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자소서 천4백 건 '표절'..대학마다 처분 달라

KBS|김진호|입력2016.08.25. 07:56

<앵커 멘트>

대학 입학 정원의 70%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하는 현재 입시제도에서 자기소개서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올해 대입 과정에서 제출된 자기소개서 중 천 400건 이상이 표절 의심 소개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올해 수도권 대학 입시에 제출한 서로 다른 학생의 자기소개서입니다.

'문화재 지킴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얻은 것 중 값진 건 나눔의 정신이었다.'

1년 전 같은 학교 다른 학생이 제출했던 소개서와 똑같습니다.

71% 표절입니다.

'공무원은 심부름꾼이라는 그분의 말씀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 서로 다른 대학에 제출된 소개서에서 발견됐지만, 이 학생은 합격했습니다.

자소서 표절은 올해 입시에서 천 400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3년간 꾸준한 증가세입니다.

대입 자기소개서는 다른 글과 비슷한 정도가 5% 이상이면 의심, 30% 이상이면 위험으로 분류합니다.

<인터뷰> 조유진(수험생) : "비슷비슷한 활동하는데 그 속에서 자기만의 독창성을 가진 자기소개서를 쓰기가 많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대학들은 표절 정도에 따라 불이익을 주지만, 작년에만 100명 이상이 표절 의심 속에서도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인터뷰> 안민석(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의원) : "표절이 의심되는 학생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공정성 논란을 해소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소개서가 주요 평가 대상인 학생부 위주 전형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표절에 대한 적절한 대책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진호입니다.

대학에 내는 연애편지, 읽는 이 입장서 ‘고쳐쓰기’ 반복해야

등록 :2016-06-27 21:04수정 :2016-06-2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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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잘 쓰는 ‘꿀팁’
학종 대세 시대, 자소서 중요해져
100~1500자 안에 나를 잘 보여줘야

‘얼마나 잘났나’ 보려는 거 아냐
학과 진학 뒤 가능성 보려는 의도
활동상·느낀점 구체적으로 밝혀야
나를 잘 아는 고교 교사 조언 중요해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 15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연 ‘2017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자기소개서 작성법 설명회’에서 참가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교육연구정보원 제공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 15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연 ‘2017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자기소개서 작성법 설명회’에서 참가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교육연구정보원 제공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은 준비할 것이 많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되면 고3 학생들은 본격적으로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쓴다. 대입 자소서는 1000~1500자 안에서 자기를 소개하는 글로,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전형에서 요구하는 항목 가운데 하나다.

학생들은 똑같은 이야기도 어떻게 녹여야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는지, 대학이나 전형별로 자소서 쓰는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등 궁금한 게 많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사교육 컨설팅을 많이 받지만 40만~200만원까지 비용이 들어 부담이 되고, 맹목적으로 따르다간 오히려 실패하기 십상이다. 자소서는 문항을 제대로 숙지하고 스스로 쓰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대교협 대입상담센터 대표강사인 주상하 교사(한성과학고)는 “대학은 스펙이 많다고 무조건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지원자가 얼마나 잘났는지를 보려는 게 아니라 우리 대학, 학과에 와서 얼마나 잘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본다”며 “해당 학과의 평가기준에 맞춰 자신을 왜 뽑아야 하는지 평가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논리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감정까지 흔들 수 있으려면 연애편지 쓰듯 솔직하고 진실해야 한다. 연애편지 쓸 때 상대가 날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며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하는 것처럼 자소서도 어필할 부분을 찾아 여러 번 고쳐쓰기 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소서를 쓸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개인의 특성과 학업 능력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는 사례를 끌어내는 것이다. 교사들은 이에 대해 “3학년 때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서 그동안의 활동을 훑어보지만 막상 닥쳐서 찾으려 하면 어렵다. 평소 자기만의 ‘글감 노트’를 만들어 활동 목록이나 활동할 당시 소감, 학교생활에서 느낀 점 등을 간략히 정리하라”고 했다.

