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入 정시비율 확대]
교육부, 대통령 지시 40일만에 발표… 정시 안 늘리면 지원 끊기로
정시와 수시 비율 사실상 1대1… 대학입시 10년 전으로 'U턴'
논술·외국어 전형 2023년 폐지… 現중2 대입땐 학종 유명무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입시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 정시 비율 상향'을 지시한 지 40여일 만에 내놓은 대책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10년간 이어져 온 '수시 확대 방침'을 하루아침에 '정시 확대'로 급선회한 것에 대해 제대로 설명조차 못 하고 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는 "조국 사태로 악화된 여론을 달래기 위한 땜질 처방이고 아무런 교육철학과 판단도 없는 제도 개편"이라며 "대통령 한마디로 입시 제도에 롤러코스터 같은 대혼란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수시'에서 '정시'로 급선회
교육부는 주요 16개 대학에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높이도록 '권고'한다고 했지만, 대학당 평균 10억원 안팎인 재정 지원금 지급 조건에 결부해 사실상 강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3이 치르는 2023학년도 입시를 시작으로 적용한다고 했지만, 현재 고1이 치르는 2022학년도 입시부터 "유도하겠다"고 한 만큼 사실상 이때부터 정시 비율이 40%를 넘어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는 학생부종합 전형은 지금보다 더 축소된다. 현재 중2가 응시하는 2024학년도 입시부터는 자기소개서가 전면 폐지되고, 교내 수상 실적도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없다. 독서 내역(책 이름과 저자 이름)도 마찬가지다. 봉사 활동의 경우 학교 밖 활동은 대입 전형에 반영되지 않는다.
결국 이런 활동들을 주요한 평가 항목으로 삼았던 학생부종합 전형은 유명무실해진다. 내신 성적만으로 선발하는 학생부교과 전형과 큰 차이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가 합격해 논란이 되고 있는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과 같은 어학·글로벌 특기자 전형은 이보다 앞서 2023학년도부터 아예 폐지된다. 교육계에서는 정시 확대가 결과적으로 '강남 8학군'등 교육 특구 지역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수능 위주 입시로 재수생 강세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2, 중3, 고1, 고2 입시 제각각
교육부의 '대입 개선안' 발표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대체 우리 아이 입시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현재 고2부터 중2는 학년마다 입시 환경이 제각각인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교육부가 올해 4월 '대입 4년 예고제'를 발표하며 대입 안정성을 강화했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1년마다 입시를 바꾸며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현재 고2는 지난해 교육부의 '2022년도 대입 개편안'에 따라 학생들이 선호하는 상위권 대학 위주로 일찌감치 정시 선발 인원이 늘어난 상태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설익은 '수능 절대평가 확대안'을 내놓았다가 철회하는 등 이미 대혼란을 겪기도 했다. 고1이 입시를 치르는 2022년도에는 모든 대학의 정시가 30% 이상으로 확대된다. 학생부에는 수상 경력이 한 학기에 1개만 기재되고 교사추천서가 폐지되는 등 학생부종합 전형 방식도 대폭 바뀐다.
현 중3과 중2가 치르는 입시도 큰 폭으로 바뀐다. 현 중3은 이날 교육부 발표에 따라 '16개 주요 대학 정시 40% 이상 확대' 입시를 치르게 된다. 중2는 사실상 학생부종합 전형이 사라진 입시를 치르는 첫 세대가 됐다.
이날 교육부 발표에 대해 전교조·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좌파 교육단체는 "대한민국 교육의 퇴행" "수시가 문제니까 수능을 늘리겠다는 천박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공정 사회를 위한 국민 모임'은 "국민 여론은 정시 대폭 확대였는데, 고작 40%밖에 확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이제 정부가 무슨 정책을 내놓아도 '또 바뀔 텐데'라며 믿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며 "아무 원칙도 없이 여론에 맞춰 교육정책을 정하는 역대 최악의 정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