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스펙' 관리…학부모 입시정보 없어 사교육에 의존한다
소개서·면접·독서계획 등 지도
초등생까지 가세…학원가 재편
자기주도형 학습 취지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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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의 그늘
정부가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가진 학생을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학원가에서는 입학사정관제를 겨냥한 새로운 사교육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해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18일 부산지역 학원업계에 따르면 학원들이 학생들의 봉사활동이나 독서 관리까지 나서는 등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비한 강좌를 개설해 성업 중이다. 학원들은 입학사정관 면접에 대비한 예상 질문을 유명 대학과 고교별로 맞춤형으로 뽑아 훈련하는가 하면 자기소개서나 학습계획서 만드는 법 등을 지도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에 부담을 느끼는 학부모들은 경제적 부담이 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중학교 2학년 아들을 종합학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김모(여·43·부산 해운대구 좌동) 씨는 "한 달 수업료가 60만 원가량으로 부담이 되긴 하지만 학교에서 해주지 않는 독서와 봉사활동 등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도움이 되는 사항들을 지도해 주니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입학사정관제가 학습이나 활동 계획을 스스로 찾고 실천하는 능력을 배양한다는 '자기주도 학습'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사교육비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외고 과학고 등 특목고에 입학사정관제가 전면 도입되면서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입학사정관제를 정복하기' 위한 사교육을 받고 있다. 부산의 한 학원 원장은 "기존 논술 위주의 사교육시장이 입학사정관제 대비반으로 그대로 이동했다고 보면 된다"며 "중학생은 독서계획 수립, 진로 고민 등을 사실상 혼자 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학원 문을 두드리고, 특히 초등학생도 미리 준비하기 위해 입학사정관 대비 프로그램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대 강기수(교육학과) 교수는 "정부의 입학사정관제 확대 정책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정보와 대비가 부족한 학부모와 학생들이 불안한 마음에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학교는 물론 학부모·학생이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학사정관제

입시 전형 전문가인 입학사정관(Admissions Officer)이 학생의 성적뿐 아니라 개인환경과 잠재력, 소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2008학년도 서울대 등 10개 대학을 시작으로 최근 특목고와 일부 자율형 사립고 등 고교에까지 확대됐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입력: 2010.03.18

전국 대학 입학사정관들 ‘우수인재 발굴’ 비법·사례 공개… “내신관리 중요, 소개서 대필 안통해”

[2010.03.04 18:34] 모바일로 기사 보내기 TClip으로 퍼가기


전국의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입에서 ‘우수 인재’를 발굴한 각 대학의 다양한 노하우와 사례를 공개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4일 제주시 이도동 칼(KAL) 호텔에서 전국 80개 대학 입학사정관 37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010 대학입학사정관제 사례 발표 워크숍’을 진행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입학사정관들은 잠재력과 창의성을 당락의 주요 잣대로 삼았다고 밝히면서 우수 학생을 선발한 자신들의 비법을 소개했다.

우선 성적은 아예 보지 않고 학교장 추천과 면접만으로 일반계고 학생 150명(모집 정원의 15.5%)을 선발한 카이스트는 면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카이스트는 지난해 5∼6월 약 5주에 걸쳐 해당 전형에 지원한 전국 651개 학교에 입학사정관과 교수 46명이 흩어져 방문 면접을 실시했다. 이 대학 입학정책팀 김지훈(50)씨는 “전형이 모두 끝난 뒤 조사해 보니 서류만 보고 방문 면접을 실시하지 않았다면 최종 합격생의 36%는 불합격했을 것으로 집계됐다”며 “서류 평가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면접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리더십 특기자 전형을 통해 발굴한 한 학생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학생은 내신 등급이 2.9등급에 불과했지만 뇌성마비장애인 축구단에서의 봉사활동과 총학생회 활동 등이 높이 평가돼 합격했다. 대학 측은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리더십과 적극적인 봉사활동,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는 자질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입학사정관제를 적용해 지방에 있는 인재들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배성한 대표입학사정관은 “고려대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수학 의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올해부터는 교수들과 함께 지방 학교들을 방문해 학생, 교사들과 면담해 인재를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교사가 책을 압수할 만큼 독서에 열중했던 학생을 사례로 들면서 이 학생이 제출한 독서감상문을 비중 있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지난 입시에서 교과 외 활동과 공동체 의식, 발전 가능성을 잣대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전국입학사정관협의회 임진택 회장(경희대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제에서는 무분별하게 수상 실적을 쌓거나 자기소개서를 대필하는 방법은 쓸모 없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또 “입학사정관제가 성적을 아예 안 보는 것은 아니다”며 “입학사정관제를 염두에 둔 학생이라도 내신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주=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하라
올 대입전형 비율 늘었지만 정보 부족해 고교 비상
입학사정관 초빙 설명회
대학 찾아가 학교 홍보도
대학별로 담당 교사 지정
생활기록부 더 꼼꼼히 작성