흔히 자소서를 처음 쓸 때 학생들은 모범사례나 합격자의 자소서를 찾아 흉내 내려고 한다. 실제 명문대생들의 자소서를 볼 수 있는 유료 사이트도 있다. 유은선 충북대 입학사정관은 “남의 자소서를 따라 쓰다 오히려 자기 색깔이 바랠 수 있다. 문장 호응이나 단순 표현은 참고할 수 있지만 전체적 흐름은 자기 안에서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학생부가 객관적 팩트라면 자소서는 주관적 에세이다. 똑같은 활동을 했어도 어떤 학생은 지루하게 느끼고 자신은 인상적일 수 있다. 자소서를 쓰는 ‘여정’이 각기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팩트에 자기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

김종우 양재고 진로진학교사는 “평소 함께 생활하는 교사가 아이들의 성향을 가장 잘 안다. 아이들이 사교육 컨설팅을 받아 써온 자소서를 보면 미사여구가 많아 문맥이 화려하고 내용을 물어봐도 잘 모른다. 자신이 스스로 쓴 게 아니라 남이 써줬기 때문”이라며 “교사와 학생이 머리를 맞대 학생부에서 지원 학과와 관련한 의미있는 활동을 찾고, 나만의 강점이나 차별점을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학이 학생부와 자소서를 따로 두고 평가한다는 오해도 있다. 하지만 교사와 입학사정관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자소서는 ‘서류평가’라는 틀 안에서 검토한다. 즉, 자소서 하나만 가지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학생부에 나온 내용과 자소서, 추천서 등을 동시에 띄워놓고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학생부에 나온 내용을 자소서에 다시 나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들은 “‘어떤 활동’을 했는지 내용을 이야기하기보다 그 활동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그 활동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소서를 쓸 때 평소 글감 노트를 만들어 활동 목록과 느낌 등을 적어둔 뒤 학생부에서 관련 활동을 찾아 구체적으로 쓰는 게 좋다.  <한겨레> 자료사진
자소서를 쓸 때 평소 글감 노트를 만들어 활동 목록과 느낌 등을 적어둔 뒤 학생부에서 관련 활동을 찾아 구체적으로 쓰는 게 좋다. <한겨레> 자료사진

손태진 교사(풍문여고)는 ‘자기만의 느낌을, 구체적으로 쓸 것’을 강조했다. 그는 “독서활동을 쓸 때 이런저런 책을 읽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책을 읽고 (해당 이슈를)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는데 그게 뭐다’라는 식으로 쓰라”고 했다.

자신을 소개할 때는 단점보다 장점을 부각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하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솔직하게 쓰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손 교사는 자소서의 ‘갈등관리’ 항목을 사례로 들며 “아이들이 조별 과제나 동아리 활동 등 교우관계에서 갈등을 많이 겪는데 자소서에 ‘갈등 해결을 위해 대화를 시도했고, 노력했다’고만 쓴다.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구체적으로 쓰고,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깨닫고 행동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쓰는 것도 좋다”고 했다.

“아이들 자소서를 보면 백이면 백 다 다르다. 똑같은 교내활동을 해도 각자의 특징이 보인다. 컨설팅을 받아 아름답게 포장한 개성 없는 자소서보다 투박하더라도 내가 나만의 소중한 꿈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는 걸 드러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올해 건대·경희대·서울여대·연대·외대·중대는 각 대학의 자율문항인 4번에 대해 공동연구를 해서 통일문항을 만들고, 다른 대학에도 보내 제안했다. ‘모집단위 지원 동기와 이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 지원자의 교육환경(가정환경, 지역 등)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술하라(1500자)’는 문항이다. 이렇게 대학별로 바뀐 자율문항과 ‘교장이 승인한 사항 이외의 외부 활동은 적으면 안 된다’는 등 기본적 사항을 미리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시에 사는 학생이라면,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이 운영하는 ‘꿀맛닷컴 사이버 논술 교실’(www.kkulmat.com) 누리집을 통해 무료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8월부터 학생들이 직접 쓴 자소서를 비공개로 등록하면 현직 교사들이 번갈아가면서 컨설팅해준다. 올해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고입 자소서 컨설팅도 해준다. 하루 한번 가능하며, 1인 3번까지 받을 수 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자소서 쓸 때 유의할 점

-군더더기 표현은 최대한 줄여라

자소서는 정해진 글자 수 안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고교 1년 1학기 때’라는 말은 불필요하다. 활동 내용은 생기부에 다 나와 있기 때문에 글자 수만 차지할 수 있다. ‘저는’, ‘제가’라는 말도 군더더기다. 자소서 자체가 1인칭 시점으로 쓴 글이다. 강조하는 의미로 한두 번 쓰는 건 괜찮지만 문장을 시작할 때마다 반복해 쓰는 건 의미 없다. 콘텐츠로 글자 수를 채우기에도 부족하다.

