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15일 ‘커리어 포트폴리오 자료집’을 개발해 고교 311곳에 보냈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개발한 자료집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잘못된 스펙 관리 현상을 바로잡고, 공교육 안에서 학생들이 이력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염두에 둔 고교의 체질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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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학년도 총 모집인원의 6.5%(2만 4622명)를 차지하던 사정관 전형 모집인원은 2011학년도에 9.9%(3만 7628명)로 늘어난다. 서울권 대학들이 수시에서 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20%를 넘는다. 사정관 제도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얘기다. 지난 11일 방배동 서울시교육과학기술연수원에 모인 1200여명의 진학지도 교사들도 사정관 전형 대비법을 습득하는 데 집중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사정관 전형을 적용해 학생들을 진학시켜야 하는 교사들이 입을 모아 꼽는 어려움은 ‘시차’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사정관 전형에 대비해 비교과영역에서 ‘스펙’을 쌓아둔 학생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비교과 활동을 많이 한 경우라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 사정관 전형에 응시하지 못한 학생도 적지 않았다.
●사정관제 적합한 학생마저 수시 응시
한 교사는 “한 반에서 1~2명 정도씩 사정관 전형에 어울리는 학생이 있다. 자신의 진로에 대한 생각이 뚜렷해 관련 활동을 열성적으로 한 ‘마니아’ 스타일의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성적도 되어야 하고, 봉사활동도 해 둬야 하는 등 여러 가지를 갖춰야 사정관 전형을 통과할 수 있다.”며 “보통은 자료를 찾고 자기소개서나 추천서를 쓰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성적만을 활용하는 다른 수시 전형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사정관 전형에 적합한 학생마저 일반 수시모집에 응시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인데, 지난해 사정관 전형 경쟁률을 봐도 이런 경우를 유추할 수 있다. 2010학년도 연세대의 수시 경쟁률은 인문계에서 48.91대1, 자연계에서 43.02 1로 나타났다. 이 학교 사정관 전형인 진리자유전형 경쟁률은 인문계 12.94대1, 자연계 19.53대1을 기록했다. 고려대의 사정관 전형인 학생부 우수자 전형 경쟁률은 4.4대1로 수시 전형 평균 경쟁률인 46.1대1에 비해 크게 낮았다. 고대의 경우 학교당 인문 1명, 자연 1명 등 2명으로 학생을 제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육 당국의 정책도 현재 고 3보다는 고 1~2 학생을 염두에 두고 펼쳐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 경시대회 수상기록 등을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대신 독서목록이나 봉사활동 등 ‘창의적 체험활동’을 기록하도록 했다. 학생부만 보면 학생의 이력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는 셈이다. 7월부터 본격적으로 대입 수시일정에 돌입하는 고 3 학생들이 새롭게 학생부 기록을 축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학생부에 체험활동 기재를 강화하는 이유는 대입을 위해 학생과 학교가 별도로 서류를 준비하고, 여기에 더해 증빙서류를 갖춰야 하는 현재 구조에서 사정관제를 정착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포스텍의 김동석 사정관은 “궁극적으로 학생부를 본 뒤 학생에 대해 입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게 돼 심층면접 등의 절차를 생략하는 게 궁극적인 입학사정관제의 지향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에만 재정지원 집중”
그런데 사정관제가 정착될 시점을 5년 이후로 더 멀게 보는 시각도 많다. 현재 고 1~2 학생이 대학에 갈 때에도 여전히 사정관제가 대비하기에 가장 부담스러운 전형으로 고교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여고 교사는 “사정관제에 들어가는 자기소개서나 추천서를 작성하는 게 수험생이나 교사에게 부담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대입을 위해서라면 할 수 있다.”며 “하지만 고교에서 진로 지도를 하거나 학생들이 비교과 활동을 하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정관제를 도입하면서 재정적인 지원은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에만 집중됐다.”면서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한 고교에는 일방적으로 변화만 강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