올해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확대됨에 따라 고교마다 비상이 걸렸다. 학교마다 선발 방식이 달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을 외면할 수는 없는 상태여서 대응팀을 꾸리고, 입학사정관을 초빙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등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브니엘고는 최근 부산·울산의 주요 국립대 입학사정관을 학교에 초빙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한 설명을 듣는 행사를 잇달아 열고 있다. 설명회에서는 학부모들도 다수 참가해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차별화된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시민단체인 그린닥터스와 연계해 국외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브니엘고 강규철 교장은 23일 "대학마다 전형이 달라 준비에 애를 먹고 있다"며 "사정관 초빙 설명회는 전형을 파악하고 사정관들에게 학교의 좋은 프로그램도 알리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을 직접 찾아가 해당 학교의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려는 학교도 있다. 경남여고 조갑룡 교장은 다음 달 서울지역 주요 대학을 돌면서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눈여겨봐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경남여고는 부산지역에서 두 개뿐인 개방형 자율학교로, '학생 1인 1과제 연구' '1인 시 음악 그림 20제 갖기' '문화예술 기행' 등의 프로그램을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부산장안고는 특기 적성, 특성화 교과 교육을 강화해 이에 대비하고 있다. 학생들이 희망하는 교과를 주 1시간씩 특별지도하는 특성화 교과 수업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살리도록 하는 것이다. 수업 결과는 포트폴리오로 정리해 대입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다양한 전형 방식에 맞춰 주요 대학 전형 교사 담당제도 시행하고 있다. 교사가 한 대학을 맡아 전형을 숙지해 해당 대학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이다.

경혜여고는 입학사정관제 자료가 되는 학생 개인별 포트폴리오 작성을 돕도록 교사들이 학생들을 더욱 세밀히 관찰해 수시로 학교생활기록부에 적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을 네 가지(골드 그린 블루 오렌지) 유형으로 분석해 맞춤식 지도를 할 계획이다.

한편 부산시교육청은 다음달 중 일선 고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입학사정관제 전형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두 번에 걸쳐 진행되는 설명회에서 주요 대학 입학사정관을 초빙해 선발 방식을 듣고, 일선 학교에서 준비할 내용을 제공할 방침이다.
오상준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입력: 200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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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 "입학사정관제 점검기준은 다양성"
"사정관제 TF 가동…새 지침 내년 3월쯤 윤곽"

박종렬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사무총장은 1일 "대학의 입학사정관제가 공정했느냐를 따지는 핵심 점검 기준은 사정관 다수 참여 여부와 다단계 절차 여부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상암동 대교협 사무실에서 가진 `연합뉴스 라이브 인터뷰'에서 "이달 14일부터 시작되는 입학사정관제 실시 대학에 대한 현장 점검에서 각 대학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는가를 철저히 따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장 점검 때 따지는 기준은 크게 제도시행의 적합성, 선발과정의 공정성, 지원예산 분배의 타당성 등이다.

특히 공정성 부분에 대해서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무척 큰 만큼 각 대학이 선발과정에 얼마나 많은 사정관 등을 참여시켰고, 얼마나 다양한 단계를 거쳤는가를 집중적으로 살피겠다는 뜻이라고 박 총장은 설명했다.

그는 또 "대교협에는 현재 대학교수 등 전문가 30여 명으로 구성된 입학사정관연구팀과 대입선진화연구팀, 수능시험연구팀 등이 가동되고 있어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한 새로운 지침을 만들고 있다"며 내년 3월 말께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입학사정관제가 되레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에는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자기주도적 학습자 특별전형을 중시하는 대학도 생겼고, 자기소개서나 포트폴리오 등을 보면 자기주도적인 (학습) 부분이 충분히 증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험생이 최선을 다해 작성한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라면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도 해당 수험생이 사교육을 받은 학생인지 아닌지, 사교육 업체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자기소개서인지 아닌지 등을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날 발표된 2011학년도 대학입시의 주요 특징에 대해서는 수시모집 비율이 58%에서 61%로, 특별전형이 수시모집의 49%에서 52%로 높아지고 저소득층의 지원기회가 확대된 점 등을 꼽았다.

박 총장은 "수시모집 인원이 늘어난 것은 입학사정관 전형이 올해 6.5%에서 10%수준까지 높아진 것과 연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형료 과다 지출 문제 등은 대입전형위원회와 교육협력위원회 연구팀이 검토 중인 만큼 좋은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입학사정관 1명의 선발 인원이 과다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단계적으로 연수를 통해 전문성이 축적되면 그런 우려도 해소될 것"이라며 "입학관리권을 가진 대교협이 장기 계획을 갖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입력: 2009.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