-다양한 창구 활용하되, 큰 틀은 스스로

지원하려는 전공 분야 대학생 선배, 학교 교사, 무료 컨설팅 등 여러 창구를 통해 정보를 얻고 조언을 구하는 건 좋다. 하지만 자소서는 ‘나만의 이야기’라는 걸 잊지 마라. 자소서를 쓰기 전 큰 틀을 잡고 가야 내 색깔을 잃지 않는다. 참고는 하되, 남의 얘기에 너무 휘둘리지 말자.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중요

‘무슨 활동을 했고 어떤 책을 읽었다’는 내용은 학생부에 이미 나와 있다. 다시 반복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했던 활동을 나열하기보다 그 활동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 결과 느낀 점은 무엇인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말하는 게 중요하다. 활동 내용 자체보다 의미를 부여하는 데 집중하라.

-학교 선생님을 많이 괴롭혀라

나의 학교생활이나 성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교사다. 학생들 대부분 자소서 컨설팅을 받기 위해 국어교사를 찾아가지만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 분야의 교과 교사를 찾는 게 더 유리하다. 기본 문장이나 표현은 나중에 고칠 수 있다. 그전에 먼저 자소서를 풍성하게 할 내용의 질이 중요하다. 교사를 여러 번 찾아가 끊임없이
  • [대학평정] “자기소개서엔 활동 나열보단 느낀 점을”
  • 손근혜 기자

  • 입력:2016.05.25 18:29
  • 대학평정! [9] 중앙대 학생부종합전형



    대학평정! 대입 학생부종합전형 평가관이 밝히는 합격의 정석!

    대학평정은 PASS와 대학 입학처가 함께 만듭니다. △가천대 △건국대 △경희대 △국민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세종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등 총 18개 대학이 참여합니다. 각 대학의 입학처에서 직접 추천한 우수 합격생의 학생부에 담긴 합격비결과 해당 학생을 평가한 대학의 평가자가 알려주는 평가 기준을 소개합니다.

    ‘대학평정’ 9회는 중앙대 학생부종합전형을 소개한다. 2017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은 크게 다빈치형인재전형, 탐구형인재전형으로 나뉜다. 다빈치형인재전형은 1단계에서 서류평가(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를 통해 학과별 정원의 1.5~3배수 내외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70%와 면접 30%를 반영해 최종 합격자를 가려낸다. 탐구형인재전형는 면접 없이 서류 100%로 학생을 선발한다. 두 전형 모두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없다.

    중앙대 입학처는 2016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다빈치형인재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 합격한 황수경 씨(강원 광희고 졸)를 우수 학생으로 추천했다.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6학번 황수경 씨

     

    ○뒤늦게 흥미 느낀 ‘독서’… 사회적 문제 관심 이어져

    황 씨는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독서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오랫동안 앉아서 집중하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졌기 때문. 하지만 고교 1학년 국어 수업시간에 진행한 ‘10분 책읽기 시간’을 통해 독서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수많은 책을 읽어 한 해 동안 국어교사에게 빌려 읽은 책만 50여 권에 달했다.

    황 씨의 독서에 대한 흥미는 2학년 때 시작한 작가탐방 동아리 활동으로 이어졌다. 동아리원들이 다양한 책을 함께 읽고 만나보고 싶은 작가를 섭외해 강연을 듣는 등 책이나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한 것. 황 씨는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인 ‘현시창’의 저자인 임지선 기자를 직접 섭외해 책을 쓴 작가의 생각과 의도를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

    “임지선 기자는 책을 쓰기 위해 직접 식당에서 일하며 식당 아주머니들의 고통을 느끼는 등 직접 취재 대상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했어요.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에 함께하며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여러 작가들을 만나며 기자는 기사문으로, 작가는 책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사회를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했어요. 평소 영상과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많았던 저 또한 영상을 통해 목소리를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황 씨)




    차정민 중앙대 선임입학사정관


     

    ○ 모든 활동에서 ‘전공적합성’ 두루 평가

    중앙대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학업역량 △지적탐구역량 △성실성 △자기주도성/성실성 △공동체의식을 고루 평가합니다. 황 씨의 경우 내신성적과 교과 활동 등 학업역량은 물론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통해서도 지적탐구역량을 드러냈어요. 학교생활기록부 독서활동상황이나 각종 독후감 대회에서 수상한 내역만 봐도 황 씨가 얼마나 독서에 열의를 가지고 지적 호기심을 발휘했는지를 알 수 있지요.

