서를 들여다봤다. 김군이 지원하는 대학이 요구하는 추천서는 ‘담임교사 추천서’와 ‘교과교사 추천서’ 두 종류였다.

●추천서 단어 선택 거의 비슷

그런데 두 추천서는 “위 학생은 책임감이 강하고 리더십이 있으며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하며 각종 경시대회에서 네 차례나 입상하는 등 문제해결 능력과 분석력 그리고 창의성까지 탁월합니다.”란 거의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히 단어 선택에 있어서 놀라울 만큼 유사했다. 알고 보니 추천서는 모두 김 군이 작성한 것이었다.

취재 결과 교사추천서를 학생이 작성하는 고등학교는 한 두 곳이 아니었다. 1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소재 모 사립고등학교 일부 교실에서도 수시모집 교사추천서를 학생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이 직접 ‘써 오면’ 선생님이 고쳐주는 식이었다.

수시모집에 지원한 한 고3 학생은 “교사추천서 써주는 것을 귀찮게 생각하는 선생님들이 많다.”면서 “봐 주더라도 틀린 글자를 교정해주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고3 학생은 “교내 교사추천서의 80%를 학생이 직접 쓰거나 학원 선생님이 써 준다.”면서 “불만이 있지만 선생님한테 찍히면 내신성적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내색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과학고에서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한 교사는 “담임으로서, 또 교과목 교사로서 써야 할 추천서가 50개가 넘는다.”면서 “접수기간도 3~5일로 짧아 일일이 상담한 후 신경써서 작성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교사추천서를 대행해주는 학원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논술학원 선생 대필도 성행

고3 자녀를 둔 최모(47)씨는 “담임 선생님이 추천서를 써주기를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마음이 급하다 보니 학원 선생님께 부탁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식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학생의 글을 그대로 둘 부모는 없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고 싶은 게 학부모의 심정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차용해 온 ‘추천서’제도가 아직 국내 교육환경에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으로 원인을 분석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 풍토에서 추천서 제도를 바탕으로 한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면 결국 정형화된 면접으로 흘러 사교육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교사가 학생들을 관찰하며 미리 자료를 축적했다가 제출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도경 KAIST 입학처장은 “추천서는 교사가 서명했기 때문에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허위인 것으로 적발되면 결국 학생에게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또 그는 “전 세계 유수 고교 교사들은 추천서를 쓰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면서 “우리 교사들도 학생의 앞날이 걸려 있는 추천서 작성에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09-09-15
과학고 입학사정관 39명 선발

[2009.09.14 17:40] 모바일로 기사 보내기


[쿠키 사회] 교육과학기술부는 오는 2011학년도 과학고 입시부터 활동할 전국 과학고 입학사정관으로 39명을 선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선발된 입학사정관 39명을 분석해 보면 현직 교사가 29명(74%), 외부 전문인력이 10명(26%)이었다. 평균 연령은 44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39명 중 38명은 수학·과학 분야 전공자였으며 34명(87%)은 석·박사 학위 소지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직 교사의 경우 대부분 10년 이상 교직 경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카이스트에서 내년 2월까지 진행되는 총 600여시간의 ‘과학고등학교 입학사정관 전문연수’에 들어갔다. 연수 목적은 과학 영재 및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고 자료 분석·관리 능력 등을 키우는 데 있다. 연수에서는 국내·외 현장연수, 입학전형 기획, 모의 사정 실습 등의 과정이 진행된다. 연수를 마친 이들은 내년 3월부터 각 학교에 배치돼 활동하게 된다.

교과부는 지난 6월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향상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통해 2011학년도부터 과학고 입시에서 특별전형을 폐지하고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