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

[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활동일기를 쓰자

조선에듀

2016.04.06 09:36


“선생님, 너무 후회돼요. 매일 적어둘 걸…….”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 중인 한 학생의 볼멘 소리다. 아이는 다양한 활동들을 꽤 많이 해왔다. 자신이 원하는 학과 진학을 위해 공부를 놓지 않고 잘 하면서도, 꾸준하게 다양한 활동을 하며 생활기록부의 내실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알차게 활동한 내용에 대해 자신이 ‘왜’ 했으며, ‘배우고 느낀 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보다 정확한 표현을 빌리자면, 활동을 통한 깨우침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난감해하며. 며칠을 머리를 쥐어짜는 모습을 보았다. 그나마 일부는 어느 정도 기억나고, 또 일부는 생각이 거의 나지 않아 당시 같이 활동했던 친구들에게 묻기도 하고 담당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한다.

꽤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특히 자기소개서를 당장 작성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학생들의 토로사항이기도 하다. 대체 왜 자신이 이런 활동을 했던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활동일기를 작성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있는 것은 아무래도 선생님께서 정제하신 후 기재해주시는 터라,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잘 살리기 어렵다.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활동일기 혹은 기록을 써두는 것은 차후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돌입하면서 한 시름을 덜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활동기록은 너무 장황하거나 자세하게 쓸 필요는 없다. 일을 자꾸 더 만들다 보면, 하기 싫어진다. 질리지 않고 꾸준히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최대한 가볍고 단순하게 작성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학생들은 공부도 해야 하고, 진로적성을 위한 독서와 활동도 해야 하고, 봉사도 해야 한다. 알다시피 매우 바쁘다. 따라서 짬짬이 할 수 있는 양식을 취하라고 하고 싶다. 필자는 주로 줄 있는 스프링 노트 한 권을 구매해서 써보자고 한다. 너무 두꺼워도 부담스러우니, 두께는 중간 정도. 혹은 약간 얇아도 된다. 노트 한 권을 인덱스로 학년별 구분 짓도록 해도 되고, 얇은 노트 3권으로 구분하여 각 학년별의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다.

한 페이지에는 하나의 활동에 대해서만 쓰자. 우선 맨 위칸에 커다랗게 활동명을 쓰자. 그리고 그 바로 밑줄에 간단한 설명을 적어보자. 예를 들어, ‘OO동아리가입’ 이라고 쓰면, 바로 아랫줄에는 ‘과학실험을 하는 동아리에 가입’ 이라고 설명하듯 풀어 써보자. 그리고 항목은 단순하게 하자. ‘1. 활동의 이유, 2. 자신의 역할, 3. 배우고 느낀점’ 이렇게 딱 3가지 항목만 적어두어도 된다. 추가로 더 쓰고 싶은 것이 있으면 ‘기타’라고 4번 항목을 만들어도 된다. 하지만 너무 많은 항목을 인위적으로 만들면 쓰다가 지친다. 딱히 항목 구분 없이 자유롭게 써두어도 상관은 없다. 무형식일 때 오히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기록의 방향을 알려두는 것이라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렇게 활동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딱히 특별한 활동이라기보다 공부를 하면서 깨우친 바가 있으면 이를 기록하는 것도 괜찮다. 예를 들어, ‘수열을 공부하며 도형과 결합된 문제들이 잘 풀리지 않아 고민하다 중학교 교과서의 도형 개념을 다시 익혔다. 그 후, 도형 문제를 어렵지 않게 풀 수 있게 되었다.’ 이것도 하나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소소한 삶의 이야기들로 채워진 활동일기라 해도, 나중에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완성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므로, 오늘은 짧게라도 무엇이든 기록해보자. 이건 비단 고입, 대입만을 위한 행동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취업을 하든, 자신만의 글을 쓰든, 이 과정은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기소개서, 학생부에선 못보는 '과정' 담아라

학생생활기록부와 통일성 유지, 세밀한 가치관·고민 담기면 신뢰

 