    독서와 글쓰기는 물론 사회과학 서적에 대한 관심은 황 씨가 지원한 사회과학계열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전공적합성도 겸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앙대는 주요 평가요소로 ‘전공적합성’ 항목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서류를 평가할 때 전반적으로 전공적합성을 고려합니다. 학생이 전공과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목표의식이 뚜렷하다는 말이겠지요.

    ▶차정민 중앙대 선임입학사정관


    ○ ‘다큐 PD’ 목표로 자기주도적 활동 펼쳐

    어릴 때부터 다큐멘터리(다큐)를 즐겨 보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다큐 프로그램을 많이 접했던 황 씨는 친구들과 다큐 프로그램을 함께 보고 의견을 나누기 위해 고등학교 2학년 때 직접 ‘다큐영상토론반’ 동아리를 창설했다. 다큐PD를 꿈꾸는 한 사람으로, 다큐를 재미없는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다큐도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것. 동아리에서 우리나라 미혼모들의 삶을 다룬 ‘마이플레이스’라는 영상을 함께 보고 우리나라 육아지원 정책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했다.

    황 씨는 학생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교내 거의 모든 영상은 스스로 제작했을 정도로 영상 제작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특히 2학년 때 3학년 선배들의 졸업식에 맞춰 ‘꿈이 뭐야’라는 주제로 찍은 졸업 축하 영상은 선배들은 물론 교사에게까지 많은 감동을 안겼다. 황 씨는 이러한 자신의 자기주도적 역량을 자율항목인 자기소개서 4번에 녹여냈다.

    “선배들의 교실을 둘러보던 중 복도 창틀에서 우연히 발견한 ‘꿈이 뭐야’라는 낙서에서 아직 꿈을 정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선배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어요. 열심히 달려왔지만 불확실한 미래로 불안해하는 선배들을 위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에 영상을 제작하게 됐지요. 졸업식 날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만든 영상이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앞으로 제가 걸어갈 길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게 됐지요.” (황 씨)



     

    ○ 자기소개서로 ‘남다른 깊이’ 드러내

    황 씨는 공부를 언제 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착실하게 수행했습니다. 특히 다큐 프로그램을 함께 보기 위해 동아리를 직접 만들거나 학생회 부회장으로써 교내 영상을 도맡아 제작했다는 자기소개서 내용 속에서 자기주도성과 적극성이 돋보였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 서류를 평가하다 보면 자기소개서에도 소위 스펙을 자랑하며 ‘어떤 활동을 했다’는 식으로만 나열한 글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학생부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지요. 자기소개서에는 말 그대로 활동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어떠한 활동을 했다면, 단순히 그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발짝 나아간 나만의 생각이나 감정, 이후 자신이 실천한 행동들을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차정민 중앙대 선임입학사정관


    에듀동아 손근혜 인턴기자 sson33@donga.com

  • 남다른 교사 추천서, 선생님과의 깊은 대화에서 비롯된다
  • 김수진 기자

  • 입력:2016.06.01 18:00
  • 교사 추천서의 의미와 준비



    2
    () 실시되는 6월 모의평가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담임교사와의 수시 상담이 시작된다. 모의고사 결과를 토대로 지원 가능한 대학과 전형에 대해 학생과 교사가 의견을 주고받으며 지원 전략을 수립하는 것. 만약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을 염두에 둔 학생이라면 이 상담 기간 동안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교사 추천서에 대한 대비다.

    학생과 교사의 서류 준비 부담을 줄이고자 학생부종합전형의 필수 제출 서류 목록에서 교사 추천서를 제외하는 대학이 늘고 있지만, 서울 주요 대학들의 2017학년도 수시 모집 요강을 살펴보면 교사 추천서는 여전히 평가 서류 중 하나로 제시돼 있다. 여름 방학에는 많은 학생들이 수시 준비에 돌입하기 때문에 교사가 한 명의 서류를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기가 어렵다. 따라서 교사 추천서가 필요한 학생은 담임교사와의 상담 시간을 활용해 미리 대비를 해 두는 것이 좋다.

    본격적인 대비에 앞서 교사 추천서가 대입 전형 과정에서 지니는 의의와 이를 대비하는 학생과 교사가 유념해야 할 점은 없는지 살펴본다.



    학생부·자소서 보완하는 서류지만 결정적 역할도

    대학은 교사 추천서를 평가에 어떻게 활용할까? 교사 추천서는 그 자체로 별도의 평가 요소가 된다기보다는 학생부나 자기소개서 등 다른 서류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서류로 봐야 한다.

    교사 추천서는 내용 면에서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을 벗어나기 어렵다. 학생부는 학교생활에 대한 기록이고, 교사 추천서도 학생의 학교생활을 관찰한 결과물이기 때문. 다만 학생부가 사실 관계 중심의 기록이기 때문에 대학은 학생부에서 읽어낼 수 없는 학생의 역량과 특징에 대한 해석을 교사의 주관적인 관점과 평가가 담긴 교사 추천서를 통해서 얻는 것이 일반적.

    안정희 이화여대 입학사정관 실장은 교사 추천서는 고교 교사가 학생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하라고 대학 측에 켜 주는 방향등과 같다사건 중심으로 나열된 학생부의 많은 내용 중에서도 학생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무엇인지 학생을 직접 지도한 교사가 짚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교사 추천서를 일종의 보조 서류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때로는 교사 추천서가 합격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 내용이 교내 활동으로 한정되다 보니 대학이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많지 않다면서 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짐에 따라 학생들의 교내 활동이 점차 비슷비슷해지는 상황에서 교사 추천서는 지원자만의 개별적 특성을 드러내 줄 수 있는 도구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례 담겨야 이해도

    그렇다면 교사 추천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 것이 좋을까. 이는 학생에 따라 다르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서 드러나는 장점이나 역량이 교사 추천서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나면 학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학생부나 자기소개서에서 드러나지 않는 사항들이 교사추천서에 구체적으로 담기면 학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것.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교사 추천서는 평가자들이 학생부나 자기소개서를 통해 이런 학생일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교사 추천서를 통해 확인될 때 뿐 아니라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내용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학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때에도 유의미한 평가 자료가 된다면서 교사 추천서를 통해 학생을 보다 많이 알게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 추천서에 구체적인 사례나 근거를 밝혀주는 것이 좋다. 교사 추천서는 교사의 주관적인 평가임을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에 대한 교사의 특정한 평가가 나오게 된 일화를 곁들여 주면 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

    임 책임입학사정관은 교사가 특정 학생을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학생이라고 평가한다면 매일 30분씩 일찍 등교해서 교실을 환기시키는 학생이라든지 방과 후 학습이 끝나고 홀로 뒷정리를 하는 학생과 같이 구체적인 일화를 함께 제시해 주면 평가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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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평소 교사와의 깊은 교류가 중요


    교사가 학생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을수록 구체적인 교사 추천서가 나오게 된다
    . 따라서 교사 추천서를 준비해야 하는 학생이라면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교사에게 추천서를 부탁해야 한다. 반드시 고3 담임교사일 필요는 없으며 자신의 흥미와 적성, 진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교사라면 교과목 담당 교사나 동아리 담당 교사도 괜찮다.

    3 담임을 맡고 있는 신미경 배화여고 교사는 동아리 담당 교사를 겸하면서 학급 학생들 외에도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지켜 본 학생들의 추천서를 써 주곤 한다. 신 교사는 만약 학생과 교사가 고3 때 처음 만난 사이라면 길어봐야 6개월 남짓 맺은 관계가 전부라면서 이는 교사가 학생을 관찰하고 평가하기에 부족한 시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처음 만난 고3 담임교사에게 추천서를 부탁할 때는 교사와의 대화나 상담을 통해 자신의 학교생활과 진로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갖는 것이 좋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경희대에 진학한 간호학과 16학번 김재이 양은 3 담임선생님과는 학년 초부터 꿈과 진로, 학교생활에 대해 거의 매일 상담을 진행했다“1, 2학년 때 교과목 담당 선생님으로도 연결된 적 없는 사이었지만 여러 번에 걸친 상담을 통해 현재 나의 상황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수시 지원 시 추천서를 부탁드렸다말했다.


    ▶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