대입 수시모집에서 자기소개서 작성은 중요한 부분이다. 학생들이 자소서 작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스펙 나열·표절·대필 절대 금물
- 평소 학교생활 기록 습관 길러야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교과·비교과 성적,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등 서류와 면접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일반적으로 1단계 서류평가, 2단계 면접의 형태로 이뤄진다. 자소서로 수시 당락이 결정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갖는 자소서의 위치는 중요하다. 1학년 때부터 작성된 학생부는 내용을 바꿀 수 없다. 서류평가 단계에서 본인을 알릴 수 있는 것이 학생부 외에 자소서가 유일하다. 자소서와 포트폴리오는 객관적 자료인 학교생활기록부와 증빙서류를 중심으로 만들어야 수시에 합격할 수 있다.

자소서는 3개의 공통문항과 1개의 자율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공통문항은 '1. 고교 재학 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경험(1000자 이내), 2.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3개 이내, 1500자 이내), 3.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 등으로 실천한 사례(1000자 이내)'이다. 모두 학교생활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적어야 한다. 자율문항은 학교마다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지원 동기, 진로 계획, 독서활동, 역경 극복 경험 등을 묻는다.

■대학 관점에서

예비 고등학교 3학년이 부산진구 양정동 교육연구정보원 대강당에서 부산시교육청이 마련한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듣고 있다. 국제신문DB
자소서를 쓰면서 가장 먼저 드는 고민은 '3년간 학교생활에서 어떤 경험을 뽑아서 써야 하는가?'이다. 많은 학생이 뛰어난 결과를 냈거나 자기 기준에 의미 있는 활동을 소재로 삼는다. 그러나 자소서는 단순히 자기 홍보를 하는 서류가 아니다. 자소서는 대학이 해당 모집단위에 적합한 인재를 뽑고 싶지만, 지원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므로 요구하는 서류다. 이런 목적을 생각하면 선발권을 가진 대학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자소서에 담아야 한다. 따라서 지원하는 대학 학과의 교육과정, 졸업 후 진로 등에 대해 철저히 공부해야 한다.

자소서를 쓸 때 가장 객관적인 자료는 학생부이다. 학생부 기록과 자소서의 서술 내용이 일관되고 통일돼야 한다. 만약 자소서에서 중요하게 강조했던 활동이 학생부에는 전혀 기록돼 있지 않다면 평가자는 기록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또한 검정고시, 외국고 출신 학생들도 재학생들의 생활기록부처럼 객관적인 증빙서류가 뒷받침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본인 성장 과정 담아라

자소서는 학생부와 달리 본인이 담을 내용을 직접 정해서 작성하는 서류다. 다른 사람이 옆에서 관찰한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의미 있는 활동이나 경험을 뽑아냈다 하더라도 "3년간 1등급을 유지했다" "반장, 전교 회장을 도맡아 했다" "모형 비행기 날리기 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등의 결과 나열은 피해야 한다. 이런 내용은 학생부에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좋은 자소서는 본인의 가치관과 성장 과정이 드러나야 한다. 지역사회 문제와 관련된 주제의 연극 공연을 했다면, 어떤 고민으로 주제를 잡았는지,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등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쓰면 자기 생각과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자소서가 된다. 학생부와 또 다르게 지원자가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서류가 자소서다.■외부 스펙은 기술하지 말아야

자소서를 쓸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은 표절이나 대필은 절대 금지라는 것이다. 유사도 검증을 통해 해당 사실이 발견될 경우 불합격 처리되거나 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 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2017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을 보면, 대학은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자기소개서 등에 외부 스펙을 기술할 경우, 서류평가 때 불이익이 있음'을 사전 모집 요강을 통해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교 교육의 정상화, 사교육비 절감 차원에서 각종 인증 시험 점수, 경시대회 등의 교외 수상 실적은 평가 요소에 제외되며 자소서에 기재 때 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진학사 김희동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자소서는 존댓말로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 짧고 간결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며 "본인에 관한 내용을 작성하는 것이지만 갑자기 단기간에 준비하기 어려운 것이 자소서다. 노트를 따로 준비해 평소 학교생활 중에 발견한 의미들을 수시로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자소서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